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진화하는 우주괴물이 되었다-252화 (253/400)

Ep. 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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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현 유진이 수송선을 타고 대기권을 막 벗어났을 때, 기함(旗艦)으로부터 긴급 보고가 날아왔다.

“스타유니언의 함대가 벌써 도착했다고?”

성계 외곽에 배치해 둔 위성을 통해 함대가 오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렇게 이렇게 빠르게 도착할 줄은 몰랐다.

게다가 적들은 초광속 항해의 움직임을 감시할 수 있는 장비, 워프파인더를 들고 왔다. 마치 누군가를 추적하려고 온 것처럼 말이다.

‘설마 작스-01의 은신처가 걸린 건가?’

메가콥과 스타유니언은 공식적으로 전쟁 관계다. 사이보그들이 봤을 때 시현의 세력은 스타유니언의 적에 불과하다. 워프파인더까지 대동한 정규 함대가 이 외진 장소까지 찾아온 것을 보면 그 이유 밖에 없다.

‘…좋지 않아.’

워프파인더가 있는 이상, 기함의 상태는 시한부나 다름없었다. 초광속 항해로 도망쳐봤자 놈들은 바로 따라붙을 테니까.

문득 그녀의 신경이 수송선에 보관된 ‘유물들’을 향해 쏠렸다.

과거 잠깐 그녀의 스승이었던 범호가 아웃스페이서를 쓸어 버리는데 사용했던 무기, ‘심연 파괴자’. 그리고 여기에 막대한 에너지를 공급해주는 크리스털 배터리.

‘저 물건을 사용한다면 어렵지 않게 돌파할 수 있겠지.’

무기를 사용하고 싶다는 욕망이 들었지만,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아직 적들의 목적, 전투 현황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다. 필요한 정보를 습득한 뒤에 무기를 사용해도 늦지 않는다.

“그 외 특이사항은?”

“어, 그게….”

시현의 질문에 부하가 머뭇거리다가 답했다.

“기함의 통신에 따르면 현재 갤러곤으로 추정되는 생물 무리와 전투 중이라고 합니다!”

“갤러곤?”

부하가 내놓은 답은 그녀의 예상에서 한참 벗어난 것이었다.

‘갤러곤이 왜?’

“갤러곤이 함대를 공격 중이라서 기함은 현재 대응하지 않고 관망 중입니다.”

“…흠.”

처음 행성에 발을 디뎠을 때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갤러곤들 때문에 고생했다. 사실 화산에 늦게 진입한 것도 갤러곤의 영향이 컸었다. 갤러곤을 피하고자 일부러 계속 이동 루트를 바꿨기 때문이다.

‘어떻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놈들의 변칙적인 움직임이 지금은 오히려 득이 됐다.

“일단 지금은 이 상황을 이용하도록 하지. 전투에 휘말리지 않도록 조심히 기함으로 복귀한다.”

“알겠습니다.”

수송선의 강화유리 너머로 별빛이 번쩍이는 것이 보인다.

그들 중 일부는 별빛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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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건?’

방금 네 번째 워프파인더를 제거했다. 제 기능을 상실한 고철 덩어리를 우주에 내다 버리는 중인데, 내 시선에 처음 보는 배가 보였다.

전장에서부터 제법 떨어진 거리에 타원형 전함이 홀로 떠다니고 있었다. 디자인을 보니 스타유니언의 함선이 아니라 메가콥의 함선이었다.

‘메가콥의 배가 왜 여기에…아.’

배를 보니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오드 그라드를 잡기 전, 헬사이드 호넷의 둥지를 털 때 인간을 잡아먹은 적이 있었다. 인면수가 된 그가 말하길, 자기는 시현 유진을 따라 이곳에 왔다고 했다.

‘저게 그 배구나.’

시현 유진은 내 손에 죽었으니, 저 배는 그녀를 따르는 세력들이 이끄는 함선이리라.

‘어떻게 할까.’

전투를 시작한 지 벌써 20분이 흘렀다. 워프파인더는 아직 하나가 남아 있다.

내가 처음 정한 시간은 25분. 저 배의 승무원들에게 자세한 사정을 듣고 싶지만, 시간이 딴 짓을 해도 좋을 만큼 많이 남은 것은 아니다.

‘시간이 남으면 정리해야겠네.’

나는 배에서 시선을 떼고 도망치는 함대의 꽁무니를 뒤쫓았다.

워프파인더를 실은 XAX 5급 고속전함은 시간을 끌 생각인지, 열심히 도망만 치고 있었다.

‘고속전함답게 확실히 빠르긴 하네.’

아드하이보다 근소하게 느린 수준이다. 사이킥 브레스로 맞춰서 정리하려고 하는데, 갤러곤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멀리서도 보이는 붉은색 날개를 지닌 아드하이가 전함을 바짝 뒤쫓았다. 다른 갤러곤들은 뒤쫓지 않고 여기저기 흩어졌다.

자세히 보니 갤러곤들은 넓게 퍼졌다가 점점 전함이 이동하는 경로를 향해 좁혀가는 식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몰이 중이구나.’

