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조폭 네크로맨서-60화 (60/186)

제60화

“확실히 텔레포트가 편하긴 하군. 우웁!”

카단은 느글거리는 속에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미소를 지었다.

‘부작용만 제외하면 말이지.’

그가 서 있는 곳은 오웬 더글라스가 추천해준 던전 ‘마법사들의 무덤’ 입구 앞이었다.

“역시 이곳도 인기가 없군.”

던전 입구 앞에는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언데드가 나오는 던전들이 다 그렇듯 이곳 ‘마법사들의 무덤’ 역시 공략하려는 용병은 보이지 않았다.

“하긴. 언데드가 있는 던전에선 크게 얻어갈 것도 없을 테니까.”

언데드의 위험성과 불쾌함을 아가며 던전을 공략해봤자 얻을 것이 없었다.

보석이나 보물, 마도구는 물론 던전의 주인들에게서 가끔 얻을 수 있다는 마나석 역시 찾을 수 없는 곳.

목숨 걸고 공략해봤자 얻는 것은 찝찝함과 옷에 밴 불쾌한 냄새뿐이니 인기가 없을 수밖에.

카단 역시 명성이나 일확천금을 노렸다면 언데드 던전을 찾아오진 않았을 것이다.

“여기에는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가 찾는 것은 대단한 보석이나 마도구가 아닌 마족의 죽음을 상징하는 마석이었다.

즉, 다른 이들은 몰라도 카단에게는 굉장한 가치가 있는 곳.

“여긴 어떤 언데드가 있으려나.”

카단은 오웬에게서 받은 양피지를 꺼내 천천히 펼쳐보았다.

촤락!

[마법사들의 무덤. 중급 던전]

1. 확인된 바로는 시체들이 뭉쳐져 만들어진 ‘플래시 골렘’이 존재한다.

2. 던전에서 죽은 이는 곧바로 플래시 골렘의 재료가 되니, 공략전 유서를 작성할 것.

3. 마법을 쓰는 해골의 존재를 확인. 집중 포격을 주의하라. 한순간에 사망할 수 있음.

4. 던전의 주인의 유무는 알 수 없다.

5. 동굴 형태의 입구와 다르게 건물 형태로 이루어진 던전. 큰 복도가 있고 방이 많다.

6. 지하 10층까지 존재하는 것을 확인했지만, 그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상. 최소 20층 이상.

던전에 관한 정보가 간략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음. 일반적인 중급 던전보다 더 어렵다더니, 확실히 까다롭군. 플래시 골렘과 해골 마법사라니.’

몬스터 주제에 공격과 방어 체계가 잡혀 있었다.

플래시 골렘이 전방을 맡고 후방에서 해골 마법사가 마법을 날리는 던전을 공략하는 건 상당히 까다로울 것이다.

“아무리 네크로맨서라고 해도 공략하긴 힘들겠지.”

마법을 방해하고 생명력을 앗아가는 언데드 ‘레이스’를 소환하더라도 소용없었다.

해골에게 인간과 비슷한 이성이 존재하지 않는 이상 레이스의 방해를 무시한 채 마법을 나릴 것이다.

게다가 생명력이 존재하지 않았기에 레이스는 무용지물.

‘무엇보다 리빙 아머가 마법에 취약하단 말이지.’

방어력이 좋은 리빙 아머라고 하지만 마법과 마나, 신성력에는 취약했다.

물론 카단이 멀쩡히 살아만 있다면 몇 번이고 리빙 아머를 원상복구 시키겠지만.

“확실히 공략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네. 그래도 불가능한 건 아니니.”

카단은 잠시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리한 뒤, 눈을 끔뻑이며 던전 입구를 바라봤다.

“난 일반적인 네크로맨서와 다르니까.”

저벅, 저벅.

그리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던전 입구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

콰아앙!

던전에 들어서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방에서 불덩이가 날아왔다.

반사적으로 만든 뼈의 벽과 뼈의 방패가 불덩이들을 막아냈고, 뒤이어 해골 병사들이 카단 앞에 소환되었다.

그어어어어….

그런 해골 병사들 앞을 가로막은 건 시체들이 아무렇게 뭉쳐져 만들어진 플래시 골렘.

“입구 근처인데 플래시 골렘이 5마리나 있어?”

해골 병사만으로는 무리다.

4성의 네크로맨서가 소환한 해골 병사라지만, 플래시 골렘을 쓰러트릴 정도로 강하진 않았다.

콰앙! 콰아앙!

헛웃음을 짓는 사이에도 사방에서 불덩이와 얼음덩어리가 매섭게 날아들었다.

촤르륵!

