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진화하는 우주괴물이 되었다-226화 (227/400)

Ep. 226

함 오르트와의 대화는 제법 오래 이어졌다.

생각보다 녀석이 오드 그라드에 대해 많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놈의 반려였으니까 당연한가?’

아무튼 녀석에게 들은 정보를 크게 요약하면 두 가지.

‘감정을 조작하는 반지와 예지력.’

녀석이 말하길, 오드 그라드는 정체불명의 반지를 품고 다닌다. 정확히 언제부터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적어도 우두머리가 된 이후에 얻은 것은 확실하다고 했다.

그리고 그 반지 탓에 함 오르트는 놈이 이상하게 변해가고 있다는 점을 늦게 알아차렸다.

‘갤러곤은 거짓말을 못해.’

사념파로 감정을 표현해서 대화한다는 설정이라서 거짓말이라는 개념이 없다. 자기가 착각하거나 몰라서 잘못된 정보를 전달할 수는 있어도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갤러곤들은 기본적으로 자기 무리의 동족들을 신뢰한다.

함 오르트도 처음에는 놈으로부터 이상한 점을 느끼지 못했다고 했다. 폭력적으로 변하긴 했어도 무리를 이끄는 중압감에 힘들어서 그런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녀석은 우연히 오드 그라드가 동족을 죽이는 상황을 목격했다.

죽은 대상은 오드 그라드의 첫 반려이자 무리에서 가장 오래 산 암컷 화이트 갤러곤. 오드 그라드는 자기와 가장 오래 함께한 상대를 무자비하게 처리했다.

늙은 반려는 죽기 직전 놈의 꼬리를 잘랐고, 놈이 꼬리에 달고 있던 반지가 잠깐 떨어졌다. 이를 몰래 지켜보고 있던 함 오르트는 반지가 떨어진 순간, 가장 사랑하던 이의 감정을 엿볼 수 있었다.

놈은 알 수 없는 분노와 절박함에 제정신이 아니었다. 녀석이 알고 있는 멋진 흑룡은 없고 미치광이 폭군만 남은 것이다.

꼬리가 잘리는 바람에 반지를 앞발에 낀 놈은 이튿날 동족들 앞에서 태연히 거짓말했다. 늙은 화이트 갤러곤이 스카이웨일의 공격을 받아 죽었다고 말이다.

‘감정을 왜곡하는 반지라.’

게임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장비다.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 반지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게다가 갤러곤처럼 감정 표현이 중요한 생물들에게도 딱히 유용하다고 하기 힘들다. 동족을 깊이 신뢰하는 갤러곤에게 이런 도구는 불필요할 테니까.

‘미래를 읽을 수 있는 존재만 빼고.’

아드하이의 사례를 보면, 화이트 갤러곤에서 더 성장하려면 화이트 갤러곤을 포식해야 한다.

따라서 화이트 갤러곤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은 자연스럽게 무리 우두머리와의 전투, 혹은 다른 무리와의 전쟁으로 이어진다. 전쟁에서 무사히 살아남은 화이트 갤러곤은 블랙 갤러곤이 되어 우두머리 자리를 두고 경쟁하거나 새 무리로 독립한다.

그것이 갤러곤의 생태 사이클.

사실 갤러곤의 성장 과정은 게임에서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나도 이 행성에 와서 아드하이의 변화를 직접 목격한 덕분에 확실히 알게 됐다.

‘놈은 먼 미래도 볼 수 있으니 우두머리 경쟁도 봤을 거야.’

이 행성에는 오드 그라드 무리 외 다른 갤러곤 무리가 없었다. 화이트 갤러곤이 성장할 유일한 방법은 우두머리를 죽여야 한다는 것뿐이다.

‘일반 화이트 갤러곤이 블랙 갤러곤을 이기는 것은 불가능해.’

오직 레드 갤러곤이 될 수 있는 존재만이 블랙 갤러곤을 이길 수 있다.

‘놈은 미래를 읽는 능력을 이용해서 자기 자리를 위협할 존재를 미리 제거했어.’

실제로 놈은 주기적으로 해츨링을 죽이고, 알을 둥지 밖에 버렸다고 한다. 무리가 굶주리는 중이니 약한 개체를 줄인다는 명목으로 말이다. 아마 아드하이가 쫓겨난 이유도 이와 관련이 있을 터.

‘반지가 없었으면 이렇게까지 하지 못했겠지.’

놈이 자기만 살기 위해 동족을 죽였다는 사실을 다른 동족들이 알면 어떻게 될까. 함 오르트처럼 놈 때문에 자식을 잃은 어미라면?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거야.’

현시점에서 반지는 무리에서 놈의 지배력을 공고히 하는 유일한 수단이다. 반지가 사라지면 놈의 무리가 붕괴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반지에 대한 것은 이 정도로 됐고.’

