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조폭 네크로맨서-1화 (1/186)

제1화

불사의 군단.

언데드로 이루어진 군단이 부서진 성문 앞에 멈춰 섰다.

부서진 성문 너머로 폐허가 된 도시가 보였고, 곳곳엔 비참하게 죽어간 시체들이 보였다.

저벅, 저벅.

검은 로브를 입은 남자가 불사의 군단 앞으로 걸어 나왔다.

“늦었군.”

중년의 남자. 그는 폐허가 된 도시를 바라보며 혀를 찼다.

으득.

무언가 화가 났는지 폐허가 된 도시를 바라보던 남자가 이를 악물었다.

“돌아가자.”

한참 분노를 토해내던 남자는 이내 뒤를 돌아 불사의 군단을 바라봤고.

달그락! 달그락!

그의 명령에 언데드 군단이 바쁘게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쿵! 쿠웅! 쿵!

바다가 갈리듯, 중년의 남자 앞으로 언데드들이 만든 음침하고 위대한 길이 생겨났다.

그때.

쏴아아아아-

남자의 분노를 위로하기 위함인지, 비참하게 죽어간 이들을 애도하기 위함인지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비에 남자는 손바닥을 펼쳐 빗방울을 받아냈고, 씁쓸한 표정을 지은 채 하늘을 바라봤다.

“지랄맞군.”

남자는 짙은 한숨을 내뱉은 뒤, 해골들이 만들어 낸 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아니, 옮기려 했다.

응애애애애!

뒤쪽에서 갓난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살려달라는 듯, 자신을 찾아달라는 듯 애처로움이 담긴 처절한 울음소리.

“음?”

남자는 고개를 갸웃하며 다시 성문 너머를 바라봤다.

응애! 응애애!

비 내리는 폐허는 두려움이 느껴질 정도로 음침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너희 셋은 따라오고 나머진 기다려라.”

중년의 남자는 두려움 따윈 느껴지지 않는다는 듯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향해 걸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무너진 건물 앞에서 그의 걸음이 멈춰졌다.

응애애! 응애!

“치워.”

남자가 무너진 건물을 가리키며 명령하자, 뒤따라온 해골 병사 셋이 빠르게 건물 잔해를 치우기 시작했다.

이내.

“…….”

젊은 여성의 시체 품 안에서 목청껏 울고 있는 아기를 발견했다.

“고생하셨소. 부인.”

중년의 남자는 끝까지 엄마의 역할을 해내려던 시체를 향해 정중한 인사를 건넸고.

“너도 고생 많았다.”

여성의 품에 안겨 울던 아기를 조심스레 안아 들었다.

“응애! 응애애! 응애애!”

사람의 온기가 반가웠을까? 품에 안긴 아기는 더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그래. 그 몸으로 할 수 있는 건 고작 울음뿐이었겠지.”

살았다는 안도감인지, 버리지 말아 달라는 부탁인 건지, 아기의 울음이 애처롭게 들렸다.

“수많은 죽음 속에서 홀로 살아남았구나….”

남자는 안쓰럽다는 눈으로 아기를 바라봤다.

아기 얼굴엔 흙먼지와 피가 엉겨 붙어 있었다.

스윽.

남자가 옷소매와 비를 이용해 아기 얼굴에 묻은 피와 먼지를 조심스레 닦아냈다.

“조금은 힘이 날 거다.”

남자는 아이의 이마에 손을 올린 뒤 아이에게 마나를 흘려보냈다.

‘음?’

순간,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남자는 곧바로 손을 떼며 아기를 바라봤다.

어느새 울음을 그친 아기는 맑고 투명한 눈으로 중년의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순수한 눈.

무엇을 느꼈기에 이러는 것일까? 남자는 잠깐 당황하더니 이내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좋다. 함께 가자꾸나. 날 만난 것도 너의 운명이겠지.”

남자는 아기가 기특하다는 듯 조심스레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죽음을 다스릴 자에겐 참으로 어울리는 탄생이로다.”

그는 알 수 없었다. 자신의 품에 안긴 아기의 몸 안에 어떤 영혼이 담겨 있는지.

“카단. 네 이름은 카단이다.”

카단. 그것이 쌍룡파 행동대장 이석훈의 새로운 이름이었다.

***

“끄응….”

작은 침대 위에서 눈을 뜬 아기가 기지개를 켜듯 작은 손발을 위아래로 쭉 뻗어댔다.

사랑스러운 모습이었다.

‘빌어먹을.’

사랑스러운 아기는 속으로 욕지거리를 곱씹고 있었다.

‘아니, 이게 가능한 일이야?’

맑고 큰 눈으로 천장을 바라보던 아기. 카단은 지난 기억을 되뇌어 보았다.

‘난 분명….’

