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던 것이 지금은 완전히 바뀌었다.
녀석은 내게 가장 소중한 존재 중 하나가 됐다.
‘과거의 나였다면 이런 기분을 절대 이해하지 못하겠지.’
[즈즈즈 즈즈즈 즈즈즈 즈즈즈 즈즈즈즈 즈즈(그리고 무리의 대장은 함부로 사과하지 않아)]
내 파장을 접한 아드하이가 꼬리를 살짝 흔든다. 나의 진심을 느끼고 기쁨을 표한 것이리라.
그걸 끝으로 녀석의 사념파가 완전히 끊겼다. 부상으로 인해 정신을 잃은 거다. 이 이상 지체하면 위험하다. 나는 녀석에게 보조기관을 겨냥하고 의식을 집중했다.
곧이어 녀석이 푸른빛에 휘감기고 손바닥 위에서 사라졌다.
‘녀석은 무사히 보냈어.’
그걸 본 하늘의 어머니도 초광속 항해를 준비했다. 아드하이가 그랬던 것처럼 파란색 입자가 그녀의 몸을 휘감았다.
「에이모프.」
떠나기 직전, 그녀가 나를 불렀다. 지금 나는 별빛 좌표의 페널티 때문에 대답할 수 없었다.
그녀도 그 사실을 아는지 짧은 한 마디를 던졌다.
「죽지 마.」
그걸 끝으로 그녀는 이곳에서 모습을 감췄다. 그녀가 떠난 검은 공간 위에는 초광속 항해의 증거인 푸른 입자 알갱이들만이 남았다.
잠시 후, 페널티가 끝나고 움직일 수 있게 됐다. 남은 건 PS-111뿐이다.
녀석은 몸 아래쪽에 달린 수납 공간에서 절전 모드인 MPS-05를 꺼냈다.
「가져, 온 MPS-5를 넘, 기겠습니다. 유사시, 연락 가능합, 니다.」
[즈(그래)]
「치료 끝나면, 기가크래커, 함께 지원오겠습니다.」
나는 MPS-05를 받아 입 안에 보관하고, PS-111을 기가크래커로 보냈다.
그런데 녀석이 사라진 직후, 적 전함들이 이쪽으로 몰려오기 시작했다. 초광속 항해를 할 때 발생하는 특유의 에너지 파장이 적들의 이목을 끈 거다.
적들이 움직이지 못하는 나를 잡기 위해 서서히 포위해온다. 개중에 스타유니언의 군함들은 APD(Anti Psychic Drone)를 잔뜩 대동한 상태였다. 사이킥 파워로 어뢰나 함선을 터뜨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거리가 어느 정도 좁혀지자 전함의 주포가 일제히 나를 겨냥한다. 그걸 본 26호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녀석이라 해도 저만큼 많은 APD는 못 이겨.’
내가 전력을 다해 발사한 사이킥 브레스도 놈들한테 쉽게 막힌다. 여기서는 몸을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적의 공격을 견디는 게 최선이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내 예상에서 벗어난 일이 발생했다.
26호의 몸이 기괴하게 뒤틀리더니, 곧이어 수천, 수만 개에 달하는 촉수들이 튀어나왔다. 크고 작은 촉수들이 파도처럼 뻗어 나가 사방에 깔린 APD들을 꿰뚫었다.
‘이건?’
보아하니 톱날 촉수와 흉내 촉수, 그리고 몸을 바꾸는 능력까지 전부 응용한 것 같은데, 확실치는 않다. 게임 속 씨 데몬은 한 번도 이런 능력을 보여 준 적이 없었으니까.
순식간에 작동 중인 APD 중 4분의 1 가량을 삭제시킨 녀석은 그 공백 사이로 사이킥 파워를 마구 퍼뜨렸다. 그와 함께 반투명한 분홍색 피부 위에 사이킥 파워로 이루어진 눈들이 생성되었다.
「큰애기를 괴롭히는 나쁜 쇳덩어리! 정말 싫어!」
해양행성의 악몽이자 바다의 악마라 불리는 존재.
