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272 - 쥐떼(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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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사령부 지하에 있는 연회장.
평소에는 비워두는 공간이었으나 오늘은 아니었다.
메가콥, 컬트 제국, 스타유니언 등, 우주의 열강에 적을 둔 외부인들이 연회장에 머물고 있었다. 하나같이 고급스러운 복식을 한 그들은 입은 옷만큼이나 귀한 음식을 대접받는 중이었다.
이 자리에 있는 자들은 전부 몬타나 마르시오의 주요 고객들이다.
원래는 경매가 시작된 후에 연회장에 초대할 계획이었으나 일부러 앞당겼다.
요새에서 발생한 불미스러운 일 때문이었다.
몬타나의 사업은 비합법적 영역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요새에 찾아오는 손님들 역시 그 사실을 잘 안다. 만약 몬타나가 조금이라도 실수한다면 그들은 즉시 다른 대체제를 찾아 떠날 터.
그렇기에 몬타나는 사혈을 다해 그들의 마음을 붙잡아 둬야 했다. 적어도 그의 부하들이 지하 보관소에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기 전까지 말이다.
“다들 식사는 어떠셨습니까?”
몬타나의 말에 손님들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표정은 나쁘지 않았으나 그렇다고 해서 마냥 우호적이지는 않았다.
그들의 물건이 보관된 지하 보관소에 문제가 생겼다. 그것 때문에 지금 그들이 데려온 용병들이 물건의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 보관소로 간 상황이다.
그들이 바로 떠나지 않은 이유는 신분 때문이다. 사실 연회장에 와서 식사를 즐기는 이들 중 진정 상류층 속하는 자는 하나도 없다. 그들은 어디까지나 각자 소속된 세력의 상위층의 대변자. 불법 거래를 도맡아 움직이는 일종의 사용인들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물건에 문제가 생겨서 거래가 불발되면 그들도 책임을 져야 한다. 컬트면 그나마 낫지만, 노블캐피탈이나 프라임캐피탈의 사용인들은 무슨 일을 당하게 될지 모른다.
그러니 마르시오 카르텔과 관계를 끊는 것은 물건의 안전이 확인된 뒤에 해도 늦지 않다.
이러한 이유로 연회장의 손님들은 몬타나의 말을 믿고 이곳에 있었다.
그가 잘 처리해 주길 바라는 자, 골치 아픈 상황에 불만을 품은 자, 뭔가 여기서 이득을 취할 방법을 고민하는 자 등등. 모두가 웃는 얼굴이었으나 그 뒤에서는 복잡한 계산들이 오가는 중이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몬타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도 열심히 머리 안에서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었다. 이미 사고로 인한 손해는 불가피하다. 하나 그는 이 사고를 역이용, 위기를 훌륭하게 극복해서 저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구축할 수 없을까 생각했다.
지금껏 그는 수많은 역경을 헤쳐 왔다.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
그렇게 믿고 있는 그에게 부하가 조심스레 다가왔다.
“두, 아, 아니, 회장님.”
“뭐지?”
“긴급 보고입니다. 여기서 말씀드리기에는 좀….”
수많은 고객들이 보는 앞에서 자리를 비운다는 것은 결코 현명한 행동이 아니다. 다른 때 같았으면 몬타나도 부하를 물렸을 거다.
만약 그가 부하의 머리카락 전체가 식은땀에 젖어 있다는 것을 알지 않았다면 분명 그랬을 거다.
“하하하, 일이 마무리됐나보군요. 곧 메인 메뉴가 나올 테니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길.”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침착하게 대응한 몬타나는 부하의 안내를 받아 연회장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밖에서 부하의 말을 모두 들은 그는 도저히 침착함을 유지할 수 없었다.
“군항에 보낸 병력들도 연락이 끊겼다고? 모조리?”
몬타나가 상정한 최악의 경우는 보관소에 보낸 병력이 크게 손실을 입는 것이었다.
그런데 돌아가는 상황은 그의 상상을 아득히 초월하고 있었다. 보관소뿐만 아니라 군항에 집결한 예비부대들까지 연락이 안 닿는다니.
