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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108화 (108/151)

108화

시간이 갈수록 로베르와 서부 간의 힘 싸움은 더욱 격렬해졌다.

본래 계약 조건이자 규정을 어긴 점을 로베르가 짚어 아힌 가문에게 서신을 전하면, 그들은 나 몰라라 하면서 더욱 강한 수출 규제안을 만들었다.

물론 규정 위반에 대한 패널티나 위반금은 전혀 물지 않았다.

유진은 그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아직 때가 아니야. 결정적인 타이밍을 노려야 한다.’

그 와중, 남관에서는 유진과 동기들이 훈련에 열중하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공격에 무게가 실려야 효과를 볼 수 있지만, 그렇다고 너무 힘이 들어가면 궤도가 단순해진다. 너네도 알고 있을 거야.”

“근데 갑자기 무기는 내버려 두고 웬…… 쇠막대기를 들고 있어야 하는 거야!”

유진의 동기들은 상처투성이가 되어 핏물을 흘리는 모습으로 기마자세를 한 상태였다.

양손에는 수십kg에 달하는 커다란 쇠막대기를 들고 팔을 앞으로 쭉 편 자세.

“이번에 내가 알려줄 거는 딱 두 가지야. 중검과 쾌검. 라울러 형은 창에 이 검술을 접목시켜서 이해해 봐.”

“아니 그러니까 알겠는데, 왜 이렇게 힘들게 쇠막대기를 들고 있어야 하냐고!”

딱!

유진이 들고 있던 목검으로 라울러의 정강이를 가볍게 쳤다.

“악!”

“이 형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려가지고. 내가 강조한 게 뭐라고 했어?”

“신체의 그릇, 멘탈, 오러의 세분화.”

“그 자세로 계속 버텨봐. 세 가지 능력이 다 길러지나, 안 길러지나 잘 보라고.”

기마자세로 무거운 물건을 들고 있는 훈련은 상체와 하체를 단련시키며.

오랜 시간 버텨야 하기에 정신력이 자연스럽게 길러진다.

또한 오러를 쓰지 않고는 1시간 이상 이 자세를 유지하는 건 불가능하기에 오러를 잘게 쪼개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했다.

그야말로 1석 3조인 훈련법이었다.

“그렇긴 하네…….”

엘도라가 체념한 듯 중얼거렸다.

아무리 성장욕과 더불어 높은 오러 수준을 가지고 있는 엘도라라고 하더라도, 지금처럼 힘겨운 자세를 유지하는 건 쉽지 않았다.

“그만!”

유진이 지시하자마자 모두 거친 숨을 토해내며 바닥에 벌렁 드러누웠다.

“하아, 하아, 하아…….”

“내 허벅지…… 내 어깨…….”

하지만.

쉴 시간은 없었다.

“진짜 나 이거 못 하겠…….”

쾅!

유진이 바닥에 누워있는 라울러의 얼굴 바로 옆에 쿠란의 검을 꽂았다.

“으아악! 뭐, 뭐야!”

유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난 쉬어도 된다고 한 적이 없는데, 누구 마음대로 쉬고 있지.”

억지로 라울러와 동기들을 다시 일으킨 유진이 그들에게 목검과 목창을 쥐여줬다.

그리고 다짜고짜 라울러에게 검을 휘둘렀고, 라울러는 화들짝 놀라 방어했다.

하나, 유진의 검을 막아내자마자 라울러는 그대로 튕겨져 날아가 벽에 몸을 처박았다.

“컥, 미친놈아 갑자기 이게…….”

“방금 보여준 게 중검. 조금 느리지만 위력이 크지.”

이어 유진이 라울러에게 저벅저벅 걸어가 다시 검무를 보였다.

대단히 빠른 속도로 휘날리는 검의 세례.

라울러가 이를 깨물며 방어에 안간힘을 썼으나, 결국.

크득!

검에 어깨를 찔린 라울러가 또다시 바닥에 엎어졌다.

“그, 그만!”

“이게 쾌검이야. 위력은 약하지만 빠른 공격이 특징이지. 얕게 찔린 거니까 엄살 부리지 마.”

유진은 전보다도 더 독하게, 특히 라울러에게 더욱 모질게 굴었다.

유진이 라울러에게 손을 뻗었다.

라울러는 정말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지만, 유진을 손을 잡고 죽을힘을 다해 일어섰다.

“중검과 쾌검을 보여줬으니, 이제 그 두 개를 잘 활용하면 환검과 유검도 사용할 수 있을 거야. 네 가지 검술이 뭔지는 이미 설명했어. 기억나지?”

“하아, 하아, 그래. 기억난다.”

유진은 이어서 다시 중검과 쾌검을 동기들에게 그대로 적용하여 공격하면서 검술을 가르쳤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여러 병장기를 사용하여 공격하는 방식이었다.

비록 중검, 쾌검, 환검, 유검은 근본적으로 검을 이용한 무술이었으나, 각양각색의 병장기를 이용하니 마치 때마다 다른 적을 상대하는 것 같았다.

