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조선 출신 중국 대군벌-107화 (107/108)

< 평화의 대가2 >

전 세계 수십 억 인류의 존망이 걸린 정치적 결정이 단순히 사내들 간의 기싸움으로 결정될 수도 있다는 사실.

믿기 어렵겠지만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미합중국 제28대 대통령 우드로 윌슨!

회담장 상석에 앉아 은은한 미소를 띠는 윌슨에게는 마치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하늘에서 강림한 메시아 같은 근엄함이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입을 다물고 있을 때 얘기.

본격적으로 프랑스의 클레망소가 갈구기 시작하면, 몸집만 큰 바보 친구처럼 어찌할 바를 모르고 헛소리를 늘어놓으며 허둥대기 시작한다.

"이건 처음부터 평화협상이 아니었소! 말을 들어 먹지 않는 개를 조련하는 거요!"

"말씀이 너무 심하오만···."

"협상은 사람과 하는 거요. 저 맥주 새끼들이 할 줄 아는 거라곤 명령을 받는 것밖에 없으니, 몽둥이를 들고 겁을 줘야 들어먹을 녀석들이오."

정치가들이 과장되게 화를 내고, 배배 꼬는 언사를 내뱉는 이유는.

그들이 멍청해서가 아니다.

결국은 정치의 기술이다.

가스라이팅이다.

미국을 순회하며 평화 14개조를 발표하고.

세계평화를 향한 거대한 이정표를 그리며 위풍당당하게 파리에 입성한 윌슨.

새 시대의 상징으로 온 세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으나, 애초에 깜이 되지 않는 인물이었다.

그저 유아적인 이상주의에 입각하여, 열강 지도자들의 도덕심에 호소하는 것이 그의 유일한 전략.

오직 조국만이 중요하며, 프랑스의 영광을 위해 독일을 지도에서 지워버릴 각오가 되어있는 클레망소나.

오직 선거만이 중요하며, 정권 유지를 위해서는 독일을 죽이든 살리든 상관치 않을 영국의 로이드조지와 같은 인물은.

윌슨의 공허한 도덕주의를 비웃고, 까내리고, 협잡하며 가지고 놀았다.

그 결과가 이 빅3의 회동의 민낯이었다.

나는 엘리제궁의 응접실에 고작 3시간 앉아 있었을 뿐이지만.

빅3의 회의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그들의 서열이 어찌 되는지 훤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회의를 주도하는 것은 클레망소였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회의에 돌입할 때, 분명한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에 도달할 전략과 아이디어를 수립하는 사람은 클레망소가 유일했다.

"독일인은 태어나면서부터 배운 거라곤 협박과 갈취밖에 없는 족속들이오! 명예 같은 것은 죽을 때까지 이해하지 못할 거요! 그러니 우리는 독일의 희생에 마음 아파할 필요는 없소! 오히려 말을 들어 먹을 때까지 더욱더 세차게 때리는 것이 중요하오!"

로이드조지는 그렇게 사자후를 토하는 클레망소를 때때로 유심히 관찰하곤 했다.

정치적 감각만 놓고 보면 로이드조지가 가장 뛰어났다.

상대의 말투와 습관을 파악하여 속내를 짐작해내고, 적당한 타이밍을 골라 호소력 짙은 언어로 영국의 이익을 따내는 로이드조지는 노련한 정치인이었다.

"과거에 프로이센-프랑스 전쟁(보불전쟁)에서 독일이 프랑스를 패퇴시켰을 때, 배상금을 규정했던 것은 독일이었지요. 그들이 세운 기준대로 독일은 협상국의 모든 피해에 대하여 배상금을 지급해야 할 것입니다."

케인스는 독일이 전쟁배상금을 지급할 여력이 되지 못한다는 점을 들어 이미 몇 번이나 로이드조지를 설득했다.

바보가 아닌 이상 로이드조지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사실 그는 전쟁배상금이 얼마로 책정되든 별 관심이 없었다.

그에게 중요했던 것은 자신이 파리 강화회의에서 독일에 배상금을 요구하였다는 사실이 런던 언론지에 실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남은 사람은 윌슨.

우리의 우드로 윌슨!

이 구차한 남자는 애초부터 정치인이라기보다는 행정가, 혹은 목사에 가까운 인물이었다.

처음엔 어설프게 자기주장을 펴다가도 호랑이 클레망소가 으르렁대고 생쥐 로이드조지가 속삭이면.

어느새 처음 주장은 온데간데 없이, 상대의 의도에 휩쓸려버리는 그런 부류의 인간이었다.

"잠시 휴식하겠습니다."

호통을 견디지 못한 윌슨이 자리에서 일어나 방 밖으로 나가 버렸다.

