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6화 (86/108)

< 중화민족주의2 >

 쉬수정은 손수건으로 이마를 닦았다.

 원체 땀이 많은 체질인데다.

 국민당의 선거본부가 있는 이곳은 남방의 광저우시였다.

 쉬수정은 고층 건물 앞에 서서 한참을 올려다보았다.

 "이 건물이 통째로 국민당 거라고?"

 돈이 어디서 났는지 모르겠다.

 자신이 알고 있는 혁명파들은 대개 가난으로 구질구질하기 이를데 없었는데.

 쉬수정은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안내를 받은 곳은 대리석으로 장식이 된 사치스러운 방이었다.

 기다리고 있노라니 한 사람이 나타났으나

 만나기를 기대하던 사람이 아니었다.

 "대표께서는?"

 "업무가 바쁘신 탓에 제가 대신 맞게 되었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쑨원 선생을 뵙고자 왔습니다만."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쑨원 선생과 저는 모든 가치관을 공유하므로, 제 생각이 곧 선생의 생각이고, 선생의 생각이 곧 제 생각입니다."

 국민당의 최고위원, 왕징웨이.

 그와 같은 정치인은 쉬수정이 가장 좋아하지 않는 유형이었다.

 겉으로 번지르르 말만 늘어놓고 제대로 하는 일 하나 없는, 나라의 도둑놈들이라는 생각이었다.

 "쑨원 선생이 나오지 않는다면 나는 할 말 없소. 일어나겠소."

 "잠시 기다리십시오. 얘기도 들어보지 않고 그냥 가실 생각이십니까?"

 "얘기?"

 "국민당에서 보내는 제안이 있습니다. 선물이라고 해도 좋습니다."

 쉬수정은 코를 긁적였다.

 확실히 정치인들은 사람을 홀리게 만드는 데가 있다.

 오늘의 회담은 돤치루이의 지시로 이루어진 것.

 쉬수정이 대리인으로 안후이파의 제안을 가지고 온 것인데.

 역으로 국민당에서 제안이 있단다.

 사실 돌아가겠다는 말도 쑨원이 나오지 않은 것에 대한 불편함의 표출이지.

 정말로 가겠다는 뜻은 아니었다.

 쉬수정은 못이기는 척 다시 의자에 앉았다.

 "말해보시오."

 "선생은 근본으로 돌아가길 원합니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자는 거지요."

 "뭔 소리요, 그게?"

 "간단합니다. 혁명입니다."

 하얀 이를 드러내며 씨익 웃는 왕징웨이를 보며 쉬수정은 짜증을 느꼈다.

 일본육사에 재학할 때부터 그놈의 혁명 분자들이 꼴 보기 싫었다.

 혁명 운운하며 지고한 이상을 들먹이지만, 결국엔 말뿐이었다.

 "뭔, 또 혁명을 한다 그러시오. 중화혁명당에서 중국국민당으로 당명을 바꾸고 이제 포기한 줄 알았는데."

 "아니오. 단지 방침을 바꾼 것뿐입니다."

 "그럼 당신들이 말하는 혁명이란 대체 뭐요? 나는 모르겠소."

 "알려드리지요. 과거 위안스카이나 장쉰과 같은 무리가 수도에서 소란을 일으켰지요. 이른바 반(反)공화 세력의 반란입니다."

 "알고 있소."

 국체를 지키기 위한 이른바 호국전쟁.

 쉬수정 또한 돤치루이 휘하에서 싸웠었다. 

 "반공화가 몰락한 후, 새로 들어선 정부는 공화를 표방하였습니다. 따라서 명칭도 공화정부로 불리지요."

 "다 아는 얘기요."

 "하지만 지금의 정부는 가(假)공화입니다. 중국의 오랜 역사와 정신을 무시한 채 거짓 공화로 민중을 선동하며 나라를 망치고 있습니다. 진(眞)공화의 출현은 그러한 가짜 공화를 제거해야만 가능할 것입니다."

 쉬수정은 흠칫했다.

 맨날 혁명 어쩌고 뻔한 소리나 늘어놓을 줄 알았는데.

 이번엔 다른가? 

 "진공화의 실현을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정치 아니면 전쟁입니다."

 "쑨원 선생은 각오가 되어 있소?"

 "이미 국가를 위해 본인의 삶을 모두 바친 분입니다. 각오를 묻는 것은 실례에 가깝습니다."

 "군인처럼은 안 보이던데."

 "리위안훙, 한신과 같은 자들은 오래전부터 군대를 사유화하며 중화민국을 교란해 왔습니다. 암적인 존재인 군벌들을 토벌하려면 적극적으로 무력을 행사할 수밖에요."

