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6화 (96/108)

< 새로운 시대2 >

 베이징 중난하이.

 여단전쟁의 논공행상이 이루어지는 대회의장.

 대총통이 근엄하게 앉아 회담을 주재했다.

 역시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상석의 리위안훙은 한층 위엄 있고 당당한 모습이다.

 이전에 맡았던 대총통직이 위안스카이 하야에 따른 승계였다면.

 이번에는 정식 선거를 통해 당선되었기에 무게감이 더 크다.

 "각 성(省)의 정무로 바쁠 터인데, 어려운 발걸음을 해주신 독군들께 감사드리오."

 보라.

 저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응대를.

 6년 전 중난하이에서 위안스카이의 등장에 잔뜩 쫄아있던 리위안훙이 아니다.

 그때와 다름없는 것은 두툼한 볼과 뱃살뿐.

 그마저도 예전에는 다소 게을러 보였다면.

 지금은 오히려 넉넉한 거물의 느낌을 준다.

 리위안훙의 오른편과 왼편에는 각각 차오쿤과 장쭤린이 앉아, 공화파, 즈리파, 펑톈파의 삼각편대를 이루고 있다.

 이 세 파벌이야말로 오늘날 중화민국에서 가장 강력한 3대 세력이다.

 장쭤린과 차오쿤이 차례로 말했다.

 "아하하, 별것 아니오. 펑톈에서 유흥거리는 호랑이 사냥밖에 없었는데, 베이징은 신기한 것 투성이요. 지루할 틈이 없소."

 "안건이나 봅시다. 처리해야 할 일이 많잖소."

 야외에서 병사들을 사열할 때처럼 장쭤린의 목소리는 쩌렁쩌렁했으나.

 평소 어조인 차오쿤의 말은 상대적으로 개미목소리로 들렸다.

 회담은 별 무리 없이 원활하게 진행되었다.

 온갖 야합이 이미 이루어져 상당 부분 합의를 거친 덕이었다.

 "육군부 장관에 차오쿤."

 "동의하오."

 "장쭤린은 동3성 독군을 겸하며 만왕상장군(滿王上將軍)의 칭호를 내리기로."

 "동의."

 "한신은 후베이와 후난의 양호 독군으로?"

 "동의합니다."

 큼직큼직한 안건들이 술술 통과되었으나.

 본격적으로 안후이파의 감투를 나눠가질 차례가 되자.

 조금씩 스파크가 튀기 시작했다.

 "다음 안건은 안후이 독군 자리요. 추천할 만한 인물이 있소?"

 안후이파 군벌이 면직한 자리를 어떤 파벌이 차지할 것인가?

 장쭤린이 말했다.

 "아주 적당한 사람이 있소. 안후이 근처에서 오랫동안 활약하며 만인의 존경을 받는 원로시오."

 "누구요?"

 "장쉰."

 뜻밖의 이름에 리위안훙이 눈살을 찌푸렸다.

 "장쉰이라면. 복벽 사건의 그 장쉰말이오?"

 "그렇소."

 몇 년 전, 공화정부를 폐하고 청조를 다시 일으키자며 꼬맹이 푸이를 황제로 옹립했던 장쉰.

 복벽이 실패한 후, 정치감옥에 갇혔으나 호국전쟁의 혼란 속에서 공화군에 협력하는 대가로 사면되었으나.

 아무리 사면되었기로 공화정에 반역을 일으킨 전력이 있는 자를 추천하다니.

 나는 장쭤린이 장쉰을 미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

 장쉰의 아들이 장쭤린의 딸과 결혼한 인연이 있으니, 두 사람은 사돈지간이었다.

 동북 바깥에도 펑톈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속셈이었다.

 하지만, 대가리가 있다면 어떻게 장쉰이 안후이 독군에 오르는 걸 상상할 수 있겠는가.

 "장쉰은 불가하오."

 리위안훙의 단호박.

 안후이 독군은 공화파의 인물이 임명되었다.

 이어진 다음 안건.

 "이번엔 장쑤 독군의 임명건이오."

 "장쑤성이야말로 장쉰이 적합하오! 본래 변자군의 근거지가 바로 난징이었소."

 또다시 장쉰을 추천하는 장쭤린.

 그러나 리위안훙은 고개를 저었고, 장쑤 독군 자리는 즈리파에 돌아갔다.

 장쭤린은 속이 끓어오르는지, 주먹을 꽉 쥐고 부들부들 떨며 상을 툭툭 내리쳤다.

 으르렁거리듯 중얼거리는데, 혼잣말인 듯하면서 회의장에 다 들렸다.

 "펑톈을 이렇게 무시한다고···? 일부러 날 엿먹이는 건가···?"

