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213
공중에 떠오른 나는 날개 팔을 흔들어 고도를 높였다. 빠른 비행 속도를 자랑하는 아드하이는 내 움직임보다 앞서 올라간 상태였다.
“스아아아.”
헬사이드 호넷도 쉭쉭 거리며 내 뒤를 바짝 쫓아왔다. 순식간에 따라붙은 놈이 두 팔을 펼쳐서 휘둘렀다.
사마귀의 앞다리를 닮은 놈의 팔은 예리하면서도 단단하다. 내 몸에서 가장 단단한 부위 중 하나인 머리 갑각을 손상시킬 정도니까.
‘내 집게도 못 버텨.’
꼬리 끝에 달린 집게의 방어력은 머리 갑각과 동등한 수준이다. 초능력에 대한 내성만 높을 뿐. 그러니 놈의 공격을 튕겨 내거나, 몸으로 때우는 식의 전략은 손해다.
나는 비행 중에 꼬리를 몸 쪽으로 끌어당겼다. 놈의 낫이 허공을 갈랐다.
꼬리를 굽히는 반동을 이용해 나는 몸을 공중에서 거꾸로 틀었다. 내 몸이 크게 회전하며 내 상체가 놈이 있는 쪽을 향했다.
그 상태로 나는 침식 촉수를 뽑아 들었다. 6개의 긴 촉수들이 놈의 날개를 뜯어 버리기 위해 움직였다.
독사처럼 쉭쉭 거리는 촉수를 보고 놈이 재빨리 물러난다. 나는 놈이 움직이는 방향을 미리 예측, 그 방향을 향해 산성 진균을 토해냈다.
“샤악!”
녹색의 액체를 머리에 뒤집어쓴 녀석이 짜증스러워한다. 헬사이드 호넷은 무시무시하게 강한 소화액을 쏘아낼 수 있는데, 그 탓에 각종 산성 공격에는 전부 면역이다.
다만 지금 나의 공격은 놈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
나는 액체 때문에 눈이 보이지 않는 놈을 향해 돌진했다. 공기의 반동을 느낀 놈이 급히 날개를 움직여 회피 기동을 선보였다. 놈의 몸이 위로 솟구치고 내 뿔들이 놈의 발끝을 스쳤다.
놈의 발톱 몇 개가 내 뿔에 의해 박살 나는 것이 느껴졌지만 약하다. 빠르게 움직이면서 눈에 묻은 액체를 떨어뜨려 낸 놈이 팔로 내 등을 내려찍으려 한다.
내 등에 있는 뼈 낫 팔과 놈의 팔이 충돌했다. 나의 뼈 낫이 절반 정도 움푹 파였지만, 이번에는 놈의 팔도 손상을 입었다. 뼈 낫의 예리함 때문에 놈의 팔에 달린 날도 약간 손상된 것이다.
나와 놈이 공중에서 공방을 벌이고 있는데, 어디선가 보라색 에너지 덩어리가 날아왔다. 만약 놈이 머리를 숙이지 않았다면 놈의 뒤통수에는 야구공만한 구멍이 생겼으리라.
겹눈을 가진 덕분에 헬사이드 호넷에게는 사각이 없다. 좀 전에 내가 한 짓처럼 눈 전체를 가리기 전에는 말이다.
‘아깝네.’
“샤아아악”
한순간에 죽을 뻔한 놈이 빽 소리를 지르고 나로부터 떨어졌다. 이어서 아드하이가 재차 보라색 에너지 덩어리를 쐈다.
머리를 노린 공격에 놈이 팔을 접어서 머리 앞에 세웠다. 에너지탄이 적중했지만, 놈의 단단한 팔에 약간의 그을음을 남기는데 그쳤다.
팔을 방패처럼 써서 머리를 지킨 놈이 다시 아드하이를 쫓으려 했지만, 녀석은 이미 그 자리에 없었다.
어두컴컴한 하늘 위에 번개가 퍼진다. 번개라는 표현은 비유가 아니다. 사냥의 표상 상태라서 보조기관의 성능이 올라갔음에도 놈의 움직임을 쫓기 벅찰 정도다.
백색의 번개가 된 녀석은 뒤로 빠지면서 사이킥 브레스를 끊어 쏘는 식으로 적을 견제했다. 헬사이드 호넷도 딱히 느리다고 할 수 없지만 녀석이 워낙 빨라 접근이 불가능했다.
“스아아아악! 샤아악!”
약이 바짝 오른 놈이 기괴한 소리를 낸다. 그와 함께 놈의 몸에서 강한 열기가 느껴진다.
