Ep. 195
‘역시.’
항상 친절한데다가 말투가 유아적이라서 가끔 잊어 버리지만, 26호는 씨 데몬이다.
씨 데몬은 동족 의식이 강한 것만큼 영역 의식도 강하다. 녀석이 집이라고 판단한 장소에 적이 들어왔으니 이렇게 될 수밖에.
‘그래도 좀 강해진 것 같은데?’
데몬 크래시로 죽인 것이면 모르겠는데 보아하니 속박으로만 죽인 것 같다. 하늘의 어머니를 쳐다 보니 그녀가 고개를 끄덕인다.
‘어제 먹은 그린 갤러곤 때문인가.’
이전에 녀석은 죽은 씨 데몬의 사이킥 파워를 흡수한 뒤 급격히 강해졌다. 그린 갤러곤의 시체, 정확히 말하면 갤러곤이 품은 사이킥 파워를 먹은 덕분에 또 한 차례 성장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갤러곤이나 씨 데몬이나 둘 다 강력한 사이킥 생물이니까.’
[즈즈즈즈 즈즈즈(성장했네. 잘했어)]
「나 대단해?」
[즈(응)]
그렇다는 의미의 파장을 쏘자 녀석이 몸을 빛내며 기뻐한다. 어두운 동굴이 환해질 정도로 빛나는 것을 보니 칭찬을 들은 게 어지간히 좋은 것 같다.
“저도 회복하면 많은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즈즈즈즈 즈즈즈 즈즈즈즈(그러라고 이것도 챙겨 왔어)]
나는 PS-111 앞에 스노우밴시를 내려놓았다.
[즈즈즈즈 즈즈 즈즈(샤크베어랑 같이 먹자)]
“들고 있는 생물의 머리, 다수의 에너지가 함유된 것으로 확인됩니다.”
「친구야 안 돼.」
녀석은 내가 들고 있는 글래셔 핀드의 머리가 탐이 나는 듯했다. 이것만큼은 안 된다고 거절하려는데 그보다 먼저 26호가 끼어들었다.
「큰애기가 크려면 많이 많이 먹어야 해.」
“해당 생물을 섭취, 분석한다면 저도 새 능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안 된다니까. 안 돼.」
“네.”
26호가 야단치자 녀석은 시무룩한 태도로 고개를 숙였다.
[즈즈 즈즈즈 즈즈즈 즈즈즈즈 즈즈즈즈(대신 밥 먹고 나가서 새 먹이를 구해올께)]
“배려 감사합니다.”
PS-111을 다독인 나는 바로 식사 준비를 시작했다.
포식 효과가 뜰 확률을 높여 주는 변신 모드, 사냥의 표상. 이제 막 쿨타임이 끝났다.
‘이번에는 어떤 특성들이 나오려나.’
몇 가지 노리는 특성들이 있긴 한데 과연 어떻게 될지.
나는 새 특성들을 기대하며 사냥의 표상을 활성화했다.
-
오드 그라드의 추방된 딸, 아드하이는 알 수 없는 한기를 느끼고 잠에서 깨어났다.
실제로 추워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녀가 있는 이 장소는 이 행성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따듯한 곳이니까.
어느 생태계에서든 대개 상위권을 점하는 갤러곤들은 아무 곳에서나 둥지를 틀지 않는다. 갤러곤은 본능적으로 사이킥 파워가 집중된 것을 찾아다닌다.
사이킥 파워는 현실을 뒤틀고 물리법칙을 초월하는 힘. 그 힘이 농축된 곳은 대개 비정상적인 경우가 많다.
추운 곳이라면 따뜻하게, 반대로 더운 곳이라면 시원한 곳이 용의 둥지다.
이 동굴도 마찬가지다. 바닥에서는 따뜻한 지열이 올라왔고, 근처에는 신선한 물이 흐르는 샘까지 있었다.
