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조폭 네크로맨서-24화 (24/186)

제24화

하루의 훈련을 끝으로 카단은 다시 아카데미로 돌아왔다.

제대로 된 휴식도 취하지 않고 던전 공략과 훈련에만 몰두했기에 피곤함이 몰려왔지만.

“오늘도 뛰어라. 뛰어난 체력은 영웅의 기본 조건이다!”

카단은 오전 수업인 크리스 교관의 체력 단련 수업에 곧바로 참여했다.

크리스 교관은 쉬어도 좋다고 말했지만, 카단은 오히려 운동을 좀 하고 싶었다.

외부로 나갔던 일주일 중 절반 동안 어두컴컴하고 지린내 나는 던전 속에서는 제대로 된 운동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체력 단련 시간이 카단에겐 그렇게 힘들게 다가오지 않았다.

어린 시절부터 체력을 단련해놓았으니, 익숙하기만 했다.

‘저 자식 던전에 다녀왔다고 알고 있는데.’

일정한 속도로 연병장을 달리는 카단을 보며 크리스 교관은 혀를 둘렀다.

중급 던전. 게다가 놀들이 끝없이 달려드는 던전에 다녀왔다고 했는데, 카단에게선 지친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평소보다는 피곤해 보이지만, 생도 중에는 가장 컨디션이 좋아 보이는데?’

네크로맨서이면서 도대체 어떤 훈련을 받아왔기에 다른 생도들보다 더 좋은 체력을 지니고 있을까?

‘게다가 네크로맨시 능력도 뛰어난 편이랬지?’

크리스 교관은 며칠 전 교관, 교수들의 회의 시간을 떠올렸다.

며칠 전, 아카데미 회의실.

넓은 책상을 가운데 두고 각 수업의 교관, 교수들이 둘러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근접 전투 수업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생도는 두 명 정도 있습니다.”

“아마도 한 명은 라이덴이겠고, 다른 한 명은?”

“칼리아라는 생도입니다. 아, 외르크라는 생도도 재능이 뛰어나더군요.”

근접 전투 심화 수업을 담당한 교수가 자랑스럽다는 듯 말을 이었다.

“다른 생도들도 모두 뛰어납니다. 이번 신입생은 역대급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마법 수업에서도 두각을 드러내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마법 수업이라면 아무래도 블랑쉬가 가장 뛰어나지 않습니까?”

이번엔 마법 심화 수업을 담당한 교수가 히쭉 웃으며 자신이 가르치는 제자들을 자랑했다.

“블랑쉬는 워낙 유명하지 않습니까? 블랑쉬 덕분에 다른 생도들의 발전 속도도 빨라지긴 했지요.”

그렇게 한 사람씩 심화 수업에서 특출난 재능을 선보인 생도들의 자랑이 이어졌고.

“네크로맨서 수업은 어떻습니까?”

“그러고 보니 아이작 교수님을 회의실에서 뵙는 건 1년 만이군요.”

“아무래도 이번에 2학년이 된 생도 중엔 네크로맨서가 없었으니까요.”

교수, 교관들의 시선이 네크로맨서 수업을 담당한 아이작에게 향했다.

아이작은 사람들의 시선이 쏠리자 여유롭게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카단은 제가 본 네크로맨서 중 가장 큰 재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 정도입니까?”

“그래봤자 고작 2성이지 않습니까?”

“입학 전에 3성이 되었더군요. 물론 올해 안에 4성이 될지는 모르겠으나, 확실히 재능은 타고났습니다.”

“그런데 아이작 교수님.”

카단의 자랑을 이어가던 중, 마법 심화 수업 교수가 조심스레 아이작을 불렀다.

“네.”

“그 생도는 길버트 님께서 예의주시하라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그 능력 때문에….”

그 사실을 몰랐던 교관과 교수들이 놀란 눈으로 아이작을 바라봤다.

“네. 확실히 그랬었죠.”

왜 가디언인 길버트가 카단을 예의주시하라고 한 것일까? 무슨 능력을 지녔기에?

아무래도 그 능력을 알고 있는 건 마법 심화 교수와 아이작 두 사람뿐인 것 같았다.

“이 얘기는 나중에 따로 하도록 하죠. 기밀 사항인데 조심성이 없으셨습니다.”

두 사람 사이에 공기가 무거워졌고, 주변 사람들은 마른침을 삼키며 이어질 대화를 기다렸다.

“알겠습니다. 따로 찾아뵙도록 하죠.”

“그럼 주제를 좀 바꿀까요? 다른 분들한테 말할 수 없는 것을 붙잡고 계속 대화할 순 없으니.”

