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화
“허억, 허억…….”
라울러의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검은 똑 부러졌고, 체력은 거의 소진되어 뒷걸음질 치는 것도 힘에 부칠 지경이었으니.
상황이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라울러는 그동안 자신이 검에 자신이 있고, 능숙하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막상 제대로 된 적수를 만나니 힘을 제대로 쓰지도 못했다.
그나마 녀석들에게 깊은 상처를 하나씩 남기긴 했지만, 한 마리라도 제대로 쓰러트리는 일은 어려웠다.
설상가상으로.
‘빌어먹을……! 검이 부러지는 게 말이 되는 거야……!?’
입구에 있던 토끼 녀석이 지급해 준 무기였는데, 이렇게 쉽게 망가져 버리면 싸우지 말란 소리나 다름없었다.
“크어어어!”
이미 승기가 기울었다고 확신한 얼음 동상들이 괴성을 지르며 라울러에게 달려들었다.
“끝인가…… 하.”
그냥 통과를 선택했으면 됐을 것을, 굳이 호기롭게 도전을 선택해서 이 지경이 된 건가 싶었다.
라울러가 눈을 질끈 감고 탈락 통보를 기다리던 그때.
착-
라울러를 향해 장창 하나가 날아들었다.
자연스럽게 받아든 라울러는 뒤를 돌아보았다.
유진으로 추정되는 녀석과 두 귀를 축 늘어뜨린 토끼가 라울러를 응시하고 있었다.
‘유진이…… 나를 도운 건가?’
추측에 불과했지만, 도움을 받은 것이든 뭐든 지척까지 치달은 얼음 동상들을 일단 상대해야 했다.
다만, 쥐어진 무기가 검이 아닌 창이라는 게 라울러를 멈칫하게 했지만.
라울러의 머릿속에 번갯불이 튄 것처럼 한 가지 기억이 지나갔다.
-이게 ‘란(攔)’이야.
-이게 ‘나(拿)’고.
-이게 ‘찰(扎)’!
연무장에서 유진이 선보였던 창술의 기본 동작이었다.
왠지 모르게, 아무런 근거도 없었지만.
라울러는 란, 나, 찰을 이용해서 저 10마리의 얼음 동상들을 전부 쓰러트릴 수 있을 것 같은 기묘한 자신감이 차올랐다.
생각을 더 이을 시간은 없었다.
“쿠어어어엉!”
쐐애액!
한 녀석이 라울러의 복부를 향해 검을 깊게 찔러왔다.
비록 오러를 쓰지 않은 공격이었지만, 놈의 체구에서 나오는 순수한 근력은 가공할 만한 위력을 보였다.
하나.
라울러가 마치 뭐에 홀린 것처럼 ‘란’을 시전했다.
“이게 ‘란’……!”
그 결과.
휘이익, 타악!
창을 앞쪽으로 세워 반시계방향으로 돌려 검을 쳐내버렸다.
“크으웅!?”
예상치 못한 방어에 얼음 동상이 중심을 잃고 라울러를 스쳐 앞으로 넘어졌다.
이어.
“크우우!”
바로 뒤쪽에서 단검을 들고 쏜살같이 달려든 얼음 동상은-
“이건 ‘나’!”
라울러가 시계방향으로 돌려 쳐낸 창에 단검을 든 얼음 동상도 라울러를 지나 바닥에 턱을 박고 엎어졌다.
그림 같은 방어였다.
급작스럽게 향상된 라울러의 전투능력에 얼음 동상들도 흠칫하는 사이, 라울러가 본인도 놀라 말을 더듬었다.
“이, 이게…… 창…… 인건가?”
창은 분명 살면서 처음 잡아보는 무기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수년을 다루고 휘둘러 온 검보다도 더욱 편안하고 다루기가 쉬웠다.
거의 원래 제 주인이었던 것 마냥 라울러는 창과 자신이 한 몸처럼 붙어있다는 느낌을 받을 지경이었다.