 왕징웨이가 숨을 고르고 말을 이었다.

 "물론 당장 평정에 나서려는 것은 아닙니다. 총선과 대선이라는 넘어야 할 큰 산이 기다리고 있으니, 국민당은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 또한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선거에서 진다면?"

 "그땐 어쩔 수 없지요."

 능청스레 말하는 왕징웨이의 태도는 그다지 신뢰가 가지 않았다.

 양복이나 빼입고, 전쟁을 알기나 하나?

 그래도 쉬수정으로서는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었다.

 "하나 묻겠소."

 "말씀하시지요."

 "이런 말을 털어놓는 걸 보니 국민당이 안후이파와 동맹을 원하는 것으로 해석해도 되겠소?"

 "바로 맞추셨습니다. 북방에 본거지를 둔 선생의 안후이파와 남방의 국민당이 협력한다면 천하통일을 이룰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북방에는 여러 파벌이 있소. 굳이 안후이파를 골라 제안하는 이유가 뭐요?"

 다른 곳에도 같은 제안을 하진 않았는지 확인해야만 했다.

 쉬수정의 물음에 왕징웨이가 대답했다.

 "확실히 즈리파와 펑톈파 또한 병력이 막강하지요. 하지만 그들은 중화를 생각지 않고 오직 자신들 군벌의 이익만 따라 움직입니다. 3년 전 호국전쟁에서 즈리파와 펑톈파가 뭘 했습니까? 즈리파의 펑궈장은 위안스카이를 추종하며 적의 주구 노릇을 했고, 펑톈파의 장쭤린은 만주에 웅크리고 숨어 눈치만 보았을 뿐입니다. 반면 돤치루이 장관은 참전하여 함께 싸웠지요. 그것만 보아도 보통의 군벌과는 격이 다릅니다."

 "확실히 그렇소."

 "쉬수정 장군께도 저는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최근 외몽골 출병과 관련하여 논쟁이 있었지요. 외몽골이 어떤 땅입니까. 러시아제국이 강제로 강탈해 간 중국의 영토 아닙니까. 다들 몸을 사리고 있을 때, 장군이 용기 있게 나서는 것을 보며 베이징에 진정으로 중화를 생각하는 세력은 안후이파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지요."

 쉬수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외몽골 출병과 같은 사안에는 정치적 뒷받침이 필요했다.

 쑨원은 명망 있는 혁명가.

 꽤 탐이 나는 제안이었다.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하여 정치적 입지를 다진다면 그것대로 좋고.

 공화파와 전쟁을 하더라도, 또 그것대로 쉬수정은 자신이 있었다.

 한신의 참전군이 중동의 전쟁에서 활약했다고는 하지만, 6개 사단 규모의 병력이 전부다.

 육군부에서 본격적으로 군대를 움직이면 중과부적(衆寡不敵)일 것이다. 

 "이번에 내가 가지고 온 안후이파의 제안은 국민당이 외몽골 출병을 지지해줬으면 하는 것이었소. 헌데 아예 돤치루이-쑨원동맹을 말씀하시니. 생각지도 못한 수확이오."

 왕징웨이가 또다시 이를 드러내며 미소 지었다.

 기분이 좋아진 쉬수정은 그 모습이 거북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국민당이 오히려 영광입니다. 외몽골 출병건은 염려치 마십시오. 하나의 중국은 포기할 수 없고, 포기해서도 안 됩니다. 중화민족의 일에 러시아가 끼어들 여지는 주지 말아야지요."

 "문제는 공화당의 반대요."

 "걱정 마십시오. 여론은 점차 바뀌고 있습니다. 중화민족의 이익은 지켜질 겁니다."

 중화라···.

 회담을 마치고 밖으로 나온 쉬수정은 씨익 웃었다.

 중화민족의 이익이니, 외몽골의 복속이니, 옛 중국의 회복이니 하는 말들···.

 그에게는 하등의 의미가 없었다.

 쉬수정은 장쭤린에게 강한 라이벌 의식을 느끼고 있었다.

 나이 차이도 얼마 나지 않는데 출세에서는 사사건건 뒤지고 있으니.

 동북 3성에서 왕처럼 행동하는 장쭤린이 볼 때마다 부러웠다.

 쉬수정은 이번 외몽골 출병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신장과 티베트에도 군대를 몰고 가 정복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되면 동북왕으로 불리는 장쭤린에 못지않는 서북왕이 탄생하게 될 터.