“그, 군항에 돌아다니는 애들에게 연락해 보니 지금 완전 난리랍니다. 괴물들이 나타나서 사람들을 마구 학살 중이라고….”
“…….”
사태가 매우 심각했다. 그가 요새를 지배하게 된 이후 최대 위기였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나는 총관리실로 가겠다. 너는 남아서 안에 계신 분들을 접대해라.”
“옙.”
부하를 연회실로 보낸 그는 경호원들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탔다.
총관리실의 위치는 10층. 무거운 덩치의 그가 버튼을 누르자 엘리베이터가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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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관소에 집결한 병력들을 정리한 뒤, 나는 변이자 무리들을 사령부가 있는 쪽으로 보냈다. 함께 가지 않은 이유는 군항에 볼일이 있기 때문이었다.
‘예비 병력이 더 있을 거야.’
내가 습격한 열차의 해적들은 모두 군항의 역으로 향하고 있었다. 보관소 주변에는 보안상의 이유로 초계함이나 호버 버스 같은 이동 수단이 착륙할 공간이 없다.
그러니 적들은 가까운 군항에 다수의 병력들을 모은 뒤, 상황을 봐서 차례대로 투입하려고 했을 거다.
‘그들까지 모두 변이자로 만들면 요새 공략이 훨씬 쉬워지겠지.’
변이자들이 돌아다니면서 알아서 적의 수를 줄여줄 테니까 말이다. 게다가 적들의 배가 다수 정박해 있는 군항을 손에 넣으면 놈들의 방어 수단은 극히 줄어든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PS-111에게 군항에 몰래 가서 사전작업을 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리고 군항에 도착한 지금, 나는 녀석이 만들어 놓은 결과물을 볼 수 있었다.
“으, 으으으으….”
“우왜액! 쿨럭, 쿨럭….”
군항 곳곳에 해적과 용병, 각종 범죄자들이 바닥에 나자빠져 있었다. PS-111이 군항이 위치한 구역 내의 환경 유지 기능을 해킹해서 엉망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먼저 중력을 뒤틀어서 적들이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고, 그 위에 유독 가스를 약하게 뿌렸다. 덕분에 군항에 집결한 병력의 전투력은 급감했다.
“어서 사령부에 지원요청해!”
“빌어먹을! 통신기가 먹통이야!”
“쓸데없는 짓 그만하고! 일단 헐크 뮤턴트부터 풀어서 놈부터 막아!”
아쉬운 점이라고 한다면 모든 적들이 다 제압된 것이 아니라는 것. 동료들이 픽픽 쓰러지는 것을 보고 빠르게 대처한 자들도 적지 않았다.
용병과 해적들은 방독면을 착용하고 몸에 강화제를 투여해서 독가스와 중력 속에서 버티고 있었다. 메가콥에서 데려온 것으로 보이는 헐크 뮤턴트들도 얼굴에 특수 제작한 바이오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독가스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
‘나쁘지 않은 대처이긴 한데….’
최악의 선택지 대신 고른 것이 차악의 선택지이니 좋지 않은 것은 매한가지다. 싸우는 것을 선택한 이상 그들에게 남은 미래는 둘 밖에 없다.
죽거나. 아니면….
“사격 개시!”
건물을 엄폐물 삼아 숨어 있던 적 병력들이 나를 향해 가진 화력을 쏟아 부었다. 가우스 소총의 텅스텐 탄, 스톰건의 열화우라늄탄 같은 물리적인 파괴력을 지닌 탄환부터 전자장비에 강한 펄스 수류탄이나 레이저 무기의 에너지탄까지.
온갖 종류의 공격이 쏟아졌으나 그중 내게 닿는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물리적인 위력을 지닌 탄환들은 전부 허공에 고정되어 있었다.
“씹?!”
“저게 무슨…?”
저들이 컬트였다면 왜 총알이 공중에 떠 있는지 알 수 있었을 거다. 내 머리 위에 있는 26호가 강력한 사이킥 파워로 쏟아지는 모든 총알을 붙잡았다.
