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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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둔은 한 번의 발 구름만으로 암컷 볼프와의 거리를 순식간에 좁혔다. 성인 남성 머리보다 큰 그의 주먹이 암컷 볼프의 머리를 향해 날아들었다.
선천적으로 강하게 태어난 신체에 강화제 효과까지 적용됐다. 그의 주먹은 그야말로 벽력. 스치기만 해도 상대의 머리는 터져 나가리라.
그는 매력적인 몸매를 지닌 암컷의 머리가 날아갈 것으로 예상했으나, 결과는 달랐다.
암컷 볼프는 허리를 옆으로 틀면서 간단히 주먹을 피해냈다. 카둔의 주먹이 목표 대신 허공을 때렸다.
거시서 상대는 몸을 회전시키는 반동을 활용, 오른손으로 쥐고 있는 황금색 단창을 내질렀다.
“!”
적이 회피와 공격을 동시에 선보일 줄은 몰랐기에 카둔은 당황했다.
하지만 그 또한 노련한 투사. 그는 급히 손목을 들어 단창을 비스듬히 올려 쳤다.
아주 단단한 금속으로 제련된 그의 손목 보호대와 상대의 단창이 맞부딪친 순간, 폭음과 함께 스파크가 튀었다. 바로 앞에서 불꽃이 튀는데도 둘은 서로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창을 튕겨 내는데 성공한 카둔은 상대가 주춤한 틈을 타 발차기를 날렸다. 목표는 상대의 허벅지. 먹구름 사이를 가르는 번갯불처럼 그의 다리가 목표를 향해 돌진한다.
이에 암컷 볼프는 단창이 퉁겨져 나간 힘에 몸을 실고 뛰어올랐다. 상대의 힘을 역이용한 것이었다.
카둔의 발끝이 아슬아슬하게 상대의 발아래에 스쳐 지나갔다. 공격을 피한 적은 뒤로 한참 물러나 거리를 벌렸다.
“칫.”
카둔은 손목 보호대를 슬쩍 확인했다. 완벽히 튕겨 냈음에도 보호대에 큰 흠집이 나 있었다.
‘메가크롬 합금으로 만든 보호대인데 흠집이라니.’
메가크롬은 우주도시 같은 초대형 우주구조물의 외벽을 만들 때 쓰이는 특수금속이다. 매우 단단하고 또 무거워서 강화복에 넣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알려져 있다.
탁월한 신체 능력을 자랑하는 그도 순수한 메가크롬은 부담이 되었기에 합금으로 보호대를 만들었다. 물론 그 정도만 해도 충분히 단단하므로 적과 싸울 때 파괴될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다.
‘저 단창, 조심해야겠어.’
무엇으로 만든 건지는 몰라도 예리함이 보통이 아니다.
‘하지만….’
상대가 상당히 강하다는 것을 알지만 카둔은 아직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의 시선이 상대의 단창과 발목 부근에 향했다.
그와 겨루면서 충돌한 부위에 서리가 잔뜩 끼어 있었다.
카둔은 다른 카르텔로부터 ‘눈발톱’이라는 이명으로 불린다. 별명대로 그는 몸에서 냉기를 발산하는 능력을 지녔다. 야수로 변신하는 힘을 얻었을 때, 함께 얻은 힘 중 하나였다.
그가 상급 강화복을 입었음에도 다른 원거리 무기를 챙기지 않은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냉기 방출 능력 때문이다. 그와 근접전을 벌이는 적들은 끝없이 쏟아지는 냉기에 몸이 빠르게 얼어붙게 된다. 체온을 보존할 수단을 갖추지 않는다면 아무리 몸집이 큰 짐승이라도 순식간에 동사한다.
그리고 상대는 미개한 원시 부족의 볼프처럼 옷을 입지 않았다. 걸치고 있는 거라곤 목에 걸린 사파이어 목걸이 뿐이었다. 대신 검은색 물결무늬가 노출된 전신을 따라 그려져 있었다.
‘미개한 년.’
카둔은 원시 문명을 유지하는 볼프를 아주 혐오했다. 상대가 굉장히 아름다운 육체를 가진 암컷인 것은 사실이나, 그의 결심은 흔들리지 않았다.
앞으로 몇 번 더 근접해 싸우면 저년은 얼어 죽을 거다.
암컷 볼프는 서리가 낀 발목을 가볍게 털고 다시 자세를 잡았다. 창을 뒤로 빼고 자세를 낮춘 그녀. 그리고 매끄러운 호박색 눈동자에 푸른색 불꽃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뭐지?’
푸른색 불길이 흐르는 그녀의 눈동자와 마주치자 그는 독한 마약을 한 모금 빤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현실 감각이 멀어지고, 그의 귀에서 알 수 없는 존재들의 속삭임이 들렸다.
