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234
숲이 움직인다. 나무 사이에 부는 바람 소리 속에 인공적인 금속음이 들린다.
수백 체에 달하는 스크리머가 이쪽으로 오고 있다.
「큰어른」「동족」「괜찮을까?」
나를 엄폐물로 삼아 뒤에 숨은 아드하이가 걱정하면서 물었다.
‘전부 죽지는 않았을 거야.’
지금 우리와 스크리머들이 있는 곳은 둥지가 위치한 절벽 반대편 숲이다.
숲에서 나와 깎아지는 절벽에 가면 사이에 흐르는 거대한 강이 나온다. 하늘의 어머니와 함 오르트가 탈출할 때 쓴 길이다.
그리고 그 강 건너편에 있는 절벽에는 곳곳에 수많은 동굴들이 뚫려 있다. 해당 동굴이 바로 용의 둥지로 가는 입구다.
지형 자체가 딱 봐도 공략하기 쉽지 않은 천혜의 요새다. 비행 능력이 없는 스크리머라면 저곳을 뚫는데 상당한 출혈을 감수해야 할 거다.
‘예상이지만 갤러곤들은 수성(守城) 중일 가능성이 높아.’
추측하건대 둥지의 갤러곤들 중 상당수가 죽은 것은 사실일 거다. 처음에야 밖으로 나와 스크리머와 싸웠겠지만, 피해가 심각해지니 전략을 바꿔서 둥지 안에서 방어하는 길을 택했을 터.
만약 갤러곤들이 전멸했다면 적들도 여기가 아니라 둥지에서 우리를 기습했겠지.
[즈즈즈 즈즈 즈즈즈즈즈 즈즈즈 즈즈즈즈(걱정 마. 기회를 봐서 둥지로 갈 거니까)]
「알았어」
사이킥 파워에 민감한 갤러곤들이라면 아드하이가 온 것을 필시 느꼈을 거다. 그런데도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둥지 내부 사정도 좋지 않다는 뜻이다. 어쩌면 둥지의 지휘를 맡은 넬 게르마에게 안 좋은 일이 생겼을 수도 있다.
‘둥지 쪽과 합류하긴 해야 할 텐데.’
여기서 둥지와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다. 놈들과 싸우다가 기회를 봐서 움직여야할 것 같다.
내가 생각에 잠긴 동안에도 적들은 계속 움직이고 있다. 턱 아래의 보조기관이 감지하는 움직임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어느 타이밍에 치고 나가는 것이 좋을까 고민 중인데 가슴쪽 작은 팔에 안겨 있던 26호가 나를 툭툭 쳤다.
「큰애기야.」
[즈즈즈(왜 그래?)]
「저쪽에서 친구랑 비슷한 느낌이 나.」
[즈즈즈 즈즈즈 즈즈즈 즈즈 즈즈즈즈(놈들은 친구가 아니라 나쁜 적들이야)]
PS-111을 비롯해 지휘관급 뮤턴트 스크리머들에게는 씨 데몬의 유전자가 포함되어 있다. 그것 때문에 26호는 PS-111을 동족과 비슷한 존재로 여긴다.
‘지난번 크게 혼냈으니까 괜찮겠지만….’
혹시 녀석이 또 망설이는가 싶어서 다시 주의를 주려 했는데, 26호가 먼저 파장을 흘렸다.
「나쁜 애들이 서로 얘기 중이야.」
[즈즈 즈즈즈즈(얘기 중이라고?)]
「응. 어려운 말만 써서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
다시 보조기관에 집중해봤지만 특별한 기계로부터 나오는 미약한 전자파 외, 사이킥 파장 같은 것은 느껴지지 않았다.
‘버블아메바나 씨 데몬만 감지할 수 있는 파장인가?’
“26호가 놈들의 대화를 감지했어. 뭔가 들리는 거 있어?”
내가 질문하자 위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나뭇가지들 속에 완벽히 은신한 PS-111이었다.
“새 메인 컨트롤러에 맞춰 독립 회선으로 재구축한 상태라 PS모델 전용 회선을 이용 및 감지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래?”
놈들의 통신을 엿들을 수 있다면 적들의 계획을 제대로 역이용할 수 있다. PS-111은 불가능하다고 하니 어쩔 수 없다. 나는 26호에게 들은 그대로 전달해 줄 수 있겠냐고 물어봤다.
「묭뇽 우왱? 우왱 타영?」
[즈즈 즈즈즈즈즈 즈즈 즈즈즈(명령 우회 타격이라는 말 같은데)]
「우회 타격이 뭐야?」
안타깝게도 26호는 엿들을 수 있는 있어도 그게 무슨 의미인지는 이해하지 못했다. 녀석이 도청한 정보를 천천히 해석할 시간이 있으면 좋겠지만 그건 불가능하다.