우주라는 이름의 검은 심해 속에서 악마가 포효한다.
텅 빈 우주 공간 위에서 분홍색 살점의 파도가 흐른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촉수들이 얽힌 채 퍼져나가는 그 모습은 폭풍 속의 바다와 같았다.
어쩌면 폭풍이라는 표현이 적합할지 모른다. 강철의 배들은 사방에서 덮쳐 오는 촉수에 휩쓸려 가라앉았다. 그들의 비명과 울음소리는 몰아치는 사이킥 파워 속에서 메아리치다 사그라졌다.
분노한 씨 데몬, 26호가 함선과 선원들을 죽음으로 인도하고 있다.
「26호, 저렇, 게 강했나?」
그 모습을 본 이사벨은 경악에 찬 사념파를 흘렸다. 별빛 좌표의 페널티 때문에 바로 답을 줄 수 없었으나 나도 녀석과 비슷한 생각이다.
내가 여태까지 본 씨 데몬 중 가장 거대한 개체는 전에 심해에서 본 씨 데몬의 시체다. 통상 상태의 시체였음에도 그 크기가 전투 모드에 들어간 26호보다 더 컸다.
그런데 내 앞에서 날뛰고 있는 26호는 그 어느 씨 데몬보다 압도적으로 거대했다. 어마어마하게 늘어난 대량의 촉수들 때문에 그 크기가 수백m는 가볍게 넘기는 것 같았다.
게다가 녀석의 촉수들은 실시간으로 그 크기가 커지고 숫자가 늘어나는 중이다. 몸통은 이미 촉수다발 안쪽에 파묻혀 보이지 않았다.
지금 녀석의 모습은 분홍색 촉수와 수많은 눈알이 겹겹이 쌓여 만들어진 거대한 장미였다. 향기 대신 사이킥 파워를 뿌리는 화려한 꽃이 무시무시한 기세로 적을 휩쓸었다.
적 군함들을 사정없이 박살내는 와중에도 나와 메탈릭 그렘린만큼은 절대 공격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26호를 무서워하던 메탈릭 그렘린 무리도 금방 태도를 바꿔 녀석을 도왔다.
26호의 공세에 맞서는 메가콥과 스타유니언의 함선들은 이전과 달리 대응이 굼떴다. 26호가 방출한 사이킥 파워로 인해 통신망이 마비되서 그런 거다. 적들은 우왕좌왕하다가 촉수에 휩쓸리거나 사방에서 달려드는 은색 악마들에게 물어뜯겼다.
별빛 좌표의 페널티 때문에 못 움직이는 나를 노리던 전함들도 더 큰 위험 요소 때문에 사방으로 흩어졌다.
‘어떻게 된 거지?’
26호에게 촉수를 바꾸는 능력이 있다고 해도 저만큼 모습을 크게 바꾼 적은 없다. 녀석의 신체가 급변하는 경우는 대개 에이펙스 생물을 먹거나, 나한테 특성을 받았거나 하는 등의 계기가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딱히 녀석을 성장시킬 만한 요소가 없다.
‘마그마사우르를 먹은 효과가 지금 나온 건가? 아니면 볼텍스원 포식 때문에?’
26호가 먹었던 여러 먹이들을 다시 따져 보는데, 문득 떠오르는 게 있었다.
‘스크리머.’
이곳에서 26호가 상대했던 스크리머들은 모두 특별한 재료를 이용해 만들어졌다. 강대한 사이킥 능력을 지닌 컬트 랭커 제이슨의 시체 말이다. 내가 적 본대를 상대하는 동안, 녀석은 제이슨 스크리머들과 싸우며 놈들을 포식했다.
‘한 번에 대량의 사이킥 파워를 흡수한 것이 영향을 미친 걸까?’
아니면, 그동안 먹었던 여러 먹이들과 이번에 섭취한 막대한 에너지가 복합적으로 시너지를 일으켜 변화를 촉진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에너지를 먹어서 저렇게 된 거라면….’
