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진화하는 우주괴물이 되었다-316화 (317/400)

Episode 316 - 유물(3)(전개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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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km 밖에서도 관측될 정도로 거대한 번개 두 줄기가 지상에 떨어진다.

천공을 달리는 뇌전이 향하는 목적지는 오래된 도시의 지하.

황금빛 전광(電光)과 붉은색 태양 빛이 어우러져 요사스럽게 빛난다. 모래로 덮인 대지가 활활 타오르고, 그 위에 지어진 건물들이 녹아내린다.

그 모습은 섭리를 따르지 않는 자에게 가해지는 신벌과도 같았다.

어떤 의미에서는 그 표현이 맞을지도 모른다.

이 경이로운 파괴 행위를 자행하는 주체는 신의 권위를 모방해 만든 병기였기에.

장장 수 분 가량 이어지던 번갯불이 사그라진다.

잔불이 모래 위를 이글이글 태우는 가운데, 붉은 하늘에 떠 있던 두 개의 별이 지상으로 낙하했다.

수백m 크기의 별들은 내려올수록 크기가 점점 줄어들더니 이내 지름 10m 크기의 비행물체로 변했다. 만다라가 겹겹이 둘러싼 구체 형태의 물체가 불타는 대지 밖에 천천히 내려앉았다.

“휴우.”

모래를 흩날리며 착륙한 궤도병기를 보며 네른은 모래 위에 주저앉고 싶다는 유혹을 간신히 뿌리쳤다. 실로 막대한 사이킥 파워를 소모한 탓에 그는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들었다.

“대상에 타격한 것을 확인.”

“위에서 연락입니다. 방금 가동된 ‘뇌신’은 도대체 뭐냐고 묻는데 뭐라고 대답합니까?”

“화력 지원 및 신형 뇌신 가동 실험이라 하라.”

반면, 또 다른 궤도병기를 조종했던 알샤스는 이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 멀쩡한 모습으로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나보다 힘을 더 많이 썼는데 대단하군.”

“선배님이 안정화에 힘써 주신 덕분에 무사히 화력을 조절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말할 것 없네. 내가 한 일은 지극히 작은 부분이니. 그나저나 대단하군.”

네른은 앞에 있는 커다란 구체를 올려다 봤다.

그가 아는 뇌신은 이렇게 생기지 않았다.

본래 뇌신은 복잡한 양식의 도형이 기하학적으로 얽힌 쟁반 형태를 띠고 있다. 희귀 금속인 노바메탈을 재료로 만든 물건이라 사이킥 파워를 주입하면 거대화되는 특징을 가졌다.

그의 앞에 있는 무기도 사이킥 파워를 주입했을 때 커지는 것은 똑같지만, 생김새가 많이 달랐다. 얇은 쟁반 형태가 아니라 복잡한 도형이 서로 얽혀서 구체 형태로 합쳐졌다.

“이게 뇌신 신형 모델인가?”

“아직 프로토타입입니다. 기존 뇌신에 비해 화력, 정밀성이 강화되었고, 훨씬 먼 거리까지 타격할 수 있습니다.”

“행성 내부에 침투한 적에게 대응하기 위해서 만들었다고 들었는데 사실인가 보군.”

“맞습니다. 개발목표부터 사교단의 본거지나 아웃스페이서의 바이오 포털을 타격하기 위한 것이었으니까 말입니다.”

컬트 제국에는 행성을 파괴할 수 있는 병기들이 다수 존재하지만, 그 위력을 큰 폭으로 조절할 수 있는 무기는 많지 않다. 그래서 지금처럼 행성 내부에 잠입해서 문제를 일으키는 적이 나타났을 때는 대응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그동안은 국소지역 타격이 가능한 궤도병기 뇌신이 행성에 침투한 적을 소각하는 역할을 맡아 왔다.

현재 그들 앞에 있는 구체형 무기는 그러한 목적을 적극 반영해서 개량한 뇌신이었다.

“…그래도 베르잔02에 뇌신을 쓴 것은 리스크가 적지 않을 걸세.”