 무슨 소립니까. 장쉰의 복권은 처음부터 무리라는 걸 알 텐데.

 잠깐만, 설마 모르나?

 설마 진심으로 장쉰의 복권이 가능하다고 믿은 건 아니겠지.

 정갈하던 회의장의 분위기가 삽시간에 얼어붙었다.

 마침 다음 안건이 올라왔다.

 타이밍이 어찌 이리 맞아 떨어지는지, 이번 회의의 하이라이트 안건이었다.

 "다음은 안후이파 처리 문제군. 돤치루이와 쉬수정의 처벌부터 논의해봅시다. 차오쿤, 말하겠소?"

 "나부터 말하겠소!"

 장쭤린이 천둥 같은 음성으로 소리쳤다.

 "···말하시오."

 "돤치루이가 비록 죄를 지었으나, 그간 중국에 기여한 바를 고려하여 귀양 보내는 것으로 처벌을 마무리하는 것이 좋다고 여기오. 또한 지린성에 적당한 장소가 있으니 유배지로 추천하는 바요."

 어째 입을 열 때마다 터무니없는 주장만 해댄다.

 전국적으로 십수만에 달하는 군사를 일으켜 중국을 어지러운 전란에 빠뜨린 자가 돤치루이인데, 기여는 무슨 기여?

 게다가 말이 귀양이지.

 지린성은 장쭤린의 영향력 아래 있는 곳.

 돤치루이의 신병을 확보하여 펑톈파가 안후이파를  흡수하겠다는 심보가 훤히 들여다 보였다.

 내가 끼어들 필요는 없었다.

 다른 쪽에서 장쭤린 못지않은 쩌렁한 음성이 들려왔다.

 "독군의 말씀은 터무니없습니다! 돤치루이는 이번 반란의 주동자인데 고작 유배라니 천만의 말씀입니다! 역적 돤치루이는 군법에 따라 사형에 처하고, 행적이 묘연한 쉬수정 또한 추격군을 편성하여 수색하고 발견 즉시 사살하여야 합니다!"

 장쭤린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발언자를 노려보았다.

 장대한 체구의 거인이 꼿꼿한 자세로 장쭤린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맞받아치고 있었다.

 즈리파의 우페이푸였다.

 "너는 뭐냐?"

 "즈리성에서 제3사단을 맡고 있는 우페이푸입니다."

 "일개 사단장 따위가 감히, 이 자리가 어떤 자리인 줄 알고 함부로 입을 열어? 내게도 사단장은 얼마든지 있다. 그놈들이 벙어리라 조용히 있는 줄 아나?"

 우페이푸는 그저 사단장으로 치부하기에는 지나치게 체급이 큰 자.

 실제 체구나 즈리파에서의 지위나 모두 그러하였다.

 하지만 장쭤린은 그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야! 쑨촨팡! 즈리군의 사단장이 제멋대로 떠든다. 가만히 있을 거냐? 너도 한마디 해라! "

 "뭐라고 할깝쇼?"

 "아무 말이나 해! 내가 저깟 일개 사단장이랑 말을 섞어야겠어?"

 장쭤린의 지목을 받은 쑨촨팡이 우페이푸에게 방긋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쑨촨팡의 거구 또한 우페이푸에 밀리지 않았으니, 두 역사(力士)의 신경전이 나름 볼만했다.

 "어이, 우페이푸. 오랜만에 보는군. 예전에 즈리파에서 날 쫓아낼 때는 이리될 줄 몰랐지? 내가 펑톈에서 사단장을 달 동안, 너는 뭐했냐? 제자리에 그대로구나! 으하하!"

 쑨촨팡은 예전에 펑궈장의 밑에 있었다.

 그러나 펑궈장이 몰락한 뒤 즈리파에서 나와야 했으니.

 그를 쫓아낸 자가 우페이푸였다.

 "너 같이 비열한 이리 새끼를 젖 먹여 키울 생각은 없었으니까. 지금도 나는 그때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아."

 "으흐흐. 그 새끼 이리는 이제 성체가 되었는걸? 어때, 한번 물려볼 테냐?"

 "나, 우페이푸. 태어나 지금껏 걸려 오는 싸움을 피한 적 없다. 원한다면 받아주지. 다만, 그전에 확실히 해두자고."

 "뭘?"

 "너와 나의 싸움 말이다. 일대일의 완력 대결을 말하는 거냐, 아니면 즈리와 펑톈의 전쟁을 말하는 거냐? 어느 쪽이든 나는 좋다."

 이게 국무회의야.

 조폭들이 암흑가에서 떠드는 대화야.

 산으로 가는 회담을 진정시키려는 듯.

 리위안훙이 말했다.

