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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우주괴물이 되었다-352화 (353/400)

   “그런가.”

     

   그녀의 정신세계로 들어가서 봤을 때 자매의 사이가 좋다는 것은 이미 확인했다. 쌍둥이라는 특수한 관계, 거기에 불우한 가정환경까지 더해지면서 그들의 우애가 더욱 돈독해진 것 같다.

     

   “그렇다면 둘 다 콜드블러드의 모습으로 환상을 본 건가?”

   “언니는 그랬어. 나도 계속 성장했다면 그랬을 거고.”

   “그게 무슨 말이지?”

   “언니와 상의한 뒤 엔딩과 가까워지는 일을 피하기로 했어. ‘기억’의 비밀을 밝히려면 둘 중 한 명은 멀쩡한 상태에 있어야 하니까.”

   “응? 그렇다면 ‘고뇌의 고리’는 어떻게 소환한 거지?”

     

   콜드블러드라고 해서 아무 때나 볼텍스원을 소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계속해서 계약을 맺고 그 대가를 갚아야지, 더 강한 힘을 빌릴 수 있다.

     

   볼텍스원을 직접 부르는 행위는 최상까지는 아니더라도 상급에 준하는 계약이다. 그 전 단계를 생략하고 바로 소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딱 한 가지 방법을 제외하고.

     

   “페넬로페가 볼텍스원을 부르는 도구를 만들어 준 건가.”

   “맞아. 소환할 때 쓴 곡도는 언니가 만들어 준 거야. 물론 그걸 사용하기 위한 대가는 내가 스스로 준비해야 하지만.”

     

   잦은 계약을 통해 볼텍스원과 우호적인 관계가 되면 도구에 악마의 힘을 담을 수 있다. 물론 만들기 매우 까다로워서 쉽게 만들 수 없고, 어떤 도구는 몇 번 사용하면 바로 망가지기도 한다. 볼텍스원을 소환한 곡도는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겠지.

     

   아무튼 자매는 둘 중 한 명이 엔딩을 포기해서 환상의 세뇌를 피하는 방법을 택했다. 그것 때문에 쌍둥이의 힘이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어쩔 수 없다.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환상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명확히 알 수 없었을 거다.

     

   “환상의 위험성이 증명된 것은 소득이야. 너희들이 아니었다면 확신하지 못했겠지.”

   “응.”

   “정리해 보면 플레이어를 부른 존재가 있어. 놈은 우리를 특정 루트를 따라 움직이길 원해.”

   “맞아.”

   “그렇다면 플레이어들의 파벌도 놈의 의도대로 흘러가는 거라 봐야겠군.”

   “적어도 지배파와 귀환파는 같은 형태의 ‘기억’을 공유하고 있어.”

   “좋아. 문제는 이를 어떻게 해결하느냐 인데….”

   

   이야기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애초에 내가 승천을 목표로 한 이유도 나를 부른 존재와 이 세계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서였으니 말이다.

     

   ‘내가 일반적인 경우가 아니라 해도 이후에는 어떻게 될지 몰라.’

     

   나는 환상에서 ‘현실의 나’를 죽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에 또 환상을 봤을 때 어떻게 될지 모른다. 다른 플레이어들처럼 환상에 먹혀 내가 아닌 무언가가 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피하기만 할 수는 없어.’

     

   내 경우는 초월 시스템으로 유일 특성을 합성할 때도 환상을 본다. 환상을 피하려 한다면 필연적으로 진화를 일정 부분 포기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럴 수 없지.’

     

   현재 나를 노리는 자들이 많다. 엔딩을 노리는 자라면 유일한 에이모프 성체인 나를 죽이고 싶어 할 거고, 우주를 지배하려는 자라면 나를 중대한 위협으로 여길 거다.

     

   ‘적들과 맞서려면 힘이 필요해.’

     

   아무래도 녀석한테 사실대로 얘기해야 할 것 같다. 나 이상으로 많은 랭커를 접한 녀석이라면 도움이 되는 것을 전해줄지도 모르니.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너에게 말했지. 나는 과거의 기억만 엿봤을 뿐 선택을 내리지 않았다고.”

   “그랬던 걸로 기억해.”

   “사실 그건 거짓말이었어. 나는 ‘현실의 나’를 죽이지도, ‘이 세계의 나’를 죽이지도 않았거든.”

   

   내 말은 들은 녀석은 처음에는 이해를 못한 것처럼 보였다. 잠시 후 내가 자아를 죽이지 않겠다는 선택을 한 것을 깨닫고 눈이 커졌다.

