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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134화 (134/151)

134화

모든 대화를 끝낸 유진과 릴리안은 숙소로 돌아갔다.

릴리안은 시리우스가 흑지의 세력과 내통한 게 믿기지 않아 고민하다 잠들었고.

그 사이 유진은 깊은 밤까지 릴리안이 가져온 통신 구슬로 리처드와 이야기 중이었다.

“아버지, 금월단에서 알아낸 게 있지 않나요?”

유진은 금월단에게 시리우스가 철수한 흑지의 접경지에 뭔가 수상한 게 없는지 조사를 요청했었다.

“시리우스가 파이프를 피우기 시작했다는 것은 확실하더구나. 작은 변화라면 변화고.”

“네, 그거 말고…….”

“특이한 건, 그 파이프의 재를 조사해 봤는데, 신경안정 성분이 잔뜩 들어가 있다는 거였어.”

“신경안정 성분이요?”

이는 새로운 정보였다.

다시 생각해보면 그랬다. 시리우스는 유진의 숙소 앞에서 파이프를 피우는 걸 마치 홍보라도 하듯 당당한 모습이었다.

-나는 시리우스가 네 통찰력을 간과하고 바보 같은 실수를 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구나.

‘응, 맞아. 시리우스는 파이프를 피우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었던 거야.’

-허어, 시리우스가 정말…… 갈 데까지 갔군.

파이프가 혈석의 부작용을 줄여주는 역할을 하는 모양이었다.

체첸은 시리우스를 오랫동안 지켜봐 온 바, 마음이 좋지 않은지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물론 유진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시리우스를 처치할 생각만 했다.

‘파이프 연기를 이용할 방법이 없을까? 시리우스는 반드시 파이프가 필요하다는 점을 이용하면 좋겠는데.’

실행이 가능한 전략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유진은 일단 시리우스를 상대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을 구상했다.

“그리고 다른 소식은요?”

“흑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리처드는 통신 구슬 안에서 염려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시리우스가 흑지, 그것도 3대 세력 중 하나인 전사의 요람과 내통하는 이상 교지의 안보는 확실치 않을 터.

‘역시, 제이드가 직접 파견을 나간 북부 중소 영지의 초토화 사건은 흑지의 짓이었어.’

하지만 고려해야 할 사항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교지 내에 흑지의 사람이 침투해 있는 경우가 가장 위험한데.’

유진이 불현듯 인스 형제의 말을 떠올렸다.

제트.

돌연 나타난 시리우스의 양아들이란 자는 인스 형제도 수상히 여길 만큼 출신이 불분명한 인물이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닿은 유진이 리처드에게 진지한 목소리로 일렀다.

“로베르 상단에 최근 1, 2년 사이에 소속된 인원들에 대해 조사해 주세요.”

“조사? 무슨 조사를 말하는 것이냐?”

“그들의 출신이 명확한지, 이력서에 거짓은 없는지, 불순한 의도를 품고 있지는 않은지, 뒷조사요.”

“그, 그런…… 조사는 갑자기 왜.”

“그리고 그 범위는 오래전부터 로베르에서 일하고 있던 직원의 친인척이라도 예외가 없어야 합니다. 생각보다 상황이 좋지가 않아요. 그냥 따라주세요.”

유진의 단호한 말에 심각성을 느낀 리처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 말은 항상 옳았으니까. 이번에도 믿어야겠지.”

“아버지, 고맙습니다.”

통신을 끝마치고, 유진은 연이어 오스틴 왕국과 브리튼 연합국의 에이츠 가문에도 소식을 전했다.

-가솔 중에 첩자가 없는지 상세히 뒷조사를 해보아라.

이와 같은 내용을 전부 전달한 유진이 저리에서 일어섰다.

그 사이에 날이 밝아 햇볕이 내리쬐고 있었다.

‘시리우스가 생각보다 더 나쁜 놈이었어.’

그런 만큼, 유진은 시리우스를 상대해서 이겨낼 만큼의 무력이 필요했다.

그가 남관으로 향했다.

* * *

이른 아침이었기에 남관에는 아무도 없었다.

초신성의 파티에 이어 태양신교의 중심부에 침입한 일, 그리고 배니커 아힌과의 결투, 청룡과의 서열식까지.

그 사이에 유진은 머릿속에 여러 가지 독창적인 기술과 전략들을 구상해 놓았다.

우선 화룡의 알.

오스틴으로부터 받았던 홍염석으로 인해 거무튀튀하던 화룡의 알은 다소 붉게 물들어 있었다.