[즈즈 즈즈즈 즈즈즈(이제 시작이야. 조심해)]
「확인」
놈의 몸이 용암 속에 들어갔다가 나온 것처럼 달아오르더니 곧 열기가 꽁무니 쪽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놈의 꽁무니에서 수많은 무언가가 들끓는 움직임이 느껴졌다. 비유하지만 새끼거미가 가득 찬 알집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내 보조기관이 느낀 것은 정확했다. 놈의 꽁무니에서 무수히 많은 날벌레들이 튀어나왔으니까.
“스스”“스스”“스스”“스스”“스스”“스스”
벌레들의 이름은 ‘호넷링’. 헬사이드 호넷의 새끼다.
호넷링은 헬사이드 호넷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훨씬 작다. 성인 남성의 주먹 크기 밖에 되지 않으니까. 게다가 위협적인 앞다리도 없다.
하나 그렇다고 방심해서는 안 된다.
호넷링 또한 헬사이드 호넷의 강력한 무기 중 하나니까.
헬사이드 호넷은 적의 몸에 직접 침을 박아 호넷링을 부화시키는 방법을 선호하지만, 지금처럼 난적과 싸울 때는 몸의 에너지를 소모해 임의로 호넷링을 체내에서 성장시키기도 한다.
이런 방식으로 태어난 호넷링은 한 가지 특징이 있다. 성장에 필요한 에너지만 공급받았기에 매우 굶주렸다는 것.
“샤아아아.”
놈이 울음소리를 내자 호넷링 무리가 아드하이를 향해 날아갔다. 개체 하나의 크기가 작다고 해도 그 수가 약 천 마리에 달한다. 호넷링 무리가 일제히 녀석을 향해 날아가는 모습은 마치 작은 구름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저렇게 빠른 구름은 세상에 없다는 것을 빼면 말이지.’
호넷링은 성체만큼 속도가 빠르다. 벌레로 이루어진 생체구름이 아드하이와 가까워진다.
아드하이 쪽이 훨씬 빠르다는 것을 알고 있는 놈들은 녀석을 포위하는 형태로 모양을 바꿔 움직였다. 아드하이가 벗어나려면 헬사이드 호넷이 녀석을 몰아세웠다.
[즈즈즈 즈(그 기술을 써)]
「이해!」
내 뜻을 이해한 아드하이가 힘을 끌어모았다가 분출했다. 녀석의 촉수 끝에서 사이킥 파워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그린 갤러곤 시절에 쓰던 퍼플 라이트닝이다.
“스스!”“스슥!”“스스!”“스스!”“스슥!”
녀석이 만든 거대한 사이킥 망이 호넷링들을 덮쳤다. 호넷링 수백 마리가 전기모기채에 맞은 날벌레처럼 우수수 떨어졌다.
‘파괴력과 정밀도가 올라갔는걸?’
본래 퍼플 라이트닝은 파괴력이 사이킥 브레스의 반도 안 되고 사정거리도 훨씬 떨어진다. 대신 넓게 퍼지는 형태의 공격 기술이라 다수의 적과 싸울 때만큼은 효과적이다.
그런데 아드하이는 이를 제어해서 파괴력과 명중률을 극대화하고 있었다.
26호가 사이킥 파워를 흩뿌려서 적을 제압하는 것처럼 아드하이도 비슷한 방식으로 운용하고 있었다. 이전까지는 한 번 발사되고 끝났던 퍼플 라이트닝이 자아를 가진 것처럼 움직여서 호넷링을 끝장냈다.
녀석은 회피 기동을 펼치며 호넷링 무리를 격파했다. 중간마다 사이킥 브레스를 섞어서 헬사이드 호넷을 견제하는 것은 물론이고.
‘잘하고 있어.’
그리고 나도 그 사이에 껴서 놈을 적극적으로 견제했다. 놈이 아드하이가 있는 방향으로 소화액을 쏘려고 하면 사이킥 브레스를 쏘거나 놈에게 돌진하는 식으로 방해했다.
“스스!”“스스!” “스스!”
“스아아아!”
뒤에서 어미가 소리를 지르자 새끼들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호넷링 무리의 무서움은 단순히 수가 많다는데 있지 않다. 놈들의 진짜 무기는 바로 소화액이다.
호넷링의 소화액은 성체와 동급이다. 성체의 소화액은 나의 갑각을 녹일 정도인데, 그걸 수천 마리가 동시에 쏜다고 생각해 보라. 아드하이라면 흔적조차 남지 않을 거다.
‘그대로 둘 수는 없지.’
