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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9화 (9/151)

9화

“누굴 시종으로 만들겠다는 거냐? 설마 우리를?”

아인스가 주먹을 꽉 말아 쥐었다. 아주 몹쓸 말을 들었다는 듯한 반응이다.

당장이라도 라울러와 유진에게 주먹질을 할 것 같았다.

하나, 제인스가 아인스를 막아섰다.

“꼬마야. 넌 뭘 믿고 설치는 거냐? 기댈 데라고는 상인 가문인 너희 아버지나, 펜첼 가문에서 도망간 너희 어머니뿐 아니야?”

유진이 속으로 피식 웃었다.

‘내 말에 반응하지 않고 오히려 부모님을 들먹이며 도발을 한다…… 그래도 형인 제인스가 좀 더 냉정한 편이군.’

하지만.

‘냉정한 건 좋은데, 부모님 욕은 좀 아니지.’

유진이 화가 난 표정을 꾸미며 말했다.

“방금 그 말은 우리 부모님을 모욕하고, 가문을 들먹이는 걸로 봐도 되겠군.”

“네 맘대로 해. 그래서 어쩔 거야? 크흐흐.”

“부모 욕은 그렇다손 쳐도, 귀족 간 가문에 대한 모욕은 중죄에 속한다.”

“아, 그래? 그걸 어떻게 증명해서 어떻게 벌할 건데?”

“목격자가 있으니까 증명이 가능하지.”

제인스가 푸하하 웃었다.

“내 동생과 네 친구가 목격자라는 거야? 내 동생은 내 편이다. 그리고 네 친구의 증언은 누가 믿을까? 이거 완전히 바보 아니야?”

“아니, 라울러 형도, 네 동생도 목격자가 아닌데.”

“……그럼 누가 목격자란 거야?”

유진이 히죽 웃었다.

“있어. 너희가 되게 무서워할 만한 사람.”

그가 라울러가 들고 있던 목검을 가져와 아인스의 가슴팍에 던졌다.

“내가 너 시종으로 만든다고 했지?”

“미친 자식이, 죽고 싶은-”

“가문을 모욕한 죄는 내가 묻겠다.”

말이 끝남과 동시에 유진이 아인스의 종아리 쪽으로 창을 휘둘렀다.

빡!

“윽……!”

아인스가 비명을 삼키며 휘청였다.

하지만 곧바로 목검을 치켜들며 전투 자세를 취했다.

“이 자식……! 너, 지금부터 감당할 수 있냐! 폭력은 가문의 모욕 따위와 수준이 다른 문제다!”

“너희가 나의 가문과 부모님을 욕했다는 명분이 있잖아. 걱정 마. 목격자도 있고.”

“목격자가 대체 어디에 있다는……! 쳇, 좋다. 지금부터 너를 죽사발로 만들어주마……!”

아인스의 팔뚝이 부풀어 오른다.

오랫동안 맨몸 운동과 중량 운동을 병행해온 덕분에 아인스의 근력은 여느 십 대 초반 소년의 것과는 한참 달랐다.

쐐애액!

아인스가 목검을 내리쳤다.

동시에 유진은 창대를 들어 올려 막았다.

콱!

유진이 속으로 조금 놀랐다.

‘오, 근력은 나쁘지 않네.’

그저 관상용 근육으로 보였는데, 펜첼가의 직계라 그런지 생각보다 속도와 힘이 괜찮았다.

아마 일반인이라면 단 한 대에 뼈가 으스러질 터였다.

물론.

‘이 정도로는 좀 약한데.’

유진은 만족하지 못했다.

저 정도로 나쁜 인성을 지녔다면, 그에 걸맞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힘을 보여줬어야 했다.

그래야 아군으로 삼을 마음이 생기기라도 했을 거였다.

그러나 아인스의 힘은 그 정도까진 아니었다.

“불합격.”

“뭣?”

유진이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오히려 물었다.

“지금부터 근 손실 들어갈게. 괜찮지?”

“미친놈이, 그건 금기의 단어-”

말하던 와중, 순식간에 점프해 아인스의 머리 위로 뛰어오른 유진이 창을 휘둘렀다.

