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조폭 네크로맨서-10화 (10/186)

제10화

“다른 팀으로 갔으면 어떻게 하시려고?”

팀원을 혼자 두고 다른 팀원을 구하러 다녀도 되는 걸까? 탈락이 걸린 문제인데?

카단은 걱정스럽다는 듯 앞서 걸어가는 알비스에게 말을 걸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분명 다른 팀원이라는 사람도 오늘 처음 만난 사람일 텐데, 어떻게 신뢰할 수 있는 거지?

카단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이내, 조금 전 자신의 행동을 떠올리곤 피식 웃었다.

카단 역시 오늘 처음 본 사람을 위해 귀족과 다투었으니, 딱히 할 말은 없었다.

“아! 저기 계셨네요!”

알비스가 걸음을 멈추며 어딘가를 가리켰다.

그가 가리킨 곳에는 붉은 머리칼을 말꼬리처럼 묶은 여성이 홀로 서 있었다.

그녀는 가벼워 보이는 갑옷을 입고 있었고, 허리춤에는 검 한 자루를 차고 있었다.

팔짱을 끼고 벽에 기대어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이 꽤 편해 보였다.

“저 여성분입니까?”

“네!”

분명 강당 안은 수험생들 덕에 혼란스러웠는데, 이상하게 여성의 주변만 고요한 것 같았다.

‘묘한 사람이네.’

이내 여성 앞에 도착한 알비스가 밝게 웃으며 말을 걸었다.

“칼리아 님! 저 왔습니다! 오래 기다리셨어요?”

고개를 숙이고 있던 여성. ‘칼리아’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고,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만 도리도리 저어댔다.

‘눈빛이 흐릿하네?’

초점이 풀린 것처럼 눈빛이 어두웠다. 아리따운 외모와는 어울리지 않는 눈빛이었다.

“팀원을 구했습니다! 이제 시험만 기다리면 됩니다!”

알비스가 카단을 가리키자, 카단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꾸벅이며 말했다.

“카단이라고 합니다.”

칼리아는 멍한 눈으로 카단을 바라보더니, 이내 고개를 꾸벅이며 입을 열었다.

“칼리아.”

대화를 이어갈 생각이 없었는지, 칼리아는 자신의 이름만 말한 뒤 입을 다물었다.

‘뭐, 그래도 멋대로인 귀족보단 좋네.’

거리를 두는 게 느껴졌지만, 카단은 기분 나쁘다는 생각보다는 오히려 마음에 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

잠깐의 침묵이 흘렀고, 소개가 부족하다고 생각한 알비스가 두 사람 사이를 파고들며 말했다.

“카단 씨는 네크로맨서! 그리고 칼리아 씨는 검사입니다!”

그의 말에 카단과 칼리아는 서로를 바라봤고, 이내 두 사람의 시선이 알비스를 향했다.

“아! 저, 저는 마법사입니다!”

알비스는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자신을 소개했고, 카단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반전은 없었네.’

카단의 예상대로 알비스는 마법사였다. 칼리아 역시 허리춤에 검을 차고 있었으니, 그가 검사라는 걸 유추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비록 급조된 팀이지만, 우리 잘 해봐요!”

알비스는 어색함을 이겨내려 괜히 목소리에 힘을 주어 말했다.

아무래도 자신의 주도하에 모인 팀이니 책임감 같은 걸 느끼는 것 같았다.

카단은 그런 알비스를 보며 미소를 지어줬고, 칼리아는 고개만 끄덕일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세 사람이 어색하고 짧은 인사를 끝내는 순간.

“시간 종료.”

강당 안에 종료를 알리는 벨리드 교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읊조린 듯 내뱉은 말이었지만, 마법 덕분인지 강당 안 모두가 그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녀의 목소리에 분주하게 움직이던 강당 안이 빠르게 고요해졌다.

카단과 그의 일행 역시 조용히 시선만 옮겨 이어질 벨리드 교관의 말을 기다렸다.

“완성된 팀을 일일이 확인하는 건 비효율적이겠죠?”

벨리드는 바닥에 내려놓았던 모래시계를 주워 확인하더니 입가에 미소를 그리며 말을 이었다.

“자, 팀을 구하지 못한 두 분은 자진해서 앞으로 나와주세요.”

그녀의 말이 끝나자 사람들은 탈락자를 찾기 위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빌어먹을 새끼들.”

그때 누군가의 목소리에 강당 안에 침묵이 찾아왔다.

목소리가 들린 곳을 바라보니, 똑같이 생긴 두 사람이 강당 끝에서부터 벨리드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근육질의 두 남성은 불만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다른 사람들을 노려봤다.

그렇다고 그 이상의 위협적인 행동을 하는 건 아니었다. 그저 불만이 담긴 눈빛으로 수험생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비록 탈락했지만, 그의 걸음과 표정은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척.

똑같이 생긴 두 남자가 벨리드 앞에 도착했고, 벨리드는 자상한 미소를 지으며 두 사람에게 말했다.

