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진화하는 우주괴물이 되었다-250화 (251/400)

Ep. 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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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뭉치처럼 새하얀 행성 주변에서 한 우주선이 배회하고 있다.

유진 가문의 찬탈자, 아키라 유진을 타도하기 위해 암약 중인 시현 유진의 함선이다. 현재는 행성으로 내려간 주인을 대신해 시현 유진의 집사 민석 유진이 함장 대리를 맡고 있다.

시현의 집무실에서 민석은 그녀를 대신해 여러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단말기 패드에서 시선을 뗀 그는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 몇 시간 전에 받았던 보고가 그의 스트레스를 과중시키고 있었다.

‘유물을 찾았다니.’

그동안 전파 장애로 인해 연락이 닿지 않던 탐사대로부터 연락이 왔다.

어제 시현이 유물들을 회수했으며 현재 탐사선을 향해 복귀 중이라고. 시현의 행동이 허무맹랑한 짓거리인 줄 알았는데 실은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아직 알 수 없어.’

새로운 행성을 개척할 때 간혹 고대의 유물처럼 보이는 물건들이 발견되곤 한다. 그리고 이들 중 그 어느 것도, 미디어에서 나오는 것처럼 엄청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저 독특한 물건으로 판명되어 박물관이나 경매장에 보내질 뿐이다.

그러니 시현이 발견한 것도 경매장에서나 볼 법한 물건일 가능성이 높았다. 만약 그렇다면 그의 주인은 같잖은 소꿉놀이로 많은 시간을 낭비한 셈이었다.

‘클론에 이런 부작용이 있을 줄이야.’

메가콥에서는 복제인간 제작을 금지하지만, 스타유니언은 그렇지 않다. 메가콥에서 고용인을 헐크 뮤턴트로 개조해서 쓰는 것처럼, 저들은 복제인간을 군용 생체병기의 재료로 쓴다. 그 정도면 복제인간 제작 기술이 꽤 발전했다고 볼 수 있으리라.

다만, 스타유니언의 클론 배양 기술에는 부작용이 있다. 기억 이식 문제, 뇌 장애, 정신의 불안정성 심화 등등.

시현 유진은 메가콥의 유전자 조작 기술, 어린 시절에 배웠던 컬트의 사이킥 파워 기술 등을 적용해 이를 최소화하고자 했다.

다시 말해 저 하얀 별 아래에 내려가 있는 존재, ‘복제된 시현’은 이 우주에서 가장 발전된 지성체들의 기술이 집약된 존재나 다름없다. 그런 존재가 이상한 전설이나 신화에 정신이 팔려 있으니 민석은 답답했다.

‘그분께서 남겨둔 물건을 사용한다면….’

민석은 품 안쪽에 있는 물건을 꺼냈다.

그의 손 위에 있는 라이터 크기의 작은 리모컨은 그분, 즉 원본 시현 유진이 그에게 남긴 물건이다.

만약 복제된 자신이 정해 둔 계획에서 이탈할 시, 이를 막을 수 있는 수단을 그에게 전해준 것이다.

“휴.”

한숨을 쉬며 리모컨을 만지작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단말기 패드에 불이 들어왔다. 상황실로부터의 연락이었다.

“민석이다. 무슨 일이지?”

「크, 큰일 났습니다! 성계 외곽에 설치해 둔 위성이 대규모 워프 에너지를 감지했습니다!」

“뭐라고?!”

부하의 다급한 목소리에 민석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어디서 오는 거지? 정체를 확인 가능한가?”

「에너지 분석 결과, 스타유니언의 정예함대일 가능성 78%! 에너지의 흐름을 봐서는 선발부대가 수 시간 내로 도착할 예정입니다!」

“빌어먹을! 작스-01 쪽에서 연락은? 그쪽에서는 뭘 하고 있기에 연락이 없어!”

「화, 확인해 보겠습니다!」

욕지기를 내뱉은 민석은 서둘러 집무실을 나섰다. 상황실을 향해 뛰어가며 그는 부하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건 나중에! 지금은 시현 님을 데려오는 것이 우선이다. 탐사대의 이동 경로를 추적해서 좌표 입력하고, 해당 장소에 수송선을 보내라. 알겠나?”