“머리.”

딱!

아인스가 비명을 질렀다. 정수리가 목창에 제대로 맞은 것이다.

“아아악!”

그가 화가 나서 목검을 위쪽으로 휘둘렀으나, 이미 유진은 아인스의 뒤쪽으로 옮겨간 뒤였다.

“아프냐?”

“이, 치사하게 말하고 있는-”

말하는 와중에 또 유진이 창을 움직였다.

“머리.”

따악-!

방금 전 때린 부위에 똑같이 창을 휘두른 것이다.

“으아악!”

소름이 쫙 돋는 고통에 아인스가 왼손으로 머리를 움켜쥐었다. 그래도 용케 검은 놓지 않았다.

“약올라?”

“개자식!”

소리를 빽 지른 아인스가 목검을 고쳐 쥐었다. 그러더니 눈빛이 예사롭지 않아졌다.

“후, 우리가 왜 펜첼가의 기대주로 주목받는 줄 알아, 너?”

“기대주였어? 몰랐는데.”

유진은 어깨를 으쓱이며 모르는 척했지만, 조금 전 아인스가 보인 모습은 꽤 인상적이었다.

‘방금 때린 정수리의 그 부위는 마력 회로가 지나는 급소라 엄청 아팠을 텐데, 어떻게든 검을 놓치지 않았단 말이지.’

근력만 좋은 줄 알았더니, 근성도 꽤 좋아 보였다.

유진이 이 싸움이 재밌어 씨익 웃는 와중이었다.

“우리는 오러를 안 써도 충분히 세거든!”

뿌드드득!

아인스가 목검을 고쳐 쥐자 무슨 수수깡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근력을 제대로 실을 모양이었다. 힘이 실린 무기는 곧 속도도 빨라진다.

쿵!

눈빛이 변한 아인스가 발을 뗐다.

그리고 유진의 앞에 도착했다.

‘빠른데.’

유진이 감탄하는 사이.

쐐애액!

가로로 휘두른 아인스의 검은-

유진의 창에 막혔다.

콱!

그러나 유진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봉인 해제 같은 건가.’

목검과 맞닿은 부위가 얕게 파인 것이다. 안 그래도 괜찮았던 근력이 더욱 향상된 것 같았다.

유진이 날카로운 눈으로 아인스를 관찰했다. 분명 오러를 쓰지 않았지만, 힘이 두 세배는 강해진 게 분명했다.

‘이게 말이 되나?’

하나.

“흐흐.”

유진의 표정이 묘하게 상기되었다.

‘역시 펜첼이구나. 천재가 많아.’

그리고 그럴수록.

‘너무 재밌잖아. 꼬마라고 무시할 수준이 아니야.’

피가 끓어올랐다.

“으압!”

아인스가 거의 반쯤 미쳐서는 온 힘을 다해 유진을 향해 검격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쉬익! 콱! 쉭! 콱! 콱!

유진은 순식간에 이어진 열댓 번의 검격 중 대부분을 회피했지만, 세 번은 목창으로 막아냈다.

목창이 거의 다 부서질 지경이었다.

“헉, 헉……!”

아인스는 힘을 많이 썼는지 거친 숨을 토했다.

그에 반해.

“창 부러지겠어. 살벌하네.”

“닥쳐라, 이 멸치 같은 놈!”

“멸치?”

아인스가 일갈하며 검을 확 휘둘렀다. 유진이 뒤로 한보 물러서며 피했다.

그때, 아인스의 눈이 커다래졌다.

스르륵.

유진의 옷이 목검에 스치며 반 정도 찢어졌고.

그 사이로 드러난 아인스는 유진의 몸을 본 것이다.

“미, 미친…… 너…….”

체지방이라고는 한 줌도 될 것 같지 않은, 근육의 결까지도 보이는 복근, 그리고 핏줄.

그리고 어디에 부딪히고 쓸린 건지 무수한 흉터들이 유진의 몸을 온통 뒤덮고 있었다.

“헉……!”

싸움이 커져 뒤로 한참 물러나 있던 라울러도 헛숨을 들이켰다.

“몸이 왜 저래……?”

