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조폭 네크로맨서-185화 (185/186)

제185화

“너무 하네.”

훈련장을 가득 채운 데스나이트 군단을 바라보며 마티아스는 한숨을 내뱉었다.

단순한 해골 병사도 아닌 듀라한이 이끄는 데스나이트 군단이라니.

‘이 녀석 도대체 3년 동안 무슨 짓을 하고 다닌 거야?’

데스나이트 군단만 보더라도 카단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네크로맨서의 실력에 따라 언데드의 수준이 결정되는데, 훈련장을 채운 데스나이트들은 하나하나 무시할 수 없는 강력함을 지니고 있었다.

‘이 정도면 혼자서 적국에 쳐들어가도 이겨서 돌아올 것 같은데?’

마티아스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소식 없이 3년간 사라졌다 돌아온 카단이 이렇게 성장했을 줄이야.

“방패 내려놓으면 데스나이트 역소환 해줄 거냐?”

“해줄 것 같습니까?”

마티아스가 조심스레 묻자, 카단이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

두 사람은 서로 피식 웃음을 흘렸고, 그것이 신호가 됐을까?

타앗!

둘은 동시에 땅을 박찼고, 그대로 전투가 시작되었다.

“주군을 위해!”

듀라한 지크 그림발트가 선두로 달려가 검은 오러가 담긴 검을 휘둘렀다.

‘참나. 언데드라도 데스나이트부터는 오러를 사용할 수 있다지만.’

까아아앙!

마티아스는 방패를 들어 듀라한의 공격을 막아내며 이를 악물었다.

‘뭐가 이렇게 강해?’

검을 휘두르는 힘은 물론 그 검에 둘린 검은 오러도 무시할 수가 없었다.

아마도 7성 이하 수준의 인간들은 듀라한의 일격에 사망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물론 마티아스는 1년 전 8성에 도달한 상태.

듀라한의 공격은 생각보다 위협적이었지만, 8성에 도달한 마티아스에게는 조금의 상처도 낼 수 없었다.

스르륵.

마티아스는 방패를 비스듬히 들며 듀라한의 공격을 옆으로 흘렸다.

콰직!

동시에 짧게 쥔 창을 곧바로 내질러 듀라한의 가슴을 꿰뚫었다.

“실력이 더 좋아졌군. 용병왕의 제자.”

듀라한의 옆구리에 끼워진 머리에서부터 목소리가 들려왔고, 마티아스는 순간 흠칫하며 뒤로 빠르게 물러났다.

“다, 당신은?”

언데드가 되며 변하긴 했지만, 어딘가 익숙한 목소리였다.

“예전에 한 번 대련도 해준 적이 있었는데, 기억이 없나 보군.”

듀라한이 섭섭하다는 듯 말을 전하며 다시 마티아스에게 달려들었다.

당혹스러움도 잠시.

위협적으로 검을 휘두르는 듀라한 덕분에 마티아스는 다시 바쁘게 몸을 움직여야 했다.

듀라한만 신경 쓸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슉!

빈틈이 보이는 순간, 주변에서 기다렸다는 듯 데스나이트들이 공격해왔다.

게다가 멀리서 카단의 피 마법과 뼈 마법, 그리고 저주까지도 견제해야 하는 상황.

채애앵!

압도적인 힘으로 공격해오는 듀라한을 상대하며 이 모든 것을 신경 쓰기는 쉽지 않았다.

듀라한이 누구인지, 왜 자신을 아는 것처럼 말하는지를 따질 정신이 없었다.

‘잠깐. 그러고 보니 이 검술도 어딘가 익숙한데.’

듀라한의 공격을 막다 보니, 점차 듀라한의 검술에 눈이 갔다.

언데드가 사용하는 검술이라기에는 우아하다고 할까? 검을 휘두르는 자세가 배우고 싶을 만큼 깔끔했다.

정직한 것 같으면서도 변칙적이었고, 강직한 것 같으면서도 부드러웠다.

‘분명 이 검술은?’

채애앵!

방패를 이용해 듀라한의 검을 튕겨낸 후 땅을 박차며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혹시 지크 님이십니까?”

거리를 벌린 마티아스가 조심스레 질문을 던졌다.

“오랜만이군. 자네의 성장을 본다면 용병왕이 좋아하겠어.”

“어째서 지크 님이 그런 모습을….”

충격을 받은 마티아스가 헛숨을 들이키며 듀라한을 바라봤고, 이내 그의 시선이 카단을 향했다.

“카단. 아무리 왕국의 상황이 좋지 않다지만, 어째서 이런 짓을.”

