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진화하는 우주괴물이 되었다-340화 (341/400)

     

   알샤스에 대한 관심을 뒤로 미루고, 나는 눈앞에 있는 적에게 집중했다.

   

   나를 밀친 놈이 아까처럼 중력 조작 능력을 사용하려고 한다. 손바닥을 맞댄 팔들이 서로 떨어지고 다시 붙으려는 순간, 나는 중앙의 머리끝을 놈에게 향했다.

     

   내가 입을 활짝 벌리자 안쪽에 숨어 있던 26호가 튀어나왔다. 뛰어내리면서 몸을 크게 키운 녀석이 고뇌의 고리에게 달려들었다. 녀석 몸에서 자라난 수천 가닥의 톱날 촉수들이 고리의 팔들을 휘감았다.

     

   「-」

     

   26호가 붙잡지 못한 팔들이 박수를 쳤다. 나와 26호에게 무형의 힘이 닥쳐왔지만, 아까에 비하면 훨씬 약했다. 팔 전부가 움직이지 않아서 위력이 약해진 거다. 덕분에 26호도 잘 견디고 있었다.

     

   26호가 버티는 사이, 나는 사이킥 브레스를 준비했다. 각각 머리마다 달린 괴물의 촉수들에 사이킥 파워가 모여들었다. 막대한 에너지를 머금은 촉수들이 타오르는 불길처럼 일렁인다.

     

   나는 적당량의 힘이 모이자마자 바로 브레스를 발사했다. 26호는 내가 에너지를 모으고 있다는 것을 알고 빠르게 몸을 줄여서 피했다.

     

   세 머리로부터 출발한 보라색 열선이 검은색 고리를 강타했다. 브레스가 주는 충격에 고리가 비틀거리며 뒤로 크게 밀려났다. 손을 모으고 있던 팔들은 불타오르는 와중에도 다른 자세를 취하기 위해 움직였다.

     

   그때 놈의 뒤에서 작은 빛이 반짝였다. 적색과 백색이 섞인 빛의 정체는 아드하이였다.

     

   내가 먼저 돌입해서 볼텍스원의 시선을 끄는 동안, 녀석과 하늘의 어머니는 몰래 들어오기로 했다.

     

   고뇌의 고리가 나를 방해꾼으로 인식하고 공격하는 동안, 적의 후방으로 우회한 녀석이 드디어 공격을 개시했다.

     

   눈으로는 그 움직임을 뒤쫓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빠른 붉은 번개가 검은 고리에 꽂힌다.

     

   아무리 볼텍스원이 단단하다고 해도 최고의 방어 기술인 ‘레드아머’ 앞에서는 무용지물. 레드아머를 두른 아드하이는 적의 몸통을 그대로 관통했다.

     

   고뇌의 고리도 지금 공격은 견디기 어려웠는지 반격하려다 말고 멈칫했다.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놈에게 돌진했다. 놈과 부딪친 순간 짧은 충격파가 발생했고, 놈의 몸이 위로 살짝 떴다.

     

   ‘간다!’

     

   나는 공중에 뜬 놈을 침식 촉수와 날개 팔로 붙잡아서 감시청 반대 벽까지 밀어붙였다. 중앙에 높게 솟은 사령탑, 그 근처에 정박된 대형 선박 등 여러 장해물들이 놈과 충돌하면서 터져 나갔다.

     

   「---」

     

   연속해서 피해를 입은 놈이 몸을 비튼다.

     

   ‘드디어 시작이군.’

     

   고통스러워서 저러는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와 달리 이제부터는 제대로 싸우겠다는 신호다.

     

   반만 남은 원형 고리 모양의 몸이 휘더니 고리의 끝부분이 교차하는 형태로 변했다. 원래라면 8자 모양, 그러니까 뫼비우스의 띠 형태가 되어야 하지만, 육체의 반만 있기에 저런 모습이 된 거다.