“배고파!”“죽여!”“내장을 뽑아버려!”
‘정신 공격!’
자기가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인지한 그는 냉기 방출에 이어 두 번째 능력을 즉시 사용했다.
“크허어어어어엉!”
그가 내지른 강렬한 포효가 그의 뇌리를 흔들었다. 뇌리를 잠식해가던 정체불명의 속삭임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하지만 아직 안심할 수 없었다. 자신에게 정신 공격을 한 암컷 볼프가 어느새 그의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기에.
그녀가 쥔 단창이 그의 목에 날아든다. 그는 황급히 허리를 뒤로 젖혀 피했지만 완벽하지 않았다.
하얀색 털과 붉은색 핏방울이 허공을 수놓는다. 방금 제대로 피하지 않았다면 목에 구멍이 날 뻔했다.
문제는 아직 상대의 공격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 예리한 창날이 스톰건에서 쏟아지는 탄환처럼 마구 쏟아졌다.
그는 재빨리 양팔을 교차시켰다. 다른 부위는 몰라도 심장을 비롯한 중요 장기 부분이 다치면 위험하다. 그리고 그의 손목 보호대 위로 황금색 단창이 꽂혔다.
“크윽!”
보호대가 금세 박살 나고 그의 손목에 큼지막한 구멍이 서너 개씩 뚫렸다. 그는 막는 것 대신 뒤로 넘어지듯 누웠다. 튀어나온 그의 주둥이 위로 창이 스쳤다. 금속 바닥에 누운 그는 두 다리를 힘차게 허공에 차 올렸다.
왼쪽 다리가 상대의 오른쪽 손등을 강하게 후려쳤다. 상대는 단창을 놓치지 않았으나 상반신이 크게 흔들렸다. 저쪽에서 자세를 가다듬기 전, 그의 오른쪽 다리가 적의 복부에 작렬했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암컷 볼프가 크게 밀려났다. 거의 십m 정도 날아간 적은 무사히 착지했다.
그 모습을 본 카둔은 크게 놀랐다.
‘분명 냉기 방출에 맞았는데?’
손목과 복부를 제대로 맞았다. 이미 뼛속까지 냉기가 침투했어야 정상이다. 그런데도 상대는 처음 공수를 교환했을 때와 별 차이가 없어 보였다.
카둔은 암컷 볼프에게 눈을 고정한 채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
“특별한 능력이 있나 보군?”
그의 의문에도 암컷 볼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아무런 감정도 담기지 않은 호박색 눈동자로 그를 노려보고 있을 뿐.
“…상관없겠지.”
냉기 방출 능력이 통하지 않는다면 지금처럼 싸워서는 안 된다. 그는 마지막 카드를 꺼내기로 결심했다.
그는 가슴팍에 붙은 단추 몇 개를 클릭했다. 그러자 입고 있던 상급 강화복이 압축된 공기를 분출하며 분리되었다.
한순간에 알몸이 된 그의 몸이 변이하기 시작했다. 근육이 한없이 부풀고, 뼈가 뒤틀렸다. 피부 위를 덮은 백색의 털도 더 길고 굵어졌다. 두 발로 걷는데 유리한 체형이 한순간에 짐승의 것으로 변화했다.
어느새 은색의 털을 가진 사나운 짐승의 모습으로 변화한 카둔이 전방을 향해 도약했다. 단숨에 암컷 볼프에게 접근한 그는 앞발로 상대를 후려쳤다.
초계함이 폭발했을 때와 같은 폭음과 함께 암컷 볼프가 날아갔다. 그녀는 건너편에 있는 건물 속에 처박혔다. 충격으로 인해 건물이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무너졌다.
「넌 잘못된 길을 택했다.」
카둔은 무너진 건물의 잔해를 보며 으르렁거렸다.
그에 대답이라도 하듯, 무너진 건물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그가 짐작했던 것처럼 상대도 변신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백색에 가까운 은색 털을 가진 그와 대조되게 황금색 털을 가진 야수. 다만 구체적인 외형은 그가 상상했던 것과 많이 달랐다.
얼굴은 그와 비슷한 고양잇과 맹수를 닮았으나, 머리에 뿔이 있었다. 컬트의 뿔을 닮아 구부러진 뿔 2개가 눈가 위에 솟아 있었다.
몸통은 카둔처럼 네 발로 걷는 짐승의 것이었으나, 털이 덥수룩하게 덮인 상반신과 다르게 하반신과 꼬리는 비늘로 감싸진 형태였다.
상대가 변신한 모습은 하나의 동물이 아니라 여러 종류의 생물들의 특징이 뒤섞인 모습이었다.
