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조폭 네크로맨서-36화 (36/186)

제36화

생도들은 모두 카단의 선택이 의외라는 듯 칼리아와 카단을 바라봤다.

“뭐야? 칼리아랑 카단 친하지 않아?”

“단체 수업 때마다 늘 알비스랑 셋이서 붙어 다니잖아? 식당 갈 때도 그렇고.”

“난 어제도 같이 식사하는 거 봤는데?”

얼마나 친한지는 알 수 없지만, 입학시험 때부터 한 팀이 되며 친해졌다는 사실을 생도 모두가 알고 있었다.

왜 카단이 칼리아를 골랐을까?

“라이덴. 저 녀석 기고만장하더니, 너한테 겁먹어서 그냥 친구 고른 거 같은데?”

“아무리 그래도 자기 감싸주던 친구를 대련 상대로 고르다니.”

라이덴과 친하게 지내는 두 사람은 카단을 향해 손짓하며 비난했고.

‘저 녀석이 끝까지.’

라이덴은 어처구니없다는 듯 카단을 노려봤다.

그리고 그의 뒤에는 블랑쉬가 콧방귀를 끼며 차갑게 식은 얼굴로 카단을 바라보고 있었다.

생도들이 술렁이는 사이, 칼리아가 피식 웃으며 무기를 챙겨 대련 장소로 내려갔다.

“왜 날?”

카단의 앞에 선 칼리아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강한 사람이랑 대련해야 나에게 도움이 되니까.”

카단은 피식 웃으며 대답했고, 칼리아는 그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잠깐이나마 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걸렸다.

“후회하진 않지?”

“당연하지.”

두 사람은 그렇게 말을 나누고는 천천히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두 사람 사이로 크리스 교관이 걸어와 양쪽을 살피며 말했다.

“말했듯이 최선을 다해라. 그게 이 대련을 지켜보는 이들과 너희 서로에 대한 예의다.”

“네.”

“예.”

“그럼 시작해라.”

크리스 교관은 아래로 내렸던 손을 위로 올리며 곧바로 뒤로 물러났다.

시작 신호와 동시에 카단은 좀 더 뒤로 물러서며 해골들을 소환했다.

달그락! 달그락!

‘플래시 골렘을 소환하지 못하는 건 좀 아쉽네.’

칼리아는 분명 실력자다.

제대로 붙어본 적도, 실력을 확인해본 적도 없지만, 그녀가 강하다는 소문을 들은 적 있다.

급전 전투 심화 수업에서 라이덴과 함께 1, 2위를 다툰다고 하니, 실력자인 건 확실했다.

그런 실력자를 상대로 플래시 골렘을 사용 못 하는 것이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해골 병사들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무려 4성 네크로맨서가 소환한 해골 병사.

해골들은 전보다 더 강해졌다는 걸 증명하듯 녹색 안광을 뿜어대고 있었다.

“와, 무슨 던전에 들어온 줄 알았네.”

“저 네발로 기어 다니는 해골… 설마 놀이야?”

“놀을 탄 해골은 또 처음 보네.”

카단이 소환한 네크로맨서를 본 생도들이 눈을 휘둥그레 뜨며 놀랐다.

입학 후 처음으로 카단이 네크로맨시를 사용하는 것을 봤으니, 놀랄 법도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지 않네?”

“그러게? 입학시험 때는 강당을 꽉 채울 정도로 많은 해골을 소환했다던데?”

“나 네크로맨서가 소환한 해골 처음 보는데, 원래 저렇게 위협적인 모습이냐?”

여기저기 카단의 네크로맨시를 보며 술렁거렸지만, 카단은 그들의 시선을 신경도 쓰지 않고 있었다.

카단의 시선은 오로지 대련 상대인 칼리아를 향했다.

붉은 머리를 말꼬리처럼 묶어 놓은 칼리아는 검을 뽑은 채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리고 있었다.

‘상황을 파악하고 계획을 짜고 있는 건가?’

칼리아에게서 먼저 공격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카단이 먼저 움직였다.

“공격해.”

카단의 짧은 명령에 해골 병사들이 땅을 박차며 칼리아를 향해 돌격했다.

“아니, 무슨 해골들이 전열을 맞춰서 돌격해?”

“게다가 활을 든 해골들은 카단 옆에서 시위를 당기는데?”

“저 녀석 역시 또라이였네. 매일 밤 훈련장에서 이걸 훈련한 건가?”

생도들과 매한가지로 교관, 교수들도 헛웃음을 짓고 있었다.

“지능이 떨어지는 해골 병사로 용병술이라도 부리겠다는 건가?”

“막무가내로 돌격하는 게 아니라 서로 일정한 거리를 지키며 돌격하고 있다니.”

