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조폭 네크로맨서-65화 (65/186)

제65화

‘인간 형태의 거대한 쥐와 마족의 징표가 새겨진 오크 세 마리라….’

카단은 미행을 붙여놓은 레이스 덕분에 클로제와 그의 일행을 붙잡아 가는 마족의 뒤를 쫓아갈 수 있었다.

가까이 달라붙으면 정체가 들통날 수 있었기에 카단과 루나는 마족과 충분히 거리를 두고 쫓아가는 중이었다.

“다행히 하급 마족이네.”

그렇게 마족의 뒤를 밟던 중, 루나가 인간 형태의 쥐를 가리키며 말했다.

“인간처럼 걸어 다니는 쥐라니. 끔찍하네. 마족은 다 저렇게 생겼어?”

“하급 마족이 특히 끔찍하게 생겼어.”

루나의 대답에 카단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흉측하게 생긴 마족은 불길한 기운을 풀풀 풍기며 걸어 다녔고,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속이 울렁거리는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언제까지 갈 생각이야?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아?”

걸음을 옮기던 루나가 오크 군락지가 있는 뒤쪽을 바라보며 작게 속삭였다.

만약 마족이 오크들을 불러내면 작전이고 구출이고 모두 포기한 채 줄행랑을 쳐야 했기에 오크 군락지에서 멀어지기를 기다리던 중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시작하려고 했어. 준비해.”

카단은 옆으로 손을 뻗었다.

그러자 그의 손 위로 뼛가루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뼛가루는 기다란 창의 형태를 이루었다.

“갑자기 창? 창은 왜?”

“던지려고. 배운 건 써먹으라고 있는 거니까.”

카단은 영웅 아카데미에서 창 던지기 수업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곧장 자세를 잡았다.

투-확!

목표물을 바라보던 카단이 짧은 호흡과 함께 있는 힘껏 창을 내던졌다.

슈우우우우우-

창은 빠른 속도로 날아갔고.

꾸웨에에에엑!

이내 가장 뒤에서 걸어가던 오크의 어깨를 관통했다.

“오? 제법인데?”

루나가 놀란 듯 눈을 휘둥그레 뜨자 카단이 피식 웃으며 물었다.

“오크들은 내가 처리할게.”

“응. 마족은 나한테 맡겨.”

“혹시 피 필요해?”

카단이 소매를 걷으며 묻자, 루나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하급 마족을 바라봤다.

“필요 없어. 지금 상태로라면 마족 하나쯤이야 어렵지 않아. 넌 할 수 있겠어?”

루나가 업신여기듯 바라보며 묻자 카단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족의 수하 셋 정도야.”

둘은 미소를 지으며 눈빛을 교환했고, 동시에 땅을 박차며 당황하고 있는 오크와 하급 마족을 향해 달려갔다.

퍼어어어억!

먼저 하급 마족과 오크들 앞에 도착한 루나는 마나를 머금은 손으로 커다란 쥐의 턱을 후려쳤다.

끼에에에엑!

거대한 쥐는 괴상한 소리를 내며 뒤로 날아갔고.

“어려운 것 같으면 내가 저 녀석 처리할 때까지 시간만 끌어도 좋아.”

루나는 그렇게 말하며 멀리 날아간 거대한 쥐를 향해 달려갔다.

카단은 멀어지는 루나를 바라보며 가볍게 웃더니, 이내 고개를 돌려 자신의 앞으로 리빙 아머와 해골 병사들을 소환했다.

‘걱정이 많네. 내가 그렇게 약해 보였나?’

달그락! 달그락!

철그럭!

“멀쩡히 서 있는 두 녀석 좀 괴롭히고 있어 봐.”

그의 해골 병사들이 무기를 고쳐 쥐고 잔뜩 인상을 쓰고 있는 두 마리의 오크를 향해 달려갔고.

철그럭! 철그럭!

뒤이어 리빙 아머도 자신의 무기를 확인한 뒤 해골 병사들의 뒤를 따랐다.

그렇게 카단의 언데드가 두 마리의 오크를 붙잡아 놓은 사이.

스릉.

