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진화하는 우주괴물이 되었다-199화 (200/400)

Ep. 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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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구원자?」「이해」「불가」

함 오르트가 전해준 사실을 아드하이는 믿기 힘들었다.

「나」「몸」「작음」「힘」「약함」「구세주」「불가」

태어났을 때부터 작고 왜소한 몸을 지닌 그녀다. 운이 좋아서 좋은 인연을 만난 덕에 성장할 수 있었지만, 그녀의 신체는 여전히 작다. 힘이라면 모를까, 몸 크기는 헤츨링보다 작을 정도니까.

그런 그녀가 구세주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너」「작은 것은 맞다」「하지만」「첫 번째 반려」「가르쳐 줬다」「구세주」「별의 힘」「관련이 있다고」

「첫 번째 반려?」

함 오르트가 세 번째 반려인 것처럼 그녀보다 앞서 흑룡과 맺어진 암컷들이 있었다. 그중 가장 첫 번째로 맺어진 암컷은 서열 5위의 고룡(古龍)이었다.

「첫 번째 반려」「어디 있음?」

「죽었다」

「!」

「오드 그라드」「진실」「두려워했다」「그래서」「죽였다」

그 말을 들은 아드하이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노화로 인해 서열이 많이 떨어지긴 했지만 첫 번째 반려는 무리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동족이다. 존경받는 걸로 따지면 위대한 오드 그라드만큼이나 동족들의 존중을 받는 개체다.

그런데도 첫 번째 반려를 죽였다니. 함 오르트가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아드하이는 자기의 감각을 최대한 발휘해 순백의 암컷을 살폈다. 그녀의 사이킥 파워들이 뻗어 나가 함 오르트의 몸을 건드렸다. 함 오르트도 딸이 자기를 감시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가만히 있었다.

일련의 작업 끝에 아드하이가 확인한 것은 적어도 함 오르트는 그렇게 믿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첫 번째 반려의 죽음은 아드하이에게도 애석한 일이었다. 그녀는 무리 중에서 아드하이에게 잘 대해준 유일한 동족이었으니까.

심지어 그녀의 생모인 함 오르트보다도 더.

하나 첫 번째 반려가 남긴 말과 그녀가 정말 특별한 존재인지는 별개의 이야기였다.

함 오르트는 그녀가 별의 힘을 지녔다고 했지만, 그녀에게 딱히 와닿는 얘기는 아니었다. 진짜로 그런 힘이 있었다면 이곳에 잡혀 오지도 않았을 터.

「유성의 딸」「구세주」「증거」「또 있다」

「?」

함 오르크가 앞발로 그녀의 풀빛 비늘을 가리켰다.

「성장」「동족보다도」「빠르다」

「나」「직접」「사냥」「먹이」「많이」「포식」

그녀가 반박했지만 함 오르트는 고개를 저었다.

「틀린 말」「아니다」「하지만」「너무」「빠르다」「동족」「성장」「힘」「먹이」「많이」「많이」「필요하다」

아드하이는 어린 나이에 추방되었기에 잘 모르지만, 함 오르트는 안다.

이 별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딸의 흔적을 발견했을 때 그녀는 느꼈다. 유성의 딸이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성장했다는 것을.

그녀와 함께 태어난 동족들 중 비늘색이 물색에서 풀색으로 바뀐 개체는 꽤 있다. 그들은 덩치, 몸에 비축한 힘 모두 그녀보다 뛰어나다.

하지만 함 오르트는 느끼고 있다. 앞에 있는 이 작은 딸의 몸이 그녀와 동일한 비늘, 순백의 옷으로 갈아입게 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유성의 딸은 용의 힘이 흐르는 둥지가 주는 혜택을 전혀 받지 않았음에도 이만큼 성장한 것이다. 추방된 존재가 오히려 모든 혜택을 받은 동족들보다 성장이 빠르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답은 간단했다.

첫 번째 반려가 죽기 전 말했다. 구세주는 보기에는 비루하지만 어마어마한 잠재력을 지녔다고. 그 잠재력을 해방시킬 조건만 갖춰진다면 유성의 딸은 전설로만 전해지는 존재로 개화할 수 있을 거다.

