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313 - 괴수 사냥(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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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의 강화 슈트 ‘화이트메이든’을 입은 시현 유진은 어둠 속에 있는 저 존재를 노려봤다.
과거 ‘시현 유진’의 암살대상을 대신 죽이고 그녀까지 살해한 미지의 존재.
한동안 악몽으로 나타나 그녀를 괴롭혔던 그 괴물이 낯선 행성의 지하에서 발견됐다. 그것도 몰라볼 정도로 강해져서 말이다.
그녀와 싸울 때도 놈은 몸을 한 차례 변형시켰다. 그건 진화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의 변화였다.
지금 그녀의 앞에 있는 놈도 마찬가지다. 얼마나 많은 진화를 거쳤기에 저런 모습이 됐는지는 짐작도 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두려워하지 않았다.
놈 역시 그녀가 죽여야 할 대상 중 하나. 그녀가 신경 써야 할 것은 오직 하나뿐이다.
전신의 모든 감각이 놈의 움직임에 집중됐다. 괴물의 몸을 감싼 갑각들이 서로 맞물리며 미세한 소리를 낸다.
놈이 움직이려 한다는 것을 읽은 그녀가 땅을 박찼다.
예상대로 놈의 좌측 머리가 그녀가 있던 자리에 내리꽂혔다. 공중으로 뛰어올라 피한 그녀는 괴물의 목 위에 착지한 뒤, 그대로 내달렸다.
우측 머리가 주둥이를 활짝 벌린 채 그녀를 향했다. 이어서 검은색의 점액 덩이리가 쏟아져 나왔다.
시현은 달리면서 오른팔을 앞으로 들었다. 그녀가 입은 강화복, 화이트메이든은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외형을 바꿀 수 있다. 손목 부분을 덮은 강화복이 깔때기처럼 펼쳐지며 커다란 방패로 변화했다.
팔을 방패로 바꿔서 점액질을 방어한 동시에 그녀는 왼팔을 변형시켰다. 이번에는 강화복이 바뀐 게 아니라 그녀의 몸 자체가 바뀌었다. 몸에 주입한 갤러곤의 유전자가 발현되고 손등에서 은빛의 칼날이 솟아났다.
칼날로 놈의 좌측 목을 베려고 하는 그때.
놈이 그녀의 의도를 읽고 목을 크게 털었다. 균형이 무너진 탓에 칼날은 목 위를 덮은 갑각에 생채기를 내는 것에 그쳤다.
목 위에서 떨어지는 그녀를 향해 놈의 팔이 날아든다. 강화복으로 몸을 보호했다고 해도 저 거대한 손에 맞으면 그대로 곤죽이 될 터. 그녀는 공중에 박차서 놈의 팔을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하지만 놈의 공격은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놈의 등에서 튀어나온 촉수가 어느새 그녀 지척까지 와 있었기 때문이다.
여섯 개의 부속지가 달린 그 촉수는 길이만 해도 거의 초계함 수준이었다. 이대로 피하는 것은 불가능. 그녀는 다급히 등에 날개를 생성했다.
글라이드 형태의 날개를 펼친 그녀는 빠르게 후퇴했다. 촉수에 달린 부속지가 아슬아슬하게 날개 끝에 닿으려다가 놓쳤다.
그러나 놈은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바닥에 주둥이를 처박고 있던 놈의 측 머리가 재차 움직였다. 놈의 아가리가 공중에 떠 있는 그녀를 집어삼키기 위해 솟아올랐다.
시현은 방패로 변한 오른팔을 원래대로 되돌린 후, 허벅지 홀스터에 꽂아둔 플라즈마 피스톨을 재빨리 뽑았다.
그녀가 노리는 부위는 놈의 입 안. 녹색의 광탄이 활짝 벌어진 주둥이 안에 박혔다.
「그륵!」
작은 무기지만 엄연히 플라즈마 무기. 심각한 타격은 주지 못한 것 같으나 적의 공격을 늦추는 것에는 충분히 효과적이었다. 좌측 머리가 짜증스럽게 고개를 터는 사이. 그녀는 놈과의 거리를 크게 벌렸다.
‘…강해.’
이전에 싸웠을 때는 그녀가 우위에 있었다. 그녀가 방심한 사이에 놈이 약점을 찌르는 바람에 무참히 패배했지만 말이다.
그런데 지금은 놈이 그녀를 압도한다.
크기도, 힘도 비교가 불가능하다. 그나마 속도 면에서 그녀가 근소하게 우위에 있지만 그것도 큰 차이는 아니다.
‘내구도도 어마어마하다.’
