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진화하는 우주괴물이 되었다-251화 (252/400)

Ep. 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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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함대 중 8번 함대, 레드테일 함대 소속이었다가 임시정찰대로 차출된 발타제이 함장은 지금 매우 흥분하는 중이다.

곧 벌어질 싸움으로 긴장해서? 아니면 4개의 정예함대가 참여하는 대규모 작전이라서?

모두 아니다. 그는 여러 전투를 헤쳐 나온 베테랑 군인. 겨우 그런 거로 흥분하는 애송이가 아니다.

그가 흥분한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이번 전투에 무려 대수령이 참전하기 때문이다.

여태껏 스타유니언의 최고 존엄이 전장에 직접 나서는 경우는 드물었다. 발타제이 이상으로 뛰어난 사이보그들조차도 대수령과 함께 작전을 수행한 사례는 거의 없었다.

그랬는데 오늘 그는 저 위대한 영도자와 함께 전장을 누비는 영광을 얻었다.

‘오늘은 정말 최고로 좋은 날이군.’

「행성 포위 전개 중.」

“좋아. 먼저 워프파인더 작동하고, 성계 감시 레이더 활성화시켜. 이상 사태 발생 시 즉시 보고해.”

「확인.」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과 별개로 그의 이성은 냉철하게 작동 중이다. 대수령이 직접 참여하는 전투인 만큼 절대 실패해서는 안 된다.

그는 함선 컴퓨터와 동기화된 상태로 정찰대의 업무를 개시했다.

케이블을 통해 전송된 데이터들을 파악하고 명령을 내리고 있는데, 그의 눈에 이상한 것이 보였다.

3D로 구현된 성계 지도 위에 못 보던 붉은빛 마크 2개가 나타난 것이다.

‘뭐야?’

잘못 봤나 싶었지만 아니었다. 하나는 목표로 지정된 행성으로부터 떨어진 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적습! 적습이다! 모든 정찰대는 전투 준비!”

「확인. 명령 전달함.」

포위를 개시하려는 함선에게 빠르게 접근하는 붉은빛.

곧이어 그것이 다수로 쪼개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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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즈즈즈즈즈 즈즈 즈즈즈 즈즈(공격당하는 것은 가능한 피해)]

「걱정」「불필요」「동족」「강해」

내 곁에 있는 아드하이가 자랑스럽다는 사념파를 쐈다. 그러자 뒤에서 따라오는 다른 갤러곤들도 동의의 감정을 담아 사념을 흩뿌렸다.

[즈즈즈 즈즈(목표만 노려)]

「응」

「함 오르트」「기억한다」

현재 나는 15마리의 갤러곤들과 함께 우주 공간을 가르며 날아가는 중이다.

멤버는 피라 일레븐과 싸웠을 때와 동일하다. 레드 갤러곤의 힘을 얻은 아드하이, 블랙 갤러곤 함 오르트, 그리고 화이트 갤러곤 13마리가 나를 따르고 있다.

그리고 내 주둥이가 향하는 방향 끝에는 적 함선들이 있다.

큼지막한 덩치를 지닌 33척의 배, 그리고 그 주변을 지키는 수많은 초계함들. 정찰부대라기보다는 정규 함대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

우리를 발견한 적들이 금세 전투 진영을 갖췄다.

검은색 바탕에 알갱이처럼 박혀 있는 별들 사이에서 불빛이 반짝 거린다. 놈들이 발사한 어뢰와 드론들이 우리를 향해 날아온다.

아드하이를 포함한 갤러곤들이 내가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내 뒤로 움직였다. 새로 변한 내 육체로는 15마리의 갤러곤들을 숨길 수 없지만, 그건 일반 상태일 때나 그렇다.

무중력의 공간 위를 누비는 내 몸은 평소와 비교 불가능할 정도로 거대하다.

과거 아이스 호러를 사냥한 뒤, 얻은 육체 관련 융합 특성 ‘뼈 야수’. 이 융합 특성은 60분 동안 거대 괴수로 변화시키는 효과를 지녔다.

전에 제이슨과 싸울 때 뼈 야수와 ‘유기적 진화’의 특수 상태 ‘괴수의 왕’을 함께 사용한 덕분에 내 몸은 거의 300m에 육박할 정도로 커졌다.