“맞는 말씀입니다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신전수호단이 주관한 무기 실험으로 공포될 예정이니까요.”

“신전수호단?”

갑자기 나온 단어에 네른은 당황했다.

“사실 그것 때문에 뇌신의 운용이 늦은 거였습니다. 일단 신전수호단에서 서류를….”

“잠깐. 신전수호단이 자네에게 신형 뇌신 운용을 맡긴 거라고?”

“예. 제가 그들의 무기 개량에 도움을 준 적이 있었습니다. 조언자 자리에서 짤린 지 반 년이 훌쩍 넘었지만 말입니다.”

“…허.”

“게다가 키소스님도 거들어 주셨고요.”

후배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으나 네른은 그게 말처럼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신전수호단은 계시의 눈 사제단만큼이나 자존심이 강하고 보수적인 집단.

그런 그들이 제국모함 함장을 무기 개량 조언자로 앉히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신무기 운용을 맡기는 건 더더욱 불가능하고.

설령 혁신파의 거두 키소스가 지원한다고 해도 신전수호단을 움직이는 것은 쉽지 않다. 저쪽은 섭리파를 지지하기 때문에 정치적 지향점이 완전히 다르다.

다시 말해, 신형 뇌신을 받아와 괴물을 처리하는데 쓴 것은 전적으로 알샤스 개인의 힘이다.

‘혁신파의 수장과도 인연이 있더니 무기 개발까지. 도대체 뭘 하고 다니는 거지?’

네른은 자신의 후배가 이렇게까지 많은 일에 관여하고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

“카메라로 타격 지점 확인 중.”

"좋아. 확인 완료되면 바로 동기화해서 이미지로 출력하라."

"타격 지점 확인. 전송된 이미지 출력합니다."

선배의 시선을 아는지 모르는지 알샤스는 뇌신 사용을 위해 데려온 부하들을 지휘하는데 집중했다.

통신을 담당하는 전사가 기기를 조작하자 모래 위에 작은 반투명 이미지가 떠올랐다.

이미지 속에는 화산이라도 터진 것처럼 연기가 잔뜩 피어오르는 초대형 구덩이가 있었다.

그리고 그 가장자리에 작은 존재 둘이 막 구덩이 밖으로 빠져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먼지와 피로 범벅된 바디슈트를 입은 자, 검은색 바탕에 특이한 디자인의 강화복을 입은 자였다. 그들 말고 다른 존재는 보이지 않았다.

“선배님, 괴물이 죽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연락해보시죠.”

“…그래.”

네른은 알샤스에 대한 생각을 잠시 접어두고 통신기로 화면 속 생존자, 시현 유진에게 연락했다.

“무사한 것 같군.”

「그래.」

“놈은 어떻게 됐지? 여기서는 확인이 불가능하네만. 놈은 정말 죽었는가?”

「…….」

그 말에 시현은 바로 답하지 않았다.

모두가 긴장한 채 네른의 통신기를 주시했다.

그리고….

「…놈은 죽었다. 하늘에서 떨어진 광선이 놈의 몸을 가루로 만드는 것을 내 눈으로 직접 봤다.」

“!”

그 말을 듣자 이 자리의 모두가 소리 없는 탄성을 내질렀다.

‘세 머리의 악마’가 죽었다니. 마침내 원수를 갚았다는 기쁨에 네른은 자리에 주저앉을 뻔했다.

모두가 기뻐하는 가운데, 잠자코 듣고 있던 알샤스가 그녀에게 물었다.

“알샤스입니다. 놈의 시체는 어떻게 됐습니까? 머리나 심장 같은 것은? 혹시 남아 있는 것 없습니까?”

「아무 것도. 놈은 완전히 재가 됐습니다.」

“…그렇습니까. 다행이군요.”

시현의 확답에 알샤스는 안심한 표정을 지으며 물러났다.

다만 네른은 봤다. 아주 짧은 순간, 그녀의 얼굴에 묘한 아쉬움이 담겨 있었다는 것을.

“놈은 죽었지만 혹시 위험 요소가 남아 있을지 모른다. 토벌대에게 샅샅이 수색해 달라고 전하라.”