분명 목 안쪽에 플라즈마탄을 처박았는데도 멀쩡했다. 갑각으로 보호받지 않는 신체 내부임에도 무시무시한 내구도를 지닌 것이다.
‘완벽한 생물병기.’
눈앞에 있는 존재는 유진 가문의 숙원 그 자체였다. 유진 가문이 만든 그림자가 적어도 한 세대 앞서나간 유전자 조작 병기라고 한다면, 놈은 아예 다른 차원의 존재다.
그런 상대와 싸워서 이길 수 있는지, 아니 ‘버틸 수 있는지’ 묻는다면 그녀는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시현이 여기 서 있는 것은 이유가 있다.
그녀 또한 비수를 숨겨두고 있었기에.
함께 지하로 내려 온 라일라 쳄벌린이 유물 ‘심연 파괴자’를 들고 잠복 중이다.
아직 해소되지 않은 불안점이 많은 계획이다. 그래도 계획대로 일이 잘 풀린다면 놈에게 제대로 한 방 먹일 수 있으리라.
그런 희망을 품으며 다시 놈에게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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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아났지?’
나는 날아오는 검기를 그대로 맞으며 생각했다.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도 맹공을 멈추지 않는 그녀, 시현 유진은 이미 죽은 인물이다.
그녀를 포식한 덕분에 ‘의태 기관’, ‘괴물의 촉수’ 같은 유용한 특성들을 얻었기에, 명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하나 나와 싸우고 있는 그녀는 분명 시현 유진이었다. 싸우는 방식과 움직임, 신체 반응 등의 모든 요소가 죽은 그녀와 똑같았다.
스페이스 서바이벌에 죽은 자를 임의로 되살리는 요소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나 극히 제한적이다. 게다가 여기는 게임이 아니라 현실이다. 죽은 자를 부활시키는 특성이나 장비가 제대로 작동할지 의문이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
‘복제인간.’
나와 싸우는 적은 시현 유진이 미리 준비해 둔 클론일 가능성이 높다.
상대의 정체에 대해 생각하는 사이, 그녀의 관자놀이에서 야크 뿔이 솟아났다. 그 상태로 그녀가 갤러곤의 발톱이 튀어나온 팔을 크게 휘둘렀다. 이전에 비해 훨씬 강화된 검기가 내 보조기관을 노리고 날아왔다.
‘두 가지 기술?’
내 기억에 시현의 약점은 두 가지 이상의 유전자 기술을 동시에 쓸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녀는 머리에 이식한 야크 뿔과 팔에 이식한 갤러곤의 발톱을 함께 사용하고 있었다.
‘뿔을 어떻게 잘랐나 했더니.’
나는 고개를 틀어 입 양옆에 돋아난 엄니로 검기를 방어했다. 엄니의 날에 살짝 흠이 생겼지만 큰 손상은 아니다. 나는 그대로 전투용 팔로 그녀 머리 위를 내리쳤다.
“칫!”
짧게 혀를 찬 그녀가 옆으로 뛰어들면서 내 팔의 공격을 피했다. 내 등에 있는 침식 촉수들이 그녀가 피하는 방향으로 쏟아졌다.
그녀는 내 공격을 읽었다는 듯 팔을 다시 방패로 변화시켰다. 백색의 방패와 침식 촉수 하나가 충돌했다.
“윽?”
방패로 침식 촉수를 막는 것에 성공했지만, 꽤 당황한 표정이다. 촉수에 담긴 힘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거겠지.
나는 날개 팔 한쪽의 피막을 펼친 뒤, 그녀가 서 있는 바닥 위를 세차게 쓸었다.
아까처럼 도망치기는 무리라고 판단한 건지 이번에는 ‘리플렉션’을 펼쳤다. 내 날개 팔이 그녀를 막 휩쓸기 직전, 제자리에서 멈췄다. 적은 그 짧은 틈을 놓치지 않고 서둘러 빠져나갔다.
“…젠장.”
모래를 뒤집어썼다는 것 말고 멀쩡해 보이는 그녀였으나 표정은 좋지 않았다. 방패로 변화한 팔 부분이 손상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화이트메이든이라 해도 만능은 아니지.’
그녀가 입은 강화복이 뭔지는 이미 알고 있다.
전에 내가 죽였던 코드 블랙이 ‘블랙 슈라우드’를 입고 있던 것처럼 그녀 또한 유일급 강화복을 입고 있었다. 화이트메이든은 나노기술이 접목된 특수한 강화복으로 모양을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
‘사용자 수준에 크게 좌우되는 장비지.’
거기에 추가로 자가 수복 기능, 다른 물질을 흡수해서 강화복의 에너지원으로 삼는 기능 등 유용한 기능을 지녔다.
