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275 - 대혼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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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사령부 지하 벙커는 과거 컬트 제국이 케샤 아르마를 건설할 때부터 있었던 곳이다.
건설 당시에는 일반적인 대피소에 불과했으나, 몬타나는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각별히 신경을 기울였다. 덕분에 그곳은 수십 개의 숙박 시설과 편의 시설이 있는 초호화 대피소로 탈바꿈했다.
하지만 그 호화스러운 지하 벙커에서 접대를 받는 피난객들은 몹시도 불만스러워 보였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당장 돌아갈 테니 어서 문을 열어라!”
“몬타나 님의 명령입니다. 요새가 안전해지기 전까지는 나가실 수 없습니다.”
“우리한테 이런 폭거라니! 제국에서 이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오!”
연회장에 있다가 급히 대피한 이들은 경호를 맡은 용병과 접대 중인 안드로이드들에게 쉬지 않고 불만을 쏟아 냈다.
“감히 우리를 이런 짐승 우리 같은 곳에 가두다니.”
“크흠, 참으십시오. 위의 소란이 보통이 아닌 것 같으니 조금만 더 기다리시면 될 겁니다.”
“방금 그 진동, 그건 지금 여기까지 위험해진다는 뜻 아닌가요?”
“여긴 제국이 만든 방공호이니 내구도 하나는 튼튼합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뭐라고요? 만약 잘못되면? 그쪽에서 책임질 건가요?”
“예? 어, 그건….”
벙커에 보관된 고급술과 간식을 처먹으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이는 인간들. 경호원들은 고용주들의 행패에 분노를 억지로 참는 중이었다.
상황이 특수하다 보니 경호를 맡은 용병들에게도 고급 간식이 조금씩 배급되고 있었다. 그 덕분에 버틸 수 있었던 거지, 그렇지 않았다면 진작 사단이 나고도 남았을 거다.
“어이.”
“예?”
“쓸데없이 먹을거리나 축내지 말고 밖에 나가서 한 번 살펴봐라.”
“맞아요. 당신들, 이럴 때를 위해 고용한 거니까 같이 가서 확인하세요.”
“…옙.”
“그리고 저 빌어먹을 로봇들도 치워.”
경호원들은 이곳에 더 있다간 고용주들을 쏴버릴 것 같아서 억지로 방 밖으로 나가 버렸다. 안드로이드들도 새로운 간식과 술을 가져오겠다며 자리를 떴다.
“한심한 것들! 누구 크래딧으로 이런 귀한 자리에 온 줄 모르고 말이야!”
“그러게 말입니다. 몬타나 씨도 괜찮게 봤었는데 실망입니다.”
“쯧, 애초에 안드로이드들 따위에 의존하는 놈을 믿는 게 아니었어.”
“역시 근본이 해적이니 어쩔 수 없군요.”
고급주를 퍼마시는 바람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귀빈들이 경호원과 몬타나에 대한 뒷담을 시작했다.
이곳에 온 인간들은 모두 메가콥의 중상위 계층인 미들 캐피탈. 노블캐피탈이나 프라임캐피탈의 명령을 받고 온 대리인에 불과했다.
이 자리의 모두가 그 사실을 알지만, 이를 지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들은 자기 캐피탈에서 절대 누릴 수 없는 대접을 받으면서도 불만을 토해내고 있었다.
한편에서 메가콥 귀빈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동안, 컬트 고객들은 자기들끼리 제국 정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나가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은데 아까 나눴던 얘기나 계속 합시다.”
“무기 구매 사업 말입니까? 글쎄요. 이번 의회에서 총생산량이 감소하고 있다는 말이 나왔는데 과연 어쩔지.”
“요즘 분위기가 뒤숭숭한데 준비라도 잘 갖춰둬야 하지 않겠소?”
“저희 파벌에서는 공식적으로 군비 감축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허어, 이럴 때야말로 통합이 중요합니다. 파벌의 의견 따위가 뭐가 중요….”
그때 그들이 머무는 방이 흔들렸다. 투명한 보석으로 치장된 전등이 깜빡거리다가 불이 나갔다. 삽시간에 암흑에 빠진 방. 인간, 컬트 가릴 것 없이 모두가 비명을 질렀다.
“꺄아아아악!”
“으허어억!”
잠시 후 붉은색 비상등이 들어온 뒤에야 그들은 겨우 진정할 수 있었다.
“이, 이게 무슨 짓거리야!”
“안드로이드! 안드로이드는 어디 갔어!”
“경호원!”