충격 이후로 찾아온 감정은 분노였다.

아무리 네크로맨서라지만 승리를 위해 아군을. 그것도 왕국의 영웅 중 하나이자 5대 기사단장인 지크 그림발트를 언데드로 일으키다니.

“네크로맨서들에게도 금기가 있다고 들었는데, 카단. 어째서 이런 짓을!”

마티아스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그의 눈빛은 분노로 가득했고, 굳어진 표정은 싸늘하기까지 했다.

타앗!

오러를 끌어올린 마티아스는 재빨리 카단을 향해 달려들었다.

“막아라!”

철그렁!

그러자 듀라한이 데스나이트 군단에게 명령했고, 데스나이트들은 재빨리 마티아스의 길을 막았다.

“오랜만입니다. 마티아스.”

“디미타르 님의 제자가 되었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과연 대단하군요.”

“저랑도 대련한 적 있는데, 기억하십니까?”

마티아스의 앞을 막은 데스나이트들이 친밀한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투구를 쓰고 있었기에 그들의 정체를 하나하나 파악할 수는 없었다.

유추해본다면 말을 걸어오는 이들 역시 콜린퍼스 기사단의 기사들이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마티아스의 눈에는 더욱 진한 분노가 담기고 말았다.

번쩍!

순간 마티아스 방패에서부터 빛이 뿜어졌고.

서걱!

마티아스는 신성한 빛을 내뿜는 방패를 확인한 후 곧바로 데스나이트들에게 달려들어 창을 휘둘러댔다.

가볍게 휘둘러진 창 한 번에 데스나이트들은 그대로 검은 연기가 되어 사라지기 시작했다.

네크로맨서의 마나만 있다면 완전히 파괴되지 않는 한 게속해서 되살아나야 정상.

‘한 번에 데스나이트를 파괴했다고?’

그러나 검은 연기가 되어 역소환되는 모습에 카단이 미간을 찌푸렸다.

‘신성력 때문이군.’

신성력을 사용하는 이와의 전투는 카단 역시 처음이었다.

‘신성력에 노출된 언데드는 곧바로 재생할 수 없는 모양이군.’

콰직! 콰지지직!

신성력을 담아 휘두른 창에 데스나이트 군단은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카단!”

어느덧 거리를 좁힌 마티아스가 있는 힘껏 창을 내질렀다.

슉!

정말 죽이기라도 할 듯한 위협적인 공격.

그러나 카단은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에 마나를 흘려보낸 뒤, 곧바로 반지에 담긴 블링크 마법을 사용해 멀찍이 물러났다.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뭐, 지금은 무슨 말을 해도 들을 것 같지 않네.’

어쩌면 마티아스와 진심으로 대결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닐까?

카단은 그렇게 생각하며 마티아스를 향해 손을 뻗으며 마나를 활성화했다.

촤르르르륵!

그러자 마티아스의 주변으로 마법진들이 생겨나더니, 그곳에서부터 핏빛 쇠사슬들이 튀어나와 마티아스를 휘감으려 했다.

채앵! 챙!

마티아스는 재빨리 창과 방패를 휘둘러 쇠사슬들을 튕겨내는 동시에 땅을 박차며 다시 카단에게 달려들었다.

까아아아앙!

빠르고 강하게 내질러진 창은 이번에도 카단에게 닿지 않았다.

어딘가에서 나타난 핏빛의 거대한 낫이 마티아스의 공격을 막아냈다.

‘이건?’

데시메이션.

카단 뒤에 나타난 피의 사신이 거대한 낫으로 공격을 막아낸 채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사르륵.

피의 사신은 곧바로 카단의 몸에 스며들었고, 이내 카단의 몸에 핏빛 기운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그리고 아무것도 없던 카단의 손에는 피로 만들어진 단검이 들려있었다.

멈칫한 것도 잠시.

마티아스는 다시 매섭게 창을 내질렀고, 카단은 단검을 이용해 그의 창을 쳐내거나 흘려보냈다.

‘무슨 한 손으로 내지른 창이 이렇게 빨라?’

방심하는 순간 몸에 바람구멍이 뚫릴 것이라는 생각에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카단의 얼굴에는 자꾸만 미소가 지어졌다.

괜히 3년 전, 아카데미 훈련장에서 훈련하던 시절이 떠오르기도 했다.

카단이 미소를 짓자, 마티아스는 더 화난 듯한 표정으로 더 빠르게 창을 휘둘러댔다.

‘뭐, 웃고 있을 상황은 아니긴 하지.’

아무래도 카단이 웃음을 지었던 게 기분이 나빴던 모양.

