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315 - 유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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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스페이서가 아니었다니 예상 밖이다.’
상황이 몹시 좋지 않았다.
시현도 놈이 순수한 아웃스페이서가 아닐 것이라고는 예상했다. 메가콥 데이터 아카이브에도 저런 형태의 아웃스페이서는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그래도 여왕에 준하는 변종, 아니면 완전히 새로 만들어진 아웃스페이서일 것이라 판단했다.
한데 둘 다 아니었다.
‘심연 파괴자’는 특정 유전자만을 골라 파괴하는 유물. 놈이 아웃스페이서라면 죽음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놈은 심연 파괴자의 파장에 닿았음에도 죽지 않았다. 그저 부상만 입었을 뿐.
저 괴물이 고도의 유전자 조작을 통해 자신을 강화시킨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다. 심연 파괴자를 맞고 놈이 주저앉은 이유는 몸을 구성하는 아웃스페이서의 유전자가 파괴되었기 때문일 터.
사실 그것만 해도 치명적인 손상이긴 하나, 아직 문제가 남아 있다.
‘가뜩이나 무서운 존재가 이제는 상처 입은 야수가 됐어.’
저 똑똑한 괴물이 심연 파괴자가 얼마나 무서운 무기인지 모를 리 없다. 그녀가 도망치기 전, 어떻게든 쫓아올 것이 분명했다.
이 지하에 수많은 컬트들이 돌아다니고 있긴 하나 그들이 저 괴물을 사살할 가능성은 낮다. 놈을 회복시키는 제물이 되지 않으면 다행이다.
애초에 부하들을 데려오지 않은 이유도 그 때문이다. 전투 훈련도 안 받은 그들을 데려와 봤자 놈의 식사거리로 전락할 뿐이다.
결국, 그녀가 놈을 직접 상대해야 한다. 그녀 입장에서도 괴물을 내버려 두는 것은 지나친 리스크. 어떻게든 이곳에 끝을 봐야 한다.
‘놈을 죽이려면 유전자 정보가 필요해.’
괴물의 유전자 정보, 살점이나 피를 수집해서 심연 파괴자에 넣으면, 유물이 스스로 유전자 데이터를 분석한다. 분석만 완료된다면 놈을 죽일 수 있다.
‘문제는 어떻게 놈의 살점을 채취할 거냐는 건데….’
유전자 단위의 손상을 입었음에도 놈은 바닥에 주저앉는 걸로 끝났다. 경이로운 내구도에 뛰어난 지능까지 겸비한 괴물에게 상처를 주고 유전자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때 그녀의 귀로 기계음 섞인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으음, 여기는?」
바닥에 누워 있던 라일라가 낸 소리였다.
강한 충격을 받고 임시 수복 상태에 들어갔던 생명 관리 슈트가 다시 정상화되면서 움직이기 시작한다. 힘겹게 몸을 일으킨 그녀가 벽에 등을 기댔다.
「어떻게 된 거죠? 그 괴물은 해치운 건가요?」
“실패다. 부상을 입히는 건 성공했으나 죽이지는 못했어.”
「…….」
시현의 말에 라일라는 입을 다물었다.
잠시 후, 침묵에 잠긴 생명 관리 슈트에서 변조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러면 어떻게 할 생각이죠?」
“내가 빠져나가기 전에 뒤쫓아 오겠지. 알고 있다.”
「컬트들에게 알려서 함께 움직이는 건 어때요?」
어제 시현이 지하로 내려가기 위해 준비할 때, 네른이 그녀에게 연락했다.
놈과 싸울 거면 컬트들과 함께 힘을 합치라고. 그가 알샤스에게 얘기하면 컬트들이 그녀를 지원해 줄 것이라고 말이다.
“그건 어려울 것 같군. 놈들이 내 유물을 내버려 둘 리가 없어.”
「하긴 그렇겠죠.」
시현은 네른의 제안을 거절했다.
컬트들이 심연 파괴자를 보면 손에 넣으려 들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녀를 후원하기로 약속한 키소스라 해도 말이다.
심연 파괴자는 그녀만이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포기할까? 컬트들이 그녀를 어떻게 대우할 지는 쉽게 상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 가면 죽는 것은 매한가지.’
그녀는 심연 파괴자에 장착된 크리스털 배터리를 내려다봤다.
유물과 함께 얻은 이 배터리는 성분 및 구조 분석을 시도해봤지만 아무런 정보도 나오지 않았다.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 완전히 미지수이나 이 장비 또한 본체와 마찬가지로 초월적인 힘을 품고 있다.