윌슨이 사라지자 클레망소는 미국의 보좌진들을 데리고 또 떠들어댔다.

"프랑스가 얼마나 더 양보해야 된다는 건가! 독일의 카이저를 단두대에 세우지 않는 것만으로도 프랑스는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도리를 보인 거야!"

나는 프랑스어와 영어가 마구 뒤섞인 소란스러운 방을 빠져나왔다.

윌슨이 혼자 있는 이 순간을 지금껏 기다려왔다.

미로 같은 복도에서 조심스레 그를 찾는데.

화장실에서 나오는 윌슨과 딱 마주쳤다.

세수라도 했는지 벌건 얼굴에 물기가 잔뜩 묻어 있었다.

"대통령님? 괜찮으십니까?"

윌슨은 부끄러운 짓을 하다  들킨 어린아이마냥 얼굴이 빨개졌다.

"아, 대사셨군요. 괜찮습니다."

그의 눈가에 물기가 맺혀 있다.

울었나?

"대통령님."

"예?"

이토록 유약한 남자가 미합중국의 대통령이라니.

이건 기회다.

"저는 대통령님을 믿습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프랑스를 제지하기 힘든 만큼.

독일 죽이기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된다?

죽였다가 다시 살리면 된다.

중국과 함께 심폐소생술을 시도할 동지로 나는 미국을 점찍었다.

누가 뭐래도 최고의 우방은 미국이 되어야 한다.

"저 방에 모인 정치인들과, 궁전 바깥에서 대기하는 언론들, 그리고 독일인들, 하다못해 시장바닥 어린아이들까지 대통령님을 비웃고 조소하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미국에서도 대통령님의 행보를 비난하는 자들이 날로 불어나고 있다지요."

윌슨의 눈시울이 붉어진다.

어어? 또 울어? 울지마.

"얼마나 힘드신지 제가 어떻게 짐작하겠습니까. 하지만 이것만은 알아주십시오. 저와 같은 사람도 있습니다. 대통령님의 이상에 공감하며, 세상이 어제보다 더 나아질 수 있다는데 베팅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윌슨은 무어라 말을 할 것처럼 입을 열었다가.

곧 다시 닫았다.

목이 메어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모양이었다.

"저는 대통령님이 이대로 무너질 분이 아니라는 것을 압니다. 믿고 있으니까, 힘내시고 세계평화를 위하는 초심을 잃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윌슨은 훌쩍거리다가.

한참 만에 말했다.

"고맙습니다···. 제게 필요한 것은 응원이었던 것 같습니다. 힘이 나네요."

"그래서 말입니다."

"예?"

여기까지는 빌드업이었고.

이제부터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조약의 조인까지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 가능성이 있는 방면에 집중해야 합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베르사유 조약을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면, 독일의 군사력 해체, 영토 할양, 배상금 부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결국은 군사, 정치, 경제 부문인 것인데. 여기서 군사와 정치는 양보하지요. 우리는 경제에 집중하면 됩니다."

윌슨이 눈을 끔벅끔벅 떴다.

"아니, 그게 아니라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조금 답답하긴 하네.

자, 인내심을 가지자.

눈앞의 이 아저씨는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나라의 지도자다.

"방향을 조금 바꿔 독일이 배상금을 갚을 수 있도록 경제적 지원을 하는 겁니다. 지금 독일에 부과되는 배상금은, 영국이나 프랑스조차 받아낼 거라고 전혀 기대하지 않는 무지막지한 규모입니다. 그저 독일의 금융을 묶어 영원히 회생 불가의 부채 국가로 두려는 시도이지요."

"그런 겁니까?"

"예. 그런 겁니다. 한쪽에선 무거운 배상금으로 짓누르며 다른 쪽에선 독일의 공업력을 박살 내고 무역로를 막으니, 누구나 알 수 있는 이율배반이지요. 하지만 멀쩡히 시도되고 있습니다."

"그런 사정이···."

나는 준비해둔 회심의 카드를 꺼냈다.

"이건 중국의 싱크탱크에서 기획한 독일경제 재건을 위한 보고서입니다. 읽고 평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싱크탱크라고 하지만.

실상은 내가 입안하고 신양그룹의 시시우가 세부 계획을 짠 것.

뭐, 2인 싱크탱크도 싱크탱크긴 하다만.

보고서를 읽으며 윌슨이 중얼거렸다.

"민간공장의 인수합병을 통한 거대 공업 트러스트 창립···, 독일의 우수한 공업 기술을 활용한 자동차 개발···, 폭스바겐 비틀은 또 뭡니까?"

"아, 그건 자동차에 임의로 붙인 이름입니다. 나중에 바꾸어도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윌슨은 묵묵히 있다가 말했다.

