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습니다. 최근 변경에서 아웃스페이서의 생체함선을 목격한 전사가 한둘이 아닙니다.」
“시현 유진이라는 인간, 내가 조사해 보니 황제의 정적을 제거하거나 괴물을 사냥하는 걸로 명성이 높더군.”
「그렇습니까?」
키소스의 인맥은 제국 내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노블캐피탈 같은 상류층은 물론이고 스페이스독 같은 해적 등 여러 방면에 정보원을 두고 있다.
덕분에 아키라의 그림자였던 시현이 얼마나 악명 높은 존재인지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뜬소문이라 생각했는데 말일세. 역시 알샤스 자네는 보는 눈이 있어.”
「감사합니다. 사실 저도 네른 선배가 소개해 줘서 안 겁니다.」
“네른 함장이라. 그만은 남기를 바랐는데 함께 떠날 줄이야. 참 아쉬워.”
「시현 유진의 여정을 좀 더 지켜보고 싶다고 하더군요. 끝나면 제국으로 복귀하겠다고 합니다.」
“좋은 정보원이 될 듯하니 계속 연락하게나.”
키소스는 알샤스와 몇 가지 간단한 얘기를 더 나눈 뒤 통신을 종료했다.
‘우주가 다시 혼란스러워지겠구나.’
마지막으로 있었던 아웃스페이서의 대공세가 불과 30년 전의 일이다. 방금 그와 연락한 알샤스, 네른은 그 당시 일개 전사로 활약했던 자들이었다.
보통 아웃스페이서의 공세는 200년 이상의 휴식기를 두고 이루어진다. 원래라면 다음 공세는 170년 이후에나 발생해야 한다.
물론 이전 기록에도 휴식기동안 아웃스페이서가 모습을 드러낸 사례는 종종 볼 수 있다. 다만 이 경우는 소수의 개체들이 습격한 것이기에 대공세라 칭하기 부족한 점이 많다.
‘이번 여왕이 특이한 개체라고 하던데 큰일이군.’
신전수호단, 계시의 눈 사제단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부분이다. 30년 전 사망한 대여왕 이후 새로 나타난 우두머리는 지능이 극히 높은 변종이라고 한다. 놈이 다른 개체들과 다르게 전략적 사고가 가능하다는 것은 이미 여러 차례 의회에 보고된 바 있다.
‘대공세가 다시 일어나면 제국은 큰 손해를 입을 거다.’
현 제국의 힘을 봤을 때, 대규모 전쟁이 발생하면 견디기 쉽지 않다. 지지야 않겠지만 크게 몰락할 것은 기정사실이다.
‘다른 열강이 방패가 되기 전까지는 말이지.’
그가 시현을 지원해 메가콥의 황제, 그러니까 CEO를 교체하려는 것도 그러한 이유이다. 제국에 우호적인 자들과 연방을 맺어 안보 위기로 인한 부담을 줄이려는 것이었다.
‘잘 풀리면 좋겠군.’
조용해진 집무실 가운데서 그는 잔에 담긴 술을 마저 들이켰다. 컬트 특유의 연약한 신체에 독주가 흘러들어오자 열이 확 올라왔다.
키소스는 바람이라도 쐬기 위해 집무실 밖의 발코니로 나왔다.
밤의 태양 아래에 있는 도시의 전경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자연이 만드는 몽환적인 빛 덕분에 어떤 자는 베르잔02를 붉은 보석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야말로 보석이라 칭해도 부족함이 없는 풍경. 이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의 구상이 실현되는 것이리라. 키소스는 야경을 바라보며 각오를 되새겼다.
“응?”
와인 색만큼이나 진한 붉은빛 하늘을 바라보던 중 그의 눈에 이상한 것이 들어왔다.
잡티 하나 없어야 할 하늘에 별처럼 보이는 작은 점이 있었다. 처음에는 비행선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여기서 보일 정도라면 저것의 크기가 소형 내지 중형 구축함에 준한다는 뜻이니까.
문제는 이곳이 물의 요새라는 것.
바이오 돔 내부에서 구축함이 돌아다니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
갑자기 들려오는 굉음에 키소스는 자기도 모르게 머리를 숙였다.
돔 내부에 설치된 방어용 함포들이 일제히 불을 뿜었다.
붉은 밤하늘을 수놓는 수천, 수만 개의 별똥별들.
그것들이 수상한 비행체를 향해 날아갔다.
-
이사벨이 남긴 기록에 따르면 키소스는 제국의회에서 큰 세력을 지닌 파벌의 영수였다. 놈이 속한 파벌에 관해서도 짤막하게 설명이 덧붙여져 있었는데, 무역과 외교를 강조하는 경향이 크다고 한다.