이번 사냥의 목표는 에이펙스 사냥도 있지만 아드하이가 자기 힘에 익숙해지도록 하는 것. 훈련 중에 심각한 부상을 입으면 좋지 않다.
나는 호넷링들이 소화액을 쏘기 적당한 자리로 이동하는 것을 확인한 뒤, 숨겨둔 무기를 꺼내들었다.
‘저런 식으로 몰려다니는 놈들에게 특효약이 있지.’
나는 사이킥 브레스를 준비하는 동시에 ‘심연의 색채’를 활성화했다.
몸을 덮고 있는 갑각과 비늘이 기이한 색으로 빛났다. 보라색, 녹색, 그리고 온갖 종류의 색들이 살아 있는 것처럼 꿈틀거렸다. 섬뜩한 빛무리들은 몸 위를 타고 목과 뒷머리, 턱에 주렁주렁 달린 촉수다발로 향했다.
기괴하게 오염된 사이킥 파워가 괴물의 촉수에 모였다. 내 주둥이 앞에 수많은 거품들이 부글부글 끓었다.
만개한 꽃처럼 활짝 피어오른 수많은 방울들. 보기에는 환상적이나 실상은 다른 생명을 끊임없이 갈구하는 흡혈귀 같은 존재.
심연의 색채가 반영된 사이킥 브레스가 발사되었다.
버블건으로 쏜 비눗방울처럼 사이킥 브레스가 하늘에 퍼진다. 그리고 그 중 하나가 호넷링 무리와 닿았다.
“스스?!”
운이 없던 놈은 순식간에 혼돈의 구체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만족이라는 것을 모르는 광기의 구체가 호넷링 무리를 마구 삼켰다.
천 마리를 훌쩍 넘기는 호넷링 무리였기에 처음에는 티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안에 청소기라도 단 것처럼 무리가 안쪽으로 푹 꺼졌다. 안에 있는 사이킥 브레스가 그들을 집어삼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제야 놈들은 자기 근처에 얼마나 무서운 존재가 있는지 알아챘다. 그들은 재빨리 흩어지려 했지만, 그때는 너무나도 늦었다.
방울에 의해 몸이 사라지는 놈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극도로 굶주린 상태에 몸까지 녹아내리고 있다. 놈들은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다른 동족을 붙잡았다.
사이킥 브레스와 호넷링들이 서로 누가 더 탐욕스러운 포식자인지 경쟁이라도 하는 듯 동족들을 먹어 치웠다. 그리고 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가속화되었다.
그 과정에 소리는 없었다. 침묵 속에서 벌어지는 대학살은 그리 길지 않았다. 몇 분 지나지 않아 호넷링 무리는 자취를 감췄다. 목표를 잃은 사이킥 브레스는 그대로 허공에서 소멸했다.
「방금」「뭐임?」
“샤, 샤아악!”
삽시간에 호넷링들이 사라지자 다들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아드하이는 고개를 갸웃거리고, 헬사이드 호넷은 분노와 황당함에 소리를 질렀다.
심연의 색채로 인해 싸움이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저쪽은 나의 공격에 위기감을 느꼈는지 위협만 하고 달려들지 않았다.
적의 공격이 끊겼으니 아드하이도 이쪽으로 날아왔다.
「나」「배움」「가능?」
[즈즈 즈즈즈(아마 안 될걸)]
「아쉬움」
[즈즈 즈즈즈즈 즈즈즈 즈즈즈(사냥 중이니까 나중에 얘기하자)]
「동의」
블랙 갤러곤이 되면 내가 한 짓과 비슷하게 연출할 수 있지만, 그 부분은 나중에 설명해주기로 했다.
그렇게 전투가 잠시 중단된 사이, 하늘은 점점 시끄러워지고 있었다. 아주 거대한 폭풍이 들이닥치려는 것인지, 바람이 세차게 불었고 온도도 매우 낮아졌다.
[즈즈즈 즈즈즈(추위는 괜찮아?)]
「백색」「비늘」「좋음」「문제」「없음」
몸은 그리 커지지 않았지만 역시 화이트 갤러곤이라고 할까. 녀석은 멀쩡해 보였다.
‘좋아. 이제 이 다음은….’
헬사이드 호넷은 머리가 좋은 만큼 보신적인 성향이 강하다. 놈에게 불리한 이 상황에서 취할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다시 호넷링을 불러내서 협공을 하는 것. 좀 전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봤으니 이번에는 다르게 운용할 가능성이 높다.
‘아마 넓게 퍼뜨려서 치고 빠지는 식으로 굴리거나 미끼로 써먹겠지.’
나에게 새끼들을 던져두고 그 사이에 아드하이와 어떻게든 승부를 보려할 거다. 물론 이를 내버려 둘 내가 아니지만.
