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305 - 베르잔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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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에서는 움직임 미감지.”
“미감지라고? 적어도 둘 이상이 있어야 하는데.”
“내부에 재밍 장치가 있는지 제대로 감지되지 않습니다.
“에너지 탐지 모드로 확인했나?”
“일단 지하에서 미량의 사이킥 파워가 감지되기는 하는데 확실치 않습니다.”
호버 버스 센터 앞의 빌딩.
메가콥산(産) 상급 강화복을 입은 12명이 수상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재밍 장치라. 수상하다 싶었는데 역시 그랬군.”
“혹시 사교도 아닐까요?”
“사교도가 아니더라도 사교도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노예를 강탈할 수 있으니.”
제국에서 볼텍스원 사교도는 지위를 막론하고 엄벌의 대상이다. 사슴뿔 컬트라도 사교도로 판명되면 모든 권리를 박탈당하고 뿔이 잘리는 처벌을 받는다. 당연한 얘기지만 재산도 몰수된다.
그리고 표범머리 볼프는 주인 알카디를 위해 이런 비합법적 활동을 종종 하곤 했다.
타 컬트에게 사교도로 누명을 씌우는 건 사교도 활동 이상으로 중범죄이나 여태까지 그가 걸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알카디의 권력 때문도 있지만 그 또한 일 수완이 좋았기 때문이다.
가령 그는 불법적인 일을 할 때 절대로 컬트식 장비를 사용하지 않는다. 메가콥, 스타유니언에서 생산한 장비 중에서도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는 것들만 골라서 쓴다. 외부에서 방문한 자들이 문제를 일으킨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서다.
지금도 이 자리에 있는 자들 중 컬트식 장비나 도구를 든 자는 하나도 없었다. 입은 강화복과 무기는 메가콥에서 만든 물건들이고, 통신기와 탐지 장비는 스타유니언산(産)이다.
“모두 은폐 모드 활성화.”
“확인.”
“통신 상태 체크.”
「통신 상태 양호.」
표범머리 볼프와 그 부하들이 강화복 패드의 버튼을 누르자 몸이 서서히 사라졌다. 12개 중 9개의 붉은 그림자가 호버 버스 센터를 향해 움직였다. 나머지 셋은 저격과 지원을 위해 빌딩에서 대기했다.
9명의 노예들은 호버 버스 센터 앞에서 신중히 내부를 살핀 후, 진입했다.
센터의 내부에는 모래만 가득했다. 바닥에 쌓인 모래뿐만 아니라 관리되지 않아서 갈라진 벽들을 보면 누가 여기에 살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바닥에 있는 발자국들만 아니었으면 폐가로 잘못 찾아왔다고 생각했으리라.
“이 발자국, 볼프가 여기 있는 것이 확실해.”
암컷 볼프와 직접 마주한 표범머리 볼프는 목표의 흔적을 금방 찾아냈다.
“어, 근데 이 흔적들 뭡니까?”
컬트와 볼프 발자국 말고 다른 흔적들도 눈에 띄었다.
둥그스름한 물체가 몸을 끌고 지나간 것 같은 자국, 작은 거미 같은 것이 남긴 발자국 등 일반적으로 보기 힘든 흔적들이 곳곳에 있었다.
“이건…동물 발자국 같은데?”
“시장에서 탈출한 동물일 수도 있다.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니 서로 떨어지지 마라.”
표범머리 볼프의 말에 다른 노예들이 모였다. 다 모인 동료들을 확인한 그는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덟??’
이곳에 들어온 자는 그를 포함해 아홉. 그런데 이 자리에는 그를 포함해 여덟 명밖에 없었다. 다른 이들도 동료가 없어진 사실을 눈치채고 혼란에 빠졌다.
“바, 방금까지는 뒤에 있었습니다!”
표범머리 볼프는 서둘러 통신을 시도했으나 받지 않았다. 후방에서 지원 역할을 맡은 둘에게도 연락했으나 그들 또한 건물 밖으로 나가는 자는 못 봤다고 했다.
‘그 짧은 시간에 당할 리가 없어.’
