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진화하는 우주괴물이 되었다-259화 (260/400)

Ep. 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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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너 그 얘기 들었냐? 한 시간 전에 시가지에서 난리가 났다더라.”

“난리?”

“웬 미친놈이 마르시오 카르텔한테 덤볐다가 죽었데.”

“허, 미친.”

우주요새 케샤 아르마에서 마르시오 카르텔이 차지하는 위상은 단순히 주인에서 그치지 않는다. 원자로를 장악한 마르시오 카르텔은 이 요새의 모든 이들의 생명권을 쥐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기드큐는 듣기만 했지만, 예전에는 카르텔에 반항하는 자들을 구역 하나에 몰아넣고 산소를 뺀 적도 있다고 한다.

그렇기에 이 도시에서 마르시오라는 이름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런 존재들에게 간 크게도 덤벼드는 자가 있다니. 촉새 같은 동료가 관심을 가질 만한 사건이다.

“그래서 우리 쪽에는 누가 당했냐?”

“조나스 형님. 미친놈이 목을 물어뜯는 바람에 병원에 갔다더라.”

“…그 강화복성애자가 공격당했다고? 아니, 강화복을 입은 사람을 일반인이 어떻게 물지?”

“같이 있던 애들 말로는 약쟁이 같다더라. 사이오니움이라도 빨았는지 신체 능력이 엄청 상승했다더라고.”

“약쟁이라.”

그 단어를 듣자 기드큐는 아침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호버 버스를 보며 기괴한 얼굴로 웃는 군항 경비원의 모습. 그와 비슷한 모습으로 서 있던 자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위에서 알아서 잘 하겠지.’

최근 마르시오 카르텔은 중요한 사업을 앞두고 있다. 며칠 후, 밀수 동물과 노예를 거래하는 경매가 열릴 예정이다. 그것 때문에 현재 우주 곳곳에서 각기 다른 종족의 함선들이 몰려오고 있고.

이런 상황에서 약쟁이들이 난리 치는 것을 카르텔이 방관할 리 없다. 아마 대대적인 단속이 있을 터.

범죄자가 약쟁이를 단속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지만, 기드큐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조직에서 그가 맡은 일은 약쟁이 대가리를 깨는 것보다 중요한 일이었으니까.

“그나저나 저 요리들을 보니까 배고프네.”

“프레디 너 이 자식, 너도 전임자들처럼 우주로 방출되고 싶냐?”

“그냥 하는 말이지 새끼야. 까칠하긴.”

기드큐와 그의 동료 프레디 앞에 평생 한 번 볼까 말까 한 산해진미가 놓여 있다.

그들이 있는 곳은 한때 제2사령부라 불렸던 곳. 현재는 마르시오 카르텔의 가장 중요한 고객들이 머무는 호텔로 기능하는 중이다.

둘의 업무는 저 요리가 위층에 묵고 있는 귀빈에게 무사히 도착하도록 지키는 일이다.

이를 위해 그들은 하급 조직원치고는 상당한 수준으로 무장한 상태다. 무려 신형 중급 강화복과 가우스 소총을 지급받을 정도였으니. 단순히 무장 수준만 보면 메가콥의 무장경찰팀에 버금간다.

“준비 완료. 이동합니다.”

요리를 카트에 전부 실은 안드로이드가 움직였다. 안드로이드를 따라 엘리베이터를 탄 둘은 입을 다물었다.

빠르게 올라가던 엘리베이터는 100층에서 멈췄다.

문이 열리고 안드로이드가 운반하는 요리만큼이나 호화롭게 꾸며진 복도가 그들을 반겼다. 둘은 안드로이드를 따라 내렸다.

복도에는 상급 강화복을 입은 해적과 완전 무장한 안드로이드들이 서 있었다. 그들의 시선을 느낀 기드큐는 침을 꿀꺽 삼켰다.

100층에서 머무는 손님은 아주 중요한 자다. 카르텔의 두목이 자기를 대하듯 대접하라고 엄명을 내릴 정도로.

“통과.”

삼엄한 경호원들을 통과하고 방에 들어가자마자 안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1년에 몇 번 듣지 못한 목소리지만, 그 주인이 누구인지는 명확히 기억하고 있다.

케샤 아르마의 주인이자 마르시오 카르텔의 두목.

