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진화하는 우주괴물이 되었다-376화 (377/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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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씹?」

   「…이 새끼들 여기서 도대체 뭘 한 거지?」

     

   간이 구조물 수색을 맡은 해적들은 당황했다.

     

   구조물 내부는 상상 이상으로 엉망이었다.

     

   바닥에 어지럽게 널브러진 전선과 케이블, 큼지막한 금속 조각들 때문이 아니다.

     

   그들을 당황하게 만든 것은 바로 천장. 천장에는 생물의 가죽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어디 어떤 정신병자가 이딴 걸 만들었는지 한번 보자고.」

     

   해적들은 헬멧 바이저에 달린 적외선 시야를 활성화했다. 어두컴컴한 시설 내부 전경이 훤히 보이는 것을 확인한 뒤,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니미, 바닥 하나는 존나 더럽군.」

   「위에서 떨어진 피 때문이겠지.」

     

   매달린 살점에서 떨어진 피가 굳은 것인지, 시설의 바닥에는 온통 끈적거리는 액체로 가득했다. 해적들은 걸을 때마다 느껴지는 불쾌함에 욕지기를 내뱉었다.

     

   「컴퓨터에 정보가 남아 있을지 몰라. 한번 확인해 볼게.」

     

   해적 중 한 명이 시설 안쪽에 있는 컴퓨터를 살펴보기 위해 들어갔다. 남은 둘은 천장에 매달린 천장에 걸려 있는 고깃덩어리들을 살폈다.

     

   「주변을 정리하면서 가져온 건가?」

   「어쩐지 오는 동안 아무도 안 보이더니 죄다 뒈져서 그런 거구먼.」

   「이건 라바랩터 가죽 같은데. 엄청 깔끔하게 벗겼네.」

   「함장님 말로는 고객 S가 희귀 생물 운반을 의뢰한 적도 있다던데.」

   「그래?」

     

   이 시설을 만든 존재는 기괴한 감성을 지닌 것과 별개로 솜씨는 나름 괜찮은 듯했다. 박피된 가죽에 흠집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둘러보던 중 특이한 것이 눈에 띄었다.

     

   「야야, 이것 봐. 이 시체, 사람 같지 않냐?」

   「어디 봐봐.」

   「순간 진짜인 줄 알고 깜짝 놀랐네.」

   「그러게. 이 부분은 팔이고, 이 부분은 가슴….」

     

   의문의 가죽을 바라보던 둘은 점차 말수가 줄어들었다.

     

   「야, 이거 설마?」

   「미친 개씨발….」

     

   머리에 해당하는 부분이 없었지만, 그들은 이 가죽이 누구의 것인지 금방 알아챘다.

     

   그리고 이제 보니 그와 비슷한 가죽이 한둘이 아니었다.

     

   「피가 아직 굳지 않았어. 벗긴 지 얼마 안 된 거야.」

   「이 씹새끼들 도대체 무슨 짓을 하는 거지?」

   「여긴 위험하니까 나가자.」

     

   하지만 말과 달리 둘은 바로 나갈 수 없었다.

     

   컴퓨터를 조사하겠다고 안쪽으로 들어간 동료. 통신기로 연락을 취해도 아무런 답이 없었다.

     

   「뭐야. 이 새끼 어디 갔어?」

   「어이? 대답해.」

     

   통신기 너머에서 들리는 것은 침묵뿐이었다.

     

   그들은 동료가 사라지기 전까지 있던 자리로 뛰어갔다. 그 자리에는 동료가 쓰던 컴퓨터 패드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이 시설의 크기는 그리 크지 않다. 셋 중 하나가 없어지면 남은 둘이 모르려야 모를 수 없다.

     

   이 안에 그들 말고 누군가가 있다.

     

   그 사실을 인지한 둘은 가우스 소총을 쥔 손에 힘을 쥔 채 주변을 경계했다.

     

   「함장님, 여기 상황이 아주 좆같습니다. 빨리 후퇴해야…함장님?」

   「치지지지지직」

   「젠장! 야, 함선하고 연락해 봐.」

   「틀렸어. 이쪽도 먹통이야.」

     

   둘 모두 군인이었기에 지금 이 상황이 얼마나 안 좋은지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 등을 맞댄 뒤, 천천히 입구를 향해 움직였다.

     

   천장에 주렁주렁 매달린 시체 가죽들을 지나던 중, 해적의 눈에 이질적인 것이 들어왔다.