그 과정에서 엘도라는 역전검의 사용을 다시 숙지하며 상대의 무기에 따른 다양한 대처법을 익혔고.

라울러는 팔천무극창의 한계를 톡톡 건드리고 있었으며.

인스 형제는 합격술에 의지하지 않고 각자의 역량을 기를 수 있었다.

옷가지는 물론, 여러 군데에 상처를 입고 넝마가 되다시피 한 동기들은 비틀거리며 유진을 보았다.

‘저 녀석은 언제 저렇게 많은 무기를 다룰 수 있게 된 거지……?’

‘진짜 지치지도 않나?’

그런 생각이 주되었고, 뒤이은 의문은.

‘왜 저렇게 라울러에게만 모질게 대하지?’

원래 평소에 유진과 가장 가까운 사이가 라울러였는데, 그런 것은 아랑곳하지 않는 듯하고 있었으니까.

라울러도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목소리를 쥐어짜내 물었다.

“묘하게 나는 더 특별하게 상대하는 것 같은데, 왜 그러는 거야……? 내가 뭐 잘못했나?”

그에 유진이 고개를 저었다.

“잘못한 거 없어. 아니, 오히려 잘하고 있지.”

“근데 왜…….”

“형은 더 강해져야만 해. 그 이유는 형이 더 잘 알고 있잖아.”

유진이 라울러의 눈동자를 가만히 응시했다. 눈빛을 받은 라울러는 유진의 속뜻을 알아챘다.

‘지금 우리 가문이 위험한 상태라는 걸 알아챈 거구나. 그리고 가문을 지킬 수 있는 인물은 오로지 나밖에 없다는 걸 아는 거야.’

그래서 라울러는 더 강해져야 한다는 말이 나온 거겠지.

그때, 그라시안의 모래시계에서 모래가 모두 떨어졌다.

다시 회복의 시간이었다.

동기들의 몸이 황금빛으로 물들며 회복되었다.

처음에는 워낙 육체가 약했기에 회복시간이 길었으나, 지옥 훈련의 횟수가 거의 10회에 다다른 뒤였기에 현재는 회복 속도가 조금 달랐다.

유진이 말한 대로, 동기들은 어느새 세 가지 능력이 모두 길러져 오러의 수준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엘도라는 6성 후반, 제인스와 아인스가 6성 중반, 라울러는 6성 초중반이었다.

‘라울러는 인스 형제를 턱 끝까지 쫓았네.’

단시간에 이러한 경지를 이룬다는 건 대륙의 역사를 통틀어 봐도 드문 일이지만.

그라시안의 모래시계와 혹독하다 못해 잔혹하기까지 한 유진의 특별훈련이 이를 가능케 했다.

‘모래시계뿐만 아니라 그라시안이 만든 다른 아티팩트도 찾는다면 좋을 텐데.’

그것이 모래시계와 더불어 시너지를 낸다면, 성장의 폭이 더욱 빨라질 수 있었다.

그때였다.

“허, 너희…….”

감스탄과 주작 단원들이 어느샌가 입구에 서서 그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감스탄 부단장님.”

“너희가 남관을 자주 이용할 거라길래 그런가보다, 했더니. 이게 다 무슨 일이냐?”

연무장 바닥에는 동기들이 흘린 핏물이 떨어져 보기에 불편한 흔적이 많았다.

“훈련이 맞는 거냐? 고문 아니고?”

그 말에 인스 형제가 애처로운 눈빛으로 감스탄을 보았다.

“아인스와 제인스가 뭔가 말을 하려고 하는 것 같…….”

“기분 탓입니다. 바닥은 제가 치우겠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로?”

“무슨 일은, 우리도 훈련을 해야지. 그래야 너희 동기들처럼 근육질이 되지 않겠나?”

감스탄의 시선이 동기들을 향했다.

네 명 모두 근 며칠 새에 근육은 물론, 오러의 수준도 확연히 높아져 있었다.

비록 지금 녀석들의 눈빛은 한 열흘간 썩힌 동태 눈깔과 다름없었지만, 뿜어져 나오는 기세는 전과 완전히 달랐다.

‘저 아티팩트를 우리 주작 놈들에게도 사용해보고 싶은데, 워낙 귀한 물건처럼 보이니…….’

유진이 저런 물건을 어떻게 구했는지는 몰라도, 고민이 되었다.

‘아무리 부단장이라지만 단원의 물건을 마음대로 쓸 수도 없고 말이야.’

감스탄이 모래시계를 보며 저도 모르게 입맛을 다시며 물었다.

“저 아티팩트의 도움을 받은 게지?”

“그렇습니다.”

감스탄은 잠시 그라시안의 모래시계를 눈에 담았다.

유진은 그 시선을 보고 눈치챘다.

‘부단장님도 모래시계를 이용해서 주작 단원들을 훈련시키고 싶은 모양이군.’

안 그래도 유진은 주작 기사단 전체에도 이 훈련을 도입하려 했다.

‘그리고 서부 상단을 해결하려면 감스탄에게도 부탁할 게 있었는데 잘됐어.’

이렇게 되면 더욱 일이 잘된 셈이었다.