스페이스독에서 가장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원로 중 하나, 몬타나 마르시오.

안드로이드와 함께 어마어마하게 넓은 다이닝룸에 들어가자 갈색 피부를 가진 거인과 사슴뿔을 가진 컬트가 보인다.

“하하하, 컬트는 참 신기하군요!”

“신기하다라. 흥미로운 관점입니다.”

성인 남성 3명이 앉아도 남을 만큼 커다란 소파를 꽉 채울 정도로 거구의 남성이 바로 우주요새의 지배자다.

그 반대편에서 말과는 달리 서늘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컬트 여성은 몬타나 마르시오가 초청한 귀빈이다.

그녀는 이 넓은 100층에서 반년 가까운 기간 동안 머무는 중인 초특급 중요 인사다. 지금처럼 몬타나 마르시오가 아부를 떨어야 할 정도로 말이다.

“아! 마침 식사가 도착했군요. 신시아 님.”

“배려 감사합니다. 몬타나.”

“배려라니요? 신시아 님과 그분께 받은 은혜를 생각하면 이걸로도 부족합니다.”

그가 손짓하자 안드로이드가 요리를 세팅하기 시작했다.

이 뒤부터는 그들이 할 일이 없다. 기드큐와 프레디는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고 물러났다.

“와씹, 너 저 컬트가 누군지 알아? 두목이 저런 모습 보이는 건 처음 보네.”

엘리베이터에 타자마자 프레디가 방금 본 광경에 대해 지껄였다. 기드큐는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좆나 중요한 여자니까 반년 동안 여기에 있지.”

“하긴. 지금까지 한 달 넘게 여기서 묵는 사람이 없었는데.”

“우리랑은 상관없는 분들이니까 신경 꺼.”

방금 올라간 것이 저녁 식사이니 그들의 업무는 여기까지다. 이후의 접대는 다른 조직원들이 맡아서 할 테니까.

기드큐와 프레디는 장비들을 반납하고 제2사령부 건물을 나왔다.

“야, 내가 다 낼 테니까 오늘은 왕처럼 살아보자.”

“이 새끼 호버 버스도 타더니 막 쓰네.”

둘 다 내일도 다시 사령부에 얼굴을 내밀어야 한다. 하지만 해적답게 이를 신경 쓰는 자는 없었다.

크래딧이 있든 없든 상관없이 그들은 지금까지 무계획적으로 살아왔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

“끄윽.”

거나하게 취한 기드큐는 고급 술집을 나섰다. 프레디는 볼프 창녀를 데리고 사라진 지 이미 오래였다.

그도 친구와 같은 즐거움을 누릴까 고민했지만, 크래딧이 발목을 잡았다. 요 며칠간 버스를 타고 다닌 것, 그리고 술파티를 하느라 그의 단말기에서는 위험 신호를 보내는 중이었다.

‘또 따면 되지.’

뭐든지 처음이 어려운 법이다. 한 번 대박이 났으니 두 번째 대박은 더 빨리 찾아오겠지.

그런 안이한 마음을 품으며 기드큐는 거리를 걸었다.

투기장 근처의 단골 술집과 달리 이 주변은 고급 유흥 시설들이 밀집해 있다. 그래서 다른 유흥 거리에 비해 조용한 편이었다. 경매가 시작되면 이곳도 다른 구역들과 마찬가지로 매우 북적거리겠지만 말이다.

‘걸어갈까?’

남은 크래딧이 얼마 없기에 기드큐는 버스를 이용하는 대신 걸어가는 것을 택했다. 그는 캡슐형 주거지가 있는 구역을 향해 걸었다.

늦은 밤인데도 거리에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이 거리에 찾아오는 자들의 목적은 대체로 두 가지로 한정된다. 프레디처럼 여자를 끼고 즐기거나 기드큐처럼 술을 왕창 마시는 것.

그런데 거리에 있는 자들은 누구를 기다리는 중인지 가게에 들어가지 않고 밖에 서 있었다.

‘뭐하는 거지?’

술에 취해 제정신이 아닌 그가 봐도 이상한 광경이었지만, 기드큐는 무시했다. 그는 자기보다 부자인 자들의 행동까지 신경 쓸 정도로 인생이 여유롭지 못했기에.