「유성의 딸」「특별한 먹이」「필요하다」

「특별한 먹이?」

「왕들의 육신」「필요하다」「따라와라」

몸을 충분히 지진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가 동굴 밖으로 나가자 아드하이도 재빨리 그녀 뒤를 따라왔다.

유성의 딸을 데려온 날부터 함 오르트는 쉬지 않고 줄곧 사냥을 나섰다. 유성의 딸에게 줄 먹이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오늘 낮, 아주 먼 곳에 존재하던 괴물을 사냥하는데 성공했다. 그 괴물은 다 자라지 않았음에도 몸이 매우 거대했다. 그녀 혼자서는 들고 움직일 수 없어서 동족들이 함께 들고 날라야 할 정도였다.

「저건?」

함께 숲에 들어온 아드하이가 사념파를 흘렸다. 그들 앞에는 거대한 짐승의 시체가 놓여 있었다. 그 생물은 온몸이 여러 조각으로 찢어져 있었는데, 하나의 조각 크기가 백색의 동족보다 클 정도였다.

짐승의 시체 앞에서 고개를 갸웃거리는 아드하이를 보며 함 오르트가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뱀의 왕」「미성숙」「개체」「함 오르트」「사냥했다」「유성의 딸」「성장」「촉매」

그녀는 자기 딸이 놀라는 모습을 기대했지만, 아드하이의 반응은 예상했던 것과 전혀 달랐다.

「나」「먹어봄」

「?」

「맛있었음」

「?」「?」

당황해하는 함 오르트.

아드하이는 그런 그녀의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이스 호러의 시체를 보며 입맛을 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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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한 나를 보며 크리스털윙이 주춤한다. 자기 몸에 반도 안 오던 생물이 자기보다 거대해져 나타났으니 당황할 만하지.

한 차례 포효한 나는 놈을 향해 돌진했다. ‘은밀 기동’ 효과 때문인지 발소리는 거의 소리가 나지 않았다. 단지 내 몸과 부딪쳐 부서지는 나무들의 소리만 무성할 뿐.

이어서 나와 크리스털윙이 충돌했다.

“쿠아악…!”

당황하느라 제대로 피하지 못한 놈이 비명을 지른다. 내 몸이 작은 크기였을 때도 내 뿔에 의해 날개가 찢어진 놈이다. 놈의 익장(翼長) 길이보다도 큰 내 몸에 부딪혔으니 멀쩡할 리 없다.

내 돌진으로 인해 날개 한쪽이 너덜너덜해진 놈이 입을 벌린다. 입자광선이 발사되기 직전, 26호의 지원이 날아들었다.

“쿠엑?!”

뿌리째 뽑힌 나무 하나가 날아와 놈의 입에 박혔다. 놈이 캑캑 거리는 동안 내 등에서 침식 촉수들이 뛰쳐나와 놈의 날개를 휘감았다.

날아다니는 새를 사냥한 뱀처럼 침식 촉수가 빠르게 조여든다. 넓적한 날개가 찢어지고 뼛조각이 튀어나온다.

나는 놈의 마무리하기 위해 아래턱을 크게 벌렸다. 턱이 양 갈래로 갈라지고 놈의 머리를 그대로 삼키려는데, 놈이 반격했다.

입에 들어간 나무를 씹어 삼킨 놈이 입자광선을 발사한 것이다.

엄청난 고열이 내 입천장을 달구는 바람에 급히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내 몸이 함선 외벽보다 단단한 것은 사실이지만 몸 안쪽까지 그런 것은 아니니까.

위기를 넘긴 놈은 입자광선으로 촉수가 휘감고 있는 날개를 향해 갈겼다.

“쿠아아아악!”

놀랍게도 놈은 광선을 쏴서 자기 날개를 찢었다. 날개를 망가트리는 것으로 촉수에서 벗어난 놈이 뒤로 재빨리 물러났다.

‘초재생 능력이라.’