‘아니, 잠깐만.’
아쉬워하던 중에 문득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26호는 사이킥 파워를 넓게 퍼뜨려서 EMP 비슷한 효과를 만들 수 있다. 그 힘은 우주를 항해하는 함선을 정지시킬 정도로 강력하다.
‘그렇다면 놈들이 연락 못하도록 방해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가능한지 묻자 녀석은 할 수 있다며 몸을 빛냈다.
「조용히 시킬 수 있어. 지금 할까?」
[즈즈 즈즈 즈즈즈 즈즈(아니. 내가 신호를 주면)]
바로 쓰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나는 더 기다리기로 했다.
PS-111을 보면 알겠지만, 뮤턴트 스크리머에게는 전투를 통해 학습하는 생체병기다. 놈들의 통신을 막아도 한두 마리가 몰래 빠져나간다면 카드 하나를 날려 버리는 꼴이 된다.
‘일망타진할 수 있는 상황을 노려야 해.’
그리고 이곳은 놈들이 빠져나갈 틈이 너무나도 많다.
그 순간, 나무들 사이로 놈들의 모습이 보였다.
머리에는 창백하게 질린 인간의 얼굴이 달렸지만, 그 아래에는 기계 부품과 튜브, 그리고 딱딱한 금속 골격들이 뒤섞여 있다.
바이오메카니컬한 몸통에는 8개의 길쭉한 다리가 달려 있었다. 피부 없이 노출된 붉은 근육과 금속 튜브가 얽혀 있는 형태의 다리 끝에는 3개의 합금 발톱이 보인다.
인간의 머리를 지닌 기계 거미를 연상시키는 놈들이 눈을 붉게 빛낸다.
붉은 눈빛에서는 적을 찢어발기겠다는 목표 외에는 어떠한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턱을 활짝 벌린 채 산성진균샘을 활성화시켰다. 내 입에서 타원형의 녹색 덩어리가 튀어나와 멀찍이 떨어져 있는 나무의 밑동에 맞았다.
순식간에 뿌리 윗부분이 녹아버린 나무가 놈들이 오는 방향으로 쓰러졌다. 달려오는 스크리머 중 일부가 공중으로 몸을 띄웠다.
그리고 나는 공중에 떠 있는 그들을 향해 사이킥 브레스를 발사했다. 말 그대로 영화 속에 등장하는 용의 숨결이 놈들을 향해 쏟아졌다.
“블, 블랙메탈로 방, 방어불….”
공중에 떠 있던 스크리머들은 말을 다 끝마치지 못하고 가루가 됐다. 뒤에서 따라오던 스크리머들이 그 모습을 보고 지껄였다.
“특수목표A. 초고위험도 사이킥 브레스 사용하는 것 확인.”
“기록 중.”
예상했던 대로 놈들은 나와의 전투를 기록하고 있었다. 아마 저 정보들은 놈들의 우두머리인 ‘피라 일레븐’에게 즉각 전송되겠지.
‘상관없어.’
내가 가진 특성 수는 한두 개가 아니다. 그리고 일부는 효과를 내 의지대로 바꿀 수 있고.
‘때로는 알고 있는 것이 오히려 모르는 것보다 못할 수 있지.’
일부러 적들에게 정보를 푼 나는 계속 사이킥 브레스를 쏟아 냈다. 보라색 불길이 빽빽하게 자란 나무들을 집어삼켰지만, 스크리머들은 이리저리 잘 피해냈다.
“개량 집속탄은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 고속 충격탄으로 교체함.”
“교체 명령 확인.”
그러는 사이, 다른 스크리머들도 우리가 있는 곳으로 접근해 왔다. 맨눈으로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거리가 가까워지자 스크리머들이 사격을 준비했다. 놈들의 다리가 뒤틀리더니 RPG-7의 포신과 비슷한 형태로 변형되었다.
이어서 놈들의 포구가 정확히 내 머리를 향한다.
컴컴한 숲에서 번갯불처럼 불빛이 번쩍이자 머리에서 알싸한 통증이 느껴졌다.
‘고속 충격탄이라.’
메가콥에서 중장갑 적을 상대할 때 플라즈마 런처를 동원하는 것처럼 스타유니언에도 비슷한 무기가 있다.
HSB(Heavy Shock Blaster), 소위 쇼커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장비다. 설정상 메가콥의 헐크 뮤턴트 같은 중장갑 생체병기에게 대응하기 위해 개발된 무기로 상당한 살상력을 자랑한다.
왜냐하면 쇼커의 탄환은 적을 관통하는 대신, 타격과 동시에 초진동을 일으켜서 장갑 내부에 피해를 준다. 가령 마운틴 크롤러 같은 두터운 장갑을 걸친 생물이 고속 충격탄에 맞으면, 겉은 멀쩡해도 몸 안쪽은 완전히 엉망이 된다.