설정상 컬트는 배타적인 성향이 강하지만, 국제주의적 경향을 띠는 파벌이 없는 건 아니다. 게임에서도 의회에 무조건 외교를 중시하는 파벌이 무작위로 생성되곤 했으니까.
이런 류의 파벌들의 특징은 돈을 아주 많이 갖고 있다는 점이다. 그 파벌의 수장이라면 더더욱 그럴 거고. 행성 최고 권력자인 총독을 연회에 초청할 수 있을 정도로 돈이 많다. 아마 베르잔02에서 가장 돈이 많은 자를 꼽으라면 키소스가 되겠지.
그렇다면 최고의 부자가 살 만한 장소는 어디일까?
물의 요새는 궤도구조물과 유사하게 도시 전체가 반구형 돔으로 덮여 있는 구조다.
그 중앙에는 구(舊) 사령탑이 있다. 과거에는 방위 사령부 역할을 했으나 현재는 총독이나 고위 관리들이 머무는 관사(官舍)가 됐다.
도시 어느 곳에 있어도 보일 정도로 높은 탑의 측면에는 인공폭포가 흐르고 있다. 깊숙한 지하에 위치한 물을 끌어와 탑의 외곽을 따라 흐르도록 만든 거다. 중력 조절 장치 덕분에 만들어진 기적이다.
물줄기로 휘감긴 구 사령탑의 상공에는 호화로운 공중 저택이 떠 있다. 물의 요새 전경을 내려다보는 위치에 있는 구조물. 거기가 키소스의 거주지다.
호수 위에 있는 고급 호텔처럼 키소스의 저택 역시 비행선으로만 출입이 가능하다.
당연한 말이지만 아무 비행선이나 들어갈 수는 없다. 초대받은 권력자, 그 시종들만이 출입이 가능하다.
다른 때 같았으면 ‘의태 기관’과 ‘기생 군체’ 등을 활용해서 세심히 접근했겠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다.
기생충을 사용할 수 없으니, 몰래 잠입하려면 훨씬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한다. 도중에 덜미를 잡히면 전에 알카디 때문에 걸렸을 때와 똑같은 상황이 벌어질 거고.
그래서 이번에는 이쪽에서 선공을 취하기로 했다.
「나쁜 인간들 혼내주러 가는 거야?」
「같이」「사냥」「오랜만」
“동생님을 구해야 합니다.”
저택에서 애들을 데리고 나온 나는 곧바로 ‘영리한 약자’ 상태를 해제했다. 몸 안에 밀집되어 저장된 에너지가 해방되어 밖으로 뻗어 나갔다.
불과 수m에 불과하던 내 신체가 높이 40m, 길이 60m에 달하는 거대 괴수로 회귀했다. 켄타우로스를 닮았던 체형에서 이족보행이 가능한 신체로 돌아온 나는 두 다리로 땅 위에 우뚝 섰다.
한없이 넓어 보이던 저택이 지금은 미니어처로 보인다. 이 구역에 있는 그 어느 건물도 나의 눈높이를 넘기지 못한다.
「그르르르」
「그륵」
자유를 얻은 양쪽의 머리들이 목을 흔들며 도시의 전경을 오시한다. 집게가 달린 오른쪽 꼬리와 생체대포가 달린 왼쪽 꼬리가 저택 위를 스치고 지나간다.
‘좋네.’
기생 군체가 봉인 당한 영향으로 전투용 팔은 엉망이 됐지만, 다행히 날개 팔은 문제가 없다.
나는 머리를 아래로 숙여서 26호와 PS-111이 올라탈 수 있도록 했다.
「와! 크다! 높다!」
“전력을 다해 돕겠습니다.”
애들을 태운 뒤, 나는 두 날개를 활짝 펼쳤다. 수백만 마리의 맹수가 포효하는 것처럼 공기가 진동했다.
[즈즈즈(꽉 잡아)]
그 상태로 날개를 흔들자 내 몸이 엄청난 기세로 위로 치솟았다. 빛을 투과하는 돔의 외벽이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르게 가까워졌다.
발아래를 보니 흔적도 없이 부서진 저택이 보였다. 날갯짓의 후폭풍으로 인해 로베츠의 저택뿐만 아니라 주변의 다른 집들도 전부 파괴되었다.
「파닥파닥 대단해!」
한껏 신난 26호의 파장이 괴물의 촉수를 간질였다. 녀석은 촉수들을 그물처럼 펼쳐서 내 뿔을 단단히 붙들고 있었다.
공중에 떠 있는 내 뒤로 아드하이와 하늘의 어머니가 따라왔다.
「역시」「큰어른」「그 모습」「좋아」
백색과 적색이 조화롭게 얽힌 갤러곤이 4장의 날개를 펄럭이며 우아하게 비행한다. 넓은 하늘에서 자유롭게 나는 것이 제법 기뻐 보인다.
