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진화하는 우주괴물이 되었다-230화 (231/400)

Ep. 230

「포식 효과 발동! ‘용의 심장(유일)’ 유전자 정수 획득 성공.」

「‘블랙 갤러곤’의 생물 특성 중 ‘용의 심장(유일)’을 탈취.」

「‘용의 심장(유일)’을 적용하시겠습니까?」

오드 그라드의 머리를 목구멍으로 넘기는 순간, 고대하던 텍스트박스가 나타났다.

블랙 갤러곤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용의 심장’.

초월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고, 직접 포식해서 얻은 최초의 유일 특성이다. 초능력 계열 특화로 진화하고 싶다면 최고의 선택지다.

그런 강력한 특성을 얻었으니 기뻐해야겠지만, 나는 살짝 아쉬움을 느꼈다.

‘특별한 놈이라서 다른 것이 나올 줄 알았는데.’

예지 능력이라든가, 아니면 죽기 전 사용한 스타플레임이라든가 등등. 용의 심장이 쓸모없다는 말은 결코 아니지만, 오드 그라드는 일반 블랙 갤러곤과 격이 다른 존재. 그렇다 보니 살짝 기대가 됐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나는 확인을 선택했다. 그러자 여러 개의 반투명 텍스트박스가 떠오르고 내 몸이 변하기 시작했다.

모방은 진화의 또 다른 일면.

에이모프만큼이나 이 표현이 어울리는 존재는 없다.

내 몸의 장기와 신체 기관들이 블랙 갤러곤의 유전자 정수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변화해간다.

오른쪽에 위치한 심장과 연결된 혈관들이 확장되고 갈라지며 새 혈관들로 분열되었다. 새로 생긴 혈관들은 심장의 반대편, 왼쪽으로 모여들었다.

허파, 내장 등의 장기가 이동하며 생긴 빈 공간에 새로운 심장이 자라났다. 오른쪽 심장보다 크기는 작지만, 그 힘은 결코 떨어지지 않는 갤러곤의 심장이.

‘이런 느낌이었구나.’

‘사냥의 표상’ 상태라서 감각이 발달한 덕분일까. 몸속에서 벌어지는 변화가 생생하게 느껴졌다.

순식간에 심장이 두 개가 된 나는 심호흡을 했다. 이전에 버서커 시냅스를 확보한 이후에도 강한 활력을 느꼈지만 이번에는 차원이 달랐다.

오드 그라드와 싸우면서 에너지를 적지 않게 소모했는데 그 탈력감이 완전히 사라졌다. 오히려 태양을 품고 있는 것처럼 강한 힘이 느껴진다.

용의 심장을 지니면 사이킥 계열 능력에 한해서는 항상 사냥의 표상을 쓴 것과 비슷한 상태가 된다. 심장이 쉴 새 없이 사이킥 파워를 펌핑하기에 사이킥 브레스 같은 기술을 제한없이 사용할 수 있다.

그뿐일까. 초광속 항해처럼 대량의 에너지를 소비하게 되는 상황에서도 사이킥 파워를 대신 소모해도 된다.

‘악몽의 지평선과도 궁합이 좋겠어.’

함선을 끌고 다니는 동안 에너지 소모에 대한 걱정이 줄어들 테니까 말이다.

‘그러고 보니 이걸로 유일 특성이 4개가 되는 건가?’

내게는 초월 시스템으로 만든 3개의 유일 특성이 있다. ‘완전한 유기체’, 거기에 초능력 계열 유일 특성, 용의 심장까지 추가됐다.

‘진화 조건 달성까지는 앞으로 6개 남았네.’

에이펙스 조건은 오드 그라드 무리와 싸우는 중에 이미 달성했다. 유일 특성 10개 획득과 타입 6개 보유 조건만 남았다.

‘아직 갈 길이 멀어.’

유일 특성 10개를 채우려면 지금처럼 블랙 갤러곤급 에이펙스를 잡거나, 아니면 초월 시스템을 이용해야 한다.

‘사냥으로 얻는 것은 쉽지 않겠지.’

블랙 갤러곤이 더 있으면 모르겠으나 이 행성에서 새로운 갤러곤 무리는 보이지 않았다. 갤러곤말고 유일급 특성을 지닌 에이펙스 생물은 이 행성에 없는 것 같고.

‘아케인 오르카가 올 가능성도 있지만, 이를 기다리는 것은 너무 비효율적이야.’

스카이웨일 상위종인 아케인 오르카는 행성을 옮겨 다니며 막대한 에너지를 포식한다. 스카이웨일이 돌아다니던 검은색 산에 놈들이 올 수도 있지만, 정확히 언제 올지는 알 수 없다.

크리스털윙은 그나마 둥지라도 있지, 놈들은 그렇지 않다. 기약없이 놈들을 기다릴 바에는 차라리 다른 방법을 택하는 게 낫다.

‘슬슬 떠날 때가 온 건가.’

갤러곤들 덕분에 에이펙스 조건도 채웠고, 블랙 갤러곤 오드 그라드도 죽였다. 이 행성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은 충분히 얻었다고 봐야겠지.

