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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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트 제국의 사회와 제도는 메가콥이나 스타유니언과 많이 다르다. 서로 전혀 다른 환경에서 문명을 발전시켜왔으니 당연히 그럴 것이다.
가령 컬트 제국 함대에 탑승하는 지식관리자는 메가콥이나 스타유니언에는 없는 개념이다. 굳이 비유하자면 이들은 다른 세력의 정보 저장 시스템과 함선 엔지니어가 합쳐진 존재라 볼 수 있다.
지식관리자는 항해 중에는 뛰어난 지식을 활용해 함장을 보좌하고, 유사시에는 함선 수리를 도맡아 처리한다. 업무의 중요성 덕분에 어느 함선이든 지식관리자는 전사장만큼이나 존중받는다.
하지만 그 대단한 직책도 지금 상황을 타파하는 것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함장을 죽인 침입자는 상황실에 있는 승무원들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그 괴물은 지식관리자도 모르는 존재였다. 여덟 개의 크고 작은 팔과 그 끝에 달린 날붙이들, 창백한 여성의 얼굴, 흉측한 꼬리를 가진 기계 생물이라니. 마치 악몽에서나 나올 법한 형상이었다.
지식관리자는 제국과 경쟁하는 다른 세력에 대해 잘 알고 있기에 열심히 머리를 굴렸지만 놈의 정체를 밝히는 것은 역부족이었다.
그나마 놈의 외형적 특징에 부합할 존재라고 한다면 스타유니언의 저주받은 생체병기, 스크리머일 것이다.
다만 그가 알기로 스크리머는 놈처럼 다양한 무기를 사용하지 못한다. 반면, 저 끔찍한 혼종은 꼬리와 입으로부터 치명적인 에너지탄을 발사했다.
서늘한 남색으로 빛나는 에너지가 어떤 무기로부터 나오는지 지식관리자는 잘 안다. 신전수호단원이 주로 사용하는 무기, ‘데몰리셔’다.
“피해!”
“어, 어어?”
놈의 꼬리가 크게 한 바퀴 돈다. 꼬리의 움직임에 맞춰 물질을 분해하는 에너지탄들이 컬트들 머리 위로 쏟아진다.
어떤 자는 운이 좋아 피했지만, 어떤 자는 그러지 못했다.
“내, 내 팔이! 내 파아아아알…!”
“…꾸륵.”
물질 분해 효과로 인해 팔이 통째로 사라진 승무원, 운이 없게도 상반신에 맞아 하반신만 남은 컬트. 원래부터 그랬던 것처럼 피 한 방울 흐르지 않는 그 모습은 실로 섬뜩했다.
“놈의 꼬리를 노려!”
“소용없어! 입으로도 쏜다고!”“제길!”
그 말 그대로다. 함장의 목을 날려 버린 원흉이 바로 저 머리에서 날아온 에너지탄이었으니까.
설령 놈의 공격 수단이 꼬리뿐이라고 해도 상황이 나아질 가능성은 낮았다. 놈의 움직임이 너무 빨라서 전투원이 아닌 그들이 좁은 표적지를 맞추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지식관리자! 함장님이 전사했으니 그쪽이 지휘관이야!”
“어떻게 좀 해 봐!”
더 살펴보면 좋겠지만, 그 전에 승무원들이 전멸하게 생겼다. 숨어서 적을 관찰하던 지식관리자는 마침내 지시를 내렸다.
“속박이든 뭐든 상관없어! 놈의 움직임을 제한할 수 있는 기술이 있으면 그냥 쏟아 부어!”
짧은 시간이지만, 그가 봤을 때 놈은 사이킥 파워에 대한 내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였다.
그 근거는 놈이 컬트들이 쏘는 사이킥 라이플을 최대한 피하려 한다는 점.
함교에 비치된 사이킥 라이플은 그리 화력이 좋은 무기는 아니다. 급박한 상황이 닥쳤을 때, 비전투원도 싸울 수 있도록 준비해 놓은 물건에 불과하다.
하지만 놈은 아까부터 계속 회피 위주의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이쪽이 화력이 달린다는 것은 진작 알아차렸을 텐데 말이다.
따라서 적은 사이킥 내성이 떨어진다고 추정할 수 있다.
지식관리자의 외침에 염소뿔의 컬트들이 사이킥 파워를 끌어 모으기 시작했다. 자기가 배운 지식 중 적의 조금이라도 붙잡을 수 있는 기술들을 꺼내 들기 위해서였다.
상황실을 가득 채울 정도로 강렬한 에너지의 흐름이 놈을 얽어맸다. 그러자 마구 날뛰던 놈의 움직임이 둔해졌다.
“키릭?”
몸의 이상을 느끼고 놈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놈의 움직임이 느려지다가 마침내 멈췄다.