그 탓에 나 역시 맞은 부위에 흠집 하나 없지만, 알싸한 통증을 느끼고 있었다.
‘나름 똑똑하게 대응했지만.’
놈들이 수천 발의 고속 충격탄을 내장한 것이 아니라면 나를 죽이기는 무리다. 내부가 진탕이 되더라도 내게는 재생력 특성을 비롯해 빠르게 몸을 회복시킬 수단이 많으니까.
‘게다가 쇼커에는 단점이 있지.’
이어서 놈들이 다시 고속 충격탄을 발사한다. 독한 연기와 함께 사방에서 합금 덩어리들이 내 머리를 박살 내기 위해 날아든다.
하지만 고속 충격탄들 중 그 어떤 것도 내 머리에 닿지 못했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 발생.”
“막대한 사이킥 파워로 인해 물리법칙 왜곡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 분석 요망.”
시간이 멈춘 것처럼 총탄이 허공에 떠 있다. 사이킥 파워에 민감한 존재라면 그 총탄들이 보이지 않는 실로 만들어진 그물에 걸려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리라.
「큰애기 때리는 애들은 진짜 싫어!」
투명 그물의 주인이 힘차게 촉수를 흔든다.
고속 충격탄이 방향을 바꿔 주인들에게 날아가 폭발하기 시작했다. 스크리머들도 이건 예상 못했는지 미처 피하지 못하고 터져 나갔다.
그사이 나는 놈들을 교란할 카드 2개를 꺼내 들었다.
‘일할 시간이다. 전부 다 나와.’
꼬리에서 배갑(背甲)이 시작되기 바로 전 부분에 위치한 이빨요정 둥지, 그리고 사냥의 표상이 아닐 때는 등 위에 둥지를 튼 인면충 숙주가 모두 활성화 되었다.
큼지막한 이빨이 달린 벼룩들이 내 몸에 있는 둥지를 찢고 바닥에 떨어진다. 등에서는 지성체의 얼굴과 벌레의 몸을 가진 인면충들이 사람 얼굴을 닮은 막을 찢고 나온다.
‘이빨요정들은 놈들을 교란, 인면충들은 지휘관급 개체들을 견제해.’
내 명령을 받은 벌레 군단이 움직인다.
“적 개체 증식함.”
“크기 소형. 고속 충격탄으로 대응 불가.”
이빨요정들은 눈이 얕게 깔린 전장을 가로질러 스크리머들의 다리에 달라붙었다. 그리고 함재기도 부수는 단단한 이빨로 금속 골격들을 갉아 댔다.
“소형 개체는 무시. 사격 대신 근접전에 돌…기긱?!”
후방에 위치한 지휘관급 PS모델들이 지휘 도중 인면충의 습격을 받고 움찔거린다. 인면충이 쏘는 음파로 인해 전신이 마비됐기 때문이다.
‘기계였으면 안 통했겠지만 놈들은 아니지.’
뮤턴트 스크리머는 생물과 기계의 융합체. 그리고 기계의 통제를 받긴 해도 청각이 여전히 존재하므로 마비 음파의 적용 대상이다.
“청각을 노리는 공격으로 추정. 모두 청각 기능 해제…긱!”
[즈즈즈 즈즈즈 즈즈즈 즈즈즈 즈즈(마비된 놈이랑 쓰러진 놈들을 노려)]
뮤턴트 스크리머들은 필요하면 자폭할 수 있다. 기능이 정지되지 않은 상태라면 언제 폭발해서 우리에게 피해를 줄지 모른다.
내 파장을 들은 아드하이가 재빨리 사이킥 브레스를 날렸다. 연발로 쏘는 것이 특기인 녀석은 행동 불능이 된 스크리머들을 금방 정리했다.
“특수목표B 특별한 방어막을 보유한 것이 확인됨.”
“보유 장비로는 해제 불가. 방어막이 없는 부위를 노려야 함.”
놈들도 아드하이가 브레스를 쏘기 위해 머리를 노출시킬 때를 노렸지만, 전혀 소용이 없었다.
녀석은 머리까지는 레드아머로 보호할 수 있으니까. 어떤 무기를 가져와도 아드하이의 머리만큼은 깨부술 수 없다.
당연한 얘기지만 몸이나 날개를 노리려는 스크리머도 적지 않았지만, 그때마다 내가 날개 팔을 펼쳐서 녀석을 보호했다.
즉, 우리 모두를 동시에 죽이지 않는 이상 스크리머들이 승리할 가능성은 낮다.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지만.’
하늘에서 공격당할 때도 수백 체 정도 될 거라 예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놈들의 수는 지나치게 많았다.
게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놈들의 대응력은 점점 나아지고 있다.
