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진화하는 우주괴물이 되었다-231화 (232/400)

Ep. 231

-

오드 그라드의 반려 챠 루메라는 믿을 수 없었다.

저 위대한 검은 수컷은 불패의 존재. 그 어떤 위기가 닥쳐도 우두머리는 무리를 승리로 이끌었다. 챠 루메라는 나이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오드 그라드가 패배하는 모습은 보지 못했다.

그래서 오늘도 그럴 것이라 생각했다.

반역자들을 쓸어버리고 그들의 피를 포식할 거라고.

하지만 현실은 그녀의 생각과 다르게 흘러갔다.

그녀가 사랑하는 수컷은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았고, 대신 검은 별이 나타났다. 눈폭풍과도 같은 날개를 펼치며 나타난 놈이 왜소한 암컷 곁에 섰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 자리에서 모르는 존재는 없었다.

「거짓말쟁이 오드 그라드」「패했어!」

검은색 살육자의 보호를 받는 왜소한 우두머리가 외친다.

「위대한 오드 그라드」「패배」「불가!」

「패배」「불가!」

다른 반려들은 암컷의 말을 부정하며 달려든다.

반려들이 모두 힘을 합쳐도 오드 그라드를 이기지 못한다. 오드 그라드를 꺾은 저 검은색 살육자는 훨씬 강할 터.

불행히도 이번에는 그녀의 예상이 맞았다.

백색의 반려 중 하나가 왜소한 암컷을 향해 숨결을 내뱉었다. 그러자 검은색 살육자가 날개를 펼쳐 자기 우두머리를 감쌌다.

반려의 힘은 놈의 날개에 전혀 상처를 입히지 못했다. 놈이 막아주는 사이 작은 우두머리가 뒤로 돌아 반려를 향해 돌진했다.

숨결을 쏟아 내던 반려가 뒤늦게 피하려 했지만 너무나도 늦은 판단이었다. 우두머리는 반려가 피하기도 전에 몸을 꿰뚫었다.

그사이 검은색 살육자는 홀로 두 적을 상대하는 어린 반려를 잡으러 움직였다.

다친 날개 때문에 느리게 움직이는 순백의 여왕과 불길한 힘을 사용하는 작은 존재. 그 둘과 싸우던 반려는 검은색 살육자가 나타났다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원래도 싸우는 걸 좋아하는 반려였지만, 지금은 정신이 반쯤 나간 것처럼 보였다. 미숙한 동족들이 싸우다 피에 취한 것처럼 그 반려는 오로지 순백의 여왕, 함 오르트를 공격하는 데만 집중했다.

순백의 여왕에게 접근하는데 성공한 어린 반려가 두 앞발로 함 오르트를 단단히 붙잡았다. 몸을 바짝 붙인 어린 반려가 숨결을 내뱉었고, 함 오르트는 유연한 목을 틀어서 그 힘을 간신히 피해냈다.

공격에 실패했는데도 어린 반려는 포기하지 않고 다시 힘을 모았다.

「위험!」

챠 루베라가 급히 경고했지만, 그녀는 듣지 않았다. 경고를 듣지 않은 대가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어린 반려 뒤에서 그림자처럼 나타난 검은색 살육자. 놈에게 달린 여러 개의 팔이 어린 반려를 붙잡았다. 반려의 입가에 모여 있던 힘이 바람에 날린 눈처럼 흩어졌다.

그리고 함 오르트가 모아놨던 힘을 어린 반려의 머리를 향해 발산했다. 순백의 여왕치고 강한 힘은 아니었지만 동족의 머리를 날려 버리기에는 충분했다.

검은색 살육자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는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셋이 죽었다.

그제야 챠 루베라는 깨달았다.

오드 그라드 무리는 저 무리와의 싸움에서 패한 것이다.

챠 루메라는 함께 싸우고 있던 반려를 쳐다봤다. 생각이 일치한 둘은 고개를 끄덕였다.