그뿐일까. 심지어 동굴 벽에는 달콤한 열매가 자라는 덩굴들까지 있었다. 저 열매는 달콤한 과즙으로 가득 차 있어서 어린 동족들이 즐겨 먹는 기호품이다.
그야말로 비정상적으로 편안한 장소임에도 그녀는 불편했다. 이곳이 어디인지 알기 때문이다.
이곳은 동족들이 가장 귀하게 여긴다는 장소, 해츨링이 머무는 곳이다.
저들이 그녀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는 명확했다. 그녀의 비늘이 덩굴 빛으로 물들었다는 것을 알 텐데도 그들은 인정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그녀는 언제나 장애를 지닌 약자일 뿐.
자기의 ‘진짜 가족’이었다면 이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그녀를 하나의 사냥꾼으로 인정해줬으니까.
그녀는 그들을 떠올렸다.
약하다고, 작다고 버림받은 그녀를 보살펴주고, 사냥꾼으로 키워준 그들.
못생겼지만 나름 자상한 어른이자 친구.
자상하지만 때로는 무서운 모습을 보여주는 작은어른.
작은어른이 데려온 약한 아이.
그리고 그녀가 좋아하는 어른. 신기하게도 그는 자기 모습을 수시로 바꿨다.
분홍색의 작은 어른 말로는 성장하는 것이라는데 그녀가 보기에는 많이 달랐다. 그녀의 ‘전(前)’ 동족들은 그런 식으로 자라지 않았다. 성장하면 몸이 커지면 커졌지 다시 작아진다거나 하는 경우는 본 적이 없었다.
그래도 그녀는 큰어른이 좋았다. 모습이 어떻게 바뀌던 큰어른은 큰어른이었으니까.
물론 최근 작아진 모습은 그녀 취향이 아니었지만.
하지만 지금은 그 못생긴 모습도 보고 싶었다.
그녀는 몸을 살며시 일으켰다. 그리고 작은어른이 하던 것처럼 ‘힘’을 집중했다.
작은어른은 힘을 매우 능숙하게 사용했다. 그녀가 본 그 어떤 생물도, 심지어 큰어른조차도 불가능할 일을 심심찮게 해낼 정도니까.
그녀는 힘을 넓고 얇게 펼쳤다. 너무나도 얇아서 그녀가 아닌 다른 동족들은 제대로 인지조차 못할 정도였다.
얇은 실로 변한 힘이 동굴을 넘어 밖에까지 퍼져나갔다. 한계 이상으로 힘을 펼치는 바람에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그녀는 어떻게든 버텼다.
저들은 그녀를 약하고 무능한 존재로 보고 있다.
그녀가 약한 것은 사실이지만 무능하지는 않다. 그래서 그녀는 저들의 교만함을 역이용하기로 했다.
내가 약하다면 상대가 방심할 틈을 노려야 승산이 있는 법. 큰어른이 적들과 싸울 때 주로 써먹던 방법이다.
그렇게 넓게 펼쳐진 힘을 통해 그녀는 감시자들이 졸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원하는 정보를 얻었으니 이제 행동할 때. 그녀는 조심스럽게 동굴 밖으로 나왔다.
밖에는 그녀와 비슷하게 덩굴 빛 동족들이 고개를 까딱이며 조는 중이었다.
처음 왔을 때도 느꼈지만 동족들은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았다. 대부분이 수척해 보였고, 헤츨링들은 먹이를 제대로 먹지 못해 비쩍 말랐다.
그러나 그녀가 그것까지 신경 쓸 이유도, 시간도 없다. 경비들이 정신을 못 차리는 이때 서둘러 도망쳐야 한다.
「어딜 가는 거지?」
막 날아오르기 위해 날개를 펼치려는데 사념파가 날아왔다.
동굴 앞 숲속에서 백색 보석이나 눈을 닮은 미모의 동족이 나타났다.
순백의 비늘에 검은색 반점들이 인상적인 상대는 아드하이가 봐도 절로 감탄이 나올 정도로 아름다웠다.