놈이 피처럼 새빨간 눈을 데굴데굴 굴린다. 자기 몸에 발생한 이상을 살피려는 것이리라.
이윽고 여덟 개의 팔들이 부들부들 떨며 움직이려 들었다.
“엄청난 힘이야!”
“빨리 놈을 끝장내야 해!”
놈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파열음, 놈을 붙잡으려는 컬트들의 신음 소리로 상황실이 시끄러워졌다.
최대한 빨리 놈을 끝장내야 한다. 기술을 사용 중인 컬트를 제외한 나머지가 라이플로 놈의 머리를 조준했다.
그들의 총구가 막 불을 뿜으려는 순간, 지식관리자는 자기 눈을 의심했다.
아무도 없던 문가에 무언가가 서 있었기 때문이다.
그 존재는 컬트와 비슷하게 머리에 뿔이 달려 있었다. 키 또한 비슷했고, 두 발로 서 있었다. 하지만 지식관리자는 그 모습을 보고 조금의 친밀감도 느낄 수 없었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저 존재는 그들이 붙잡은 기계생물만큼이나 위험하다고.
문가에 서 있던 놈의 눈이 움직인다. 선명한 호박색 눈동자가 지식관리자를 향했다.
놈과 시선을 마주한 순간, 지식관리자는 호박색 눈동자가 파랗게 빛난다고 느꼈다. 그는 급히 동료들을 부르려고 했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그를 부르는 목소리가 있었다.
“배고파!”
“?!”
귓가에 속삭이듯 나지막하게 들리는 말에 그가 화들짝 놀랐다. 고개를 돌렸지만 그의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방금 그건…?’
“배고파 죽을 것 같아!”
“!”
방금까지 속삭이던 느낌이었던 목소리가 이제는 뇌를 뒤흔들 정도로 쩌렁쩌렁 울렸다. 지식관리자는 라이플을 내던지고 양손으로 귀를 막았다.
“배고프다고!”“제발!”“배고파!”“고기! 고기를 줘!”“뭐라도 뜯어먹고 싶어!”“주변에 먹을게 잔뜩 있어!”“빨리!”“물어뜯어!”“찢어 죽여!”“내장!”“간을 뽑아주마!”“피! 피를 마시고 싶어”“뼈를 발라버려!”
귀를 막아도 꽂히는 원념으로 가득찬 저주가 속삭인다. 옆에 있는 자들을 죽이라고. 그들의 고기로 배를 채우라고 말이다.
그는 어떻게든 견뎌 내기 위해 애썼지만 목소리들은 그를 빠르게 잠식해나갔다. 그가 지닌 뛰어난 지식과 이성은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사그라졌다. 그 빈자리를 대신한 것은 끝없이 부풀어 오르는 광기였다.
“지식관리자! 어떻게 해야…어?”
“그, 그으으….”
동료들이 그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다. 그 자리에 지식관리자는 더 이상 없었다.
그저 얼음처럼 차가운 악령에 사로잡힌 희생자만 있을 뿐.
“그아아아아악!”
“으아악!”
악령의 노예가 된 지식관리자가 동료들에게 달려든 순간, 상황실 밖에 있던 괴물도 안으로 들어왔다. 금색 털 바탕에 검은색 줄무늬, 머리에 뿔이 달린 괴물은 기계생물을 속박하고 있는 자들에게 달려들었다.
놈의 예리한 손톱이 번뜩일 때마다 컬트들이 피를 쏟으며 쓰러졌다. 동료들이 하나둘씩 쓰러지자 기계생물의 속박도 얼마 버티지 못하고 풀렸다.
컬트들을 잔인하게 찢어 죽이는 괴물 두 마리, 그리고 갑자기 미쳐 버린 지식관리자.
상황실에 있던 컬트들의 수는 빠르게 줄어들었다.
정확히 9명이 남았을 때, 놈들은 살육을 멈췄다. 이족보행의 괴물은 컬트의 컴퓨터 앞에 가서 뭔가를 건드리기 시작했다.
그동안 여덟 개의 팔이 달린 괴물은 쓰러진 컬트들을 ‘흡수’하고 있었다.
비유가 아니었다. 놈은 갈고리 손톱이 달린 손으로 시체의 생기를 빨아먹었다. 놈의 손이 시체에 닿을 때마다 시체가 순식간에 퍼석해지더니 머지 않아 미라처럼 말라붙어다.
문제는 바닥에 누운 컬트 중에는 아직 살아 있는 자들도 있었다는 것. 심한 상처를 입어서 제압당한 자들도 놈의 희생양이 되었다.
“그, 그만둬! 그, 그러지 마아아그그그극!”
