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진화하는 우주괴물이 되었다-205화 (206/400)

Ep. 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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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은 곧 경쟁이다.

먹이를 구하는 것, 쉴 곳을 찾는 것, 이성과 맺어져 자손을 남기는 것. 모든 것이 경쟁과 관련되어 있다.

한정된 먹이를 찾기 위해서는 다른 존재들과 경쟁해야 하고, 스스로가 편안하다고 느끼는 곳은 다른 생물들도 비슷하게 느낀다. 이성에 대한 감정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생존과 경쟁이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고 해서 모두가 경쟁의 승리자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연에 존재하는 생물 대부분이 어느 한 부분에서는 패배한 채 살아간다.

작은 동굴의 주인, 샤크베어도 승리자와 패배자라는 양면성을 지닌 존재였다. 그는 다른 경쟁에서 모두 승리했으나 딱 한 분야에서만 탈락했다.

그에게는 짝이 없었다.

어쩌면 이른 시점부터 무리에서 떨어진 것 때문일지도 몰랐다.

그는 사회성을 배우지 못했고, 자기 말고 다른 생물들을 먹이로만 판단했다. 그에게 다가오는 암컷들도 간혹 있었지만, 그의 태도로 인해 전부 떠나고 말았다.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인가.

그에게는 아늑한 동굴이 있고, 주변의 넓은 영역이 전부 그의 것이다. 자손을 남길 수 없다는 점을 빼고 그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다.

오늘도 젊은 수컷 샤크베어는 허기를 채우기 위해 느긋하게 사냥터를 거닐고 있었다. 이 주변에는 그를 위협할 수 있는 생물이 없었다.

하얀색 털에 길쭉한 팔과 다리를 지닌 짐승이 가끔 영역을 침범하는 것만 빼고 말이다.

두 발로 걷는 그 괴물은 민첩하고 힘이 세다. 특히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팔은 성가시다. 그렇다 보니 샤크베어에게도 약간 부담스러운 적이다.

그래도 젊은 수컷은 걱정하지 않았다. 얼마 전 놈이 멋모르고 그의 숲에 들어왔던 것을 쫓아냈기 때문이다. 제대로 혼쭐을 냈으니 당분간은 들어오지 않으리라.

안심하고 숲을 거닐고 있는 그때, 그의 코끝에 어떤 냄새가 닿았다. 차갑게 얼어붙은 이곳과 어울리지 않는 온기와 끈적거림. 그리고 그 안에 짙게 스며들어 있는 달콤한 향기.

그것은 피 냄새였다.

그의 사냥터에서 누군가가 죽은 것이다.

“쿠엉.”

젊은 수컷은 나직하게 울음소리를 흘렸다.

누가 감히 그의 영토를 넘본다는 말인가. 그는 생각했다. 이번에야말로 주제를 모르는 흰털의 괴물을 가만두지 않겠다고.

허공에 흐르는 냄새를 따라가다 보니 탁 트인 공터가 보였다. 눈이 내리깔리는 공터 한가운데, 피 냄새의 원인이 있었다.

다른 때 같았으면 당장에라도 뛰어나갔겠지만, 수컷은 그러지 않았다.

뭔가 이상했다. 그 어떤 포식자도 저런 식으로 맛 좋은 먹이를 이유 없이 버리고 가지 않는다.

그는 달콤한 향기에 대한 관심을 끊고 주위를 둘러봤다. 눈이 깔린 바닥에 다른 동물의 발자국은 없었다. 고개를 들어 뻥 뚫린 공터 위를 올려다 봤다.

늘 그렇듯 어두컴컴한 하늘에서 하얀 눈송이만 쉬지 않고 내릴 뿐이었다. 불길하다고 외치는 그의 감이 틀린 걸까.

그의 시선에 나무 가지의 끝 부위가 보였다. 부자연스럽게 꺾인 나무 가지들. 하늘 위에서 무거운 뭔가가 떨어진 것처럼 보였다.

만약 그가 조금이라도 사회성을 지녔다면, 다른 동족과 교류했다면 저 흔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았을 거다. 머리 위를 날아다니는 존재들이 얼마나 위험한지 말이다.