“마지막으로 봤을 때, 그 녀석이 어디 있었지?”
“저쪽에 있었습니다!”
그들은 노예가 가리킨 대로 구석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모래더미로 다가갔다. 실내인데도 산처럼 쌓여 있는 모래 앞에 가우스 소총이 떨어져 있었다.
‘그밖에 다른 흔적은…응?’
표범머리 볼프는 부하가 떨어진 총을 줍다가 이상한 흔적을 발견했다. 모래가 크게 쓸린 자국이었다.
그때 그들의 뒷부분에서 모래가 쏟아지는 소리가 들렸다. 여덟 명의 고개가 일제히 돌아갔다.
붉은 모래 속에 용이 있었다. 사막 속 어딘가에 서식하는 육식성 지렁이 레드웜을 연상시키는 거대한 뱀이 고개를 들었다.
레드웜보다 옅은 분홍빛 가죽을 지닌 용. 그것이 지닌 수많은 눈들과 마주한 표범머리 볼프는 직감했다.
당장 도망쳐야 한다고.
그의 발이 땅을 박차는 순간, 모래에서 무수히 많은 뱀들의 머리가 튀어나왔다. 제때 반응하지 못한 노예들이 뱀에 붙잡혔다.
비명은 없었다.
노예들이 입 밖으로 소리를 내기도 전, 뱀이 그들을 모래 속으로 끌고 들어갔기에. 새빨간 액체가 모래를 질척질척하게 적시는 것만 봐도 노예들이 어떤 최후를 맞이했는지 쉽게 상상할 수 있었다.
5명이 핏물로 화한 사이, 표범머리 볼프를 포함한 3명이 그 자리를 벗어났다. 둘은 안쪽으로 도망쳤고 표범머리 볼프는 밖을 향해 뛰었다.
“저격수! 응답해라!”
통신기에 대고 악을 써도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대신 머리 위에서 다른 소리가 들렸다.
불길한 날갯짓 소리가 새빨갛게 물든 하늘에서 들려왔다.
때로는 가까운 곳에서, 때로는 먼 곳에서. 고개를 들어 확인해도 날개의 주인은 보이지 않았다.
그 순간, 빌딩 앞 모래에서 가죽 터지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하늘에서 뭔가가 떨어진 것이었다.
추락한 물체를 확인한 표범머리 볼프는 충격에 입을 다물었다.
“!”
왜 저격수들이 응답하지 못했는지 이제 알았다. 모래 위에 추락한 물체의 정체는 빌딩에 숨어 있던 저격수 중 한 명이었다.
강화복 덕분에 시체의 형태 자체는 멀쩡했다. 그 탓에 그는 시체의 기이한 형태를 두 눈으로 똑똑히 봐야만 했다. 죽은 저격수는 몸에서 피와 수분이 전부 빠져나가 완전히 미라가 된 상태였다.
“젠장!”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빌딩은 틀렸다고.
그는 떨리는 다리에 힘을 주고 달렸다.
당장 주인에게 돌아가서 이곳에 얼마나 위험한 존재가 숨어 있는지 알려야 한다.
그의 주인은 컬트 군단을 부를 수 있을 정도의 힘을 지닌 자. 괴물들이 장악한 호버 버스 센터를 정화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그가 착각하는 것이 하나 있었다.
괴물들의 영토에 들어간 이상, 그의 목숨은 더 이상 그의 것이 아니다. 그들은 한번 노린 먹이는 절대로 놓치지 않는다.
“!”
그리고 이 폐허의 새 주인 중 한 명이 침입자를 가로막았다.
붉은색 하늘 아래에서 선명하게 빛나는 황금색 창을 든 볼프.
백색의 맹금류를 닮은 머리 위에는 전사들이 쓰는 투구를 연상시키는 검은색 뿔이 돋아 있다. 그 아래에는 황금을 녹여 빚은 것만 같은 강인한 육체가 있었다.
그녀와는 분명 낮에 만났다. 하나 단창을 쥐고 모래 위에 고고히 서 있는 저 볼프는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표범머리 볼프는 머뭇거리지 않고 바로 가우스 소총을 그녀에게 겨냥했다.
