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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 네크로맨서-7화 (7/186)

제7화

일주일 뒤.

카단이 다시 고양이들의 저녁을 찾았다.

“딱 맞춰서 오셨군요.”

잭 카터는 여느 때처럼 눈웃음으로 반겨주었고, 카단은 자연스레 바 테이블에 앉았다.

“떠날 준비는 끝난 건가요?”

“물론이죠. 최고급 마차를 대여했고, 베테랑 마부도 따로 고용했습니다. 원하실 때 출발하실 수 있도록 준비했죠.”

쓸데없는 곳에 돈을 많이 쓴 게 아닌가 싶었지만, 따지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아마도 내가 귀족처럼 살았다고 생각하겠지. 전설이자 영웅의 집안에서 지냈으니.’

최고급 마차와 베테랑 마부는 귀족처럼 살았으리라 생각한 카단을 위한 잭 카터의 배려였다.

그 사실을 눈치챈 카단은 별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시험 준비는 다 끝나셨습니까?”

“뭐, 딱히 준비라고 할 것도 없어서. 늘 하던 대로 해오던 것들만 했습니다.”

카단은 잠시 일주일간의 기억을 떠올렸다.

일전에 시체를 구했던 하급 던전에 들어갔었다.

사람들과 마주치지 않기 위해 던전 깊은 곳까지 들어갔으며, 그 안에서 운동과 훈련. 그리고 공부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일주일이 지나고 나서야 던전에서 나와 여관에서 목욕만 한 뒤 주점을 찾아온 것이다.

“그렇군요.”

카단의 대답에 잭 카터가 고개를 끄덕이며 슬쩍 카단을 훑어봤다.

‘그냥 합격도 아니야. 높은 점수의 합격자. 합격자 중 최상위권….’

도둑 길드를 통해 얻게 된 합격자들의 정보를 떠올린 잭 카터는 속으로 혀를 둘렀다.

전설이라 불리는 영웅의 자식이라지만, 이렇게 실력이 뛰어날 거라곤 예상치 못했었다.

‘아니, 샬로트 님. 대체 어떤 괴물을 만드신 겁니까?’

잭 카터는 눈웃음을 그리며 다시 카단에게 말을 걸었다.

“카단 님. 떠나시기 전에 식사라도 하시겠습니까?”

“괜찮아요. 먹고 왔습니다.”

“제가 또 요리 실력이… 아? 드셨다고요?”

카단이 고개를 끄덕이자, 잭 카터는 아쉽다는 듯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그보다 마실 것 한 잔만 주시겠습니까? 목이 말라서.”

그런 잭 카터의 표정을 읽었는지, 카단이 피식 웃으며 테이블 위로 은화 두 개를 올렸다.

“네? 아, 네! 알겠습니다!”

그 말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잭 카터가 방긋 웃으며 주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탁!

이내 바 테이블로 돌아온 잭 카터가 오렌지 주스가 담긴 유리잔을 건넸다.

“제가 직접 만든 수제 오렌지 주스입니다. 달콤하면서 시큼한 맛이 일품….”

“감사합니다. 잘 마실게요.”

말이 길어질 것 같았는지, 카단이 말을 끊으며 재빨리 감사를 전했다.

“아! 그리고 시험에 관한 정보가 들어왔습니다.”

잭 카터가 뭔가 떠올랐는지 급히 바 테이블 밑에서 책 한 권을 꺼냈다.

촤라라락-

“여전히 어떤 교관과 가디언이 시험에 참여하는지, 그리고 어떤 내용의 시험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그렇군요.”

“도둑 길드에서도 매번 이 정보를 얻어보려 하지만, 이번에도 실패했다고 하네요.”

2차 시험은 도둑 길드도 정보를 얻지 못할 정도로 극비로 진행되었다.

도둑 길드도 얻지 못할 정보라면 아무리 돈 많은 귀족이라도 얻을 수 없는 정보라는 뜻.

“뭐, 어쩔 수 없죠.”

아쉽긴 했지만, 미련을 두진 않았다. 시험 당일이 되면 알기 싫어도 알게 될 테니.

“하지만 1차 합격자들의 정보와 합격자들의 성적을 입수했습니다. 총 합격자는 99명.”

왕국 전역에서 치러진 시험의 합격자가 고작 99명뿐이라니. 카단은 내심 놀라며 이어질 말을 기다렸다.

“이 중에 최대 32명만이 아카데미에 입학하게 되는 거죠.”

잭 카터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합격자들의 정보도 알려드리겠습니다. 정보가 빈약하긴 해도 충분히 도움이 되실 겁니다.”

경쟁자의 정보를 미리 알아둔다면 도움이 될 것이 분명했다.

“아뇨. 괜찮습니다.”

하지만 카단은 고개를 저으며 거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네? 왜요?”

“들어도 기억 못 해요. 언제 99명의 정보를 다 외우고 기억하겠습니까?”

“다 알려드린다기보다는 주요 인물 위주로만 알려드리려고 정리까지 해놨는데?”

잭 카터는 당황스럽다는 듯 눈을 끔뻑거렸다.

