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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우주괴물이 되었다-379화 (380/400)

     

   물론 원본과 완전히 똑같은 것은 아니고 몇 가지 차이점이 있다.

     

   에이모프의 가시는 엘리멘탈호저의 것보다 단순한 구조를 지녔다. 원본의 가시는 온도를 자유롭게 조종할 수 있는 힘을 지녔다. 반면, 에이모프의 가시는 내부 열선을 이용해 고열을 방출하는 기능만 갖고 있다.

     

   ‘온도 조절 능력은 없지만 대신 좋은 게 하나 있지.’

     

   원본과 달리 에이모프는 이 가시를 발사할 수 있다. 가시 자체도 크고 날카로운 데다가 고열을 품었기에 살상력이 대단히 높다. 인간은 맞자마자 바로 녹아버리고, 함선도 맞으면 구멍이 숭숭 뚫린다.

     

   ‘마침 적당한 파괴력을 지닌 공격 수단이 필요했는데 잘 됐지.’

     

   사이킥 브레스나 ‘검은 탐식자 대포’는 위력이 너무 강해서 쓸 수 있는 상황이 제한적이다. 발열 가시 배갑은 그런 부담이 없으니 아무 때나 쓸 수 있다.

     

   새로 확보한 특성 중 쓸모가 있는 것은 이게 전부다.

     

   사실 이것 말고 유용하지 못한 특성도 하나 얻었는데, 그 부분은 새로 갱신된 초월 시스템과 함께 봐야 한다.

     

   「‘초월’ 재료 목록: 무기물 소화, 수확자의 아가리, 뼈 야수, 지옥의 환영, 울트라 컨트롤(획득되지 않음)」

     

   「‘초월’ 재료 목록: 악마 기계, 타이런트로이드, 파괴수 갑피, 에테르 노심(획득되지 않음), 하이브포머(획득되지 않음)」

     

   「‘초월’ 재료 목록(신규!): 왜소화(획득되지 않음), 굶주림, 감각 퇴화(획득되지 않음), 슬로우라이프(획득되지 않음), 은둔 지향(획득되지 않음)」

     

   이 행성에 온 이후 가장 많이 변한 부분이 있다면 몸이 아니라 바로 유일 특성 합성식들이다. 기존에 해금해 뒀던 합성식들이 갱신되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합성식도 확보했기 때문이다.

     

   ‘먼저 에이펙스들의 특성을 요구하는 합성식부터 볼까.’

     

   역시 파괴수 갑피가 열쇠였는지, 합성에 쓰일 나머지 재료가 전부 공개됐다. 새로 확인된 2가지 재료도 에이펙스 생물로부터 얻어야 하는 특성들이었다.

     

   ‘게다가….’

     

   이 합성식의 재료들에는 획득처 말고 공통점이 하나 더 있다.

     

   그건 바로 내 몸 전체를 변화시키는 특성이라는 거다.

     

   볼텍스원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도록 몸을 개조하는 악마 기계, 부상당할 때마다 몸이 커지는 타이런트로이드, 정제된 합금을 먹을 때마다 성장하는 파괴수 갑피.

     

   ‘에테르 노심’과 ‘하이브포머’도 전신의 구성 요소와 형태를 바꾸는 특성이다.

     

   지금까지 내가 초월 시스템으로 만든 유일 특성들은 전부 재료의 성격에 영향을 받았다. 이번 합성식의 결과물도 내 육신에 반영구적인 영향을 주는 특성이 아닐까 생각된다.

     

   ‘완전한 유기체와 비슷한 타입일지도.’

     

   에이펙스의 특성을 재료로 사용해서 만든 특성이다. 어쩌면 내가 가진 모든 무기 중 가장 강력한 특성이 될지도 모르겠다.

     

   ‘확실한 건 결과물이 나와 봐야 알겠지만.’

     

   다음으로 살펴볼 것은 아스카44에서 새로 해금한 합성식이다.

   

   이 합성식을 해금한 것은 지극히 우연이었다.

     

   세찬을 기다리는 동안 사냥한 생물 중에는 파이로맨서도 포함되어 있었다.

     

   안타깝게도 팔에 열기를 두르는 특성은 획득하지 못했고, 그 대신 얻은 것이 바로 ‘굶주림’이다.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최대 한계가 증가하는 대신, 체내 저장 에너지가 지속해서 감소하는 특성이다.

