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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57화 (57/151)

57화

“검이, 팔찌로 바뀐 건가요?”

“그래, 맞다. 아들, 넌…… 도대체.”

릴리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다가 헛웃음을 내뱉었다.

“그 아티팩트의 이름은 화룡검이란다.”

이어진 릴리안의 말에 유진은 헛숨을 삼켜야만 했다.

“네가 원할 때 화룡이 깃든 장검을 손에 만들어 낼 수 있고, 동시에 팔찌 속에는 아공간이 있어. 기능이 두 가지인 셈이지.”

“……!”

화룡의 검을 소환할 수 있고, 아공간까지 있는 팔찌라니.

전생에 유진은 검을 다루지 않았기에 릴리안이 아예 이야기도 하지 않은 것 같았다.

유진이 화룡검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어떻게 이게 가능한 거지? 화룡과 교감을 했다고? 이렇게 빠르게?’

분명 동물이나 신수, 용과 같은 존재를 다스리려면 릴리안의 말대로 교감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런데 유진은 그 교감의 과정을 너무도 쉽고 빠르게 해결한 것이다.

‘자세히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펜첼의 피와 더불어 묵광, 혹은 쿠란의 검 속 기운이 섞이면서 무언가 기능을 한 것 같아.’

추측은 거기까지밖에 할 수 없었다.

“우리 집의 재력으로도 구할 수 없는 물건이니 잘 간수하렴. 잃어버리기라도 하면, 그 양반이 불같이 화를 낼 거야.”

“그 양반이 누구예요?”

“아이칸, 요정족이야. 이런 마도구 제작을 전문으로 하는 요정이지. 로베르 가문에 빚을 많이 져서 망정이지, 원래 같으면 이런 부탁은 절대로 안 들어주는데, 하하.”

“요정족!”

유진은 요정족이란 말에 다시 한번 눈을 크게 떴다.

요정족, 드워프 등의 종족은 대륙에서도 매우 소수만 남아있어 그 흔적을 찾는 일조차도 어려웠다.

그런데 로베르가 요정족과 연이 있었다니.

‘전생과 달라진 건가? 아니면 그냥 내가 알지 못했던 거겠지.’

화룡검부터 요정족까지.

릴리안은 궁금한 눈치를 보이는 유진에게 ‘아이칸’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그는 로베르 가문과 연이 있어서 간혹 연락하지만 성격이 아주 괴팍한 여자이며, 자신이 만들고 싶은 물건만 만드는 깐깐한 사람이었다.

듣던 유진의 머리에 밝은 전구 하나가 켜진 듯했다.

사방을 모두 익혀버릴 듯한 열기가 잦아들고, 유진이 속으로 작게 웃었다.

화룡검을 얻다니.

‘요정족이라면, 미스릴로 그걸 제작할 수도 있겠는데.’

유진이 릴리안에게 단단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머니, 그분 좀 소개해 주세요.”

* * *

유진은 어머니와의 만남 이후 펜첼 내부에 있는 주점에 도착했다.

이곳은 호위기사가 아닌, 기사단원들을 위해 특별히 만들어진 곳으로 네 기사단을 동시에 수용할 만큼 커다란 크기였다.

그래서인지 주점 내부에는 주작뿐만이 아닌 백호 단원 몇몇도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여기다, 유진.”

감스탄의 안내에 유진이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주작 단원들이 있는 자리에 앉았다.

사교의 목적으로 기사단 인원들이 모인다고 들었고 유진은 신입으로 첫 자리이기에 꼭 참여하라는 감스탄의 말에 출석한 것이다.

그런데 분위기가 완전히 난장판이다.

몇은 술병에 숟가락을 넣고 노래를 불러대고.

몇은 테이블에 머리를 박고 자고.

몇은 제복에 침을 질질 흘리면서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유진, 왜 이렇게 늦었냐? 너 또 혼자 훈련하다가 왔어?”

“우리는 사이다야. 자, 받아.”

유진이 도착하자 동기들이 반겨주었다.

그 사이 또.

“자, 15년 만에 들어온 우리 소중한 신입들을 위해 건배!”

“건배!”

“건배-! 으하하!”

짝짝짝짝!

동기들이 어색한 미소와 함께 사이다를 들이켜는 동안, 유진이 발란트를 보았다.

그는 술이라고는 단 한 모금도 마시지 않고 앞에 있는 살코기만 먹고 음료도 물만 마시고 있었다.