갓 성체가 됐다고 생각했는데 제법이다. 자기 능력을 매우 잘 파악하고 있는 놈이다.

후퇴한 놈의 상처 부위에서 순식간에 새 날개가 자라났다. 방금 재생한 날개를 활짝 펼친 놈이 위로 날아올랐다.

놈도 자기가 근접전에서 불리하다는 것을 깨달았을 터. 크리스털윙의 장기인 공중에서의 포격전으로 전략을 바꾼 것이다.

‘하지만 포격전은 너만 잘하는 게 아니야.’

놈이 이렇게 나올 것이라고는 이미 예상한 바다. 나도 포격전을 준비하고 있었으니까.

숲 위에 떠오른 놈이 입자광선을 발사하려 했다.

동시에 내 목과 턱까지 자라난 촉수들이 움직였다.

검은색 광택으로 빛나는 갑각이 보라색으로 물든다. 몸에 잠재된 에너지가 사이킥 파워로 전환된 후 촉수 끝으로 모여든다.

용의 힘, 사이킥 브레스. ‘심연의 색채’를 활성화하지 않은 순정 상태다.

크리스털윙 수컷이 입자광선을 발사한 순간, 내 턱과 목에 달린 괴물의 촉수도 힘을 토해냈다.

검은 구름이 가득 낀 설원의 봉우리 위에서 청록색 빛과 보라색 빛이 격돌했다.

폭풍 속에 울리는 뇌성(雷聲)같은 굉음이 울리고 산 정상 전체가 크게 떨린다. 굉음이 가시기 전에 봉우리 아래로부터 하늘의 무너지는 소리가 들린다. 산 중턱에서 눈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놈과 나의 대결이 산 하나를 뒤흔들고 있다. 그리고 26호가 우리들의 힘겨루기에 끼어들었다.

나무, 바위, 얼음, 흙 등 온갖 지물들이 공중에 떠올라 거대한 드릴처럼 회전한다. 이전, 아이스 호러에게 치명적인 부상을 남겼던 26호의 기술이다.

그 모습을 본 크리스털윙이 재빨리 광선을 끊고 몸을 피했다. 나의 사이킥 브레스가 놈의 볏 위를 스쳐 지나갔다.

둘의 대결이 끊기는 순간, 26호가 만든 사이킥 드릴이 놈을 향해 발사되었다. 무형의 에너지 덩어리가 공기를 찢으며 날아가 놈의 한쪽 날개를 날려 버렸다.

“쿠, 쿠아아악!”

날려 버렸다는 표현은 비유가 아니다. 삽시간에 몸이 반쪽이 난 놈이 땅으로 추락한다.

그사이 나는 심연의 색채를 활성화했다. 선명한 보라색 빛을 띠던 촉수가 여러 색이 뒤섞인 옷을 입었다. 녹색과 보라색, 그리고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한 색들이 촉수에 감돌았다.

색채가 준비된 상태에서 나는 ‘공포의 주시자’를 활성화했다.

내 촉수로부터 빠져나온 에너지가 허공에 몽글몽글 뭉쳤다. 액체화된 에너지 덩어리는 불에 달궈지는 것마냥 끊임없이 들끓는 것처럼 보였다.

자아를 가진 것처럼 쉴 새 없이 꿈틀거리는 부정형 덩어리는 하나의 거대한 거품방울 형태로 변했다.

‘생각보다 큰데?’

불길한 색채로 번들거리는 거품방울은 지름만 5m 정도 될 것처럼 보였다. 사냥의 표상 효과로 강화되어서 그런 것인지, 내 몸이 원래대로 돌아와서 그런 것인지 지금은 알 수 없다.

이윽고 거대한 거품방울이 목표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거품이 노리는 목표는 놈의 몸통. 모든 생물에게 악몽 같은 고통을 선사하는 거품방울이 공기를 가르며 날아갔다.

“쿠, 쿠악! 쿠악! 쿠아악!”