‘물론 당장 떠날 생각은 아니지만.’

이전에 헬사이드 호넷을 잡고 새 유일 특성 재료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 그 유일 특성을 융합하려면 헬사이드 호넷과 글래셔 핀드의 특성들이 필요하다.

헬사이드 호넷은 몰라도 글래셔 핀드는 다른 행성에서 찾기가 쉽지 않다. 이 행성에서 유일 특성까지는 융합하고 떠나던가, 아니면 최소한 재료만이라도 얻어두고 가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PS-111과 함께 온 스크리머들, 인면충으로부터 얻은 시현 유진에 대한 문제도 해결되지 않고 남아 있다. 전부 확인하려면 시간이 꽤 걸리겠지.

‘일단 그건 나중에 생각하자.’

아직 저 아래에서 전투가 한창이다. 내려가기 전, 나는 몸 상태를 마지막으로 점검했다.

스타플레임의 여파로 타들어 간 비늘은 거의 복구됐다. 제일 피해가 컸던 머리갑각은 아직 회복 중이지만, 이것도 적을 흡수하면 되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

‘방금의 그 공격, 분명 초능력 반사 장갑의 효과였어.’

그것도 일반 초능력 반사 장갑이 아니라 심연의 색채가 적용된 것.

혼돈을 정제한 것 같은 기괴한 느낌, 그리고 적중한 상대에게 극한의 고통을 주는 것. 이러한 특징을 갖는 특성은 심연의 색채 밖에 없으니까.

‘패시브형 특성이라서 자동으로 활성화된 건가?’

초능력 반사 장갑은 내가 원한다고 해제하거나 활성화할 수 없다. 심연의 색채 버전에도 그러한 특징이 반영된 것으로 추측된다.

‘활성화 조건은 아마도 두 가지.’

에이모프의 특성 중에는 서로 효과가 중복되거나 합치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렇게 되면 효과가 더 우월한 특성이 적용되고, 효과가 떨어지는 특성은 비활성화된다.

가령 내가 ‘괴수의 강화 날개’를 보유한 상태인데 ‘날개’ 특성을 획득했다고 해서 날개가 추가로 더 생기는 것이 아니다. 날개 특성의 유전자 정수는 뇌 어딘가에 저장되어 있을 뿐, 실제로 내 몸을 변화시키지 않는다.

여기서 날개 특성이 활성화되려면 괴수의 강화 날개가 비활성화된 상태여야만 한다. 날개 팔을 잃어 버리거나 아니면 특성 자체를 손실했을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같은 논리로 사이킥에 대한 높은 저항력을 제공하는 모방비늘로 인해 초능력 반사 장갑은 비활성화된 상태다. 모방비늘의 사이킥 내성 효과가 종료된다면 그때는 다시 초능력 반사 장갑이 활성화된다.

‘하지만 스타플레임에 맞으면서 모방비늘이 크게 손상됐어.’

비늘과 갑각이 깎여나가며 안의 근육이 노출되면서 모방비늘의 효과가 상실, 그에 따라 초능력 반사 장갑이 일시적으로 발동하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이전에 모방비늘이 비활성화된 상태에서 여러 번 브레스를 맞았지만, 그때는 발동하지 않았다. 이는 발동하는데 필요한 조건이 하나 더 있기 때문이다.

‘피해를 주는 사이킥 파워가 일정량 이상이 되어야만 자동으로 발동되는 거겠지.’

초능력 반사 장갑은 아무리 적은 양의 사이킥 파워라고 해도 무조건 반사한다. 반면 심연의 색채 버전은 자동으로 활성화되는 대신, 내게 치명적인 피해를 줄 정도로 압도적인 공격을 당했을 때만 발동되는 것으로 보인다.

‘내 의지로 활성화할 수 없다는 것은 단점이지만….’

그래도 컬트 플레이어, 갤러곤처럼 사이킥 공격 위주의 적한테 한 방 제대로 먹이는 용도로 쓰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기회가 되면 더 연구해 보자.’

모든 체크를 마친 나는 날개를 접어 구름 아래를 향해 가속했다.

갤러곤과의 싸움도 이제 끝이다.

-

큰어른이 떠난 이후 그녀는 한참 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그가 떠난다고 말한 순간, 옛날 무리에서 버려졌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정신을 차렸을 무렵에는 곁에 어미가 있었다. 상처가 아직 다 낫지 않은 어미는 불편한 날개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감싸는 중이었다.

그녀가 올려다봤지만 무심한 어미는 시선 하나 마주하지 않았다. 그저 그녀보고 춥지 말라고 날개를 덮고 있었을 뿐.

그 모습을 본 그녀가 느끼는 감정은 복합적이었다.

이제 와서 무슨 짓이냐고, 어미 때문에 큰어른이 떠났는데 어떻게 책임질 거냐고.

그렇게 외치고 싶었지만 그녀는 끝내 그러지 못했다.

왜냐하면 어미의 날개가 너무나도 따뜻했기 때문이다. 마치 어미가 자식을 품고 위로하는 것 같은 따뜻함.

