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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 네크로맨서-147화 (147/186)

제147화

콰아아아앙!

성벽에 달라붙은 좀비들이 연이어 폭발하자 도시 곳곳에 횃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습격이다! 다들 일어나!”

“대체 어떤 겁대가리 없는 놈들이!”

“남쪽 성벽이다!”

갑작스러운 폭격에 눈을 뜬 마족들이 재빨리 남쪽 성벽을 향했다.

“잠이 확 깬 모양이네.”

성벽 위로 마족의 그림자들이 나타나자, 카단의 얼굴에 미소가 걸렸다.

“그렇다면 한 번 더.”

휙.

카단이 위로 손을 올리자, 해골 병사들이 재빨리 투석기를 재장전하기 시작했다.

“올라타.”

장전된 투석기 위로 이번엔 구울들이 소환되어 올라탔다.

휙.

위로 들어 올렸던 손을 밑으로 빠르게 내리자, 대기하고 있던 해골 병사들이 곧바로 피로 만들어진 밧줄을 잘라냈고.

투쾅!

팽팽하던 밧줄이 끊어지며 투석기에 올라탔던 구울들이 성벽을 향해 날아갔다.

그어어어어어-

카단은 날아가는 구울들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고, 그와 동시에 마나를 활성화했다.

콰아아아아앙!

이번엔 성벽 위쪽에서 고블린과 코볼트 형태의 구울들이 연달아 폭발했다.

후두두두두두둑!

구울 시체의 파편은 녹색의 연기를 뿌리며 사방으로 퍼져댔다.

“윽! 이 냄새는 뭐야?”

“독이다! 구울 독이야!”

독을 품은 시체가 폭발하며 만들어낸 독 구름이 마족들을 덮쳤다.

눈치가 빠른 마족들은 재빨리 몸을 피하거나 숨을 참았지만.

“커! 커억!”

“이 빌어먹을!”

절반 가까이 되는 마족들은 구울 독에 중독되어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물론 마족에게 구울 독은 치명적이진 않았다.

잠깐의 고통을 선사하는 것이 전부.

투쾅!

카단은 그 잠깐의 시간조차도 헛되이 쓰지 않았다.

그어어어어어어-

다시 한번 투석기가 작동되었고 이번엔 하늘에서 좀비들이 쏟아졌다.

“빌어먹을 네크로맨서다!”

“또 어디에 적이 있을지 몰라! 경계해!”

“언데드 군단쯤은 별거 아니야! 네크로맨서만 죽이면 끝이다!”

세 번까지는 당하지 않겠다는 듯, 성벽 위 마족들이 마법과 화살, 투창을 이용해 날아오는 좀비들을 격추하기 시작했다.

푹! 퍼어엉!

시체가 폭발하기 전 미리 시체를 훼손해 놓는다면 네크로맨서의 시체 폭발 마법도 간단히 막을 수 있었다.

좀비들은 성벽에 닿기도 전에 폭발했으며, 간신히 성벽에 닿은 좀비들도 마족들이 재빨리 처리해버렸다.

“멍청한 놈들은 아니었네.”

공격이 실패했음에도 카단은 전혀 씁쓸한 표정이 아니었다.

이 정도쯤은 예상하였다는 듯 여유로운 표정으로 허공에서 폭발하는 좀비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궁수들은 활을 들어라.”

이어 카단은 해골 병사들이 모인 곳을 향해 나지막이 명령했고.

척! 척! 척!

활을 들고 있던 해골 병사들이 재빨리 시위를 당겨댔다.

“마음껏 쏴라.”

슈슈슈슈슈슈슈슈슉!

카단의 명령이 떨어지는 동시에 해골 병사들이 쏜 화살이 빠른 속도로 성벽 위를 향해 날아갔다.

“귀찮게!”

“마법사들이 알아서 좀 막아!”

해골 병사들이 쏜 활에 맞을 정도로 마족들이 약하거나 멍청하진 않았다.

티디디디딩!

마법을 사용할 줄 아는 마족들이 성벽 위에서 실드 마법을 펼쳤고, 화살은 실드 마법에 부딪혀 의미 없이 땅으로 쏟아졌다.

“고작 인간 하나다! 다들 이렇게 구경만 하고 있을 거야?”

상급 마족 하나가 멍하니 서 있는 마족들을 향해 소리쳤고.

“공격하자!”

“내려가! 고작 인간이 무서워서 수성전 하고 있을 필욘 없지!”

“곱게 죽이진 말자고. 우리의 잠을 깨운 대가는 치르게 해야지?”

“언데드 군단의 수를 봐. 너무 만만하게 보진 말자고.”