[즈즈즈즈즈(죽이지는 마)]
「응.」
26호가 금속 바닥 위로 폴짝 뛰어내렸다. 그와 동시에 사이킥 파워의 그물에 휘감겨 있던 총알들도 바닥에 떨어졌다.
나를 지키듯 앞에 선 26호의 몸이 급속도로 자라났다. 녀석의 몸 아래에서는 커다란 지느러미가, 위에서는 무수히 많은 촉수가 생겨났다.
순식간에 25m에 달하는 거대 괴수로 자라난 녀석의 몸통에 셀 수 없이 많은 눈들이 튀어나왔다. 그 눈들이 각자 따로 움직이며 적들의 위치를 주시했다.
“…….”
“…….”
녀석과 시선을 마주친 적들은 아무 행동도 취하지 못했다. 감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공포가 그들의 목을 움켜쥐고 있기에.
모두가 침묵에 잠겨 있는 그때, 26호의 공격이 시작됐다.
녀석의 몸에서 강렬한 사이킥 파워가 뿜어져 나오는 한편, 녀석의 촉수들이 길게 늘어나 건물 위를 내리찍었다.
“모두 피해!”
“끄아아악!”
옥상에 열 명 정도 숨어 있던 건물이 녀석의 일격에 맞아 폭삭 무너졌다. 그 안에 있던 자들이 어떻게 됐을지는 예측하기 어렵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본 다른 적들도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악을 썼다.
“헐크 뮤턴트! 헐크 뮤턴트를 풀어!”
“놈을 죽여!”
바이오 마스크를 쓴 헐크 뮤턴트들이 거친 숨소리를 내며 튀어나왔다. 26호는 내 앞에 당당히 선 채 그들을 향해 사이킥 파워를 뿜어냈다.
“쿠우우?”
“쿠억!”
네 마리의 헐크 뮤턴트들이 동시에 공중에 떠올랐다. 그들의 몸이 파르르 떨리다가 이어서 거열형(車裂刑)을 당한 것처럼 팔다리가 뜯겨 나갔다.
“저 괴물을 어떻게 이겨?!”
“당장 도망쳐야 해!”
“모두 물러…크아악!”
도망치려던 해적들은 26호의 속박에 걸려 두 다리가 360도로 꺾어 버렸다. 다른 자들은 동료를 돕기는커녕 자기 안위만을 챙기기 바빴다.
‘도와줄 필요는 없겠네.’
예상했지만 26호는 내가 없어도 잘 싸우고 있었다.
나는 촉수들을 뽑아서 아직 죽지 않은 적들에게 변이 바이러스를 주입했다. 허벅지에 뼈가 튀어나와 울부짖는 해적들은 내 촉수에 닿자마자 조용해졌다.
그들은 과거 나약한 정신에서 탈피해 새로운 존재가 됐다. 살육에 대한 욕구가 그들을 자유롭게 만들었다.
“기기기기기”
“끄어어어엉!”
새로 탄생한 변이자들은 팔다리가 뜯어진 헐크 뮤턴트들에게 달려들었다.
‘헐크 뮤턴트도 변이시키면 참 좋을 텐데 아쉬워.’
변이 바이러스가 안 통하는 것은 아니지만, 써 보니 결과가 별로 좋지 않았다. 접합된 유전자가 많아서 그런 걸까. 오히려 안 좋은 방향으로 변이가 이루어졌다.
나는 헐크 뮤턴트는 단념하고 살아 있는 용병과 해적, 그 밖의 인간들을 변이시키는데 집중했다.
부지런히 움직인 결과, 26호가 적을 제압할 때쯤, 변이자의 수는 수백에 달할 정도로 늘어났다. 나는 ‘대혼란의 전령’으로 그들이 이동 경로를 조정했다.
「애기야, 거기가 아니라 저기로 가야 해.」
“기기기기기”
간혹 이탈하는 개체들이 있었으나 그런 경우는 26호가 일일이 잡아냈다. 녀석의 힘에 목이나 허리가 뚝뚝 꺾인 놈들은 비틀거리며 다른 변이자들 틈에 합류했다.
