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유진이 묵광을 완성하고 한 달이 지난 어느 깊은 밤.
창밖에서는 귀뚜라미 소리가 창문을 톡톡 때리고, 덥지도 춥지도 않은 알맞은 공기가 누워있는 유진을 포근히 감쌌다.
잠에 들 시간이었다. 하지만 유진에게는 하루 중 제일 중요한 시간이기도 했다.
묵광 구축에 성공한 뒤로 남들이 시선이 없을 때면 유진은 내부를 관조하기 바빴다.
‘아직도 미약하지만, 오러와 마력이 점점 커지고 있어. 재밌다. 이런 맛에 백염 녀석들이 하루도 쉬지 않고 수련했던 건가?’
그러던 와중.
끼이이이이익…….
돌연 유진의 방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심지어 이 어두운 방에 등불 하나도 들고 오지 않고, 발소리를 죽이면서 들어오는 누군가.
유진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적어도 우리 가솔은 아니다. 위험한 인물이야.’
이내 호리호리한 체형의 사내가 침대 쪽으로 살금살금 걸어왔다.
그러더니 품속에서 뭔가를 꺼내 들었다.
창밖에서 스며들어온 달빛에 번쩍인 그것은, 기다란 장침이었다.
‘빌어먹을.’
유진은 본능적으로 울음을 터뜨려 도움을 요청하려 했으나.
“응애……!”
텁-!
정체 모를 자객은 재빨리 유진의 목을 틀어잡았다.
숨이 막힌 유진이 팔다리를 버둥거리며 저항을 해보았지만.
바늘은 조금 전에 갓 탄생한 그의 단전을 무참하게 찌르려 했다.
‘안 돼……!’
유진이 속으로 비명을 지르던 바로 그때였다.
치지직……!
유진의 심장에서부터 무언가가 번쩍였다.
보랏빛으로 번쩍이는 기운.
짐승의 발이었다. 날카로운 발톱 네 개가 선명히 보였다.
‘뭐지…… 저건?’
유진도 난생처음 보는 괴현상에 놀라 두 눈을 부릅뜬 순간.
“……!”
촤악!
날카로운 발톱이 자객의 목을 깊게 그어버렸다.
“커억……!”
하지만 자객은 마지막에 몸을 뒤로 피해 가까스로 경동맥이 끊어지는 것을 피할 수 있었다.
그러다 흔들리는 눈으로 유진과 자신의 상처를 번갈아 보다가 곧 창문을 열고 사라졌다.
아마 유진의 심장에서 나온 저 보랏빛 기운에게서 적잖이 위협을 느낀 것일 테지.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이게 현실이었는지 조차도 의심이 될 지경.
숨통이 막혀 있던 유진은 간신히 숨을 몰아쉬었다.
그러는 동안 소란을 들었던지, 저택 곳곳에 불이 켜지면서 유진의 침실로 누군가가 황급히 뛰어 들어왔다.
타닷!
유진의 어머니, 릴리안이었다.
“유진!”
그녀는 방안에 들어오자마자 유진의 상태를 확인하고, 날카로운 눈으로 주변을 탐색했다.
열린 창문, 바닥에 떨어진 장침, 혈흔, 유진의 목에 남은 빨간 자국까지.
모든 상황을 파악한 릴리안은 이를 뿌득 깨물었다.
“자객이 들어왔다고…… 감히……!”
그녀는 그러다 이내 눈물을 글썽이며 유진을 안아 들었다.
“유진, 미안해, 미안해…… 많이 놀랐지? 엄마가 미안해.”
그 사이에 릴리안을 뒤따라온 가솔들이 놀란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아, 아니……! 공자님 방에 누가!”
“여기에 혈흔이 있어요!”
“차, 창문이 열렸어요! 창문으로 도망간 모양입니다!”
시종들의 대화로 분위기가 순식간에 어수선해졌다.
“아이고, 마님! 이를 어쩌면 좋아요?”
계속해서 우왕좌왕하는 시종들, 소란스러운 분위기가 더욱 불안감을 부추겼다.