아드하이가 돌연변이로 태어났음에도 뛰어난 미모를 자랑할 수 있었던 것에는 어미의 영향도 적지 않으리라.
하나 저 암컷의 진정한 힘은 아름다움이 아니다.
무려 오드 그라드가 지배하는 이 행성에서 반기를 드는 것으로 모자라 새 무리를 구축할 정도로 그녀는 강하다.
실제로 이 무리에는 그녀 말고도 백색의 동족들이 몇 마리 더 있다. 그런데도 함 오르트는 우두머리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그걸 봤을 때 그녀의 힘은 확실히 백색의 동족을 뛰어넘었다. 아마 흰색과 검은색의 중간쯤 위치하지 않을까.
다시 말해 이 순간만큼은 절대 만나고 싶지 않은 존재. 순백의 암컷을 본 아드하이는 바짝 긴장했다.
「흥미롭다」「이 사용법」
함 오르트는 앞발로 아드하이가 펼친 힘의 실을 툭 건드렸다. 그러자 넓게 펼쳐져 있던 그물이 한순간에 소멸했다. 순식간에 그녀의 통제권을 뺏어서 해제한 것이리라.
상대의 압도적인 힘에 그녀는 겁이 들었지만 물러서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본 함 오르트가 고개를 까딱였다.
「무의미한 저항」「의미 없다」「힘의 차이」「모르는가?」
「알고 있음」
「그렇다면 굴복하라」
「거절!」
함 오르트의 눈에서 보라색 불이 일렁이자 아드하이는 몸이 덜덜 떨리는 것을 느꼈다. 오드 그라드와 마주했을 때처럼 어마어마한 위압감이 그녀에게 닥쳐왔다.
하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녀가 존경하는 큰어른은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절대 포기하지 않았기에.
아드하이는 4개의 다리에 힘을 주고 함 오르트를 노려봤다. 그녀의 입에 달린 촉수는 언제든지 보라색 번개를 쏠 수 있도록 단단히 긴장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둘 중 물러난 자는 의외로 함 오르트였다.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난 그녀가 짧게 사념파를 보냈다.
「유성의 딸」「기개」「마음에 든다」
반달 모양으로 살짝 휜 상대의 모습은 비웃는 것 같기도, 감탄한 것 같기도 했다. 다만 그 모습은 정말 찰나였고, 그녀는 곧바로 앞발을 들어 아드하이를 짓눌렀다.
「유성의 딸」「약하다」「함 오르트」「강한 딸」「필요하다」
아드하이와 함 오르트는 체격만 해도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힘에서는 비교 불가능할 정도로 아득한 격차가 있다.
그 사실을 알지만 아드하이는 포기하지 않았다. 발톱으로 할퀴기도하고, 보라색 번개를 쏘아 보내기도 했다.
모든 것이 소용없었지만 그녀는 계속 저항했다.
아무리 저 안이 편하다고 해도 다시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강한 상대가 시키는 데로 따른다면, 예전 무리에서 쫓겨났을 때랑 다를 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발버둥을 치고 있는데, 함 오르트가 전혀 예상 밖의 얘기를 꺼냈다.
「함 오르트」「준비했다」「약한 딸」「강하게 만드는 힘을」
「힘?」「이해」「불가!」
「저항」「관두면 설명한다」
그 말을 듣자마자 아드하이는 움직임을 멈췄다. 그러고 보니 함 오르트는 그녀의 날개 뼈 정도는 부러트릴 수 있었는데 그러지 않았다.
분명 저쪽에서 원하는 것이 있어서 그런 것이리라.
언젠가 큰어른이 말했다. 강한 적과 싸울 때는 이용할 수 있는 것을 모두 이용하라고. 그것이 적의 힘이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설명」「요청」
「좋다」「둥지로 들어가라」「설명한다」
함 오르트가 뭘 원하는지, 무슨 생각인지는 아직 모른다.