「너나 나나 비행은 오랜만이네.」
오랜만에 그리폰 모드로 돌아온 하늘의 어머니가 사념파를 흘렸다. 숨겨뒀던 마노(瑪瑙)색 날개가 자유를 되찾아 붉은색 어둠을 갈랐다.
‘다들 괜찮은 것 같네.’
애들의 상태를 한 차례 체크한 뒤, 나는 도시의 중앙을 바라봤다. 구 사령탑을 따라 거꾸로 흐르는 폭포 위에 작은 저택이 떠 있다.
‘최대한 빨리 끝내자.’
본 모습을 드러낸 이상, 최대한 빨리 움직여야 한다. 1분 1초가 지날 때마다 적 랭커가 완벽히 대응에 나설 확률도 올라간다. 적들이 아직 나의 생존을 모르고 있을 때, 최대한 많은 피해를 입혀야 한다.
나는 방향을 정하고 날개를 흔들었다. 날개가 크게 허공을 때릴 때마다 내 몸이 번개처럼 앞으로 쏘여져 나갔다. 몸 곳곳에 있는 생체 파이프에서는 검은색 안개 같은 것이 계속해서 뿜어져 나왔다.
‘암흑 장막’에 휩싸인 나를 누군가 본다면 마치 먹구름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리라.
내 몸이 검은 구름 속에 빨려 들어가자마자 지상에서부터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도시 전체에서 사이렌이 울려 퍼지는 것과 동시에 멀리서 날아오는 수만 개의 에너지 덩어리들이 느껴졌다.
‘방어 시스템이 작동했어.’
딱 예상했던 만큼의 반응 속도다. 도시 방어를 맡은 컬트들이 나의 존재를 인지하고 대응 사격에 나선 거다.
사이킥 파워로 이루어진 열선이 먹구름을 찢어발긴다. 하나하나가 그린 갤러곤이 쏜 사이킥 브레스에 버금가지만 그것도 목표물을 제대로 맞혀야 쓸모가 있는 법. 탐지 시스템을 무력화하는 암흑 장막으로 인해 그 어떤 열선도 내 몸에 닿지 않았다.
나와 아드하이, 하늘의 어머니는 쏟아지는 사이킥 파워의 빗속을 능숙하게 헤쳐 나갔다.
「파닥파닥 재밌다!」
「이거」「쉬워」
「암흑 장막이 없었으면 귀찮아졌겠지만.」
“적들이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모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PS-111의 경고대로 방위용 전투기와 초계함들이 접근하는 게 느껴진다.
‘그렘린 이끼를 살포해서 제거해도 되지만 굳이 그럴 필요 없겠지.’
나는 앞에서 접근 중인 초계함들을 향해 침식 촉수들을 뻗었다. 내 몸 길이보다 한참 긴 촉수 6개가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쏘아졌다.
먹구름을 뚫고 날아오던 적들이 갑자기 튀어나온 촉수를 보고 화들짝 놀란다. 다급히 방향을 선회하려 했지만, 너무 늦었다. 촉수 끝에 달린 뾰족한 부속지들이 목표물을 단단히 움켜쥐었다.
촉수 끝에서 느껴지는 감각을 확인한 나는 그 초계함들을 아래로 내던졌다. 날개나 엔진 등이 손상된 배들은 제대로 반항 한 번 못해보고 마천루들 위로 떨어졌다.
멀리서 들리는 폭음에 이어 뭔가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린다. 아마 지금쯤 지상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의 상태일 거다.
초계함보다 훨씬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는 전투기들은 내 촉수들을 피해 다녔다. 그중 멍청한 몇몇은 촉수를 피하려다가 내 양쪽 머리에 붙들렸다. 나보다 야수에 더 가까운 왼쪽, 오른쪽 머리들은 전투기들을 사정없이 깨물어댔다.
“끄아아…!”
작은 비명이 들렸지만 그것도 폭음에 묻혀 사라졌다.
동료들이 비참히 죽는 꼴을 본 다른 함선들은 거리를 벌린 채 대열을 짜기 시작했다. 평화의 시대에 살아가는 군인들 치고는 나름 숙련된 움직임이었으나 놈들이 간과한 점이 있다.
그건 구름 속에 있는 괴물이 나 하나가 아니라는 것.
우리들 중 누구보다 빠른 아드하이가 절대 방어 기술인 ‘레드아머’를 몸에 두른 채 적들 사이로 뛰어들었다. 아직 완전히 숙련된 것이 아니라서 날개와 머리, 그리고 상체까지만 보호할 수 있지만 그 정도만 해도 적의 공격을 막는 데는 충분했다.