‘유진…… 네가 정말 옳았던 거야.’
유진의 안목에 감탄하는 사이.
“후우, 이제…… 상황이 바뀐 것 같은데?”
라울러가 이내 호흡을 고르며 얼음 동상들을 노려봤다.
창이 자신에게 딱 알맞은 무기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으니 없던 힘이 샘솟는 느낌이었다.
“이제, ‘찰’ 남았다.”
그가 얼음 동상들 사이로 와락 달려들었다.
* * *
그 시각.
토끼 모습을 한 사자의 정령이 서럽다는 듯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아, 정말…… 내가 어쩌다가…… 12살짜리 꼬맹이한테 휘둘려서…….”
“맞는 일을 한 거야. 무기가 부러졌는데, 그게 무기를 어설프게 만든 네 탓이지 라울러 형 탓이야?”
“근데 왜 상관도 없는 네가 끼어드느냐고! 싸이코 같은…….”
“자꾸 싸이코, 싸이코 하면 나 호수 왕복 또 한다? 때렸던 데 또 때려줘?”
“그, 그것만은……! 알겠다고!”
쯧.
가볍게 혀를 찬 유진이 다시 라울러를 응시했다.
쿵!
라울러는 마지막 하나 남은 얼음 동상을 쓰러트리고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토끼가 입을 삐죽 내밀었다.
“너도 빨리 들어가라. 너한테는 아주 제대로 된 무기를 만들어 줄 테니까 말이야. 죽어도 안 깨지는!”
“알았으니까 보채지 마. 맞기 싫으면.”
“으으으……!”
“검으로 줘.”
토끼가 이빨을 으득으득 갈든 말든, 유진은 토끼에게 검을 받아들고는 얼음동굴 안쪽으로 입장했다.
경계선을 지나자.
번쩍-!
저 멀리에서 붉은 안광을 뿜어내며 다가오는 얼음 동상들의 모습이 눈에 훤히 보였다.
발광석이 분명 주위를 밝히고 있긴 했지만, 막상 안으로 들어오니 체감상 밝기가 그렇게 밝지 않았다.
마치 동공을 인위적으로 좁힌 것 같은 느낌. 놈들로부터 느껴지는 기세에 무의식적으로 위축되는 것 같았다.
철걱, 철걱…….
10마리씩이나 되는 거구의 얼음 동상들이 유진을 향해 걸어온다.
가히 대단한 위압감이 들었다.
아직 싸워보지는 않았지만, 유진은 라울러가 이들을 상대해서 완승을 거뒀다는 게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물론.
‘난 이 싸움을 아주 천천히, 즐겁게 음미할 거다.’
이내 위축되었던 마음이 이완되면서 눈빛이 한순간에 예리해졌다.
쿵쿵쿵쿵쿵!
각양각색의 무기를 든 얼음 동상들이 유진을 향해 돌진했다.
검을 든 놈이 다섯 마리.
메이스, 단검, 봉, 창, 도를 든 놈이 다섯 마리였다.
유진이 굳이 통과가 아닌 도전을 택한 이유는 단 한 가지.
‘검을 든 놈들의 동작을 잘 살펴봐야 해.’
순식간에 유진의 코앞까지 치달은 놈들이 무기를 휘둘렀다.
유진은 몸을 빠르게 숙이며 곡예운을 펼쳤다.
무기와 무기 사이에 생기는 공간에 몸을 절묘하게 비틀어 넣어 회피한다.
매우 아슬아슬한 느낌이었으나.
‘이게 곡예운의 묘미지.’
부웅! 부웅!
유진의 머리통을 향한 무기들은 죄다 허공을 갈랐다. 짜릿함이 온몸에 물밀 듯이 퍼져 나간다.
“크우우우웅!”
공격에 실패하자, 이번에는 놈들이 유진의 하체를 노리고 바닥을 쓸었다.
그에 유진도 대응을 달리했다.