한 30분쯤 걷다 보니 유흥 거리가 끝나고 낡은 건물들이 가득한 거리에 들어섰다.

이곳은 요새의 조병창과 공장들이 위치한 구역이다. 컬트가 관리할 시절에는 불이 꺼지는 일이 없던 곳이었으나 지금은 아니다. 경매가 있을 때나 잠깐 활성화 되는 곳이다. 평소에는 사람의 온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폐구역이나 다름없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곳이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어둡지 않다는 점이다. 그의 머리 위에서 내려다보는 행성의 빛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무서워하지 않아야 정상인데 오늘은 분위기가 왠지 달랐다.

‘…씹. 왜 이러지?’

퇴근 때마다 걷는 거리는 한층 더 낡아 보였고, 버려진 건물 안에는 무언가가 도사리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술에 잔뜩 취한 그도 살짝 떨릴 정도로 무거운 분위기였다.

마치 거리 전체가 살아서 꿈틀거리는 것 같았다.

‘분위기 좆되네.’

빨리 집에 가야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발에 힘을 줬다. 사이보그로 개조된 그의 육신이 알코올 분해 속도를 강제로 올렸다.

일순간 정신이 맑아진 그의 귀에 무언가 소리가 들렸다.

그건 발소리였다. 한 명이 아닌 여러 명의 발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갑자기 뭔….’

고개를 돌린 순간, 그는 찬물을 뒤집어쓴 기분을 느꼈다.

행성의 빛이 내리쬐는 가운데, 거리에 일련의 무리가 서 있었다.

어떤 자는 꾀죄죄한 옷을 입고 있었고, 어떤 자는 경비원의 제복을 입고 있었다. 또 어떤 자는 기드큐와 마찬가지로 해적들이나 입는 낡은 재킷을 걸쳤다.

각기 다른 복장을 한 자 15명이 거리에 서서 그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것도 입꼬리를 바짝 올려서 웃고 있는 채로 말이다.

“무, 뭐하는 새끼들이야!”

기괴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무리들에게 기드큐가 소리를 질렀다. 그는 재빨리 품에서 레이저 권총을 꺼내 들어 적들을 겨냥했다.

‘이게 무슨 개지랄이야!’

저 정신 나간 무리는 아침에 봤던 그 약쟁이 무리가 분명했다. 그러고 보니 프레디가 그랬다. 강화복을 입은 조직원이 놈들에게 당했다고.

당시에는 왜 당했는지 이해가 안 됐는데, 놈들을 이렇게 직접 마주하니까 이해가 갔다. 놈들은 누가 봐도 정상처럼 보이지 않았다. 아니, 매우 위험해 보였다.

‘…도망쳐야 해.’

강화복을 입은 자에게도 상처를 입힌 놈들이다. 이대로 싸웠다간 어떤 꼴이 될지 모른다. 건물에 숨어서 다른 조직원들을 부르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어 보였다.

기드큐는 선두에 선 자를 향해 권총을 발사하고 냅다 달렸다. 맞았는지 빗나갔는지는 확인하지 않았다. 그럴 시간에 도망치는 것이 먼저였으니까.

“헥, 헥, 헥!”

스타유니언에서 도망친 이후, 전력 질주를 한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그는 근처에 있는 버려진 건물 안에 숨었다.

창문, 벽, 천장, 뭐 하나 멀쩡한 것 없이 죄다 무너진 폐건물이었지만, 오히려 부서진 잔해 덕분에 숨는 것이 용이했다. 잔해 뒤에 몸을 숨긴 그는 깨진 거울을 들어 거리를 살폈다.

약쟁이 무리가 그가 숨은 건물을 지나쳐가는 것이 보였다. 예상대로 그를 발견하지 못한 것이었다.

“휴우, 애미….”

“괜찮습니까?”

“!”

안심하려던 찰나, 안쪽에서 들린 목소리에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권총을 겨누자 어둠 속에서 젊은 남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시무라 카르텔?”

“쏘지 마세요.”

“하이에나 새끼들이 왜 여기 있어?”

기드큐는 녹색 머리의 젊은 해적이 어디 소속인지 단번에 알아차렸다. 놈은 군항 근처에서 좀도둑질이나 하며 먹고 사는 시무라 카르텔의 조직원이다.