‘그것도 아니면 도망치는 것.’
다른 에이펙스는 대부분이 매우 호전적인 성향을 보인다. 그들은 어지간해서는 싸움을 회피하지 않는다.
우리 앞에 있는 헬사이드 호넷만 빼고 말이다.
“샤아아.”
짧게 울음소리를 낸 놈의 몸이 급격히 뜨거워진다. 몸 안에 저장된 호넷링의 알들을 깨우려는 거다.
이윽고 놈의 꽁무니에서 호넷링 무리가 튀어나왔다. 짧은 시간에 두 번 새끼를 까서 그런지 이번에는 아까의 절반 정도 되는 수였다.
‘그렇다고 적은 수는 아니야.’
[즈즈즈(대비해)]
빠른 학습이 특징인 놈이니 이번에는 더 까다롭게 나올 거다. 아드하이에게 주의를 주고 전투를 준비하려는 그때.
호넷링 무리를 만든 놈이 그대로 땅 아래를 향해 강하하기 시작했다.
‘이런!’
싸울 거냐, 아니면 도망칠 거냐. 놈은 두 개의 선택지를 동시에 골랐다. 새끼들이 시간을 끄는 사이, 자기는 도망가는걸로.
「상황」「다름」
[즈즈 즈즈즈즈 즈즈 즈즈 즈즈즈(아까 얘기했던 대로 하되 살짝 바꾸자)]
「어떻게?」
[즈즈 즈즈 즈즈즈 즈즈즈(내가 놈을 붙잡고 있을게)]
「동의」「빨리」「감」
짧게 계획을 바꾼 나와 아드하이는 각자의 목표를 향해 움직였다. 아드하이는 호넷링을, 나는 성체를 향해 강하했다.
내 뒤로 보라색 번개 폭풍이 몰아친다. 녀석이 벌레들과 싸우는 사이, 나는 날개 팔을 접어서 헬사이드 호넷과의 거리를 좁혔다.
그리고 떨어지는 중에 놈을 향해 사이킥 브레스를 쐈다. 이번에는 심연의 색채로 강화하지 않은 일반 버전이다.
보라색 열선이 놈의 하체를 살짝 스치고 지나갔다. 제대로 맞았으면 치명상이었겠지만, 맞기 직전 놈이 피하는 바람에 빗나갔다.
“샤아아아!”
분노한 놈이 내가 떨어지는 지점에 맞춰 소화액을 내뱉었다. 날개를 접어 강하하던 나는 재빨리 날개 팔을 살짝 펼쳤다. 낙하 속도가 확 줄어들면서 놈의 공격이 내 꼬리 아래쪽 살을 스쳤다.
생살이 타는 고통이 몰려왔지만, ‘고통 경감’이 뜨지 않는 것을 보니 심한 부상은 아니다. 놈의 공격을 회피한 나는 다시 날개를 접어 떨어지는 속도를 올렸다.
산을 덮고 있는 나무들을 구분할 수 있을 때쯤 나는 놈과 거리를 크게 좁힐 수 있었다. 놈에게 다가가는 동안 소화액을 몇 차례 더 맞았지만 갑각의 단단함을 믿고 버텼다.
“샤악! 스아아아!”
내가 맞으면서도 물러나지 않자 놈도 마음을 달리한 것 같다. 추락하면서 소극적인 저항만 하던 놈이 갑자기 날개를 움직이며 내 쪽으로 날아들었다.
나에게 바짝 붙은 놈이 낫을 닮은 팔로 내 목을 베려고 한다.
참수되기 전 나는 상반신을 뒤로 뺐다. 놈의 팔이 내 턱에 달린 칼날 뼈끝을 잘라 냈다. 사냥의 표상 효과로 보조기관이 칼날 뼈로 변한 것인데 아슬아슬하게 신경은 다치지 않았다.
몸을 뒤로 빼는 중에 내 등에서 침식 촉수들이 다시 나와 놈을 붙잡았다. 촉수 끝에 달린 부속지들이 놈의 하체에 달린 6개의 다리를 얽어맸다.
놈을 붙잡고자 한 내 의도는 성공했으나, 놈 역시 순순히 붙잡힌 의도가 있었다. 놈의 팔이 섬전처럼 날아들어 내 복부를 꿰뚫었다.
‘컥!’
「고통 경감 발동!」
내장이 찢어지는 통증에 정신을 잃을 뻔했다. 내가 에이모프가 아니었다면, 고통 경감 특성이 없었다면 여기서 당했을 거다. 내 머리가 비명을 지르는 동안에도 내 몸은 포기하지 않고 놈을 단단히 붙들고 있었다.
