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조폭 네크로맨서-6화 (6/186)

제6화

소름 돋는 광경이었다.

카단의 주변에서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해골들이 순식간에 시험장을 가득 채웠다.

시험장이 던전으로 바뀐 것 같은 착각마저 들게 만들 지경이었다.

“이, 이게 대체?”

“말도 안 돼.”

감독관들은 크게 당황하고 말았다.

달그락! 달그락! 달그락!

고요했던 시험장에는 해골들의 뼈 부딪히는 소리만이 들렸다.

끼긱-

기괴한 움직임의 해골들은 푸른 안광을 내뿜으며 카단의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네크로맨서….”

“이번 입학시험에서 네크로맨서를 보는 건 세 번째인가?”

“아무래도 희귀한 직업이니까.”

네크로맨서는 상당히 희귀한 직업이었다.

그 수가 많지도 않았으며, 그들은 웬만해서 정체를 드러내지 않았다.

게다가 제자를 두는 일도 드물었기에 네크로맨서라는 직업은 더욱 희귀할 수밖에 없었다.

샬로트 덕분에 인식이 바뀌며 네크로맨서들이 음지에서 나와 활동하기 시작했다지만, 그 수가 많다고는 할 수 없었다.

“희귀한 건 둘째치고, 이 많은 해골들은….”

감독관 하나가 헛웃음을 삼키며 해골들을 바라봤다.

특출나게 강해 보이는 해골은 없었다. 다만, 그 수가 비정상적으로 많았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상위 언데드는 없지만, 이 정도로 해골을 소환할 정도면 보통 실력자는 아니라는 건데?”

기대감은커녕 관심조차 주질 않았던 감독관들이 눈빛을 반짝이며 카단을 바라봤다.

‘이 많은 해골을 소환하고도 멀쩡해? 무리한 게 아니라 이 정도는 아무렇지 않다 이거야?’

무엇보다 놀라운 건 카단의 상태였다.

‘도대체 마나 하트가 얼마나 단단한 거야?’

무리해서 많은 해골을 소환했다간 마나의 부담이 갈 것이다.

마나 하트에 무리가 간다면 몸이 버티질 못할 것이고, 자칫 마나가 역류하기라도 한다면 위험한 상황이 연출될 것이다.

그러나 카단은 멀쩡했다.

해골들 가운데 여유롭게 서 있는 모습에서는 왠지 모를 위엄까지 느껴졌다.

‘괜찮은 척하고 있는 게 아니야. 확실히 여유로운 모습이다.’

‘이건 확실한 재능이군.’

‘네크로맨서의 기본 중 하나는 만점이군.’

수많은 해골에 한 번, 그리고 멀쩡한 카단의 모습에 또 한 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어려 보이는데? 몇 살이지?”

“17세.”

“아니, 뭐야? 여기 평범한 상인의 자식이라고 쓰여 있는데? 네크로맨시는 어디서 배운 거지?”

그제야 정신을 차린 감독관들은 급히 입학 서류를 확인했다.

고작 17살. 그것도 상인의 자식이 만들어낸 광경이라기엔 믿을 수 없었다.

달그락! 달그락!

해골 병사들 사이에서 여유롭게 서 있는 카단의 모습은 꽤 위협적이었다.

‘잠재력이 대단하군. 재앙이 될지, 영웅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카단이 알려지지 않은 악인의 제자라면? 이 자리에서 그를 죽여야만 했다.

“카단 씨. 혹시 스승님을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이 정도로 정교하고 깔끔한 네크로맨시라면 분명 스승이 존재할 것이다.

‘없다고 하진 않겠지.’

독학이라고 생각할 순 없었다.

이 정도로 많은 해골을 아무렇지 않게 소환하는 건 재능이겠지만, 분명 그 재능을 갈고닦아준 존재가 있을 것이다.

감독관은 그렇게 생각하며 카단을 바라봤다.

카단은 곧바로 대답하지 않고, 차가운 시선으로 감독관을 바라봤다.

‘잭 카터 님 말대로군.’

그리곤 잠시 잭 카터와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면접 중 스승이 누구냐는 질문을 받으면 뭐라고 하실 건가요?

-그런 것까지 묻습니까?