“선배는 어째, 술은 한 모금도 안 드십니까?”

“술을 마시면 갑작스러운 기습에 대응하기 어렵다.”

그러자 옆에 있던 선배기사가 가볍게 혀를 찼다.

“발란트, 여기가 펜첼인데 누가 기습을 한다고 그러냐? 에잉. 분위기도 좀 따르고 하지 그래?”

“하여튼 저 얼어 죽을 원칙주의는 알아줘야 한다니까.”

유진은 발란트의 철저한 자기관리에 내심 미소지었다.

‘발란트는 주작 기사단의 분위기와는 조금 어울리진 않네. 완전히 정석적인 스타일이야.’

그때 저 끝에 있던 선배 기사단원이 유진을 가리켰다.

“유진 로베르, 자네는 덩치는 산만 한데, 술은 통 안 마시는군. 한잔하지 그러나? 뭐, 강요하는 건 아니다만.”

유진이 손을 저었다.

“제가 15살이라서요.”

그 말에 선배기사들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엉……?”

“엥……?”

“허, 정말인가?”

아무리 적어도 한 18, 19살쯤 되어 보였는데, 15살이라니.

“무슨 15살이 키가 저렇게 커?”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그럼 오러가 벌써…… 대단하구만.”

“어떻게 이런 복덩이가 여기까지 굴러왔는지! 안 그렇습니까? 감스탄 부단장님?”

사자의 시험을 통과하고 입단까지 하게 되면 보통 20살쯤 되기에 유진이 대단하다고 여기는 눈초리도 많았다.

감스탄도 단원들의 주정을 받아줄 여유가 있는지 허허 웃었다.

“모두 자네들이 가르쳐서 더 크게 만들어야 하는 친구들일세.”

“그런 의미에서 감스탄 부단장님께서 솜씨 한번 보여주시죠!”

평소 같았으면 이런 제안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오늘만큼은 감스탄도 기분이 좋았다.

“커흠, 그럴까? 자네들 자신 있나?”

“자신 있습니다, 부단장님!”

“예!”

모두가 한마음 한목소리로 크게 외치자 감스탄이 술병들을 하나둘씩 모았다.

“부단장님이 지금 뭘…… 하시려는 겁니까?”

발란트가 쿡쿡 웃었다.

“부단장님이 폭탄주 하나는 기깔나게 만드시거든.”

“폭탄주요?”

“꿀 맥주에다가 저기, 저 초록색 병에 든 독주를 섞어서 만드는 건데…… 진짜, 너무 독해서 향만 맡아도 취할 정도야. 근데 맛은 또 달달하고 알싸해.”

유진이 의외라는 눈빛으로 감스탄을 응시하는 와중, 그는 이미 커다란 오크통에 폭탄주를 완성해 놓은 상태였다.

“자, 다들 한 잔씩 먹고 3분 이상 버틴다면 내가 자네들에게 포상 휴가를 하루씩 모두 지급하겠네.”

“우와아! 모두 부단장님께 박수!”

짝짝짝짝짝!

“시작하지!”

감스탄의 외침에 단원들이 일제히 커다란 술잔에 따른 폭탄주를 들이켰다.

그들은 기어이 원샷을 하고는 으스대며 말했다.

“후우! 별거 아니구먼.”

“이 정도는 뭐!”

하지만.

3분도 되지 않아 한 명도 빠짐없이 부작용을 호소했다.

“웁……!”

입을 틀어막고 화장실을 가고, 그 자리에서 기절을 해 버리고, 휘청대다가 바닥에 주저앉아버리는 것이다.

감스탄은 그 광경을 보며 혀를 차다가 오크통을 들었다.

그러더니.

꿀꺽! 꿀꺽!

단숨에 모두 들이키고는 입가를 닦았다.

“맛있기만 한데 말이야.”

감스탄이 천둥과 같은 트름을 하고, 정신을 차린 주작 단원들은 취한 채 좋다고 춤을 춰댄다.

‘신나셨어, 아주. 감스탄 부단장도 저런 면모가 있다니 의외인데.’

유진은 물을 홀짝이며 미쳐가는 단원들을 관찰했다.

이들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어릴 적 금검과 궁귀, 투귀가 함께 술을 마시며 왁자지껄 떠드는 장면이 생각났다.

‘다른 기사단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주작은 사람 냄새 나는 곳이네. 경쟁한답시고 서로를 견제하거나 밀어내는 곳은 아니야.’