-참 신기하단 말이지. 열이 끊임없이 나오는 홍염석도 그렇고, 그걸 다 빨아먹고 있는 이 알도 그렇고. 이러다가 부화하면 그 용은 바로 네 것이 되는 것이냐?

유진이 고개를 저었다.

‘용들은 모두 오만하고 자존심이 강해서 스스로 주인을 선택해. 자신의 주인으로 적합한 사람인지, 아닌지 고르는 거지.’

-만약에 선택을 못 받으면 홍염석만 바치고 이득은 개뿔도 없는 것 아니냐?

유진이 히죽 웃었다.

‘그럴 일이 없다는 게 요점이지.’

유진이 왼손바닥을 펼쳤다.

그가 가진 권능은 탐욕, 지배, 분노로 3가지였다.

권능은 희한하게도 가짓수가 많아질수록 각기 힘이 강해지는 특성이 있었고, 그 덕에 지금은 세 가지 권능 모두 전보다 발전한 상태였다.

그리고 지금, 유진은 지배의 권능을 사용할 요량이었다.

‘내가 투자한 만큼 뽑아 먹어야지.’

-용마저 부려먹으려 할 셈이냐?

‘용이건 뭐건 상관없어. 취할 건 취해야 안 억울하지 않겠어?’

와이번의 경우에는 이미 성체화가 완료된 개체였고, 그것에 지배의 권능을 불어넣어 통제했었다.

그러나 지금 지배를 행사하려는 대상은 바로 용, 그것도 불이라는 속성을 머금은 화룡이었다.

고대의 역사서나 서적에 언급된 용에 대한 진술을 떠올려보면, 용의 성격은 그 속성을 따라간다고 했다.

수룡은 그나마 온화하고, 빙룡은 매우 차가운 성정이며, 흑룡은 스산한 기운을 내뿜는다고.

그에 의거했을 때, 화룡은 말 그대로 불같고 거친 성정일 확률이 높았다.

때문에 유진은 아직 부화도 하지 않은 화룡을 미리부터 지배의 권능을 통해 통제하기로 한 것이다.

-조기 교육이라도 하는 건가?

‘어릴 때부터 잡아 둬야 말을 잘 듣겠지. 매가 필요하면 매를, 당근이 필요하면 당근을 주면 돼.’

-너무 이른 것 같은데…….

물론 그 역시도 알에다가 지배의 권능을 사용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한 번 실험해 볼 가치는 있어 보였다.

척-

알 위에 왼손을 올려놓고, 지배의 권능을 사용했다.

그러자.

붉은빛을 내뿜던 화룡의 알이 부르르 떨리더니 시뻘건 기운을 토해내며 유진을 잔뜩 휘감았다.

“……!”

-자, 잠깐. 이거 뭔가 잘못된 것 같은데……?

그러나 유진은 이런 현상이 권능과 권능의 대상이 서로 힘싸움을 하는 과정이라는 걸 직감적으로 눈치챘다.

교감과 비슷한 일이 일어나는 것이다.

더욱 권능을 세게 불어넣는다.

화르륵!

커다란 화염이 유진을 와락 덮쳤다.

뜨거운 땀이 솟아 나오고, 숨을 쉴 때마다 폐부가 타오를 정도로 공기가 뜨거워졌다.

오러를 온몸에 휘감아 방어하긴 했으나, 그를 비웃기라도 하듯 열기는 유진의 빈틈을 찾아 화상을 입혔다.

그러던 중, 갑자기…….

「나를 통제하려 하는 자, 시험을 통과해야 할지어다.」

깊은 동굴에서 울려 퍼지는 듯 두꺼운 목소리와 함께.

화아악!

유진이 심상 세계로 빠져들었다.

* * *

심상 세계로 빠져든 유진이 눈앞에 마주한 것은 집채만 한 화염을 온몸에 휘감고 있는 화룡, 지크였다.

그 크기는 마치 펜첼 성을 연상시킬 만큼 거대하여, 용의 눈동자가 유진의 몸집과 비슷한 크기였다.

하나, 유진은 눈도 꿈쩍 않고 히죽 웃었다.

“재밌네. 심상 세계라니.”

화룡은 그런 유진을 뚫어져라 응시하다 엄숙한 목소리를 냈다.

「그대가 나에게 열기를 불어넣어 준 인간인가?」

“그래. 그동안 내 신세 좀 졌지, 아마?”

하나 화룡은 그딴 건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듯 비웃었다.