-네크로맨서 중엔 악인이 많으니까요. 이름이 알려진 네크로맨서는 대부분 악인입니다.

잭 카터의 말대로 감독관들은 감탄 이후 의심 가득한 눈으로 카단의 대답을 기다렸다.

만약 악인의 제자라면 이 자리에서 처단하기라도 할 듯 미세한 살기마저 뿜어댔다.

-그러니 거짓말을 해야겠죠?

-네. 아무래도 아버지의 자식이라고 할 순 없으니까요.

-안심만 시켜주면 됩니다. 증명할 필요도 없어요. 확인할 수 없는 거짓말을 하면 되니까요.

카단은 잭 카터에게 들었던 말을 그대로 입 밖으로 꺼냈다.

“네크로맨서 보르테이입니다.”

카단의 대답에 감독관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회의하듯 말을 주고받았다.

“보르테이? 그게 누구지?”

“처음 들어보는 이름인데?”

“현상범 중엔 없는 이름이다.”

그때 마탑 정복을 입은 감독관 하나가 놀란 눈으로 카단을 바라봤다.

“마탑 출신이었던 그 보르테이를 말하는 건가요?”

“네. 스승님께선 마탑에서 지내시다 불치병을 고치기 위해 여행 중이라고 하셨습니다.”

카단의 말이 사실이었는지, 마법사로 보이는 감독관이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둘의 대화를 듣고 이던 감독관 하나가 마법사로 보이는 감독관에게 물었다.

“마탑에 그런 네크로맨서라도 있었나?”

“마탑 출신 네크로맨서야. 악인은 물론, 죄를 지을만한 사람은 아니고.”

“그래?”

“거칠고 조용했던 친구였어. 보는 사람이 외로울 정도로 혼자 다니던 사람이고.”

마법사로 보이는 감독관이 씁쓸히 웃더니, 다시 카단을 바라봤다.

“보르테이가 없는 이상 진실을 확인할 수 없으니, 질문 하나만 더 하겠습니다.”

“네.”

“보르테이 얼굴엔 큰 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제자라면 그 점이 어디 있는지 아시겠죠?”

이번엔 꽤 날카로운 질문이었다. 보르테이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대답할 수 없는 질문.

‘보르테이는 유명한 네크로맨서가 아니야. 그를 아는 사람은 마탑에서도 손을 꼽을 정도니.’

마법사로 보이는 감독관은 확신이 가득한 눈으로 카단의 대답을 기다렸다.

따가운 시선이 느껴지는 가운데, 카단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오른쪽 입꼬리 위에 콩알만 한 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점 위로 자라난 털 때문에 늘 그 점을 만지작거리곤 하셨죠.”

단순한 위치뿐만 아니라, 사소한 버릇까지 말하자 마법사로 보이는 감독관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맞아. 점에 난 수염을 뽑는 게 그 친구의 버릇이었지.”

마법사로 보이는 감독관은 주변에 있는 감독관들에 안심해도 된다는 듯 손짓했다.

그러자 감독관들이 서서히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었다.

그들의 모습을 보며 카단은 잠시 잭 카터의 능력에 감탄했다.

‘확실히 유용한 사람이다.’

도둑 길드의 정보만으로 감독관들을 속일 수 있다니.

‘잭 카터 님 말대로 걸릴 위험도 없어.’

네크로맨서 보르테이는 마탑에서도 유명한 사람이 아니다.

실력도 대단하다 할 수 없었고, 사람과 어울리는 성격도 아니었다.

그가 마탑 출신임을 아는 사람은 물론, 그가 불치병에 걸려 마탑을 떠났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도 손에 꼽을 정도였다.

게다가 불치병을 앓다가 먼 시골 마을에서 생을 마감했으니, 자세한 정보를 확인하는 것도 불가능.

카단은 속으로 웃음을 지으며 감독관들의 말을 기다렸다.

“카단 씨. 대단한 재능을 지니셨군요.”

의심을 지운 감독관들이 다시 입을 열기 시작했다.

“아, 그리고 해골은 이제 그만 보여주셔도 됩니다.”

달그락! 달그락! 달그락!

재능과 실력, 그리고 잠재력은 확인했으니 이제 시험장 가득 채운 해골들을 치워달라는 뜻.

스륵.