다음은 예지력. 녀석과 대화하면서 놈의 능력에 대한 흥미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오드 그라드는 무리에서 중요한 결정이 있기 전 항상 잠을 청한다. 잠에서 깨면 바로 결정을 내려서 반려들 중 모르는 존재가 없다고 한다.

‘잠이 장기적인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을 발현시키는 촉매인가.’

정확히 잠이 능력을 발동시키는 수단인지는 불명이나 대체로 안정된 몸 상태에서만 예지가 가능하다고 추측할 수 있다.

‘놈이 안정을 취하지 않는 상태에서는 먼 미래를 볼 수 없어.’

꿈에서 미래를 본 뒤 행동에 나선다고 해도 중간에 미래가 어떤 형태로 바뀌는지는 알지 못한다. 당연히 예지한 미래를 피하는 방식으로 움직이기야 하겠지만, 이를 명확히 하려면 미래를 재관측해야 한다.

가령 내가 자동차에 치여 죽는 미래를 예지했다고 치자.

나는 자동차를 피해 도로에서 멀리 떨어져 움직이겠지만, 갑자기 보도 옆 건물이 무너진다면 죽을 수밖에 없다. 이를 피하려면 내가 자동차를 피한 행위로 인해 건물에 깔려 죽는다는 미래를 다시 관측해야 한다.

‘간단히 말해 유인만 성공하면 돼.’

나와 싸우는 동안에는 미래를 볼 수 없다는 뜻이니까.

‘놈을 끌어들이려면 내가 약해져야 할 텐데.’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쉬운 길도 아니다. 위험한 변수도 넘쳐난다.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해.’

생각을 빠르게 정리한 나는 함 오르트에게 다시 질문을 던졌다.

[즈즈 즈즈즈 즈즈즈즈 즈즈즈(놈과 싸울 때 이상한 점은 없었나?)]

「이해」「못 했다」「자세히」「설명」「요구한다」

[즈즈 즈즈즈 즈즈 즈즈 즈즈즈즈즈 즈즈즈(놈이 공격을 미리 알고 피한다거나 그런 것)]

「아예」「압도당했다」「위협」「불가능」

[즈즈즈(그렇군)]

사실 장기적인 미래 관측 능력을 봉쇄하는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다. ‘포식자 감각’도 그렇지만 당장 닥쳐오는 위험을 만회하는 것에는 도움이 되지만 위험이 생기는 구조 자체를 바꿀 수는 없으니.

‘나머지는 놈과 직접 마주해서 확인할 수밖에.’

[즈즈즈즈 즈즈즈(마지막으로 하나 더)]

「질문해라」

[즈즈즈즈 즈즈즈 즈즈즈(이번에는 질문이 아니야)]

「?」

지금부터 내가 행동으로 옮길 계획을 위해서는 마지막으로 확인해야 할 것이 있다.

[즈즈즈즈 즈즈즈즈 즈즈즈 즈즈즈 즈즈즈즈 즈즈즈즈(오드 그라드를 죽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거야)]

「동의한다」

[즈즈즈 즈즈즈즈(네 목숨도 걸 수 있어?)]

「유성의 딸」「동족」「살리기 위해」「결심했다」「목숨」「상관없다」

즉답이었다. 녀석의 사념파에서 한 치의 망설임도 느껴지지 않았다.

지금의 대답도 그렇고 대화해 보면 녀석은 갤러곤 중에서도 꽤 동족애가 강한 것처럼 보였다.

‘쉽게 자식을 버릴 만한 존재가 아니야.’

나는 갤러곤이 아니지만, 녀석이 아드하이에게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지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딸에 대한 태도가 애매모호하긴 하나, 약한 신체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죽일 정도로 냉혈한은 아니었다.

‘속사정이 있는 것 같네.’

그 부분은 내가 굳이 알 필요는 없다. 그건 아드하이와 녀석 둘이서 풀어야 할 문제니까.

‘확인해야 할 것들은 다 체크했어.’

[즈즈즈 즈즈 즈즈즈 즈 즈즈즈즈 즈즈즈(물어볼 것은 이걸로 끝. 들어가서 쉬어라)]

내게 고개를 끄덕인 함 오르트는 몸을 돌렸다. 녀석은 둥지에 들어가기 전에 아드하이가 사라진 방향을 한 번 쳐다 봤다.

아직 애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잠깐 서서 숲 너머를 바라보다가 둥지로 들어갔다.

[즈즈 즈즈즈즈 즈즈즈(먹이 몇 마리만 챙겨줘)]

「알았어.」

[즈즈즈 즈즈즈즈 즈즈 즈즈 즈즈 즈즈즈즈 즈즈즈즈(그리고 들어가는 김에 안에 있는 장비 배낭도 갖다 주라)]

「…내가 네 엄마인 줄 아니?」

하늘의 어머니는 투덜대면서도 내 부탁을 들어줬다. 동굴에 들어갔다가 나온 그녀는 배낭을 내게 넘겼다.