허무하게 죽어가던 생의 마지막 순간을.

‘죽었었다.’

조직 폭력배 쌍룡파의 행동대장이었던 이석훈은 죽었다.

타 조직과 전쟁 중 배신한 부하의 칼을 맞고 비참한 죽음을 맞이했었다.

그 씁쓸했던 비극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그런데 그가 다시 눈을 떴다.

‘나… 지옥에 온 게 아니라 정말로 다시 태어나기라도 한 건가?’

그것도 아기의 몸으로.

꼼지락거리는 손가락, 바둥거리는 짧은 팔과 다리. 고개 한 번 돌리는 것도 마음처럼 쉽지 않은 아기의 몸.

‘허….’

헛웃음이 절로 지어졌다.

환생. 소설 속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이 일어날 줄이야.

‘다시 태어날 수 있다고 치자. 그런데 전생의 기억을 고스란히 지닌 채 다시 태어나는 게 가능한 거야?’

정말 꿈만 같은 이야기였다. 직접 겪고 있으니 안 믿을 수도 없는 일.

새로 태어나 ‘인지’라는 걸 할 수 있게 된 순간부터 전생을 기억해냈다.

그때부터 그에게 지옥이 시작되었다.

살 만큼 살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조직 생활을 하며 인생의 다양한 맛을 느꼈었던 이석훈.

그런 그가 성인의 정신을 지닌 채 아기가 되어 살아간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옥이 따로 없잖아?’

아기의 몸은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았다.

‘이럴 거면 차라리 지옥에 보내주던가. 빌어먹을.’

이석훈. 아니, 카단은 이 답답함이 괴롭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아, 안 돼! 잠깐!’

그와 동시에.

“응애애애애애!”

알 수 없는 서러움이 차오르며, 뜻하지 않은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아. 미치겠네. 진짜.’

***

잠에서 깬 카단은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리부터 해보자. 우선 여긴 내가 살던 세계가 아니야.’

언어부터 시작해 환경, 문화, 생활 등 모든 것이 낯설었다.

무엇보다 이곳은.

‘마법이라니.’

마법이 실존하는 곳.

마법의 존재 때문에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더더욱 힘들었다.

애초에 그가 살던 세계에는 마법이란 건 상상 속에서나 존재하던 것이었으니.

‘하긴. 전생을 기억한 채 환생했다는 것도 현실적이진 않아.’

믿기지 않고 말이 되지 않는다고 해서 외면할 수는 없었다.

이곳은 앞으로 그가 살아갈 세계.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만 했다.

‘그래. 부정한다고 바뀌는 건 없으니까.’

이제는 받아들이자. 카단은 그렇게 자신의 새로운 인생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구해져서 다행이지, 하마터면 환생하자마자 죽을 뻔했네.’

전생을 기억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건이 생겼다. 전쟁이 일어난 건지 갑작스럽게 부모를 잃고 말았다.

폐허가 된 도시에서 아기의 몸으로 할 수 있는 건 울음뿐.

‘그게 지옥인 줄 알았지.’

지옥 같은 나날 속 허무한 죽음을 기다리던 찰나, 울음소리를 듣고 찾아온 은인 덕분에 겨우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그날, 이석훈은 카단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삶의 기회를 얻게 되었다.

‘카단…이라.’

철컥.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중년의 남자가 나타났다.

“일어났구나. 카단.”

그는 천천히 아기 침대 쪽을 향해 걸어왔고, 이내 조심스레 카단을 안아 들었다.

“걱정하지 말아라. 이곳은 안전하단다.”

아기를 품은 모습이 어색해 보였지만, 그의 눈빛만큼은 애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

‘샬로트 잉그마르. 였나?’

카단은 곧바로 중년 남자의 이름을 떠올릴 수 있었다.

‘이 사람이 아니었다면 난 꼼짝없이 죽었을 거야.’

폐허가 된 도시에서 그를 구해준 은인이자, 앞으로 그의 보호자가 되기를 자처한 사람.

카단은 고마움을 느끼며 방긋 웃음을 지어 보였다.

“허어? 생존 본능이 뛰어난 놈이로구나.”

그 웃음이 자신을 버리지 말라는 아기의 표현이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슥.

샬로트는 안쓰럽다는 눈으로 카단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안심해라. 앞으로는 내가 너의 아비가 되어주마.”

샬로트가 자상한 목소리로 카단을 안심시키려 했다.

정작 그 위로를 받는 카단은 난감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 사람이 네크로맨서? 라고 했었지?’

처음엔 네크로맨서가 무엇인지 몰랐었다.

하지만 그의 저택에 도착한 순간부터야 네크로맨서가 어떤 존재인지 알 수 있었다.

아주 자연스럽게.

달그락!