     

   금속 파편이 쌓여 있는 곳에 인간 여성의 머리가 놓여 있었다. 시체들이 가득한 이 장소에 사람 머리가 대수인가 싶겠지만, 여기 있는 가죽들은 전부 머리가 없었다.

     

   그렇기에 홀로 덩그러니 놓여 있는 머리가 더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그것도 생전에 꽤 아름다웠을 것으로 추측되는 미인의 머리라면 더더욱 그렇고.

     

   ‘씨발, 어떤 미친 새끼가 이런 짓을….’

     

   심지어 여성의 머리는 눈을 크게 뜬 상태였다. 그 모습이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보여 굉장히 섬뜩했다.

     

   해적이 속으로 악취미라고 생각한 그때.

     

   여성의 눈이 움직였다.

     

   「어?」

     

   카메라가 돌아가는 것처럼 천천히 움직이는 안구. 그걸 본 해적은 목덜미가 축축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어서 쌓여 있던 금속 더미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성의 눈과 마주친 해적의 고개가 점점 위로 올라갔다.

     

   잘린 머리를 금속 더미에 올려 둔 것이 생각했는데, 그건 착각이었다.

     

   ‘그것’은 인간 여성의 머리를 가진 거대한 거미였다.

     

   “어디를 가시는 겁니까?”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그것’이 목을 기괴하게 꺾으며 해적들을 내려다 봤다.

   

   놈의 손에 들린 동료의 모습을 본 순간, 그들은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었다. 

   

   천장에 어째서 가죽만 걸려 있는지 말이다.

   

   하지만 상식을 초월하는 광경에 압도된 해적들은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신체 조율에 쓸 근육과 뼈가 더 필요했는데, 마침 잘 오셨습니다.”

   

   잠시 후, 수수께끼의 구조물 밖으로 비명소리가 흘러나왔다.

   

   희생자들의 단말마는 얼마 안 가 세찬 열풍 속에 묻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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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금 들으셨습니까?」

   「뭐가?」

   「밖에서 비명이 들린 것 같습니다.」

   「뭔 개소리야. 조용하기만 한데.」

     

   고요한 함선 복도에 육중한 발소리와 말소리가 울려 퍼졌다.

     

   세찬의 명령을 받고 배를 장악하기 위해 들어온 해적들이었다.

     

   「그나저나 이 배에는 아무도 없는 건가?」

   「생명 유지 장치랑 카메라가 작동하는 걸 보면 누군가 관리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해적 한 명이 벽을 가리켰다. 컬트식으로 만들어진 함선답게 복도에도 기하학적 문양이 가득했다. 수많은 문양 중 해적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부분만이 미세하게 빛나고 있었다. 복도에 있는 감시카메라가 작동 중이라는 뜻이었다.

     

   「그러면 우리를 찍고 있다는 거잖아? 근데 왜 가만히 있지?」

   「그건 상황실에 가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배에 잠입한 이후 그 어떤 생명체와도 만나지 못했다. 상황실의 컴퓨터를 확인하면 생존자들이 어디로 갔는지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6인의 해적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걸으면서 발생한 둔탁한 금속음이 복도의 정적을 깼다.

     

   「이 배가 곧 우리 것이 될 거란 말이지?」

   「함장님 성격 아시지 않습니까. 십중팔구 딴 해적들한테 파실 겁니다.」

   「쯧, 아쉽군. 컬트식 함선도 섹시하게 잘 빠졌는데. 성능은 후지지만.」

   「이번 내전에서 에저튼이 선보인 신형 군함은 어떻….」

     

   잡담을 나누며 이동 중이었는데, 선두에 선 해적이 갑자기 오른팔을 들었다. 멈추라는 수신호에 해적들 모두 제자리에 섰다.

     

   「드, 들으셨습니까?」

   「썅, 또 뭐야?」

     

   고참 해적은 또 시작이냐며 짜증을 냈다. 하지만 선두의 해적은 아까와 다른 반응을 보였다.

     

   「잠시만 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아무것도 안 들리는데 뭘 또 들으라고….」

     

   투덜거리던 고참 해적이 입을 다물었다. 진짜 무슨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6명 모두가 입을 다물고 귀를 기울였다.

     

   처음에는 함선 밖에서 부는 바람 소리인 줄 알았다. 행성 전역에서 몰아치는 강렬한 열풍의 소리가 들리는 거라고.