바닥을 찍는 메이스, 발목을 노리는 도, 허벅지를 찌르려는 단검, 종아리를 때리려는 봉, 무릎을 쪼개려는 창, 허리를 쑤셔 드는 검…….
이 모든 공격들은-
‘여기서 좀 많이 연습해볼까.’
무기가 지나가는 궤적의 빈틈을 찾아 발걸음을 옮기면 그만이었다.
타다닷-!
유령보였다.
모든 공격을 흘렸다.
수준 높은 다수의 공격 덕분에 유령보의 숙련도가 급격하게 높아지는 게 체감이 될 정도였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유진은 여전히 검을 든 놈들의 동작을 마치 잡아먹기라도 할 것처럼 노려봤다.
그리고.
‘슬슬 보인다. 왼쪽으로 벨 때, 오른쪽으로 벨 때, 찌를 때, 뺄 때, 내리칠 때, 올려칠 때…… 모든 동작에 규칙이 있어.’
크라우드식 이도류의 근본이 되는 펜첼의 기초 검술.
그 형과 식이 얼음 동상들의 검무에 녹아 있는 것이었다.
이는 묵광의 성취 덕분에 발달한 기감 덕분에 파악할 수 있었다.
‘저 동작들을 잇고 이어 구사하면, 검무의 맨 마지막 검격에서 한 번을 휘둘러도 여러 개의 검흔이 생긴다.’
일격다흔(一擊多痕).
펜첼가 기초 검술을 완성하고 나면 보이는 펜첼가 검술의 특징이었다.
이 정보는 전생의 기억을 통해 알고 있는 것.
‘하지만 아직 부족해. 아주 작은 단면만을 파악한 것일 뿐이야.’
아직 얼음동굴 2단계에 불과한 상태였기에, 얼음 동상들은 그 정도 수준까지를 보여주지는 않고 있었다.
‘아마 3단계, 4단계까지 가면 일격다흔을 관찰할 수 있을 거고, 그때 나 또한 펜첼 기초 검술을 제대로 습득할 수 있겠지. 그러니 2단계에서는 기본적인 동작부터 확실하게 습득해야 해.’
그랬기에.
쉭! 쉬이익!
처음에 들고 있던 검으로 공격이라고는 단 한 번도 하지 않고 오로지 회피하기만 했다.
그렇게 유진이 대략 10분가량을 회피만 했다.
그러자.
“크어어어!”
“크아아아아!”
얼음 동상들에게도 감정과 같은 감각이 있는 건지, 그들은 약이 바짝 오른 모습이었다.
이 광경은 제삼자가 본다면 의아하게 여길 장면이었다.
하지만 유진은 무기들의 사이를 바람을 타고 날아다니는 깃털처럼 누비며 고개를 저었다.
“부족해!”
검을 든 동상들이 행하는 동작들을 더 많이 관찰하고 싶었다.
그와 동시에 곡예운과 유령보를 합친, 자신만의 보법을 개량하고자 했다.
그러려면 지금과 같이 너무 많지도 적지도 않은 10마리의 얼음 동상을 상대로 연습하는 게 가장 적절했다.
일거양득인 셈.
그러던 와중이었다.
“공격은 안 하고 지금 뭐 하는 거냐! 너, 사자의 시험을 장난으로 알고 있는 것이야!?”
입구쪽에서 유진을 지켜보고 있던 토끼가 소리를 빽 질렀다.
그의 입장에서 유진의 모습은 아마 제 실력을 믿고 만용을 부리며 얼음 동상을 능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 모양이었다.
“사자의 시험에 대한 모욕으로 간주하고 탈락시켜버리기 전에 당장 싸우던가, 포기하던가 해! 에이잇……!”
토끼는 화가 단단히 났는지 앞니 두 개로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껑충껑충 뛰고 있었다.
유진이 덤블링을 돌며 피식 웃었다.
물론 임의로 탈락을 시키겠다는 토끼의 고함은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유진도 체력 안배를 하긴 해야 했다.