카단은 단검을 만들어내 바닥에 주저앉아 절규하는 오크를 향해 달려갔다.

창을 관통당한 어깨를 부여잡고 절규하던 오크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카단을 발견하곤 분노 짙은 함성을 내뱉었다.

크와아아아!

‘다양한 걸 실험해보고 싶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니.’

카단은 포효하는 오크를 바라보며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고.

슉!

어느 정도 거리가 좁혀졌다고 생각했는지, 손에 들고 있던 단검을 있는 힘껏 집어 던졌다.

채앵!

오크는 구부러진 검을 이용해 날아오는 단검을 쳐내며 카단을 향해 달려왔다.

슉!

하나일 거라고 생각했던 단검이 하나 더 날아왔다.

반 박자 빠르게 날아온 단검에 반응하지 못한 오크는 당황하며 팔을 들어 단검을 막았고.

푹.

단검은 그대로 오크의 팔을 파고들었다.

크하타!

오크는 이 정도는 어림없다는 듯 팔을 내리며 다시 전진하려 했지만.

푹! 푹! 푹! 푹!

느닷없이 땅에서 튀어나온 뼈로 만들어진 가시에 온몸이 뚫리고 말았다.

크헉!

오크는 피를 토하며 카단을 노려봤고, 카단은 바닥에 손을 올려놓은 채 가볍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됐다.’

뼈로 만들어진 가시에 틀어박힌 오크는 더는 움직일 수가 없었다.

조금만 움직여도 관통당한 부위에서부터 급격한 통증이 밀려왔다.

5성이 되면서 뼈 마법을 더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게 된 카단의 작품.

푹! 푸욱! 푹!

이것은 대련이 아닌 생사가 달린 결투.

카단은 다시금 뼈 마법으로 창을 만든 뒤 가시 속에 갇힌 오크를 향해 집어 던져댔다.

그렇게 얼마나 창을 던졌을까?

…….

가시 속에 오크가 고개를 떨궜고, 이내 숨이 거둬진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촤르르륵!

그제야 오크를 가둬놨던 가시들이 뼛가루가 되어 사라졌고 자유가 된 오크는 시체가 되어 힘없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철퍼덕!

카단은 곧바로 걸음을 옮겨 시체가 된 오크 앞에 멈춰 섰다.

‘마족의 수하이니 언데드 재료로 사용할 수는 없겠지만….’

스릉!

카단이 단검을 꺼내 손바닥을 베어내더니, 오크의 뻥 뚫린 상처 위로 핏방울을 떨어트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촤아아아악!

오크의 몸에서부터 상당한 양의 피가 빠져나오며 카단의 주변으로 둥둥 떠다니기 시작했다.

‘마법의 재료로는 사용할 수 있다.’

4성이었을 땐 본인의 피만으로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지만, 5성이 된 후부터는 시체에서부터 피를 뽑아 마법의 재료로 사용할 수 있었다.

본인의 피를 섞어야 했지만, 그 역시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문제는 시체에서 뽑아낸 피를 이용하기 위해선 생각보다 많은 양의 마나가 필요하다.’

물론 그 역시 문제가 되지 않았다.

우웅-

피가 뽑히며 수척해진 오크의 시체 위로 불길한 기운을 내뿜는 검붉은색 구체.

카단은 고민도 하지 않고 영혼의 결정을 흡수했고, 빠른 속도로 마나가 회복되었다.

‘이렇게 되면 오크 두 마리 정도는 어렵지 않지.’

마나가 모두 회복된 걸 확인한 카단은 허공에 떠다니는 오크의 피를 향해 손을 뻗었고.

스릉.

허공에 떠다니던 피가 빠르게 뭉쳐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피로 만들어진 10자루의 단검이 허공에 나타났다.

***

카단이 오크로부터 피를 뽑아내고 영혼의 결정을 흡수하는 사이.

찍! 찌익!

소매를 걷어 올린 루나와 거대한 쥐의 육탄전이 이어지고 있었다.

하급 마족답게 거대한 쥐는 재빠른 몸놀림을 보여주었다.

분명 인간 형태의 거대한 쥐가 휘두른 주먹에 맞는다면 치명상이 될 터.