그 선동에 마족들이 모두 힘을 개방하며 성벽 아래로 내려와 언데드 군단을 향해 돌격했다.

슈슈슈슈슈슈슉!

그 사이에도 해골 병사들이 화살을 쏴 댔고, 투창병으로 보이는 해골 병사들은 달려드는 마족들을 향해 창을 날려댔다.

“군주를 위협하는 더러운 놈들이 몰려온다!”

“방패를 들어라!”

게다가 선두에 서서 언데드 군단을 이끄는 데스나이트들이 동시에 명령을 내렸다.

척!

그러자 해골 병사들이 자기 키만 한 직사각형의 방패를 들어 올렸고.

푹!

방패를 그대로 바닥에 찍어 고정시켰다.

“창병들은 대기하라!”

이윽고 화살 세례를 뚫어낸 마족들이 언데드 군단 앞으로 다가왔다.

“별것도 아닌 시체 녀석들이 누구 앞길을 막는 것이냐!!”

“들이박아! 그대로 돌파해!”

땅에 박힌 방패를 발견한 마족들은 검은 기운을 내뿜으며 방패를 향해 몸을 날려댔다.

“찔러라!”

그와 동시에 긴 창을 든 해골 병사들이 창을 내려 방패 사이사이로 창을 내질러댔다.

푸슉! 푸슉! 푸슉!

방패 사이로 갑작스럽게 창이 튀어나오자, 몇몇 마족들은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고 창에 찔리고 말았다.

“이 빌어먹을 놈들이!”

창에 찔린 것쯤이야 마족들에게 별것도 아닌 상처.

그러나 하급 언데드인 해골 병사의 창에 찔렸다는 사실은 그들의 자존심을 제대로 긁어버렸다.

부우우우웅!

마족들이 본격적으로 힘을 사용하기 시작하자, 언데드 군단은 빠른 속도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3년간 해골 병사의 수준을 꽤 높여놨는데, 마족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건가?’

손쉽게 무너지는 해골 군단을 바라보며 카단은 아쉽다는 듯 혀를 찼다.

그러나 그의 얼굴에는 여전히 여유가 담겨 있었다.

‘다음은 데스나이트들을 실험해봐야겠군.’

카단이 가볍게 손을 들어 말했다.

“이제 됐으니까, 너희들도 싸워라.”

카단은 이 기회에 해골들이 마족을 상대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실험하려 했고, 일부러 데스나이트들에게는 지휘만을 허락했었다.

“군주의 명령이다!”

“공격하라!”

“더러운 마족들의 죽음을 군주에게 바칠 것이다!”

이내 데스나이트들이 녹색 화염을 내뿜으며 마족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서걱!

그러자 마족들의 기세가 주춤해졌고, 빠르게 밀려나던 언데드 군단은 다시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달그락! 달그락!

쓰러졌던 해골 병사들도 카단의 마나에 다시 반응하며 몸을 일으켰다.

“망할 해골들이 다시 일어나잖아!”

“데스나이트가 너무 강해!”

“다들 뭐 하고 있어! 고작 네크로맨서 하나인데!”

마족들이 악을 쓰며 달려들었지만, 데스나이트들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이 정도 실력을 지닌 네크로맨서가 있었다고?”

“설마 동쪽에서 활동한다는 검은 파도인가?”

“검은 파도는 여자라고 들었어! 저 녀석은 남자잖아!”

데스나이트들의 활약에 마족들이 당황하며 주춤거리기 시작했다.

상급 마족들조차도 데스나이트들을 상대하는 걸 버거워했으며, 중급 마족들은 데스나이트들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이 정도면 충분히 시간 벌기는 가능할 것 같은데.’

최상급 마족이 나타나지 않는 이상, 단순한 시간 끌기 정도는 무리 없이 가능했다.

‘아직 부족하지만, 잘 나아가고 있군.’

이번 버티기 전쟁은 지난 3년간 카단이 얼마나 발전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와 같았다.

상급 마족 정도는 이제 카단이 나서지 않아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정도.

‘최상급 마족이 나타나기 전에 끝내줬으면 좋겠는데….’

그러나 카단 역시 마나가 무한은 아니었다.

지금은 잘 버티고 있지만, 그렇다고 압도하고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생각보다 상급 마족의 수가 많았고, 그들을 전부 막아낼 정도로 데스나이트가 많은 것도 아니었다.

데스나이트가 쓰러지면 카단이 곧바로 일으키기야 하겠지만, 그 역시도 한계가 있는 법.

시간이 지날수록 카단이 불리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다.

‘영혼의 결정 하나씩 흡수하면 그만이긴 하지만….’