     

   「----」

   ‘위험!’

     

   놈의 팔들이 손바닥을 밖으로 하고 X자 모양으로 교차했다.

     

   그걸 본 나는 급히 놈으로부터 손을 뗐다. 내가 떨어진 직후, 놈의 몸에서부터 검은색 빛줄기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손바닥에 있는 입을 통해 심연의 힘을 토해내는 단순한 공격이지만, 결과는 가볍지 않았다. 수천, 수만 개가 넘는 입으로 볼텍스원의 육신을 구성하는 에너지 덩어리를 쏘는 것이니 당연히 그럴 수밖에.

     

   검은 에너지탄들이 비처럼 쏟아지며 주변의 모든 사물을 파괴했다. 단단한 장갑으로 덮인 함선이든, 그보다 수십 배 이상의 두께를 자랑하는 외벽이든 관계없이 모두 박살 났다.

     

   나 말고 26호와 아드하이는 각자 지닌 능력을 적극 이용해 에너지탄의 세례를 피했다. 아드하이는 특유의 빠른 기동력을 활용해 날아오는 공격을 수월하게 회피했다. 26호는 몸을 매우 작게 줄여서 아예 에너지탄에 맞지 않도록 했고.

     

   하지만 나는 덩치가 있다 보니 녀석들처럼 피할 수 없었다.

     

   무수히 많은 에너지탄이 내 전신을 할퀴며 지나갔다. 특성으로 강화된 갑각들도 볼텍스원의 공격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날개팔, 등과 복부 등 신체 곳곳에 구멍이 뚫렸다.

     

   「고통 경감 발동!」

     

   부서지고 관통된 상처 부위에서 핏물이 콸콸 쏟아진다. 고통 경감 특성이 제발 좀 조심하라고 연신 경고 메시지를 보낸다.

     

   ‘이 정도는 버틸 수 있어!’

     

   머리와 심장이 손상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회복할 수 있다. 지금은 에이모프의 강인한 생명력을 믿어야 한다.

     

   나는 죽음의 비를 견디며 다음 무기를 준비했다.

     

   ‘이곳에는 아직 컬트들이 많이 남아 있어.’

     

   감시청에 정박된 함선이나 방어시설 내부에 컬트들이 숨어 있다. 갑자기 나타나 건물을 박살 내는 거대 괴수들 때문에 공황에 빠져 움직이지 못하는 거다.

     

   ‘정신을 못 차리겠으면 내가 도와주지.’

   「-」

     

   고뇌의 고리가 에너지탄 세례를 멈추고 다시 중력 조작 능력을 사용하려 한다. 몸의 형태를 바꾼 상태에서 쓰는 거니 그 파괴력과 강도가 이전보다 훨씬 높을 거다.

     

   「큰애기 괴롭히지 마!」

     

   그때 26호가 촉수를 뻗어 놈을 겨냥했다. 촉수 끝에서 흘러나온 보라색 줄기가 거대한 막으로 변해 고리를 덮으려 했다.

     

   「--」

     

   고리의 팔들이 박수를 치려다가 합장하는 자세로 바꿨다. 놈은 반탄력으로 몸을 띄워서 26호의 막을 피해냈다.

     

   그사이 나는 강력한 정신 지배 특성인 ‘대혼란의 전령’을 사용했다. 특성이 활성화 되자 내 몸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사이킥 파장이 분출되었다.

     

   대혼란의 전령은 최대 반경 500m 범위 내에 존재하는 모든 지성체들의 인지 능력을 왜곡시킬 수 있다. 상대가 사이킥 파워를 능숙하게 다루는 컬트라면 조종하기 어렵겠지만, 지금 저들은 공포에 빠져 이성을 상실한 상태다.

     

   지금이라면 어렵지 않게 저들을 광기에 가까운 만용에 빠뜨릴 수 있다.