 "두 장군은 사담을 멈추어주시오. 여긴 국무를 논하는 자리요."

 "죄송합니다, 각하."

 우페이푸는 깍듯이 고개를 숙였으나.

 쑨촨팡은 리위안훙 쪽은 시선도 주지 않고 건들거리며 다시 장쭤린 뒤로 걸어가 섰다.

 장쭤린이 말했다.

 "차오쿤! 형님이 한마디 해야 할 것 같군. 형님의 부하가 한 말은 즈리파의 공식 입장이오?"

 "어어···. 어떤 말 말인가?"

 "돤치루이의 처리건 말이오. 형님도 돤치루이를 사형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차오쿤은 답을 못하고 우물쭈물했다.

 그의 시선이 우페이푸에게 향하는 것을 알아차린 장쭤린이 호통을 쳤다.

 "지금 누구 눈치를 보는 거요! 설마 부하에게 휘둘리는 거요?"

 "아, 아니. 나는 우페이푸의 의견을 물으려 했을 뿐이네. 의견을 듣는다고 꼭 찬성하는 건 아니잖은가."

 이번에는 우페이푸의 호통.

 "뭐라 하셨습니까! 설마 펑톈 독군의 주장을 수용하시겠단 말씀입니까?"

 그러나 다시 장쭤린의 고함.

 "넌 닥쳐! 어딜 감히!"

 회담은 어영부영 끝났다.

 아직 안건이 더 남았으나, 계속 했다가는 즈리와 펑톈 사이에 2차 내전이 발발할 분위기였다.

 특히 우페이푸의 분노는 극에 달하여 당장 장쭤린의 목을 돌려버릴 것처럼 팔을 마구 휘둘렀다.

 남은 안건은 다음날 처리하기로 했으나.

 분위기로는 다시 회담이 열릴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웠다.

 굵직굵직한 안건은 처리하였으니, 그나마 소득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소란스러운 퇴장이 이어지는데.

 펑톈파의 참모장, 양위팅이 다가왔다.

 "오랜만이야, 한신. 아니, 독군 각하."

 그와는 일본육사에서 함께 수학한 후 처음 보는 자리였다.

 "양위팅, 좋아 보이네. 졸업하고 감감무소식이더만, 펑톈군에 있었을 줄이야."

 "원래 고향이 펑톈성이야. 말 안 했던가?"

 "어. 말 안 했어."

 그와는 육사 시절 내내 서먹한 사이였다.

 같은 유학생 출신에, 성적 또한 둘 다 좋았으니 친하게 지냈을 법도 하건만.

 함께 워게임을 했던 이후 특별히 어울린 기억이 없다.

 양위팅이 말했다.

 "육사시절이 그립군."

 "그러게 말야. 다시 돌아가면 좀 더 친하게 지낼 수도 있을 텐데."

 "너와 내가? 아서라. 어차피 너는 조선 출신들과 놀 거잖아. 너와 나는 이 정도 사이가 좋아.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성적으로만 경쟁하는 사이 말이야."

 조선인들과만 놀았던 건 사실이지만.

 나는 양위팅이 내게 가지고 있는 라이벌 의식을 확인했다.

 양위팅의 성적이 아무리 좋아도 그 위에는 항상 내가 있었으니.

 어릴 적부터 천재 소리를 들어온 그로서는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게 친해지지 못한 이유였을지도.

 "너희 대장께서 화가 많이 난 것 같은데, 가보지 않아도 괜찮겠냐?"

 "흐. 우리 장군이 진짜 화내는 모습을 못 봤구나. 아까 전의 그건 짜증 섞인 투정 정도에 불과하다."

 "그렇군."

 대화거리가 금방 떨어졌다.

 나는 지나가는 투로 물었다.

 "펑톈은 만족하나?"

 많은 의미가 함축된 물음.

 양위팅은 쉬이 대답하지 않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마적은 결코 만족하는 법이 없지. 하지만, 걱정 마. 네 걸 빼앗지는 않을 테니까."

 ***

 다음날.

 아침부터 열린 회의에는 즈리와 펑톈의 상당수 인물들이 불참하였다.

 차오쿤과 우페이푸, 장쭤린과 쑨촨팡 등이 모두 빠지자 회의는 더할 나위 없이 화목하였다.

 "오늘의 주요 안건이요. 유럽의 대전쟁이 드디어 종전하였소."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암흑 터널에도 마침내 빛이 스며들기 시작했으니.

 그 빛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 것인가?

 광명인가? 또 다른 암흑 터널인가?

 소위 전간기(戰間期)로 불리는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다.

 "중화민국 또한 승전국으로 이름을 올리게 되었으니, 여기 있는 한신 장군의 공이 크오."