그의 손가락이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그녀가 몸을 숙였다. 텅스텐 탄환이 그녀의 머리 위를 아슬아슬하게 스쳤다.
‘피했어?’
현재 그는 은폐 기능이 활성화된 강화복을 입은 상태. 저 볼프가 특별한 탐지 장치를 지닌 게 아니라면 그를 볼 수 없다.
이미 전투는 시작됐다. 그가 고민하는 사이, 상대는 거리를 빠르게 좁혀 왔다.
두 번째 탄환이 적의 흉부를 노리고 총구를 떠난다. 그와 적과의 거리는 그리 길지 않다.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발사된 총알을 피하는 것은 불가능.
단창을 쥔 적의 손이 번개처럼 움직인다. 금빛 뇌전이 날아오는 탄환을 벤다. 절반으로 갈라진 탄환은 그녀를 지나 모래에 박혔다.
“뭣?!”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광경에 그가 입을 쩍 벌렸다. 총알을 가른 단창이 그의 목을 노리고 쏘여졌다. 그는 다급히 가우스 소총을 들어서 막으려 했으나 상대가 압도적으로 빨랐다.
“커, 커허….”
얇은 핏줄기가 모래 위에 튀었다. 강화복으로 보호받는 목구멍에 작은 구멍이 생겼다.
표범머리 볼프는 총을 내던지고 구멍을 틀어막았으나 역부족이었다. 무너진 댐을 넘는 물살처럼 그의 생명이 빠르게 빠져나갔다.
「나보고 뭐? 팔려 온 암컷이라고?」
오랫동안 노예 생활을 하며 원초적인 본능까지 망각해 버린 걸까.
진노한 호박색 눈동자와 마주한 표범머리 볼프는 아주 어렸을 때 동족으로부터 들었던 전설을 떠올렸다.
위대한 신들이 몰락한 이야기를.
그의 앞에 있는 자는 노예가 아니다.
그건 사냥의 여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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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왜 이쪽으로 온 거야!”
“젠장!”
센터를 가로질러 반대편 출구로 도망칠 계획이었던 노예 둘은 곧 자기 선택을 후회했다. 모든 문이 모래와 잡동사니에 막혀 있었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뚫려 있는 곳은 지하로 이어진 길뿐이었다. 그곳 말고 길이 없었기에 둘은 어쩔 수 없이 지하로 이어진 계단을 내려갔다.
위층과 달리 아래층에는 불이 켜져 있었다.
불규칙하게 깜빡이는 전등이 천장과 벽에 노출된 철골과 전선을 비췄다. 분위기가 상당히 섬뜩했기에 노예 둘은 바짝 긴장했다.
연달아 잘못된 선택을 했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으나 이미 늦었다. 그들은 총구를 전방으로 향한 상태로 계속 걸었다.
계단에 끝에 있는 것은 아주 큰 공동이었다. 만들다가 만 지하 공동에 여러 개의 통로들이 연결된 것이 보였다.
“길이 많아. 어떻게 하지?”
“일단 오른쪽으로 계속…
그때 둘이 동시에 입을 다물었다. 공동을 잠식한 어둠 속에서 어떤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달그락, 달그락. 금속들이 규칙적으로 맞부딪치는 소리였다.
“…….”
노예들은 떨리는 손으로 손목의 패드의 버튼을 눌렀다. 쓰고 있는 헬멧의 시야를 열화상 모드로 전환한 그들은 소리가 난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잿빛 세계에 도사리는 무언가를 두 눈으로 확인한 것이 그들의 세 번째 실수였다.
공동 한 가운데에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하는 거미가 웅크리고 있었다.
“히, 히익!”
노예의 짧은 비명에 ‘그것’이 반응했다. 거미의 몸통 위에 달린 인간 여성의 머리가 180도 돌아가며 그들을 향했다.
“둘입니까?”
카메라 렌즈처럼 차가운 ‘그것’의 눈이 기계처럼 움직이며 외부인을 훑었다.
“하나는 제거하겠습니다.”