“이 비, 빌어먹을 뱀파이어!”

그러나 거대한 쥐의 주먹은 단 한 번도 루나에게 닿지 않았다.

‘피를 마셨을 때만큼은 아니지만, 이 정도면 문제없겠네.’

루나는 자신의 상태를 확인하곤 마나를 응축시킨 주먹을 내질러 거대한 쥐의 턱을 가격했다.

콰아아아아앙!

루나의 주먹이 거대한 쥐의 턱에 닿는 순간 큰 폭발음이 들렸고.

끼에에엑!

거대한 쥐는 괴상한 비명을 지르며 옆으로 날아갔다.

압도적인 힘.

비록 두꺼비 마족을 죽일 때만큼의 강함은 아니었지만, 루나는 마나를 두른 주먹만으로 거대한 쥐를 압도하고 있었다.

‘카단이 5성이 돼서 나도 어느 정도 마력을 쓸 수 있게 됐지만, 마법까진 무리야.’

마법을 썼다간 마나 부족 현상을 느끼며 금방 지칠 것이 뻔했다.

이처럼 주먹에 마나를 응축시켜 폭발시키는 것이 현재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

물론 조금이나마 마력을 쓸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루나는 하급 마족을 농락하고 있었다.

콰아아앙! 콰앙!

루나는 거대한 쥐가 회복할 틈을 주지 않기 위해 공격을 이어나갔다.

마나를 머금은 주먹이 거대한 쥐에게 닿을 때마다 폭발음을 내었고, 거대한 쥐는 금세 피투성이가 되고 말았다.

“비, 비열한 종족!”

멀리 날아갔던 거대한 쥐는 매섭운 눈으로 루나를 쏘아 보며 씩씩거렸다.

“무조건 죽여주마!”

인간 형태의 쥐가 마력을 내뿜더니, 점차 몸집을 키우기 시작했다.

온몸이 근육질로 변하더니, 이내 오크보다도 거대한 몸이 되었고.

찍, 찌직.

이성을 잃은 듯한 흐리멍덩한 눈으로 루나를 바라봤다.

“그게 마지막 발악인가?”

루나는 한심하다는 듯 거대해진 마족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쯧. 제약이 풀려서 금방 해치울 줄 알았는데. 자존심 상하네.’

그때.

슈우우우우웅!

피로 만들어진 창이 날아왔고.

키에에에에엑!

몸집을 키운 거대한 쥐의 오른쪽 가슴에 박혔다.

루나는 놀란 눈으로 창이 날아온 곳을 바라봤고, 이내 카단이 조소를 머금은 채 서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나한테 시간만 끌고 있으라더니.”

카단이 놀리듯 말하자, 루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다가오지 말라고 손짓했다.

“도움은 필요 없어.”

“자존심 부리기엔 시간이 없어. 빨리 처리해야 해.”

그러자 카단이 웃음기를 지우며 말을 건넸고, 그 말에 루나는 입술을 삐쭉 내밀더니 고개를 획 돌리며 대답했다.

“네가 아직 약하니까 나도 제힘을 못 내잖아!”

콧방귀를 뀐 루나는 도울 거면 빨리 도우라는 듯 소리쳤고.

카단은 고개를 끄덕이며 내던졌던 피의 창을 향해 손을 뻗었다.

거대한 쥐 오른쪽 가슴에 박혔던 피의 창은 액체가 되어 출렁거리더니 이내 카단의 곁으로 돌아왔고.

스릉!

이번엔 창이 아닌 10개의 단검으로 모습을 바꾸었다.

“오크들을 생각보다 빨리 처리했네?”

루나는 새로운 마법을 사용하는 카단을 바라보며 물었고, 카단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귀찮긴 했지만, 어렵진 않더라.”

말을 끝내는 순간 피로 만들어진 10자루의 단검이 거대한 쥐를 향해 쏘아졌다.

슉! 슈슈슉!

그뿐이 아니었다.

언제 나타났는지 해골 병사와 리빙 아머가 거대한 쥐에게 달라붙어 각종 무기를 휘두르고 있었다.