‘기초 검술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그림이 그려지는 정도니, 이쯤이면 됐나.’
대략 절반 정도는 넘게 파악한 느낌. 이쯤에서 끝내더라도 손해는 아니었다.
탓!
덤블링을 돌아 자리에 한쪽 무릎을 꿇으며 착지한 유진이 고개를 스윽 들었다.
“이제 내 차례네.”
번뜩.
유진의 눈에서 형형한 안광이 치솟았다.
* * *
털썩.
제아무리 거구의 얼음 동상이 10마리씩 덤벼든다고 하더라도, 오러를 마음껏 사용하는 유진 앞에서는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두 동강 난 얼음 동상들의 잔해가 바닥에 즐비하게 늘어져 있다.
“후우.”
유진은 그사이를 걸어 지나가면 손목을 탁탁 털었다.
‘다음 단계에서 이 기초 검술을 제대로 적용해보자. 지금은 오러에 의지한 측면이 있었어.’
그리고 놈들과 싸우는 와중에 한 가지 소득이 있었다.
‘이쯤 됐으면 내가 이름을 붙여볼까.’
궁귀에게서 전수받은 곡예운.
펜첼의 고유 보법인 유령보.
두 가지를 섞어 회피하는 동작이 이제 아주 자연스러워졌기에, 두 가지를 합친 보법에 유진만의 명칭을 붙이기로 한 것이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유령곡예보. 그냥 그렇게 하자.’
상체의 유연함과 하체의 신속함을 합친 유진만의 회피법이자 보법, 유령곡예보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스윽-
유진이 2단계 동굴을 벗어나 3단계로 향하는 길에 다다랐을 참이었다.
“유진!”
라울러의 목소리였다.
“음? 형. 왜 안 나가고 여기 있어?”
“이 시험장을 벗어나기 전에 너한테 고맙단 말은 해야겠다고 생각했지.”
온몸에 자잘한 상처가 가득 남아 보기가 안쓰러울 지경인 라울러였지만, 유진이 2단계를 끝내고 나올 때까지 기다린 모양이었다.
‘녀석, 아마 오늘을 계기로 창에 눈을 떴겠지. 잘된 일이야.’
유진이 작게 미소지었다.
“난 한 거 없어. 그냥 형이 창을 잘 다룬 것일 뿐이지.”
“하나만 물어보고 싶어.”
“뭘?”
라울러가 유진의 눈을 가만히 쳐다봤다.
“너, 진짜 12살 맞아?”
“……음?”
“나도 내 인생을 허투루 살지는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너는…… 너는 조금 달라. 아니, 아예 달라.”
“뭐가 말이야?”
“말이든, 행동이든, 무력이든, 오러든, 모두다! 나 다 봤어. 네가 얼음 동상들을 힘도 들이지 않고 전부 썰어버리는 거.”
라울러의 눈빛에는 어느새 선망의 기색이 담겨있었다.
그에게 창이 알맞을 것이라는 유진의 안목.
인스 형제를 두들겨 팰 수 있는 무력.
제이드 앞에서 자신의 주장을 한 치의 떨림도 없이 피력할 수 있는 담력.
그리고 방금 얼음 동상을 해치우며 사용했던 높은 수준의 오러까지.
라울러의 입장에서는 유진이란 녀석은 알면 알수록 놀라운 것 투성이였다.
그에 유진이 툭, 내뱉었다.
“나는 약한 게 싫어. 약한 사람을 보고 있는 것도 싫지만, 내가 약한 건 더 싫어. 그뿐이야.”
라울러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너는…… 어쩌면.”
“응?”
“엘도라와 마주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
엘도라는 지금쯤 4단계까지 올라갔을 것임을 알고 하는 말이었다.
라울러는 방금 대답에서 유진의 무력에 대한 성장 욕구가 대단하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한 말.
“근데 말이야. 엘도라는 상대하지 마. 혹여 마주친다면 말이야.”
“왜?”