     

   내 예상대로 정박된 함선들 중 일부가 움직였다. 저들 머릿속에는 당장 악마를 죽여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을 터. 이륙한 배들의 함선용 포대가 곧장 불을 뿜었다.

     

   목표는 당연히 허공에 떠 있는 거대 괴수, 고뇌의 고리다.

     

   몇 척의 함선들이 나서서 공격을 가하자 다른 함선들도 용기를 내고 동참하기 시작했다. 감시청 내부에 설치된 방어용 포대들도 함선들을 지원했다.

     

   「--」

     

   쥐 죽은 듯이 가만히 있던 함선들까지 자신을 공격하자 적은 방어 겸 반격에 들어갔다. 함선들로부터 발사된 사이킥 열선들이 놈의 몸에서 튕겨 나갔다. 일부는 다른 함선으로, 일부는 감시청 내부의 벽에 내리꽂혔다.

     

   놈이 함선에 신경 쓰는 동안 나는 몸을 낮춰 놈의 뒤쪽으로 기어갔다.

     

   ‘이 정도면 되겠지?’

     

   적당한 지점에 선 나는 날개팔과 전투용 팔, 그리고 두 다리를 구조물 내 바닥에 꽂았다. 그렇게 몸이 흔들리지 않도록 단단히 고정한 뒤, 침식 촉수를 뽑아서 놈을 붙잡았다.

     

   「-」

   ‘이미 늦었어!’

     

   놈이 나를 대상으로 중력을 조작하려 했지만, 이번에는 내가 한 발 더 빨랐다. 나는 감시청에 박아둔 팔다리에 힘을 주는 것과 동시에 촉수를 확 당겼다.

     

   나보다 1.5배 이상 거대한 괴물이 내게 맥없이 끌려온다. 반으로 부러진 8자 형태의 고리가 내 머리 위를 지나 내 꼬리 끝이 향하는 반대편 벽으로 날아간다.

     

   놈이 벽에 처박히는 순간, 엄청난 굉음과 함께 구조물 자체가 크게 기울었다. 고개를 돌리니 놈이 감시청의 외벽을 뚫고 우주 공간 밖으로 나가떨어지는 모습이 보였다.

     

   ‘좋아.’

     

   일단 계획했던 1차 목표는 달성이다.

     

   나는 감시청의 바닥에 박은 팔과 다리를 뽑았다. 그리고 기울어진 바닥을 따라 굴러떨어지는 26호를 재빨리 받았다.

     

   [즈즈즈(괜찮아?)]

   「큰일 날 뻔했다!」

   「나」「괜찮아」

     

   아드하이도 내게 날아와 중앙의 머리 위에 착지했다.

     

   나는 녀석들과 함께 초토화된 감시청 밖으로 나왔다.

     

   「----」

     

   화가 단단히 난 놈이 우리를 향해 에너지탄을 쏠 준비를 한다.

     

   표면에 붙은 팔들이 막 X자로 교차하려는 그때.

     

   우주 저편에서 날아온 검은색 열선이 놈의 몸을 불태웠다.

     

   볼텍스원을 공격한 무기의 이름은 ‘블랙캐논’.

     

   ‘코스믹 볼트’와 동일하게 암흑물질을 에너지원으로 삼는 제국모함의 부무장 중 하나다.

     

   베르잔02와 감시청의 구조 요청을 받은 제국모함들이 ‘주적’을 토벌하기 위해 이곳에 모였다.

     

   ‘좋아. 이제 다음 계획으로 넘어갈 차례야.’

   [즈즈즈(부탁해)]

   「응」「나」「작은어른」「지킬 수 있어」

     

   나는 아드하이에게 26호를 넘기고, 지속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뼈 야수를 해제했다.

     

   3배 이상 커졌던 내 몸이 급격하게 쪼그라들었다. 몸 전체를 덮었던 하얀색 갑각들도 생기를 잃고 바스러졌다.

