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진화하는 우주괴물이 되었다-196화 (197/400)

Ep. 196

「함께 다니니까 좋아.」

[즈즈(그래?)]

「작은애기도 있으면 좋겠어.」

[즈즈즈 즈 즈즈즈 즈즈즈(걱정 마. 꼭 데려올 거니까)]

「응!」

나는 머리 위에 올라탄 26호를 살짝 쓰다듬었다. 그러자 녀석도 촉수들로 내 뿔을 살살 어루만졌다.

「…저 모습만 보면 귀여운데 말이야.」

“메인 컨트롤러로부터 분석 불가능한 신체반응이 감지됩니다.”

「무슨 의미인지 얼추 알 것 같은데.」

“중간애기의 발언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정보 공유를 요구합니다.”

「그, 그걸 왜 나한테 물어?」

푹 쉬며 부상을 회복한 뒤, 나는 애들과 함께 둥지를 나섰다. 새로운 먹이를 함께 사냥하기 위해서였다.

‘이번 상대는 나 혼자 사냥하기는 까다로워.’

이번 적은 아이스 호러처럼 본인의 힘이 강하거나, 글래셔 핀드처럼 수많은 부하를 부리는 타입은 아니다. 그것과는 다른 의미에서 성가신 적이다. 이 얘기를 꺼냈을 때 하늘의 어머니도 진저리를 칠 정도였으니.

나는 PS-111과 투닥거리는 하늘의 어머니를 흘낏 쳐다 봤다.

‘저게 새로 변한 모습인가.’

아이스 호러의 심장, 그리고 내가 가져온 윈터워커의 심장까지 취한 덕분에 그녀는 웬디고의 힘을 얻었다.

스페이스 서바이벌의 웬디고는 전설로 전해지는 모습과 많이 다르게 생겼다. 이 세계의 웬디고는 뼈만 남은 검은색 수사슴이 두 발로 걷는 모습에 가깝다.

웬디고의 힘은 크게 두 가지 계열로 나뉜다. 냉기를 생성하는 등의 온도 조절 능력과 타 생물의 정신 교란 능력.

짧은 비행 능력과 육탄전에 능한 그리폰과 달리 전투 보조, 군중 제어에 특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개인전보다는 집단전에서 유리한 능력들이야.’

그래서인지 웬디고는 같이 활동하는 동료들에게는 사랑받는 편이다.

역설적인 건 정작 볼프 플레이어들에게는 인기가  없는 환수라는 점. 웬디고는 외모가 워낙 볼품없는 것으로 악명이 높기 때문이다.

‘분명 그랬는데….’

현재 하늘의 어머니의 모습에는 웬디고의 특징이 일부 반영된 상태였지만 딱히 나쁘지 않았다.

흰머리수리의 머리, 화려한 갈기, 황금색 털로 덮인 암사자의 몸 모두 같았지만 여기에 몇 가지 요소가 추가되었다. 머리에는 검은색 뿔 2개가 자라났고, 몸에는 검은색 물결무늬가 생겼다.

모두 그녀의 특전 덕분에 생긴 변화였다.

‘사냥신의 둔갑 껍데기라.’

일반적으로 볼프는 신격화 단계에 들어설 때 어떤 환수(幻獸)로 변신할지 고르게 된다. 설정상 이 환수는 볼프의 본질이나 다름없기에 한 번 정하면 절대로 변경할 수 없다.

그런데 하늘의 어머니가 지닌 특전, ‘사냥신의 둔갑 껍데기’는 이러한 제한을 받지 않는다.

그녀가 설명하길, 처음 선택한 그리폰 말고 추가로 4마리의 환수(幻獸)들 중 하나로 변신할 수 있다고 한다.

변신하는데 필요한 조건만 해금한다면, 한 달에 1회씩 해금한 환수로 변신할 수 있다. 가령 그녀가 여기서 웬디고로 변신한다면, 한 달이 지나기 전까지는 다른 동물로 모습을 바꿀 수 없다.