방금까지 소리를 지르며 자지러지던 인간들이 벌떡 일어나 노성을 내질렀다. 안드로이드와 경호원들을 욕하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케샤 아르마의 방공호는 내구도가 뛰어난 걸로 알고 있는데, 맞나요?”
“제국이 쇠퇴하기 직전에 만들어졌다고 듣긴 했는데….”
“…뭐가 됐든 지금의 진동, 꽤 가까운 곳에서 들렸습니다.”
컬트들은 상대적으로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얼굴에 스며든 불안감은 숨길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컬트 한 명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머저리 같은 깡통 놈들! 도대체 언제 오….”
“모두 조용히 하시오!”
자리에서 일어난 컬트가 시끄럽게 아우성치는 메가콥 인사들에게 일갈했다.
“무슨 소리가 들렸습니다.”
“소리?”
“난 아무 것도 안 들리는데.”
컬트는 손을 들어서 다들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주고 벽에 귀를 가까이 댔다. 조용한 방 안에서는 사람들이 내는 얕은 숨소리 밖에 없었다.
아니, 딱 한 가지 소리를 빼고 말이다.
“…!”
벽 너머에서 들리는 소리에 컬트가 화들짝 귀를 땠다.
그 소리는 그 혼자만 들은 것이 아니었다. 다른 이들도 그 소리를 똑똑히 들었다.
벽 너머, 그러니까 밖에서 들리는 그 소리.
그건 다수의 인간들이 내는 비명 소리였다.
벙커를 울리는 큰 진동과 정전, 그리고 비명. 이 세 가지가 무엇을 의미하는가. 방 안에 있던 모두의 안색이 새하얗게 질렸다.
“미친! 제국에서 만들어서 안전하다며!”
“밖에 적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빨리 대피해야….”
“씹, 문 열지마! 문 열었다가 놈들이 들어오면? 네가 책임질 거야?”
“뭐? 씹? 너 어느 캐피탈이야?”
“화성에서 왔다 이 새끼야!”
“다들 그만! 지금 싸울 때가 아닙니다.”
비상등의 붉은빛 아래에서 인간들이 멱살을 잡으려 하자 컬트들이 말렸다.
“다른 방에서 비명이 들리는 것을 보면 이쪽도 위험합니다.”
“으음, 나가서 복도 따라 쭉 가면 엘리베이터이긴 한데….”
“자, 잠깐! 그러지 말고 경호원들과 안드로이드가 오는 것을 기다리면 되지 않습니까?”
“멍청하긴! 옆방에서 비명이 들리는 거 보면 몰라? 우리를 구하러 오기 전에 죽을 수도 있다고!”
“모두 진정하시죠. 일단 나가길 원하시는 분은 거수하세요.”
맨 처음 이변을 알아차린 컬트의 말에 방에 있던 컬트들이 모두 손을 들었다. 인간들 중에서는 절반 정도가 머뭇거리며 손을 작게 들었다.
“미쳤어? 나가면 다 죽는다고!”
“여기서 안드로이드나 용병 따위를 기다리는 것보다는 컬트 쪽이 더 믿음직스러워.”
“맞아.”
그렇게 탈출 일행이 정해졌다. 컬트와 인간들은 남기로 한 자들을 내버려 두고 문가에 다가갔다.
“아무 소리도 안 들립니다.”
“내가 한번 확인해 보지.”
수염을 기른 컬트가 나서서 사이킥 파워 기술을 사용해 방 밖 복도에 움직임이 있는지 살폈다.
“움직임은 느껴지지 않아.”
“경호원들도 없습니까?”
“…보아하니 다른 곳으로 이동한 것 같군.”
그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고 문 옆 단말기의 버튼을 눌렀다. 공기가 빠지는 소리와 함께 두꺼운 철문이 자동으로 열렸다.
조심스럽게 컬트 둘이 밖으로 나왔다. 복도는 방보다 상황이 좋지 않았다. 비상등에 문제가 생겼는지 암흑 천지였기 때문이다.
“어둡군.”
“그건 제가 해결하죠.”
뒤에 있던 깡마른 여성 컬트가 앞에 나와 전방을 향해 손을 가볍게 뻗었다. 그러자 사이킥 파워의 구체가 나타나 주변을 옅게 비추었다.
“벙커니까 손전등이 어딘가 있겠지만 시간이 없군요.”
“맞습니다. 탈출이 더 급합니다.”
“지금은 이대로 가도록 하지.”
“조, 좋습니다.”