그러나 홀로 살아가는 젊은 수컷은 그 사실을 결코 알지 못했다. 그는 눈 덮인 시체에게 다가 갔다. 그의 턱이 크게 벌어지고, 안에 있는 이빨들이 일제히 튀어나왔다.

막 만찬을 즐기려는 순간.

저 검은색 하늘 위에서 무언가가 그의 머리 위로 날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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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내분비샘’ 특성이 적용되었습니다.」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근육 보강’과 융합 가능.」

「‘강화 내분비샘’과 ‘근육 보강’ 특성이 융합. ‘버서커 시냅스’ 특성으로 진화!」

「버서커 시냅스: 신체 능력을 전반적으로 향상시킵니다. 에너지 소모율이 낮아지며 더 많은 에너지를 체내에 저장할 수 있습니다.

*추신: 당신은 살아 있는 탱크요, 멈추지 않는 기관차입니다.」

‘휴. 마침내.’

11번째 샤크베어를 잡은 뒤, 겨우 새 특성을 얻었다. 사냥의 표상을 쓰지 않았기에 시간이 꽤 걸렸다.

‘사냥의 표상은 스카이웨일을 위해 남겨둬야지.’

스카이웨일은 ‘에너지 흡수’ 같은 지뢰 특성도 있지만 그밖에 유용한 특성도 많다. ‘거대생물’, ‘우주비행’ 말고도 좋은 특성을 다수 지니고 있다. 강력한만큼이나 사냥할 가치가 있는 존재라 해도 좋으리라.

아무튼 나는 새 특성, ‘버서커 시냅스’가 적용된 신체를 내려다 봤다. 내부기관 계열 융합 특성답게 큰 변화는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달라진 부분은 팔과 목, 꼬리 부근의 근육이 강화되어 더 두꺼워졌다는 점이다. 날개 팔의 근육도 더 향상되었기에 더 빨리, 더 오래 날 수 있다.

‘힘이 넘쳐.’

게임에서야 단순히 수치상의 변화만 존재했지만, 현실이라 그런 것일까. 전신에서 힘이 넘치는 느낌이다. 아직 사냥의 표상 같은 변신 모드를 쓰지 않았지만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제는 부작용을 덜 걱정해도 될 것이라고.

「큰애기야, 더 안 먹어도 돼?」

[즈 즈즈즈 즈즈즈즈 즈즈즈(응. 괜찮아. 남은 것은 너 먹어)]

“근육 밀도의 급격한 향상과 에너지 배분율의 변화가 감지됩니다.”

「…근육 엄청나네.」

항상 곁에서 내 성장을 봐온 26호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지만, 다른 애들은 아니었다. PS-111은 내 피부 조직을 채취하고 싶다는 눈치였고, 하늘의 어머니는 내 전투용 팔의 근육을 주시하고 있었다.

[즈즈 즈즈즈 즈즈 즈즈즈즈(밥 다 먹으면 바로 출발하자)]

「응. 퍼덕퍼덕 좋아.」

[즈즈즈즈즈 즈즈즈 즈즈즈 즈즈즈 즈즈즈(스카이웨일을 찾으려면 어디로 가는 게 좋을까?)]

「…어? 어어, 글쎄. 으음.」

둥지에서 제사장의 황금창을 챙겨 온 그녀는 내 몸의 변화가 흥미로운 것 같았다. 호박색 눈동자로 내 팔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그녀는 내 물음을 듣고 화들짝 놀랐다.

「그, 음, 대기권 어딘가 있는 것은 확실한데 어디에서 쉽게 찾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네. 너도 알다시피 놈들은 쉬지 않고 돌아다니니까.」

그녀 말대로 스카이웨일은 둥지가 없다. 행성, 그리고 우주 전체가 그들의 활동 범위다. 놈들은 행성의 대기권을 돌아다니며 태양 에너지를 비롯해 기타 여러 에너지들을 흡수한다. 그러다가 질리면 다른 행성이나 성계로 이동하는 식이다.

용의 둥지가 위치한 행성은 사이킥 파워가 풍부하므로 스카이웨일들이 자주 방문한다. 그러니 이 행성 어딘가에 스카이웨일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주변에서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PS-111이 갈고리를 닮은 손으로 샤크베어의 고기를 먹으며 말했다. 녀석의 손에 들린 고깃덩어리가 순식간에 쪼그라들어 마른 나뭇잎처럼 변해 버렸다. 말라비틀어진 고기는 26호가 먹어서 처리했다.