마족들이 죽고 남긴 영혼의 결정들이 몇몇 보이기 시작했지만, 위치가 좋지 않았다.

한참 마족과 언데드 군단이 맞붙어 전투를 치르는 곳.

만약 카단이 다가가기라도 한다면 마족들이 전부 카단만을 노릴 것이 분명했다.

‘마나가 부족할 때 최상급 마족이 나타나면 어쩔 수 없이 뛰어들어야겠지만.’

카단은 치열한 전장을 바라보며 짧게 한숨을 내뱉었고, 이내 다시 여유롭게 미소를 지으며 로베른의 남쪽 성벽을 바라봤다.

‘뭐, 그 전에 끝내주겠지.’

***

로베른 영주성 아래 지하 감옥.

철창들은 활짝 열려 있었고, 감옥에 갇혔던 이들이 빠르게 복도로 뛰어나왔다.

“모두 이쪽으로 모여요!”

그와 동시에 벨리드의 목소리가 복도를 쩌렁쩌렁 울렸다.

다급한 목소리에 사람들은 재빨리 클로제가 있는 곳을 향해 달려갔다.

“클로제! 조금만 더 시간을 벌어줘!”

“알겠습니다! 교관님!”

복도의 끝. 위층으로 향하는 계단이 있는 곳에서부턴 마족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침입자들을 죽여!”

“인간들이 도망친다! 막아!”

다행히 감옥을 지키고 있던 마족들은 높아봤자 중급.

아무리 많이 몰려든다고 해도 클로제 혼자만으로도 그들을 막아낼 수가 있었다.

게다가 뱀파이어인 루나까지 합세하니, 마족들은 도무지 길을 뚫어낼 수가 없었다.

“루나! 카단 상황은?”

벨리드가 한참 피로 화살을 만들어 날리는 루나를 향해 물었다.

“잘 버티고 있대. 그런데 최대한 빨리 끝내 달래!”

피슉!

루나는 그렇게 대답하며 다시 피로 만든 화살을 날려댔다.

‘하긴 카단 녀석도 마나가 무한은 아니니까.’

이내 벨리드의 앞으로 사람들이 몰려왔고, 벨리드는 곧바로 그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텔레포트로 이동한 곳에 혁명단 단원들이 있을 겁니다. 그들의 말을 잘 따라주시면 돼요.”

“가,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 은혜!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사람들은 감사의 인사를 계속해서 날려댔고, 벨리드는 고개를 한 번 끄덕인 뒤 곧바로 마법을 사용했다.

파밧!

번쩍이는 빛이 벨리드 앞에 모인 사람들을 휘감았고, 순식간에 사람들이 자취를 감췄다.

“다음!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아래층으로 향하는 계단은 반대편에 있었고, 벨리드가 먼저 아래층을 향해 뛰어갔다.

“루나 님! 먼저 가십시오! 적당히 시간 끌면서 뒤로 빠질게요!”

클로제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에게 달려드는 마족의 머리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서걱!

오러를 두른 검은 마치 나뭇잎이라도 베어내듯 마족의 목을 베어냈고.

툭.

목숨을 잃은 마족이 힘없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알겠어!”

루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땅을 박찼고, 클로제는 피식 웃으면서 오러를 몸에 둘렀다.

“한 놈도 못 지나간다!”

반드시 마족을 전부 쓰러트릴 필요는 없다. 그저 시간.

벨리드가 사람들을 구해낼 시간만 벌면 끝이었기에 크게 무리하지도 않았다.

클로제는 천천히 뒤로 물러나면서도 마족들이 자신을 지나치게 두지 않았다.

마족들이 힘을 개방하며 달려들 때 몇 번이고 위협을 느꼈지만, 그의 이명처럼 클로제는 완벽하게 마족들을 막아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이 정도면 충분하겠군.’

서걱!

오러를 두른 검으로 달려드는 마족 하나를 베어낸 클로제가 곧바로 몸을 돌려 달리기 시작했다.

그는 빠르게 아래층으로 향하는 계단에 도착했고, 이내 빠르게 아래층으로 이동했다.

‘이곳에 녀석들이 있다.’

그의 오랜 친구인 루카스와 아라드가 붙잡혀 있는 곳.

드디어 친구들을 구할 수 있다는 생각에 클로제는 힘들다는 생각조차 잊은 채 걸음을 옮겼다.

“이 미친 녀석들아….”

그러나 아래층에 도착한 클로제의 얼굴은 희망이 아닌 절망이 드리웠다.

루카스와 아라드가 벨리드와 루나를 향해 미친 듯이 달려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설마 마족이 되어버린 거냐? 우리가 너무 늦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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