감독관들의 의사를 확인한 카단은 반지가 끼워진 손을 옆으로 뻗더니 작게 중얼거렸다.

그러자.

스으으으윽-

해골들이 가루가 되어 빠르게 반지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순식간에 시험장이 텅 비게 되자 왠지 모를 허무함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 정도로 수많은 해골이 내뿜던 존재감은 대단했다.

“카단 씨. 잠시만 기다려 주실 수 있겠습니까? 잠깐 저희끼리 얘기 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가운데 앉은 감독관이 양해를 구한다는 듯 손짓한 뒤, 곧바로 회의를 시작했다.

그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카단 씨.”

“네.”

“1차 합격 축하드립니다.”

만장일치. 그 누구도 카단의 합격에 반대하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카단이 꾸벅 고개 숙여 인사하자, 마법사로 보이는 감독관이 일어나 카단에게 다가왔다.

“이거 받으세요.”

그는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카단에게 건네며 말을 이었다.

“15일 뒤, 이 펜던트를 가지고 영웅 아카데미로 오세요. 합격의 증표입니다.”

사자 문양이 새겨진 푸른 보석의 펜던트.

“네 알겠습니다.”

카단은 펜던트를 건네받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15일 뒤에 뵙죠. 이만 가보셔도 좋습니다.”

시험이 끝나자, 카단은 미련 없이 몸을 돌려 커다란 문을 향해 걸어갔다.

이내 카단이 시험장을 빠져나가자, 약속이라도 한 듯 감독관들이 동시에 긴 한숨을 뱉었다.

“연속으로 굉장한 인재들이 찾아왔네.”

“그러게. 어쩌면 이번 기수에서 차기 가디언이 나올 수도 있겠는데?”

“그건 두고 봐야지. 지금 아카데미 학생 중에도 뛰어난 녀석들은 많으니까.”

그리곤 카단 앞에서 나눌 수 없던 대화를 편하게 이어갔다.

“아! 그 보르테이라는 네크로맨서 실력이 좋았나?”

“아니. 이론은 제법 뛰어났지만, 실전은 전혀.”

마법사로 보이는 감독관이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보르테이에게 이론과 기초만큼은 탄탄하게 배운 것 같네. 하지만 그 해골의 수만 본다면 그건 재능을 타고난 거야.”

“시골 도시에서도 드래곤이 나타난다 이건가?”

감독관들은 동시에 카단이 빠져나간 커다란 문을 바라봤다.

“2차 시험도 기대되는군.”

***

시험장을 빠져나온 카단은 곧바로 주점 ‘고양이들의 저녁’을 찾았다.

“다음 계획을 얘기해볼까요?”

카단은 감독관에게 받은 펜던트를 바 테이블 위로 올려놓았다.

“…….”

펜던트를 확인한 잭 카터는 헛웃음을 삼켰다.

‘푸른 보석 안에 새겨진 사자 문양….’

1차 합격자들에게만 주어지는 합격의 증표가 확실했다.

“정말 합격하실 줄이야.”

아무리 영웅의 자식이라지만, 이렇게 쉽게 합격의 증표를 가져올 줄은 몰랐다.

어느 정도의 실력을 지녔기에 그 어렵다는 영웅 아카데미 시험에 합격한 것일까?

‘게다가 이 여유로운 태도는 뭐야?’

카단의 모습에서 합격의 기쁨 따위는 찾을 수 없었다. 그저 이 합격이 당연하다는 듯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재능과 실력이 뛰어나더라도 잠재력이 없다면 외면당하는 게 아카데미 시험의 현실이었다.

그 시험에서 당당히 합격할 정도라면 카단은 잭 카터가 예상한 것보다 더 뛰어나다는 뜻.

잠시 딴생각을 했던 잭 카터가 다시 눈웃음을 그렸다.

“합격을 축하드립니다. 카단 님. 역시 샬로트 님의 자제분은 달라도 다르군요.”

샬로트의 자식이라고 무조건 합격할 수 있는가? 라고 묻는다면 그 역시 아니었다.

‘가디언의 핏줄을 이어받았지만, 탈락한 사람들도 많았지.’

현 가디언의 자식, 손자 중에도 영웅 아카데미 입학하려는 이들은 많았다.