“이런 광경은 또 처음이군요.”

유일하게 아이작 교수만이 자랑스럽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카단의 해골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해골 병사라지만, 진열을 정리하고 순서를 정해 공격하는 것만으로도 간단한 용병술은 가능하지.’

최대한 효율을 끌어낸 최소한의 용병술.

카단이 보여주는 용병술은 아이작의 작품이기도 했다.

“재밌네.”

칼리아는 자기 몸만 한 방패를 들고 다가오는 해골 병사들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슈욱! 슉!

거대한 방패가 시야를 가리는 순간, 멀리서부터 화살들이 날아왔다.

칼리아는 당황하지 않고 여유롭게 땅을 박찼다.

그녀가 향한 곳은 크게 돌아 칼리아의 뒤를 공격하려던 놀을 탄 해골 병사가 있는 곳.

스릉!

놀을 탄 해골 병사들 당황한 듯 멈칫하자, 칼리아는 곧바로 검을 휘둘렀다.

그때.

촤르륵!

바닥에서 뼈만 남은 손이 튀어나와 칼리아의 발목을 붙잡았다.

쑤우우욱!

동시에 놀을 탄 해골 병사가 창을 내질렀다.

“쯧. 귀찮게.”

빠각!

칼리아는 검 끝으로 발목을 붙잡은 해골 뼈를 부쉈고, 곧바로 뒤로 물러섰다.

그러나 카단은 그녀의 자유를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다시 한번 해골 손을 소환했다.

칼리아가 땅을 디디는 순간에 맞춰 뼈 손이 튀어나왔지만.

타앗!

칼리아는 같은 수법에 두 번 당하지 않겠다는 듯 강하게 땅을 박차 높게 뛰어올랐다.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카단은 재빨리 허리춤에서 단검을 뽑아 칼리아를 향해 던졌다.

카아앙!

순간 당황했지만, 칼리아는 검을 들어 날아오는 단검을 막아냈다.

‘제법이네.’

안정적으로 착지한 칼리아는 입꼬리를 올리며 카단을 바라봤다.

언제 또 단검을 꺼낸 건지, 카단의 손에는 뼈로 만들어진 단검이 들려 있었다.

‘이거 제대로 해야겠네.’

방심하면 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과 동시에 칼리아는 오러를 활성화했다.

그녀의 몸 주변으로 푸른 기운이 맴돌았고, 그녀의 검에도 마나가 맺혔다.

슉! 슉!

이어서 해골 병사들이 쏘아댄 화살과 카단의 단검이 날아왔지만, 칼리아가 재빨리 피하며 애꿎은 바닥에만 꽂히고 말았다.

오러를 활성화하니 확실히 전보다 움직임이 빨라졌고, 해골이 쏜 화살로는 그녀를 맞출 수가 없었다.

“진로를 막아. 속도를 줄여라.”

카단은 화살로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하며 재빨리 새로운 지시했다.

달그락! 달그락!

그러자 방패를 든 해골 병사들이 칼리아의 앞을 막아섰고.

촤르르륵!

칼리아는 앞을 막아선 방패를 그대로 발로 차며 해골들을 넘어트렸다.

‘똑똑한데?’

해골을 있는 힘껏 쓰러트려봤자, 해골은 되살아난다는 걸 알고 있듯, 칼리아는 해골을 제압할 뿐이었다.

촤르륵! 촤르르륵!

해골들이 넘어지며 길이 뚫렸고, 칼리아는 넘어진 해골들을 가볍게 밟으며 카단에게 돌진했다.

해골들이 쫓아갈 수 있는 속도가 아니었다.

넘어진 해골들이 창과 검을 휘둘러봤지만, 칼리아는 유연하게 공격을 피해댔다.

심지어 공격을 피하면서도 속도가 줄어들지 않았다.

“끝이야.”

이내 카단 앞에 도착한 칼리아가 사선으로 검을 휘둘렀다.

피하지 못하면 치명상으로 이어질 공격이었기에 크리스가 달려들 준비를 했다.

챙!

그러나 이어진 소리는 쇳소리.

카단이 단검을 들어 칼리아의 공격을 막아냈다.

“아니, 단검으로 저걸 어떻게 막아?”

“단검이 방패도 아니고.”

“그러고 보니 카단 녀석 무기술 대련에서 계속 패배하긴 했지만, 방어는 건 꽤 잘했어.”

대련을 지켜보던 생도들이 놀랐고, 칼리아 역시 속으로 놀라고 있었다.

‘오러를 사용한 공격을 튕겨내?’

대련 중이었기에 생각을 이어갈 수 없었고, 칼리아는 곧바로 자세를 잡아 공격을 이어가려 했다.

쑤우욱!