     

   “그 말은 ‘기억’의 세뇌를 피했다는 거야?”

   “글쎄, 그것까지는 나도 알 수 없어. 내가 단언할 수 있는 것은 나 자신이 일반적이지 않은 선택을 했다는 것뿐이야.”

   “…….”

   “네가 본 자들 중 나와 똑같은 선택을 한 자가 있어?”

     

   녀석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선택을 보류한 자들은 봤어도 에이모프처럼 ‘죽이지 않겠다’고 결정한 자는 없었어.”

   “선택을 보류한 자들 중 이런 경험을 한 자는 없어? 자아를 바꾸기 위해 환상이 이후에도 계속 나타나는 경우 말이야.”

   “그건…괜찮을 거라고 생각해.”

     

   나 스스로도 판단이 서지 않아서 녀석에게 한 질문이다. 대답하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녀석은 금방 답했다.

     

   “너도 짐작했겠지만 ‘기억’을 조작하는 존재는 전능하지 않아. 전지전능한 존재가 굳이 이런 번거로운 방법으로 우리를 조종할 리 없으니까.”

   “그렇지.”

   “제한이 있어서 이런 방법을 쓰는 거야. 그러니까 에이모프에게도 전처럼 강력한 압박이 들어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

   “선택을 했으니 압박 말고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는 건가.”

   “응. 그럴 가능성이 높아.”

     

   그러고 보면 알샤스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귀환파의 우두머리인 범호와 4위가 말하길, 현실로 복귀해서 적응하는 내용의 환상을 봤다고 말이다. 귀환을 목표로 하는 만큼 환상의 단계도 진전된 거라 봐야겠지.

     

   ‘결국 다음 환상을 봐야 확실해지겠네.’

     

   현시점에서 내가 환상을 볼 수 있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바로 우주괴물 타입 단계를 올리는 것.

     

   재료 특성들을 모아 유일 특성 4개를 만들면 3단계로 올라간다. 이전 1, 2단계로 올라갈 때도 환상을 봤으니 3단계도 똑같을 터.

   

   어차피 환상 때문만이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타입을 올려야만 했다. 지배파, 귀환파 양쪽에서 나를 적대하는 상황에서 살아남으려면 강해져야 하기 때문이다.

     

   ‘일단 악마 기계를 재료로 사용하는 유일 특성부터 만들어야겠어.’

     

   이걸로 다음 목표가 정해졌다.

  -

     

     

   스페이스 서바이벌의 세계에는 무수히 많은 생물들이 존재한다. 플레이어들이 발견해서 정리한 동물만 수천 종에 달하고, 식물이나 버섯 같은 존재까지 합치면 배 이상으로 늘어난다.

     

   아웃스페이서는 그 수많은 NPC들 중 다른 우주에서 건너온 것으로 판명되는 몇 안 되는 생물 중 하나다.

     

   군체 전부가 여왕의 지휘를 받는다는 점, 다른 생물을 포식해서 그 특징을 군체에 적용시킨다는 점 등 일반 생물과 상이한 메커니즘을 가진 것도 그들이 다른 우주 태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이 이질적이기만 했다면 이 우주에서 결코 적응하지 못했을 거다.

     

   아웃스페이서도 일반 생물들과 마찬가지로 자원이 풍부한 행성들을 선호한다. 다채로운 생물군, 에너지를 만드는데 필요한 유기물이 있어야 군체를 빠르게 성장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생명력이 넘치는 행성은 인간이나 사이보그, 컬트 같은 지성체들이 정복한 상태이거나 정복할 예정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곳에 둥지를 틀면 군체가 성장하기도 전에 토벌대의 습격을 받아 망하기 십상이다.

     

   그런 면에서 Z-10 성계의 척박한 행성 OW-33에 둥지를 튼 아웃스페이서 여왕은 운이 좋다고도 나쁘다고도 할 수 있다.

     

   그가 태어난 행성은 열강의 시선에서 벗어난 곳이지만, 그렇다고 성장하기 좋은 요건을 갖춘 곳도 아니다.

     

   아웃스페이서는 한 행성의 자원을 전부 포식하면 다른 서식지로 이주한다. 행성이 죽기 전까지 이주에 필요한 에너지를 축적하지 못하면 군체는 몰락한다. OW-33의 여왕도 부족한 자원에 허덕이다 말라 죽을 개체 중 하나였다.

     

   만약 그가 다른 여왕들보다 우월한 지능을 가지지 않았다면 필시 그랬을 터.

     

   태어난 지 40년이 지난 지금, 그는 아웃스페이서 중 가장 거대한 군체를 이끄는 대여왕이 됐다.