녀석은 등에 솟은 날개를 방패처럼 활용해 날아오는 열선을 막아 냈다. 그리고 머리와 목을 꼿꼿이 세워서 창처럼 만든 뒤 다른 배들을 향해 돌진했다. 그 상태로 함선에 구멍을 내며 종횡무진 하는 녀석의 모습은 마치 파괴되지 않는 미사일 같았다.
그리폰 상태가 된 하늘의 어머니는 녀석만큼 빠르게 움직이지는 못했지만 차근차근 적들을 제거해나갔다. 성인 남성 머리보다 서너 배 이상 거대한 앞발은 그 자체로만 해도 충분히 위협적이다.
게다가 녀석의 부리에는 길쭉한 단창이 물려 있었다. 피를 묻힐수록 예리해지는 ‘제사장의 황금창’ 앞에서는 함선의 방어벽 따위는 아무 의미를 갖지 못한다. 전투기들은 하늘의 어머니와 붙자마자 그대로 박살이 났고, 초계함도 몇 분을 버티지 못했다.
내 등에 탄 26호와 PS-111도 전투에 적극 참여했다. 26호는 날아오는 에너지탄과 열선을 조종해 빗나가게 만들었고, PS-111은 몸에 이식한 데몰리셔로 적 배를 요격했다.
‘좋아.’
다들 아주 잘 싸워주고 있다.
우리는 산더미처럼 쌓인 적들을 조각내며 앞으로 나아갔다.
내가 노리는 장소가 어디인지 명확해지자 적들의 반격 또한 거세졌다. 지상에 있는 대공용 포대가 작동하며 열선을 쏴댔지만 역시 큰 의미는 없었다.
목표물과의 거리가 얼마 남지 않았다. 내가 가진 유용한 무기를 꺼낼 때가 왔다.
세 개의 머리에 달린 괴물의 촉수가 힘을 빨아들이기 시작한다. 용의 힘, 아니 그 이상의 힘이 머리 뒤에서 요동친다. 막대한 힘을 흡수한 촉수들이 각각의 목표를 노리기 위해 움직인다.
모든 준비가 끝났을 때, 나는 그 힘들을 토해냈다.
세 갈래로 발사된 사이킥 브레스가 내가 지정한 목표를 향해 날아갔다. 그 끝에 있는 것은 대규모 폭포를 유지하는 중력 조절 장치.
언제나 그렇듯 나의 사이킥 브레스는 빗나간 적이 없다.
장치가 파괴됐을 때 발생한 폭음은 그리 크지 않았다. 그 뒤에 따라오는 소리가 폭음을 집어삼켰기 때문이다.
모두가 우주에 진출하는 시대가 됐지만 자연 현상을 능가할 수는 없는 법. 수km 높이의 건물을 따라 흐르는 물은 이제 물리법칙을 따른다.
성경에 나오는 대홍수처럼 엄청난 양의 물이 컬트의 도시 위에 쏟아졌다. 도시를 방문하는 자들에게 경이로움을 선사했던 폭포가 이제는 거대한 재앙이 되었다. 빌딩, 컬트, 호버 보트, 그리고 대공포까지. 그중 누구도 갑자기 발생한 홍수 앞에서는 버티지 못했다.
그렇게 적들의 방어 시스템을 무력화시킨 나는 무사히 공중 저택 위에 착지했다.
내려앉자마자 저택에 있는 방어 시설이 작동하며 포화를 쏟아 냈다. 나는 아드하이가 했던 것처럼 날개로 몸을 감싸 방어했다.
그 상태에서 내 보조기관들이 바삐 움직이며 저택 내부의 움직임을 체크했다.
‘아직 안 움직이고 있어.’
정확히 말하면 움직이고 있기는 한데 내 예상과는 달랐다. 적이 랭커라면 이미 나와서 나를 요격할 준비를 했을 테니까.
‘뭔가 무기를 준비 중인가?’
만약 그렇다면 절대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
나는 즉시 사이킥 브레스를 준비했다. 그리고 준비가 끝나자마자 바로 저택을 향해 발사했다.
머리 세 개가 동시에 쏜 브레스의 위력은 실로 대단했다. 저택은 흔적도 없이 녹아버렸고, 중력 조절 장치 덕분에 공중에 떠 있는 지반은 아래로 추락했다.
나는 공중 저택이 추락한 지점 위에 착지했다. 땅에 내려앉자마자 날개의 풍압으로 인해 물살이 크게 갈라졌다. 옆에서 간신히 버티고 있던 구 사령부 건물이 무너진 것은 덤이고.
‘이래도 안 나와?’
물속에 머리를 집어넣었지만 랭커로 추측되는 존재는 느껴지지 않았다. 저택에 있었던 자들 중 사이킥 파워가 가장 강한 자도 완전히 사라졌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꽝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