나는 녀석들의 식사를 지켜보며 생각했다.

‘용의 둥지는 갤러곤들이 있으니까 그쪽으로는 가까이 가지 않을 거고.’

게임에서도 갤러곤과 스카이웨일이 싸우는 이벤트가 종종 발생했다. 적대적인 에너지도 전부 흡수해 버리는 스카이웨일은 강력한 사이킥 생물 갤러곤과 상극. 그래서 갤러곤들은 스카이웨일이 용의 둥지에 가까이 오는 것을 싫어한다.

‘직접 날면서 찾아봐야 하나.’

이번에도 보조기관에 의존해서 수색하는 방법밖에 없을 것 같다.

그렇게 26호와 PS-111의 식사가 끝나고, 나는 녀석들과 함께 스카이웨일 수색을 개시했다.

높은 하늘 위에서 날갯짓을 할 때마다 굵직한 근육들이 꿈틀거렸다. 검은색 날개가 공기를 때릴 때마다 주변에 있는 구름이 갈라졌다. 눈보라 속에 섞인 축구공만한 우박들이 날개를 때렸지만, 내 날개 피막은 조금도 손상되지 않았다.

내 몸과 날개가 승천하는 이무기처럼 하늘을 날고 있는 동안, 턱 아래의 보조기관도 쉬지 않고 자기 일을 수행했다. 구름에 섞인 성분, 공기 중에 흐르는 에너지 등, 갖가지 요소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분석했다.

[즈즈 즈즈즈즈 즈즈(혹시 보이는 거 있어?)]

「아직 없어.」

「아무것도 안 느껴져!」

내 등에 탄 하늘의 어머니와 26호도 스카이웨일의 흔적을 찾는 중이었다. 하늘의 어머니는 두 다리로 서서 매의 눈으로 구름 속을 살폈다. 비행을 무서워하는 것치고는 장족의 발전이었다.

‘손으로 침식 촉수를 꼭 붙잡은 것을 빼면 말이지.’

그녀 옆에서는 26호가 촉수를 꺼내서 에너지의 흐름을 추적했다.

나는 애들이 찾는데 무리가 없을 정도로만 속도를 유지한 채 비행을 계속했다. 샤크베어도 잔뜩 먹었고, 버서크 시냅스의 효과도 있기에 에너지에는 아직 여유가 있다.

그렇게 한참 수색을 이어 나가던 도중, 내 보조기관이 뭔가를 잡아냈다. 보조기관 끝을 살살 간질이는 느낌이 사이킥 파워하고 미묘하게 달랐다.

‘이건?’

특정 방향에서 이색적인 에너지의 흐름이 느껴진다. 내 등에 있던 26호도 비슷하게 느꼈는지 파장을 쏘아 보냈다.

「큰애기야! 저기에서 요상한 느낌이 나!」

[즈(응)]

나는 한쪽 날개를 살짝 접어서 에너지가 느껴지는 방향을 틀었다. 관성에 따라 내 몸의 축이 옆으로 확 쏠렸다. 그 다음 다시 양 날개를 활짝 펼쳐서 공기를 강하게 때렸다. 그러자 내 몸이 발사대에서 쏘아진 미사일처럼 빠르게 튀어 나갔다.

속도를 올려서 앞으로 치고 나가는 내 눈에 거대한 산봉우리가 보였다. 크리스털윙을 잡으러 갔던 쌍둥이 봉우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산이었다.

구름을 뚫고도 한참이나 위로 뻗어 있는 산. 봉우리가 구름보다 위에 있다 보니 산 꼭지에는 눈이 쌓여 있지 않았다. 나무도 자라지 않아 그저 검게만 보였다.

그 모습은 자연적으로 형성된 지형이라기보다는 신화 속에 등장하는 거인처럼 보였다.

「어마어마한데. 저렇게 큰 산은 태어나서 처음 봐.」

하늘의 어머니 말 대로였다.

태양계에서 가장 큰 산이라 알려진 올림푸스 화산을 두 눈으로 본다면 저런 느낌일까. 어마어마한 크기의 검은 산의 보여주는 위용은 실로 대단했다.

