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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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 오르트는 오드 그라드의 세 번째 반려이자 무리 내 서열 2위였다. 그녀와 동일하게 백색의 비늘을 지닌 동족은 많지만, 그녀보다 강대한 힘을 가진 존재는 없었다.
그 힘 덕분에 그녀는 이 얼음의 별에 서식하는 다양한 생물들을 사냥할 수 있었다. 그녀의 숨결에 의해 죽음을 맞이한 존재 중에는 왕이라 불릴 만한 존재도 있었다.
다만, 하늘의 왕은 갤러곤 입장에서 상당히 까다로운 적이었다.
놈은 하늘 위를 날아다니며 그녀의 소중한 동족들이 먹어야 할 힘까지 모조리 삼켜 버린다.
그녀가 오드 그라드 무리에 있을 때도 놈 때문에 어린 동족이 성장을 못하게 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어린 시절에도 강한 힘을 지녔던 그녀는 수차례 동족들과 힘을 합쳐 왕을 죽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항상 새로운 왕이 나타나 문제를 일으켰다. 아마 저 하늘 위, 별들이 거주하는 공간으로부터 오는 것일 터.
그렇게 성가시게 굴던 왕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동족을 찾아오지 않았다. 대신 별들의 정원과 맞닿아 있는 산 주변만 맴돌았다.
그 산은 이상한 힘이 뿜어져 나와 동족들도 기피하는 곳이었다. 분명 그녀가 녹색의 비늘을 지녔을 때는 멀쩡했는데, 언제부터인가 그렇게 변했다.
아무튼 그녀는 백색의 비늘로 탈피한 후 홀로 하늘의 왕을 잡은 적이 있다. 지금은 전보다 더 성장했으니 잡는데 무리가 없으리라.
한 가지 변수가 있다면, 바로 아드하이다. 태생적으로 우월한 동족들과 다르게 약한 몸으로 태어난 딸.
강적과 싸우는 위험한 자리에 그녀를 데려가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왕의 시체를 옮기기 어려운 상황이라서 그렇다. 시간은 없고, 동족들은 지친 상태. 유성의 딸을 성장시키려면 직접 데려가서 먹이는 것이 나을 것이라 판단했다.
그리고 두 번째는….
「함 오르트」「경고한다」「도주」「불가!」
「아픔!」
둥지를 나온 이후, 유성의 딸은 벌써 세 번이나 도주를 시도했다.
둘만 있는데도 이러는 마당에 그녀 혼자 하늘의 왕을 잡으러 간다? 그녀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둥지에서 도망쳐 버릴게 틀림없다.
「하늘의 왕」「강하다」「이런 행동」「위험하다」
「나」「떠남」「위험」「사라짐」
함 오르트는 발버둥 치는 아드하이를 앞발로 꽉 붙잡았다. 지금까지는 그녀가 도망칠 때마다 기절시켰지만, 이래서는 끝이 없었다.
「동족」「유성의 딸」「필요하다」「협력하라」
「동족」「나」「버림」「나」「관심」「없음」
유성의 딸이 그녀나 다른 동족들에게 적대적이라는 것은 진작 알고 있었다. 자기가 무리로부터 버림받았다고 생각하니까.
하지만 그녀가 계속 이런 식으로 나오면 곤란하다. 오드 그라드와 싸워 이길 힘을 얻어도 유성의 딸이 소극적으로 나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오드 그라드」「어린 동족」「전부」「죽인다」「그래도」「좋은가?」
함 오르트가 강렬한 감정을 담아 사념파를 쏘자 아드하이가 멈칫했다.
「어린 동족」「죄」「없음」
이윽고 그녀가 시무룩하게 사념파를 흘렸다. 함 오르트는 얌전해진 아드하이를 잡고 다시 목적지를 향해 이동했다.