     

   적지 않은 탈력감이 나를 덮쳤지만, 쉬고 있을 때가 아니다.

     

   몸을 한 차례 턴 나는 다음 카드를 꺼냈다.

     

   ‘사냥의 표상.’

     

   변신이 끝난 직후.

     

   에이모프 성체의 육신이 또다시 진화한다.

   ‘고뇌의 고리’를 향해 포격하는 제국모함은 총 2척이었다.

     

   하나는 아마도 알샤스의 모함, ‘베르잔02의 방어자’일 거고, 다른 하나는 아우르 성계의 다른 행성을 보호하는 제국모함으로 추정된다.

     

   본래 제국모함이 움직일 때는 모함전단(母艦戰團)이 반드시 동원되지만, 지금은 아주 적은 수의 구축함만 있었다. 베르잔02에서 싸울 때, 알샤스가 감시청 정예함대에 모함전단을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나를 공략하는데 힘을 보태려는 의도에서 그런 거겠지만 결과적으로 악수가 됐다. 검은 탐식자 대포에 의해 정예함대는 물론이고, 모함전단도 끝장났으니 말이다 추가로 함께 투입된 제국모함 몇 척도 같이 사라졌고.

     

   놈이 세운 전략이 실패했으니 제국모함 2척이 최후의 보루다. 저 배들까지 박살나면 아우르 성계는 그야말로 무주공산이 된다.

   

   ‘아직까지는 계획대로야.’

     

   제국모함이 볼텍스원을 상대로 시간을 버는 동안, 나는 진화한 육신을 체크했다.

   

   성체가 된 이후 사냥의 표상을 쓴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전 아드하이의 동족들이 이주한 용의 둥지에 방문했을 때 여러 번 썼었다. 당시 PS-111이 만든 미니 스크리머들에게 특성을 이식하기 위해 사냥의 표상을 적극 활용했다.

   

   ‘다만 강적과 싸울 때 쓰는 건 이번이 처음이지.’

   

   게다가 전투에 직접 활용하려고 변신한 것도 참 오랜만이다. 매번 특성을 고정 획득하려고 사냥의 표상을 썼으니 말이다.

   

   ‘그러니 몸 상태를 한 차례 점검해 봐야겠어.’

     

   먼저 머리부터 보면 이전과 마찬가지로 눈이 사라지고 턱 아래 보조기관의 능력이 올라갔다. 중앙의 머리도 오른쪽, 왼쪽 머리처럼 눈이 있는 자리에 갑각이 덮였고, 그 위에 날카로운 뿔이 자라났다.

     

   턱 아래의 보조기관은 가느다란 촉수 형태가 아니라 입 양쪽에 난 엄니처럼 예리한 칼날 모양의 뼈로 보호받는 구조가 됐다.

     

   그 외 뒷머리 갑각과 뿔의 크기도 전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졌다. 보조기관을 통해 느껴지는 감각으로는 갑각과 뿔이 뒤섞여 날카롭게 솟아난 형태였다. 고전 판타지 소설에 나오는 검으로 만든 옥좌를 머리에 쓰고 있는 느낌이라고 할까.

     

   중앙의 머리에 비해 단순한 형태였던 양측의 머리도 더 화려하고 흉악스러워졌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큰 차이라면 세 머리 모두의 두상과 구강구조가 변화했다는 점이다. 뱀이나 악어와 같은 형태의 턱이 준성체 시절의 입과 비슷하게 변했다.

     

   물론 완전히 동일한 건 아니었다. 아래턱 안쪽에 또 하나의 턱이 더 생겼기 때문이다.

     

   「그르르」

     

   입을 벌리자 턱과 목 사이에 위치한 두 번째 턱, 인두 턱(咽頭顎)이 튀어나왔다. ‘수확자의 턱’ 특성을 얻으면서 새로 생긴 촉수 형태의 혀가 턱으로 대체된 거다.