선배들과 인스 형제가 어깨동무를 하고 춤을 추고, 라울러는 어느 새인지 어떤 덩치 큰 녀석과 팔씨름을 하고 있다.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감스탄부터 가장 말단에 있는 신입들까지 모두 편하게 놀고 있는 모습이었다.

‘만약 내가 이 기사단의 단장이 되면 어떨까?’

그의 리더쉽이 발휘되어 실력과 인간성을 모두 겸비한 기사단이 된다면 꽤 뿌듯한 마음이 들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게 유진이 옅은 미소를 짓던 와중이었다.

“더럽게 시끄럽네, 진짜…….”

“임무 수행도 제대로 못 하는 것들이 술자리라고 법석은, 짜증나게…….”

옆 테이블에 있던 백호 단원들이 들릴 듯 말 듯 주작 단원들을 욕했다.

처음에는 유진도, 발란트도 그 소리를 무시했다.

하지만 백호 단원들의 욕설이 점점 도를 넘고 있었다.

“릴리안 단장이 빠졌을 때부터 븅신짓만 골라서 하더니, 저번에 흑지에 물자 수송할 때 봤어?”

“뭘? 아, 그거?”

“물건들이 죄다 얼어서 쓰지도 못했잖아. 한파 때문이었다고 핑계나 대는데, X팔 어이가 없어서.”

“릴리안, 그 년이 다시 와야 뭐가 되겠지. 쯧.”

마치 들을 테면 들으라는 듯한 뉘앙스.

아마도 신입들을 모두 빼앗기고 시리우스에게 한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그렇지 않은 이상 이렇게 시비를 걸 이유가 없었다.

이쯤 되니 유진도 참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제 어머니의 욕을 듣는 셈이었으니까.

‘이건 아니지. 아무리 그래도.’

유진이 이를 뿌득 갈며 자리에서 일어서던 참이었다.

텁.

옆에 앉아있던 발란트가 돌연 앞에 놓여 있던 술병을 역수로 잡았다.

“……?”

유진이 어리둥절해 있는 사이.

발란트가 자리에서 일어나 백호 단원들에게 뚜벅뚜벅 걸어갔다.

그러더니.

“뭐, 뭐야?”

“단장님을 모욕한 죄다. 달게 받아라.”

콰지직!

발란트가 술병으로 백호 단원의 머리를 갈겨버렸다.

“억……!”

릴리안을 ‘그년’이라고 칭한 백호 단원이 머리를 감싸고 쓰러졌다.

제아무리 전쟁터를 숱하게 구르던 백호 단원이라고는 해도 오러 보호막도 없이 술병에 직격을 당하면 아플 수밖에.

“이 자식이……!”

“뭐해?! 이 새끼 잡아!”

백호 단원들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발란트에게 달려들었고.

“뭐야? 뭔 소리야?”

술에 진탕 취해 있던 주작 단원들도 큰소리가 나자 발란트가 있는 쪽으로 고개를 틀었다.

“야, 야! 발란트! 뭐 하는 거야!”

“이 자식들 갑자기 쌈박질이야, 미쳤나!”

주작 단원들이 엉겨 붙어 있는 발란트와 백호 단원들에게 우르르 몰려들었다.

그 와중에 발란트는 릴리안을 모욕한 백호 단원을 한 번 더 가격했다.

빡!

그와 동시에 백호 단원의 치아가 부서지며 공중을 날았다.

“이 미친놈이!”

“주작, 이 양아치 새끼들 싹 다 죽여버려!”

“말려! 야, 손부터 잡아!”

술에 거나하게 취한 백호 단원들은 일이 점점 커지는 줄도 모르고 발란트의 멱살을 붙잡고 주먹을 들었다.

우당탕!

백호 단원들과 발란트, 주작 단원들이 바닥을 뒹굴며 난장판이 되었다.

고성방가가 오가고 테이블이 넘어졌다.

개판.

“허, 발란트 선배, 화끈하시네.”

유진은 자기가 하려던 일을 발란트가 처리해버려 얼떨떨한 기분이었다.

그때, 유진이 스산한 기운을 느끼고는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서는 한 남자가 걸어오고 있었다.

“이제 다들 그만두게.”

남자는 바로 감스탄이었다.

그가 뿜어내는 기운에 바닥을 구르며 욕지거리를 내뱉던 백호와 주작 단원들이 일순 행동을 멈추었다.

전에 느끼지 못한 매우 사나운 기세였다.