놈의 손이 다리가 잘려 죽어 가던 컬트에게 닿았다. 산 채로 괴물에게 흡수당하는 고통에 그가 비명을 질러댔다. 그의 고통이 얼마나 심한지는 비명을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모든 작업이 끝났을 때, 그의 몸은 3분의 1로 줄어들었다. 컬트의 시체에서 손을 뗀 놈이 기계로 이루어진 혓바닥을 빼서 손톱을 핥았다.
놈이 새 먹이를 노리려는 순간, 상황실 바닥이 흔들렸다. 그러자 컴퓨터를 만지고 있던 놈도, 컬트들을 잡아먹던 놈도 모두 움직임을 멈췄다.
상황실을 울리는 진동이 점점 가까워졌다. 아까 놈들이 문을 부술 때마다 훨씬 큰 진동이었다.
남아 있는 컬트 9명은 그 진동을 누가 만드는지 금방 눈치챘다. 악몽 같은 시간을 끝내기 위해 기어 오는 존재.
「그그그그그」
그것은 더 큰 악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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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즈즈즈즈(고생했어)]
「고생은 무슨. 한두 번 해 본 일도 아닌데.」
[즈즈(하긴)]
상황실은 그야말로 피바다였다. 여기저기에 흩어진 육편들과 바닥에 줄줄 흐르는 핏물로부터 맛있는 냄새가 진동을 했다.
모두 컬트들이 흘린 흔적들이었다. 상황실의 구석에는 9명의 컬트들이 무장 해제된 채로 벌벌 떨고 있었다.
「배를 숨기려면 필요할 것 같아서.」
[즈즈즈 즈즈즈(고마워. 잘했어)]
이 우주선은 우리가 행성을 떠날 때 요긴하게 쓸 예정이다. 당장 침식할 생각이 없기에 어딘가에 숨겨둘 생각이다.
‘그러려면 관리할 승무원들이 있어야겠지.’
나는 오랜만에 ‘의태 기관’을 활성화했다. 내 몸 속에 저장된 5개의 유전자 정보 중 하나가 내 몸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내 입과 목 사이에 위치한 발성기관은 전송받은 유전자 정보를 바탕으로 재구성되었고, 합성비늘과 외피, 갑각에 자리 잡은 아주 작은 구멍에서는 새 페로몬을 내뿜을 준비를 마쳤다.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리 와라.”
내 입에서 동족의 목소리가 나오자 9명 모두 크게 놀란다. 나를 바라보던 그들의 얼굴이 서서히 새하얗게 질린다.
의태 기관의 페로몬 때문에 그들 눈에는 내가 컬트로 보일 것이다. 다만 내 덩치로 인해 심한 위화감을 느끼겠지. 괴물이던 존재가 갑자기 불길한 느낌을 풍기는 동족으로 변했으니 절대로 가까이 오고 싶지 않으리라.
‘그들에게 자유는 없지만.’
구름 위에 떠 있는 순양함에서 그들이 도망칠만한 곳은 없다. 컬트 생존자들은 사형장에 끌려가는 죄수처럼 내게 다가왔다.
상황실 밖 복도에서 엎드리고 있던 나는 그들에게 기생충을 심었다. 첫 타깃이 된 자가 마구 날뛰기에 침식 촉수로 먹어 버렸는데, 그다음부터는 고분고분하게 말을 잘 들었다.
“이 배를 착륙시켜라.”
“…예.”
나는 그들에게 나의 둥지가 위치한 장소 주변에 착륙할 것을 지시했다. 하나 같이 잿빛이 된 얼굴을 한 컬트들이 순양함의 조율 작업을 시작했다.
‘내가 직접 하면 좋겠지만….’
현재 나는 준성체가 됐을 당시보다 덩치가 훨씬 커졌다. 길이 자체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 뼈 야수 특성으로 인해 두껍게 자란 갑각, 그리고 접었지만 여전히 부피를 많이 차지하는 날개까지.
상황실에 들어가기는커녕 복도에 엎드리고 있어도 몸이 꽉 찰 지경이다. 이 상태로 억지로 들어가서 컴퓨터를 조종해 봐야 망가트리기나 할 터.
그렇게 엎드린 상태로 나는 PS-111을 불렀다.
[즈즈즈즈즈 즈즈즈즈 즈즈즈즈(필요할 것 같아서 데몰리셔 챙겨 왔어)]
“감사합니다. 그것보다는 ‘에이모프’가 들고 있는 다른 도구가 더 필요합니다.”
[즈즈(이거?)]
PS-111은 내 가슴 쪽 작은 팔이 쥐고 있는 전리품들을 바라봤다. 신전수호단원들을 사냥한 뒤, 그들의 장비를 챙겼다.
갤러곤의 발톱검과 강화복의 일종인 용린복(龍鱗服), 그 외 잡다한 부무장들이 내 손에 있다.
이전에 뮤리엘과 싸운 이후, 중요한 장비들은 백팩에 넣어 따로 챙겨두거나 했다. 블러드 리버라든가, 제사장의 황금창, 혹은 조율자 등등.