“선배들도 저 아티팩트의 도움을 받으면 참, 좋긴 할 것 같습니다.”

“그러게 말일세…… 흐음. 저 물건이 그렇게 대단한가? 크흠.”

이미 다 보고서 괜히 하는 질문이었다.

“빌려드릴까요?”

“험험, 그래 준다면야 나야 고맙지.”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유진이 히죽 웃었다.

“펜첼의 4대 기사단장은 각 단원들에게 독단적으로 휴가를 내릴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휴가를 받고 싶나? 호오, 자네가 어쩐 일로?”

“다만, 저와 더불어 라울러 기사도 같이요.”

감스탄이 턱을 매만졌다.

“뭐, 마음 같아서는 편히 쉬고 오라고는 하고 싶지만.”

“사유가 필요하겠죠.”

“그렇다네.”

유진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현재 서부의 북방에 대한 수입 통폐합에 대해서 아실 겁니다. 그래서 라울러의 가문도 피해가 있다고 하는데, 그걸 해결을 좀 봐야 할 것 같다.”

“자네가 힘을 쓸 수 있다는 말인가?”

유진은 어깨를 으쓱였다.

“뭐라도 해 봐야죠. 그리고 이건 어떻게 보면 사적인 용무라기보다는 북방에 속한 펜첼을 위한 일이라고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자네 가문에도 시간을 좀 내서 들렀다 와도 되겠군.”

“허락해주신다면요.”

감스탄이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서열식 전에는 다들 휴가를 주려고 했는데, 미리 줬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군.”

유진이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동기들을 돌아봤다.

“오늘 훈련은 여기까지. 지금부터는 선배들이 훈련을 받을 거야. 다들 쉬면 돼.”

그 말에 동기들이 경악한 얼굴을 했다.

‘이걸…… 굳이 하겠다고?’

‘도대체 왜……?’

명색이 주작 기사단이라는 걸까.

주작 단원들은 짧은 사이에 엄청난 성장을 이룬 동기들을 보며 혀를 내두르다가도.

“가만히 있으면 따라잡히겠는데?”

“선배로서 위엄을 보여주자고.”

그라시안의 모래시계를 이용해서 하루빨리 훈련을 받고 싶은 눈치였다.

유진의 동기들이 고개를 저었다.

‘여긴 지옥입니다, 선배님들……!’

‘지금이라도 철회하세요……!’

하지만 감스탄은 그 간절한 눈빛을 다르게 받아들였다.

‘선배들도 함께 훈련하고 성장할 생각에 아주 벅차오른 눈동자군. 역시 주작은 이래야지. 선후배와의 돈독한 신뢰와 애정!’

* * *

마음 같았으면 곧바로 모래시계를 빌려주어 훈련에 일조하고 싶었지만, 유진은 조금 더 본격적으로 주작 기사단을 괴롭히고 싶었다.

하루 사이에 유진은 그라시안의 모래시계를 개조하여 더 넓은 범위까지 효과가 미치도록 했으며.

더 많은 오러가 더 빠른 속도로 새어나가도록 조정했다.

주작 단원들은 유진의 동기보다 더 높은 수준일 테니, 그에 맞게 난이도를 조절한 것이다.

체첸이 웃었다.

-클클, 애초에 주작 기사단 전원이 훈련받을 것을 상정하고 만들었군. 치밀하기 짝이 없는 놈.

‘당연하지. 태양신교에 맞서기 위해서 이 정도는 준비해야 하지 않겠어?’

이쯤에서 끝났으면 다행일 것이다.

지잉!

유진이 마지막으로 모래시계에 효과 하나를 추가하고 땀을 닦았다.

-미친놈! 안 그래도 미친 아티팩트인데, 거기다가 중력 가중 마법까지 넣는다고? 그냥 뒤지란 거 아니냐?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야. 다 이겨내게 되어 있어.’

중력 가중 마법은 말 그대로 중력이 가중되는 마법이었다.

단, 난이도가 꽤 있는 마법이기에 고도의 집중과 많은 마력이 필요했다.

-어디서 그런 지독한 마법은 배워가지고……!

‘있어. 청탑주의 딸이라고.’

유진은 문득 줄리아를 떠올리며 입꼬리를 올렸다.

지금쯤이면 그 녀석도 많이 달라져 있겠구나.

탁.

모래시계를 책상 위에 올려놓은 유진이 마른세수를 했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오러가 줄줄 새는 데에 더해, 중력 가중 마법으로 몸까지 한층 더 무거워지는 효과를 보일 것이다.

아무리 오러의 수준이 높아도, 대략 30분 정도가 지나면 죄다 죽어 나가는 소리가 들릴 것이었다.

유진이 쉴 틈도 없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남관에 가서 선배들을 훈련시키기 위함이었다.

-좀 쉬지 그러냐? 뭐가 그렇게 급하다고.

유진은 고개를 저었다.

‘지금도 시간은 부족해. 태양신교를 얕보면 안 되거든.’

-주작 녀석들이 피똥을 싸면서 울부짖을 시간이 도래했구나! 크하하하!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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