시현의 단점은 한 번에 두 가지 이상의 유전자 기술을 쓸 수 없다는 것. 신체를 자유롭게 변화시킬 수 있는 화이트메이든은 이 단점을 효과적으로 보조할 수 있다. 유진 가문의 가주이자 3위 랭커 아키라 유진이 그녀에게 준 것이리라.
‘하나 화이트메이든에도 단점이 있지.’
지금처럼 강화복의 내구성이 버틸 수 없을 정도로 강한 공격을 받으면 수복이 느려진다는 것.
그녀가 다른 보조장비를 갖췄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으면 에이모프 성체의 공격을 버틸 수 없다.
나는 이를 악물고 노려보는 검은 머리카락의 여인을 내려다봤다.
‘유일급 강화복까지 입고 있는 것을 보면 시현 유진의 클론이 맞는 것 같은데.’
그녀의 모습은 일반적인 복제인간과 많이 달랐다.
설정상 스타유니언의 복제인간은 기억까지 완벽히 전송받지 못한다. 전송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억 데이터의 소실, 신체와 기억 데이터 간의 불일치 등의 여러 이유 때문이다.
그런데 행동을 보면 나와 싸웠다는 것을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었다. 마치 나한테 죽은 이후 기억이 전송된 것처럼 말이다.
‘내가 모르는 신기술이 개발됐나?’
물론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한다.
만약 그랬다면 내게 죽은 랭커들이 죄다 클론의 몸으로 부활해서 나를 잡으러 왔을 테니까. 내 앞에 있는 시현 유진의 클론이 지극히 희귀한 사례라 보는 것이 타당하리라.
‘굳이 고민할 필요없겠지.’
그녀에게 직접 물어보면 될 일이다.
그때 나를 노려보던 그녀는 그대로 몸을 돌려 반대편으로 뛰었다. 그 모습은 절망한 끝에 다 포기하고 도망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럴 리가.’
도망치는 게 아니라 나를 유인하려는 의도라는 것은 이미 눈치챘다.
그녀와 조우하기 전에 내가 느꼈던 인기척은 하나가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둘. 시현 말고 또 다른 인기척이 있었는데, 지금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갑자기 사라진 것이 아니라면. 저 통로 안쪽에 숨어 있는 게 분명했다.
‘분명 꽤 무거운 느낌이었어.’
사라지기 전 그 인기척은 진동이 꽤 크게 느껴졌다. 상대의 무게가 상당하다는 뜻이다.
‘뭐가 됐든 나를 이기기는 쉽지 않을 거다.’
나는 혹시라도 있을 기습을 막기 위해 준비한 뒤, 시현이 도망친 길을 따라갔다.
각각 머리 아래에 달린 보조기관들도 주변에 이상한 부분은 없는지 끊임없이 체크했다. 그 결과, 벽 한쪽에서 흘러나오는 미세한 기계음을 보조기관이 잡아냈다. 내 주둥이들 전부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향했다.
“젠장! 놈이 알아차렸어!”
내 모습을 본 시현이 악을 쓰듯 외쳤다. 그녀의 동료가 벽, 아니 벽의 모습으로 꾸민 광학 장비를 해제하고 나를 향해 무기를 들었다.
보급형 데몰리셔인 ‘슬레이어’의 총구에서 발사된 남색의 열선이 중앙의 머리로 날아온다.
‘그럴 줄 알았어.’
이러한 기습이 있을 거라고는 진작 예측했다. 나는 시현의 뒤를 따라가면서 미리 ‘가변형 생체병기’를 활성화했다.
변이의 대상은 머리. 아이스 호러의 두터운 머리갑각이 중앙의 머리를 보호하는 중이다.
물론 아이스 호러의 갑각이라 해도 고화력의 물질분해탄을 완전히 방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신 그 무지막지한 두께의 갑각은 뇌를 비롯한 중요 기관을 보호하는데 충분히 효과적이다. 슬레이어의 열선은 내 갑각에 구멍을 냈을 뿐 그 이상의 피해는 주지 못했다.
“물러나!”
특이하게 생긴 디자인의 강화복을 입은 적은 내가 멀쩡할 줄은 몰랐는지 멍하니 나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나는 적에게 받은 만큼 돌려주기 위해 두 다리에 힘을 줬다. 길이 60m에 달하는 거대한 몸이 가속한다.
「이런?!」
적은 급격히 가까워지는 내 모습을 보고 나서야 정신을 차린 듯했다. 특이한 강화복을 입은 적은 기계로 변조된 비명을 내뱉으며 급히 나를 피했다.
강화된 내 머리들이 통로 벽에 부딪치자 지진이 난 것처럼 주변이 흔들렸다. 그 상태에서 나는 집게가 달린 오른쪽 꼬리를 강하게 휘둘렀다.