“언데드 주제에 뭐가 저렇게들 빨라? 쯧.”

그 모습에 루나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는지, 주먹에 붉은 마나를 두르며 거대한 쥐를 향해 달려갔다.

잠시 후.

끄아아아아악!

카단과 루나의 합공 끝에 거대한 쥐 마족이 마지막 비명과 함께 숨을 거뒀다.

쿠웅!

거대한 몸집에 어울리는 소리가 들려오며 땅을 울렸다.

“고생했어.”

시체가 된 하급 마족을 보던 카단이 루나의 어깨 위로 손을 올리며 말했다.

“너도 고생했어.”

하급 마족을 쓰러트리는 건 이번이 두 번째.

무기력했던 과거와 다르게 지금은 카단과 루나 모두 멀쩡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루나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어.’

카단이 도중에 합세하긴 했지만, 카단의 피 마법과 뼈 마법, 그리고 네크로맨시는 하급 마족을 쓰러트리는 데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

피 마법은 조금이나마 통하는 것 같았지만, 다른 공격들은 거대한 쥐의 몸에 흠집조차 낼 수 없었다.

즉, 처음부터 끝까지 루나 혼자서 하급 마족을 쓰러트린 것과 다름없었다.

‘제약이 풀렸다더니 대단하네.’

카단은 속으로 감탄사를 내뱉으며 루나를 바라봤다.

‘무슨 주먹이 폭탄도 아니고, 휘두를 때마다 그런 소리를 내?’

마나를 머금은 쪼그마한 두 주먹에서 들려오는 폭발음. 루나가 싸우던 모습을 떠올린 카단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카단은 이번에도 루나를 서포트 해줬을 뿐, 강렬한 일격을 날리진 못했다.

‘아직 나 혼자서 마족을 상대하는 건 무리라는 뜻이겠지.’

아마 루나가 없었다면 카단은 멀쩡하게 서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거대한 몸집으로 재빠르게 움직이며 카단과 루나를 노리던 쥐 마족은 굉장히 위협적이었다.

‘루나와 계약해서 다행이군.’

카단은 루나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그녀의 어깨를 팡팡 두드렸고.

“저거.”

루나는 검지를 들어 거대한 마족의 시체를 가리켰다.

순간 거대한 마족의 시체가 연기가 되어 사라졌고, 시체가 있던 자리 한가운데 검은색 돌덩이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마석.”

루나의 말에 카단은 고개를 끄덕이며 허리춤에서 단검을 뽑아냈다.

‘전투가 조금만 더 길어졌더라도 지쳤을 거야.’

마족의 수하인 오크 두 마리들을 사냥하며 꽤 많은 체력과 마나를 소모했던 상태.

물론 마족의 수하를 쓰러트린 뒤 영혼의 결정을 흡수하며 마나와 체력을 모두 회복하긴 했다.

그런데도 마족을 상대하고 나니 그 어느 때보다 심한 피로감이 느껴졌다.

마석 앞에 선 카단이 마석을 향해 단검을 휘둘렀다.

빠각! 하는 소리와 함께 마석이 두 개로 쪼개지더니 가루가 되어 사라졌고.

우웅.

마석이 있던 자리에는 검붉은색의 불길한 구체만이 남게 되었다.

카단은 조금도 고민하지 않고 영혼의 결정을 향해 손을 뻗었고, 마나와 체력을 회복한 그의 얼굴에는 화색이 돌았다.

‘저건 아무리 봐도 사기적이란 말이야.’

그 모습을 지켜보던 루나는 헛웃음을 삼키며 고개를 저어댔다.

‘마족의 힘을 흡수하는 인간이라니.’

루나가 혀를 내두르던 사이, 영혼의 결정을 모두 흡수한 카단이 천천히 걸음을 옮겨 루나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자 루나는 고개를 들어 카단을 올려다봤고, 무덤덤한 얼굴로 질문을 던졌다.

“이제 어떻게 할 거야?”

그녀는 손가락을 들어 포박된 채 기절한 세 명의 인간. 클로제, 루카스, 아라드를 가리켰다.

“토벌대 베이스캠프 쪽에 데려다주고 와야죠. 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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