산에 가까워지자 이질적인 에너지의 흐름이 한층 더 강하게 느껴졌다. 검은 산은 화산이 화산재를 분출하는 것처럼 봉우리 끝으로 에너지를 쏟아 내고 있었다.

‘저 산이 에너지를 만드는….’

「저기야! 저기 스카이웨일이 있어!」

산에 관심을 가지려는 찰나, 하늘의 어머니가 사념파를 쐈다. 그녀가 앞발로 산봉우리 근처를 가리켰다. 멀어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아주 작은 알갱이 같은 것이 봉우리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나는 속도를 올려서 놈에게 접근했다. 이윽고 스카이웨일의 모습이 내 눈에도 보이기 시작했다.

고래를 닮아 길쭉하게 뻗은 신체, 오팔 색 입자가 모여 있는 것처럼 생긴 6장의 날개, 그리고 8개의 눈.

우주의 고래, 스카이웨일이었다.

‘크기를 보니까 아직 어려.’

스카이웨일은 아성체만 되도 몸길이가 50m에 달한다. 우리 앞에 있는 녀석의 덩치는 대략 60m 정도. 나에 비하면 거의 2배 정도 되는 크기다.

「■--------」

놈이 내 접근을 눈치채고 경고의 울음소리를 냈다. 애초에 놈을 잡아먹으러 왔기에 나는 놈의 경고를 무시하고 접근했다.

「■---!」

그러자 놈이 분노하며 날개를 펼쳤다. 놈의 날개에서 오팔 색 입자들이 빛을 내며 모여 들기 시작했다.

‘이런!’

그게 뭘 의미하는지 안 나는 날개를 접어 급강하했다. 이어서 놈의 날개로부터 6개의 광자포가 발사되었다. 내가 쏘는 사이킥 브레스만큼이나 굵은 열선 6개가 내가 있던 자리를 긁고 지나갔다.

커뮤니티에서 스카이웨일은 초식동물과 비슷한 성격이라는 평가를 듣는다.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순해서 위험하지 않다고 오해할 수 있지만 잘 생각해 보라. 아프리카의 코끼리나 하마도 초식동물이지만 얼마나 무서운지.

우주의 고래도 마찬가지다.

선제사격한 놈이 다시 오팔색 열선을 발사했다. 나는 날개로 몸을 감싼 뒤, 공중에서 몸을 회전시켰다. 열선이 내 날개 바깥 부분의 외피를 살짝 긁고 지나갔다. 회피 기동 후 날개를 다시 펼친 순간, 내 등에 있던 하늘의 어머니가 나섰다.

‘얼음의 악령’ 능력으로 스카이웨일의 광자포 공격을 봉인하려는 것이다. 그녀와 눈을 마주친 스카이웨일이 몸을 움찔 떨었다.

찬란하게 빛나던 놈의 날개에서 빛이 깜빡이더니 금방 사그라졌다.

「지금의 나는 1분도 한계야! 그 안에 끝내야 해!」

[즈즈즈(걱정 마)]

어차피 길게 끌 생각도 없었다. 놈이 얼음의 악령 때문에 정신이 나간 사이, 나는 순식간에 거리를 좁혔다.

총기를 잃고 푸른색에 물든 8개의 눈동자가 보인다. 이성을 잃은 놈이 나에게 돌진한다. 나도 피하지 않고 그대로 놈에게 달려들었다.

이어서 검은색의 날개와 오팔색 날개가 서로 충돌했다. 번개가 쳤을 때처럼 굉음이 쩌렁쩌렁 울렸다.

「■-----!」

정신이 나갔지만 고통만은 어쩔 수 없었는지 스카이웨일이 울부짖는다. 나 또한 충돌 부위에서 작지 않은 통증이 느껴졌지만 견딜 만 했다.

내 등에서 침식 촉수가 튀어 나가 놈의 몸을 깨물었다. 놈은 날개로 나의 머리를 후려쳤다. 갑각이 깨지는 일은 없었지만 그 충격은 상당했다.

「고통 경감 발동!」

텍스트박스를 무시한 나는 그대로 입을 벌려 놈의 날개를 깨물었다. 놈이 고통스러워하며 다른 쪽 날개로 나를 때리려고 했다.