그러던 참, 릴리안이 나지막이 한 마디를 내뱉었다.
“그만.”
그 목소리는 매우 절제되어 있었으나, 어떤 고함보다도 커다랬으며 어떤 침묵보다도 무거웠다.
“앗…….”
“아……!”
시종들이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이어 릴리안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시종들에게 명령했다.
“당장 저택 출입구를 통제해라. 자객이 숨어있을 법한 장소를 전부 수색해. 그리고 저택 보안에 관련된 모든 자들을 집합시켜. 내 그들에게 책임을 물어야겠다.”
“예!”
그녀의 눈빛에 진한 살기가 피어올랐다.
그에 릴리안의 바로 뒤에 따라온 수호기사 둘이 명을 받들고 쏜살같이 튀어 나갔다.
빨간 갈기가 인상적인 투구를 쓴 그들이 경례를 올렸다.
“충!”
“갈리온, 아스터. 네 잘못을 알고 있느냐?”
얼음장처럼 차가운 목소리가 두 수호기사의 귀에 칼날처럼 꽂혔다.
“예……!”
릴리안의 눈이 깊게 가라앉았다.
“내가 이깟 호위도 못 하는 놈들을 믿었다는 게 치욕스럽기 그지없구나.”
“죄송합…….”
“닥쳐라. 그깟 말로 때우려 하지 마라.”
입을 달싹이는 둘의 말을 차단한 그녀가 돌연 검을 앞으로 세웠다.
스릉……!
“팔을 앞으로 들어라.”
두 수호기사는 안색이 파랗게 질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머뭇거렸다.
릴리안이 모골이 송연해질 듯한 눈빛으로 수호기사를 응시했다.
수호기사들이 눈을 질끈 감은 채 각자의 왼팔을 들어 올린 순간.
서걱, 서걱!
릴리안의 검이 움직였고, 두 개의 팔이 바닥에 떨어졌다.
“크윽……!”
“끄아아……!”
“떨어진 게 네놈들의 목이 아니었다는 걸 다행으로 여겨라.”
시종들이굳어진 표정으로 이 광경을 지켜보았고, 릴리안은 나지막이 말했다.
“나가라.”
“크윽……! 충……!”
“충……!”
두 기사는 각자 떨어진 팔을 주워들고 피를 뿜으며 황급히 방을 빠져나갔다.
당장 신관에게 달려가 치료를 받는다면 팔을 붙일 수도 있으리라.
릴리안은 안아 든 유진의 상태를 자세히 살폈다.
들어오자마자 확인했지만, 혹시 모를 수법이 있는지 한 번 더 확인한 것이다.
릴리안의 오러가 몸속에 들어왔다.
‘어머니가 내 몸을 살펴보고 있구나.’
릴리안의 오러가 유진의 몸속을 헤집는다.
유진은 방금 전 자신의 심장에서 나온 것이 무엇일까 생각했다.
어쩌면 어머니가 그 보랏빛 기운을 알아낼 수도 있지 않을까.
아톰을 들킬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 특수하게 만들어진 장치였으니까.
잠시 뒤.
“다행이야…….”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릴리안이 소리쳤다.
“저 피는 놈의 혈흔이다. 핏자국을 쫓아라!”
오러가 담긴 나직한 외침에 나머지 기사들도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그러나 해결되지 않는 의문점이 있었다.
자객은 누구의 공격을 받고 피를 흘렸는가? 하는 것이었다.
릴리안의 얼굴에 의문스럽다는 표정이 드리웠다. 주변에는 어떤 인물도 유진을 보호한 흔적이 없었으니.
그렇다면…….
그녀가 유진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혹시나 유진이?
릴리안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이 갓난쟁이가 무슨 수로 자객을 물리쳤겠는가.
그러던 참, 뒤쪽에서 중저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릴리안, 유진은 괜찮소?”
음성의 주인은 유진의 아버지, 리처드였다.
“다행히 괜찮아요. 여보.”