     

   함정 카드에 가까운 특성을 얻은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귀환파의 랭커들이 공습해 올 것을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현재 내가 가진 특성 중 가장 파괴력이 높은 건 ‘검은 탐식자 대포’다.

     

   이 특성의 효과는 체내에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의 50%를 소모해 초강력 포탄을 날리는 것. 그렇다면 에너지의 저장 용량을 늘렸을 때 위력이 훨씬 강해질 터.

     

   리스크의 경우는 용의 심장으로 상쇄가 가능하다. 이전처럼 사이킥 브레스를 난사한다거나 초광속 항해를 마구잡이로 쓰는 것은 어렵겠지만 말이다.

     

   이처럼 굶주림과 검은 탐식자 대포를 연계해서 쓰는 것이 원래 계획이었다. 새 합성식 정보가 해금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뿐만 아니라 이번에 열린 합성식의 재료들은 굉장히 독특했다.

     

   ‘쓰레기로 악명 높은 특성들만 재료로 요구하다니.’

     

   왜소화, 굶주림을 비롯해 나머지 재료 3개들도 죄다 하자가 있는 특성들이다. 이 중 그나마 좋은 게 굶주림일 정도다. 하나만 얻어도 생존에 큰 문제가 생기는 특성을 무려 5개나 모아야 한다.

     

   ‘일반적인 방법 말고 다른 전략을 써야 해.’

     

   다른 유일 특성을 만들 때처럼 일일이 특성을 포식해서 몸에 적용했다간 큰일난다. 특성 효과를 받지 않으면서 유일 특성 재료로는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이용해야 한다.

     

   ‘불완전 특성 상태로 모아서 합성해야 해.’

     

   절반만 소환된 ‘고뇌의 고리’를 잡아서 얻은 ‘악마 기계’는 불완전 특성 상태임에도 합성 재료로 사용 가능하다.

   

   이 합성식도 마찬가지다. 구린 특성을 전부 불완전 상태에서 모아 합성하면 그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유전자 샘플을 중심적으로 모아야겠지.’

     

   유전자 샘플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이라면 크게 두 가지다.

     

   아웃스페이서의 둥지와 메가콥의 연구 시설.

     

   세찬을 심문하면서 두 곳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살만은 이 행성에 틀어박혀 있으면서 세찬에게 여러 가지 일을 의뢰했다. 그 중 하나가 주기적으로 인원과 우주선을 모집하는 일이었다.

     

   그는 살만이 성간 무역을 위해 운반선을 마련하기 위해 이를 요청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행성에는 대규모 채굴 시설도, 공장도 없다. 테라포밍의 흔적 역시 보이지 않는다.

     

   ‘놈이 하던 일은 무역이 아니야.’

     

   살만의 능력은 야생 동물을 지배하는 것. 그 능력을 활용해 아스카44의 희귀 생물을 동료인 4위에게 전달한 것이 틀림없다. 이를 위해서 커다란 배와 다수의 선원이 필요했던 거고.

     

   그리고 해적 세찬은 이 일을 수행할 능력이 있었다. 메가콥 내 여러 인맥을 갖춘 그는 고용인과 배를 빼돌려 고객에게 공급해 왔다.

     

   장기간 거래가 이어지면서, 세찬은 자신이 조달했던 배들이 어디로 가는지 알게 됐다. 무역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어렴풋이 인지했고.

     

   물론 그곳이 아웃스페이서의 둥지라는 사실은 몰랐지만.

     

   아무튼 살만이 보낸 배가 4위한테 중요한 장소인 것은 틀림없다.

     

   그렇다면 여기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시점에 아웃스페이서의 둥지는 위험해.’

     

   살만이 죽은 뒤, 놈의 동료들은 이곳에 오지 않았다.

     

   내가 순식간에 기지를 박살내는 바람에 연락할 기회를 놓쳐서?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만약 아니라면?’

     

   적들이 일부러 여기 오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만약 내가 다른 때처럼 살만을 죽이고 잡아먹었다고 치자.

     

   같은 파벌의 동료인 4위는 연락이 안 되는 시점에 살만이 알고 있던 정보가 유출됐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거다. 4위의 능력이라든가, 희귀 생물을 전달받는 행성의 위치라든가 등등.

     

   그렇다면 놈이 거기서 취할 수 있는 행동은 무엇일까?