변신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은 어떤 환수냐에 따라 다르다. 웬디고의 경우는 최대 5일까지 지속된다고 한다.

그렇기에 그녀는 웬디고로 변신하지 않고 아껴두고 있는 중이다.

‘어차피 그리폰 상태에도 해금한 환수의 특징이 일부 반영된다니까.’

머리에 사슴뿔이 자라난 지금처럼 말이다. 또한 지금 그녀는 전혀 추위를 타지 않았다. 웬디고가 지닌 추위 면역 특성 덕분이었다.

‘추가 환수로 둘을 해금했으니 이제 두 마리 남았네.’

변신 가능한 환수를 해금하는데 필요한 재료는 대체로 웬디고와 비슷한 난이도라고 한다. 즉 에이펙스급 괴물을 잡아야 한다는 것.

향후에는 26호의 성장과 함께 그녀에게 도움이 될 만한 괴물도 알아보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웬디고 전에 다른 환수도 해금했던데, 그건 어떻게 얻은 거지?’

문득 든 의문점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데, 하늘의 어머니가 나를 불렀다.

「어디부터 돌아볼 생각이야? 무턱대고 찾기 시작하면 한참 걸릴 걸.」

[즈즈즈즈 즈즈 즈즈즈즈(북쪽으로 가 볼 생각이야)]

「북쪽?」

우리의 둥지는 산맥 초입 부근에 있는 숲속 한가운데에 있다. 북쪽으로 쭉 올라가면 산맥을 이루는 산들이 나온다.

오늘은 그 수많은 산들 중 하나를 뒤질 계획이다.

[즈즈즈 즈즈즈 즈즈즈즈 즈즈즈즈즈(쌍둥이 모양의 봉우리에서 봤다고 했지?)]

“중간단말기 기능을 잃지 않았을 때 보고받은 바에 의하면 그렇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PS-111에게 내가 찾고자 하는 생물들을 본 적 있는지 물어 봤다.

뮤턴트 스크리머들 중에서 중간단말기 역할을 하던 녀석은 하급 개체들이 전달한 정보들을 기억하고 있었다. 내가 사냥하려는 생물도 PS-111의 하급 개체들이 발견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쌍둥이 봉우리에서 목격했다라.’

이번에 노리는 적은 사냥터가 매우 광범위하다는 특징을 지닌다. 산맥 초입의 숲과 가까운 쌍둥이 봉우리에서 목격했다면, 이 주변 전부가 전부 놈의 활동 범위라고 봐야겠지.

‘놈은 아주 높은 곳에만 둥지를 지으니까 위에 둥지가 있을 수도 있어.’

쌍둥이 봉우리는 얼음 평야에서 보일 정도로 높다. 직접 가서 확인해야 알겠지만 놈이 서식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어차피 아드하이를 구하려면 놈은 무조건 잡아야 해.’

갤러곤과 싸우려면 절대적으로 필요한 능력이 있다.

바로 비행 능력.

그것도 일반적인 비행이 아니라 고속 이동과 우주 항해가 가능할 정도의 능력이 필요하다.

갤러곤들은 해츨링부터 시작해 종족 전체가 하늘을 날 수 있다. 아드하이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갤러곤에게 비행 능력은 전투에서 적극적으로 사용된다.

게다가 화이트 갤러곤은 그린 갤러곤이 지닌 ‘초가속’ 능력 말고도 공중전에 유용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런 놈들과 맞서려면 나 또한 강력한 비행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비행 능력이라면 스카이웨일도 지니고 있지만….’

스카이웨일은 자연에 존재하는 무형의 에너지를 흡수하며 사는 존재다. 이곳은 사이킥 파워가 고도로 농축된 용의 둥지가 있는 행성이니 스카이웨일도 만나볼 수 있을 거다.

문제는 녀석들은 죽기 전까지 절대로 땅에 내려오지 않는다는 것. 비행 능력이 없는 이상, 놈들과 만나는 것조차 쉽지 않다.