물론 지금 내 몸은 그만큼 크지는 않다. 유기적 진화 특성의 쿨타임이 끝나지 않아서 아직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몸길이 80m이니 충분히 크지만.’

게다가 제이슨전(戰)에서는 날개가 없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익폭(翼幅)만 100m를 훌쩍 넘겨서 길이보다 폭이 더 크다.

검은색으로 덮여 있는 갑각에는 뼈 야수 변신으로 인해 추가된 하얀색 갑각들이 이중으로 덮여 있었다. 다른 이들이 보면 내가 아이스 호러 같은 대형 괴수의 뼈를 뒤집어쓴 것처럼 보이겠지.

‘그럼 시작해볼까.’

나는 거대한 날개를 펼쳐서 갤러곤들을 보호하며 주둥이를 날아오는 어뢰와 드론들에게 향했다.

바람이 전혀 불지 않는 공간인데도 내 목에 있던 괴물의 촉수들이 살랑살랑 흔들린다. 바람이 아니라 체내에서 흘러나오는 사이킥 파워들이 촉수들을 움직이는 거다.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사이킥 브레스가 피사체들을 향해 쏟아졌다.

보라색의 선이 움직일 때마다 불꽃놀이의 향연이 펼쳐졌다. 뼈 야수와 ‘용의 심장’으로 증폭된 초능력의 화염 앞에서 스타유니언의 어뢰들은 무기력하기만 했다.

그나마 대(對) 초능력 무기인 APD는 버텼지만, 지근거리에서 터지는 어뢰들을 피할 수는 없었다. 폭발에 휘말린 드론들이 터지거나 오류를 일으켜서 우주 공간으로 퉁겨져 나갔다.

일격에 1차 공격을 무효화시킨 나는 적 함선들을 향해 돌진했다. 날개의 피막에서 흘러나오는 특수한 파장이 우주에서도 매우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도왔다.

마찬가지로 갤러곤들 또한 사이킥 파워를 추진제로 활용해 나를 따랐다.

놈들이 이어서 포화를 쏟아부으려고 했지만, 나는 이미 흩어진 적 함선들에게 바짝 접근한 상태였다.

구축함 주변에 있던 초계함들이 나를 향해 초진동 어뢰를 쏟아 부었지만 소용없었다. 진동이 내부로 스며들어도 중간에 쌓인 갑각들이 이를 막아줬기 때문이다.

나는 방어력을 믿고 초계함 하나 위에 올라탔다. 아마 안에서는 난리가 났겠지. 자기들이 타고 있는 배보다 거대한 괴물이 손으로 배를 쥐고 있으니까.

나는 초계함을 집어다가 어뢰를 쏴재끼는 다른 초계함을 향해 던졌다. 배가 마구 흔들리며 날아가 다른 배와 충돌했다.

충돌한 배들로부터 죽음의 섬광이 번쩍였다. 초계함의 보호를 받고 있던 X10급 구축함이 그 모습을 보고 급히 물러나려고 했다.

‘어딜 가려고.’

나는 그 자리에서 침식 촉수를 뽑아냈다. 뼈 야수 효과를 받아서 날개와 몸통과 똑같이 커진 침식 촉수들이 구축함의 뒤를 붙잡았다.

전장(全長)이 나와 비교했을 때 5배 정도 되는 구축함의 포신이 나와 침식 촉수를 노리려 한다. 나는 촉수를 당겨서 구축함에 몸을 바짝 붙였다.

‘여기쯤이 함교인가?’

나는 배 상단에 살짝 튀어나온 부분에 고개를 드밀었다. 합금 외벽으로 둘러싸인 그곳에 작은 카메라 수십 개가 내 주둥이를 찍고 있다.

나는 그 앞에서 입을 쩍 벌렸다. 목구멍 안쪽으로부터 솟아난 녹색의 물결이 구축함 외벽 위에 쏟아졌다.

스타유니언의 배들은 모두 압도적인 중장갑으로 무장한 상태지만, 무지막지한 양의 산성액 앞에서는 의미가 없다. 몸이 커진 만큼 발사하는 산성 진균의 양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눈 깜짝할 사이에 외벽이 녹아내리고 반쯤 박살난 함교의 상황실이 눈에 들어왔다. 상황실에 있던 사이보그들이 자지러진다. 나를 보고 놀라서 그런 건지, 우주 공간에 노출되어 그런 건지는 불명이다.