“어떤 간 큰놈이 내 아들을 노리다니.”
이를 뿌득 갈던 리처드는 유진에게 다가가 그를 한 번 쓰다듬고는 뒤따라온 집사에게 조용히 일렀다.
“우리 가문을 시기 질투하던 가문이 몇 있을 거다. 북부의 크렘린, 동부의 비세른 가문 정도가 되겠지. 금월단에 연락해서 그들이 최근에 비밀스럽게 움직인 이력이 있는지 조사해라.”
금월단.
전 대륙에 퍼져있는 명실상부 최고의 상인 연합 정보조직이었다.
없는 정보도 만들어내서 일을 꾸미기도 한다는 단체.
교지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상인 가문으로서의 막대한 권한이 이때 드러났다.
릴리안은 가문 내부에서의 탐색을.
리처드는 가문 외부에서의 탐색을 맡은 셈이었다.
감정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듯, 메마른 리처드의 목소리.
“오늘 유진을 여기에서 재울 수는 없겠군.”
“침실에서 같이 자야겠어요.”
“그럽시다.”
유진은 발걸음을 옮기는 두 사람을 차례대로 바라봤다.
‘대부호인 아버지가 원한을 샀을까? 혹은 검술명가 출신인 어머니?’
유진은 완전기억 능력을 이용해서 머릿속으로 방금 전 자객과 조우했던 장면을 재구성했다.
자객이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던 뒷모습.
‘뭔가가 보인다. 저건…….’
놈의 목 뒤, 검을 휘감고 있는 붉은색의 전갈 문신.
‘붉은 전갈. 태양신교의 주교를 죽이며 유명세를 얻는 흑지 반란군의 암살자 집단.’
하지만 어째서?
그런 의문을 품던 차.
“내 아들, 무사해서 다행이다.”
이내 유진을 따스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리처드를 보며 유진도 미소로 화답했다.
며칠간 유진에게 보인 리처드의 모습은 그저 아내밖에 모르는 애처가에 불과했지만.
중요한 순간에는 이처럼 로베르가의 가주로서 유진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다.
‘나를 유리 몸으로 만들었던 게 붉은 전갈이었다고……? 꼭 찾아봐야겠어.’
* * *
그날 밤의 소란이 잦아들고 동이 터오는 새벽.
유진은 일찍이 잠에서 깼다.
곁에 느껴지던 포근한 기운이 사라지니 저절로 눈이 떠졌다.
아니나 다를까, 릴리안은 일찌감치 수련을 위해 밖으로 나섰는지 자리에 없었다.
유진이 주위를 천천히 둘러보았다.
‘어머니만 들어올 수 있게 처리해두셨나 보네.’
릴리안의 침실은 온갖 결계로 막혀 있는 상태였다.
덕분에 오직 혼자만의 안전한 시간을 가진 유진은 작은 손과 발을 꼼지락거리며 기지개를 켰다.
회귀에, 자객, 알 수 없는 보랏빛 기운까지. 예상치 못한 일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났다.
폭풍 같은 일들이 몰아쳤지만, 유진은 오히려 침착했다.
가장 먼저 떠올린 생각은 심장에서 튀어나온 무언가.
‘아마도 이것 또한 회귀와 관련이 있겠지.’
유진이 심장 쪽에 감각을 집중했다.
하지만 아무리 집중해도 알 수 있는 것은 없었다.
‘8성급의 기사인 어머니도 알아내지 못했어. 도대체 이건 뭐지……?’
오러나 마력으로 지칭하기에는 생소했으며 마치 자아를 가지고 있는 것 같은…….
끼익-
“유진, 잘 잤어?”
유진이 고민에 빠져있던 순간 릴리안이 유니콘이 새겨진 딸랑이를 들고 침실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유진은 곧바로 해맑은 표정으로 릴리안을 바라봤다.
“꺄아!”
심각한 고민도 잠시. 이 비밀 생활을 몇 년이나 해야 할지, 조금 막막했다.