“걔, 전투 와중에는 완전히…….”
라울러가 유진의 귀에 대고 작게 말했다.
“미X년이야. 진짜로. 진성 광녀.”
고개를 절레절레 젓던 라울러는 유진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고는 ‘통과’라고 쓰인 동굴로 걸어 나갔다.
유진이 헛웃음을 흘렸다.
‘뭐…… 얼마나 광녀이길래.’
어쨌든, 기분은 좋았다.
라울러라는 대기만성형 창기사를 발굴해 낸 날이었으니까.
유진이 ‘도전’이라 적혀있는 동굴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3단계 시험을 보는 시험장 바로 앞.
“후후! 동생아, 우리 좀 잘하는 것 같은데?”
“흐흐, 두말하면 된소리지.”
“……두말하면 잔소리 아닌가?”
“그거나, 그거나. 후훗!”
인스 형제는 입구에 대(大)자로 누워 히죽거리고 있었다. 다음 단계에 도전하기 전 잠시 휴식 중인 모양.
그리고 그 앞에는 사자의 정령 복사체인 토끼가 양발을 앞으로 모은 채 앉아있다.
그는 매 단계의 입구를 책임지는 역할이었다.
“말했다시피, 쉬는 시간을 길게 갖다가 제한시간이 끝나면 자동 탈락 처리다. 시간 분배를 잘하도록.”
“알았으니까 그만 말해요. 귀에 딱지 앉겠네.”
“이것들이 진짜…….”
아인스가 말을 끊었다.
“아저씨, 3단계가 얼음 동상이 몇 마리 나온다고 했죠? 까먹었어요.”
“원래는 20마리인데, 너희는 두 명이니까 40마리라고! 몇 번을 말해!”
“아, 맞다, 맞다. 알았으니까 이제 그만 말해요. 똑같은 말을 몇 번 하는 거야.”
“이거 순 미친놈들 아니야……?”
그때였다.
“형들, 쉬고 있구나?”
분명 기척도 없었는데, 돌연 목소리가 동굴에 울려 퍼졌다.
“헉!”
깜짝 놀란 인스 형제가 헛숨을 들이키며 목소리의 주인을 찾았다.
“유, 유진 로베르……!”
유진이었다.
발소리가 들리지 않은 이유는 유진이 동굴을 걸어오며 유령곡예보를 연습하며 왔기 때문.
이 보법은 분명 동작이 복잡하고 화려한데도, 신기하게도 기척이 확연히 줄어드는 효과가 있었다.
인스 형제는 자신들이 놀랐다는 걸 민망해하다가, 돌연 가슴을 활짝 펼쳐 보였다.
“유진 로베르.”
“왜. 왜 빨리 안가고 입구 앞에서 노숙이야?”
“네가 연무장에서 우리를 어렵게 이긴 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
“뭐가 달라?”
“오러를 쓰는 아인스와 제인스는 그 수준이 다르다. 네가 2단계까지 온 건 칭찬해 주마. 하지만.”
제인스가 말을 받았다.
“3단계, 무려 40마리나 되는 얼음 동상을 해치우는 우리의 모습, 잘 봐두라고.”
“응, 그래.”
두 형제는 유진을 한번 노려보고는 으스대는 표정을 지으며 3단계 던전 안으로 발을 뻗었다.
유진은 인스 형제의 당당한 발걸음을 지켜보다가, 목덜미를 긁적이며 토끼에게 고개를 돌렸다.
“새 검이나 줘. 정령 양반.”
“2단계에서 줬잖아!”
“또 부러질지 어떻게 알아? 빨리 내놔. 어디 하나 부러지고 싶지 않으면.”
“이 꼬맹이 자식들을 진짜……!”
뭐라고 씨부렁대는 토끼를 뒤로하고 유진은 검을 받아 곧바로 경계선을 넘어 옆 시험장으로 향했다.
‘펜첼의 기초 검술. 이제 제대로 확인해 볼까.’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