“사람을 끌어모으는 힘. 내 사람으로 만드는 힘. 이것 역시 영웅에게 필요한 것들이죠.”

“알았으니까 빨리 보내주세요.”

“쪽팔려 죽겠습니다. 그만 보내주세요.”

무례한 건지 당당한 건지.

두 사람은 벨리드 교관 앞에서도 전혀 기죽지 않고 할 말을 내뱉었다.

“좋아요.”

벨리드는 그런 태도가 마음에 든다는 듯 미소를 그리며 강당 출입문을 가리켰다.

“무운을 빌죠.”

“그거 감사하네요.”

“가보겠습니다.”

벨리드의 말에 두 남성은 짧게 고개 숙여 인사한 뒤, 강당 출입문을 향했다.

그들이 강당 문을 통해 밖으로 나가자, 강당 안에는 침묵과 함께 묘한 긴장감이 맴돌았다.

‘이제 시작이구나.’

‘교관이 담당한 시험은 크게 위험하지 않겠지?’

‘팀을 꾸리라니, 도대체 무슨 시험이기에?’

곧 시험이 시작된다는 사실이 수험생들을 압박하는 듯했다.

그렇다고 모두가 긴장하고 있는 건 아니었다. 몇몇은 곧 시작될 시험이 기대된다며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가디언을 이렇게 빨리 만나게 될 줄 몰랐네.’

카단은 무표정한 얼굴로 벨리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표정만으론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알 수 없었다.

그렇게 강당 안에 긴장감이 짙어지고 있을 때.

“팀도 나뉘었으니 곧바로 시험 장소로 이동할까요?”

슥.

벨리드가 허리춤에 있던 지팡이를 꺼내 들더니, 허공을 향해 휙 하고 휘둘렀다.

우우웅!

그러자 강당 출입문 앞으로 거대한 포탈 하나가 생겨났다.

포탈을 여는 건 꽤 높은 경지의 마법이었기에 수험생들은 놀랍다는 눈빛으로 벨리드를 바라봤다.

벨리드는 그러한 시선이 익숙하다는 듯 아무렇지 않게 말을 이어갔다.

“저 포탈의 건너편은 꽤 위험하니까, 생도들의 안내에 따라 얌전히 이동해주시길. 저부터 들어가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벨리드는 말을 끝내는 동시에 포탈 안으로 들어갔고.

“앞쪽에 계신 분들부터 이동하겠습니다. 수험생분들은 팀원들과 함께 자리에 서서 대기해주시길 바랍니다.”

이후 생도들이 포탈 근처로 빠르게 이동해 수험생들을 안내하기 시작했다.

저 포탈은 어디로 향하는 포탈일까? 수험생들은 궁금증과 두려움을 지닌 채 포탈 안으로 들어섰다.

이내 카단과 그의 동료들의 차례가 되었다.

“들어가시면 됩니다.”

생도는 포탈 앞에 멈춰 선 카단과 알비스, 그리고 칼리아를 향해 말했고, 세 사람은 곧바로 포탈 안으로 들어갔다.

파앗!

포탈을 빠져나오자 푸른 잔디가 깔린 초원이 세 사람을 반겨 주었다.

게다가 멀지 않은 곳에는 나무가 울창한 숲까지 존재했다.

‘여긴 어디지? 숲 한가운데인가?’

카단의 시선에 질서 정연하게 서 있는 수험생들과 그들을 안내하는 생도들이 보였다.

그리고 그들 뒤로 무장한 교관과 생도들이 주변을 경계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어떤 곳이기에 무장까지 한 채로 경계를 서고 있는 것일까?

“저쪽으로 가셔서 대기하시면 됩니다.”

카단이 주변을 살펴보고 있을 때, 생도가 다가와 말을 건넸다.

“아, 네.”

카단과 그의 일행은 곧바로 생도의 안내를 받으며 수험생들이 모인 곳으로 향했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전부 들어왔습니다!”

포탈 앞에 서 있던 생도 하나가 벨리드를 향해 외쳤고, 벨리드는 다시 지팡이를 휘둘렀다.

커다란 포탈은 그대로 사라졌고.

꿀꺽.

돌아갈 길이 사라졌다는 생각 때문인지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마른침 삼키는 소리도 들려왔다.

벨리드는 그런 합격자들을 비웃는 듯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이번 시험은 보물찾기입니다.”

느닷없이 보물찾기라니? 수험생들은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벨리드에게 눈을 떼지 않았다.

“그리고 이곳은 몬스터의 서식지입니다.”

몬스터 서식지라는 말에 수험생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들의 반응이 어떤지 상관없다는 듯 벨리드는 계속해서 설명을 이어갔다.

“저희는 이 서식지 어딘가에 총 15개의 보물을 숨겨뒀습니다. 여러분들은 그 보물을 찾으시면 돼요. 어렵지 않죠?”

벨리드가 히쭉 웃으며 설명하자, 수험생들은 불쾌함을 느꼈다.