* * *
세월이 흘러 유진은 7살이 되었다.
“유진 공자님. 오늘은 우리 교지에서 가장 거칠고 험난한 지역인 북부에 대해서 배워볼 겁니다.”
“……응, 준비됐어.”
유진의 전담 역사 학습 교사인 플레쳐가 외눈 안경을 빛내며 유진을 응시했다.
“오늘도 기대하겠습니다, 공자님. 늘 최고의 학습 수준을 보이니 아주 가르칠 맛이 나는군요.”
“나 가끔 플레쳐가 무서워. 나한테 집착하지는 말아줘.”
“고려해보겠습니다. 오늘도 출발해보죠.”
플레쳐는 벽 쪽에 설치된 칠판에 분필로 글씨를 쓰기 시작했다.
<교지 북부의 역사>
“공자님이라면 당연히 교과서는 모두 공부하셨다고 믿고 빠르게 설명 후 시험을 보죠.”
“그래…… 그러자.”
유진이 지루하다는 표정을 애써 숨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북부에 대해서 알려면, 우리가 밟고 있는 땅인 교지에 대해서 알아야겠죠.”
플레쳐가 말을 이었다.
“교지는 쉽게 말해 세 개의 제국과 수십여 개의 왕국, 그 외에도 도시국가나 공화국 등 백여 개의 다양한 국체(國體)들이 태양신교의 이름 아래에 모인 ‘연합체’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교지에 대항하여 만들어진 곳이 바로 흑지 반란군, 줄여 말해 ‘흑지’입니다. 이들 반란의 주된 이유는 태양신교의 숭배 사상과 세금을 거부하기 때문이며…….”
그는 완전 기억을 가진 데다가, 태양신교에 초고위 계층에 있으면서 교지와 흑지에 대한 모든 정보를 섭렵했다.
그러니 지금과 같은 기초 내용은 듣기 따분할 수밖에.
하지만 유진이 굳이 리처드에게 부탁하여 이러한 시간을 마련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교지와 흑지로 나누어진 대륙의 배경에서 보았을 때, 흑지에 대항하는 가장 큰 세력이자 가문이 있겠죠. 그곳이 바로 북부.”
타악, 탁.
플레쳐가 ‘북부’라는 글자를 분필로 크게 쓰며 강조했다.
“그중에서도 펜첼 가문이 북부의 중심을 맡고 있습니다. 유진 공자님의 외가이기도 하죠.”
뒤이어진 펜첼가에 관한 설명을 들으면서 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펜첼 가는 마수가 들끓는 척박한 북부에서 살아남기 위해 강해져야만 했습니다. 수련을 끊임없이 거듭하고 오러를 연공했습니다.”
펜첼가는 북부를 대표하는 가문이자, 교지 내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무력을 지닌 강성한 가문이었다.
심지어 태양신교조차도 펜첼가에만큼은 큰 입김을 불지 않을 정도였다.
그중에서도 특히.
“현재 펜첼가의 가주로 있는, 공자님의 외조부이기도 한 ‘제이드 펜첼’님께서 북부 전체를 다스리고 계시죠. 그의 이명은…….”
북벽(北壁), 제이드 펜첼.
북쪽을 넘어서기 위해선 제이드를 넘어서야 한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로, 제이드는 북부 그 자체였다.
“한 번은 북부에서 몬스터 스트림이 일어난 적이 있었죠. 대규모 마수 역류 사태요.”
한 번은 몬스터 스트림 사태가 발발하며 마수왕이라 불리던 흑룡이 모습을 드러냈었다. 무려 ‘용’이란 말이었다.
하지만 그 당시의 제이드가 활약을 펼친 결과, 흑룡은 한쪽 눈과 뿔을 잘리며 물러섰다.
그 사건을 계기로 제이드의 명성은 크게 높아지게 된다.
“흑룡이 물러설 정도라니, 정말 대단하지 않습니까? 캬!”
유진이 평가하더라도 제이드의 위용은 하늘을 찌르고 땅을 울리는 정도였다.