컬트들과 달리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없던 인간들은 머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개개인이 특별한 능력을 갖춘 컬트들이 먼저 복도로 나왔고, 인간들이 그 뒤를 따랐다. 남아 있던 자들은 마지막 인간이 나가자마자 급히 문을 닫아버렸다.
손으로 빛을 만든 여성 컬트, 사이킥 파워로 주변을 감지하는 수염 난 컬트 둘이 무리를 이끌었다.
“…조용하군.”
“킁킁, 뭔가 이상한 냄새가 나는데?”
“쉿. 엘리베이터가 멀지 않습니다. 모두 조용히 하시길.”
조금만 걸으면 사령부 건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가 나온다. 여기 있는 모두가 연회장에서 벙커로 내려온 자들이니 당연히 알고 있을 수밖에.
하나 그 생각은 착각이었다.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지?”
“…….”
족히 1km는 걸은 것 같은데 엘리베이터가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여전히 고급 카펫이 깔린 복도 위에 있었다.
게다가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복도에 깔린 이질적인 냄새가 점점 짙어지고 있다. 마치 그들 뒤를 따라오는 것처럼.
“…뛰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동의합니다.”
“젠장!”
끝이 없는 복도가 그들을 직접 죽이지는 않는다. 이곳에서 진정 위험한 것은 그들을 따라오는 ‘냄새’ 그 자체다.
컬트와 인간들이 뛰기 시작한 순간, 뒤에서 불길한 냄새가 확 풍겼다. 그와 함께 묵직한 발소리도.
“히이이이익?!”
“꺄아아악!”
“씹! 뛰어!”
“이런 썅!”
복도를 꽉 채울 정도로 거대한 짐승이 그들을 따라오고 있었다. 그걸 본 인간들이 욕설과 괴성을 지르며 앞으로 뛰어갔다. 함께 도망치던 컬트들이 사이킥 파워를 발휘해 공격했지만 전혀 소용이 없었다.
“공격이 안 통해!”
“다들 물러…크악!”
“아아악!”
짧은 비명 뒤에 무언가가 으깨지고 터지는 소리가 이어졌다. 뒷목을 핥는 섬뜩한 소리에 컬트와 인간은 뒤를 돌아 확인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들은 그저 엘리베이터를 향해 달리는데 집중했다.
컬트들의 기도가 섭리에 닿은 것일까. 복도 끝에서 작은 단말기가 외롭게 빛났다. 엘리베이터가 있다는 신호였다.
하지만 그들 뒤에는 괴물이 바짝 쫓아오고 있다. 어떻게 엘리베이터에 도착한다고 해도 문이 열리기 전 괴물에게 전부 죽고 말리라.
“시, 시간을 끌어야 해!”
도망치던 인간들이 서로 시선을 교환했다.
컬트는 사이킥 파워에 능숙하지만 신체 능력은 인간에 비해 떨어진다. 강화복이라도 입으면 모를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성인 남성 컬트라도 인간 여성에게 제압당할 정도다. 그러니 여성 컬트라면 말할 것도 없다.
짧은 고민 끝에 인간들은 지극히 메가콥스러운 결정을 내렸다. 서서히 뒤처지고 있는 여성 컬트들을 괴물의 제물로 바치기로.
“당신의 희생은 잊지 않겠네!”
“뭐? 뭐하는 짓거리…꺄아악!”
“도, 도와…아아아악!”
괴물이 길쭉한 아가리를 벌려 넘어진 여성 컬트를 집어삼켰다. 함께 넘어진 다른 컬트가 바닥을 기며 도망치려 했지만 어림도 없었다.
고급 카펫이 피로 물드는 사이, 인간과 컬트들은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했다. 그들은 재빨리 단말기를 조작해 엘리베이터 문을 열고 안으로 뛰어들었다.
“빨리 닫아! 닫으라고!”
엘리베이터 문은 열리는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닫혔다. 수m 이상의 높이의 대형 철문이 닫히는 순간, 굉음이 울리며 문이 살짝 찌그러졌다.
설마 고장 나나 싶었으나 다행히 엘리베이터는 정상 작동했다. 빠른 속도로 사령부가 있는 위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살아남은 인간들이 한숨 돌리려 하는데, 분노에 찬 컬트들이 그들을 붙잡았다.
“네놈들이 감히!”
“제국에서는 그대들의 행동을 결코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왜들 이래? 우리가 아니었으면 저 아래에서 모두 죽었을 거라고!”
“그쪽도 동조한 거 아냐? 정 구하고 싶었다면 우리가 밀쳤을 때 그 자리에 남았어야지!”
서로 말다툼하는 사이, 엘리베이터는 어느새 사령부 연회실이 위치한 층에 도착했다.