그때 칼리아와 카단 사이로 낡은 창이 내질러졌다.

‘쯧. 귀찮게.’

어느덧 칼리아의 뒤를 쫓아오던 해골 병사의 창이었다.

퍼억!

칼리아는 미간을 찌푸리며 몸을 돌려 뒤따라온 해골들을 다시 발로 차버렸다.

그 사이 카단은 뒤로 물러서며 미소를 지었다.

“윽! 콜록!”

해골을 밀어내던 칼리아는 순간 목이 타들어 가는 듯한 갈증을 느꼈고.

‘저주인가?’

이어서 기력이 쫙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10초 정도 되는 잠깐의 순간이었지만, 그 10초가 빈틈을 만들어냈다.

달그락! 달그락!

그 틈을 타 해골 병사들이 달려들었고.

우웅-!

칼리아는 이를 악물며 오러를 빠르게 활성화하며 검을 휘둘러 해골들을 부숴버렸다.

이내 공격을 이어가기 위해 카단이 있던 곳을 봤지만, 카단은 전보다 더 멀어져 있었다.

‘확실히 까다롭네.’

어차피 저주쯤이야 금방 끝날 거고, 오러로 극복하면 그만.

칼리아는 다시 땅을 박차 카단을 향해 돌격했다.

촤르르르륵!

그러자 이번엔 뼈로 만들어진 벽이 그녀의 앞길을 막았다.

달그락!

칼리아가 멈칫하자, 카단에 의해 되살아난 해골들이 다시 각각의 무기를 휘둘러댔다.

그러나 해골들의 무기는 칼리아의 옷 끝 하나 스치지 못했다.

3성의 검사. 근접 전투로 1, 2위를 다투는 칼리아는 보란 듯이 공격을 피하며 벽을 우회해 카단을 향해 달려갔다.

촤륵! 촤르륵!

카단은 계속해서 뼈의 벽을 세워 칼리아의 질주를 막아냈다.

‘이렇게 길을 막아대는데도 속도가 줄어들지 않는군.’

카단은 칼리아의 순발력에 놀라고 있었다.

몇 번이고 뼈의 벽을 세우고 있었지만, 칼리아는 멈칫하긴커녕 달리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었다.

바닥에서 튀어나오는 뼈 손으로도 붙잡을 수 없었다.

“잡았다.”

순식간에 카단에게 도달한 칼리아는 전보다 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막아낼 것을 예상했기에 이번엔 힘보다는 속도에 집중한 듯싶었다.

카단이 단검을 들어 올리려는 모습을 봤기에 이번엔 무조건 성공할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카아아앙!

이번에도 그녀의 검은 카단에게 닿지 않았다.

‘방패?’

카단 앞에 생겨난 뼈로 만들어진 방패가 공격을 막아냈다.

두 번이나 공격이 막힌 것이 자존심 상한 것인지, 칼리아는 곧바로 검을 회수한 뒤 검을 크게 휘둘렀다.

카가강!

오러를 두른 검에 뼈 방패는 부서졌고, 방패의 파편이 튀며 카단의 볼에 상처를 냈다.

‘이때다.’

칼리아가 다시 검을 휘두르려 했지만, 어느덧 다가온 해골들이 손을 뻗어 칼리아의 몸 곳곳을 붙잡았다.

그 사이 카단은 뒤로 물러났고, 수많은 해골을 소환해 칼리아의 시야를 가렸다.

‘이미 승부는 끝났어.’

칼리아는 승기를 잡았다는 생각에 카단을 향해 돌진했다.

앞을 막은 해골들이 검과 창을 휘두르며 그녀를 막으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카앙! 캉!

칼리아는 공격을 회피하고 튕겨내며 전진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이를 지켜보는 이들도 대련이 끝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슉!

그때, 작은 무언가가 빠르게 날아와 칼리아의 어깨를 강타했다.

묵직한 충격에 걸음을 멈춘 칼리아는 어깨를 붙잡으며 카단이 있는 곳을 바라봤다.

‘저건 뭐야?’

해골 뒤에서 몸을 사리고 있는 카단 주위에 핏방울들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역시 3성 네크로맨시로만 상대하기엔 무리가 있네.”

카단은 밀리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여유로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교단에서 대련을 관람하던 교관과 교수들이 놀란 눈으로 카단을 바라봤다.

그중 몇몇은 크게 놀랐는지 벌떡 일어나기까지 했다.

“저건 피 아닙니까?”

“벌써 피를 다룬다고?”

“아이작 교수님. 설마 저 생도 4성이 된 겁니까?”

누군가의 질문에 교관, 교수들의 시선이 아이작을 향했고 아이작은 자상하게 웃으며 답했다.

“네. 그렇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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