「위대하고도 성스러운 이 몸, 화룡에게 열기를 공급할 수 있다는 것 자체로도 인간은 감사해야 할 터. 한데, 네놈은 오만하기 그지없는 자로구나.」

“오만하다고?”

「네놈의 목적은 간단하지 않느냐? 이 몸과 계약하는 것. 그리고 계약의 결정권은 이 몸에게 있다. 그렇다면 내게 설설 기며 원하는 것을 모두 들어줘도 모자랄 판에, 신세를 운운하다니. 아둔하구나!」

지크가 못마땅한 듯 콧김을 내뿜자 유진을 둘러싼 공기가 확 더워지며 열기가 치솟았다.

단지 콧김을 분 것뿐인데도, 유진은 뒷걸음질 쳐야만 했다.

하지만 유진은 태도를 바꿀 생각이 전혀 없었다.

“오만하고 아둔한 인간으로서 충고 하나만 하지.”

「어리석기까지 하구나. 네놈과의 계약은 생각해 볼 필요도 없…….」

“넌 용치고 말이 좀 많네. 원래 용들은 좀 과묵하고, 무게감 있는 게 컨셉 아닌가? 나불나불…… 말이 과해.”

「나불나불……? 크하하하! 계약은커녕, 내 심상 세계에서 몸이 불타 죽는 걸 원하는 모양…….」

“근데 있잖아.”

유진의 눈매가 섬뜩하게 번득였다.

“계약의 결정권이 용에게만 있다는 건 누구 대가리에서 나온 거냐?”

그 눈동자를 마주한 지크가 웃음을 싹, 거두고는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인간이여, 그 입놀림이 거슬리니 이제 돌아가거라.」

그와 동시에.

후우우웁!

지크가 공중에서 몸을 크게 비틀며 숨을 빨아들였다.

“큽……!”

그 짧은 순간 동안 거친 폭풍이 휘몰아치며 유진의 몸을 휘청이게 했다.

지크의 주둥이 근처에 존재하던 공간이 마치 종이 구겨지듯 일그러지더니.

기어코 어마어마한 열기를 머금은 드래곤 브레스가 대기를 찢으며 쏟아져 나왔다.

쿠오오오!

거대한 빙하도 단숨에 녹여버리고, 바다마저도 잠시간 폐허로 만든다는 공격이 바로 드래곤 브레스였으니.

고요히 서 있는 것조차도 용납하지 않을 만큼 거센 화염과 열풍이 유진의 눈앞을 가득 메웠다.

지독하게 뜨겁다. 당장이라도 얼굴이 녹아내리다 못해 재마저도 남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유진은 그 잠깐 사이에 침착하게 쿠란의 검과 화룡검을 뽑으며 오러를 온몸에 휘감았다.

콰아앙!

과연 드래곤 브레스라는 걸까.

브레스가 유진의 오러 방벽과 맞닿자 성이라도 하나 무너진 게 아닐까, 싶은 정도로 거대한 굉음이 심상 세계를 잔뜩 울렸다.

매캐한 연기가 지크와 유진 사이를 가득 메우며 서로의 시야를 가렸다.

지크는 확신했다. 유진은 뼈도 남지 않고 죽어버렸을 거라고.

용의 심상 세계에서 한 번 죽임을 당한 인간은 결코 계약을 할 수 없다.

용이 인간을 선택하든, 인간이 용을 선택하든, 심상 세계는 일종의 맞선 자리였으니까.

둘 중 하나라도 뜻이 맞지 않으면 관계가 유지될 수가 없는 것이다.

「네놈이 알을 보살펴 준 것이야 고맙지만, 네놈의 그 불순한 태도가 이 사달을 만든 것이다. 쯧.」

지크가 가볍게 혀를 차며 뒤돌아섰다. 심상 세계를 거두고 알의 상태로 돌아가려는 것이었다.

그런데.

「으음……?」

심상 세계의 소멸이 불가능했다.

그 말인즉슨.

“후…… 나 아직 안 죽었는데.”

유진은 살아남았다.

그가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내며 무릎을 짚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 어떻게……!」

어떻게 드래곤 브레스를 맞고도 아직 살아있을 수 있냐는 물음.

그에 대한 답으로 자욱한 연기 사이에 드러난 제 몸을 가리켰다.

“나도 용 흉내는 낼 수 있거든.”

유진은 문신화를 사용, 흑룡의 가죽을 뒤덮은 모습이었다.

이제, 유진의 차례였다.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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