"솔직히 나는 경제적인 식견은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읽어도 이 방안이 실현 가능한지 파악할 수 없어요."

"보고서를 의뢰한 싱크탱크는 수십 년 뒤의 미래를 예측해낼 만큼 믿을 수 있는 곳입니다. 원하시면 경제보좌진들과 상의하셔도 좋습니다."

"정리하면 배상금 규모는 그대로 두되, 독일의 경제 체계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재건하여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계획이군요. 그 과정에서 중국과 미국이 역할을 하고···."

"정확합니다."

"하지만 클레망소가 말을 들을지."

윌슨의 안색이 흐려졌다.

그 쇠절구통 같은 프랑스인의 날선 억양을 상상하기만 해도 두려운 모양이었다.

"그에게 말할 필요가 있습니까?"

"에···?"

"클레망소는 독일을 분할하고 군대를 박살 낸 것만으로 만족할 겁니다. 거기에 무지막지한 배상금까지 때려버리니 그로서는 금상첨화겠지요."

"하지만 함께 평화를 고려하는 입장에서 숨기는 게 있으면···."

"대통령님."

나는 주변을 살폈다.

드넓은 엘리제궁이 쥐새끼 한 마리 없이 조용했다.

"그동안 서유럽의 콧대 높은 작자들에게 얼마나 당했습니까? 중국이나 미국의 반의반 땅덩어리도 안되는 나라들이 자기들 멋대로 모든 것을 결정하려 듭니다.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핏대를 올리지요. 생각해보십시오, 그간 얼마나 참았습니까?"

나는 나도 모르게 윌슨의 어깨를 잡고 있었다.

그가 땀을 흘렸다.

"미국이나 중국과 같은 대국의 풍모가 그들에게는 없습니다. 알자스-로렌 같은 코딱지만한 땅 가지고 수백 년 동안 아웅다웅하는 꼴을 보십시오."

"그, 그 말은 정의롭지 못합니다."

"뭐, 어떻습니까? 이곳엔 저희밖에 없습니다."

나는 윌슨의 어깨를 주물러 주었다.

"대통령님, 마음을 굳게 먹으셔야 합니다. 세계 평화로 가는 길은 결코 선의만으로는 이를 수 없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속이는 것은···."

"거짓말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단지 필요한 만큼 충분히 말하지 않는 것뿐이지요. 클레망소가 알아야 할 것은 막대한 규모의 배상금 부과까지입니다. 그 배상금의 조달방안까지 그에게 알려야 할 의무는 없습니다. 그건 베르사유 조약의 범위 밖이니까요."

가쁜 숨을 몰아쉬던 윌슨이 조금씩 진정되어 갔다.

그의 눈빛은 여전히 불안한 듯 흔들렸으나, 그는 내게 처음으로 의미있는 말을 했다.

"해보지요."

나는 윌슨에게 빙그레 웃어주었다.

"유럽 중심의 세계 질서를 한번 재편해봅시다."

***

함께 방으로 돌아온 윌슨은 위풍당당한 면모를 회복한 것 같았다.

초상화에 그려진 위엄있는 세계 지도자 그 자체였다.

"회의를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윌슨은 이야기를 잘 했다.

로드맵을 그려주니 사람이 바뀐 것 같았다.

"···따라서 라인란트, 프러시아, 바이마르 등의 9개 지역으로 독일을 분할하되, 육해공의 모든 군대 또한 해체합니다. 배상금의 규모는 250억 달러 수준으로 유지하고, 오로지 금을 요구하는 대신, 달러와 파운드를 혼용하여 받도록 하는 방안입니다."

나는 클레망소를 힐끗했다.

그의 반응만 살피면 되니까.

다행히 잠잠했다.

성공적인 회담.

자세한 조약의 개정은 미루고 큰 틀에서 합의가 이루어졌다.

"세 정상이 모두 합의에 다다른 것이 얼마 만인지 모르겠습니다."

윌슨은 입가를 씰룩이며 좋아하는 티를 너무 드러내 보였다.

이봐요. 정치인이면 좀 더 속마음을 숨길 줄 알라고.

"오늘 참석해주신 한신 대사에게도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곱씹을수록 탁월한 제안이었습니다."

클레망소가 외쳤다.

"독일의 분할통치방안이 탁월하기는 했는데. 윌슨, 당신이 그런 말을 할 줄은 몰랐군. 갑자기 성자 행세를 포기한 이유라도 있소?"

"제 말은 분할통치를 말한 것이 아니라 경제적인 부문에서 중국의 기여가···."

아니, 뭐하냐고.

미주알고주알 다 털어놓을 작정이냐고.