     

   휘하의 개체들과 군체 여왕들에게 ‘여제’라 불리는 그 존재는 지금 자신이 태어난 고향에 있다. 한때는 변방의 오래된 행성에 불과했던 곳이 현재는 지각뿐만 아니라 행성 내부까지 온통 오염되었다.

     

   행성을 오염시킨 장본인은 행성의 심부에 머물며 오랜 동료와 대화를 나누는 중이었다.

     

   「도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가? 언제까지 우리 동포의 죽음을 지켜봐야 하는가?」

   

   끈적거리는 점막에 스타유니언으로부터 약탈한 커다란 컴퓨터가 박혀 있다. 그 주변 점막으로부터 얇고 긴 촉수들이 솟아 나와 컴퓨터와 마름모 형태의 비석을 연결한 상태였다.

     

   둥지의 주인이 촉수로 컴퓨터에 메시지를 입력하자 비석이 붉은빛을 내뿜었다.

     

   「메시지 도착함.」

     

   이윽고 상대의 의사가 비석을 타고 그에게 전달되었다.

     

   「얼마 남지 않았다고? 지난번 동포의 죽음에도 그렇게 말했었지. 하지만 그 결과를 봐라. 너의 계획을 위해 헌신한 올리비아도 목숨을 잃었지 않는가.」

     

   컴퓨터와 비석이 여제의 분노를 상대에게 전달한다. 비석이 반짝 빛났다가 침묵했다.

     

   잠시 후 상대의 답을 실은 비석이 다시 빛을 내뿜었다. 상대가 보낸 메시지를 확인한 여제는 짜증이 치솟았다.

     

   「참을성을 가지라고? 참을성? 무려 40년 동안 이 이질적인 암컷의 몸으로 살아왔다. 여기서 얼마나 더 참아야 하지?」

   「메시지 도착함.」

   「놈은 우리 예상을 한참 벗어난 상태다. 동포들이 목숨을 잃을수록 놈은 강해질 텐데 아직도 통제가 가능하다고 믿는 건가? 이해할 수 없다.」

   「메시지 도착함.」

   「그래. 최선을 다해야 할 거다. 나의 인내심도 이제 한계에 도달했으니.」

   「메시지 도착함.」

   「통신 종료됨.」

     

   상대와의 연락이 끊기자 비석과 컴퓨터에 연결된 촉수들이 분리됐다.

     

   ‘…범호.’

     

   방금까지 연락한 상대는 귀환파의 리더, 범호였다.

     

   귀환파의 모든 계획은 그의 머리에서 나왔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된다면 그가 바라던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다.

     

   ‘문제는 계획대로 안 되고 있다는 거지.’

     

   요 근래에 벌써 두 차례 큰 착오가 발생했다. 그 탓에 귀중한 동포 둘이 목숨을 잃었다.

     

   그런데도 범호는 계획의 큰 틀에서는 벗어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동포의 죽음은 안타깝지만, 계획이 완수된다면 얼마든지 복구할 수 있다고 말이다.

     

   사실 귀환파 내에서 여제만큼 고향으로 귀환하기를 바라는 자가 없다.

     

   아웃스페이서 중 플레이어가 택할 수 있는 개체는 오로지 여왕 밖에 없다. 여제는 종족뿐만 아니라 성별도 바뀐 유일한 랭커였다.

     

   34세 독일인 남성의 정체성을 가진 그는 이세계에서 추가로 40년간 괴수 여왕의 몸으로 지내왔다. 그동안 수많은 개체들을 생산해 낸 것은 덤이고. 아무리 새 육체를 만들어도 군단의 모체라는 여왕의 기본 개념은 제거할 수 없었다.

     

   죽을 때까지 이런 식으로 살 생각은 없었기에 그는 홀로 엔딩을 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그에게 찾아온 범호가 아니었다면 진작 엔딩에 도전했을 거다.

     

   ‘젠장. 그런데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이야.’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 한다는 범호의 말이 옳다는 것은 여제도 알고 있다. 계획 달성을 위해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안다.

     

   하지만 어느새 현실에서 보낸 시간보다 괴물의 어미로 보낸 시간이 더 길어졌다. 그의 자아는 견고했지만, 그게 언제까지 갈 지는 아무도 모른다.

     

   ‘지금이라도 엔딩을 준비해야….’

     

   고민하던 그때, 비석에서 다시 빨간 불이 들어왔다.

     

   범호인가 싶어 확인했더니 아니었다. 누군가가 통신용 비석을 보유한 자들 전부에게 통신을 보냈다.