아이작이 자상하게 웃으며 제안하자, 마법 심화 교수는 아쉽다는 듯 혀를 차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회의는 다시 시작되었다.

회상을 끝낸 크리스 교관은 열심히 달리고 있는 카단을 보며 생각했다.

‘도대체 저 녀석이 무슨 능력을 지닌 거지?’

현재 왕국에서 가장 뛰어나다는 네크로맨서 ‘아이작’이 인정한 재능.

그런 재능을 지닌 이가 가디언이 예의주시하라고 할 정도의 능력까지 지녔다니.

‘어쩌면 이번 기수에서도 차기 가디언 후보가 탄생할지도 모르겠군.’

카단은 잘만 성장해준다면 아이작의 뒤를 이어 차기 가디언 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저 녀석뿐만이 아니지.’

이번엔 그의 시선이 다른 생도드를 향했다.

‘이번 신입생들은 전체적으로 뛰어나니, 기대해봐도 좋겠어.’

교관으로서의 가장 큰 보람을 느낄 때는 제자들의 성공한 모습을 지켜봤을 때다.

영웅 아카데미 생도의 가장 큰 성공은 역시 가디언이 되는 것.

“한 바퀴 더! 속도 늦추지 말고 뛰어라! 영웅은 지쳐선 안 돼!”

어쩌면 제자 중에서 가디언이 탄생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크리스 교관은 기분이 좋아졌다.

“교, 교관님! 살려주세요!”

“벌써 100바퀴째입니다!”

그의 열정이 늘어난 만큼 고통받는 건 생도들이었다.

***

“오랜만이군요. 카단.”

아이작 교수가 강의실에 들어오자마자 앉아있는 카단을 향해 반갑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잘 다녀오셨습니까?”

“네. 교수님.”

카단은 여느 때처럼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하게 그를 맞이했다.

“자, 그럼 임무에 대해 보고를 들어볼까요?”

아이작이 교단에 올라섰고, 카단은 고개를 끄덕인 뒤 던전 ‘재빠른 사냥꾼의 비밀기지’에서 있었던 일에 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물론 마족의 징표와 관련된 이야기는 일절 하지 않았다.

“던전의 주인은 어떻게 했습니까?”

얘기를 듣던 아이작은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질문을 던졌다.

던전의 주인을 언데드로 만든다면 큰 전력이 될 것이고, 던전으로 카단을 보낸 이유 중 하나가 그거였으니.

“던전의 주인이라 부를 만한 몬스터는 없었습니다.”

“없다라?”

말이 안 되는 건 아니었다.

던전이라고 해서 ‘던전의 주인’이 꼭 존재하는 건 아니었으니까.

“놀이라면 분명 대장 하나쯤은 두고 생활할 텐데요?”

“조금 강한 개체는 있었지만, 다른 놀들과 크게 다를 게 없었습니다.”

마족의 징표를 말하지 않기 위해선 거짓말을 해야만 했다.

“그렇군요.”

다행히 아이작은 별다른 의심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잭 카터 씨 덕분에 살았군.’

아무런 정보 없이 거짓말을 하는 것은 위험부담이 있었기에 카단은 잭 카터에게 조언을 부탁했었다.

-다행히 ‘재빠른 사냥꾼들의 비밀기지’에 관한 정보는 놀들이 서식한다는 것뿐입니다.

-보스 몬스터가 없었다고 해도 된다는 뜻입니까?

-네. 도둑 길드, 모험가 조합, 용병 길드에서도 그 던전의 자세한 정보를 지닌 곳이 없습니다.

사람들에게 인기가 없던 놀이 서식하는 던전이었기에, 던전에 관한 세세한 정보도 풀리지 않았다.

그렇기에 보스 몬스터가 없다고 말하더라도 그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잭 카터의 말대로 아이작 교수는 아무런 의심도 없이 카단의 말을 믿어주는 것 같았다.

“아쉽네요. 던전의 주인이라면 좋은 언데드가 될 수도 있었을 텐데.”

아이작이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자, 카단은 기다렸다는 듯 말했다.

“그래도 과제는 어느 정도 해결했습니다.”

“과제? 아, 새로운 언데드 말인가요?”

새로운 언데드라고 해봤자, 죽은 놀을 되살린 놀 해골 병사밖에 더 있을까?

아이작은 기대 없는 시선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보여달라는 듯 손짓했다.

“죽음을 기억하라.”

카단은 곧바로 넓은 공간을 향해 손을 뻗어 주문을 외웠고.

달그락!

다양한 무기를 든 해골 병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평소처럼 20마리의 해골 병사가 소환된 것이 아니었다. 익숙한 해골 병사들 뒤로 새로운 해골 병사들이 보였다.