「알겠습니다!」

시현은 어제 유물을 발견하고 귀환 중. 거리를 생각해 보면 아무리 빨리 귀환한다고 해도 일주일은 걸릴 터.

‘스타유니언에게 걸리면 무조건 죽는다!’

이 함선의 여러 차례의 개조를 거친 덕에 전투력이 상당하지만, 정예함대와 맞서 싸울 정도로 압도적인 것은 아니다. 정예함대의 정찰부대와 싸워도 승산을 장담할 수 없다.

민석이 상황실에 도착했을 때쯤, 작은 우주선 하나가 백색의 별을 향해 발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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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즈 즈즈 즈즈(더 남은 것은?)]

텅텅 빈 공동에서 나는 아드하이에게 질문했다. 녀석은 사슴의 다리처럼 탄탄해 보이는 다리로 공동을 한 바퀴 돌았다.

「그거」「마지막」「더」「없어」

정예함대가 이곳으로 오는 중이라는 것을 안 뒤 우리는 급히 떠날 준비를 했다. PS-111이 함선을 점검하는 사이, 나와 아드하이는 갤러곤의 둥지로 향했다.

용의 둥지에 도착한 우리는 돌아다니며 갤러곤들을 모두 깨우고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아주 강력한 적이 이곳으로 오고 있으니 도망쳐야 한다고 말이다.

설득하는데 시간이 꽤 걸릴 거로 생각해서 일부러 서둘렀는데, 의외로 갤러곤들은 별다른 저항이 없었다. 아드하이의 말을 듣자마자 녀석들은 즉시 떠날 준비를 했다.

그 뒤로는 일사천리였다.

그린, 화이트 갤러곤들은 어린 블루 갤러곤들을 등에 태우고 함선으로 날아갔다. 나와 블랙 갤러곤 함 오르트도 함께 블루 갤러곤들을 실어 날랐다.

갤러곤들을 옮긴 뒤에는 알이었다. 용의 둥지에는 50개가 넘는 알들이 보관되어 있었다.

갤러곤의 알은 차가운 온도에 오래 노출되면 부화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몸이 크고 비행 속도도 빠른 나와 함 오르트가 옮기기로 했다.

그렇게 여러 번 오가면서 알을 옮기기 시작한 지 6시간이 지났다.

이제 남은 것은 지금 내가 들고 있는 7개의 알이었다. 침식 촉수들을 모두 뽑아서 각각 알 하나씩 꽉 붙잡았고, 남은 하나는 가슴쪽 작은 팔로 움켜쥐었다.

[즈즈즈 즈즈즈즈즈 즈즈즈즈 즈즈즈즈(이번이 마지막이니까 다른 곳도 살펴보자)]

「큰어른」「고마워」

혹시 남은 알이 없나 꼼꼼히 체크하는 나에게 아드하이가 감사를 표했다.

이 알에서 깨어난 갤러곤이 성장하면 그게 곧 전력이 된다. 운이 좋다면 아드하이처럼 레드 갤러곤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개체가 나올 수도 있고.

하나라도 놓치면 곤란해서 한 행동이지만, 녀석은 내가 갤러곤들을 소중히 생각해서 그런 것으로 오해한 것 같았다.

‘굳이 정정해 줄 필요는 없겠지.’

알이 보관된 둥지를 나온 우리는 각자 흩어져서 주변 공동들을 확인하기로 했다.

이곳은 알이 보관된 장소인 만큼 용의 둥지에서도 가장 깊은 곳에 위치한 장소다. 둥지를 통해 간접적으로 느낀 것 말고 직접 내 발로 와본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나는 알을 든 채 광물이 굳어지며 생긴 천연의 통로 위를 걸었다. 근처에 있는 동굴 방에 들어가 보니 알이 있었다는 흔적만 남아 있었다. 이미 함 오르트가 다녀간 후였다.

‘한 곳만 더 살펴보고 나갈까.’

마지막으로 가 볼 곳은 알을 보관하는 방보다 더 안쪽에 있는 대형 공동이었다. 꺾어지는 통로를 지나자 찬란한 빛이 내 눈을 때렸다.

‘이건?’

빛은 대형 공동 안쪽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공동에 들어간 나는 깜짝 놀랐다.

그곳에는 보석의 바다가 있었다.

‘…어마어마하네.’