“적들이 도주할 확률 93%입니다.”

백색의 동족 넬 게르마 위에 타고 있는 금속 냄새가 나는 생물이 이상한 소음과 함께 파장을 내뿜는다. 그들을 추적하라고 명령을 내리는 것이 틀림없었다. 둘은 전력을 다해 도망쳤다.

챠 루베라는 이 자리에서 작은 우두머리 다음으로 빠르다. 풀빛 동족들과 넬 게르마는 그녀를 쫓을 수 없다.

옆에서 같이 도망치던 반려가 점점 뒤처졌지만, 챠 루베라는 신경 쓰지 않았다.

어서 고향을 떠나 하늘 위에 있는 별로 도망쳐야 한다. 그곳이라면 저들도 그녀를 따라오지 못할 테니까.

그 순간, 뱀이 나타나 뒤처지던 반려를 삼켰다.

꼬리 끄트머리만 남기고 사라진 반려를 목격한 그녀는 심장이 멈추는 줄 알았다.

거기에는 거대한 뱀이 있었다. 수천, 아니 수만 개의 머리가 넘실대고 그 크기가 하늘을 뒤덮을 정도로 큰 뱀.

뱀의 꼬리 부분을 본 순간, 그녀는 뱀의 정체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것은 그녀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한 양의 힘이 모인 집합체였다.

그 어느 동족도 이만큼 경외로운 힘을 부릴 수 없었다. 심지어 그녀가 가장 사랑하는 존재인 위대한 오드 그라드조차도 말이다.

하늘을 삼키는 뱀이 그녀를 먹기 위해 혀를 날름거린다.

그녀는 알을 깨고 나올 때처럼 온 힘을 다해 도망쳤다.

그녀의 꼬리 뒤로 뱀이 점점 가까워진다.

챠 루베라는 죽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아직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들이 많았다. 여기서 죽을 수는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며 날아가던 중, 그녀는 문득 가슴에서 강한 충격을 느꼈다.

뭔가 아주 작고 날카로운 금속 덩어리에 찔린 것 같은 강렬한 통증과 함께 그녀의 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그것이 그녀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

‘뭐지?’

내가 쏜 사이킥 브레스를 피해 도망치던 화이트 갤러곤이 갑자기 느려졌다. 방금까지 미친 듯이 도망치던 녀석이 왜 삶을 포기했는지 모르겠다.

‘그 탓에 제대로 조준을 못했네.’

용의 심장을 얻은 뒤 쏜 사이킥 브레스의 출력은 내 상상 이상이었다. 이전까지는 정제된 에너지 열선 형태였지만 지금은 모양이 달라졌다. 막대한 에너지를 일시에 분출한 탓인지, 타오르는 불길에 가까운 형태였다.

‘악몽의 지평선 덕분에 화력이 올라갔구나.’

악몽의 지평선은 보유한 유일 특성의 효과를 강화시켜준다. 게임에서보다 브레스의 화력이 올라간 것을 보니 용의 심장도 그 혜택을 받은 것이 틀림없었다. 단순히 무한에 가까운 에너지를 공급하는데 그치지 않고 사이킥 파워 공격의 화력도 올려주는 것. 이후에 사이킥 파워를 소모하는 새 특성을 얻는다면 마찬가지로 강화된 용의 심장의 혜택을 받게 되리라.

‘위력은 신의 회초리에 절반 정도 되려나?’

화력이 약간 떨어진다고 해도 이쪽이 훨씬 좋다. 신의 회초리와 달리 이쪽은 연달아 쏠 수 있으니까.

‘함대랑 싸울 때 아주 좋겠네.’

적의 유전자 정수를 날린 것은 아깝지만, 좋은 경험을 한 셈으로 치자.

브레스를 쏘기 위해 움직였던 촉수가 축 늘어지고 고개를 돌리자 함 오르트가 내게 다가왔다. 자수정을 닮은 눈동자에는 이채가 감돌고 있었다. 이 정도로 강한 힘의 사이킥 브레스는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놀란 것이리라.