백색의 동족들 중 최고의 비행 실력을 자랑하는 그녀다. 어찌나 빠르게 움직이는지 소리가 못 따라올 지경이다. 또한 그 와중에 사이킥 파워를 이용해서 유성의 딸이 받을 충격을 줄이기까지 했다.
그렇게 공기를 가르며 날아가던 그녀의 눈에 검은 산이 보였다.
산으로부터 흘러나오는 기분 나쁜 에너지가 느껴진다. 그리고 그 안에 섞인 이질적인 에너지들도.
「?」
뒤늦게 에너지의 흐름을 감지한 아드하이가 고개를 들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몸을 버둥거리기 시작했다.
「큰어른!」「작은어른!」「있음」
「큰어른?」「못생긴 동족」「있다고?」
아드하이의 말에 함 오르트가 입가에 달린 촉수에 집중했다. 이질적인 에너지 중 하나는 분명 하늘의 왕이 내뿜는 파장이었다. 반면, 다른 하나는 그녀도 잘 모르는 에너지였다.
두 가지가 에너지가 뒤섞여 있다는 사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녀는 깨달았다.
유성의 딸이 말한 큰어른이 그녀보다 선수를 친 것이었다.
「못생긴 동족」「하늘의 왕」「사냥 중?」
「큰어른」「강함」「하늘의 왕」「못 이김」
아드하이의 사념파에는 두 가지 감정이 녹아 있었다. 자랑스러움과 확신.
미지의 에너지는 사이킥 파워와 비슷하면서도 매우 강력했다. 오드 그라드랑 조우했을 때와 유사한 감각이었다. ‘큰어른’이 이길 것이라는 말. 결코 허언이 아니었다.
함 오르트는 잠시 고민하다가 사이킥 파워를 활성화했다. 그녀의 촉수에서 보라색의 작은 스파크가 튀고, 아드하이의 몸이 축 쳐졌다.
그녀 성격상 ‘큰어른’과 조우하면 돌발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다. 차라리 그녀를 기절시키는 것이 낫다.
비행을 멈추고 땅에 착지한 함 오르트는 아드하이를 나무 곁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함 오르트는 자기가 낳은 작은 존재를 내려다 봤다.
나약하게 태어나 동족에게 버림받았지만, 어느새 동족의 구원자가 된 존재. 찰나의 순간, 그녀의 보라색 눈동자에 어떤 감정이 맴돌다가 사라졌다.
시선을 돌린 그녀는 날개를 펼쳐 날아올랐다.
아드하이가 모르는 것이 하나 있다.
그녀가 어째서 죽지 않고 이 행성을 떠날 수 있었는지.
하지만 함 오르트는 그 사실을 말할 생각이 없었다. 뭐가 됐든 딸이 추방당한 것은 사실이었다.
거기에는 분명 그녀의 책임도 있었다. 그녀는 반드시 책임을 질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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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의 날개를 활짝 펼친 채 하늘에 떠 있는 함 오르트. 나는 놈에게 시선을 떼지 않은 상태로 보조기관에 집중했다.
스카이웨일은 갤러곤도 쉽게 상대하기 어려운 강적이다. 스펙 부분만 비교했을 때는 화이트 갤러곤과 비슷하지만, 특수능력 때문에 차이가 난다.
고화력 사이킥 공격이 강점인 갤러곤들에게 모든 에너지를 빨아먹는 스카이웨일은 그야말로 천적. 일격에 스카이웨일을 죽일 수 있는 블랙 갤러곤이 아니고서야 여러 마리의 갤러곤들이 모여서 스카이웨일을 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벤트 때도 거의 5대 1의 비율로 등장했지.’
그러니 놈 말고 다른 갤러곤들이 있을 터.
보조기관으로 주변을 살펴보고 있는데, 함 오르트가 내게 날아들었다. 단 한 번 날개를 흔든 걸로 내 앞까지 도달했다.
바로 앞까지 날아온 그녀가 앞발을 휘둘렀다. 정제한 다이아몬드처럼 빛나는 발톱이 노리는 목표는 내 목이었다.