옆으로 피했던 적이 급히 실드를 활성화했으나 그건 잘못된 판단이었다. 꼬리 끝의 집게에 맞는 순간, 실드뿐만 아니라 팔목에 달린 실드 활성화 장치까지 그대로 박살났다.
「컥!」
꼬리에 맞은 적은 대포에서 발사된 포탄처럼 날아가 반대편 벽에 처박혔다.
‘단단하네.’
적이 입고 있는 강화복 자체가 물리적인 방어력을 극단적으로 높인 타입인지 지금 공격으로도 부서지지 않았다. 물론 충격까지 전부 흡수할 수 없었는지 벽에 박힌 적으로부터 짙은 피 냄새가 났다.
‘이제 남은 것은….’
시현 유진 뿐. 나는 목에 힘을 줘서 벽에 박힌 머리들을 빼냈다.
그리고 고개를 돌리자 내 시선 끝에 그녀가 서 있었다.
‘응?’
그녀는 방금 흙 속에서 꺼낸 것처럼 보이는 물건들을 들고 있었다.
“잡았다.”
방금까지의 모습이 연기였다는 듯 차갑게 중얼거리는 시현.
그녀는 손에 쥔 크리스털을 무선청소기 비슷하게 생긴 장비에 끼웠다. 그러자 크리스털이 맹렬히 회전하면서 섬뜩한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시■ ■진’이 ■■■■■■의 ■■■를 ■■■■」
‘뭐?’
갑자기 내 앞을 마구 가리는 이미지들. 모자이크가 잔뜩 낀 탓에 뭐가 뭔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이 현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나는 잘 알고 있다.
‘포식자 감각!’
그 사실을 깨달은 나는 급히 날개 팔과 전투용 팔로 머리를 감쌌다. 내가 몸을 숙이자마자 섬뜩한 빛무리가 내 몸을 덮쳤다.
아픔은 느껴지지 않았다. 아니, 아무런 감각도 없었다. 가벼운 산들바람이 내 몸을 스쳐 지나간 기분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려던 찰나.
「그륵?!」
내 입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그와 함께 전투용 팔로부터 극심한 고통이 느껴졌다. 옆구리 부근에 달린 전투용 팔 2개가 마구 비틀리다가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맨정신에 몸이 강제로 미라가 되는 것이 이런 기분일까? ‘심연의 색채’가 적용된 ‘공포의 주시자’를 맞았던 이후 이 정도로 고통스러웠던 적은 없었다. 상상 이상의 통증에 다리에 힘이 풀렸다.
‘크, 으…. 이, 이건…?’
게다가 나를 놀라게 만든 것은 통증만이 아니었다.
내 앞에 떠오른 반투명 텍스트박스. 그건 한 번도 본 적 없는 내용이었다.
‘저, 정신 차려야 해! 지금은 그보다….’
내 앞에 아주 위험한 적이 있다. 나는 어떻게든 날개 팔에 힘을 줘서 몸을 일으켰다.
“왜, 왜 죽지 않는 거지? 아웃스페이서가 아닌 건가?”
내게 심각한 부상을 입힌 시현 유진.
얼굴을 보니 내가 죽지 않았다는 것에 깜짝 놀란 것 같았다.
「그르르르르!」
“…칫!”
그녀는 내가 아직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틈을 타 부상당한 동료를 들고 저 멀리 도망쳐버렸다.
‘…위험했어.’
방금 그녀가 ‘저 무기’를 또 사용했다면 나는 끝났을 거다.
그녀가 사라진 뒤 나는 사방에 널린 흙들을 날개 팔로 쓸어 담아 입에 쑤셔 넣었다. 환경적응 특성에 속하는 ‘무기물 소화’ 덕분에 흙을 먹어도 재생 효과를 상승시킬 수 있다. 효율이 높지 않지만 지금 그걸 따질 때가 아니다.
흙을 마구 퍼먹다 보니 통증이 점점 잦아들었다. 몸 안에서 발생한 출혈도 멎었고, 두 다리로 일어설 정도로 회복되었다.
그러나 전투용 팔만큼은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았다.
왜 그런 건지는 반투명 텍스트박스를 보고 알 수 있었다.
「‘■■ ■■■’가 ‘아웃스페이서’의 유전자 정수를 파괴했습니다.
‘기생 군체’ 특성이 비활성화됩니다. 해당 특성을 재활성화하려면 관련 유전자 정수를 포식해야 합니다.」
시현 유진이 나를 대상으로 사용한 것.
‘…에이모프의 특성을 없애버리다니.’
그건 유전자 정수를 파괴하는 무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