“허. 이거 재미있군요.”

말을 탄. 아니, 놀의 해골을 탄 해골 병사 10마리가 보였다.

“새로운 병과가 추가되었군요.”

놀 해골들은 말처럼 안장이 장착되어 있었고, 그 위로는 해골 병사가 자연스레 앉아있었다.

전날 잭 카터가 추천한 훈련장에서 카단은 던전에서 얻은 해골 병사들을 소환했고, 그중 승마에 재능이 있는 해골 병사들을 추려냈다.

“이 정도면 새로운 전력으로 괜찮지 않겠습니까?”

보통 해골마 위에 해골 병사를 올려 기병대를 꾸릴 텐데, 놀을 이용해 기병대를 만들 생각을 했다니.

아이작은 기특하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물론 아직 전투에 투입하기엔 약합니다. 그래도 힘을 분산시키는 정도의 역할은 해낼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3성 네크로맨서가 소환한 기병대는 대단한 능력을 기대하기가 어렵죠.”

달그락.

그 말이 서운했는지, 놀 해골들이 푹푹 고개를 숙여댔다.

“그러나 당신의 말대로 적의 시선을 분산시킨다면 제법 쓸만한 전력이 될 것 같군요.”

“감사합니다.”

카단은 고개 숙여 인사한 뒤, 해골들을 역소환했다.

“3성 네크로맨서가 얻을 수 있는 언데드의 효율은 웬만큼 얻은 것 같으니, 이제 네크로맨서의 마법을 발전시켜볼까요?”

잠시 뒤쪽으로 물러나 있던 아이작이 다시 교단 가운데로 걸어오며 말을 이었다.

“사실 3성 네크로맨서가 쓸만한 마법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마법만 전문으로 배운 3성 마법사라면 다양한 속성 마법을 이용할 수 있을 시기.

그러나 3성 네크로맨서가 쓸 수 있는 마법은 별로 없었다.

“카단. 당신이 지금 쓸 수 있는 마법은 뼈를 이용한 마법. 이 정도뿐이겠죠?”

“네. 맞습니다.”

“독, 저주와 관련된 마법을 배우지 않은 이유는 뭔가요?”

“말씀하셨던 것처럼 쓸만한 마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저주라고 해봤자, 잠깐 기력을 쇠약하게 하는 저주와 갈증을 일으키는 독 마법이 전부.

보통 네크로맨서들도 이러한 저주와 독 마법은 웬만해서 사용하지 않는다.

“확실히 실용적이라거나 효율적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마법들이죠.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두 마법도 꽤 쓸만하답니다.”

아이작이 미소를 짓자, 카단은 왠지 모를 섬뜩함을 느꼈다.

“네크로맨서로 살면 다수의 적과 싸우는 일이 많을 겁니다. 그게 인간이든 몬스터든.”

아무래도 네크로맨서는 대규모 전투에서 활약하는 일이 더 많았다.

일대일 전투는 취약할지라도 대규모 전투에선 웬만한 마법사보다 뛰어난 화력을 선보일 수 있었다.

“분명 대규모 전투에선 갈증을 일으키거나, 3초 정도 기력을 쇠약하게 하는 마법은 크게 도움이 되지 않겠죠.”

“그럼 일대일 전투에서 쓸모가 있다는 겁니까?”

“네. 무엇보다 마나 하트가 단단한 당신이라면 더욱 효과가 좋겠죠.”

네크로맨서의 전투는 상대방의 체력과 본인의 마나를 둔 소모전으로 이어질 때가 많았다.

“갈증을 일으키면 상대방은 조금 더 빨리 지칠 것이고, 기력이 약해진다면 빈틈을 만들 수 있겠죠?”

카단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갈증과 짧은 시간 기력을 약하게 만드는 마법이 쓸모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아이작의 말대로라면 제법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일주일 뒤 블랑쉬 생도와 대련하기로 하셨다죠?”

“네? 그건 어떻게?”

“블랑쉬가 ‘카단은 내가 먼저 쓰러트린다.’라고 생도들에게 말하고 다니던데요? 저도 우연히 들었습니다.”

동네방네 소문을 낼 작정인가?

아무래도 블랑쉬는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지 않았으면 이렇게 소문내고 다닐 이유도 없을 테니.

“아마 오늘부터 배우게 될 그 두 마법이 도움이 될 겁니다.”

확실히 효과가 약한 저주와 독이라도 잘만 사용한다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두 마법을 완벽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아이작이 얼굴에서 미소를 지우더니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때부턴 4성이 되기 위한 훈련을 시작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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