 이번에 내건 서북변경계획안은 오롯이 자신의 영달을 위함이었다.

 그저 자신이 서북왕이 되면 족할 뿐이었다.

 ***

 왕징웨이는 창밖으로 멀어지는 쉬수정의 뒤통수를 노려보다.

 나직이 중얼거렸다.

 "쓰레기 같은 매국노 새끼···."

 정치란 것이 으레 이렇다.

 원하지 않는 상대와도 필요하다면 협상할 수 있어야 한다.

 왕징웨이가 보기에 군벌이란 자들은 모두 똑같은 족속들이었다.

 군인은 어디까지나 정치에 종속되어야 한다.

 한낱 군인 주제에 군권을 마음대로 뒤흔드는 것부터 역적질이나 다름없다.

 "어디까지나 쑨원 선생이 대총통에 오를 때까지만 참는다. 나, 왕징웨이가 그리 만들 것이야."

 프랑스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다시 마주한 쑨원은 예전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

 훨씬 과격하고, 확신에 차 있고, 거룩했다.

 스스로를 메시아로 칭하며 당원들에게 절대적 복종을 요구했다.

 왕징웨이는 시대가 쑨원을 그런 방향으로 이끌었으리라 짐작했다.

 맨정신으로는 살아남기 어려운 때다.

 자신도 도피성 유학을 떠났었으니.

 왕징웨이는 결심했다.

 쑨원이 구세주가 되길 원한다면 구세주로 만들어 주기로.

 먼저 착수한 것은 구체적인 혁명방략 수립이었다.

 북벌을 주장하는 쑨원을 설득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왕징웨이는 눈을 감고 그때의 대화를 더듬었다.

 쑨원의 옹골찬 음성이 귓가에 들려왔다.

 "지금이 딱 적기일세! 광둥군은 이전보다 몇 배나 강해졌고, 지금의 공화정부에는 한신이 없잖나. 일단 군사를 일으키면 외국에서도 광둥의 임시정부를 중국의 적통한 정부로 보고 지원할 걸세!"

 왕징웨이는 간곡히 설득했다.

 "선생님. 한신의 군대가 없더라도, 베이징에는 북양군이 있으니 북벌은 결코 쉬운 길이 아닙니다."

 "뭐야, 지금 내 말에 반대하는 건가? 중화혁명당은 절대복종이 기본일 텐데?"

 "무례를 용서해주십시오. 옛말에 이이제이(以夷制夷)가 있습니다. 오랑캐는 오랑캐로 처리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발상을 전환하여 한신의 군대로 하여금 북양군을 치게 한다면 혁명의 적들이 알아서 자멸하지 않겠습니까?"

 그럴듯한 말에 쑨원이 반응을 보였다.

 "어떻게?"

 "중화혁명당을 일반정당으로 전환하여 대의정치에 참여하는 겁니다. 그리하면 각 군벌과 크고 작은 관계를 맺게 되니, 우리 의도대로 조종할 수 있습니다."

 "난잡한 정치판에 끼어들어 시장바닥의 개처럼 왈왈대며 지지를 부르짖는 건 나와 맞지 않네."

 "물론 압니다. 공화정부에 참여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적들을 기만하기 위한 술책입니다. 선거에서 이기든 지든 결과는 중요하지 않지요. 핵심은 북양군을 조종하여 공화정부와 적대케 하는 것입니다."

 이야기는 잘 되었다.

 중화혁명당은 중국국민당으로 거듭났고.

 총선에 후보를 내며 여당인 공화당의 아성에 도전장을 냈다.

 왕징웨이는 선거본부장으로 일하며, 모든 선거전략을 관리했다.

 한창 언론에서 떠들썩한 중화민족주의와 하나의 중국 개념은 왕징웨이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러시아에서 일어난 공산혁명과 미국 대통령이 천명한 민족자결주의는 왕징웨이에게 영감을 가져다 주었다.

 왕징웨이는 민족의 범위를 확장하여 중화의 이름 아래 두었고.

 그 안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이 탄생하였다.

 왕징웨이는 발걸음을 옮겼다.

 집무실에는 중국 전역에서 발간되는 수십 개의 신문들이 쌓여있었다.

 언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것이 선거본부장의 책무였다.

 무작위로 집어 들었다.

 - 외몽골의 자치는 허상이다.

 마음에 드는 기사. 이미 청조에 수백 년간 복속된 몽골인들은 중화문명에 동화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왕징웨이는 또 다른 신문을 집었다.

 - 참전군을 제5군까지 늘리자!

