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조폭 네크로맨서-113화 (113/186)

제113화

“5성이 된 겁니까?”

아이작의 물음에 카단은 무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언제….”

믿을 수가 없었다.

평균적으로 4성에서 5성으로 넘어가기까지는 대략 1년이 걸린다.

그냥 1년이 아니다.

꾸준한 단련, 인내와 고난의 시간을 겪어야 겨우 5성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이처럼 비정상적인 빠른 성장은 ‘재능’이라고 밖에는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아니라면.

“카단. 혹시 마석을 사용하셨습니까?”

마석을 이용해 마족의 힘을 사용하는 것. 영혼을 대가로 힘을 얻어내는 것뿐이었다.

“아닙니다.”

카단이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고, 아이작은 말없이 입을 쩍 벌리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마족의 힘을 흡수한 것은 맞지만, 마석을 이용해 마족이 되려는 짓은 하지 않았으니 거짓은 아니었다.

카단이 당당하게 아이작을 바라보자, 이내 아이작이 목을 가다듬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데스나이트를 소환할 수 있습니까?”

아이작이 조심스레 묻자, 카단이 고개를 끄덕였다.

데스나이트는 5성 네크로맨서의 대표적인 언데드.

데스나이트를 소환하는 것만으로도 카단이 5성이 되었다는 진실을 알리기에는 충분했다.

슥-

카단이 앞으로 손을 내밀고 머릿속으로 카록을 불렀다.

그러자 손목에 새겨진 도끼 문신에서부터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왔고, 크기를 키우던 검은 연기 속에서 흉측한 갑옷을 입은 기사가 걸어 나왔다.

“군주를 뵙습니다.”

망자의 불꽃으로 만들어진 갑옷과 무기. 죽음 속에서 되살아 난 기사의 모습.

“데스나이트….”

아이작은 카단의 데스나이트인 카록을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휴식기에 얻었던 오크들의 시체를 데스나이트로 일으켰군요. 이 정도 힘을 지닌 데스나이트라면 아마도 오크 챔피언이 재료가 되었을 것이고.”

“네. 맞습니다.”

카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자, 아이작은 다시 카단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그런데 카단. 데스나이트 강화 마법을 위해선 데스나이트 하나가 더 필요합니다.”

그가 창시해낸 네크로맨시, 데스나이트를 강화하는 방법에는 두 기 이상의 데스나이트가 필요했다.

아이작이 아쉽다는 듯 말하자, 카단은 곧바로 손을 뻗어 다시 한번 검은 연기를 뿜어댔다.

“군주님을 뵙습니다.”

그러자 데스나이트 하나가 더 나타났고, 아이작은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다시 카단와 데스나이트를 바라봤다.

“혹시 제가 놀랄 일이 더 있습니까?”

아이작의 물음에 카단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5성이 된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두 기의 데스나이트를.”

단순한 데스나이트도 아니었다.

오크 데스나이트인 카록도 강력해 보였지만, 새로 소환한 데스나이트는 훨씬 강해 보였다.

갑옷과 도끼에만 녹색의 불꽃을 두른 오크 데스나이트와 달리, 새로운 데스나이트는 몸 전체에 불꽃을 두르고 있었다.

‘적어도 7성 이상의 기사로 만들어진 데스나이트.’

과연 어디서 이런 데스나이트를 얻은 것이까?

‘카단이 데스나이트를 만들기 위해 사람을 죽였을 리 없다.’

혹시 이번 의뢰를 다녀오면서 구한 데스나이트일까?

아무리 고민해봤지만, 카단이 말해주지 않는 이상 진실은 알아낼 수 없었다.

그것을 물어보는 것 자체도 네크로맨서 사이에서는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이기도 했고.

“좋군요.”

아이작이 할 수 있는 말은 그저 지금 느끼고 있는 감탄을 그대로 내뱉는 것뿐이다.

“정말 대단합니다. 이런 데스나이트는 정말 구하기 힘들 텐데….”

이제 막 5성이 된 네크로맨서에게는 과분한 데스나이트였다.

“운이 좋았습니다.”

카단은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이 데스나이트가 왕국의 기사였던 앤서니라는 사실을 밝힐 수는 없었다.

‘괜히 트라팔가 성벽 너머로 향한 별동대를 구한 네크로맨서가 나라는 사실을 알리는 꼴이 될 테니.’