「검은색 동족」「힘」「매우」「매우」「강하다」「놀랍다」

[즈즈(몸은?)]

「문제」「없다」「작은 존재」「함 오르트」「도와줬다」

녀석의 부러진 뿔 사이로 하늘의 어머니가 고개를 내밀었다.

「방금 그거 뭐야? 사이킥 브레스인데 출력이 왜 그래?」

[즈즈즈즈 즈즈즈(용의 심장을 얻었어)]

「아니 그래도 저 정도로 강해지나? 사냥의 표상 효과랑 겹쳐서 그런가?」

[즈즈즈즈(그럴지도)]

「역시 그랬…가 아니라.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지. 너 이 미친 모프박이 새끼!」

말하다가 멈춘 그녀는 짧게 한숨을 쉬더니 속사포처럼 사념파를 쏟아 냈다.

「너 예지를 피하려고 일부러 늦게 알아차리도록 한 거지? 너 때문에 우리가 얼마나 고생했는 줄 알아?」

[즈즈 즈즈 즈즈 즈즈즈즈(내가 창을 두고 갔을 텐데?)]

「창만 두고 가면 우리가 어떻게 알라고? 어느 장소에서 싸울지도 알아야 할 거 아냐. 그것 때문에 이 주변 일대는 다 뒤졌단 말이야!」

[즈즈즈 즈즈 즈즈즈 즈즈즈즈 즈즈즈즈 즈즈즈즈(어차피 내가 싸우면 그쪽에서도 보일 거로 생각해서)]

「어휴, 내가 말을 말자.」

안와(眼窩) 안쪽에 있는 호박색 눈동자가 그녀의 감정을 대변하듯 파르르 떨렸다. 그녀가 이렇게 감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뮤리엘과 싸울 때 이후로 처음이었다.

‘…내가 좀 심했나?’

오드 그라드를 잡으려면 그 방법 말고는 없었다. 실제로도 내 작전은 성공했고.

다만 그것과 별개로 하늘의 어머니가 내 행동에 충격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반대로 그녀가 비슷하게 행동했다면 나도 적잖게 혼란스러워했겠지.

[즈즈즈즈 즈즈즈즈(앞으로는 조심할게)]

그녀는 조류 두개골 모양의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네가 무슨 생각으로 한 것인지는 알지만, 우리도 신경 써주면 좋겠어. 나야 괜찮지만 쟤네한테는 아니니까.」

그녀의 손가락이 내 뒤를 향한다. 돌아보니 아드하이와 26호가 있었다.

「큰어른」「너무해」「나」「버림받는 거」「아주」「아주」「싫어하는데」

녀석의 진심 어린 사념파를 들으니 할 말이 없었다. 내가 가만히 있자 녀석이 다가와 발톱으로 내 머리갑각을 긁었다.

「그래도」「진짜」「버린 거」「아니니까」

이걸로 봐준다는 얘기겠지.

고맙다는 감정을 전하려고 했는데 녀석의 머리에서 26호가 폴짝 뛰어올랐다.

「나쁜애기! 진짜진짜 나쁜애기!」

26호가 한 번도 본 적 없을 정도로 강렬한 파장을 뿜으며 촉수를 길쭉하게 뽑았다. 촉수만은 원래 크기대로 확장한 녀석이 그대로 내 머리를 후려쳤다.

‘컥?!’

어찌나 세게 때렸는지 순간 목이 부러지는 줄 알았다. 눈앞에서 고통 경감이 발동됐다는 메시지가 뜨고 내 머리갑각이 움푹 파였다.

「애기들 괴롭히고 가족들 버리는 나쁜애기는 혼나!」

그렇게 말하는 녀석의 몸은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저 모습은 아주 예전, 메가콥 연구선에서 사이오니움을 강제로 투여 당했을 때 이후로 처음 본다. 그만큼 내가 이탈한 것이 녀석에게는 충격적이었던 것이다.