나는 그의 고통을 빨리 끝내주기 위해 위에 강화된 사이킥 브레스를 쐈다.

지름만 족히 10m에 달하는 커다란 거품방울이 배 안으로 스며들었다. 어떻게든 살기 위해 애쓰던 사이보그들은 탐욕스러운 거품의 먹이가 됐다.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며 녹아내리는 사이보그들을 보니 미국에서 만든 고전SF크리쳐 영화가 생각난다. 외계에서 날아온 분홍색 점액 괴물 때문에 마을 하나가 초토화되는 내용이었는데, 구축함에서 벌어지는 상황과 매우 비슷했다.

‘그러면 이걸….’

상황실을 파괴해 구축함의 통제를 무력화시킨 나는 촉수에 힘을 줘서 구축함을 붙잡았다. 그리고 다른 적들을 향해 강하게 밀어냈다.

동료를 지원하러 오던 구축함들이 자기들을 향해 날아오는 배들과 충돌했다. 그 과정에서 내가 던진 배 안에 들어간 사이킥 브레스는 새 먹이를 찾아 다른 배로 옮겨 탔다. 동료의 배와 충돌한 구축함들은 내부에 침입한 사이킥 브레스로 인해 제대로 공격조차 못했다.

이어서 나는 우왕좌왕하는 놈들을 향해 일반 사이킥 브레스를 쏴서 마무리 지었다.

‘좋아. 지금 걸로 하나.’

사이킥 브레스의 먹이가 된 구축함 중 하나에 워프파인더가 들어 있었다.

PS-111가 말하길, 5개의 워프파인더들은 XAX 5급 고속전함 3척, 구축함 2척에 배치되어 있다고 했다.

방금 하나를 부쉈으니 이제 4개 남았다.

나는 나를 물어뜯을 것처럼 달려드는 초계함들과 싸우면서 다른 녀석들이 어떻게 싸우고 있는지 확인했다.

저 멀리서 적색, 흑색, 백색의 별무리가 별의 바다 위를 유영하고 있다.

유성우의 꼭짓점을 장식하는 적색의 별이 초계함들을 향해 달려든다. 별에 관통된 초계함들이 연달아 폭발하며 검은색 도화지 위를 장식한다.

작은 초계함들이 녀석을 붙잡기 위해 어뢰와 드론들을 쏴댔지만, 상대가 너무 빨라서 소용없었다. ‘유성’이라는 표현이 헛되지 않음을 증명하듯 붉은 별은 고속으로 이동하며 초계함들을 유린했다.

흉흉하게 날뛰는 붉은 별을 제거하기 위해 뒤에서 구축함이 포신을 움직이나 이는 함정이다. 저 우주만큼이나 어두운 비늘을 지닌 검은색 흉성이 구축함을 덮친다.

사나운 번견이 사냥감의 목을 물고 질식시키듯, 검은 별은 구축함 위에 바짝 몸을 붙이고 그대로 보라색 숨결을 토해냈다.

아무리 구축함의 외벽이 단단하다고 하나, 용의 숨결을 저 정도 가까운 거리에서 맞고 살아나는 것은 불가능. 길쭉한 형태의 구축함은 두 개로 쪼개져 버렸다.

그 안에서 사이보그와 안드로이드들이 와르르 쏟아졌다. 그들은 바닥이 없는 무한한 공간에서 허우적거리다가 곧 움직임을 멈췄다.

다른 배들은 산개해서 두 용을 포위하려고 했지만, 위대한 유성의 딸을 섬기는 순백의 가신들이 이를 용납할 리 없다. 13마리의 백룡들이 사이킥 브레스를 내뿜으며 그들을 견제했다.

‘잘 싸우고 있어.’

방금 함 오르트가 파괴한 구축함이 워프파인더가 실린 배다. 이걸로 2개째.

‘남은 건 3개….’

그때 다른 배가 쏜 어뢰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커다란 어뢰가 내 쪽으로 날아왔다.

나는 침식 촉수로 주변에 떠다니는 구축함의 잔해를 휘감은 뒤, 날아오는 어뢰를 향해 던졌다. AI가 탑재된 똑똑한 어뢰였지만, 스타유니언에서 만든 함선이 방패로 활용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겠지. 강렬한 폭발이 아무것도 없는 검은 공간을 진동시켰다.