그러나 아쉽게도 해골 마법사가 날린 마법은 카단에게 닿을 순 없었다.

뼈로 만들어진 방패가 허공에 나타나며 마법을 막아댔으니까.

“나와라.”

뼈 방패를 만들던 카단이 손을 옆으로 뻗으며 아공간을 열었고.

우웅-

활짝 열린 아공간의 문에서 놀 한 마리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크르릉.

살아있는 생명체라고 생각할 수 없는 이질감을 지닌 놀.

“네 친구들은 무시하고 뒤에서 마법 던지는 해골들 좀 처리해.”

아이작에 의해 개조할 수 있었던 카단의 플래시 골렘이었다.

우웅.

이어서.

철그럭! 철그럭!

아공간의 문에서부터 녹슨 풀 플레이트 갑옷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리고 넌 저 살덩이들을 상대해.”

카단의 지시에 놀 형태의 플래시 골렘과 리빙 아머가 땅을 박차며 전진하기 시작했다.

스릉!

리빙 아머는 검과 방패를 든 채 해골들을 집어 던지고 있는 플래시 골렘을 향해 달려들었다.

비록 살아생전보다 강하지 않겠지만, 한이 맺힌 숙련된 검술이 그 부족함을 채웠다.

푸슉!

리빙 아머의 검이 플래시 골렘의 살덩이를 쉽게 베어냈다.

그어어어어!

플래시 골렘이 고통스럽게 울부짖으며 괴상하게 생긴 주먹을 휘둘렀지만.

까아앙!

쇳소리만 들려올 뿐, 리빙 아머는 별다른 충격을 받지 않은 모습이었다.

달그락! 달그락!

딱딱딱딱딱딱!

게다가 해골 병사들까지 달라붙어 각종 무기를 휘둘러대니, 다섯 마리의 플래시 골렘은 좀처럼 활약할 수가 없었다.

화륵!

그때 멀리서 불덩이가 만들어지는 소리가 들려왔고, 카단은 곧바로 그곳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촤르르르륵!

이어져 들려온 소리는 해골 마법사가 무너지며 수많은 뼈가 땅에 떨어지는 소리.

‘이 정도면 어렵지 않겠네.’

자세히 보니, 놀 형태의 플래시 골렘이 해골 마법사들 사이를 휩쓸고 다니고 있었다.

놀 형태의 플래시 골렘과 5성 수준의 검술을 구사하는 리빙 아머의 존재만으로 분위기가 뒤바뀌었다.

‘해골 병사 100기보다 한이 짙은 리빙 아머 하나가 더 강하다는 말은 거짓말은 아니었네.’

촤아아아악!

육중한 몸을 지녔지만, 둔한 움직임의 플래시 골렘은 리빙 아머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어정쩡하게 휘둘러진 주먹을 피하거나 튕겨내는 것은 카단의 리빙 아머에겐 쉬운 일.

‘개조된 플래시 골렘이 네크로맨서의 3성 언데드 중 가장 강하다는 것도 사실이고.’

촤르르르륵!

근접 전투가 취약한 해골 마법사에게 빠르게 다가가 단단한 발톱을 휘두르는 놀 형태의 플래시 골렘의 활약도 대단했다.

전투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5마리의 플래시 골렘은 모두 쓰러졌고, 마법을 쏘아대던 해골 마법사 역시 뼈가 되어 바닥을 가득 채웠다.

“그럼 계속 가볼까?”

카단은 여유롭게 플래시 골렘과 해골 마법사들의 시체를 지나 던전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

중급 던전 중에서도 위험도가 높았던 ‘마법사들의 무덤’.

그러나 카단은 그 어느 때보다 여유롭게 던전을 공략해 나가고 있었다.

‘던전이 크긴 크네. 생각보다 몬스터도 많고.’

큰 복도 형태의 다양한 방.

마치 마법사들의 연구실을 떠올릴 법한 던전의 구조.

굳게 닫혔던 방 안엔 플래시 골렘과 해골 마법사들이 숨어 있고, 복도를 가로막고 있기도 했다.

때론 무너진 천장이나 벽면을 뚫고 기습해오는 해골 병사까지.

일반 용병들이 혀를 두르며 던전을 빠져나갔을 정도로 까다롭고 위험한 던전이었다.

그러나 카단의 걸음은 멈춰지지 않았다.

간혹 기습과 함정들에 발이 묶이긴 했지만, 위험한 상황은 연출되지 않았다.

‘10층까진 어렵지 않았어.’

오웬에게 받은 양피지에 따르면 지하 10층까지 확인되었고, 그보다 더 아래층도 존재한다고 했다.