「정보 수집은 이 정도로 충분할 것 같은데. 앞으로 어떻게 할 거야?」

나와 함 오르트의 대화를 옆에서 듣고 있었기에 그녀도 나와 비슷하게 생각한 것 같다. 이제 남은 건 오드 그라드와 싸우는 일이라고.

‘어떻게 싸울 지는 생각이 다른 것 같지만.’

다른 때 같았으면 대답해줬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오드 그라드가 보는 미래에 영향을 줄 수도 있으니까.

‘놈과의 싸움은 이미 시작됐어.’

[즈즈 즈즈즈 즈즈 즈즈즈 즈즈즈 즈즈즈즈(네가 실망할 일은 절대로 없을 거야)]

「…응?」

그녀는 내 말이 이해가 안 되는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가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침묵을 유지하자 그녀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둥지 밖에서 식사하는 갤러곤들, 함 오르트를 챙겨 주기 위해 동굴을 들락날락 거리던 하늘의 어머니.

모두가 둥지에 들어갔지만 나는 계속 밖에서 녀석들을 기다렸다.

녀석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내 머리에서는 각종 계획과 전략들이 꼬리를 물며 끊임없이 이어졌다.

이 세계에서도, 현실 세계에서도 시도해 본 적이 없는 계획이다. 신중에 신중을 기울여야 한다.

그렇게 시간이 꽤 지나고, 녀석들이 돌아왔다.

「큰어른」「나」「왔어」

「큰애기는 왜 혼자 밖에 있어?」

“저희들이 올 때까지 기다린 것입니다.”

‘잘 설득했나 보네.’

우울한 기색을 보이던 아드하이였지만, 날갯짓에 힘이 들어간 녀석을 보니 기분이 훨씬 나아진 것 같았다. 26호가 잘 타이른 덕택이겠지.

‘생각이 깊은 녀석이니까.’

유아적인 말투와는 별개로 가끔 녀석의 말과 행동은 나의 마음을 울린다. 그런 것을 보면 처음 연구선에서 녀석을 만났을 때 잡아먹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다.

그런 좋은 녀석이지만, 지금부터 나는 녀석에게 몹쓸짓을 할 예정이다. 26호말고 아드하이, PS-111, 하늘의 어머니, 이 자리에 있는 모두에게 말이다.

[즈즈즈즈 즈즈즈(함 오르트는 나와라)]

「큰어른?」

「큰애기가 화해시키려나 봐.」

나는 녀석들의 의문에 답하는 대신 재차 함 오르트를 불렀다. 잠시 후 둥지에서 함 오르트와 하늘의 어머니가 함께 나왔다.

[즈즈즈즈 즈즈 즈즈즈즈 즈즈즈 즈즈즈즈(함 오르트는 나의 무리에서 분란을 일으켰다)]

「뭐?」

「큰어른」「무슨 말?」

「큰애기야?」

내가 예상과 전혀 다른 행동을 보이자 모두가 당황한다. 반면에 함 오르트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녀석의 시선이 아드하이에게 잠깐 향한다. 찰나의 순간, 자수정을 닮은 눈동자에 별이 낳은 작은 갤러곤의 모습이 담긴다.

마지막으로 딸의 모습을 충분히 담은 녀석은 다시 시선을 돌려서 내게 향했다. 나와 시선을 마주한 녀석의 눈에는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녀석은 이미 충분히 각오를 했다. 나는 날개 팔을 뻗어 녀석의 목을 움켜쥐었다.

「야! 잠깐 기다….」

[즈즈즈 즈즈 즈즈즈 즈즈즈 즈즈즈(따라서 너를 죽이고 그 고기를 먹겠다)]

내가 진심으로 함 오르트를 잡아먹으려 한다는 것을 느낀 하늘의 어머니가 내게 손을 뻗었다. 그 전에 나는 턱을 크게 벌렸다.

양 갈래로 갈라지는 턱이 함 오르트의 머리를 집어삼키려는 순간.

「큰어른」「멈춰!」

내 몸이 강한 충격과 함께 옆으로 밀려났다. 몸 전체를 울릴 정도로 강한 충격 때문에 함 오르트도 놓치고 말았다.

「유성의 딸?」

「큰어른」「할 말」「있어」「기다려」

나를 공격한 것은 아드하이였다.

머리에 붉은 화장이 덧씌워져 있는 것을 보니 레드 갤러곤의 능력, ‘레드아머’를 사용한 것이 틀림없었다.

‘나중에 가르쳐 주려고 했는데.’