조직원 총 수가 5명 밖에 안 되는 소규모 조직이기에 마르시오 카르텔도 방치하고 있는 중이었다.

“아니지, 지금 그런 생각하고 있을 때가 아니야.”

기드큐는 단말기를 꺼내서 지원을 요청했다.

“야, 난데. 여기 조병창 구역에 약쟁이들이 득실거려. 빨리 와…뭐? 이런 병신 새끼들아. 제2사령부랑 이쪽하고 가깝잖아. 거기에 연락해서 부르면 되잖아 씹새끼들아. 어. 어. 내가 요청했다고 해.”

일단 지원요청은 끝났다. 단말기를 집어넣는 그에게 녹색 머리 해적이 다가왔다.

“제2사령부와 관계가 있으신가 봅니다.”

“내 직장이 거기니까 당연히 잘 알지.”

“그런가요? 대단하십니다.”

녹색 머리 해적은 감탄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기드큐의 동료들 이곳에 오려면 10분 정도 더 걸릴 거다. 그는 약쟁이 무리가 오는지 거울로 거리를 비춰 보면서 입을 열었다.

“넌 뭐 먹을 게 있다고 여기까지 찾아왔냐?”

“필요한 물건이 이곳에 있어서 왔습니다.”

“미친 새끼, 그럴 거면 낮에 오던가.”

“감시 카메라를 피하려다 보니 이렇게 됐습니다.”

상대의 말을 들은 기드큐는 어이가 없어서 코웃음을 쳤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여기 카메라 작동이 멈춘 지가 언제인데.”

“그렇습니까?”

“필요 없는 곳까지 에너지를 공급할 정도로 우리가 한가한 줄 아나. 여기 말고 이런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닌데.”

“그렇긴 합니다만.”

“멍청한 새끼.”

“궁금한 게 있는데, 제2사령부에서는 무슨 일을 하십니까?”

“경호. 그 이상 자세한 것은 말할 수 없어.”

대화를 나누던 중, 기드큐는 이상함을 느꼈다.

녹색 머리 해적은 물건을 찾으러 오밤중에 왔다고 했다. 그것도 무수히 많은 잔해로 덮인 폐허에서 말이다.

그렇다면 수색 장비, 하다못해 손전등이라도 들고 와야 하는데 그의 몸에는 그런 도구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넌 물건을 찾는다면서 이러고 있어도 돼?”

“괜찮습니다. 이미 찾았거든요.”

“찾았다고? 뭔데?”

기드큐가 질문했지만, 녹색 머리 해적은 알 수 없는 미소만 지을 뿐 가만히 있었다. 둘 다 해적이다 보니 귀중품을 보여주기 싫은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왠지 께름칙했다.

‘게다가….’

기드큐는 밖에서 돌아다니는 약쟁이들을 확인했다.

그들은 다른 건물들은 다 살펴보는 주제에 이 폐허 주변으로는 오지 않고 있었다. 이곳에 있는 무언가가 그들의 접근을 막고 있는 것 같았다.

문득 며칠 전 술자리에서 들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인간의 가죽을 뒤집어쓴 악마의 소문. 지금 그가 처한 상황과 몹시도 흡사했다.

‘씨, 씨발….’

그걸로 대화가 끊겼다. 폐허 속에는 두 사람의 숨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숨소리만 들어서는 영락없이 인간이었지만, 기드큐는 안심할 수 없었다. 저 숨소리가 사실은 악마가 그를 보며 입맛을 다시는 소리일까 봐.

그는 떨리는 손으로 다시 깨진 거울 조각을 집어 들었다. 그의 심장이 전력 질주를 할 때처럼 날뛰었다. 뒤돌아서 직접 확인하고 싶었지만, 너무나도 무서웠기에 그럴 수 없었다.

거울을 쥔 그는 거리가 아니라 반대 방향, 즉 그의 어깨 뒤편을 향했다. 저자가 정말 인간이라면 녹색 머리 해적이 보여야 할 터.

그렇게 생각했으나, 그는 곧 자기 행동을 후회했다.

그의 어깨 뒤로 보이는 것은 다름아니라 거미를 닮은 괴물이었다.

놈은 바짝 엎드린 채 그의 머리 뒤로 아가리를 내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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