갤러곤을 잡는다면 비행 관련 특성을 얻겠지만, 놈들은 무리 생활을 한다는 문제가 있다.

결국 마지막으로 남은 것이 지금 쌍둥이 봉우리에 가서 찾으려는 존재, ‘크리스털윙’이다.

[즈즈 즈즈즈 즈즈즈즈즈 즈즈즈 즈즈즈즈(오늘 목표는 크리스털윙 둥지를 찾는 거야)]

「그 지겨운 작업을 여기서도 해야 하다니.」

하늘의 어머니는 질린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때 26호가 촉수로 내 머리를 쿡쿡 찔렀다.

「큰애기야, 크리스털윙이 뭐야?」

[즈즈즈즈 즈즈즈 즈즈 즈즈즈즈(반짝이는 날개를 지닌 동물이야)]

「날개?」

생소한 개념이라 그런지 녀석이 모르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즈으으으 즈즈즈(아드하이에게 달린 거)]

활공 피막이라도 펼쳐서 보여주고 싶었지만, 영리한 약자 상태라 활공 피막은 사용 불가다. 그래도 똑똑한 녀석답게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금방 알아챘다.

「파닥파닥하는 거구나! 파닥파닥!」

[즈즈(그래)]

26호가 촉수 두 가닥을 뽑아서 팔랑팔랑 흔들었다.

실제 아드하이의 비행은 공중에서 우아하게 유영하는 것에 가깝다. 녀석이 묘사한 것과 다르지만, 뜻은 통했으니 상관없지 않을까.

그렇게 우리는 쌍둥이 봉우리를 향해 북쪽 방향으로 계속 나아갔다.

산과 가까워질수록 주변 풍경도 점점 달라졌다. 나무가 줄어드는 대신 지형이 험해졌다.

수십m에 달하는 얼음덩어리가 땅에 아무렇게나 박혀 있거나, 깊이를 알 수 없는 크레바스가 있는 등. 그야말로 순수한 자연 그 자체였다. 내가 인간이었다면 절대 이곳에 오고 싶지 않았겠지.

‘물론 우리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지만.’

나는 발로 강하게 땅을 박찼다. 내 몸이 허공을 날아 폭이 수십m에 달하는 크레바스를 뛰어넘었다.

「재밌다!」

그럴 때마다 머리 위에 있던 26호는 즐거워했다. 내 뒤에 있던 하늘의 어머니와 PS-111 또한 가볍게 도약해서 따라왔다.

다들 신체 능력 하나는 탁월하다 보니 험난한 지형 정도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산에 도착한 이후에는 절벽, 혹은 절벽이나 다름없이 가파른 경사가 우리를 반겨 줬다. 마찬가지로 별 문제없었다. 우리의 이동 속도는 조금도 떨어지지 않았다.

도중에 허기가 지면 산에 돌아다니는 야생생물들을 사냥했다. 절벽에 붙어서 조심스럽게 이동하던 스노우밴시들이 주 희생양이 되었다.

「저기에 한 마리가 더 있어.」

“공격하겠습니다.”

하늘의 어머니가 뛰어난 시각으로 먹이를 발견하면, PS-111이 꼬리에 달린 데몰리셔로 놈을 공격한다.

“끽!”

물질을 분해시키는 에너지탄에 맞아서 떨어지는 스노우밴시. 절벽 아래로 낙하하던 놈의 몸이 허공에 고정된 것처럼 멈춘다.

「얍!」

26호가 촉수를 흔들자 놈의 몸이 부르르 떨다가 풍선 터지는 소리와 함께 쪼개졌다. 박살 난 신체 부위는 총 4개로 나눠져서 고기 경단처럼 변해 버렸다. 쏟아지던 핏물 또한 물리법칙을 역행해 고기 덩어리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대단한데.’