카단이 짧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더 준비해야 할 게 있습니까?”

카단의 질문에 아이작은 충분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곧바로 시작하시겠습니까?”

“네. 교수님만 괜찮으시다면 바로 배우고 싶습니다.”

고된 임무를 수행하고 돌아온 터라 휴식이 필요할 법도 했지만, 카단은 배우고 싶다는 의지를 강렬하게 보였다.

‘여유롭게 지낼 수가 없어.’

상급 마족을 마주친 이상, 여유를 부릴 수가 없었다.

다크엘프 숲에서 마주했던 상급 마족은 5성이 된 카단이 어떻게 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넘을 수 없는 벽.

건널 수 없는 강.

그 어떤 것으로 표현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강했던 상대.

또 그런 마족을 마주하지 말라는 법은 없었기에, 카단의 마음은 조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뭐, 좋습니다.”

아이작은 카단의 상태를 살피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의뢰를 다녀왔다지만, 크게 피곤한 기색도 보이지 않고 의지도 가득했다.

게다가 배울 준비도 끝낸 것 같으니 거부할 이유는 없었다.

“바로 시작하도록 하죠.”

***

플로리안 공작 부인의 실종 소식이 영웅 아카데미까지 퍼졌다.

“이번에 마티아스, 카단, 블랑쉬에게 의뢰를 했던 공작 부인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영웅 아카데미의 교수, 교관들의 회의실의 주제는 플로리안 공작 부인의 실종으로 시작되었다.

“수색대는 보냈답니까?”

“어디로 향했는지도 알 수 없다고 합니다. 분명 의뢰를 수행하러 온 생도들을 만날 때까지 성에 계셨다고 하던데.”

“그럼 의뢰 보수는 어떻게 받는답니까?”

“아니, 사람이 사라졌는데 의뢰 보수부터 생각하다뇨? 저흰 도둑 길드나 용병 길드가 아닌 영웅 아카데미 소속입니다.”

공작 부인의 실종은 아카데미로서 꽤 곤란한 일이기도 했다.

아무래도 의뢰를 넣었던 사람이기도 했으며, 영웅 아카데미를 위해 큰 돈을 후원하던 자.

그런 자가 사라졌으니, 영웅 아카데미는 후원자 하나를 잃었으며 보수 역시 받기 힘든 상황에 처하고 말았다.

“영웅 아카데미의 생도 셋. 그것도 가장 1, 2학년 가장 뛰어난 세 명의 생도가 죽음을 무릅쓰도 다크엘프의 숲을 지났다고 합니다!”

“맞습니다! 그런 생도들에게 아무런 보수도 주지 않을 순 없습니다.”

교관, 교수들의 언성이 높아지려던 찰나, 크리스 교관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보수는 이미 받았습니다. 그리고 영웅 아카데미에서도 수색대를 꾸려 보내기로 했습니다.”

크리스는 단번에 그들의 논란을 잠재웠다.

“아니, 언제 받은 겁니까?”

“보수는 공작 부인이 아닌 가디언이신 디미타르 님께서 보내주셨습니다. 의뢰를 다녀온 각 생도에게도 따로 추가 보상이 있을 예정입니다.”

“수색대는 누구로 꾸릴 생각이십니까?”

“1학년 중 의뢰가 가장 적었던 생도를 꾸려 2학년들과 함께 보낼 생각입니다.”

그러자 회의실은 불이 꺼진 듯 잠잠해졌고, 크리스는 그 틈에 다른 주제를 회의실에 던졌다.

“그리고 디미타르 님에게 마티아스 생도를 조기졸업 시켜달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조기 졸업이요?”

교관, 교수들은 깜짝 놀라는 것 같더니, 이내 이해가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긴. 마티아스라면 졸업반 상위 5명 옆에 두어도 돋보일 놈이니.”

“가디언께서 하시는 말씀이니 거부할 수도 없을 것 같고.”

“하긴. 마티아스라면 여기서 배울 건 충분히 배웠을 겁니다. 지금은 홀로 훈련을 위주로 한다던데.”

이의를 제기하는 이는 없었다.

“그럼 마티아스는 이번 졸업반과 함께 졸업하는 것으로 결제올리겠습니다.”