크리스털 배터리는 심연 파괴자가 유전자 파괴 파장을 계속 쏠 수 있도록 에너지를 충전하는 역할이다.
물론 배터리가 없다고 해서 본체가 작동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베르잔02에 오기 전 실험해본 결과, 배터리를 분리한 상태라도 이미 충전된 에너지의 잔량은 무기에 남아 있었다.
하지만 심연 파괴자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방법은 크리스털 배터리를 장착하는 것뿐이다. 온갖 방법을 다 동원했으나 충전에 실패했다.
그 말은 즉 크리스털 배터리가 없으면 심연 파괴자도 사실상 일회용 무기가 된다는 것. 본체를 계속 사용하고 싶다면 이 배터리가 필수적이다.
‘현재 배터리에 남은 에너지는 60%.’
이 에너지를 다 사용하면 충전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리 긴 것은 아니지만 충전이 완료되기까지 하루 정도 걸리기 때문에 마구 사용할 수는 없다.
‘앞으로 두 번이야.’
한 번 쏠 때마다 30% 가량의 에너지를 소모하니까 그녀가 놈에게 반격할 기회는 총 두 번 남았다. 그 두 번 안에 놈의 살점을 채취해서 공격을 가해야 한다.
그러나 놈도 그녀가 무기를 다시 사용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을 터. 그녀 본인과 라일라가 미끼가 되는 방법도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거다.
유물 빼고 남은 모든 조건에서 불리한 상황. 그녀는 입술을 깨물었다.
‘결국 방법이 없는 건가.’
지하에 있는 컬트들과 합류해서 기회를 엿보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놈이 컬트와 싸우고 있는 틈을 노려서 살점을 채취, 그 뒤 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 올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놈에게 먹이를 주는 꼴이지만….’
유전자를 흡수하고 육체를 강화시키는 괴물이다. 컬트들과 싸우게 되면 부상을 급속도로 회복할 테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결정을 내린 그녀가 막 입을 열려는 순간, 라일라가 먼저 말했다.
「잠시만요. 네른 함장에게서 연락이 왔어요. 단독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이 생겼으니 도와주겠다고 하네요.」
그녀는 생명 관리 슈트 내에 내장된 통신 장치 덕분에 간단한 메시지를 전달받을 수 있다.
‘네른이 우리를 돕는다고?’
수많은 컬트 전사들이 지하에 있는데 그가 굳이 시현 일행을 도울 이유는 없다. 시현의 의문을 저쪽도 아는지 라일라가 이어서 설명했다.
「네른과 함께 있는 컬트 조언자 말로는 위에서 놈을 포획하자는 말이 나왔다고 하네요.」
“놈을 생포한다고? 정신이 나갔군.”
둘도 한 때 그런 생각을 했었다. 그 결과 한 명은 죽었고, 한 명은 슈트 없이는 살 수 없는 몸이 됐고.
「그 전에 어떻게든 죽이려면 유물 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 같군요. 네른이 말하길, 조언자도 가족을 잃어서 원한이 깊다고 하는군요.」
“알샤스에게 지원을 받았나 보군.”
현재 알샤스는 직접 작전에 참여하지 못하고 조언자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도 명색이 제국모함 함장. 본인 말고 네른에게 강력한 무기를 주는 것 정도는 가능하리라.
「일단 좌표를 보냈으니 거기로 와달….」
라일라의 말이 끝나기 전, 통로가 약하게 흔들렸다. 그게 뭘 의미하는지 알고 있는 둘은 흠칫 놀랐다.
“놈이로군. 좌표로 안내해.”
「알았어요.」
지하 통로를 진동시키는 것이 그들과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둘은 네른이 보낸 좌표를 향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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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트와 합류를 안 한다고?’
내 예상과 달리 시현과 그녀의 동료들은 엉뚱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녀들이 남긴 흔적을 보면 컬트들이 있는 곳과 거리가 멀었다.
‘통신 장애는 안 일으켰는데.’
여기에는 26호도 없고, 나도 ‘암흑 장막’을 쓰지 않은 상태다. 통신이 원활하지 않은 탓에 이상한 곳으로 도망친다고 보기 어렵다.
‘뭔가 의도가 있나?’
시간을 끄는 거라면 굳이 컬트들이 있는 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갈 이유가 없다.
컬트들을 미끼로 나를 묶어두고 무기를 사용하면 된다. 왜 좋은 미끼를 버리고 저렇게 행동하겠는가?
‘지금 가는 방향이면 지상과 가까운 곳이야.’