     

   하지만 아니었다. 가느다랗지만 선명하게 들리는 저 소리는 그보다 훨씬 섬뜩한 것이었다.

     

   「…이런 미친.」

     

   그건 아기의 울음소리였다.

     

   「제가 들은 게 맞습니까?」

   「씨발, 애새끼 울음소리가 왜 여기서….」

     

   헤밀턴 카르텔의 해적들은 수많은 전투에 참여한 베테랑들이다. 당연히 온갖 참혹한 광경을 다 봤다.

     

   하지만 아무도 없는 함선 복도에서 아기 울음이 들리는 이런 상황은 처음 맞닥뜨렸다

     

   「…이런 곳에 아기가 있을 리 없어. 누군가가 녹음한 걸 틀은 거겠지.」

   「그, 그렇습니까?」

   「그러니까 이 지랄을 하는 미친 변태 새끼부터 잡는다.」

     

   고참 해적의 말에 다른 5명은 간신히 진정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해적들은 바짝 긴장한 상태로 소리의 진원지를 향해 걸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아름답다고 평한 복도, 지금은 섬뜩하게 느껴졌다. 천장과 벽에 어지럽게 얽힌 문양들, 걸을 때마다 울리는 소음과 아기의 목소리. 어느 하나 불길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그렇게 누구하고도 마주치지 못한 채, 몇 개의 구역을 지났다. 분명 목소리가 향하는 방향으로 이동 중인데, 여전히 똑같이 들렸다.

     

   그뿐만 아니라 울음소리의 높낮이와 발음은 매번 달라서 아무리 들어도 녹음된 것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저 목소리는 녹음된 것이 아니다.

     

   이 자리의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 점을 입 밖에 꺼내는 자는 없었다.

     

   기이한 여정은 얼마 안 가 끝났다. 호화스러운 문양이 새겨진 문이 그들을 가로막고 있었다.

     

   「이 앞이 마지막입니다.」

   「식당?」

   「아마 이 안에 있겠지. 열어.」

   「옙.」

     

   선두에 선 해적이 팔뚝에 있는 기계 장치를 문 옆 단말기에 연결했다. 해킹으로 문을 열 준비를 하고 있는데 또다시 안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괜찮아?”

   “살려 줘…. 죽고 싶지 않아.”

   “안녕.”

   “배고픈데 밥이나 먹자.”

     

   아이의 울음 외에 남성과 여성, 노인, 여러 인간의 목소리가 뚜렷하게 들렸다. 들리는 목소리로만 계산해도 최소 10명 이상이 안에 있다.

     

   「다 어디 갔나 했더니.」

   「씨발, 다 뒈졌다.」

     

   그제야 안심한 해적들은 전의를 불태웠다. 식은땀으로 축축해진 몸이 다가올 살인에 대한 기대감으로 달아올랐다.

     

   이윽고 식당칸의 문이 열렸다. 6명은 가우스 소총을 앞으로 향한 채 안으로 뛰어들었다.

     

   식당 내부는 멀쩡하지 않았다. 식탁들 대부분은 엎어져 있었고, 곳곳에 달린 전등은 고장 난 상태로 깜빡였다.

     

   「뭐라도 보이면 바로 쏴버려.」

   「예!」

   “와, 진짜?”

   “빨리 와.”

   “어이, 거기. 담배 하나 있으면 찔러봐라.”

   “괜찮아?”

     

   목소리의 주인들은 여전히 평온하게 대화를 나누는 중이었다. 

   

   자신들이 얼마나 큰 위험에 처했는지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 보였다.

     

   정신 사납게 깜빡이는 불빛 아래에서 해적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쓰러진 식탁을 지나 그들이 도달한 곳은 주방에 있는 냉동고 앞이었다.

     

   “배고파 죽겠네.”

   “여기야. 여기.”

   “이게 뭐지?”

   “하하하하!”

   「준비해라.」

     

   5명이 총으로 조준하는 사이, 선두에 선 해적이 문고리를 잡았다. 그리고 문을 활짝 열었다.

     

   「뭐야? 없잖아?」

     

   불이 꺼져 있는 냉동고는 텅텅 비어 있었다. 식재료는 물론이고 사람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야! 머리 위!」

     

   문을 연 해적이 황당해 하는 그때, 뒤에 있던 고참 해적이 다급히 소리쳤다. 반응하기도 전에 분홍색 무언가가 그의 상반신을 휘감았다.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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