일단 지금은 그 부분부터 먼저 알아내야 한다.
-
‘이 정도면 괜찮을 것 같네.’
모두가 잠든 밤, 나는 새 둥지를 조율 중이었다. 낮에 얻은 에너지를 바탕으로 이 오래된 지하굴은 에이모프의 둥지가 된 지 오래였다.
바닥에는 에이모프의 회복을 돕는 늪이 깔렸고, 천장과 벽에는 검은 점액들이 흘렀다.
둥지에서 피어오르는 열기는 ‘스모그 탑’들이 빨아들여서 지상이 아닌 지하로 방출하고 있다. 김이 동굴 입구로 새어 나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이 주변의 땅이 완전히 말라비틀어지겠지만, 그만큼 오래 있을 생각은 없으니 상관없다.
‘공생체도 잘 작동하고 있고.’
제법 큰 부상을 당한 26호, 부리가 깨진 하늘의 어머니 몸에는 내가 심어 놓은 ‘공생체 포자’가 붙어 있었다. 둥지와 연결된 포자를 통해 치유액과 에너지가 계속 공급되는 중이니 내일 아침이면 상처가 크게 호전되리라.
참고로 PS-111에게는 붙이지 못했다. 기계와 생물의 혼종, 뮤턴트 스크리머라 그런지 녀석은 공생체 효과를 받을 수 없었다.
‘기계인데 몸을 제일 사려야 하다니.’
그나마 우리 중 제일 효율적인 회복 수단을 지녔다는 것을 위안으로 삼아야 할까.
나는 휴면 상태에 들어간 PS-111을 바라봤다. 따뜻한 늪 속에 엎드려 있는 녀석의 옆으로 낮에 먹었던 먹이의 흔적이 둥둥 떠다녔다.
반쯤 둥지에 녹아내린 뼈, 글래셔 핀드의 두개골이었다.
‘하, 저걸 보니까 또 짜증나려 하네.’
‘완전한 유기체’의 진화 모드인 ‘사냥의 표상’은 유전자 정수를 습득할 확률을 대폭 상승시켜준다.
에이모프의 포식 확률 성공률은 낮은 편이다. 일반적으로는 수십 마리 이상을 잡아먹어야 원하는 유전자 정수를 겨우 얻을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사냥의 표상이 있다면 단 한 마리만 잡아먹고도 포식 효과를 띄울 수 있다. 포식 확률을 높여주는 효과는 유전자 샘플이나 내가 죽이지 않은 생물들에게도 적용된다.
대신 이 경우는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라 ‘불완전 특성’으로 획득한다는 단점이 있다. 그렇지만 불완전 특성은 초월 시스템의 재료로 쓸 수 있고, 똑같은 특성을 두 번 획득한다면 완전한 특성으로 복원할 수 있기에 마냥 쓸모가 없는 것만은 아니다.
이러한 점 때문에 나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닌 먹이를 먹을 때마다 사냥의 표상을 쓰곤 했다.
문제는 포식 확률을 높게 올려 준다는 것이지, 100%로 만들어 주는 게 아니라는 것.
저 못생긴 사슴벌레를 닮은 해골은 나에게 아무런 보상도 주지 않았다.
‘사냥의 표상이라고 무조건 뜨지 않는 건 알고 있었지만….’
하필 글래셔 핀드에서만 포식 효과가 안 뜰 줄이야.
다 먹고도 아무런 메시지가 뜨지 않아서 나는 내가 뭔가 빼놓은 줄 알았다.
바닥에 떨어진 핏방울까지 싹싹 핥아먹고 나서야 깨달았다. 포식 효과 자체가 발동되지 않았다는 걸 말이다.
‘쩝.’
글래셔 핀드에게 얻을 수 있는 특성 중에는 마약성 물질을 생성하는 특성이 있다. 그 특성과 내가 지닌 ‘스모그 탑’ 특성이 합쳐지면 매우 무서운 특성이 된다.