길길이 날뛰는 녀석에게 내가 할 말은 결국 하나뿐이었다.

[즈즈즈(미안해)]

내 사과에 담긴 진심을 이해한 것일까? 촉수로 더 때리려던 녀석이 그대로 멈췄다.

잠시 후 녀석의 몸이 점점 분홍색으로 돌아왔다. 촉수를 작게 만든 녀석은 아드하이 머리에서 내 머리로 옮겨 왔다.

「앞으로 못된 짓 안 할 거야?」

[즈(응)]

「못된 짓 하면 혼나. 막막 때려줄 거야.」

[즈(그래)]

녀석은 주먹을 움켜쥔 것처럼 촉수 끝부분을 둥글게 말아서 흔들었다. 앞으로 그러지 말라는 경고의 의미겠지.

‘하늘의 어머니 말이 맞아.’

녀석들은 나의 노예, 써먹기 편한 도구가 아니다. 자기 의지로 나와 함께 움직이는 존재들. 내게 참으로 소중한 존재들이다.

게임에서든 현실에서든 줄곧 혼자서 살았지만, 이곳에서는 아니다.

이번에 내가 취한 전략은 녀석들의 마음을 이용한 방법. 결과적으로는 옳았지만, 녀석들에게 상처를 주고 말았다.

‘장기적으로 보면 결코 좋은 것이 아니야.’

내게든 애들에게든.

오드 그라드가 특이한 존재이긴 하나, 앞으로도 예지 능력을 지닌 적을 만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그때가 되면 나는 어제 써먹은 전술을 재검토할 거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기에 나는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번 일로 이 작전의 리스크를 알았으니 똑같이 할 생각은 없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애들과의 관계는 긍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내게도 이익이니까 말이다.

내 사과를 들은 26호는 더 이상 화내지 않았다. 물론 앙금이 살짝 남았는지 촉수로 뿔을 툭툭 치고 있었지만.

“저는 딱히 반대하지 않습니다. ‘에이모프’의 선택은 결과적으로 최상의 결과를 도출했습니다. 학습할 부분이 있다고 판단됩니다.”

「…저런 건 배우지 마.」

일단 오드 그라드와 놈의 반려들은 전부 죽었다.

이제 남은 것은 놈의 무리였지만 싸움에서 발을 뺀 갤러곤들이다. 멀리서 우리를 구경하고 있던 녀석들은 우리의 시선을 느끼자 움찔거렸다.

‘저놈들은 어떻게 할까?’

전부 포식하면 내게는 큰 이득이지만, 아드하이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때 마른 체형의 화이트 갤러곤 한 마리가 이쪽으로 날아왔다.

「나」「샤 벨마그」「오드 그라드」「패배」「인정함」

자기를 샤 벨마그라 소개한 녀석은 오드 그라드 무리 중에서 처음으로 전투를 거부한 갤러곤이었다.

「샤 벨마그」「새 우두머리」「섬김」「요청함」「자비」「간청함」

녀석이 보낸 항복의 사념파가 잔잔히 퍼지자 다른 갤러곤들도 전투 태세를 풀고 이쪽으로 다가왔다.

나는 남은 갤러곤을 살펴봤다. 화이트 갤러곤은 그리 많지 않았고, 대부분이 그린 갤러곤이었다.

현재 나는 에이펙스 조건을 전부 완료한 상태. 화이트 갤러곤이면 나름 괜찮은 특성을 얻을 수 있겠지만, 그린 갤러곤들은 아니다. 녀석들로부터 새로 취할 만한 특성은 딱히 없다.

‘그리고 사냥의 표상 시간도 얼마 안 남았어.’

지금 당장 녀석들을 잡는다고 해도 유전자 정수는 얼마 얻지 못할 터.

고민을 마친 나는 아드하이를 바라봤다.