뇌신을 포식하고 얻은 ‘신의 회초리’로 큰 이득을 보고 있는 중이라 바꾸지 않고 있지만 말이다.
이번에 얻은 장비들도 둥지에 가져다 둘까 생각 중이었는데, PS-111이 관심이 생기나 보다.
[즈즈즈즈 즈즈(원하는 게 있어?)]
“사이킥 파워와 특정 생물의 유전자 정보를 함유한 은색 도구가 필요합니다.”
녀석이 고른 것은 갤러곤의 발톱검이었다. 손가락으로 무기를 집어서 건네주니 그대로 꿀꺽 삼켜 버렸다.
곧이어 녀석의 팔 중 낫 모양의 발톱이 달린 팔들이 변하기 시작했다. 검은색 낫이 끝부터 빠르게 은색으로 물들고, 전보다 굵기가 두꺼워졌다. 새로 변한 모습은 화이트 갤러곤의 발톱과 매우 비슷하게 생겼다.
낫 부위를 갤러곤의 발톱으로 대체한 녀석이 팔을 한 차례 흔들었다. 사이킥 파워로 이루어진 투명한 칼날이 튀어나와 상황실의 벽을 벴다.
“이제부터 사이킥 파워를 운용할 수 있습니다.”
자기가 만든 흔적을 본 녀석이 만족스럽게 끄덕였다.
‘신 모델이라더니.’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것과 달리 녀석의 보여 준 능력은 결코 가볍게 여길만한 것이 아니었다. 녀석의 정체는 뮤턴트 스크리머의 중간단말기 모델. 전투 병기의 프로토타입 같은 존재다.
즉 양산이 될 수도 있다는 것.
뮤턴트 스크리머 개발에 플레이어들이 참여하고 있다는 소리는 전에 이미 들었다. 어쩌면 그들과 싸울 때 PS-111 수준의 수백, 수천 마리의 스크리머와 싸우게 될 수도 있다.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하지만.’
지금까지 봐온 스크리머 중 PS-111과 비슷하거나 근접한 수준의 힘을 가진 개체는 하나도 없었다. 만약 다른 개체들이 PS-111와 비슷한 수준이었다면 플레이어들은 이미 우주를 정복하고도 남았겠지.
‘녀석의 상위 모델을 찾으면 확실해질 거야.’
우리가 발견했을 때 PS-111은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 덕분에 26호가 녀석을 아군으로 재부팅할 수 있었지만, 녀석의 메모리에 저장된 정보 중 상당 부분이 손상된 상태였다.
가령 처음 이 행성에 들어왔을 때의 작전이라든가, 전략 목표라든가 하는 부분은 녀석도 기억하지 못했다. 그 부분은 중간단말기 모델을 통솔하는 최상위 모델이 알고 있으리라.
‘피라 일레븐이라 했나.’
뮤턴트 스크리머들의 총지휘관. 놈도 스크리머인지, 아니면 안드로이드인지는 현재 알 수 없다. PS-111을 보며 향후의 계획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데 하늘의 어머니가 내게 다가왔다.
「방금 컴퓨터를 뒤져 봤는데 특이한 정보가 있어.」
[즈즈 즈즈(무슨 정보?)]
「그린 갤러곤으로 추정되는 생물이 접근했다가 돌아갔어.」
[즈즈즈즈 즈즈즈즈 즈즈즈즈(돌아갔다고? 정찰하러 나온 건가?)]
「그건 아닌 것 같아. 가까운 거리까지 접근하다가 후퇴한 것을 보니까 사냥하려고 했던 게 분명해.」
호전적인 성격을 지닌 갤러곤이 사냥감을 보고도 물러나는 경우는 드물다. 정찰 중이거나, 자기가 감당하기 어려운 강적과 조우했을 때만 몸을 피한다.
‘나 때문이려나?’
검은색 외피에 갤러곤처럼 큰 덩치와 촉수까지 지니고 있으니 상대가 미숙한 갤러곤이면 오해할 수도 있다. 세세한 외형에서야 차이가 나지만 구름에 가려진 모습만 보면 영락없이 블랙 갤러곤으로 보일 테니까.
‘싸우지 않아서 다행이긴 한데….’
현재 이 주변에서는 아드하이를 데리고 있는 화이트 갤러곤 함 오르트의 무리, 이전부터 있었던 오드 그라드의 무리가 경합 중이다. 상대가 어느 세력에 속하는지는 불명이다.
‘어느 세력이든 나에 대해 알게 되면 매우 경계할 거야.’
그리고 갤러곤은 자기 시선 앞에서 강적이 설치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필시 나를 배제하려들 터.
아무래도 갤러곤과의 전투 준비를 더 서둘러야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