레드아머를 공방 양쪽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려고 했지만, 역시 똑똑한 녀석이라서 스스로 체득했다.

아드하이가 함 오르트와 나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동안 하늘의 어머니도 내 앞에 뛰어들었다.

「지금 무슨 짓이야!」

[즈 즈즈즈 즈즈즈즈 즈즈즈즈 즈즈즈즈(난 내 무리를 지키려는 것뿐이다. 막지 마라)]

「진심이야?」

[즈즈 즈즈즈즈 즈즈즈즈(나를 방해한다면 치우겠다)]

나는 가차 없이 꼬리를 크게 휘둘렀다. 깜짝 놀란 그녀는 두 다리에 힘을 줘서 땅을 박쳤다. 내 꼬리가 사정 없이 땅을 후려치고 박살을 냈다.

「미친! 모프박이 이 또라이가 진짜!」

그녀가 ‘얼음의 악령’을 쓰면 안 되기에 나는 꼬리를 회수하는 동시에 입을 크게 벌렸다. 내 목 안쪽에서 산성 진균 덩어리가 뿜어져 나와 그녀를 향해 날아갔다.

그때 날아가던 진균이 공중에서 그대로 멈췄다.

「큰애기야, 왜 그래?」

진균을 상대로 속박을 쓴 26호가 내게 물었다. 파장에서 나에 대한 걱정이 역력히 묻어나왔다.

나는 대답하지 않고 대신 PS-111을 불렀다.

[즈즈 즈즈 즈즈즈즈 즈즈즈즈(나를 도와 녀석들을 공격해라)]

“공격 명령 거부. 메인컨트롤러한테 피해를 입힐 수 없습니다.”

[즈즈즈 즈즈 즈즈즈즈즈(그러면 다른 녀석들부터 쳐)]

내 말에 PS-111은 드물게도 난처하다는 태도를 보였다. 녀석은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불가합니다. 현재 ‘에이모프’는 명백한 정신 착란 상태로 인한 판단력 상실 상태입니다. 안정을 취하실 것을 권합니다.”

그렇게 말한 녀석은 26호 곁에 서서 내게 입을 벌렸다. 여차하면 데몰리셔를 쏘겠다는 듯 입을 활짝 벌린 채 말이다.

‘하여간 기계 주제에 맞는 것이 없어.’

녀석의 분석과 달리 내 정신은 아주 멀쩡하다. 나는 제정신으로 모두와 척을 지는 행동을 하는 중이다.

여기까지 함께 해 온 모두를 믿는다는, 지극히 이성적인 판단에 의해서 이 계획을 실행에 옮긴 거다.

‘그래도 옳은 선택을 해서 다행이네.’

나는 고개를 돌려 모두를 한 번씩 훑어봤다. 이 자리의 그 누구도 내 돌발행동에 동조하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다. 지금 내 행동은 명백히 무리와 척을 지려는 짓이었으니까.

‘좋아.’

[즈즈즈 즈즈즈 즈즈 즈즈즈즈즈 즈즈 즈즈즈즈(무리의 모두가 나를 배신했으니 나는 떠나겠다)]

「기다려!」

[즈즈즈 즈즈즈 즈즈 즈즈즈즈 즈즈즈즈(네놈의 머리에 있는 기생충도 돌려받지)]

「잠깐…큭!」

내 의지에 따라 하늘의 어머니 머리에 있던 기생충이 그녀의 안와(眼窩)를 통해 빠져나왔다. 웬디고 형태로 변하면서 콧구멍이 사라지는 바람에 대신 다른 구멍으로 나온 것이다.

기생충이 빠져나온 불쾌한 기분에 그녀가 비틀거린다. 나는 기생충을 회수하면서 장비를 넣은 가방도 챙겼다.

「큰애기야, 진짜야? 진짜 갈 거야?」

「큰어른」「장난이지?」

[즈즈 즈즈즈 즈즈즈 즈즈 즈즈즈즈 즈즈 즈즈 즈즈 즈즈즈(처음 만났을 때부터 너희에게 거짓말한 적이 없다)]

녀석들이라면 내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할 수 있으리라.

‘안 그러면 곤란하지만.’

모든 준비를 마친 나는 날개 팔을 펼쳤다. 머리 위에 있는 밤하늘만큼이나 넓은 피막이 모습을 드러내고 내 몸이 하늘을 향해 떠올랐다.

내가 멀리 날아오는 동안, 내 뒤를 따라오는 생물은 없었다.

그 모습에 작은 안도감과 씁쓸함이 동시에 느껴졌다.

‘아니, 이렇게 안 되면 곤란하지.’

나는 먹구름 사이를 지나다가 고개를 털었다.

오드 그라드가 원하는 판은 충분히 깔렸다.

이제 내가 역으로 놈을 덫으로 끌어들일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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