스카이웨일 같은 강적과 싸울 때처럼 갤러곤들은 전함을 상대로 몰이사냥을 하는 중이었다.

‘그렇다면 나도 도와줘야지.’

나는 전함 대신, 아드하이 앞을 가로막는 초계함들을 향해 사이킥 브레스를 발사했다. 눈앞의 목표에 집중하던 초계함 무리가 나의 브레스에 의해 격침되었다.

아드하이는 내 공격을 미리 예상이라도 했듯이 능숙하게 움직이며 보라색 불길을 피해냈다. 녀석은 초능력의 불꽃에 활활 타오르는 초계함의 잔해들을 회피 기동으로 피하고 한층 가속했다.

적익(赤翼)의 용이 밤하늘의 혜성처럼 꼬리를 그리며 전함에게 날아든다. 한줄기의 빛줄기로 화한 녀석은 순식간에 전함과 가까워졌다.

전함으로부터 견제용 APD가 쏟아지며 사이킥 파워를 무력화시키는 파장을 내뿜었다. 그러나 아드하이의 속도가 너무나도 빨라서 드론의 파장은 녀석에게 닿지 못했다.

녀석은 파장의 범위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며 사이킥 브레스를 쏟아 냈다. 에너지탄 형태의 브레스가 함선 외벽을 계속 때리자, 전함은 어쩔 수 없이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아드하이는 자기보다 수십, 아니 수백 배 이상 거대한 전함을 밀어내고 있었다. 마치 다윗이 돌팔매로 골리앗을 물리치는 것처럼.

그리고 포위망을 구축하고 있던 갤러곤들도 서서히 전함과 거리를 좁혀갔다.

워프파인더를 실은 전함은 어떻게든 벗어나려고 했지만, 이미 갤러곤들과의 거리는 충분히 좁혀진 상황.

그리고 모든 갤러곤들이 전함을 향해 일제히 용의 숨결을 토해냈다. 스타유니언산(産) 함선의 방어력이 대단하다고 해도 다수의 갤러곤, 그것도 최소 화이트 갤러곤 이상의 존재들의 공격을 방어하는 것은 무리였다.

‘이걸로 끝이야.’

마지막 워프파인더까지 파괴했다. 이제 우리의 도주를 막을 수 있는 존재는 아무도 없다.

모두 PS-111의 함선으로 귀환하라고 말하려는 순간.

내 보조기관이 강렬한 에너지의 파장을 감지했다.

‘!’

나도 모르게 에너지 파장이 발생한 지점으로 고개가 돌아갔다.

아무것도 없던 공허의 공간. 그곳에 푸른색 태양이 떠 있었다.

태양처럼 보이지만 저건 아주 강력한 에너지의 집약체다. 공간을 찢고 물체를 강제로 이동시킬 수 있을 정도로 막대한 에너지 말이다.

‘초광속 항해!’

잠시 후, 푸른 태양이 구름에 가려지듯 사라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 나타난 것은 함대였다. 지금까지 우리가 싸운 함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대규모 함대.

[즈즈 즈즈즈(모두 물러나)]

나는 갑자기 나타난 적들을 피해 갤러곤들과 함께 물러났다. 정찰 부대 생존 함선들은 새로 나타난 스타유니언 함대로 날아갔다.

‘어떻게?’

함선 컴퓨터와 동기화된 PS-111가 정찰 부대의 진입을 놓치긴 했지만, 저 대규모 함대가 들어온 것은 또 차원이 다른 문제다.

초광속 항해는 매우 큰 에너지를 활용하는 기술이다. 그렇기에 워프파인더처럼 에너지의 흐름 등을 추적하는 장비도 효과를 볼 수 있는 거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저렇게 수백 척에 가까운 배들이 한꺼번에 움직이는 것을 녀석이 놓칠 리 없다.

‘…신기술을 개발한 건가?’

게임에서도 우주 공간에서의 회전(會戰)은 누가 먼저 초광속 항해로 도착했느냐가 중요했다. 일찍 온 사람은 적들이 언제, 어느 지점으로 들어올지 파악하기 쉽기 때문이다.

보아하니 대수령도 그 약점을 인지하고 있었기에 이를 개량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 같다.

그리고 그 성과가 지금 눈앞에 있는 거고.

그때 PS-111이 통제하는 지원함이 다가왔다. 배에 타고 있는 하늘의 어머니로부터 사념파가 날아왔다.

「초광속 항해의 에너지를 감추는 은폐 기술이 적용된 것 같아!」

[즈즈 즈즈즈(그런 것 같네)]

「PS-111이 보기에 전 함대가 도착한 것은 아니래. 저건 5번 정예함대. 아직 2번과 8번, 9번 함대는 도착하지 않았어.」

그러고 보니 4개의 정예함대가 모였다고 보기에는 함선 수가 많지 않았다. 다 모였다면 전함만 수백 척이 됐어야 할 텐데 적의 규모는 그 정도는 아니었다.

‘게다가….’

나는 진영을 변경하는 적 함대를 침착하게 살펴봤다. 몇몇 배들은 외벽 부분에 큰 손상이 있었다. 날붙이로 자른 것처럼 깔끔하게 파괴된 흔적. 그건 초광속 항해 도중 문제가 발생해서 생긴 흔적이었다.