해골이 청소하고, 기저귀를 갈아주며 밥까지 먹여주는 저택.

그리고 그런 해골에게 명령을 내리는 자. 샬로트 잉그마르.

‘네크로맨서. 죽은 자를 다스리는 직업….’

해골 덕분에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더 힘들었었다.

해골이 육아와 가정일을 도맡아 하는 곳을 현실이라 받아들이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겁먹지 마라. 아가. 내가 있는 한 이 세계에서 잉그마르의 후계자를 위협할 존재는 없단다.”

하필 보호자가 되어줄 사람의 정체가 네크로맨서라니.

‘이번 생도 뒷세계에 몸을 담가야 할 운명인가?’

해골을 부리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악당이라는 단어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 그의 아들이 되어 살아간다면 자신도 악당이 되어야 하는 걸까?

“편하게 자거라. 불안하다면 옆을 지켜주마.”

자상한 모습과 애정 어린 눈빛을 보고 있으면 악당이라고 칭하기는 어려웠다.

‘뭐, 맹수들도 새끼들한테는 한없이 자상하다니까. 당장 판단할 수는 없지.’

카단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모르는 샬로트는 그저 따스한 얼굴로 카단을 토닥일 뿐이었다.

‘하. 무슨 기면증도 아니고, 틈만 나면 졸리네.’

그의 따스한 위로 속 카단은 쏟아지는 졸음을 이기지 못한 채 눈을 감고 말았다.

***

7년이 지났다.

‘성장도 더뎌, 시간도 느려.’

환생하고 꽤 시간이 지나 새로운 몸엔 충분히 적응할 수 있었다.

아기가 아닌 아이라지만, 작은 몸으로 살아가는 건 여전히 불편했다.

‘그나마 덜 답답하기는 한데.’

끔찍했던 유년기 시절이 끝나고 비교적 자유로운 소년기가 찾아왔다.

답답함은 사라졌지만, 이후 찾아온 극심한 무료함이 괴롭게 느껴졌다.

“시간이 남아돈다.”

전생에는 늘 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이의 몸이 된 지금은 하루라는 시간이 무척이나 길게 느껴졌다.

시간에 쫓기는 게 아니라 시간의 꽁무니를 보며 따라가는 기분이랄까?

전생의 경험을 토대로 알차게 시간을 보내보려 노력했었다.

앞으로 살아갈 세계를 알아가기 위해 언어를 배우고 이곳의 역사를 공부했다.

‘생존을 목표로 두고 살아야 할 정도로 위험한 세계라니.’

그렇게 유년기를 보내며 알게 된 사실은 그가 살아야 할 세상이 그리 평화롭지 않다는 것.

‘해골이 기저귀 갈아줄 때부터 예상하긴 했지만.’

인간에게 위협이 되는 몬스터가 가득하고, 틈만 나면 전쟁이 일어났다.

무엇보다 마족이라는 존재에게 늘 위협받는 세계.

자신을 지킬 힘이 없는 자는 허무한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는 곳.

‘차라리 조폭 세계가 더 안전할 것 같은데?’

적어도 위협 속에서 스스로 지킬 힘은 키워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1년 전부터 체력 단련을 시작했다.

똑똑.

한참 생각을 정리하던 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고, 카단은 문 너머를 바라보며 말했다.

“들어와.”

허락과 동시에 문이 열리더니, 정장을 차려입은 해골이 모습을 드러냈다.

달그락.

경악할만한 상황이었지만, 카단은 이 상황이 익숙하다는 듯 해골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버지가 부르셔?”

달그락.

카단이 질문하자 해골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을 따라오라는 듯 손짓했다.

“알겠어.”

카단은 벽면에 세워진 전신 거울을 한 번 보며 7살의 작은 아이의 모습을 확인한 뒤 곧바로 해골의 뒤를 따랐다.

달그락, 달그락.

방을 나서자 드넓은 저택 곳곳에 집안일을 하는 해골들이 보였다.

‘아이에게 정말 좋지 않은 환경이다.’

깔끔하게 차려입은 해골들의 모습이 기괴했다.

7년간 양아버지인 ‘샬로트 잉그마르’를 제외하고 살아있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이상하게도 이 넓은 저택엔 손님이 찾아온 적도 없으며, 근처에 사람도 살지 않는 것 같았다.

‘덕분에 해골들이랑만 지겹게 놀았지.’

같이 놀 또래의 아이를 대신해 늘 해골들이 곁을 지켰고, 가끔 샬로트와 계약된 뱀파이어가 찾아와 말 상대가 되어주었다.

술래잡기를 핑계로 체력 훈련을 했고, 뱀파이어와 대화하며 다양한 지식을 얻어내려 했다.

7살의 카단은 그렇게 이 세계에서 생존할 준비를 시작했다.