씨 데몬답게 녀석은 굉장히 능숙하게 사이킥 파워를 조종하고 있었다. 며칠 전 싸웠던 제이슨도 저 정도 실력은 보여 주지 못하리라.

26호는 절벽에 매달린 우리에게 스노우밴시였던 고기 덩어리를 하나씩 건넸다.

「큰애기야, 이거 먹어.」

[즈즈즈(고마워)]

굳이 안 그래도 되는데도 녀석은 내 입에 직접 고기 덩어리를 넣어줬다.

쫄깃한 식감에 살짝 간장향이 도는 염장고기 맛이 입 안을 가득 채웠다. 어제 느낀 것처럼 스노우밴시의 고기에서는 육포와 말린 오징어 맛이 났다.

‘생긴 것은 도롱뇽을 닮았는데 신기하다니까.’

중간에 간간이 배를 채우며 이동한 우리는 한참이 지나서야 쌍둥이 봉우리 부근에 도착할 수 있었다.

위로는 잿빛 구름으로 가득 찬 하늘이 보였고, 앞에는 이 봉우리와 같이 합을 맞추는 또 다른 봉우리가 보였다. 그리고 그 봉우리 뒤에는 쌍둥이 봉우리와는 드넓게 펼쳐진 능선이 보였다.

고개를 내리니 산 아래에 깔린 검은색 나무들은 가지들 위에 눈이 쌓인 탓에 하얀 나무처럼 보였다. 눈이 쌓인 숲 너머에는 얼음의 평야가 끝없이 이어졌다.

‘…아름답네.’

봉우리에서 내려다본 이 얼어붙은 대지는 놀라울 정도로 장관이었다. 이렇게 대단한 풍경은 26호와 함께 버블아메바들을 만났을 때 이후 처음 봤다.

‘이 세계에 오지 않았다면 이런 건 평생 못 봤겠지.’

자연이 만든 위대한 조형물에 감탄하는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옆에 있던 하늘의 어머니도 멍하니 풍경을 감상하고 있었으니까.

「친구야, 안 추워?」

“저는 영하 150도 이하에서도 이상 없이 활동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대단해!」

“메인 컨트롤러의 칭찬에 감사드립니다.”

우리와는 감성이 많이 다른 26호와 PS-111은 아무런 감흥을 못 느끼고 있었지만 말이다.

아무튼 목적지에 도착했으니 함께 봉우리 인근을 돌아봤다. 돌아다니기 시작한 지 몇 분 지나지 않아 원하는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네 말대로야. 근처에 크리스털윙의 둥지가 있어.」

그녀는 부리로 물고 있던 가지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산 주변의 숲을 구성하는 나무의 가지들이었다. 다만 일반 가지와 다른 점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나뭇가지에 보석 알갱이들이 박혀 있다는 것이었다.

‘둥지를 만들기 위해 물어온 가지야.’

저 보석처럼 생긴 알갱이는 크리스털윙의 침이 말라붙으면서 생긴 물질이다.

크리스털윙의 체액은 시간이 지나면 보석과 비슷하게 생긴 물질로 변형된다. 보기에는 보석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광물조차도 아니다.

‘사실 보석과 비교하면 실례지.’

놈의 체액은 보석보다 압도적으로 비싸니까. 체액 결정은 특별한 전자기장을 방출하는 특성이 있어서 고급 합금 개발이나 함선 컴퓨터의 재료로 사용된다. 내가 에이모프가 아니었다면 이 둥지 하나를 발견한 것만으로 군함 하나를 살 정도로 돈을 벌 거다.

그런 의미 없는 생각을 하며 반짝거리는 가지들을 따라갔다. 드문드문 보이던 보석 가지가 점점 늘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앞에 빛나는 보석의 둥지가 나타났다.

갤러곤의 경우도 둥지에 보석을 깔지만, 저런 형태로는 만들지 않는다. 저건 필시 크리스털윙의 둥지다.

‘좋아. 둥지는 찾았어.’