‘우리가 죽을 수도 있는데, 뭐가 즐겁다고 저렇게 웃어대?’

‘가디언도 못 보고 죽을 수는 없는데.’

‘아카데미 시험인 만큼 중급 이상의 몬스터를 사냥해야 할 것 같은데.’

설마 몬스터 서식지에서 시험을 보게 될 거라고는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것 같았다.

게다가 그 시험의 내용이 ‘보물찾기’라니.

슥.

벨리드가 코트 안주머니에서 돌돌 말린 양피지를 하나 꺼내더니 수험생들이 잘 볼 수 있도록 높이 들어 보였다.

“여러분들이 찾아야 할 보물은 바로 이 스크롤입니다.”

수험생들은 물음표를 그리며 벨리드 손에 들린 양피지를 바라봤고, 벨리드는 미소를 유지한 채 설명을 이어갔다.

“텔레포트 마법이 담긴 귀환 스크롤이죠. 귀환 장소는 아카데미 강당입니다.”

포탈을 통하지 않더라도 스크롤만 찾으면 강당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뜻이었다.

“스크롤을 찢으면 근처에 있는 두 명까지 동시에 텔레포트 되니, 주의해서 사용해주세요.”

그렇게 벨리드의 설명이 끝나려 하자, 누군가 손을 번쩍 들며 외쳤다.

“질문 있습니다!”

“네. 하세요. 질문.”

“혹시 팀원 모두가 텔레포트 되어야만 합격인 겁니까?”

“네. 단, 팀원이 사망한 상태라면 두 명, 혹은 혼자 스크롤을 사용해도 합격처리 되니 걱정하진 마세요.”

팀원을 버리지만 않는다면 합격이라고 하니 수험생들은 안심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댔다.

“다른 팀의 보물을 빼앗아도 되는 건가요?”

이어서 앞쪽에 있던 누군가 질문을 던졌다.

“물론이죠.”

이번에도 벨리드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

그러자 수험생들 사이에 미묘한 긴장감이 돌기 시작했다.

벨리드는 이러한 긴장감을 기다렸다는 듯 다시 입을 열었다.

“15개의 스크롤이 모두 사용되는 순간 시험은 종료됩니다. 더 질문이 없다면 곧바로 시작해볼까요?”

그녀의 말대로 더는 질문하는 수험생은 없었다.

“제가 신호탄을 터트리는 순간부터 시험이 시작됩니다.”

갑자기 시작한다는 말에 수험생들은 팀원들과 눈을 마주치며 재빨리 상태를 점검했다.

“자, 그럼 열심히 보물을 찾아주세요!”

화륵!

점검할 시간 따윈 주지 않겠다는 것인지, 벨리드가 빠르게 하늘을 향해 화염구를 쏘았다.

파아아아앙!

하늘 높은 곳에서 화염구가 폭발하며 번쩍하고 빛을 냈고.

타앗!

동시에 몇몇 수험생들이 땅을 박차며 서식지를 향해 뛰어들었다.

“응?”

그러나 단 한 팀만이 서식지를 향해 뛰어가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벨리드는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은 채 그들을 바라봤다.

벨리드의 시야에 들어온 세 사람은 다름 아닌 카단과 알비스, 그리고 칼리아였다.

이상한 건, 카단이 알비스와 칼리아의 옷깃을 붙잡고 있다는 것이었다.

신호에 맞춰 뛰쳐나가려던 알비스과 칼리아는 고개를 갸웃하며 카단을 바라봤다.

귀환 스크롤이 15개 밖에 없다는데, 왜 붙잡은 것일까? 한시라도 빠르게 움직여서 보물을 찾아야 할 텐데.

“잠깐만요.”

스륵.

카단은 붙잡고 있던 두 사람의 옷깃을 놓아주더니, 대뜸 벨리드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알비스와 칼리아는 눈을 끔뻑이며 카단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저벅, 저벅.

느닷없이 카단이 다가오자, 벨리드는 헛웃음을 지으며 먼저 입을 열었다.

“혹시 시험을 포기하실 생각인가요?”

분명 언제든 시험을 포기해도 좋다고 했으니, 지금도 말만 하면 시험을 포기할 수 있었다.

목숨이 걸린 문제였기에 수험생들은 언제든 시험을 포기할 권리가 있었다.

‘시작과 동시에 포기하는 사람이 드물긴 하지만.’

벨리드는 카단이 시험을 포기하기 위해 다가온다고 생각하며 속으로 혀를 찼다.

“아뇨.”

그러나 카단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그럼 무슨 일이죠?”

벨리드는 당황을 숨기기 위해 애써 웃으며 질문을 던졌고.

슥.

카단은 손가락을 들어 무언가를 가리켰다.

“찾았습니다. 보물.”

그가 가리킨 건 벨리드의 손에 들린 귀환 스크롤이었다.

“네?”

순간, 벨리드를 포함해 대기 장소에 남아 있던 교관들과 생도들, 그리고 알비스와 칼리아가 입을 쩍 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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