오죽하면.
‘그가 일찍 죽지만 않았다면, 태양신교가 대륙 전체를 통치하게 될 일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유진이 그 정도로 높게 평가하는 인물이 제이드 펜첼이었다.
생각을 잇던 유진이 플레쳐에게 물었다.
“이제 사자의 시험에 대해서 알려줘.”
유진이 궁금한 것은 따로 있었다. 바로 ‘사자의 시험’이었다.
“역시 예습을 해 오셨군요. 사자의 시험이란. 쉽게 말해 펜첼가의 혈통 증명식입니다. 목숨을 걸고 치러야 하는 고난이도의 시험이죠.”
플레쳐가 킬킬거린다. 이런 류의 가혹한 시험을 좋아하는 것 같다.
“여기서 시험을 높은 성적으로 통과한 이들은 대대적으로 불멸의 명성을 얻게 되며, 거친 북방의 힘을 등에 업게 되는…….”
물론 유진도 이에 관한 계획을 짜고 있었다. 후에, 적어도 5년은 뒤에 옮길 계획이었다.
‘나에게 가장 필요한 건 입증된 검술이다. 그것도 이 대륙에서도 손에 꼽을 만큼 수준 높은 검술.’
유진은 전생에서 검을 쥐어보지도 못했기에 검술이란 건 이론과 상상만으로 습득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니 무력적인 면을 강화할 수 있었다.
그래서 계획했다.
‘크라우드식 이도류가 필요해.’
크라우드식 이도류.
펜첼가의 혈통으로 인정받은 자만이 전수받을 수 있는 고유 검술이었다.
크라우드는 이 검술을 창안한 펜첼가의 초대 가주를 말했고, 이도류는 말 그대로 검을 두 개 쓴다는 뜻이었다.
지금이야 크라우드가 세상을 떴기에 제이드가 이름을 날리고 있었지만, 사람들의 머릿속에 새겨진 기억의 깊이만 따진다면 제이드조차도 크라우드를 넘어서지 못했다.
‘제이드도 급박한 상황이라면 크라우드식 이도류를 꺼낸다고 할 정도니, 그 검술의 우수성은 의심할 필요 없다.’
물론 전생에 태양신교의 고위층에 있으면서 크라우드식 이도류의 대략적인 형과 식은 알고 있었으나, 그것은 그저 이미지일 뿐.
제이드 같은 펜첼가 직계의 초고수에게 직접 배우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일이다.
태양신교에 대한 복수.
그를 위해서는 기본적인 무력과 검술의 기초가 마련되어야 했고, 유진은 사자의 시험을 통과함으로써 그 계획을 차근차근히 실행할 생각이었다.
‘시험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인다면 펜첼가의 보물고에서 보물 하나를 가져올 수도 있겠지.’
수많은 가문의 보물들이 잠자고 있을 펜첼가의 보물고까지 갈 수 있다면 더욱 좋으리라.
수업이 다 끝나고 플레쳐가 입을 열었다.
“이제 쪽지시험을 볼까요? 오늘도 과연 만점을 받으실지 기대가 되는군요. 흐흐.”
“그렇게 변태처럼 웃지 마…… 왜 학생이 틀리기를 바라는 거야…….”
“천재의 실패는 범재에게는 행복입니다.”
그는 이후 쪽지시험을 보고…….
만점을 받은 뒤 플레쳐에게 부탁했다.
“플레쳐, 나 이제 다 끝났으니 가도 되지?”
“……끄응, 네. 오늘도 바로 수련장으로 가시나요?”
유진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니, 오늘은 아니야. 아버지를 좀 뵈러 가야 하거든.”
그런데 그의 표정이 유난히도 밝았다.
‘전생에는 실패했던 사자의 시험. 그렇다면 지금 해야 할 일은 나의 무술 선생을 슬슬 뽑아야지. 그리고 시험할 것도 있고 말이야.’
로베르가의 최대 장점, 재력.
그것을 마음껏 뽐낼 시기가 왔다.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