체내에 저장된 사이킥 파워가 전부 소진될 시, 원래대로 돌아가겠지.
게다가 당장 당황스러워하는 적들도 곧 적응할 거다. 나를 잡으러 온 놈들인 만큼 EMP에 대한 대응책 정도는 마련해놨을 터.
‘그러니까 지금 아키라 유진을 죽여야 해.’
혼란이 끝나기 전, 적의 머리를 잘라내야 한다.
그리고 놈 또한 나와 비슷하게 생각한 것 같다. 나의 분신체들과 겨루고 있어야 할 놈이 이쪽으로 날아온다. 놈의 뒤에서 26호의 EMP에 휘말리지 않은 스타유니언의 군함들이 분신체들을 상대로 시간을 끄는게 보였다.
분신을 따돌린 아키라가 내게 빠르게 가까워진다. 거리를 좁힌 아키라가 오른쪽 날개를 내게 향했다. 놈이 광탄을 쏘려는 걸 보고 이사벨이 견제에 나섰다.
나를 떠나 물 위를 헤엄치는 뱀처럼 나아간 녀석이 권총을 들었다. 총구가 향하는 지점은 아키라의 오른쪽 날개. 방아쇠를 당기자 총신에 담겨 있던 볼텍스원의 힘이 발동되었다.
하나 이미 한 차례 당한 적이 있는 아키라는 몸을 급강하해서 권총의 공격을 회피했다. 그러면서 파괴되었다가 교체된 왼쪽 날개를 펼치더니 크게 흔들었다. 그러자 날개 안쪽에서 작은 물체들이 튀어나와 스스로 이사벨을 향해 날아갔다.
이사벨은 아키라가 반격하는 걸 보자마자 몸을 움직여 피했지만 한발 늦었다. 예리한 날붙이를 닮은 투사체가 권총을 들고 있는 팔과 몸통을 벴다.
「!」
이사벨은 다급히 허공에 떠다니는 권총을 회수했다. 그사이, 아키라가 녀석에게 바짝 다가갔다.
놈의 갈고리 손톱이 번개처럼 번쩍이고, 깔끔하게 잘린 케이블과 금속 튜브가 우주 위로 흩뿌려졌다.
눈을 노린 아키라의 공격을 간신히 피한 이사벨. 녀석은 길쭉한 몸을 굽혀 적을 통째로 휘감으려 했다. 아키라는 갈고리 손톱이 달리지 않은 두 팔로 이사벨의 몸통을 움켜쥐었다.
그 상태로 놈이 힘을 주자, 볼텍스원의 육신으로 만든 외피가 구겨지기 시작했다. 이사벨은 여러 개의 손을 휘둘러 반격했지만, 적에게 큰 피해를 주지 못했다.
「이, 런!」
‘위험해.’
붙잡힌 순간, 바로 빠져나갔어야 했는데 이사벨이 잘못 판단했다. 아키라는 녀석의 공격을 그대로 받으며 갈고리 손톱이 달린 팔을 높이 들었다.
예리한 손톱이 이사벨의 정수리에 꽂히기 직전, 놈의 뒤로 분홍색 기둥이 나타났다. 26호가 보낸 촉수가 아키라를 강하게 후려쳤다. 그 충격에 아키라가 나가떨어지고, 이사벨은 놈의 속박에서 풀려났다.
「작은친구야, 괜찮아?」
「고, 마워.」
수m 굵기의 촉수에 맞은 아키라는 아무런 부상도 입지 않았다. 다만 자기 일을 방해받아서 그런지, 기분이 좋지 않아 보였다. 놈은 광탄을 발사해 자신을 때린 촉수를 터뜨려 버렸다.
「나쁜애는 때려줄 거야!」
놈과 마찬가지로 분노가 끝까지 차오른 26호는 아파하긴 커녕, 더 많은 촉수들을 보내는 걸로 대응했다. 접근전에서 크게 당한 이사벨은 촉수들 틈에 숨어 권총과 꼬리에 이식된 갤러곤의 발톱검으로 놈을 견제했다.