“옙!”

그녀 또한 악마의 손에 의해 가족을 잃은 자. 다른 자들이라면 모를까 그녀가 아쉬움을 느낄 리 없다.

‘잘못 봤겠지.’

사이킥 파워를 과하게 사용한 탓일까.

자신의 착각이라 단정 지은 그는 전사들의 뒤처리를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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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꽝꽝 했어! 큰애기 괜찮은 거야?」

「난쟁이」「이상해」「큰어른」「잘못」「됐어?」

“차라스를 통제하는 기생 생물에 이상이 발생한 것을 봐서 ‘에이모프’에게 문제가 생겼다고 추론 가능합니다.”

「…….」

광명의 거리 외곽에 위치한 주차장.

그 위에 주차된 수많은 비행선들이 사이에 차라스의 개인비행선이 끼어 있다. 밖에 있는 컬트 중 그 누구도 그 흔하디흔한 개인용 우주선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주차장에 있는 모든 컬트가 멀리서 발생한 섬광에 정신이 팔린 상태였다. 베르잔02에서 궤도병기의 포격이라니.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밖에 있는 컬트와 마찬가지로 차라스의 비행선 안에 있는 괴물들도 황금색 뇌전을 바라보고 있었다.

‘…모프박이. 어떻게 된 거야?’

약속 시간이 지났는데도 에이모프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여태껏 녀석이 약속을 어긴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영광의 거리 전체를 태우는 저 뇌광이 에이모프가 이곳에 못 오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리라.

하늘의 어머니는 저 빛이 뭘 의미하는지 알고 있다. 컬트들이 기어코 뇌신을 꺼낸 것이다.

파괴력이 어마어마한 것을 보니 최소 다섯 개 이상의 뇌신을 동원한 것이 틀림없었다.

‘성체니까 견딜 수 있을 거야. 문제는….’

그녀의 시선이 조종석으로 향했다.

원래라면 저 자리에 차라스가 앉아 있어야 했다. 그러지 못한 이유는 자리의 주인이 고인이 됐기 때문이다.

뇌광이 지상에 내리꽂히기 전, 차라스는 갑자기 쓰러졌다. 뇌와 척추 일부를 대체하던 기생충이 죽는 바람에 그녀 또한 얼마 안 가 목숨을 잃었다.

에이모프 또한 이번 작전에서 차라스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차라스를 조종하는 기생충이 죽었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기생충을 새로 심었거나, 아니면 기생충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했어.’

전자의 경우면 그나마 낫지만 후자면 심각해진다. 에이모프가 기생충을 통제하지 못할 정도로 약체화되었다는 뜻이니까.

「녀석에게 새 작전이 있다고 했어. 그러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진짜? 큰애기 안 아픈거 맞아?」

「큰어른」「우리」「말」「안했어」

「평소처럼 깜짝 놀라게 하려고 그러는 거야. 그 녀석, 자주 그러잖아.」

「그런가?」

「동의」「큰어른」「장난」「좋아해」

「나도 장난 좋아! 재밌어!」

그녀의 말에 26호와 아드하이가 안심했다. 기분이 풀린 녀석들은 창밖에 비치는 화려한 불꽃놀이를 즐겁게 감상했다.

“…….”

반대 의견을 내려던 PS-111은 하늘의 어머니가 눈짓하자 입을 다물었다. 그녀 또한 사실을 얘기해도 상황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분석했기 때문이었다.

‘이제 와서 계획을 바꿀 수는 없어.’

그녀가 처음 세웠던 계획은 희귀 생물 판매원으로 위장하는 것이었다. 이미 며칠 전, 차라스의 명의로 등록까지 완료했고, 판매 허가도 받았다.

행정상으로 등록된 상품은 버블 아메바와 알비노 갤러곤, 변종 마운틴크롤러. 각각 26호와 아드하이, PS-111이었다. 이를 위해 PS-111은 호버 버스 센터에 있던 금속을 떼다 몸에 덧붙이기까지 했다.