얼핏 보면 싸움을 포기하고 도망치려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게 단정 지을 수 없다. 시현 유진은 내게 한 방 먹인 인간. 내가 모르는 함정을 준비해놨을 확률이 높다.
어쩌면 지상에 그녀를 따르는 자들이 함정을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함정이라.’
걱정되는 것은 맞지만 지금 중요한 목표는 그녀의 무기를 파괴하는 것이다. 지금은 함정인 것을 알아도 움직여야 할 때다.
나는 양옆 두 머리에게 경계를 맡기고 추적 속도를 더 올렸다.
상대 또한 강화복을 입은 인간들이지만 60m크기의 에이모프가 움직이는 것보다 빠를 수는 없다.
곧이어 상대의 발자국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이쯤 되면 저쪽도 내가 따라붙은 것을 인지했을 거다.
나는 달리면서 인면충들을 불러냈다.
인간의 머리에 몸은 곤충을 닮은 작은 괴물들이 등의 배갑(背甲)에서 아랫부분에 위치한 둥지에서 기어 나온다. 다섯 마리의 인면충들이 굴의 천장에 거꾸로 달라붙어 빠르게 기어갔다.
“!”
멀찍이서 보이는 시현이 나를 향해 왼팔을 크게 휘둘렀다. 손등에서 튀어나온 갤러곤의 발톱이 사이킥 파워로 이루어진 검풍을 발사했다.
나는 검풍을 맞으며 돌진했다. 나를 공격했던 무기가 그녀 허리춤에 걸려 있다.
‘좋아.’
혹시라도 또 숨겨놨을까 싶어 머리 두 개로 주변을 경계하고 있었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내 등에서 침식 촉수들이 일제히 튀어나와 그녀의 허리춤을 향했다.
그녀 뒤에 따라가고 있던 강화복을 입은 동료가 손에 든 슬레이어의 총구를 촉수로 향했다. 남색의 불빛이 번뜩이고 내 촉수 중 하나로부터 알싸한 통증이 느껴졌다. 강화복의 성능이 제법 괜찮은지 달리면서 쐈는데도 내 촉수의 부속지를 맞췄다.
하나 큰 의미는 없다. 나머지 다섯 개의 촉수들이 시현에게 향하고 있으니.
“칫!”
그녀 등에서 날개가 튀어나오고 공중으로 빠르게 치솟았다. 내 촉수들 중 일부는 그녀가 서 있던 땅 위에 처박혔고, 일부는 그녀 뒤에 따라붙었다.
촉수의 뾰족한 부속지들이 시현을 움켜쥐려 하면, 그녀는 날개를 접어 몸의 부피를 최소화하거나 양팔에 방패를 만들어 튕겨내는 식으로 방어해냈다. 막기 어려울 때는 내 크기를 역이용, 일부러 촉수들 사이로 비행해서 내 촉수가 서로 엉키도록 만들었다.
지하굴을 꽉 채우는 크기의 촉수들 사이로 그녀가 이리저리 잘도 빠져나간다. 전에도 느꼈지만, 플레이어와의 전투를 떠올리게 만들 정도로 전투 센스가 좋았다.
‘그러나 촉수가 내 전부는 아니지.’
촉수들로 공격하는 사이, 내 몸은 적과 한층 더 가까워진 상황. 내 오른쪽 머리가 시현을 통째로 집어삼키기 위해 움직였다.
「어딜!」
아가리를 활짝 벌리고 그녀를 통째로 삼키려는 순간, 아래에서 기계음이 들렸다. 강화복을 입은 동료가 양손으로 내가 서 있는 땅을 내리찍었다. 바닥이 살짝 꺼진 탓에 내 다리가 살짝 휘청거렸다.
‘귀찮게 하긴.’
「큭!」
나는 무력화된 전투용 팔 대신 날개 팔로 상대를 강하게 후려쳤다. 적은 신문지에 맞은 파리처럼 날아가 벽에 박혀 버렸다.
이어서 내 왼쪽 머리가 상대가 박힌 벽을 향해 산성 브레스를 쐈다. 아쉽게도 이번에는 기절하지 않은 상대가 다급히 브레스를 피했다.
「끄, 끄으으으윽!」
그러나 완벽하게 피한 것은 아니어서 다리 한쪽이 녹아내렸다. 강화복만 녹은 게 아니라 안에 보호받는 맨다리까지 통째로 사라졌다.
“빌어먹을!”
동료가 당하는 모습을 본 시현이 다시 무기를 빼 들었다.