이사벨과 26호가 아키라를 상대하는 동안, 페널티가 끝났다.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된 나는 다시 전장에 뛰어들었다.
어지럽게 오가는 녹색 열선과 화약 냄새가 짙게 나는 금속 미사일이 나의 커다란 날개에 스친다. 부서진 배의 파편, 인간과 사이보그의 시체가 내 갑각 위에 부딪쳐 바스러진다.
난장판을 뚫고 적에게 접근한 나는 아키라를 붙잡기 위해 침식 촉수를 날렸다. 놈은 곡예비행을 하며 내가 쏜 6개의 촉수들을 피했다. 그러면서 왼쪽 날개를 휘둘러 날카로운 투사체들을 발사했다.
놈이 방사한 물체들이 촉수를 찢어발기기 전에 재빨리 침식 촉수들을 회수했다. 그러자 놈은 방향을 급히 꺾어 내게 돌진했다.
동시에 놈의 오른쪽 날개에서 대량의 에너지가 모여드는 것이 느껴진다. 근거리에서 나를 저격하려는 의도다. 하지만 나는 피하는 대신, 가까워지는 놈에 맞서 질주했다.
놈의 날개에서 광탄이 발사된 순간, 분홍색 벽이 내 머리 앞에 나타났다. 26호가 여러 개의 촉수를 뻗어 놈의 공격을 대신 맞은 거다.
촉수들이 한 순간에 고깃덩어리가 됐지만, 덕분에 에너지탄을 피할 수 있었다. 나는 살점 조각 너머에 있는 아키라에게 뼈 칼날로 덮인 보조기관을 휘둘렀다.
사냥의 표상 상태가 되면 생기는 뼈 칼날들은 머리갑각만큼 단단하면서 또 아주 예리하다. 아키라는 다급히 갈고리 손톱을 뻗어 내 공격을 방어했다.
강렬한 불꽃이 번뜩이고, 놈의 갈고리 손톱과 내 뼈 칼날에 금이 갔다. 서로 칼날을 맞댄 상태에서 놈은 두 다리로 내 주둥이 끝을 걷어찼다. 나보다 압도적으로 작은 크기인데도 발차기에 담긴 힘은 결코 작지 않았다.
내 머리가 뒤로 밀려나는 것과 동시에 놈의 육체도 급속도로 멀어졌다. 거기서 놈은 두 날개를 펼쳐서 내게 공격을 퍼부을 준비를 했다.
‘하지만….’
나와 싸울 때 ‘나 하나’에만 집중하는 것은 그리 현명하다고 할 수 없다.
놈의 측면에서 큼지막한 머리가 튀어나왔다. 군함을 상대하다가 내 부름을 받고 날아온 ‘왼쪽 머리’다. 녀석이 뱀처럼 입을 크게 벌린 뒤, 아키라의 오른쪽 날개를 힘껏 씹었다.
날개가 우그러지는 것과 함께 놈의 얼굴도 확 일그러진다. 놈은 날개를 거침없이 뜯어 버리고 갈고리 손톱으로 분신체의 머리를 내리찍었다.
단단한 머리갑각에 구멍이 나고 안에서 살점 섞인 핏물이 밖으로 솟구쳤다. 분신체에 갈고리 손톱을 박아 넣은 아키라는 상처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분수를 보고 입을 벌렸다.
그때 치명상을 입은 왼쪽 머리가 전투용 팔로 놈을 움켜쥐었다. 이어서 놈의 머리가 물처럼 녹아내렸다. 이사벨이 권총으로 저격한 거다.
일반 인간이었다면 이걸로 끝났겠지만, 놈은 평범한 존재가 아니다.
「아직 안 끝났, 어.」
아키라는 머리가 날아갔음에도 죽지 않았다. 놈은 갈고리 손톱으로 분신체의 손을 찢어발긴 뒤, 빠르게 후퇴했다.