녀석들은 요새에 들어가기 전, 비행선 내부에 놓아 둔 철창 감옥 안에 들어갈 예정이다.

‘문제는 차라스 없이 들어가야 한다는 거야.’

죽은 차라스의 시체는 주차장 밖의 모래더미 속에 묻어 놨다. 그녀를 살아 움직이게 할 수단이 있지 않은 이상, 그녀 없이 요새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 이전에 상정했던 계획에서 리스크가 훨씬 커졌다.

‘돌발 상황이 생겼을 때 대처하기 어려워졌어.’

게다가 적은 뇌신까지 꺼내 든 상황. 자신들의 도시에 궤도폭격을 가했다. 물의 요새에 방비 수준도 크게 올라갔을 터.

‘그럴까봐 일부러 수행원 등록을 해 놓긴 했지만….’

현재 하늘의 어머니는 공식적으로 차라스의 개인수행원, 그러니까 비서로 등록되어 있다.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서 일부러 그렇게 했지만, 이제 와서는 아무 의미가 없는 일이 됐다.

「차라스를 대신할 방법이 없을까?」

“목소리나 신체 일부는 대체 가능하나 저쪽에서 검문에 들어오면 속일 수 없습니다.”

「역시 그렇겠지?」

“현시점에 고강도의 검문이 발생할 가능성 57%. 차라스가 없을 시 발생할 가능성 99%입니다.”

「…알고 있으니까 굳이 말 안 해 줘도 돼.」

그렇게 시간이 흘러 약속했던 시간으로부터 약 30분이 지났다.

멀리서 번쩍이던 뇌신의 광선은 사라진 지 오래였고, 검은 연기만이 붉은 하늘을 가득 채웠다.

하늘의 어머니 말을 믿고 기다리던 26호와 아드하이도 지루한지 비행선 내부 시설들을 툭툭 건드려보고 있었다.

‘안되겠어. 내가 가 봐야….’

만약 에이모프가 이곳에 오지 못할 상황에 처했다면? 녀석이 가장 우려하던 적 랭커가 저기 있다면 그녀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할 터.

마음속으로 결정을 내린 그녀가 일어나려는 순간, 비행선 전면부의 강화유리 너머에서 컬트 둘이 튀어나왔다.

전사단의 복식을 갖춘 그들은 그녀에게 작게 수신호를 보냈다.

「이런! 모두 컨테이너로 들어가!」

우려했던 일이 발생했다.

그녀는 잠깐 기다려 달라고 손짓한 뒤, 다른 애들을 철창 감옥에 집어 넣었다. 애들이 무사히 들어간 것을 확인한 그녀는 비행선 밖으로 나갔다.

“안녕하십니까? 최근 영광의 거리에서 발생한 소동으로 인해 검문이 실시 중입니다. 협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으음, 그쪽 성함이?”

「저는 하…크흠, 서아입니다.」

“서아라. 지식관리자 차라스님의 개인수행원으로 등록되어 있군요. 이 비행선은 차라스님의 비행선이 맞습니까?”

「맞습니다.」

“목적과 일정에 대해 말씀해주시겠습니까?”

「희귀 생물 판매를 위해 물의 요새에 방문할 예정입니다. 상품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예정보다 대기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그렇군요. 확실히 30분 초과하셨군요. 그럼 판매 상품 목록을 말씀해주시죠.”

불행 중 다행으로 컬트 전사단원들은 그녀를 크게 의심하지 않았다. 그들의 질문에 하늘의 어머니가 막힘없이 대답한 덕분이었다.

“이 정도면 딱히 문제가 없는 것 같은데.”

“실내 검사는?”

“등록된 서류와 대조해 보니 굳이 할 필요 없을 것 같은데? 그럼 검사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쉴 뻔 한 것을 겨우 참은 그녀는 정중한 태도로 고개를 숙였다.

두 전사단원이 다음 배를 검문하려 등을 돌리려던 찰나, 한 명이 갑자기 멈칫했다.

“왜 그래?”

“여기에는 차라스님과 동행한다고 적혀 있어.”

“응?”

“이봐. 차라스님은 어디 계시지?”