나는 재빨리 윌슨의 말을 가로채 클레망소에게 물었다.

"시간이 한정되어 있어서 아쉽군요. 혹시 조금 더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뭘 말이오?"

"외무부에서 중국의 이권 회수와 관련하여 회담을 나눴으나, 다수의 이권이 여기 계신 세 분의 조국과 연관이 있다 보니 지지부진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확약받았으면 합니다."

조금 전까지 왁자지껄하던 방이 조용해졌다.

로이드조지가 헛기침하며 말했다.

"관련해서 논의해 보았는데···, 중국의 헌신은 고맙게 생각하나, 당장 모든 조계의 철폐는 시기상조라는 반응이 많습니다. 이미 조계지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자국민이 많으니 하루아침에 모두 철수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이리 나오시겠다.

생각해둔 바는 있다.

"그 말씀은 기여가 부족하단 말인지요?"

로이드조지가 언뜻 말을 못 하는데.

클레망소가 끼어들었다.

"그렇소. 유럽 전선에서 프랑스 병사들 수백 만이 목숨을 바쳤는데, 중국은 뭘 하였소? 중동의 전쟁은 어린애 장난이오. 승전국으로 쳐주기는 하나, 너무 기어오르지는 마시오."

아니, 애초에 중국의 전쟁도 아니었잖아.

괜히 프랑스가 유럽의 중국이라 불리는 게 아니다. 저 고약한 심보를 보아라.

하지만 화난 티를 앞에서 내지 않는 것이 외교의 기술.

나는 짐짓 너털웃음을 지었다.

"물론 그렇습니다. 따라서 저는 중국이 세계에 더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보았습니다."

"그게 뭐요?"

"베르사유 조약에는 윌슨 대통령님의 마스터피스, 국제연맹의 창설이 포함되어 있지요. 하지만 살펴보니 문제가 있더군요."

나는 굳이 뒷말을 잇지 않았다.

클레망소 또한 모를 리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툴툴거렸다.

"뭐 있으나 마나 한 연맹이긴 하지. 모름지기 단체의 힘은 무력에서 나오는 법인데, 그런 부분이 전혀 명시되지 않으니."

국제연맹(League of Nations).

윌슨의 주도 아래 야심차게 창설된 국제단체지만.

2차대전 발발 후 해체될 때까지, 일구어낸 성과는 전혀 없을 예정.

이유는 클레망소가 말한 대로였다.

분쟁에 개입한다고 해도 무력이 없으니 강제할 만한 수단이 아무것도 없었다.

클레망소가 말을 이었다.

"결국엔 어느 국가가 총대를 메고 국제연맹군을 자처해야 할 텐데. 까놓고 말해서 누가 그리하겠소? 다들 자기 나라 안위에만 신경 쓰기 바쁘지."

"중국이 하겠습니다."

방안에 자리한 모든 이의 시선이 내게로 꽂혀왔다.

"방금 뭐라 했소?"

"중국이 국제연맹군의 창설을 담당하겠다고 했습니다."

이번 전략은 1차세계대전 직전에 참전군을 편성했을 때와 동일하다.

다만 그 규모가 훨씬 클 뿐이다.

중국은 내전으로 갈라져 있고.

중앙정치마저 통일되지 못해, 군사력을 키우는데 제약이 있다.

하지만 국제연맹군이라면?

아, 세계 평화를 위한다는데 누가 막냐고!

지난 전쟁에서 참전군 6개 사단을 양성하기 위해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였는지 돌아보면.

국제연맹군 창설을 빌미로, 10개 사단이든, 30개 사단이든, 60개 사단이든.

자유자재로 군대를 뻥튀기 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이는 역사의 굴레에서도 꼭 필요한 일이었다.

2년 후 열릴 1921년의 워싱턴 군축 회의에서 중국은 무기 금수 조치를 받게 된다.

전차나 군함, 항공기와 중포 따위를 수입할 수 없게 된다.

이유는 내전 격화를 막기 위하여.

납득할 만한 조치지만, 내게는 좋지 않다.

나는 압도적인 무력으로 중국을 통일해야만 하고.

그럴 자신이 있었다.

금수조치 따위 씹고 군사력 증강을 꾀할 수 있는 수단은 반드시 필요했다.

"그것 참 감사한 말씀이군요. 중국에 얼마나 더 빚을 져야 할지···."

윌슨이 따스한 눈빛을 보내왔다.

방안에 순풍이 도는 것처럼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풀렸다.

중국의 헌신에 감복한 빅3는 기어코 중국의 모든 조계 철폐에 동의하였다.

80년 전 아편전쟁으로부터 시작된, 지긋지긋한 외세의 간섭에 종지부를 찍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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