여태껏 안 쓰다가 이제야 뽑아 드는 것을 보니 제약이 있는 게 틀림없었다.
‘아무래도 횟수 제한이 있는 타입 같네.’
게다가 남은 횟수는 많지 않다. 기껏 해야 두, 세 번? 공격 기회가 얼마 없으니 저렇게 행동한 것이겠지.
무기에 장착된 크리스털이 회전하면서 섬뜩한 빛을 내뿜는다.
이 좁은 지하에서 저 파장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까와 다르게 미리 준비를 했다.
‘지금!’
“뭣?!”
천장에 은신해 있던 인면수 다섯이 그녀에게 날아들었다. 내게 정신이 팔려 있던 그녀는 갑자기 나타난 인면수에 당황해했다.
인면수 중 하나가 그녀에게 마비 음파를 쐈다. 아주 짧은 순간, 그녀의 몸이 멈췄다가 다시 움직였다.
그러나 짧은 시간이라도 인면수에게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녀에게 접근한 인면수가 날카로운 앞다리를 이용해 무기를 든 팔을 내리찍었다.
“윽!”
짧은 신음과 함께 그녀가 무기를 놓쳤다. 손에서 무기가 떨어지는 순간, 크리스털이 회전을 멈췄다.
다른 인면수가 무기를 파괴하려는데, 시현이 떨어지는 무기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녀 손바닥에서 사이킥 파워로 이루어진 채찍이 튀어나와 무기를 휘감기 위해 날아든다. 떨어지는 무기와 접근한 인면수의 앞발이 무기에 막 닿으려 한다.
찰나의 순간, 나는 인면수에게 새로운 명령을 내렸다. 그에 따라 앞발의 궤도가 살짝 뒤틀렸다.
채찍이 미세한 차이로 먼저 무기를 휘감았다. 바로 뒤에 인면수의 앞발이 무기의 표면을 때렸다. 짧은 충격음이 이어지고, 채찍에 휘감긴 무기가 주인에게 다시 돌아갔다.
“……!”
무기를 되찾은 시현이 바로 작동시키려다 멈칫했다. 진공청소기를 닮은 무기에 뭔가 이상하다는 점을 알아차린 거다.
그녀의 시선이 바닥에 꽂힌다.
거기에는 빛을 잃은 크리스털이 떨어져 있었다. 내 명령을 받은 인면수가 무기를 내리치는 대신, 위에 부착된 크리스털을 때려서 분리시킨 거다.
그녀가 그 사실을 인식했을 때, 내 머리는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나는 입을 활짝 벌린 채 바닥에 머리를 처박았다. 흙과 모래, 그리고 그 안에 든 크리스털 무기가 내 긴 목을 통과해 몸 안쪽으로 빨려 들어갔다.
“네놈!”
주변의 인면수를 베어 넘긴 그녀가 내가 날아든다. 내 촉수와 머리들이 방해하자 그녀는 리플렉션으로 대응했다.
머리와 촉수들이 거꾸로 물러나고, 갤러곤의 발톱이 내 목을 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소화되기 직전인 것들을 토해내게 만들 수 없다.
그녀에게 시간이 있었다면 모를까, 우측, 좌측의 머리들이 양쪽에서 다시금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그녀는 내 목에서 솟구친 피를 뒤집어 쓰는 걸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우측의 머리를 리플렉션으로 방어하고, 좌측의 머리를 방패로 방어한 그녀는 뒤로 물러났다.
그동안, 내가 삼킨 물체들은 전부 소화되었다. 그러자 몸속에서 강렬한 열기가 느껴졌다.
「획득 조건: ‘플레이어 ■■’와의 유전적 유사성」
「획득 조건 확인. 방어벽을 해제합니다.」
「강적의 증표 ‘약탈자의 부정형 다면체’와 호응 중.」
「‘약탈자의 부정형 다면체(공허의 주사위)’ 적용 중.」
‘이건?’
여태껏 약탈자의 부정형 다면체가 발동했을 때와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단순히 몸의 일부가 변하는 게 아니라 신체를 구성하는 세포 단위부터 전부 재탄생하는 것 같았다.
마치 진화를 할 때처럼 말이다.
「여, 연락이 왔어, 요! 지, 지금 상, 공에….」
“당장 공격하라고 해!”
갑작스러운 변화로 인해 꼼짝도 못 하고 있는 사이, 적들이 멀어지는 것이 느껴진다. 그에 맞춰 내 머리 위쪽에서 강력한 에너지가 집중되는 것도.
그리고 아득히 강렬한 열기와 빛이 내 위로 쏟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