[즈즈 즈즈(네가 정해)]

「큰어른」「더 강해」「나」「권리」「없어」

[즈즈즈즈 즈즈즈 즈즈 즈즈 즈즈즈즈 즈즈즈 즈즈 즈즈즈즈(무리에서 쫓겨난 이후 계속 고민했잖아. 그 고민을 끝낼 시간이야)]

「!」

내 파장을 이해한 아드하이가 눈을 크게 떴다.

녀석에게 선택권을 넘긴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나와 함께 한 이후에도 아드하이는 가끔 장애로 인해 쫓겨난 과거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였다.

아드하이는 향후에도 내가 계속 데리고 다닐 생각이다. 아직까지는 과거의 아픔이 직접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지만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보장은 없다.

그러니 녀석이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기회를 주려고 한다.

여기서 녀석이 무리에 대한 증오를 풀기 위해 전쟁을 선택해도 내게 딱히 불이익은 없다. 표상 효과야 제대로 누리지 못하겠지만, 저 많은 갤러곤을 잡다 보면 유전자 정수 한두 개 쯤은 얻을 수 있을 테니.

반대로 녀석이 용서를 택한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다. 갤러곤은 강력한 전투 생물이다. 항상 끌고 다닐 수야 없겠지만 중요한 행성 공략 때에 동원한다면 이만큼 든든한 우군도 없을 거다.

아드하이의 시선이 나를 향하다가 천천히 이동했다. 녀석은 우리 일행을 한 번씩 쳐다봤다.

내 머리에 있는 26호, 나, PS-111과 넬 게르마, 그 뒤에 있는 그린 갤러곤들, 그리고 함 오르트와 하늘의 어머니.

그렇게 모두와 시선을 마주한 녀석은 마침내 결정을 내렸는지 힘차게 고개를 돌려 오드 그라드의 잔당을 마주 봤다.

「나」「함 오르트의 딸」「아드하이!」「오드 그라드의 자손들」「복종하라!」「복종하라!」

「샤 벨마그」「위대한 아드하이」「섬김」

「제르캅차」「위대한 아드하이」「섬김」

「오드 지아가」「위대한 아드하이」「섬…」

샤 벨마그를 시작으로 이 자리의 모든 갤러곤들이 아드하이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은 과거 아드하이가 나를 보고 취했을 때와 비슷했다.

그건 새 여왕을 향한 경배의 자세였다.

-

“제2 부가 목표 생명 반응 소실됨.”

“특수목표A가 제압한 것으로 확인. 위험 생물 ‘갤러곤’ 전투 종료됨.”

“윈시적 논리에 의거, 특수목표A가 ‘갤러곤’ 무리를 합병한 것으로 확인.”

“전투 시뮬레이션 결과, 현 상태에서 전투를 속행하면 특수목표A 토벌 가능성 17%.”

“메인 컨트롤러 피라 일레븐에게 현황 보고함.”

햇빛이 거의 들어오지 않는 어둠의 숲.

그곳에 반딧불처럼 반짝이는 작은 불빛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 얼음덩어리 행성에서 그러한 빛무리는 결코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었다.

애초에 피처럼 새빨간 빛들 수백 개가 번뜩이며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는 것이 일반적인 자연 현상일 리 없지만.

“메인 컨트롤러 피라 일레븐의 수정 명령 확인됨. 적들의 근거지를 선제 타격할 것.”

“부가 임무는 이대로 유지함. 타격 후 필요한 에너지원 중 일부는 수거.”

“확인. 명령 공유 요청함.”

“확인.”

무언가가 결정된 것인지 빛무리가 일시에 사라졌다. 빛이 번뜩일 때마다 나오는 말소리들 역시 뚝 끊겼다.

그 대신 날카로운 금속음이 울려 퍼지고 수풀과 나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숲 안쪽에서 이루어지는 스산하고 불길한 움직임.

그것은 하늘 위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