     

   ‘아스카44를 치는 게 아니라 반대로 나를 자신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것.’

     

   살만 때문에 자신의 약점이 노출된 상황이다. 놈은 그걸 역이용해 내가 제 발로 함정에 뛰어들게 만들 속셈인 거다.

     

   ‘지금쯤이면 놈이 지배하는 모든 영역이 완벽히 요새화되어 있겠지.’

     

   게임에서 나는 4위와도 굉장히 많이 싸웠다. 내가 놈의 생각을 읽는 것처럼 놈도 마찬가지. 에이모프가 잠입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염두에 두고 준비해놨을 게 분명하다.

     

   ‘굳이 적의 함정에 기어들어 갈 필요는 없어.’

     

   4위와의 싸움은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최소한 유일 특성 2개는 더 확보한 뒤 싸우고 싶다.

     

   그러므로 여기서 내가 노리는 것은 후자.

     

   ‘메가콥 식민지의 연구 시설.’

     

   세찬은 살만하고만 거래하던 것이 아니었다. 그의 고객 중에는 식민지의 인적 자원 개량을 담당하는 연구 시설도 있었다.

     

   태양계에 위치한 연구 시설이면 잠입하기 쉽지 않지만, 식민지에 딸린 연구 시설이면 얘기가 다르다. 나 혼자라 해도 돌파하기 어렵지 않다.

     

   ‘먼저 불완전 특성을 재료로 사용하는 합성식부터 해결하자.’

     

   재료로 요구하는 것들이 비주류 특성이라 그렇지 얻는 것 자체는 쉬운 편이다. 식민지 연구 시설을 털면 금방 완성할 수 있다.

     

   그 다음 에이펙스 특성을 재료로 사용하는 유일 특성을 만들까 한다. 에테르 노심과 하이브포머는 획득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텍스트박스에 생긴 변화와 계획을 점검하다 보니 어느새 한 시간이 지났다.

     

   함선에 저장된 중요 데이터를 수집한 PS-111과 손가방 크기의 키트를 든 26호가 밖으로 나왔다.

     

   “유용해 보이는 데이터를 전부 수집했습니다.”

   「나도!」

   [즈즈 즈즈즈(둘 다 잘했어)]

   “지금 바로 확인하시겠습니까?”

   [즈(그래)]

     

   이후 몇 시간 동안 나는 PS-111이 추린 데이터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그 결과, 이 행성을 떠나면 어디로 갈지가 정해졌다.

   “메가콥 공식 지정 식민지 LV-06. 이곳으로 가실 생각입니까?”

   [즈 즈즈즈 즈즈즈 즈즈즈 즈즈 즈즈즈 즈즈즈(응. 식민지에 부속된 유전자 연구 센터에 가려고)]

   “유전자 연구 센터라니. 흥미가 생깁니다.”

     

   함선 자재로 만든 홀로그램 장치 앞에서 PS-111이 카메라렌즈로 이루어진 눈을 깜빡였다. 다음 갈 장소가 마음에 드는 듯했다.

     

   ‘그럴 만하지.’

     

   메가콥은 각 식민지에 있는 거주민들을 용도에 따라 끊임없이 개량한다.

     

   가령 인적 자원 생산용 행성의 거주민은 성적 활동이 더 잦아지도록 조정된 상태다. 헐크 뮤턴트의 재료로 사용되는 인간의 경우, 높은 폭력성 및 저지능 상태로 생산된다.

     

   유전자 연구 시설은 식민지의 용도에 맞춰 거주민의 유전자를 디자인하는 역할을 맡는다. 그렇다 보니 다양한 종의 유전자 샘플이 저장되어 있다.

     

   PS-111의 입장에서 보면, 스타유니언의 최고위원, 피라 일레븐의 스크리머 지원선 이후 처음으로 대량의 유전자 샘플을 접하는 거다.

     

   몸을 업그레이드할 절호의 기회이니 좋아할 수밖에.

     

   ‘태양계가 아니니까 구하기 어려운 유전자 샘플은 없겠지만.’

     

   달에 있는 메가콥 데이터베이스에 가면 에이펙스 생물 샘플도 구할 수 있겠지만, 일반 식민지의 연구 기지에서 그것까지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질보다는 양과 다양성에 초점을 둬야 한다.

     

   「식민지 연구 센터면 ‘레버넌트 기관’도 추가로 구할 수 있을까?」

     

   지하에서 올라온 하늘의 어머니가 내게 물었다.