기억력이 좋은 그녀는 아주 오래 전 일을 떠올렸다.

그녀는 약한 신체로 타고 난 탓에 둥지에서도 추위에 떨었다. 그럴 때마다 그녀의 어미는 날개를 펼쳐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무심하고 차가운 눈과 다르게 날개만큼은 참 안락했다.

과거의 기억을 되새겨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성장하면서 생각의 폭이 넓어졌기 때문일까. 문득 그녀는 정말로 큰어른이 자기 무리를 떠난 것인지 의심이 들었다.

그녀의 고향으로 출발하면서 큰어른이 말했다.

큰어른은 자기를 가장 소중한 존재라고 했다. 그는 그녀를 버리지 않을 것이라 했고, 그 맹세는 지켜졌다.

게다가 떠나기 직전, 그가 그러지 않았는가. 그는 그녀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몇 번을 다시 떠올려 봐도 그는 그녀에게 거짓말을 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생각했다.

사실 큰어른은 계획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 언제나 그녀가 본 적도, 생각하지도 못한 계획을 마구 쏟아 내는 큰어른이다. 이번에도 자기만 알고 있는 거대한 계획이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은 그녀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다.

「찾았다! 큰애기가 두고 간 거야!」

큰어른과 가장 오랫동안 함께 해 온 작은어른이 구덩이에서 뭔가를 꺼냈다. 동족과는 다른 힘이 감도는 길쭉한 금속 덩어리. 평소에 큰어른이 못생긴 친구한테 자주 빌려주던 물건이었다.

그걸 본 그녀는 깨달았다.

저것이야말로 큰어른이 남겨둔 흔적이라는 사실을.

큰어른은 그들을 버린 것이 아니었다. 계획을 위해 그들을 믿고 떠난 거다.

그 후에는 모두가 큰어른이 남긴 흔적을 계속 찾기 시작했다. 큰어른과 함께 가 본 장소들도 다시 한번 가봤다.

드넓은 얼음 벌판, 하늘의 뱀과 싸웠던 검은 산, 그녀와 둘이서 먹이 사냥을 했던 산 중턱의 동굴까지.

모두 허사였지만 그녀와 동족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분명 큰어른은 그들이 와주길 기다리고 있을 것이었기에.

한참 동안 찾던 끝에 마지막으로 남은 곳은 그녀가 가 본 적이 없는 장소였다. 작은어른 말로는 ‘반짝반짝 날아다니는 애’를 잡으러 간 곳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장소가 정답이었다.

그 장소에서 큰어른과 저 위대한 오드 그라드가 하늘과 별이 기억할 만한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작은어른을 태우고 날아갈 때 그녀는 큰어른을 만나면 혼내 주리라고 다짐했다.

그녀가 가장 경외하는 어른이자 사랑하는 존재가 떠난다고 했을 때 얼마나 충격을 받았는지 그는 모르리라. 뿔로 몇 번 찌르면 앞으로 그런 짓을 안 하겠지.

막상 오드 그라드와 싸우다가 다친 큰어른을 보니 분노가 사그라질 뻔했지만 억지로 마음을 다잡았다.

뿔로 찌르는 대신 발톱으로 긁어야겠다는 수준으로 낮아지긴 했지만, 야단치겠다는 의지는 변함이 없었다.

큰어른을 때려주고 싶다는 욕망을 간직한 채 그녀는 계속 싸웠다.

처음 기습으로 죽인 백색의 어른 외, 남은 둘은 의외로 쉽지 않았다.

어른 하나가 죽은 이후 그들은 도망 다니면서 그녀를 견제하기만 했다. 오드 그라드가 큰어른을 해치우고 자기들을 도우러 오길 기다리는 것이리라.

어리석은 생각이다.

거짓말쟁이 오드 그라드보다 큰어른이 훨씬 대단한데. 저 어른들은 멍청해서 그것도 모르고 헛된 기대만 품고 있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그녀의 머리 위 구름 속에서 별의 빛이 번뜩였다. 낯이 익은 힘의 파장이 구름을 몇 차례 뒤흔들더니 무언가를 뱉어냈다.

「반역자」「검은색 동족」「죽었다」

「위대한 오드 그라드」「승리했다」

워낙 순식간에 추락하는 바람에 그녀는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 적들도 마찬가지인지 반려들이 그녀를 조롱했다.

하지만 그녀는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누가 진짜 승자인지.

당연한 얘기지만, 그녀의 생각이 옳았다.

검은색 유성이 그녀를 비웃는 반려의 위로 떨어졌다. 별의 움직임이 바뀌고 그림자가 둥지를 집어삼킬 때처럼 검은 별이 백색의 어른을 집어삼켰다.

「불가능」「불가능!」

저들이 외치는 ‘검은색 동족’이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본다. 시선을 마주한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곧바로 그녀 옆으로 날아왔다.

[즈즈 즈즈즈즈 즈즈즈즈(빨리 정리하고 돌아가자)]

「응」

그 태연한 모습이 참으로 얄미웠지만 그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모습조차도 사랑스럽게 보였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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