깐깐한 전사단원의 질문에 하늘의 어머니는 긴장했다. 물론 겉으로는 동요한 기색 없이 차분하게 대답했다.

「잠시 볼일을 보러 가셨습니다.」

“그렇다는데? 우리 봐야 할 배도 많은데 넘어가자고.”

“볼일 보러 간 거면 금방 오시겠지. 너도 나 지식관리자 시험에 관심 있는 거 알잖아.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단 말이야.”

“쯧, 하여간.”

그들의 잡담을 들은 그녀는 몸의 털이 곤두서지 않도록 안간힘을 썼다.

대화 내용을 들어 보니 차라스가 오기 전까지는 절대로 떠나지 않을 기색이었다.

문제는 차라스는 저 황량한 사막의 모래 속에 파묻혀 있다는 것.

‘여기서 처리해야 하나.’

이 자리에 있는 전사단원을 해치우는 일은 어렵지 않다. 그 다음이 문제라서 그렇지.

그러나 여기서 이러고 있어 봐야 그녀의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적들이 자신을 경계하지 않는 지금 해치우는 것이 더 이득이리라.

사자의 앞발을 닮아 털로 덮인 손에서 발톱이 조금씩 삐져나오고 있는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그녀 뒤에서 들렸다.

“죄송합니다. 제가 볼일이 있어서 늦었네요.”

「!」

어느새 다가온 염소뿔을 가진 여성 컬트가 컬트들을 향해 고개를 살짝 숙였다.

“아닙니다. 차라스님 맞으십니까?”

“예.”

“확인 감사합니다.”

“어, 그, 저 한 가지 여쭤볼 것이 있는데요.”

“지식관리자 시험은 섭리의 점지를 받은 신성한 지혜를 검증하는 자리. 제게 묻는다고 해서 결코 답할 수 없습니다.”

“크, 크흠, 죄송합니다!”

“쯧, 내 그럴 줄 알았지.”

“그, 그럼 가 보겠습니다.”

“섭리의 인도가 함께 하시길.”

전사단원이 떠난 뒤에야 하늘의 어머니는 긴장을 풀 수 있었다.

그녀는 짜증이 잔뜩 섞인 눈으로 차라스, 아니 ‘차라스인 척하는 그것’을 노려봤다.

「섭리는 지랄. 왜 이리 늦게 와?」

[즈즈 즈즈 즈즈즈즈(미안. 일이 좀 있었어)]

그녀와 함께하는 동료들은 이게 문제였다. 사념파나 파장에 생각과 감정을 담아 대화하다 보니 상대의 마음도 다 알게 된다.

에이모프의 미안해 하는 감정을 느낀 그녀는 욕을 한 사발 퍼부을까 하다가 관뒀다. 바짝 선 털들을 가라앉힌 그녀는 짧게 한숨을 쉬었다.

「뇌신 때문에 늦은 거지?」

결국 그녀가 마음에서 꺼낸 말은 그것뿐이었다. 거기에 분노의 감정은 없었다.

[즈 즈즈 즈즈즈 즈즈즈즈(그래. 그것 말고도 많았지만)]

「뇌신 다섯 개가 포격한 것 같던데 어떻게 빠져나온 거야?」

그녀의 질문을 들은 에이모프는 아무렇지도 않게 답했다.

[즈즈즈즈 즈즈 즈즈즈 즈즈즈즈즈 즈즈(맞으면서 근거리 대상으로 초광속 항해를 썼어)]

「…그게 가능해?」

[즈즈즈 즈즈즈 즈즈 즈즈즈즈 즈즈즈 즈즈즈 즈즈 즈즈즈 즈즈즈즈 즈즈즈 즈즈즈(운 좋게 유용한 힘을 얻었거든. 게다가 마침 ‘나의 죽음을 각인시켜 줄 관중’도 있었고)]

「?」

영문을 알 수 없는 소리를 하는 여성 컬트.

그 얼굴에는 어떠한 표정도 없었으나, 그녀는 왠지 모르게 느낄 수 있었다.

컬트의 뒷면에 있는 에이모프가 미소를 짓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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