주요 인물들의 정보만이라도 알고 간다면 도움이 될 텐데.

아쉬움이 남았지만, 카단의 뜻이 그렇다면 더는 강요할 수 없었다.

툭.

잭 카터는 책을 덮으며 다시 눈웃음을 그렸다.

“정 그러시다면.”

“그것보다 궁금한 게 있습니다.”

카단의 말에 잭 카터가 말해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수도에 가면 우린 어떻게 연락을 이어가죠?”

카단은 잭 카터가 필요했다.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사람이자, 꽤 유용한 정보력을 지닌 사람.

‘도둑 길드를 신뢰할 순 없지만, 이 사람은 믿을 수밖에 없다.’

샬로트와 계약하며 걸린 저주 덕분에 잭 카터는 죽을 때까지 카단의 뒤통수를 때릴 수 없었다.

게다가 샬로트의 의뢰가 이어지고 있었기에 잭 카터와의 인연을 이어갈 필요가 있었다.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도 수도로 갈 생각이거든요.”

그 말에 카단이 놀란 눈으로 잭 카터를 바라봤다.

“네?”

“수도로 지점 변경 신청해뒀어요. 승인 나길 기다리는 중입니다.”

“수도에도 도둑 길드 건물이 있지 않습니까?”

수도 지점의 점장 자리를 빼앗을 생각인 걸까? 카단이 헛웃음을 삼키며 물었다.

“도둑 길드는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리고 그 드넓은 수도 땅에 길드 건물 하나 더 생긴다고 이상할 건 없죠?”

아무리 의뢰 때문이라지만,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도와줄 줄이야.

‘도대체 아버지한테 뭘 받은 거야?’

어떤 대가가 있었기에 지점까지 옮겨가며 카단을 도우려는 것일까?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다 돈 받고 하는 일인데요. 뭘.”

카단이 어이없다는 듯 멍하니 잭 카터를 바라보다 이내 피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 슬슬 출발해봐야겠습니다.”

“네. 그러시죠. 그럼 수도에서 뵙도록 하겠습니다. 꼭 합격하시길 바랍니다.”

잭 카터는 정중한 자세로 인사를 건넸고, 카단 역시 바른 자세로 서서 그의 인사를 받아주었다.

“아, 잭 카터 씨? 마차는 어디서 타야 하죠?”

카단의 질문에 잭 카터는 깜빡했다며 손뼉을 치며 대답했다.

“서쪽 성문에서 마차가 대기 주입니다. 마차에는 고양이 깃발이 걸려 있으니, 찾기 쉬우실 겁니다.”

도둑 길드의 문양이 아닌 고양이 문양을 깃발로 걸어두다니. 카단은 헛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살펴 가세요!”

그렇게 잭 카터의 배웅을 받은 카단은 다시 걸음을 옮겨 주점을 빠져나갔다.

***

8일 후. 이른 새벽.

“나리! 도착했습니다.”

고양이 깃발을 건 마차가 수도의 거대한 성문 앞에 멈춰 섰다.

“고생하셨습니다.”

“예상보다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나리!”

4일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였지만, 카단이 탄 마차는 출발한 지 8일이 지나서야 수도에 도착하게 되었다.

“정말 죄송합니다. 빨리 왔어야 했는데.”

“저 때문에 늦은 거잖아요. 그러니 신경 쓰지 마세요. 어차피 늦지도 않았어요. 시간도 딱 맞춰서 왔네요.”

계속되는 마부의 사과에 카단은 괜찮다며 방긋 웃어 보였다.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아, 혹시 불편한 점은 없으셨습니까?”

“네. 좋았습니다.”

귀족들이 즐겨 타는 최고급 마차를 홀로 타고 왔으니 불편할 리가 없었다.

‘낭만적이었지. 마차는 이런 낭만이 있군.’

마차의 승차감이 불편할 법도 했지만, 카단은 만족하고 있었다.

‘최고급 세단에 비교할 승차감은 아니지만, 마차는 마차만의 매력이 있었어.’

카단은 은화가 든 돈주머니를 꺼내더니 마부에게 건넸다.

“데려다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건 돌아가시는 길에 식사 잘 챙겨 드시라고 드리는 겁니다.”

“나, 나리! 이건?”

얼떨결에 돈주머니를 받아버린 마부가 당황하며 카단을 붙잡으려고 했지만.

“나리?”

어느새 카단은 걸음을 옮겨 거대한 성문을 향하고 있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나리!”

마부는 감격한 얼굴로 카단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이내 허리 숙여 그에게 인사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챙겨주실 줄이야. 내가 대접해야 했는데, 대접받은 기분을 느끼다니.’

최고급 마차 대여에 베테랑 마부를 고용하는 비용이 상당했을 텐데, 또 돈을 챙겨 줄 줄은 몰랐다.

‘저런 귀족분도 계시는군.’

마부는 헛웃음을 지으며 짧았던 8일간의 여정을 떠올렸다.

-혼자 먹기 심심해서 그런데, 괜찮으시면 같이 식사하시죠.

마부는 보통 빵과 물로 간단한 끼니를 채웠었다.