자신의 언데드들이 전투를 하는 사이, 카단은 여유롭게 주변을 살피며 생각했다.

‘네크로맨서의 창고처럼 보이진 않아.’

그렇다면 이 던전의 언데드들은 마석으로 인해 되살아났거나, 리치 급의 보스가 존재하는 던전이라는 뜻.

‘던전의 주인이 있다는 것까진 밝혀지지 않았으니, 이제부터는 더 조심하는 게 좋겠지.’

생각을 끝낸 카단은 잠시 눈을 감으며 마나 하트 부분에 집중했다.

‘뭐, 마나는 더할 나위 없이 충분하고.’

이내 다시 눈을 뜬 카단은 허리춤에 있던 단검을 뽑아 자신의 손바닥에 작게 상처를 냈다.

또옥.

손바닥을 뒤집자, 핏방울이 떨어져 땅을 적셨고.

“고귀한 피의 계약을 따라라.”

카단이 짧게 주문을 외우자 바닥에 떨어진 핏방울을 중심으로 붉은색 마법진이 나타났다.

우웅!

마법진에서부터 붉은빛이 번쩍였고, 빛이 사라지는 동시에 마법진 위로 작은 키의 꼬마 숙녀가 나타났다.

“마족이야?”

꼬마 숙녀는 곧바로 달려들 듯 자세를 취하며 경계심 짙은 얼굴로 주변을 살폈다.

“아니.”

소환되자마자 마족을 찾는 루나를 보니 괜히 미소가 나왔다.

“아쉽겠지만, 이번에도 던전이야.”

카단은 주변을 가리키며 말했고, 그제야 상황을 파악한 루나가 안심한 듯 한숨을 내뱉었다.

“마족이 쉽게 마주칠 수 있는 존재가 아닌데, 난 너랑 계약하자마자 마족을 만났었잖아.”

“그런데?”

“그래서 이렇게 경계하는 거야.”

볼을 부풀린 루나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고, 카단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어.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돼.”

“부끄럽긴 누가! 어? 뭐야?”

다시 고개를 돌려 언성을 높이려던 루나가 카단을 바라보더니 실망한 듯한 눈으로 고개를 저어댔다.

“이번엔 별로 성장하지 않았네? 저번엔 갑자기 확 성장하더니.”

실망감이 묻어난 그녀의 모습에 카단은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쉽게도 다른 일로 좀 바빴거든. 그리고 3일밖에 안 지났는데 큰 성장을 바라는 건 욕심 아닌가?”

“마족이 나타났는데 욕심부려야지.”

루나가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고 카단은 손을 들어 앞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뭐, 지금부터 성장해야지.”

그의 손끝을 따라가자, 그곳엔 플래시 골렘과 해골 마법사들이 잔뜩 다가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언데드? 뭐야? 이번엔 언데드가 나오는 던전이네.”

그러면서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의 옷을 바라봤다.

“새 옷인데….”

풍성한 치마를 몇 번이고 만지작거리던 루나가 매서운 눈으로 카단을 바라봤다.

“왜 네크로맨서가 언데드 던전에 있는 거야? 저것들 어차피 네 힘으로 못 일으키잖아?”

“다 이유가 있으니까 여기에 왔겠지?”

카단이 어깨를 들썩이며 대답하자, 루나는 다시 자신의 옷을 바라보며 고민에 빠졌다.

이내 고민을 끝냈는지, 루나가 뻔뻔한 표정을 지으며 카단에게 말했다.

“저 정도는 나 없이도 가능하지?”

루나가 점차 다가오고 있는 언데드 무리를 가리키며 말하자, 카단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가능하지. 여기까지도 잘 왔으니까. 그런데 지금부터는 조금 긴장해야 할 것 같거든.”

“왜?”

“안전이 제일이니까.”

계약자를 안전하게 지키는 것.

그것이 피의 계약으로 인간계로 온 루나의 할 일이었다.

할 말이 없어진 루나가 볼을 부풀리며 카단을 바라봤다. 아무리 생각해도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것 같았다.

“알겠어.”

루나는 하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뱉으며 소매를 걷었고, 이내 근처까지 다가온 거대한 덩치의 플래시 골렘을 바라봤다.

“어? 뭐지?”

막 플래시 골렘에게 달려들려던 루나가 멈칫하더니, 눈을 끔뻑거렸다.

그 모습에 카단이 눈을 끔뻑이며 물었다.

“왜 그래?”

루나는 어이없다는 듯 손가락을 들어 플래시 골렘과 해골 마법사들을 가리켰다.

“저 녀석들에게서 마족의 기운이 느껴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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