서구의 드래곤을 모티브로 한 갤러곤답다고 할까.

어마어마한 양의 귀금속들이 가득한 이곳은 오드 그라드의 거처가 틀림없었다.

‘갤러곤들은 귀한 광물을 좋아하니까.’

신화 속 드래곤은 탐욕 때문에 보석을 모으지만, 갤러곤은 살짝 다른 이유로 보석을 모은다.

녀석들은 사이킥 파워의 효과를 증폭시키는 문실버, 뇌신이나 제국모함의 핵심재료로 사용되는 노바메탈 같은 특별한 효과가 있는 금속을 좋아한다. 어렸을 때에 에너지 부족에 취약하다는 특성이 이후에 일종의 강박증처럼 이어진 거라 보면 된다.

아무튼 오드 그라드의 거처에 있는 금속들은 모두 정제되지 않은 희귀 금속 덩어리들이었다. 일부는 여전히 에너지를 다량 품고 있었고, 일부는 에너지가 다 빠져나가 평범한 보석으로 변한 상태였다.

‘내가 에이모프가 아니었다면 난리가 났겠네.’

이 금속들의 반만 처분해도 행성 2, 3개를 사고도 남을 거다. 나는 보석의 바다를 잠시 구경하다가 금속 덩어리를 몇 개를 주웠다.

‘하늘의 어머니한테 필요할 거야.’

이 행성을 떠난 뒤, 가려고 하는 장소는 나와 하늘의 어머니에게 꽤 중요한 곳이다. 나의 경우는 진화, 그녀의 경우는 신격화 단계 상승에서 말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을 끝내면 모를까, 그 전까지는 아니지.’

알을 들고 있는 상태라 많이 주울 수는 없었다. 나는 꼬리의 집게발을 이용해 금속 덩어리들을 꽉 붙잡았다.

‘그럼 나갈…응?’

나가려는 순간, 눈에 뭔가가 들어왔다.

보석 틈에 마름모꼴 형태의 돌이 섞여 있었다.

‘저건 뭐지?’

다른 귀금속들은 별다른 정제를 거치지 않아 투박한데, 저 돌만은 달랐다. 정밀한 세공을 거친 것처럼 아주 깔끔했다. 게다가 표면에는 아주 작은 문자와 문양들이 빼곡하게 새겨져 있었다.

‘비석?’

나는 마름모 형태의 돌, 아니 비석을 집어 들었다. 아무리 봐도 문명의 손길이 닿은 물건으로 보였다.

‘오드 그라드한테 왜 이런 물건이 있지?’

인공적인 물건이라 생각하니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놈이 지니고 있던 감정의 숨기는 반지. 그것도 분명 갤러곤이 가질만한 물건이 아니었다.

‘함선으로 돌아가면 확인해 봐야겠다.’

오드 그라드의 반지는 지금 함선의 샘플 보관소에 있다. 유전자 샘플을 먹을 때 벗어놓은 후 완전히 신경을 끄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름모 비석까지 챙긴 나는 공동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통로 너머에서 아드하이가 뛰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즈으으으(아드하이?)]

「큰어른!」「큰일이야!」

[즈(응?)]

「작은어른」「이곳」「왔어」

26호가 왔다고?

무슨 뜻이냐고 되물으려던 찰나, 익숙한 파장이 내 괴물의 촉수에 닿았다.

「큰애기야! 친구가 빨리 나오래!」

그건 분명 26호의 파장이었다. 녀석이 용의 둥지 근처에 온 것이다.

‘갑자기 왜?’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이 분명하다. 나는 아드하이와 함께 서둘러 둥지 밖으로 나왔다.

나오자마자 보인 것은 거대한 강철 덩어리였다. 둥지를 둘러싼 절벽 위에 떠 있는 거대한 함선.

피라 일레븐으로부터 탈취한 작스 알파급 전함, 스크리머 지원선이었다.

‘설마?’

PS-111이 배를 끌고 급히 여기까지 올 이유는 하나밖에 없다. 스타유니언 정예함대의 정찰 부대가 성계에 진입했다는 것.

‘예상보다 빨리 왔구나!’

PS-111은 선발대가 18시간 정도 걸릴 거라 예측했지만, 완전히 틀렸다.

‘대수령!’