‘빠르네.’
그야말로 백색의 번개라고 불러도 될 만큼 엄청난 속도였다. 날갯짓을 하며 공중에 떠 있던 나는 급히 목을 뒤로 뺐다. 그녀의 발톱이 종이 한 장 차이로 괴물의 촉수를 놓치고 지나갔다.
나는 몸을 빼면서 지상 쪽을 향해 늘어져 있던 꼬리에 힘을 줬다. 하반신의 근육에 힘이 단단하게 들어가고 꼬리 끝의 집게가 위로 솟구쳤다.
집게가 함 오르트의 뒷발을 후려치기 전, 놈의 모습이 확 작아졌다. 공격에 실패하자마자 재빨리 뒤로 빠진 것이었다.
그리고 놈의 촉수에서 보라색 에너지가 모여들었다. 물러난 동시에 사이킥 브레스를 발사하려 한 것이다.
나 또한 서둘러 몸에 있는 에너지를 끌어모았다. 나보다 먼저 에너지를 모은 그녀가 먼저 사이킥 브레스를 쐈다.
어두운 하늘을 가르는 보라색 열선. 나는 에너지 충전을 유지한 채로 날개 한 쪽을 완전히 접었다. 내 몸이 아래쪽으로 확 기울고 열선이 내 머리 갑각을 살짝 태웠다.
사이킥 파워 기술을 반사시키는 ‘초능력 반사 장갑’이 자동으로 활성화 되고, 열선 중 일부가 반사되어 놈을 향해 날아갔다. 뒤늦게 에너지 충전을 마친 괴물의 촉수도 보라색 열선을 날렸다.
방금 놀라운 움직임을 보여 준 함 오르트는 두 갈래로 뻗어 나가는 사이킥 파워의 정수를 손쉽게 피해냈다.
[즈즈즈(지금이야!)]
내가 쏜 파장을 듣고 등에 올라타 있던 하늘의 어머니가 ‘얼음의 악령’을 쓰려고 했다.
「!」
「칫! 거리가 너무 멀어!」
하지만 우리가 뭔가 할 것이라 눈치 챈 함 오르트가 급히 거리를 벌리는 바람에 그녀의 공격은 실패했다.
‘영악하긴.’
과연 블랙 갤러곤한테 반기를 든 갤러곤답다고 할까. 잠깐 겨뤄봤지만 판단력이 웬만한 플레이어들보다 낫다.
거리를 벌린 놈은 접근전은 불리하다고 판단했는지 사이킥 브레스를 난사하기 시작했다.
‘괴수의 강화 날개’를 얻은 나는 갤러곤의 ‘초가속’ 기술만큼은 아니더라도 제법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다. 쏟아지는 보라색 폭풍 속을 뚫고 나는 전진했다.
놈의 조준력은 상당했지만, 이쪽도 공격 피하기에는 이골이 난 몸이다. 날개 팔의 각도를 조절해 비행 방향을 바꾸는 등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열선을 피해냈다.
물론 피하는 것만 잘해서는 놈을 이길 수 없으니 중간마다 틈틈이 반격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현재 나는 ‘버서커 시냅스’ 효과 덕분에 에너지를 훨씬 적게 소모하고 있다. 이 효과는 육체 활동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를 크게 소비하는 특성에도 적용된다.
즉, ‘신의 회초리’를 전보다 과감하게 쓸 수 있다는 뜻.
날개와 함께 몸을 회전시켜서 열선을 피한 나는 뇌신의 힘을 충전했다. 검은 비늘로 덮인 내 몸이 석양에 반사되듯 금빛으로 물든다.
에너지의 흐름을 볼 수 있는 놈에게는 다르게 보일 거다. 자기가 상대하는 적의 몸에 무시무시한 힘이 집약되고 있다고.
위기감을 느낀 놈이 재차 사이킥 브레스를 쐈다. 내가 쏜 사이킥 브레스보다 훨씬 굵은 것을 보니 출력을 한층 더 올린 것 같다.