아키라가 물러난 틈을 타 나는 왼쪽 머리에게 다가갔다. 녀석은 치명상을 입어서 이 이상 활동이 불가능하다.
‘고생했어. 이제 돌아와.’
나는 뼈 칼날이 덮인 보조기관을 분신체에 갖다 댄 채 ‘히드라 분열’을 해제했다. 액화된 분신체가 보조기관과 주둥이를 타고 내 몸으로 건너왔다. 잠시 후, 내 목과 어깨 사이 부분에서 왼쪽 목이 솟아올랐다.
현재 나는 아키라의 함정 때문에 회복 특성을 쓸 수 없다. 그래서인지 내게 돌아온 왼쪽 머리도 완전히 낫지 않은 상태로 복구되었다.
그때 이사벨이 내게 파장을 보냈다.
「유전, 자 섭취, 하면 안 돼.」
[즈즈즈즈(특전이야?)]
「섭취 대상, 외형 모방, 하는 특전.」
이사벨의 파장을 인식한 순간, 멀리 떨어진 아키라의 모습이 변하기 시작했다. 머리와 날개 한 쪽을 잃은 육체가 마구 뒤틀리더니 곧이어 익숙한 형태로 변해갔다.
「에이모프 피, 살점 먹었, 으니까….」
커다란 머리갑각과 길쭉한 목,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에 튀어나온 뿔과 턱 아래에 자란 보조기관, 2개의 날개와 4개의 팔, 그리고 긴 꼬리까지. 몸 크기는 불과 10m 정도에 불과했지만, 그 형태는 어디선가 많이 본 모습이었다.
‘에이모프?’
새롭게 변한 아키라의 모습은 머리가 하나만 존재하는 성체 에이모프, 그러니까 내 분신체와 매우 흡사했다.
아키라는 보조기관으로 느껴지는 세계가 마음에 드는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내 모습을 모방한 것이 꽤 만족스러운가 보다.
[즈즈 즈즈즈즈즈 즈즈 즈즈즈즈즈(저런 특전이었으면 미리 얘기해주지)]
「시간, 없어서. 미안해.」
바짝 긴장한 이사벨이 내게 사과했다. 녀석 말도 사실이기에 딱히 뭐라 할 생각은 없다.
‘에이모프를 흉내낸 적이라.’
다른 랭커를 상대하는 중이었다면, 유사 에이모프의 형태를 취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여러 종류의 특성이 적용된 에이모프 성체는 강력한 전투력을 보장하니까.
‘다른 랭커였다면 말이지.’
놈은 나를 여기서 끝장내겠다는 생각으로 비장의 수를 꺼낸 것 같으나, 그건 실수다.
나는 유일한 에이모프 랭커.
상대가 에이모프라면 절대 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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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위원회의 5번째 위원 네메아 파이브는 현재 메가콥의 영역에 와 있었다.
스타유니언의 지배자 중 하나인 그가 직접 이곳에 온 이유는 대수령의 명령 때문이었다.
메가콥과 연계해 ‘특수목표A’라고 불리는 정체불명의 생물을 토벌하는 것.
오랫동안 적대 관계에 있던 세력이 겨우 동물 하나를 잡기 위해 연합한 것이다.
물론 특수목표A가 벌인 일을 따져 보면 일개 생물이라 보기 어렵다. 해당 개체는 11번째 위원 피라 일레븐을 파괴하고, 정예함대를 궤멸시킨 전적이 있기 때문이다.
함대는 금방 복구할 수 있지만 최고위원은 그렇지 않다. 피라 일레븐이 백업해 둔 일부 지식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데이터가 손실되었다. 스타유니언을 지탱하는 기둥 중 하나가 흔들린 것이다.
그렇기에 기계위원회는 이번 토벌 작전에 만전을 기울였다. 메가콥과의 연계뿐만 아니라 대규모 병력과 이를 지휘할 총 3명의 최고위원들을 함께 파견했다. 스타유니언에서 보낸 토벌대의 규모만 해도 가히 원정대라 불러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