‘똑같이 갚아주마!’
“샤아아!”
나는 입을 크게 벌려서 놈을 깨물려고 했다. 놈이 급히 다른 팔을 접어서 내 입을 틀어막았다. 그렇게 놈과 나는 서로 껴안은 채 하늘에서 추락했다.
“샤아아아아.”
마침 잘 됐다는 듯 놈의 꽁무니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소화액을 맞아서 녹아내린 내 갑각 부근에 구더기를 심을 생각이겠지.
하지만 놈이 모르는 것이 있다.
놈이 나를 죽이기 위해 온 신경을 다 쏟고 있는 사이, 내 보조기관은 중요한 사실을 내게 알렸다.
머리 위에서 초고속 비행체가 이쪽을 향해 접근 중이라고.
그리고 그 비행체로부터 보라색 에너지탄이 발사되었다. 이번에 날아온 에너지탄은 평소에 녀석이 쏘는 것보다 훨씬 가느다랗게 정제된 형태였다.
마치 누군가의 눈을 피하기 위한 것처럼.
아드하이의 의도대로 놈은 한참 늦게 알아차렸다. 자기 머리를 향해 날아오는 에너지탄을 확인한 본 놈은 몸을 빼려고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왜냐하면 나와 몸이 바짝 붙어 있으니까.
“샤악!”
놈은 뛰어난 판단력으로 자기 팔과 다리를 뜯어냈다. 날개만 남은 놈이 내게서 멀어졌다. 나 또한 전투용 팔로 놈의 날개를 붙잡으려 했지만, 놈이 살짝 빨랐다.
‘하지만!’
보라색 에너지탄이 내 머리 위에 도달했을 때, 나는 머리 위치를 살짝 비틀었다.
그 결과, 아드하이가 쏜 사이킥 브레스가 내 머리 갑각에 충돌했다. 한 발로 끝내기 위해 제대로 응축해서 쏜 것인지, 강렬한 충격이 머리 전체로 퍼져나갔다.
사이킥 브레스에 피격된 순간, 내 몸에 잠재된 특성, 초능력 반사 장갑이 자동으로 활성화됐다. 사이킥 파워 대부분은 내 머리 갑각을 파괴할 때 소멸했지만, 일부만큼은 아직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 에너지들은 나를 제외한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튀었다.
정확히 헬사이드 호넷의 날개가 있는 방향으로 말이다.
“스악?!”
날개 하나를 잃은 놈이 몸을 가누지 못하고 비틀거린다. 거기서 확인 사살이라도 하려는 것처럼 날아드는 두 번째 에너지탄.
「큰어른」「공격」「용서」「불가」
에너지탄은 녀석의 차가운 원한이 담긴 사념파와 함께 놈의 날개를 불태웠다.
두 날개를 모두 잃은 놈은 더 이상 공중에 떠 있지 못하고 추락했다.
이번에는 전략적 도주가 아니라 진짜 추락이었다.
“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평생 낙사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산 놈이었지만 이제는 아니다. 작아지는 비명과 함께 놈의 몸이 점점 줄어든다.
그리고 곧 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휴.’
「큰어른」「안 아픔?」
[즈즈즈 즈즈 즈즈즈(괜찮아. 아주 잘했어)]
「머리」「맞음」
[즈즈즈즈즈(걱정하지 마)]
내게 날아온 녀석이 걱정스럽게 묻는다.
현재 내 몸은 소화액을 맞아 녹은 갑각, 배에 난 관통상, 잘린 뿔, 사이킥 브레스로 인해 파인 머리 갑각 등 완전히 엉망이었다. 솔직히 안 아프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나는 괜찮다고 답했다.
어차피 뇌와 심장이 정지하지 않는 이상 에이모프는 죽지 않는다. 이 정도 부상은 놈의 고기를 먹는다면 충분히 회복할 수 있다.
나는 아드하이와 함께 천천히 땅에 내려왔다.
놈이 떨어진 곳은 온통 끈적거리는 액체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피바다가 된 추락 현장의 중앙에는 놈이 있었다.
“스, 스, 스으….”
상체 중 머리만 남은 놈이 간신히 숨을 내쉬고 있었다. 하체는 박살이 났고, 피 웅덩이 위에는 죽은 구더기들이 둥둥 떠다녔다.
‘이걸로 끝이다.’
놈에게 다가간 나는 등에 달린 뼈 낫 팔로 헬사이드 호넷의 머리를 꿰뚫었다.
놈은 상반신을 파르르 떨다가 멈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