「큰애기를 도와서 공격!」

“돕겠습니다.”

그때 등에 있던 모두가 내게 붙잡혀 있는 스카이웨일에게 달려들었다.

하늘의 어머니는 오랜만에 제사장의 황금창을 들고 왔다. 황금색 단창이 번뜩이며 살을 도려내는 동안, 옆에서는 26호가 촉수를 휘둘러 놈의 등에 상처를 냈다. PS-111은 거미처럼 기어가서 놈의 옆구리에 붙어 발톱으로 마구 할퀴어댔다.

스카이웨일은 에너지 흡수 능력이 있어서 에너지를 활용한 모든 공격이 통하지 않는다. 싸우러 오기 전에 미리 말해 놓은 터라 다들 육탄전으로 놈을 공격했다.

‘접근전은 이쪽이 우위야.’

놈의 근접전 실력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한 가지 부족한 것이 있다. 바로 맷집이 약하다는 것.

녀석의 외피는 우리들의 공격으로도 쉽게 손상시킬 수 있다.

「■------」

놈이 몸을 털어서 올라탄 적들을 떨어뜨리려 했다. 나는 놈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침식 촉수로 놈을 단단히 얽어맸다.

나를 죽이기 전까지는 애들을 처리할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놈이 입을 크게 벌린다.

스카이웨일의 입은 먹이를 섭취하는 용도보다는 주로 다른 용도로 쓰인다. 설정상 수컷들이 암컷 하나를 두고 경쟁할 때 서로 입으로 몸을 깨물어 힘을 증명한다. 저 거대한 턱에 물리면 같은 스카이웨일이라도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놈이 모르는 것이 있다.

‘지금!’

「■?!」

놈이 입을 벌린 순간, 나는 역으로 놈의 입 안에 머리를 집어넣었다. 놈이 턱에 힘을 주기 전, 나는 머리의 뿔로 놈의 입천장을 세게 찔렀다.

6개의 거대한 뿔이 연약한 입천장을 뚫고 안쪽에 있는 섬세한 부위들까지 건드렸다. 나는 놈을 붙잡은 침식 촉수에 힘을 줘서 내 몸을 놈 입 안쪽에 더 깊게 밀어 넣었다.

「■--------」

놈은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그건 불가능했다. 내 몸의 4분의 1가량이 놈의 입에 처박혀 있기 때문이다.

나는 머리를 흔들어서 뿔로 놈의 입천장 안쪽을 헤집었다.

「---…」

그리고 마침내 내 뿔이 놈의 뇌까지 찢어발겼을 때, 놈은 움직임을 멈췄다. 아름답게 빛나던 날개에서는 빛이 사라졌고, 6개의 눈은 천천히 감겼다.

놈의 숨이 끊어지자 공중에 떠 있던 우리 모두가 빠르게 추락하기 시작했다.

「야야야야야야! 미친 모프박이 새끼야! 떨어져! 떨어진다고!」

「와아아아아! 재밌어!」

“해당 높이를 측정해서 피해를 계산하면….”

스카이웨일의 입에서 머리를 뺀 나는 날개 팔을 활짝 펼쳤다. 동시에 우주 고래의 몸을 붙잡고 있던 침식 촉수에 하중이 확 걸렸다.

[즈즈 즈즈즈(빨리 올라와)]

“감사합니다.”

「…어휴.」

「재밌었어!」

애들이 촉수를 타고 올라오는 동안에도 나는 날갯짓을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스카이웨일을 잡은 채로 날개를 흔들자 떨어지던 속도가 점점 줄어들었다.

‘이제 내려가서 먹기만 하….’

그 순간, 강렬한 사이킥 파워의 흐름이 느껴졌다. 나는 즉시 스카이웨일을 붙잡고 있던 촉수를 풀고 위로 빠르게 날아올랐다.

찰나의 순간, 보라색의 두꺼운 열선이 내 촉수들을 찢고 지나갔다. 우주 고래의 시체는 촉수 조각과 함께 아래로 떨어졌다.

「하늘의 왕」「놓칠 수 없다」

검은색 하늘 위에서 새하얀 천사를 닮은 존재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함 오르트.’

아드하이를 데려간 순백의 갤러곤.

화이트 갤러곤 함 오르트가 그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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