 중양에서 성과를 거둔 참전군 제1, 2군에 더해 비슷한 규모의 군대를 3개 더 만들자는 얘기였다.

 전방위적으로 뿌린 뇌물덕에 죄다 국민당 편에서 쓴 기사였다.

 하지만 그 뇌물의 출처를 생각하니 절로 기분이 더러워진다.

 "후우···. 씨발."

 신문을 내려놓은 왕징웨이는 욕설을 내뱉었다.

 모든 일이 잘 풀려가는 이때, 그를 괴롭히는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일본제국.

 그 작자들을 어찌 대해야 한단 말인가?

 그가 프랑스에서 돌아왔을 때 쑨원에게는 이미 든든한 후원자가 있었다.

 공개적으로는 숨겼으나, 무려 일본 육군성의 지원을 받는 쑨원이었다.

 도쿄대에서 유학 생활을 했기에, 왕징웨이는 일본의 군국주의 성향을 잘 알고 있었다.

 왕징웨이의 사상을 떠받치는 두 개의 큰 기둥 중 하나가 중화민족주의였다면.

 다른 하나는 반(反)제국주의였다.

 쑨원을 후원하는 일본의 속셈이 무엇인지는 불을 보듯 뻔했다.

 건강한 관계라고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왕징웨이가 말을 꺼낼 때마다, 쑨원은 호통을 쳤다.

 "일본의 후원은 나의 외교적 능력덕이네! 육군성의 원로인 야마가타와 직접 교섭하여 얻어 낸 성과인데, 그걸 부인할 셈인가?"

 일본은 눈이 휘둥그레지는 액수의 차관을 제공해왔다.

 덕분에 군대를 키우고 세력을 확장하는 일은 무리없이 이루어졌지만.

 왕징웨이는 차관을 받을 때마다 빚이 늘어난다는 생각에 좌불안석(坐不安席)이었다.

 반면 쑨원은 깊이 생각하지 않는 듯 보였다.

 "차관이야 언제든 중화민국이 갚을 여력이 생기면 갚으면 되는 것일세. 후원을 받았으면 그걸로 성과를 이룰 생각을 해야지, 그전에 빚부터 생각하다니. 자네 고추는 있는가? 사내 맞아?"

 왕징웨이는 고민 끝에 일단 일본과의 일은 제쳐놓기로 했다.

 쑨원을 대총통으로 만드는 일에만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

 다시 무작위로 신문을 하나 집어 들었다.

 - 참전3군을 편성하려는 배후에는 일본제국의 음모가 있다.

 이게 뭐지?

 이런 기사를 부탁한 적은 없다.

 무슨 신문인가 보니 <베이징 타임즈>였다.

 "아이씨. 이 새끼들, 뇌물을 안 받길래 두 배로 올려줬는데 이따위로 배신해?"

 심기가 불편했으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신문을 펼친 왕징웨이였으나.

 기사를 읽어가면서 점차 안색이 어두워졌다.

 공산혁명 이후 적군(赤軍)과 백군(白軍)으로 분열한 러시아.

 노동자가 중심이 된 사회주의 정부가 국제질서를 위협한다고 판단한 협상국이 군대를 파병하기로 결의했다는 내용.

 여기까지는 아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결성된 국제 간섭군의 중심에 일본이 있고.

 일본이 결정된 규모 이상의 파병군을 조직했다는 것. 그런 과잉파병의 배후에는 시베리아를 삼키려는 흑심이 숨어 있다는 것.

 게다가 일본은 중국에도 파병을 요구하였으며, 참전3군 편성의 진짜 목적은 바로 그 요구에 부합하기 위함이라는 것.

 등등, 처음 접하는 내용이었다.

 기사는 칭다오 공략전 당시 일본이 군대를 보내 키아우초우를 점령하려 했던 사례를 들며.

 시베리아에 출병하는 일본군과 참전3군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었다.

 기사를 덮은 왕징웨이는 어둠 속에서 분을 삭이며 기다렸다.

 마침내 달이 뜬 밤, 쑨원이 나타났다.

 분 냄새가 짙게 났다.

 "뭐야? 아직 있었나?"

 "이 기사. 보셨습니까?"

 <베이징 타임즈>를 받아든 쑨원은 말이 없었다.

 "아셨습니까?"

 "뭘 말인가?"

 "외몽골은 핑계일 뿐 진짜는 시베리아 출병이었다는 사실 말입니다."

 "난 모르는 일일세."

 하지만 왕징웨이는 보았다.

 기사를 읽는 쑨원의 눈동자에서 조금의 흔들림도 감지되지 않는 것을. .

 그는 알고 있었음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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