“부, 부단장님.”

“감스탄 경.”

상황이 심각해졌다는 걸 인지한 이들이 그제야 진정하고 옷을 털며 일어났다.

“이쯤에서 끝내고 조용히 돌아가지. 백호의 부단장에게는 함구하겠으니 말이야.”

하나, 백호 단원들은 끝을 보겠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함구요? 지금 누가 누구한테 함구를 조건으로 거는 겁니까?”

“감스탄 경, 이 녀석 보십시오! 머리에선 피가 줄줄 새고 이빨 두 개가 날아갔습니다! 근데 이쯤에서 그만하자고요? 누굴 바보로 아십니까?”

될 대로 되란 식이었다. 어차피 무력을 먼저 행사한 편은 주작이니 자기네들이 더 유리하다는 생각인 것 같았다.

그에.

감스탄의 얼굴이 지옥에서 거꾸로 올라온 악귀처럼 일그러졌다.

“마지막으로 말하지…… 기사단과 전 단장님을 먼저 모욕한 죄는 잊겠으니, 돌아가게.”

동시에.

화악!

감스탄의 오러가 땅을 타고 사방으로 흩뿌려졌다.

그 목소리에는 매우 짙은 인내와 날카로운 살기가 담겨 있었다.

유진이 처음 보는 감스탄의 매서운 기세였다.

백호 단원들도 겁을 먹어 이를 깨물며 뒤로 물러나다가.

“에이씨……!”

“이딴 식으로 나오면 주작이든 뭐든 우리도 못 참습니다!”

탓!

검의 손잡이에 손을 올렸다. 당장이라도 검을 뽑아 싸우겠다는 제스쳐였다.

그러자.

감스탄이 섬광과 같은 속도로 손을 움직였다.

탓, 스릉, 휘익!

검을 잡고, 뽑은 뒤, 맨 앞에 있던 백호 단원의 목에 검을 겨눈 것이다.

그리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

“감당할 수 있겠나?”

“크윽……!”

백호 단원들이 감스탄의 검 끝을 질겁한 표정으로 흘겨보다가, 두 손바닥을 펼쳐 보였다.

“아, 알겠소, 가면 될 거 아니오!”

“진즉에 그랬어야지.”

“제기랄……!”

감스탄이 그제야 검을 거뒀고, 백호 단원들은 부리나케 주점을 빠져나갔다.

“이따위로 끝날 거라 생각하지 마시오!”

“저기 바닥에 부러진 이나 주워가지 그러나?”

유진이 속으로 감탄을 삼켰다.

이 장면을 보면서 제 어머니가 시리우스를 때려눕히던 몇 년 전이 생각났다.

‘어머니가 감스탄에게 영향을 받았구나.’

이렇게 불같은 성질은 둘 다 똑같은 것 같았다.

괜히 주작이 아닌 것.

“하하하!”

“도망쳐라, 똥개들아!”

주작 단원들은 저 멀리 사라지는 백호 기사단을 보며 백호가 아니라 동네 똥강아지라며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감스탄은 생각보다 훨씬 강한 인물이군. 예상외의 카리스마도 있고.’

이어 감스탄에게 커다란 박수를 보냈다.

“방금 부단장님 봤나?”

“몰라! 난 눈부셔서 보이지도 않던데! 그저 빛이시다, 우리 부단장님!”

“크하하! 난 내가 취해서 뭘 잘못 보고 있는 줄 알았잖아!”

그야말로 야단법석인 사이.

발란트가 한숨을 내쉬며 감스탄에게 다가갔다.

“부단장님, 이래서 과음하시면 안 됩니다. 백호 같은 놈들이 우리를 만만하게 보지 않습니까.”

“커흠, 내가 이래서 웬만하면 술을 안 마시는데…… 에이, 이렇게 된 거 자네도 그냥 한 잔 받게!”

감스탄은 발란트가 투덜대거나 말거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폭탄주를 들이밀었다.

백호가 어떻게 나오든 간에 책임질 자신이 있는 것 같았다.

“아, 됐습니다.”

“받게! 안 그래도 그놈들 설치는 꼴 보는 것도 참 뭣 같았었는데 잘 됐어.”

“에이, 참…… 모르겠네요, 저도.”

발란트가 감스탄의 폭탄주를 한 번에 비워버리고, 그제서야 감스탄은 껄껄 웃었다.

‘주작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발란트 선배도 꽤 주작스럽네.’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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