나는 26호를 잠시 내려놓고, 하늘의 어머니와 함께 둥지를 살펴봤다.

둥지에 바싹 얼어서 미라화된 시체가 있는 것을 보니 둥지를 비운지 시간이 제법 지났다.

「수는 몇 마리 같아?」

[즈즈 즈즈즈 즈즈즈(내가 보기에는 최소 둘)]

「둘이라고? 알을 낳은 흔적도 없는데?」

[즈즈즈즈 즈즈즈 즈즈즈 즈즈즈즈 즈즈즈 즈즈즈즈(이 부분은 보강한 흔적이야. 수컷이 둥지를 지었어)]

「아직 젊은 부부인가.」

상대의 수는 최소 둘. 이제 막 만난 수컷과 암컷 조합이다.

크리스털윙은 짝짓기 이후 수컷이 둥지를 지으면 암컷이 그 위에서 알을 낳을 준비를 한다. 만약 알이 생긴다면 암컷은 알을 돌보고, 수컷은 밖에 나가 먹이를 구해 온다.

내가 말했듯, 이 둥지에는 수컷이 열심히 보강한 흔적이 있다. 그런데도 수컷, 암컷 모두 없는 것을 봐서는 함께 먹이를 구하러 간 것으로 추측된다.

‘먹이가 그렇게 부족한 느낌은 아니었는데.’

둥지를 지었으니 둘 중 하나는 남아서 집을 지켜야 할 텐데 의외다.

‘어쩌면 갤러곤 때문에 운신의 폭이 좁아져서 그럴지도.’

갤러곤과 크리스털윙은 야생에서 상위 포식자의 지위를 점한다. 서로가 먹이 경쟁자이기 때문에 보는 즉시 공격한다.

다만 크리스털윙은 그린 갤러곤보다 강하고 화이트 갤러곤보다는 약하므로 양측이 부딪치면 대개 무리를 짓는 갤러곤이 승리한다. 크리스털윙도 자기가 열세라는 것을 잘 알기에 상위 포식자임에도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편이다.

문제는 이 행성에 있는 갤러곤 무리가 최소 둘이라는 것. 갤러곤이 점유한 영역 또한 두 배라 봐야하니 크리스털윙 입장에서는 먹이를 구하기 쉽지 않으리라.

「정착한 상태라 해도 문제야. 사냥을 나간 거면 언제 돌아올지 모르니까.」

[즈즈 즈즈즈(그건 그렇지)]

크리스털윙은 한 번 사냥에 나서면 장기간 동안 둥지에 돌아오지 않는다.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반년 동안 밖에 싸돌아다니며 먹이를 구한다. 알이 있는 상태라면 그 기간이 확 줄어들지만 지금은 그 요행을 기대할 수 없다.

「어떻게 할래? 기다릴까? 아니면 다른 둥지를 찾아볼까?」

하늘의 어머니가 물었지만, 나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어느 쪽이 이득일까.’

아드하이가 납치되지 않았다면 장기간 대기하는 것도 고려해 보겠지만, 현 상황에서는 그럴 수 없다. 내가 가진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니.

‘그렇다고 다른 둥지를 찾는 것도 쉽지 않아.’

이 산맥에는 수백 개가 넘는 봉우리가 있다. 그 외 크리스털윙이 살 만한 서식처들까지 포함한다면 찾는데 족히 수천 곳은 넘을 터. 그곳들을 일일이 다 돌아볼 수 없는 노릇이다.

‘둥지를 찾은 이상, 남은 선택지는 하나뿐이야.’

[즈즈즈즈 즈즈즈즈 즈즈즈(이틀까지만 기다려 보자)]

하늘의 어머니는 내 의견을 존중한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기다렸는데 크리스털윙이 오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다. 리스크를 감수하고 갤러곤을 노리던가, 아니면 날개가 달린 생물들이라도 잡는 수밖에.

그걸로 둥지를 만든 지 하루도 안 돼서 노숙이 결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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