     

   모티브만 따온 것이 아니라 외형도 진정한 에X리X에 가까워졌다고 할까.

     

   ‘X일X언보다는 곰치에 가깝지만 말이야.’

     

   그 다음 몸을 살펴보면 머리와 마찬가지로 전반적으로 더 거대해졌다. 아무 강화 효과도 받지 않은 상태의 내 몸길이는 60m에 불과하지만, 지금은 100m를 가볍게 넘긴다. 아마 120m 정도 되지 않을까 짐작된다.

     

   몸이 커지는 것, 눈이 사라지는 것 말고 아직 사냥의 표상 트레이드마크가 하나 더 남아 있다.

     

   바로 등에 생기는 뼈 낫 팔.

     

   이전까지는 사람으로 치면 날개뼈 부근에서 뼈 낫 팔이 나왔다. 덕분에 적을 입으로 물었을 때나, 힘겨루기를 할 때 공격하기 용이했다.

     

   하지만 성체가 되면서 몸 구조가 바뀌어서 그런 걸까. 뼈 낫 팔이 나오는 부위가 달라졌다.

     

   등이 아니라 전투용 팔 아래의 허리 부근에서 뼈 낫 팔이 튀어나왔다. 길이도 매우 길어져서 ‘평상시의 날개 팔’과 거의 비슷할 정도였다.

     

   굳이 평상시의 날개 팔이라 말한 이유는 사냥의 표상 상태가 되면서 날개가 더 거대해졌기 때문이다.

     

   나의 신체 부위가 맞나 싶을 정도로 거대한 날개가 검은 바다 위에서 흔들리고 있다. 날개 안쪽 피막 위에는 선명한 붉은 물결무늬가 도드라져서 마치 밤하늘에서 빛나는 별자리를 연상시켰다.

     

   머리, 팔, 그 외 나머지 부위까지 전반적으로 다 거대해진 만큼 근육 또한 엄청나게 증가했다.

     

   길이가 평상시의 2배 가량 증가했음에도 근육 덕분에 몸 자체가 워낙 두꺼워지는 바람에 비율상 별 차이가 없었다. 아니 오히려 살이 찐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근육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을 테니 무게도 만만치 않게 늘어났다. 만약 감시청 건물 안에 있었다면 가만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바닥이 무너졌을 거다.

     

   ‘넘치는 힘, 마음에 들어.’

     

   베르잔02에서부터 쉬지 않고 연전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체력이 많이 소모됐다. 거기에 추가로 타일런트로이드의 활성화를 노리기 위해 입은 부상, 검은 탐식자 대포에 소모된 에너지도 아직 다 회복되지 않았다.

     

   하나 사냥의 표상을 통해 몸이 일시적으로 업그레이드되다 보니 잃어 버린 힘의 일부가 되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큰어른」「뿔」「많아」「매우」「커」「역시」「멋져」

   「큰애기는 귀여워.」

   

   둘은 성체에서 사냥의 표상으로 변신한 것을 이번에 처음 봤다. 용의 둥지에서 아드하이는 우두머리 역할을 수행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26호는 갤러곤 해츨링을 돌보느라 바빴기 때문이다.

   

   「부정」「멋진 것」「귀여운 것」「달라」

   「멋지고 귀여워!」

   「그건」「인정」

   

   아드하이는 늘 그렇듯 갤러곤의 본능에 입각한 평가를 내렸다. 반면, 26호는 의외의 평가를 내렸다.

   

   ‘귀엽다라. 이 입 모양 때문에 그런가?’

   

   추측컨대 곰치를 닮은 주둥이 때문에 그렇게 평가한 것이 아닐까 싶다. 심해에 내려가면 나와 비슷한 구강 구조를 가진 생물을 만나볼 수 있으니. 변화한 내 머리를 보고 고향에서 봤던 동물들을 떠올려서 귀엽다고 말한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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