‘아직 기술이 완벽한 것은 아닌가 보네.’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급작스럽게 날아온 이유는 상상하기 어렵지 않았다.

순차적으로 도약해서 우리의 발목을 잡아 도주할 수 없도록 하는 것. 그게 대수령의 계획일 터.

[즈즈즈즈즈 즈즈즈 즈즈(워프파인더는 얼마나 되지?)]

「…최소 10개 이상이야. 몇몇 배는 강한 은폐 장비를 탑재해서 확인이 불가능해.」

워프파인더가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전투를 벌이는 것은 자살행위다. 그렇다고 도망치는 것도 좋은 선택은 아니다.

갤러곤들이 했던 것처럼 놈들은 수적 우위를 이용해 우리를 추적해 오겠지.

‘외통수인가.’

나는 뒤에 있는 갤러곤들과 함선을 쳐다 봤다.

‘방법은 하나뿐이야.’

적들, 그러니까 대수령 플레이어가 노리는 최우선 목표가 뭔지는 명확하다.

‘놈들이 노리는 것은 나야. 그렇다면….’

[즈즈 즈즈즈즈 즈즈즈(모두 함선으로 돌아가)]

「큰어른?」

[즈즈즈즈 즈 즈즈 즈즈즈 즈즈즈즈(걱정하지 마. 좋은 방법이 있으니까)]

나는 불안한 아드하이에게 걱정하지 말라는 파장을 보내 안심시키고, 하늘의 어머니를 불렀다.

[즈즈즈 즈즈즈 즈즈즈즈 즈즈즈즈 즈즈즈 즈즈(신격화 단계를 올리려면 어디 가야 하는지 알지?)]

「뭐? 너 설마?」

[즈즈즈 즈즈(거기서 만나)]

「미쳤어? 놈들을 상대로 미끼가 되겠다고?」

엄밀히 따지자면 미끼는 아니다.

놈들과 싸우다가 컬트나 메가콥 영역으로 초광속 항해를 할 생각이니까. 그렇게 하면 전에 컬트와 스타유니언이 싸우게 만든 것과 비슷한 상황을 연출할 수 있겠지.

‘항해 준비 중에는 공격 불능이 된다는 것이 문제지만 괜찮을 거야.’

‘뼈 야수’로 변신한 덕분에 방어력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상태다. 적들의 어뢰가 내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힐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증명됐다. 항해를 위한 에너지 또한 ‘용의 심장’ 특성으로 무한에 가깝게 펌핑되는 사이킥 파워로 대체가 가능하다.

유일한 문제라면 대수령.

놈이 어떤 무기를 갖고 오느냐에 따라 내 운명이 갈린다.

‘원래 도박은 안 하는 주의인데.’

그래도 놈들과 싸우다가 모든 것을 잃는 것보다는 낫다.

나는 모두를 뒤로 하고 앞으로 날아갔다.

이 세상에 온 이후, 항상 선택의 연속이었다.

몇몇은 내게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 왔지만, 몇몇은 그렇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잘한 선택, 못한 선택이 언제나 혼재되어 있었다.

그래도 후회는 없다.

왜냐하면 나는 지금까지 살아 있으니까. 앞으로도 내가 얼마나 더 여러 번 잘못된 선택을 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때도 나는 살아 있을 거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그렇게 생각하며 날아가고 있는데, 붉은 별이 내 옆으로 날아왔다.

‘아드하이?’

녀석 말고도 다른 갤러곤들도 함선 격납고로 돌아가지 않고 나를 따라왔다.

PS-111이 움직이는 함선도 마찬가지였다. 나를 압도하는 크기의 전함이 초광속 항해에 돌입하기는커녕 함포를 외부에 잔뜩 꺼내놓은 채 내 머리 위에 있었다.

「큰애기 자꾸 나쁜 소리하면 혼나!」

함선에서 26호의 파장이 들려온다.

「아드하이」「동족」「버리지 않아」

옆에서 아드하이가 흘린 사념파가 느껴진다.

「누가 모프박이 아니랄까 봐 매번 혼자 싸우려고 하네.」

함선에 탄 하늘의 어머니가 툴툴 거린다.

「PS-111이 전해 달래. 워프파인더는 최대한 빨리 찾아낼 테니까 버티라고.」

녀석들의 말에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가슴이 벅차서? 아니다.

이곳에서 나 혼자 싸우는 것은 충분히 합리적인 선택이다. 언제나 혼자 싸웠고, 결국 승리해왔으니까.

하지만 나를 따라오는 녀석들을 보니 다른 생각이 든다.

지금껏 혼자 싸워도 이겼는데, 애들을 데리고 싸우면 더 쉽게 이길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에이모프, 씨 데몬, 갤러곤 무리, 초대형 전함, 볼프 랭커.

이 정도면 100척이 넘은 신형 함선들과 싸워볼 만한 전력 아닐까?

[즈즈즈 즈즈즈즈즈(어뢰와 브레스부터)]

충분히 합리적은 추론 과정 끝에 내가 고른 선택지는 ‘함께 싸운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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