공동에서 머물던 거미가 몸을 일으켰다.
계단 아래에서 흘러 나오던 비명 소리가 멎기까지 걸린 시간은 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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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즈즈 즈즈 즈즈 즈즈 즈즈(거리 끝에 있는 거대 저택?)]
“저택. 저택.”
예상대로 컬트 주인이 보낸 노예들은 금방 정리되었다. 한 명만 남은 생존자로부터 정보를 빼낸 PS-111은 MPS-05를 통해 내게 놈들의 주인이 어디 있는지 알려 줬다.
건물 위에 있던 나는 MPS-05를 집어 들고 컬트 주인이 머무는 저택을 향해 움직였다.
‘영리한 약자’ 상태가 되면 몸 크기뿐만 아니라 무게도 제법 줄어든다. 거기에 예전에 아드하이의 고향에서 획득한 ‘은밀 기동’ 효과까지 더해지니 발자국 소리가 거의 사라졌다.
긴 꼬리를 흔들며 4개의 다리로 건물을 뛰어다녀도 아래에 있는 자들 중 나를 눈치채는 자는 없었다. 설령 나를 본다고 해도 손에 뭔가를 움켜쥔 컬트 군인이 건물 위에 서 있는 것으로 보일 테지만.
노예시장 안쪽으로 더 들어가자 멀리서 건물 이상으로 큰 담장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긴가 보네.’
가까이 가서 보니 저택을 반쯤 요새화해 놓았다. 담벼락에는 카메라와 각종 탐지 장치가 붙어 있었고, 위에는 스타유니언산(産) 스톰건들이 감시 중이었다.
‘하지만 내 앞에서는 별 쓸모가 없지.’
4개의 다리에 힘을 줘 강하게 건물 옥상을 걷어찼다. 내 몸이 함포에서 발사된 포탄처럼 빠르게 날아가 담 위를 통과했다.
담을 넘자 발아래에 무장한 경비원이 보인다. 슈트 형태의 강화복 위에 역삼각형과 마름모가 겹쳐진 판초를 걸친 것을 보니 컬트 ‘전사단’ 출신인 것 같다.
순찰 중인 그는 담 위를 뛰어넘어 오는 나를 인지하지 못했다. 내 몸이 그의 뒤에 착지했다.
“음?”
바로 뒤에서 난 소리에 전사단원이 반응했다. 그의 고개가 돌아가기 직전, 내 꼬리들이 움직였다.
오른쪽 꼬리 끝에 달린 집게가 그의 머리를 세게 후려쳤다. 수박 깨지는 소리와 함께 전사단원의 머리가 부서졌다. 그가 쓰러지기 전, 뱀 꼬리를 닮은 왼쪽 꼬리가 그의 상체를 휘감았다.
나는 세 개의 머리를 이용해 시체를 빠르게 해치웠다. 컬트 특유의 달달한 풍미가 입 안을 채웠으나 지금은 이를 즐길 시간이 없다.
양어깨에 달린 머리가 게걸스럽게 뜯어먹으며 흘린 피는 가운데 머리의 혓바닥으로 모두 닦아냈다. 몸 안에 있는 의태 기관은 외부에서 새로이 수집된 유전자 정보를 받아 전혀 다른 형태의 페로몬 체계를 구축했다.
이제부터 나는 감시청에 소속된 함포 사수가 아니라 전사단 출신 경비원이다.
‘내 눈에는 그대로지만.’
나는 MPS-05를 들고 걸었다. 담 안쪽에 있는 넓고 화사한 정원을 지나자 피라미드와 비슷한 형태를 한 저택이 나를 반겼다.
저택 주변에 내가 잡아먹은 경비원과 똑같은 복장을 한 컬트들이 보인다. 나는 그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저택에 다가갔다. 몇몇은 나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으나 다른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물론 입구를 지키는 경비원들은 달랐지만. 저택 입구를 막고 있던 두 컬트가 나를 가로막았다.
“뭐지? 넌 저택 담당이 아니잖아?”
“새로 얻은 생물을 확인하시겠다고 하셨어.”
“쯧. 빨리 들어가.”