 짝짝짝.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

 나는 입을 열었다.

 "지하에 계신 차이어 장군께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짝짝짝.

 리위안훙이 다시 말했다.

 "당장 내년 초부터 프랑스 파리에서 전후회담이 열린다고 하오. 중화민국의 대표로 누굴 파견할지 의논해 봅시다."

 논의 끝에, 신임 외교부 장관 루정샹(陸徵祥)을 필두로 50명의 대표단이 꾸려졌다.

 하지만 전권대표는 루정샹이 아니었다.

 부총통 량치차오가 말했다.

 "본관은 외교특사로 카이로와 런던을 오가며 중화민국의 각종 이권 문제를 처리한 경력이 있소. 파리에도 다녀온 경험이 있으니, 이번 전후회담에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에서는 대통령과 총리가 직접 회담에 참석한다더군. 물론 대전쟁에 대한 이해관계 정도가 다르겠지만, 중화민국 또한 승전국이니 부총통이 참석한다면 어느 정도 급이 맞지 않겠소?"

 타당한 량치차오의 발언은 수용되었다.

 ***

 중난하이에서 공화파가 남은 안건을 처리하는 동안.

 장쭤린은 톈진에 있는 차오쿤의 저택에서 술판을 벌이고 있었다.

 한참을 부어라 마셔라 외치던 장쭤린은 문득 물었다.

 "형님. 형님은 부하가 중요하오? 형제가 중요하오?"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린가?"

 "한번 말해보시오. 부하와 형제,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어느 쪽을 고를 건지."

 부하는 우페이푸를 가리키고.

 형제는 장쭤린을 의미했다. 물론 의형제긴 하지만.

 이런 경우, 차오쿤의 선택은 언제나 같았다.

 당장의 난처함을 극복하는 편에 서는 것이 차오쿤이 오랫동안 살아남은 비결이었다.

 여기 우페이푸는 없고 장쭤린은 있으니, 당연히 장쭤린의 편을 드는 것이 맞았다.

 "형제가 중하지!"

 "역시 그렇지요? 그렇다면 돤치루이의 처리를 이 동생에게 맡겨 주시오."

 장쭤린이 자신을 암살하려 들었던 돤치루이를 비호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홍문연의 진짜 주동자는 쉬수정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도 그렇거니와.

 돤치루이가 몰락했다고는 하나, 여전히 저장과 푸젠 등지에는 안후이 군벌이 건재하고.

 돤치루이를 자신의 휘하에 두면 남아있는 안후이의 잔당 또한 펑톈의 세력권에 넣을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우페이푸가 받아들일지···."

 "아이고, 형님. 또 그 소리요? 분명 형제가 먼저라 하지 않았소? 즈리파의 수장은 형님이오. 우페이푸는 신경 쓰지 말고 형님이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하면 되는 거요."

 차오쿤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장쭤린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

 베이징에서 벌어진 여단전쟁의 논공행상.

 누구는 웃고, 누구는 울었다.

 또 누군가는 잔뜩 화가 나서 자리를 박차고 떠났으니.

 장쉰의 임명을 포기하는 대가로, 안후이파 지휘관들의 처벌은 장쭤린의 의도대로 이루어졌다.

 외몽골 쪽에서 목격담이 나온 쉬수정은 펑톈군이 추격군을 꾸리기로 하였고.

 돤치루이에게는 지린성 유배행이라는 솜방망이 처벌이 떨어졌다.

 돤치루이를 사형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던 우페이푸는 한껏 성을 냈으나 차오쿤은 고개를 저었다.

 격분한 우페이푸는 자신에게 떨어진 즈리 독군 자리도 거부하고 차오쿤의 품을 떠나 허난성 뤄양(洛陽, 낙양)으로 향했다.

 분신과도 같은 제3사단과 함께였다.

 뤄양은 중국의 7대 고도 중 하나인 만큼, 비옥한 요충지에서 힘을 키우려는 의도였다.

 우페이푸가 떠난 후.

 차오쿤의 저택에서는 성대한 결혼식이 열렸다.

 장쭤린의 아들과 차오쿤의 딸이 그 주인공이었다.

 이 결혼식은 오랫동안 한 몸이나 다름없던 차오쿤과 우페이푸의 사이에 금이 가는 사건으로.

 즈리파의 분열을 암시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분열하는 것은 즈리파만이 아니었다.

 여단전쟁으로 촉발된 것일까.

 후방 곳곳에서 온갖 세력들이 준동하고 있었으니.

 중원에서 벌어지는 커다란 전쟁에, 눈치만 보던 지방 군벌들이 일어났다.

 중국은 본격적인 군웅할거의 전국시대로 빠져들고 있었다.

 진정한 대군벌 시대의 개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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