놈이 개입한 것이 분명했다. 정예함대가 최대한 빨리 움직이도록 뭔가 조치를 취한 것이리라.

나는 아드하이와 함께 날아올라 함선에 탑승했다. 격납고에 들어서자 그린 갤러곤들이 나를 맞이했다.

[즈즈즈 즈즈즈즈 즈즈즈(알들은 26호에게 전해 줘)]

「확인함」

그린 갤러곤들에게 챙겨 온 것들을 넘긴 나는 빠르게 상황실로 달려갔다.

상황실에 들어가니 함선과 연결한 PS-111과 하늘의 어머니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거야?”

“정찰 부대가 제 예상보다 빠르게 성계에 진입했습니다. 10분 내로 이 행성을 포위할 예정입니다.”

“그것 말고 특이사항은?”

대답은 PS-111 대신 하늘의 어머니가 했다.

「워프파인더를 갖고 왔어.」

워프파인더는 짧은 시간 동안 남아 있는 에너지를 통해 상대가 어디로 도약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장치다. 여기서 당장 초광속 항해를 한다고 해도 금방 따라잡힐 거다.

“적 규모는 어느 정도야?”

“X10급 중형 구축함 30척, XAX 5급 고속전함 3척, 그 외 초계함 다수입니다.”

규모도 정찰 부대치고 크다. 나를 어떻게든 끝장내기 위해 단단히 준비한 것이리라.

‘전멸시키려 해도 시간이 꽤 소요될 거야.’

현재 갤러곤들을 전부 동원한다면 정찰 부대를 궤멸시키는 것이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문제는 거기에 걸리는 시간이다.

놈들은 PS-111이 예상했던 시간보다 3분의 1만큼이나 빨리 왔다. 정예함대도 예상보다 훨씬 일찍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어쩌면 저 정찰부대를 시간 끌기용으로 배치한 것일 수도 있어.’

놈들은 내가 함선을 침식해서 지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안다. 아니면 내가 이미 우주비행 능력을 취득했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게임이었다면 그랬을 테니까.

그렇기에 정찰부대에 일부러 워프파인더를 할당, 내가 정찰부대와 싸우는 것을 유도한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워프파인더가 어느 배에 실려 있는지 파악할 수 없으니 적들의 추적을 피하려면 전부 부숴야 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시간이 지연되지.’

설령 내가 적 부대를 궤멸시킨 다음 무사히 도주해도 나의 흔적을 추적할 수 있을 만큼 시간을 번다면 놈들에게 충분히 이득이다.

‘워프파인더로 추적 가능한 시간은 최대 30분.’

정예함대가 도착할 시간도 얼추 그 정도라 보면 된다.

즉, 지금부터 30분 미만의 시간 안에 적들을 궤멸시켜야 놈들의 추적에서 벗어날 수 있다.

‘원래라면 그래야 했겠지만….’

놈들의 계획에 뛰어난 두뇌를 지닌 뮤턴트 스크리머, PS-111이 없다. 또한 놈들은 이 배에 잔뜩 실려 있는 갤러곤이 얼마나 되는지도 모른다.

나는 PS-111을 바라봤다.

“놈들이 워프파인더를 가져 왔다고 했지?”

“예.”

“그러면 어느 배에 실려 있는지도 알 수 있어?”

“5척의 배에 실려 있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놈들과 싸우기 전, 내게 알려 줘.”

“알겠습니다.”

「너 설마?」

내 질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챈 하늘의 어머니가 깜짝 놀란다.

[즈즈즈 즈즈 즈즈즈 즈즈즈즈 즈즈즈 즈즈(최대한 빨리 5척을 제거하고 이 자리를 뜬다)]

「…시간이 부족하지 않을까?」

[즈즈즈 즈즈 즈즈즈 즈즈즈즈 즈즈즈 즈즈 즈즈즈즈즈(어쩔 수 없어. 여기서 정리하지 않으면 더 안 좋아질 테니)]

여태껏 나는 시간에 쫓기며 생존해 왔다.

그러니 시간제한이 걸린 싸움은 익숙하다.

‘못해도 25분 안에 끝낸다.’

목표는 워프파인더가 실린 5척. 25분 안에 그것들을 파괴하면 나의 승리다.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상황실을 나섰다.

이게 행성을 떠나기 전의 마지막 전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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