문이 열리고 익숙한 연회실의 풍경이 그들을 반겼다.
수염 난 컬트에게 멱살을 붙잡힌 남성은 팔을 강하게 뿌리치고 밖으로 나갔다.
“네놈들은 그게 문제야! 우리랑 똑같은 주제에 고고한 척은 다….”
그가 고개를 엘리베이터에 있는 컬트들을 향해 소리를 지르려는 순간.
탑승자들 모두가 그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하는….”
엘리베이터의 금속 바닥을 통째로 뜯어내 인간과 컬트들을 추락시키며 나타난 것은 그가 가장 마주치고 싶지 않은 존재였다.
머리에 난 거대한 비대칭 뿔들. 감정이 없이 흐릿하게 빛나는 흰색 눈. 그리고 날카로운 이빨이 빼곡히 박혀 있는 주둥이.
벙커에서 봤던 괴물의 아가리가 벌어지고, 커다란 혀가 그에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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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얘도 별로네.’
지하 벙커에 있던 인간들은 생각보다 맛이 좋지 않았다. 솔직히 시현 유진급은 아니더라도 메가콥 귀빈이라서 괜찮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다들 유전자 개조는 전혀 받지 않은 일반인이었다. 유일한 장점은 고기에 지방이 풍부하다는 점일까.
‘컬트들은 전반적으로 괜찮았지만.’
나는 남은 다리 한 쪽을 위로 휙 던졌다. 등 뒤에 타고 있던 26호가 분홍색 촉수로 내가 던진 다리를 붙잡았다. 녀석은 꼼지락거리며 금방 먹어 치우고 짧은 코멘트를 남겼다.
「별로야.」
[즈즈(그지?)]
나와 같이 다닌 시간이 길어지면서 녀석도 나름 맛을 평가할 줄 알게 됐다.
맛있다, 별로, 맛없다, 이렇게 세 가지로 말이다.
사실 몸으로 먹이를 녹여 먹는 식이다 보니 맛을 어떻게 느끼는지는 미지수지만, 녀석 나름의 기준이 있는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여기, 연회장이구나.’
졸부가 꾸민 것처럼 온갖 화려한 보석 장식들로 치장된 공간에 길쭉한 테이블들 몇 개가 보였다. 나의 습격 때문에 급히 대피하느라 식탁에는 치우지 않은 음식들이 남아 있었다.
나는 식탁 위에 있던 요리들을 접시 채로 26호에게 건넸다.
「맛있다!」
[즈즈즈즈(다행이네)]
녀석은 마음에 드는지 촉수들을 쭉 뻗어 남은 음식들을 한꺼번에 휘감아 몸 안에 집어넣었다. 그 모습을 보니 어렸을 때 박물관에 봤던 일본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검은색 요괴가 생각났다.
‘그때는 화상입기 전이었는데. 추억이네.’
나도 녀석처럼 보석으로 만든 광주리에 담긴 사과 하나를 입에 털어 넣고 연회장을 나섰다.
위에서는 내가 지하 벙커를 쑥대밭을 만들어 놨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았다. 나는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계단을 통해 1층으로 기어 올라갔다.
1층 로비에는 해적들이 잔뜩 깔려 있었다. 그들은 바리케이드를 친 채 혹시라도 차폐벽이 뚫릴까봐 대비 중이었다.
그들 중 한 명이 목 뒤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고개를 돌리다가 나를 발견했다. 그의 눈이 찢어질 것처럼 확대되었다. 마치 괴물이 왜 뒤에서 나오느냐는 눈빛이었다.
그 대답은 나의 침식 촉수가 대신 해주기로 했다.
로비에 살아 있는 해적이 하나도 남지 않기까지 걸린 시간은 5분이 채 되지 않았다.
나는 상반신만 남은 해적의 품에서 단말기 하나를 꺼냈다. 가슴쪽 작은 팔로 살살 버튼을 누르자 입구 부근의 차폐벽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떤 새끼가 벽을 해제하는 거야! 당장 그만두…!」
나는 피에 젖은 통신기가 떠들지 못하도록 짓밟아 부쉈다. 입구 부근에 있던 차폐벽이 열리자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
“그기기기기”
“기기긱”
“죽이고 싶어! 목을 물어뜯어 피를 마시고 싶다고!.”
변이자들과 광인들이 나를 보고 환호한다.
나는 그들이 원하는 답을 내려주기로 했다.
이 사령부를 마음껏 유린하라고.
명령이 떨어지자 광인의 군단이 사령부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