도저히 12살짜리 아이의 몸이라고는 생각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쯧.

유진이 가볍게 혀를 차더니, 창을 다시 고쳐 쥐었다.

“멸치가 아니잖…… 진성 운동에 미친 놈……?”

“멸치든, 뭐든, 이리 와.”

팟!

유진이 순식간에 아인스의 세 보 앞으로 다가가 창을 움직였다.

이번엔.

쿡!

머리가 아닌 명치였다.

“커억…….”

명치를 찔린 그대로 아인스는 고꾸라지며 중얼거렸다.

“계속 머리만 때리더니…… 이번엔 왜…….”

망연자실한 눈빛으로 아인스가 기절했다.

그때, 뒤쪽에서 무언가가 빠르게 휘둘러져 왔다.

유진은 직감했다.

‘기습.’

궁귀와의 수업 때 마르고 닳도록 겪은 상황이었다.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 갑자기 궁귀는 보법을 밟아 뒤통수를 갈기곤 했으니.

“이야아앗!”

목검으로 뒤통수를 치려는 제인스의 기습 따위는-

“뭐하냐, 너?”

아무것도 아니었다.

타악!

뒤돌아 제인스의 목검을 움켜쥔 유진의 눈이 시퍼런 안광을 내뿜었다.

“헉……!”

제인스가 본능적으로 뒷걸음질을 쳤다.

자신의 모든 힘을 꺼내든 아인스조차도 일격에 당했다. 제인스는 이미 거기에서 기가 꺾였다.

유진이 제인스의 목검을 그대로 잡아당겨 빼앗았다.

그가 목검을 거꾸로 쥔 채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이번엔 네 차례니?”

그 순간만큼은.

아군이었던 라울러도.

뒷걸음질을 치던 제인스도.

어느 높은 곳에서 이 광경을 바라보고 있던 ‘목격자’도.

유진의 기세에 전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라울러가 입을 벌린 채로 조금 전 유진의 모습을 복기했다.

‘정말로…… 창이 검을 이긴 걸까?’

아니면.

‘유진이 그만큼 강한 걸까?’

* * *

펜첼가의 맨 꼭대기 층.

한 남자가 뒷짐을 진 채 창가에 서서 아래를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그의 옆에는 펜첼가의 일등 집사가 상황을 보고했다.

“일단 네 아이는 왔고, 다섯 아이는 오고 있는 중으로 보입니다.”

남자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대답을 하는 그의 입가에는 은근한 미소가 섞여 있었다.

“라울러와 유진, 이라고 했나. 몇 살이지?”

“네. 라울러는 14살, 유진은 12살입니다.”

“음.”

남자는 더 이상 뭔가 묻지 않았다.

다만, 조금 전 수련실에서 느껴졌던 전투 소음과 대화 소리를 되뇌었다.

-……그럼 누가 목격자란 거야?

-있어. 너희가 되게 무서워할 만한 사람.

남자는 10성급의 경지에 이르렀기에, 심안(心眼)으로 수련실 안에서 일어났던 모든 장면을 생생히 그려낼 수 있었다.

창을 든 유진의 움직임, 두 쌍둥이 형제가 고꾸라지는 모습, 제인스가 울부짖는 목소리까지.

남자, 제이드 펜첼이 작게 웃었다.

“재밌는 녀석이 왔군.”

그때였다.

똑똑.

“들어와라.”

문을 열고 들어온 사내는 굳어진 얼굴로 인사를 올렸다.

“가주님을 뵙습니다.”

“무슨 일이냐.”

“이런 일로 말씀드리기 뭐하지만, 아이들 사이에 다툼이 있었나 봅니다.”

제이드의 둘째 아들, 시리우스 펜첼이 이를 뿌득 깨물며 말했다.

방금 전 수련실에서 일어났던 일을 말하는 것이었다.

“제 아들놈들이, 유진이라는 녀석과의 대련에서 패배한 모양입니다.”

그는 인스 형제가 두들겨 맞은 것을 문제 삼고 있었다.

제이드의 눈살이 좁혀졌다.

“일에 대한 설명을 많이 축소하는구나.”