‘그래 봐야 맞지 않으면 그만이야.’
나는 날아오는 열선을 피해 황금색으로 빛나는 피막을 거칠게 휘저어 몸을 위로 띄웠다.
그때 내 예상을 뛰어넘는 일이 발생했다.
본래라면 내 몸이 아닌 한참 아래로 지나갔어야 할 열선. 그것이 궤도를 틀더니 나를 노린 것이다.
‘이게 무슨…!’
쉴 새 없이 자리를 바꿔가며 나를 노렸던 놈이 지금은 날갯짓만 하며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놈의 주변에는 사이킥 파워가 거미줄처럼 크게 펼쳐진 상태였다.
‘열선을 조종하고 있어!’
이미 발사된 사이킥 브레스를 강제로 제어해 임의로 궤도를 바꾼 것이다.
중간부터 위로 꺾인 열선이 내 복부를 강타하기 직전이다. 피하기에는 이미 늦은 상황. 나는 전투용 팔로 급히 복부를 보호했다.
막 충돌하려는 그 순간, 열선이 공중에서 그대로 흩어졌다.
‘뭐지?’
열선이 분해된 자리에는 함 오르트가 펼친 것과 비슷하게 수십, 수백 가닥의 사이킥 파워의 실이 얽혀 있었다.
놈이 해제한 것인가 했지만, 그건 아닌 것 같았다. 놈도 이건 예상하지 못했는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기에.
그때 내 등 위에서 26호가 파장을 보냈다.
「우리 큰애기는 내가 지킬 거야!」
‘26호!’
지금의 기적은 녀석이 일으킨 것이 분명했다. 함 오르트가 한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녀석도 사이킥 브레스에 간섭한 것이리라.
다만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는지, 녀석의 파장에서 지친 기색이 느껴졌다.
‘뭐가 됐든 기회야!’
어떻게 둘이 비슷한 방법을 사용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이 찬스다. 나는 녀석의 만들어 준 기회를 타서 신의 회초리를 활성화했다.
몸 전체에 감도는 황금빛이 내 목 부근을 타고 올라와 입가에 맴돈다. 뇌신이 휘두르는 번개의 채찍. 나는 그 힘을 입 밖으로 토해냈다.
한 발 늦게 함 오르트 또한 순수한 사이킥 파워로 이루어진 숨결을 뱉었다.
금빛의 이무기가 하늘을 찢으며 달린다. 그에 맞서 저쪽에서 보라색 천마가 돌진한다.
양자가 격돌하는 순간, 빛의 폭풍이 몰아쳤다. 나와 함 오르트 가운데에 두 가지 에너지가 뒤섞인 태양이 떠올랐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보라색과 금색의 태양.
이윽고 태양이 폭발하며 어마어마한 충격파가 뿜어져 나왔다. 빛으로 이루어진 충격파가 행성 대기를 감싸는 검은 구름들을 걷어냈다. 구름이 사라진 하늘에서 노란색 번개와 보라색 에너지가 깨진 유리의 금처럼 퍼졌다.
충격파가 하늘의 휩쓴 뒤에는 천지를 진동시키는 굉음이 이어졌다. 그것은 소리라고 하기 보다는 원초적 감각으로나 인지할 수 있는 무언가였다. 시끄럽다는 것을 넘어 그저 먹먹함만 느끼게 만드는 그런 것.
우주 밖에서도 보일 정도로 강렬한 격돌은 그리 길지 않았다.
결과는 나의 판정승. 신의 회초리가 사이킥 브레스를 압도했다. 함 오르트는 뛰어난 판단력으로 회피했지만, 완전히 피하지는 못했다.
날개 한쪽 끝이 손상된 놈이 비틀거리며 간신히 공중에 떠 있었다. 눈처럼 하얀 비늘은 신의 회초리의 여파로 인해 그을리거나 깨진 상태였다.