‘마침 잘됐네.’

폭발 너머에 일련의 적들이 보인다. 구축함보다 큰 덩치의 배가 초계함의 호위를 받으며 나를 노리고 있다.

나를 공격한 저 배가 바로 워프파인더 중 하나가 실린 XAX 5급 전함이다.

나의 시선을 눈치라도 챈 것인지, 재장전을 마친 놈들이 내게 다시 어뢰를 발사했다.

보기만 해도 간담이 서늘해지는 크기의 어뢰가 빠른 속도로 접근한다. 나라고 해도 저것에 맞으면 부상이 상당할 터.

‘뼈 야수를 쓰지 않았으면 말이지.’

나는 어뢰와 충돌하기 직전, 머리 갑각으로 세게 어뢰를 들이받았다. 막대한 충격과 화염이 내 몸을 휘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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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하하, 하하하하! 죽었어! 저 미친 괴물을 죽였어!”

전함 외벽에 장착된 함선 카메라로 폭발을 지켜보던 발타제이는 환호성을 내질렀다.

‘작전목표’가 구축함을 그의 동료들에게 던지는 것을 보고 경악했다. 베테랑 군인인 그조차도 저런 말도 안 되는 짓거리를 하는 괴물은 본 적이 없다.

특히 첫 사격을 막아 낸 놈이 시선을 이쪽을 향했을 때는 그도 간담이 서늘했다.

하지만 이제는 상관없다. 놈은 전함의 주포에서 발사된 어뢰를 맞고 끝장났으니까.

“남은 함선들은 워프파인더 계속 유지하고, 저 괴물들까지….”

「경고. ‘작전목표’ 생존 확인.」

“뭐?”

함선 컴퓨터의 긴급 보고에 발타제이는 눈을 부릅떴다. 카메라를 통해 실시간으로 기록되는 영상 정보들이 케이블을 통해 그의 눈으로 전송되었다.

‘서, 설마?!’

검은색 불길 속에서 길쭉한 팔들이 솟아난다. 팔 아래에 달린 피막들이 흔들일 때마다 불과 연기가 크게 일렁였다.

그 뒤에 길쭉한 주둥이와 커다란 뿔을 가진 놈의 머리가 아련하게 보인다. 어뢰에 직격 당했음에도 놈은 머리 부분의 약간 부서진 것을 빼고는 멀쩡해 보였다.

죽은 생선처럼 탁한 눈. 악마의 눈이 발타제이를 응시하고 있었다.

“다, 당장 주포 재장전! 놈을 죽여!”

「확인.」

그가 고함을 지르는 것과 동시에 ‘작전목표’가 다시 움직였다. 빛을 모조리 빨아들이는 검은 날개가 펄럭이고 괴물의 모습이 급격히 커졌다. 놈이 워낙 빠르게 접근하는 바람에 마치 크게 확대되는 것처럼 보인 것이었다.

발테제이를 호위하는 초계함들과 구축함들이 시간을 벌기 위해 앞에 나섰다.

안타깝게도 이는 실책이었다. 놈의 등에서 6개의 촉수들이 튀어나와 접근하는 초계함들을 붙잡았다. 놈은 배를 둔기처럼 휘두르며 접근하는 초계함들을 때려 부쉈다.

구축함들이 거리를 유지하며 놈에게 사격을 가하려 했지만, 놈에게는 의미가 없었다. 놈의 목 언저리에 달린 촉수다발로부터 보라색 열선이 튀어나와 구축함들을 박살냈으니까.

‘후, 후퇴해야…!’

발타제이가 받은 명령은 본대가 도착하기 전까지 시간을 끄는 것. 본대가 도착하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했다.

“주포 발사 후 전속력으로 후….”

그가 명령을 내리려는 순간, 배가 크게 흔들렸다. 다른 전함의 주포에 맞았을 때나 느낄 법한 큰 충격이었다.

의자 앞으로 나자빠진 그의 눈에 놈의 머리가 보였다. 놈은 지금 함선 카메라에 얼굴을 바짝 붙인 채 입을 크게 벌리고 있었다.

“히, 히익!”

압도적인 공포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보라색 화염이 함교 전체와 함께 연약한 사이보그의 육신을 녹여 버렸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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