     

   ‘누구지?’

     

   이전에도 지배파의 제이슨이 저런 식으로 메시지를 보낸 적이 있다. 물론 하찮은 10위 따위가 보낸 연락 따위에는 관심 없었기에 응하지 않았지만.

     

   하지만 이번에는 그럴 수 없었다. 연락을 보낸 자가 10위 따위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대한 자였기 때문이다.

     

   ‘3위?’

     

   우주를 지배하는 열강 중 하나인 메가콥의 CEO.

     

   여제만큼이나 막강한 세력을 구축한 지배파의 수장.

     

   아키라 유진이 랭커들을 부른다.

     

     

   -

     

     

   “리 자오. JS 프로토타입의 실험 결과는 어떻죠?”

     

   메가콥의 일곱 가문 중 하나, 가르멜다 가문의 수성(水星) 무기연구기지.

     

   그곳에 있는 가주용 거주지에서 클로에 가르멜다는 다른 가문의 연구원의 보고를 받고 있었다.

     

   「꽤 흥미롭습니다. 전투력과 유연성, 사이킥 파워 적응도가 매우 뛰어납니다. 출하된 상태에서도 그린 갤러곤 이상의 전략적 효용성을 보여 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새로운 ‘재료’를 투입해 만들어진 신형 스크리머가 어느새 완성에 가까워졌다.

     

   클로에와 함께 스크리머 개발 프로젝트를 주도한 리 자오 수석연구원이 현재 자오 가문의 식민지에서 마지막 실험을 진행 중이다.

     

   “나쁘지 않네요. 그래도 완전히 만능은 아닐 테고. 단점은요?”

   「전투 지능이 PS모델보다 떨어집니다. 학습력이 부족한 편이라 예상외의 사태에 취약합니다.」

   “간단히 말해 이전 모델보다 멍청하다는 거죠?”

   「그렇습니다.」

   “흐으음.”

     

   클로에는 검지로 공중 부양 의자의 손잡이를 툭툭 두드렸다. 빠르게 생각을 정리한 그녀는 홀로그램으로 만들어진 리 자오에게 말했다.

     

   “차라리 잘 됐어요. 저쪽에서도 높은 자율성을 불완전성으로 꼽았거든요. 지능을 낮추기 위해 따로 손을 쓰지 않아도 되니까 다행이네요.”

   「알겠습니다. 그럼 이대로 실험을 속행하겠습니다.」

   “고생하세요. 관련 파일은 제게 보내주세요. 가르멜다의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으로 점검해 보죠.”

   「이미 보냈습니다.」

   “좋아요. 아, 자오 가주한테도 실험장을 빌려줘서 고맙다고 전해주세요.”

   「당연한 말씀을. 그럼 다음에 또 연락드리겠습니다.」

     

   잘생긴 황인종 남성이 고개를 숙이고, 홀로그램이 종료되었다.

     

   “신시아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어쩔까 싶었는데 일이 잘 풀리네.”

     

   그녀는 콧노래를 부르며 공중 부양 의자의 버튼들을 눌렀다. 리 자오가 보낸 파일들이 그녀가 있는 공간의 컴퓨터와 연동되어 홀로그램으로 재생되었다.

     

   허공에 떠 있는 여러 그래프와 데이터를 막 확인하려던 찰나, 바닥에서 붉은빛이 번쩍였다. 시선을 돌리니 전선이 연결된 마름모 형태의 비석에 불이 들어온 것이 보였다.

     

   “응? 주바카인가?”

     

   매번 바쁘다고 하던 그가 웬일로 연락을 줬나 싶어 비석을 확인한 그녀는 바로 눈살을 찌푸렸다.

     

   “켁, 영감님이잖아?”

     

   호출한 자는 메가콥의 CEO, 아키라 유진이었다.

     

   제이슨의 죽음 이후 아키라와는 비석으로 연락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무시할지 말지 고민하다가 비석을 활성화시켰다.

     

   “영감님, 오랜만이네. 요즘 바쁘다고 들었는데 무슨 일이야?”

   「오, 클로에인가. 격조하셨는가?」

   “나야 뭐 수성에서 장난감들 만지느라 정신이 없…응?”

     

   그녀가 꾸며진 목소리로 아키라의 비석을 향해 말하는 사이, 다른 비석들도 하나씩 활성화됐다.

     

   「아키라, 나는 바쁜 몸이다. 쓸데없는 소리는 삼가라.」

   「이거 비석 제대로 작동하는 거 맞아? 아아, 저기요? 내 말 들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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