당장이야 이쪽에서 연달아 색다른 공격이 쏟아지느라 대응 못하고 있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다. 놈들이 공략법을 찾아내면 이쪽도 큰 피해를 입을 터.
‘아예 마음먹고 자폭하려들면 대응할 수 없어.’
그러니 슬슬 둥지로 이동해야 한다.
나는 놈들을 상대하면서 조금씩 움직였다. 스크리머들 중 일부가 사격을 포기하고 내게 접근했다.
그때마다 나는 침식 촉수를 뽑아서 대응했다. 뱀처럼 긴 촉수들이 내 등에서 튀어나와 놈들을 후려쳤다. 그러다가 스크리머 하나가 운 좋게 촉수를 피해 안쪽으로 들어왔다.
놈이 집속탄으로 26호를 쏘기 위해 조준한 순간, 나무 위에서 남색의 에너지탄이 날아왔다. 탄에 의해 머리가 날아간 스크리머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메인 컨트롤러를 건드리는 존재는 용서하지 않습니다.”
“나무 위의 적, 견제 필요함.”
“폐기된 PS모델로 확인됨. 연식은 100번대로 추정. 약점 확인.”
놈들은 나 대신 목표를 PS-111으로 바꿨는지 나무 위로 마구 탄환을 쏟아부웠다. 그 틈에 나는 아드하이까지 꼬리 위에 태우고 둥지를 향해 달렸다.
“적의 이동 경로 예상 결과, 갤러곤의 둥지로 이동 중.”
“합류 전에 막아야…기긱.”
금방 내 의도를 파악한 스크리머들이 나를 공격하려 했다. 하지만 내 명령을 받은 이빨요정들과 인면충의 방해, 그리고 애들의 적극적인 견제로 인해 제대로 막지 못했다.
“메인 컨트롤러 피라 일레븐의 명령 수정됨. 후퇴하여 전열을 정비할 것. 추가 대응 방안 마련 중.”
“확인.”
수장으로부터 지령이 내려왔는지 스크리머들은 우리를 더 이상 쫓지 않았다.
그 틈에 나와 PS-111은 둥지가 있는 절벽으로 빠져나왔다.
숲을 나오자마자 보이는 절벽 위에서 나는 망설임 없이 날개를 펼쳤다. 견제를 멈추고 날아 온 인면충들도 내 등에 달라붙어 자기가 나온 곳으로 돌아갔다.
“감사합니다.”
뒤에 따라오던 PS-111을 꼬리의 집게로 살짝 잡아서 붙든 채 나는 활공해서 둥지 입구 중 하나에 들어섰다.
동굴에 발을 디딘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안쪽에서 갤러곤 한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드 그라드와 싸울 때 처음으로 반기를 들었던 마른 화이트 갤러곤, 샤 벨마그였다.
「샤 벨마그」「위대한 아드하이」「환영함」
녀석의 상태는 결코 좋지 않았다. 날개는 여기저기 찢어져 있고, 뒷다리 전부 날아가서 앞다리로 기어서 올 정도였으니까.
그 모습을 본 아드하이가 당황한 감정을 담은 사념파를 쐈다.
「무슨 일」「있었지?」
「냄새 나는 적」「습격」「백색 동족」「힘」「합침」「간신히」「몰아냄」「동족」「다수」「죽음」
「넬 게르마는?」
「넬 게르마」「부상」「심각함」「활동」「불가」
갤러곤은 중요한 전투원. 이대로 다 잃을 수는 없다.
나는 전투용 팔로 샤 벨마그를 잡아 들었다.
[즈즈즈(안내해)]
「길」「저쪽」
녀석의 안내에 따라 우리는 용의 둥지로 들어갔다.
이곳 절벽 전체가 용의 둥지인 것인지 동굴의 길이는 매우 길었고, 갈림길도 많았다. 통로의 폭도 내가 돌아다녀도 문제가 없을 정도로 넓었고, 곳곳에 사이킥 파워를 흡수한 광물들이 있어서 어둡지도 않았다.
솔직히 말해 위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느긋하게 관찰하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었다.
그렇게 길고 복잡한 천연 미로를 지나자 탁 트인 공동이 나왔다. 별빛처럼 반짝거리는 광물들의 빛은 쓰러진 수많은 갤러곤들을 비추고 있었다.
「모두」「부상」「심해!」
아드하이 말대로였다.
공동 중앙에는 얕은 호수가 있었는데, 갤러곤의 피가 흘러 들어간 탓에 피의 호수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안되겠다.’
이만큼 많은 갤러곤을 치료하려면 방법은 하나뿐이다. 나는 샤 벨마그를 내려놓은 뒤 호수에 기어들어갔다.
곧이어 내 몸에서 검은색 점액질들이 마구 쏟아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