「함 오르트」「지지 않는다!」
이미 패색이 짙은 상황에도 놈이 포기하지 않고 포효했다. 놈의 촉수가 아까보다 연한 보라색으로 물들었다.
나 역시 다시 신의 회초리를 쏠 준비를 하는데, 보조기관이 경고했다. 다수의 생명체가 이쪽으로 빠르게 접근하는 중이라고 말이다.
‘갤러곤?’
내 예상대로 접근한 존재들은 모두 갤러곤이었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녹색의 비늘을 지닌 갤러곤 10마리가 보였다.
빠르게 이곳으로 날아온 그들은 함 오르트에게 붙어 뭔가를 얘기하기 시작했다.
‘뭐하는 거지?’
바로 내게 덤벼들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작전이라도 세우는 것인가 싶었지만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다. 사념파라도 엿들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놈이 무슨 수를 쓴 것인지 내가 인지할 수 없었다.
「큰애기야, 나쁜 놈들 집에서 큰일이 났데.」
우리 중 가장 뛰어난 사이킥 조율 능력을 지닌 26호가 녀석들의 대화를 엿듣고 대신 말해줬다.
‘큰일났다고?’
물론 내가 녀석의 말을 이해하는 것은 별개의 이야기지만.
그렇게 놈들은 자기들끼리 대화를 나누더니 일제히 방향을 돌려 날아가기 시작했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모르겠으나 후퇴하려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어디를 가려고?’
그린 갤러곤들은 몰라도 함 오르트는 거의 다 잡은 상황이다. 에이펙스를 잡을 기회를 이대로 놓칠 수 없다.
놈들의 뒤통수에 신의 회초리를 쏘려는데, 함 오르트가 내게 사념파를 쏴 보냈다.
「유성의 딸」「아래에 있다」
[즈(뭐?)]
「위험」「예방」「위해서」「데려왔다」「늦으면 죽는다」「빨리」「가라」
[즈즈(미친)]
놈이 무슨 말을 했는지 이해하자마자 내 몸이 자기도 모르게 움직였다.
「?」
그 사이 함 오르트는 그린 갤러곤들과 함께 떠나버렸다. 떠나기 전 놈이 뭔가 사념파를 쏜 것 같지만 그걸 신경 쓸 겨를은 없었다.
‘설마 협박용으로 쓸 줄이야!’
갤러곤을 지키는데 필요하다고 해서 괜찮을 줄 알았다. 게다가 자기 자식이라고 하니 아드하이에게 위해를 끼치지 않을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내 착각이었다. 나는 날개를 뒤로 접어서 지상에 처박을 기세로 급강하했다.
거의 추락하듯 땅에 착륙한 나는 애들을 내려주자마자 바로 보조기관을 활성화했다. 온몸이 터져 죽은 스카이웨일에는 안중에도 없었다.
‘어디야? 어디 있는…저기!’
숲 한쪽에서 익숙한 냄새가 난다. 나는 서둘러 그쪽을 향해 뛰어갔다.
얼마 안 가 나무 옆에 누워 있는 갤러곤의 모습이 보였다. 에메랄드처럼 아름다운 녹색의 비늘과 작은 몸집, 통통한 꼬리가 인상적인 갤러곤. 그건 틀림없이 아드하이였다.
녀석을 발견하자마자 나는 공생충 포자를 생성했다. 함 오르트의 말대로 녀석의 목숨이 경각에 달렸다면 이게 필요하다.
죽은 듯이 누워있는 아드하이에게 포자를 붙이려는데, 갑자기 녀석이 고개를 들었다.
「?」「큰어른?」
[즈즈즈(괜찮아?)]
「큰어른!」「반가움!」
벌떡 일어나 내게 엉겨 붙어 머리를 비비는 녀석. 몇 번을 다시 봐도 녀석은 다친 곳 하나 없이 멀쩡해 보였다.
‘…설마?’
믿고 싶지 않지만, 아무래도 내가 당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