“……면목이 없기에 그랬습니다.”

수련실에서 일어났던 일을 정확히 말하자면.

인스 형제가 유진에게 시비를 먼저 걸었고, 유진이 인스 형제를 상대로 대승을 거뒀다.

그런데 시리우스는 여러 사실들을 감추고 일부만 말한 것이다.

제이드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래서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이냐.”

“사자의 시험이 곧 치러집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통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깟 대련 한 번에 아이들을 저 지경으로 만든 유진이라는 녀석을 벌해야-”

“그만.”

제이드의 목소리가 깊게 가라앉았다.

“아, 아버지.”

시리우스 역시 8성급의 수준에 오른 고위 기사 출신이었으나, 제이드 앞에서는 맥도 추리지 못했다.

“아들아.”

“예, 아버지.”

“너는 내가 수련실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었는지 하나도 모를 거라고 생각하는 게냐?”

“…….”

시리우스가 입을 꾹 다물었다.

물론 알았다.

10성급.

인간이 아니라 차라리 반신(半神)의 경지에 오른 것이 더 정확하다고 묘사되는 이 인물이 건너편 건물에서 일어나는 일조차도 듣고 보지 못했을까?

그럴 일은 있을 수 없었다.

다만, 시리우스는 제 아들이 이토록이나 얻어맞고 들어와 그 덕분에 생길 결과가 분한 것이었다.

‘아인스, 제인스. 아들놈들이 다친 거야 아무래도 좋다. 원래 아이들은 싸우면서 크는 거니까. 하지만.’

그가 용납할 수 없는 건 따로 있었다.

‘사자의 시험은 별개의 문제야.’

두들겨 맞은 것까진 어떻게 참을 수 있었으나, 인스 형제가 사자의 시험을 앞둔 시기였기에 시리우스는 매우 예민한 상태였다.

펜첼가의 정식 일원으로서 인정과 지원을 받고, 명예를 크게 드높일 기회가 바로 사자의 시험이었으니까.

“아인스와 제인스가 유진에게 먼저 시비를 건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시리우스가 무거운 음성으로 내뱉었다.

“녀석은 오러를 사용했습니다. 가문 내에서는 정식 대련이 아닌 이상, 오러를 사용할 수 없잖습니까.”

“오러?”

“예. 녀석은 펜첼가의 규범을 무시했습니다. 처벌이 불가피합니다.”

시리우스는 확신했다.

아인스가 근력을 최대로 끌어올리고, 제인스까지 가세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유진은 승리를 거뒀다.

아니, 그냥 승리가 아닌 둘 모두를 기절시키기까지 한 승리였다.

이는 누가 어떻게 보더라도 유진이 규격 외의 힘을 꺼내 들어 인스 형제를 압도한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게 아니면 이 상황은 절대로 설명이 되지 않았다.

그에 제이드가 조용히 눈을 감으며 말했다.

“유진, 그 녀석은 오러를 사용하지 않았다.”

“……!”

시리우스가 놀라 소리 없이 주먹을 움켜쥐었다.

오러를 사용하지 않았다니.

믿을 수가 없었지만, 반신의 경지에 오른 제 아비의 말은 곧 법이자 사실, 진실이었다.

“오히려 오러를 사용해야 했던 쪽은 네 두 아들이었지. 나약한 녀석들.”

“아버지……!”

감히 제 아버지인 제이드에게 반발심을 표할 순 없었지만, 그 분노의 화살은 유진에게로 돌아갔다.

유진이라는 놈을 아직 직접 만나보지는 못했어도.

감히 펜첼 가문의 첫째 직계 자손의 아들을 건드린 녀석의 낯짝을 보면 한 대 쳐주고 싶었다.

“나가라.”

“……예.”

아비 된 자로서 자식들의 평판은 곧 아비의 명예와 같다.

시리우스가 뒤돌아 방을 나서며 이를 갈았다.

‘이 못난 놈들, 더 강하게 만들어야 하겠군. 그 누구 앞에서도 무릎 꿇지 않게끔.’

그 방법을 시리우스는 알고 있었다.

‘아직 한참 이르지만…… 그걸 쓴다면…….’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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