     

   우주괴물 타입 2단계 보상으로 얻은 ‘이중나선의 모노리스’ 덕분에 나는 애들과 그녀에게 특성을 2개까지 이식할 수 있게 됐다.

     

   그녀가 원하는 특성은 ‘레버넌트 기관’과 ‘우월적 항상성’. 이 중 후자는 해적들이 오기 전 파이로맨서를 몇 마리 더 잡은 덕분에 무사히 이식해 줄 수 있었다.

     

   환수(幻獸) ‘천둥새’의 특성 ‘생명의 샘’에 더불어 우월적 항상성까지 얻은 덕분에 그녀의 생존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나처럼 머리와 심장이 파괴되지 않는 이상, 즉사할 일은 없을 거다.

     

   ‘여기서 레버넌트 기관을 얻으면 금상첨화지.’

     

   물론 LV-06에 가서 레버넌트 기관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즈즈 즈즈즈 즈즈 즈즈 즈즈즈 즈즈 즈즈즈 즈즈즈(그건 가 봐야 알 것 같네. 여기는 내가 안 가 본 곳이라)]

   「하긴 나도 저 행성은 게임에서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

     

   그녀는 홀로그램 지도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목적지는 정해졌고. 그럼 어떻게 가면 좋을까.’

     

   늘 하던 대로 초광속 항해로 날아가면 좋겠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약간 다르다.

     

   발밑에 있는 새 친구 때문이다.

     

   ‘마운틴크롤러를 들고 움직이기는 힘들어.’

     

   몸 크기는 나와 비슷한 수준인데, 무게는 나보다 많이 나간다. 맨몸 상태에서 녀석을 들고 초광속 항해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별빛 좌표로 옮기는 것도 어렵고.’

     

   별빛 좌표는 대상의 크기에 따라 이동 후 움직이지 못하게 되는 시간이 길어진다. 나와 엇비슷한 생물을 옮기면 최소 며칠간은 꼼짝도 못할 터. 그 사이에 예측하지 못한 문제가 생기면 매우 곤란해진다.

     

   ‘여기서는 역시 그 방법밖에 없겠지.’

     

   나는 세찬이 끌고 온 해적선에 다가갔다.

     

   메가콥 특유의 유선형 디자인이 인상적인 함선은 길이가 500m에 달했다. 내 몸길이와 비교하면 대략 6배에서 7배 정도의 크기다.

     

   ‘어디 그럼 들어가 볼까.’

     

   나는 PS-111이 뚫어놓은 구멍의 양쪽을 날개 팔로 붙잡았다. 팔에 힘을 줘 구멍을 넓힌 뒤, 세 개의 머리를 먼저 쑤셔 넣었다.

     

   “에이모프가 왜 저러는 거지?”

   「오랜만에 그 기술을 쓰려는 건가 보네.」

   “함선을 침식해 장악하려는 겁니다.”

   “침식?”

     

   배 내부에 몸의 절반쯤 들어간 시점에 나는 침식 촉수를 밖으로 뺐다. 그 과정에서 배의 여러 시설들이 엉망이 됐지만 상관없다. 어차피 이 배의 모든 요소가 내 의지에 따라 재구성될 테니까.

     

   등에서 튀어나온 촉수가 함선 내벽에 닿자 익숙한 텍스트박스가 눈앞에 떠올랐다.

     

   「침식하기 적합한 크기로 확인. 침식 완료까지 5분 소요 예정. 침식 이후 조종 가능한 시간은 현재 60일.」

   「*침식 완료 시간은 침식 대상의 크기에 비례합니다.」

   「*조종 가능한 시간은 사용자가 비축한 에너지에 비례합니다. 조종 가능 시간이 다하면 조종 대상은 자동으로 폐기됩니다.」

   「침식을 개시하겠습니까?」

     

   ‘이 메시지도 오랜만이네.’

     

   내가 두 번째로 얻은 유일 특성이자 맨몸으로 초광속 항해가 가능해진 시점부터는 잘 사용하지 않았던 특성.

     

   특성 자체보다는 그 부수 효과로 생긴 신체 부위인 촉수를 더 많이 활용했던 특성.

     

   우주선을 침식해 지배하는 특성 ‘악몽의 지평선’을 꺼낼 시간이다.

     

   ‘그럼 시작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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