‘항구는 얼추 정리된 것 같네.’
건물 하나에 숨어 있던 수십 명의 범죄자들을 변이자로 만든 나는 그들도 무리에 합류시키려 했다.
‘이 정도로 하면 될까?’
그렇게 생각하는 중, 갑자기 저 멀리 길쭉한 원통형 건물에서 빛이 번뜩였다.
그리고 엄청난 세기의 빛무리가 이쪽으로 날아와 내가 만든 변이자 수십 마리를 일거에 소멸시켰다. 그걸로 모자라 빛의 중심부에서 떨어져 있던 나까지 몇 미터 정도 물러나게 만들 정도였다.
‘이런!’
방금 그것은 이 요새에 있는 내부 방위용 요새포다. 3개의 사령부에 각각 2개씩 설치되어 총 6개가 있는데, 지금 것은 제2사령부에 있는 주포였다.
‘사령부에서도 사태를 인지했어.’
변이자는 아직 사령부로 향하는 도중이다. 변이자 때문이 아니라 군항의 인력과 연락이 끊긴 것 때문에 바로 행동에 나선 것이리라.
‘그렇다고 요새포를 바로 쏠 줄이야.’
요새포가 작동한다는 것은 전황이 심히 안 좋았을 때뿐이다. 적들이 요새 내부에 침투했을 때를 상정하고 만든 무기라서 화력이 대단히 강력하다.
놈들은 변이자에 대해서는 알아도 나에 대해서는 모를 텐데, 상당히 빠른 대처다.
「큰애기야 괜찮아?」
[즈 즈즈즈 즈즈 즈즈 즈즈(난 괜찮아. 몸을 다시 줄여)]
나를 걱정하던 26호가 도로 작은 크기로 몸을 줄였다. 녀석이라면 사이킥 파워를 활용해서 요새포의 빔을 빗겨나가게 할 수 있겠지만, 꽤 위험한 시도다. 요새포는 2개이기 때문에 하나를 막다가 다른 하나에 맞으면 그대로 치명상이다.
‘그걸 써야겠어.’
원래는 좀 더 아껴두고 사용하려 그랬는데, 상황이 이러하니 어쩔 수 없다.
가장 나중에 얻은 유일 특성, ‘복잡화 분광체’가 활약할 시간이다.
제2사령부에 있는 두 번째 요새포가 곧 발사될 거다. 그 전에 나는 유일 특성을 발동시켰다.
특성이 발동되자 내 몸 위에서 열이 달아오른 것처럼 무형의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아지랑이들은 허공에 떠오른 뒤 뭉쳐져서 투명한 쟁반 형태로 변했다. 그 크기는 나와 최대 크기의 26호를 함께 덮을 정도로 거대했다.
이어서 쟁반 형태가 된 아지랑이가 점점 고체화되더니 주변의 빛을 굴절, 분산시키기 시작했다. 알록달록하게 빛나는 쟁반은 흡사 ‘심연의 색채’ 상태인 내 모습과 비슷했으나, 약간 달랐다.
심연의 색채의 빛은 어딘가 모르게 섬뜩한 느낌을 주는 반면, 저건 순수한 자연 현상으로 만들어진 빛처럼 보였다. 마치 프리즘에 반사되는 빛처럼.
그때 저 멀리 사령부에서 또다시 빛이 번뜩인다.
갤러곤의 브레스에 비해 훨씬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사이킥 파워의 열선. 그것이 내 위에 떠 있는 투명한 쟁반과 충돌했다.
그 다음 발생한 결과를 적들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거다.
보이지 않는 장벽에 가로막힌 열선이 수많은 빛줄기로 화해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날아간 것이다.
쟁반 형태의 아지랑이, 아니 복잡화 분광체의 주요 능력은 다음과 같다.
‘에너지 계열 공격을 반사.’
「반짝반짝 예쁘다!」
요새 위를 수놓는 빛의 유성우들과 불에 타오르는 도시.
그건 26호의 평가대로 매우 아름다운 광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