포식 효과가 떴다면 융합 재료로 사용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쉬울 따름이다.
‘…쳇, 이미 실패한 것은 어쩔 수 없지.’
나는 글래셔 핀드로부터 관심을 끊기 위해 텍스트박스를 확인했다.
운이 없게도 놈한테는 특성을 획득하지 못했지만, 다른 먹이들, 스노우밴시와 샤크베어로부터는 포식 효과를 띄울 수 있었다.
스노우밴시의 유전자 정수에서 나온 특성은 ‘은밀 기동’. 움직일 때 나는 소리와 흔적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특수방어 계열 특성이다.
사실 ‘영리한 약자’ 모드의 특전인 ‘미지생물의 털가죽’과 비교하면 하위 호환에 가깝지만, 장점도 없는 것은 아니다.
‘부수 효과로 몸무게를 크게 줄여주니까.’
은밀 기동을 적용하면 뼈 구조가 매우 단단하지만 가벼운 무게를 지닌 합성 물질로 대체된다. 실제로 낮에 특성을 적용했을 때, 사춘기 때처럼 온몸의 뼈에서 간지러움을 느꼈다.
아무튼 이 특성이 있으면 영리한 약자를 해제한 뒤에도 적의 추적을 피하거나 은신할 때 큰 도움이 된다. 게임을 할 때도 적을 유인하거나 함정을 팔 때 은밀 기동을 잘 써먹었으니까.
‘그 다음은….’
내가 죽이지 않은 샤크베어로부터는 ‘강화 내분비샘’을 불완전 특성으로 얻었다. 이걸 내부기관 계열 특성인 ‘근육 보강’과 융합하면 ‘버서크 시냅스’라는 특성을 얻을 수 있다.
버서크 시냅스는 특수한 화학 물질을 분비해서 신체 능력을 훨씬 강화시키는 융합 특성이다. 이 특성이 있으면 전보다 훨씬 빨라지고, 힘도 강해지며, 생명력도 늘어난다.
덕분에 게임에서도 특별한 점은 없지만 범용성이 높은 특성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지금 내게 꼭 필요한 특성 중 하나야.’
버서크 시냅스는 몸에 저장된 에너지를 한층 더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특성만 있다면 사냥의 표상이나 ‘신의 회초리’의 에너지 소모율을 낮출 수 있다.
‘이후에 샤크베어도 찾아보자.’
불완전 특성을 융합 재료로 사용하려면 동일한 특성이 2개 필요하다. 버서커 시냅스를 융합시키려면 그 재료인 강화 내분비샘을 한 번 더 얻어야 한다.
그걸로 나는 텍스트박스를 해제했다.
둥지의 조율도 모두 마쳤기에 나는 늪에 조용히 몸을 담갔다. 몸을 따뜻하게 감싸는 열기 속에서 나는 이후에 해야 할 일들을 떠올렸다.
‘이제부터는 장기전이야.’
새로 얻은 특성에 대한 실험도 끝났고, 새 둥지도 확보했다. 애들도 빠르게 회복 중이니 슬슬 아드하이를 데려오기 위한 준비를 할 차례다.
녀석을 데리고 간 화이트 갤러곤은 꽤 똑똑한 것으로 보이니 쉽지 않은 싸움이 될 터.
‘최대한 준비해야 해.’
좋은 전략과 뛰어난 실력을 마음껏 발휘하려면 그만큼 기반을 잘 다져놔야 한다. 그리고 에이모프에게 그 기반이란 다름 아닌 특성이다.
될 수 있는 한 다양한 종류의 특성을 다수 지니고 있어야 어떠한 적과 마주쳐도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글래셔 핀드, 아이스 호러, 갤러곤까지 있으면 다른 놈들도 있을 거야.’
용의 둥지 주변에 어떤 생물이 주로 서식하는지는 훤히 꿰뚫고 있다.
나는 잠들기 전까지 무엇부터 노릴지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