경비 둘은 짧게 혀를 차고 문을 열었다. 이런 일이 자주 있는지 익숙한 모습이었다.
그렇게 나는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저택 입구를 통과했다.
‘어디쯤 있으려나.’
나는 턱 아래의 보조기관에 이용해서 저택 내부를 살폈다. 심야가 되도 저택 내부에는 많은 움직임이 느껴졌다. 아마 노예와 경비원일 터.
그래서 나는 반대로 움직임이 적은 존재를 찾았다. 그 오만한 주인이 밤까지 일할 것 같지는 않으니 말이다.
저택 내에 흐르는 공기의 흐름, 소리, 냄새 등 온갖 요소를 채집한 보조기관이 분석을 시작했다. 이윽고 저택 최상층 한 장소에서 1개의 특이한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거기 있구나.’
부지런히 돌아다니는 다른 자들과 달리 극히 정적인 것을 보니 영락없이 잠이 든 자의 움직임이었다. 목표물을 발견한 나는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최상층에 도착하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컬트 양식이 짙게 반영된 화려한 방문이 나를 반겼다. 여기에도 무장한 컬트 경비원 둘이 대기 중이었다.
“너, 여기 담당이 아니잖아?”
“주인께서 새로 얻은 생물을 확인하시겠다고 하셨어.”
입구에서 말했던 것과 똑같은 변명을 했으나, 이번에는 반응이 달랐다.
“알카디님은 이미 한 시간 전, 침소에 드셨다.”
“생물 따위를 가져오라는 명령은 내리시지 않았고.”
“그래?”
좋게 넘어가면 좋았을 텐데 아쉬운 일이다. 그들은 틀린 답을 골랐다.
나는 오른쪽 꼬리로 경비원 한 명을 후려치는 한편, 전투용 팔로 동료를 부르려는 경비원을 붙잡았다.
“켁!”
“읍?!”
꼬리 끝 집게에 허리를 맞은 놈은 몸이 기역자로 꺾인 채 벽에 처박혔다. 전투용 팔에 얼굴 전면부를 붙잡힌 놈은 당황해하며 허우적거렸다.
노련한 실력을 갖춘 전사단이 이렇게 손수무책으로 당하는 이유는 의태 기관 때문이다. 페로몬으로 인해 감각이 교란되고 있는 터라 적들은 나의 본모습을 제대로 인식할 수 없다.
꼬리나 여러 개의 팔과 머리 등, 내가 위장한 지성체의 몸에는 없는 부위들은 적들에게 보이지 않는다. 내가 지금처럼 보이지 않은 부위로 공격할 시, 적들 입장에서는 보이지 않는 공격에 당한 거로 느낄 터.
“너, 뭐….”
나는 손에 힘을 줘서 컬트의 머리를 으스러트렸다. 뿔과 두개골이 박살나고 그 안에 있는 내용물이 내 손바닥을 적셨다.
방해꾼을 제거한 나는 문을 열고 방에 들어갔다.
나를 귀찮게 만든 원흉은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모른 채, 편히 잠들어 있었다. 나는 MPS-05를 내려놓고 화사한 장식으로 꾸며진 침대 위에 기어 올라갔다.
그러자 놈이 인기척을 느끼고 눈을 떴다. 나를 발견한 놈의 눈이 크게 확장된다.
나는 전투용 팔을 재빨리 뻗어 그의 머리를 움켜쥐었다.
“……!”
왜 전사단원이 여기 있는지, 왜 몸이 움직이지 않는지 혼란스러워 보이는 컬트.
나는 의태 기관을 해제한 뒤, 그에게 주둥이를 가까이 했다.
“상상하지 못할 대가를 지불하실 의향이 있으시다며?”
“?!”
놈의 몸이 파르르 떨린다.
그건 자기가 한 짓에 대한 후회일까, 아니면 안락한 침실에서 괴물을 목도한 자가 품을 만한 두려움일까.
사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가 얼마나 가치 있는 대가를 지불할 수 있느냐는 것.
놈은 가진 모든 것을 내게 바치게 될 거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상관없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