‘볼프가 아니라 헐크 뮤턴트였나?’
폐허에서 튀어나온 괴물은 목을 감싸는 갈기를 크게 털었다. 그리고 호박색 눈동자를 빛내며 말했다.
「3분.」
「뭐?」
「이 모습은 오래 유지할 수 없으니 3분 안에 끝내줄게.」
「네년….」
상대의 도발을 들은 그가 달려들려는 순간.
그녀가 입을 크게 벌렸다.
‘뭣?!’
그 안에서 쏟아지는 엄청난 양의 화염이 카둔을 휩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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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으아아아아악!”
날개 팔로 해적을 집어다 입에 넣으려는데 저 멀리서 거대한 화염 기둥이 보였다.
‘저건?’
우리 중에서 특별한 조건 없이 저 정도로 큰 화재를 일으킬 수 있는 존재는 셋뿐이다. 사이킥 브레스를 쓸 수 있는 나와 아드하이, 그리고….
‘하늘의 어머니.’
그리폰이 아닌 다른 환수로 변신해서 불을 일으킨 거다.
그녀가 가진 특전 ‘사냥신의 둔갑 껍데기’의 효과는 그리폰을 제외한 4마리의 환수(幻獸)들 중 하나로 변신할 수 있는 것. 그리고 그녀는 현재 총 3마리의 환수를 해금한 상태다.
‘두 번째로 해금한 환수는 용의 둥지에서 해금한 웬디고.’
세 번째로 해금한 환수는 고르곤 스웜과 싸우고 난 뒤 해금한 존재로 이곳에서 쓸 만한 환수는 아니다.
따라서 그녀가 이번에 변신한 환수는 그녀가 나와 만나기 전에 처음으로 해금한 환수.
‘키메라.’
그녀가 해금한 3마리의 환수들 중 중 가장 강력한 무력을 지닌 존재다.
그뿐 아니라 근접전에 한정해서는 스페이스 서바이벌의 세계에서 볼프들이 고를 수 있는 환수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강력하다.
‘효율을 추구하는 플레이어들이 많이 골랐지.’
밸런스형 환수인 그리폰, 군중 제어에 특화된 웬디고, 장거리 이동에 특화된 세 번째 환수와 다르게 키메라는 힘 싸움에 특화되어 있다.
매우 단단한 가죽,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지닌 앞발, 초고열의 화염을 분사하는 능력, 빠른 속도 등 근거리 및 중거리 전투의 스페셜리스트다.
‘상대가 백호 볼프라서 카운터로 꺼냈구나.’
여기 오기 전 마르시오 카르텔의 부두목에 대한 정보를 얻었기에 놈이 백호로 변신할 수 있다는 것은 짐작하고 있었다.
백호도 힘 싸움에 특화된 유형이지만, 키메라와는 성향이 약간 다르다. 상대를 약화시키고, 상대의 군중 제어기나 사이킥 파워 기술을 무력화시키는 특징을 가진다. 간단히 말해 적을 약화시켜 압도하는 타입이다.
그렇다고 해서 백호 자체의 스펙도 떨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기에 그리폰이나 웬디고로 상대하기에는 부담된다고 할 수 있다.
‘원래는 내가 도와줄까 생각했지만….’
키메라로 변신했으니 굳이 그럴 필요가 없겠지.
‘키메라의 전투력은 내가 사냥의 표상을 썼을 때만큼 강하니까.’
성장 단계가 세분화된 나와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근접전에만 한정하면 그렇다. 아성체 단계에서 쓴 사냥의 표상이라면 그녀가 승리, 현시점이라면 내가 승리한다.
물론 그만큼 강한 대신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바로 지속 시간과 쿨타임.
‘지속 시간이 30분. 쿨타임은 한 달이라고 했지.’
나와 만나기 전, 그녀는 또 다른 플레이어 뮤리엘과 싸울 때 키메라로 변신해서 싸웠지만 지속 시간이 끝나는 바람에 패했다고 했다.
상대가 플레이어라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5분 안에 끝날 거다. 하늘의 어머니도 어디까지나 랭커, 그것도 볼프 랭커니까.
‘남은 놈들이나 정리할까.’
“자, 잠깐잠깐잠깐잠깐잠까…!”
나는 들고 있던 해적을 한입에 꿀꺽 삼켰다.
내가 습격한 초계함에서 뛰어내린 해적들은 이걸로 끝이다. 아마 다른 애들 쪽도 슬슬 정리됐을 거다.
활활 타오르는 잔해를 뒤로하고 걷다 보니 PS-111과 26호의 모습이 보였다. 둘은 서로 바짝 붙어서 뭔가 열심히 얘기하고 있었다.