그러나 합격한 이들은 손에 꼽을 정도.

툭.

잭 카터는 자연스레 테이블 위로 오렌지 주스가 담긴 유리잔을 올렸다.

“그렇다면 다음 계획을 얘기해보도록 할까요?”

“좋습니다.”

카단은 오렌지 주스를 슬쩍 바라보더니 다시 잭 카터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 2차 시험까지는 15일 남았죠? 수도까지 4일 정도가 걸리니 넉넉히 일주일 전에는 출발하셔야겠네요.”

시험을 준비할 시간은 고작 일주일. 무언가 특별한 걸 해내기엔 부족한 시간이었다.

“일주일이면 대단한 걸 준비하긴 힘들겠군요.”

“아무래도 그렇죠. 몸 상태를 최상으로 유지하는 게 제일일 겁니다. 휴식도 필수고요.”

카단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잭 카터는 눈웃음을 그리며 말을 이어갔다.

“일주일 안으로 2차 시험에 필요한 정보들을 최대한 모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또 마차와 마부도 그 안에 구하겠습니다.”

“네. 부탁드리겠습니다. 아, 그런데 2차 시험은 어떻게 진행됩니까?”

그 질문에 잭 카터는 잠시 눈을 끔뻑거리며 카단을 바라봤다.

‘샬로트 님이 아무런 말도 해주지 않으셨던 모양이네.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군. 무슨 산에서만 살다 내려온 사람 같네.’

잭 카터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2차 시험은 가디언의 길을 통과하는 것입니다.”

“가디언의 길? 그게 뭐죠?”

“아카데미에 있는 시험장이죠. 인조 동굴인데, 어떤 충격에도 무너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카단은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이어질 잭 카터의 말을 기다렸다.

“그곳에서 교관과 가디언에게 시험을 받게 되실 겁니다. 총 2번에 걸쳐서 시험이 진행되죠.”

“어느 교관과 가디언인지는 미리 알 수 없는 거죠?”

“아쉽지만, 그렇습니다. 매번 교관과 가디언. 그리고 시험 내용이 달라져서 명확한 시험 내용을 말씀드릴 수가 없어요.”

순간 카단의 눈빛이 차갑게 식어갔다.

‘가디언이 직접 시험장 온다는 거지?’

카단이 무언가 생각하는 듯 입을 다물자, 잭 카터는 눈웃음을 그리며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그리고 2차 시험은 목숨을 거셔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 말에 카단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잭 카터를 바라봤다.

“목숨을 걸어야 한다고요? 고작 시험인데?”

“영웅 아카데미의 2차 시험은 위험하기로 유명합니다. 시험이 ‘생존’이나 다름없다고 하죠.”

생존이라는 익숙한 단어가 들리자, 카단은 자기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뭐, 나쁘지 않네요.”

카단은 그렇게 말하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고, 잭 카터는 피식 고개를 끄덕이며 질문을 던졌다.

“카단 님. 일주일 동안 뭐하실 생각이죠? 계획이 있으십니까?”

“대단한 계획은 없습니다. 늘 하던 것들을 할 생각이거든요.”

카단은 샬로트의 저택에서 지냈던 17년을 떠올리며 씁쓸히 웃었다.

“혹시 훈련 장소는 구하셨습니까? 도시 근처에 괜찮은 곳 몇 곳을 알고 있는데. 소개해드릴까요?”

“아뇨. 시체를 구했던 곳에서 할 생각입니다.”

“그렇군요. 필요한 게 있으시다면 언제든 말씀하세요. 최대한 빠르게 구해드리죠.”

카단은 미소와 함께 고개를 저었다.

“당장 필요한 건 없습니다. 전 먼저 가보도록 하죠.”

“네. 일주일 뒤에 뵙겠습니다.”

카단은 고개를 꾸벅인 뒤, 그대로 몸을 돌려 주점 출입문을 향해 걸어갔다.

‘가디언이라…. 빨리 15일이 지났으면 좋겠군.’

비록 전부는 아니라지만, 복수의 대상을 이렇게 빨리 만나게 될 줄이야.

주점을 나서는 카단의 표정은 불안함이 아닌 기대감이 담겨 있었다.

하긴. 가디언이란 존재는 카단에게 있어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복수의 대상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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