크리스 교관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 앉았고, 이번엔 3학년 교관 벨리드가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곧 졸업반 졸업 파티입니다. 준비를 시작해야 하는데, 색다른 의견이 있으신 분 계실까요?”

졸업자들을을 위한 축제가 열린다는 말에 몇몇 교관, 교수들의 눈빛이 반짝였다.

“역시 마지막은 전통을 이어가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가면무도회를 말씀하시는 거죠?”

영웅 아카데미 졸업생들을 위한 파티는 ‘가면무도회’로 마무리되었다.

평범한 가면무도회가 아니었다.

가면을 쓰고 춤을 추며 파티를 즐기는 것까지는 다른 가면무도회와 다를 것이 없었지만, 영웅 아카데미의 가면무도회는.

“마지막 축제까지 열심히 싸우라는 의미군요.”

생도끼리 마음껏 전투할 수있도록 장소를 제공하는 파티이기도 했다.

“평소 원한이 있던 자와 대련을 통해 화를 풀 수도 있고, 졸업하는 생도들이나 재학 중인 생도들에게도 의미 있는 날이 될 것입니다.”

“저도 찬성합니다.”

“뭐, 색다른 의견은 없네요. 그럼 졸업 파티는 가면무도회로 결정하고 준비하도록 하죠.”

벨리드 교관은 피식 웃으며 자리에 앉았고, 이번엔 아이작 교수가 손을 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트라팔가로 떠난 에스더 생도의 소식은 아직 없는 것입니까?”

카단, 칼리아와 함께 도시 트라팔가로 떠났던 에스더는 아직 돌아오지 못하고 있었다.

에스더를 직접 가르치는 아이작은 그녀가 걱정되었는지 매서운 눈으로 교관, 교수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아 트라팔가에 머물고 있다고 합니다.”

“다치거나 아픈 곳은 없다고 하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지요. 아이작 교수님.”

다른 교관, 교수들은 아이작의 분노를 읽었는지, 애써 웃음을 보이며 그를 진정시키려 했다.

“아무래도 용병왕과 합의점이 찾아지지 않는 모양입니다.”

“곧 끝나고 돌아올 겁니다.”

그러나 그들의 위로도 아이작의 귀에 들리진 않는 듯 싶었다.

“후.”

아이작은 깊게 한숨을 내쉬더니, 이내 다시 자상한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교관, 교수들은 왠지 모를 두려움과 함께 소름이 돋아나는 것을 느꼈다.

“그렇다면 제가 직접 가봐야겠군요. 다른 분들과 다르게 저는 제자가 둘 뿐이라 걱정이 크군요.”

네크로맨서 수업을 듣는 자는 카단과 에스더 둘뿐.

그 중 하나가 오랫동안 보이지 않으니, 걱정되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교수님?”

“저를 막으실 분이 계실까요?”

아이작 교수가 부드럽게 웃으며 주변을 살피자 교관, 교수들이 침묵했다.

“교수님. 에스더는 어린애가 아닙니다. 곧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영웅으로서 왕국의 위인이 될 자이니….”

교수 중 하나가 조심스레 말을하자, 아이작 교수가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직 아카데미의 생도이며 저는 교수로서 생도를 보호하고 책임져야 할 권리가 있습니다.”

다들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아이작이 그렇게 말하며 주변을 둘러보자, 몇몇 교관, 교수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아이작이 가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았다. 걱정할 거리도 아니었다.

그러나 도시 트라팔가에는 용병왕이 머물고 있었으며, 용병왕과 아이작은 오래전부터 사이가 좋지 않았다.

괜히 갔다가 마찰이라도 일으킨다면 일이 커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다들 아이작을 말리려 했다.

“다들 이의는 없는 듯 하니, 오늘 오후에 바로 다녀오도록 하죠. 아, 크리스 교관님.”

말을 이어가던 아이작이 부드러운 음성으로 1학년 생도들을 총 담당하고 있는 크리스 교관을 불렀다.

크리스 교관이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대답했다.

“말씀하세요. 아이작 교수님.”

그러자 아이작 교수는 자상한 표정으로 그를 향해 말했다.

“카단도 데려가겠습니다. 괜찮겠죠?”

“카단을요? 카단은 어제 돌아와서 쉬는 중인데….”

“뭐, 야외 수업이라고 하면 카단도 좋아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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