‘뭐 하는 거지?’
“오셨습니까?”
「나쁜 애들 혼내줬어!」
내가 가까이 오자 둘이 나를 반겼다. 26호 주변에는 죽은 해적들의 몸에서 나온 것들이 널려 있었다.
먹으려고 분해한 것은 아니다. 애초에 26호는 몸을 키워서 시체를 집어넣는 것만으로도 소화시킬 수 있으니까.
‘PS-111과 공부한다더니.’
용의 둥지를 떠난 이후, 녀석은 다른 생물에 대해 부쩍 관심이 많아졌다. 전에는 나와 호흡을 맞추거나 나를 따라 하는 식으로 움직이던 녀석이었는데, 최근에는 좀 더 심도 있는 영역까지 파고들고 있다.
생물의 생태나 습성이라든가, 몸의 구조라든가 등등.
[즈즈즈즈(공부한 거?)]
「응! 나 공부해!」
“메인컨트롤러는 생물의 습성과 생식 활동에 지대한 관심을 표하고 있습니다.”
내가 묻자 26호가 힘차게 파장을 쐈다.
훌륭한 사냥꾼이 되려면 먹이에 대해서도 많이 알아야 한다. 나 또한 방대한 지식을 알고 있던 덕분에 최고의 에이모프가 된 거니까.
‘많이 알면 알수록 좋은 거지.’
학구열이 있는 자식을 보는 기분이 이런 기분일까. 나는 날개 팔로 녀석을 쓰다듬었다. 녀석은 몸을 반짝반짝 빛내며 내 날개 팔에 올라탔다.
[즈으으으 즈즈즈즈즈(아드하이도 찾으러 가자)]
「응.」
“알겠습니다.”
「나」「끝났어」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하늘에서 백색과 적색이 섞인 유성이 떨어졌다. 레드 갤러곤의 힘 ‘레드 아머’를 활성화한 아드하이였다.
녀석의 몸이 붉은 것은 단순히 레드 아머 때문만은 아니었다. 순백의 드레스마냥 새하얀 비늘에서 피 냄새가 짙게 풍겼다.
「나」「힘들어」「태워줘」
「작은애기 밥 먹었잖아. 안 힘들어.」
「힘들어」「태워줘」
“작은애기는 저를 타시면 됩니다.”
「싫어」「불편해」
좌절한 기색을 보이는 PS-111을 두고 녀석이 내 등에 올라탔다. 그리고 날개를 접고 느긋하게 엎드렸다.
‘가끔은 나쁘지 않겠지.’
어차피 이 구역에서 우리를 위협할 적은 없다. 기생충이 심어진 하수인들도 조직원들이 전멸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고.
‘마침 저쪽 싸움도 끝난 것 같네.’
불기둥이 사라진 이후 굉음이 몇 번 들렸지만 지금은 조용해졌다. 나는 26호와 아드하이를 태우고 PS-111와 함께 하늘의 어머니가 있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불에 활활 타오르는 거리의 중앙에는 염소의 뿔과 사자의 머리와 상반신, 용의 하반신과 꼬리를 가진 짐승이 있었다.
키메라로 변신한 하늘의 어머니였다. 그녀는 앞발로 큼지막한 숯덩이를 밟은 채 우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끝났어. 예상보다 10초 더 걸렸지만.」
[즈즈즈 즈즈즈즈(실력이 녹슬었네)]
「…오랜만에 변신해서 그런 거거든?」
호박색 눈을 살짝 찡그린 그녀는 발을 치웠다. 그러자 숯덩이가 크게 기침하며 꿈틀거렸다.
전신이 검게 그을린 데다가 4개의 다리까지 전부 잃은 저 존재가 바로 그녀의 신격화 단계를 올려 줄 제물이다.
제물, 아니 마르시오 카르텔의 부두목이 간신히 눈을 뜨고 우리를 노려봤다.
「네, 네놈들은…쿨럭! 도대체, 쿨럭!」
나는 대답 대신 하늘의 어머니에게 시선을 줬다.
「내가 심장을 빼서 죽이기만 하면 돼. 그 전에는 무엇을 해도 상관없어.」
[즈즈즈즈(다행이네)]
나는 반쯤 죽어 있는 백호에게 다가 갔다.
「무, 무슨?!」
[즈즈즈 즈즈즈 즈즈 즈즈(네게는 물어볼 것이 많아)]
전투용 팔에서 꾸물거리며 튀어나온 검은색 기생충을 본 그가 눈을 부릅뜬다.
만약 그가 이곳에 오지 않았더라면, 아니 이 요새에 있지 않았더라면 오늘 이런 꼴을 당하지는 않았을 거다.
그는 잘못된 길을 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