-내일도 마차 모시느라 고생하실 텐데, 잠이라도 편한 곳에서 주무세요.

경유지에선 돈을 아끼기 위해 허름한 여관을 찾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번 수도행은 매번 식당에서 호화로운 식사를 했고, 고급스러운 여관에서 평온한 휴식을 취했다.

-천천히 가셔도 됩니다. 식사는 웬만하면 마을에서 해결하도록 하죠.

카단은 시험에만 늦지 않으면 되니, 식사와 휴식은 잘 챙겨보자며 매번 마부를 대접했었다.

게다가 꼬박꼬박 간식까지 챙겨주니 마부가 감동할 수밖에.

‘큰 사람이 되실 분이다.’

마부는 멀어지는 카단의 뒷모습을 바라보더니,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꼭 합격하십시오! 나리! 미천한 몸이지만, 저도 응원하겠습니다!’

***

‘다행히 늦지 않았군.’

아카데미는 굉장히 구석진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덕분에 이른 새벽에 도착한 카단은 해가 뜨고 나서야 아카데미 건물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증표를 지니신 분만 입장하실 수 있습니다! 동행자는 함께 입장하실 수 없습니다!”

아카데미 입구 앞에는 줄지어 서 있는 사람들이 보였고, 문지기로 보이는 자가 그들을 향해 큰소리로 외쳐댔다.

카단은 문지기의 말대로 증표를 꺼내며 줄을 서기 위해 걸음을 옮기려 했다.

‘응? 저 여자는?’

그때, 낯익은 여성이 보였다.

푸른 머리칼의 여성. 1차 시험 당시 카단의 앞 순서였던 그 여성이었다.

‘역시 합격했군.’

시험장을 다 얼려버릴 정도의 실력자라면 합격해도 이상할 건 없었다.

낯선 곳에서 낯익은 얼굴을 보니 반갑긴 했지만, 굳이 다가가 인사를 건넬 생각은 없었다.

‘친한 것도 아니고.’

괜히 불편한 상황을 겪고 싶지 않았기에 카단은 피식 웃으며 다시 걸음을 이어갔다.

잠시 후.

“증표를 보여주시겠습니까?”

기다림 끝에 카단의 차례가 다가왔다.

“여기 있습니다.”

목걸이만 보여주면 별다른 절차 없이 입장할 수 있었다.

“네. 확인했습니다. 들어가셔도 좋습니다.”

증표를 확인한 문지기가 아카데미의 출입문을 가리키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감사합니다.”

카단은 짧게 감사를 전한 뒤, 문지기가 가리킨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출입문으로부터 이어진 짧은 복도를 지나자 넓은 공터가 나왔고, 앞서 들어간 합격자들의 뒷모습이 보였다.

“수험생분들은 왼쪽에 보이시는 강당 건물로 가시면 됩니다!”

“강당 외 건물은 출입 금지입니다!”

공터 가운데에는 아카데미 정복을 입은 생도들이 수험생들을 안내하고 있었다.

그들의 안내를 따라 합격자들은 모두 한곳을 향해 걸었고, 카단은 자연스레 그들의 뒤를 이었다.

‘확실히 크다.’

귀족의 저택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큰 건물들이 아카데미 곳곳에 지어져 있었다.

‘육군 훈련소도 아니고 아카데미가 뭐 이렇게 넓어?’

확실히 왕국과 가디언이 투자하는 곳은 달랐다.

‘육군 훈련소라고 하니 괜히 다시 입대한 기분이군.’

기억하고 싶지 않은 전생의 기억이 떠오르자 카단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내 강당 안으로 들어서자 생도들이 수험생들을 질서 있게 안내하고 있었다.

“빈자리에 가서 앉아 주세요.”

강당에는 99개의 의자가 질서가 있게 놓여 있었으며, 빈자리는 얼마 보이지 않았다.

이내 99개의 의자가 모두 채워졌고.

또각, 또각, 또각.

웅성거림도 없이 고요하던 강당 안에 걸음 소리가 들려왔고, 사람들의 시선이 자연스레 그곳을 향했다.

“1차 시험에 합격하신 걸 축하합니다.”

무대 위로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이 올라섰다.

“저는 2차 시험의 진행과 감독을 맡은 교관 벨리드라고 합니다.”

짝짝짝짝짝!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약속이라도 한 듯 강당 안엔 박수 소리가 번져나갔다.

“인사는 이쯤하고, 곧바로 2차 시험에 관해 얘기하도록 할까요?”

박수 따윈 관심도 없다는 듯 벨리드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을 이어갔다.

“2차 시험은 늘 그래왔듯 가디언의 길에서 총 2번의 시험을 통과하시는 겁니다.”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기에 수험생들은 묵묵히 이어질 말을 기다렸다.

“첫 번째 시험은 제가 담당하게 되었고, 두 번째 시험은 왕국의 수호자이자 가디언이신….”

벨리드가 수험생들을 쓱 훑어보며 말을 끌었다.

긴장과 기대가 적절히 섞인 표정들.

이내 벨리드 교관이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

“대마법사 길버트 님이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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