날아오는 공포의 주시자를 본 크리스털윙이 두려움 섞인 울음소리를 내뱉는다. 야생의 감으로 저 거품이 극도로 위험하다는 사실을 눈치챈 것이리라.

놈은 반격하는 대신, 몸을 날려서 거품을 피하려 했다. 만약 그 자리에서 입자광선을 쐈으면 그대로 방울이 터져 놈한테 쏟아졌을 거다.

‘그건 이미 예상했어. 다음 공….’

어차피 이번 공격은 블러핑용이었다. 그 다음 준비한 수를 꺼내려는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거대한 거품방울이 수십 개로 잘게 쪼개지더니 훨씬 빠른 속도로 놈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26호?’

그 방울들에는 하나도 빠짐없이 보라색의 가느다란 실선이 매달려 있었다. 그 실선의 주인은 내 뒤에 있는 26호였다.

녀석의 조력 덕분에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던 방울들이 크리스털윙 배 앞에서 터졌다. 거품이 터지자 그 안의 내용물이 놈의 머리를 뒤덮었다.

마치 맹물에 물감을 탄 것처럼 퍼져나가는 색채들. 색채가 닿자마자 놈은 제자리에서 우뚝 멈춰 섰다. 극한의 고통 때문에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던 거다.

놈이 움직이지 못하는 지금이 기회. 심연의 색채를 비활성화한 나는 두 번째 사이킥 브레스를 발사했다. 흩날리는 눈을 가르며 날아간 보라색 열선이 놈의 심장을 관통했다.

“…쿠.”

정신이 아득해지는 고통에 심장까지 잃은 상황. 크리스털윙은 비틀거리다가 그대로 눈 위에 쓰러졌다. 놈은 억울하다는 듯 한 차례 길게 한숨을 내뱉더니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예상보다 훨씬 수월하게 사냥했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방금 있었던 일이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 정도로 쉽게 끝날 줄은 몰랐는데.’

원래는 심연의 색채를 활용한 교란 전술로 제압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26호가 새로운 힘을 보여 준 덕에 준비한 수를 꺼낼 필요가 사라졌다.

‘사이킥 파워를 잘 다룬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내가 쓴 초능력 계열 기술에도 개입할 수 있을 줄이야.

‘보니까 심연의 색채가 적용된 기술에만 개입할 수 있는 것 같은데.’

안 그랬으면 처음에 내가 사이킥 브레스를 쐈을 때부터 보조해줬을 터.

‘아니면 공격의 형태와 관련이 있나?’

열선처럼 밀집된 에너지 덩어리는 컨트롤하기 어려워도 거품처럼 크기가 작고 발사 속도가 느린 공격만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뭐가 됐든 대단한 성과야.’

설령 내 초능력 계열 공격 전부를 녀석이 개입할 수 없더라도 상관없다. 강화된 공포의 주시자만이라도 녀석이 컨트롤해 줄 수 있다면 훨씬 다양한 방법으로 응용할 수 있으니까.

나는 무의식적으로 녀석를 돌아봤다. 내 얼굴을 마주한 녀석이 촉수 하나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될 것 같아서 해봤어!」

자신감 넘치는 녀석의 한 마디. 거기에 내가 돌려줄 수 있는 말은 하나밖에 없다.

[즈즈 즈즈즈(아주 잘했어)]

「응!」

이번 크리스털윙 공략은 어디까지나 나의 기동력 향상을 위한 것이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소득을 얻었다.

당장 녀석을 들고선 칭찬해주고 싶었지만 아직 적이 남아 있다. 26호에 대한 공치사는 암컷까지 정리한 뒤에 하기로 하자.

[즈즈 즈즈즈(그럼 가 볼까?)]

「응. 중간애기랑 친구 도와주자.」

나는 녀석을 태운 채 봉우리 쪽에서 싸우고 있는 애들을 도우러 달려갔다.

수컷이 죽은지 대략 5분 정도 지난 후.

이름 모를 봉우리 위에서 찬란히 빛나는 보석 날개 두 쌍이 나란히 쓰러졌다.

이틀간의 기다림 끝에 크리스털윙 두 마리를 사냥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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