‘아이인 척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야. 쯧. 앞으로 얼마나 이렇게 지내야 하는 거지?’

달그락!

잠시 지난 시간을 떠올리던 사이, 앞서 걷던 해골이 걸음을 멈추곤 양손으로 벽난로가 있는 곳을 가리켰다.

그곳엔 흔들의자 앞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한 남자가 보였다.

“부르셨습니까? 아버지.”

그 남자의 정체는 샬로트 잉그마르. 카단의 양아버지였다.

7년이란 시간은 그의 얼굴에 주름을 그렸고, 검었던 머리 곳곳을 하얗게 물들였다.

“왔구나. 카단.”

나이가 들었다고 하지만, 허약해 보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온화한 그의 모습에서는 알 수 없는 중압감이 느껴졌다.

“너의 성장이 빠르다 들었다. 말도 잘하고 생각도 깊다던데.”

아마도 뱀파이어에게 전해 들은 말이겠지.

“배우는 게 재미있어서 그랬습니다! 아버지!”

카단은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말을 전했고, 샬로트는 흡족하다는 듯 웃으며 입을 열었다.

“너무 이르지 않을까 싶었지만, 너의 성장을 보고 있으니, 지금도 늦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카단은 눈을 끔뻑이며 순진무구한 얼굴로 이어질 말을 기다렸다.

“슬슬 너에게 가르침을 주려고 한다. 그 전에 하나 물으마.”

샬로트 얼굴에 그려졌던 자상한 웃음이 지워지고, 순식간에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온몸의 털이 쭈뼛쭈뼛 서는 기분.

꿀꺽.

카단은 마른침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카단 잉그마르.”

“네. 아버지.”

“네크로맨서가 되어 잉그마르 가문의 후계자가 될 생각이 있느냐?”

7살 어린아이에게 주어진 선택권. 아이에게 주어진 선택권이라기엔 꽤 무거웠다.

“강요하진 않으마. 미래는 스스로 선택해야 하는 법이니.”

목숨을 구해준 은인, 네크로맨서 샬로트는 생각보다 더 대단한 사람이었다.

‘이분에게 구해진 건 다신 없을 행운이다.’

마족으로부터 왕국을 구한 7인의 영웅 중 하나이자, 왕국을 수호하는 가디언.

영웅이라 불리는 유일한 네크로맨서였고, 대륙의 최강자라 손꼽히는 자였다.

그의 후계자가 된다면 이 세계에서 객사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라고 카단은 확신했다.

‘네크로맨서라.’

처음엔 죽은 자를 다스린다는 직업이라는 게 꺼림칙했다.

게다가 전생처럼 뒷세계에 몸을 담가야 한다는 생각에 거부감도 들었다.

‘나쁘지 않아. 아니, 오히려 좋아.’

하지만 7년이란 시간은 그의 생각을 바꿔놓기에 충분했다.

해골이 차려 주는 밥을 먹고 해골과 놀며 유년기를 보냈다. 게다가 뱀파이어에게 개인 과외를 받다 보니 이제는 언데드가 사람보다 친근하게 느껴졌다.

‘무조건 악인이라 할 수도 없어.’

다행히 이 세계에선 네크로맨서가 악인으로만 치부되는 곳은 아니었다.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 왕국법만 잘 지킨다면 충분히 영웅으로 불릴 수도 있는 직업.

샬로트 잉그마르가 살아있는 증거였다.

‘이건 기회야.’

언제 죽을지 모를 정도로 위험한 세계에서 살아가야 한다면, 최고라 불리는 자의 후계자가 된다는 건 더 없을 행운이지 않겠는가?

“네! 아버지! 아버지처럼 되고 싶습니다!”

짧게 생각을 끝낸 카단은 순진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이 녀석….’

샬로트는 카단의 눈을 바라보며 헛웃음을 삼켰다.

칭찬받기 위해 생각 없이 내뱉는 말이 아니었다. 확고한 결심을 한 사람이 보여주는 눈빛.

그 눈빛이 고작 7살 어린아이의 눈에 담겨 있었다.

‘자질은 충분하다.’

카단이 네크로맨서로서 필요한 재능이 있는지 아직 확신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후계자가 될 자질은 충분하다 생각했다.

‘재능이 없어도 상관없다. 재능쯤이야 만들어주면 그만이니.’

하루빨리 가르침을 주어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과연 카단은 얼마나 성장할까?

어떤 네크로맨서가 될까?

‘재앙이 될지. 영웅이 될지.’

궁금하군. 샬로트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카단의 작은 머리 위로 손을 올렸다.

“카단 잉그마르.”

“네! 아버지!”

“오늘부터 너는 샬로트 잉그마르의 정식 후계자이며, 네크로맨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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