‘같은 8성이라도 역시 네크로맨서가 밀릴 수밖에 없구나.’

카단은 그렇게 생각하며 피의 단검을 이용해 빠르게 손가락 끝에 상처를 냈다.

똑.

그 상처에서 떨어진 피가 바닥을 적시는 순간.

번쩍!

붉은 빛이 번쩍했고.

퍼억!

빛과 함께 나타난 루나가 곧바로 마티아스의 배를 발로 차냈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마티아스는 반격해볼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뒤로 밀려났다.

카단이 뱀파이어까지 꺼냈다면 정말 진심으로 싸우겠다는 뜻.

“뭐야? 이 사람은 본 적 있는데? 왜 이 사람이랑 싸워?”

대련에 한 번도 소환된 적 없었던 루나는 눈을 끔뻑이며 카단을 바라봤다.

“대련 중인데, 아무래도 혼자서는 힘드네.”

카단이 도와달라는 듯 말하자, 루나는 피식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죽이지만 않으면 되는 거지?”

“조심해. 만만한 상대가 아니야.”

루나는 기쁘다는 듯 핏빛 마나를 활성화했고, 곧바로 마티아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럴 땐 반응이 참 빠르단 말야.’

카단은 피식 웃으며, 재빨리 루나를 보조하기 위해 마법을 사용했다.

촤라락!

마티아스의 발밑으로 뼈로 만들어진 거대한 가시들이 생겨났다.

당연하게도 마티아스는 뼈의 가시가 닿기도 전에 땅을 박차며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촤라라락!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의 발길이 닿는 곳마다 거대한 뼈의 가시가 생겨났다.

“조심하세요. 선배. 이거 아버지가 남긴 흔적을 따라다니다 배운 기술인데 꽤 쓸만하더라고요.”

마법과 저주가 섞인 샬로트의 오리지널 마법. 가시밭길.

저주에 걸린 상대방의 발밑으로 계속해서 뼈의 가시가 튀어나오는 무시무시한 기술이었다.

“이딴 공격쯤이야.”

마티아스는 싸늘하게 말하며 온 몸에 오러를 둘렀고.

촤르르륵!

뼈의 가시가 튀어나오는 것을 보고도 땅을 박차거나 옆으로 몸을 날리지도 않았다.

콰직!

놀랍게도 뼈의 가시는 마티아스의 몸에 닿자마자 가루처럼 으스러지고 말았다.

‘아버지가 써놓은 책에는 트롤의 가죽도 쉽게 찢는다고 했는데, 역시 오러는 못 뚫는구나.’

물론 카단은 아쉬워하지 않았다.

이 마법을 지금 사용한 이유는 살상용이 아닌 마티아스의 발을 잠시나마 묶기 위함이었으니까.

까아아아앙!

때맞침 루나의 주먹이 마티아스에게 휘둘러졌다.

마티아스는 재빨리 방패를 들어 루나의 공격을 막아냈지만, 그 힘이 얼마나 강했는지 8성에 도달한 그가 밀려나고 말았다.

“으악! 이게 뭐야!”

방패를 힘껏 친 루나는 불결하다는 듯한 시선으로 방패와 방패에 닿았던 자기 주먹을 번갈아 바라봤다.

“기분 나빠! 저거 신성력이잖아!”

그제야 성유물을 알아챈 루나가 잔뜩 찡그린 표정으로 카단을 바라봤다.

“나 저거 싫어.”

밤의 귀족인 뱀파이어 역시 신성력에 약했기에 루나가 슬금슬금 뒤로 물러났다.

아무래도 루나는 제대로 싸울 마음이 없는 듯한 모양이었다.

지금 전투가 목숨이 걸린 전투가 아닌, 대련으로 생각하고 있으니 쉽게 포기할 수 있는 것이었다.

‘루나는 여기까진가? 생각보다 빠른데. 할 수 없나?’

루나가 마티아스를 쓰러트릴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체력이라도 빼주길 바랐는데.

카단을 아쉽다면서 피식 웃음을 지었고 이내 마나를 활성화하며 마법을 사용했다.

“망자의 길.”

그가 내뱉은 말과 동시에 카단과 마티아스 주변의 세계가 청녹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시체처럼 차가운 손이 바닥에서부터 튀어나와 마티아스의 발목부터 시작에 온 몸을 붙잡기 시작했다.

“이건?”

마티아스는 처음 보는 기술이었고, 처음 당하는 기술이었다.

‘네크로맨서에게 이런 기술도 있었어?’

당황한 마티아스가 어떻게든 움직여 보려 했지만, 발목부터 시작해 온몸을 붙잡고 있는 이상한 손길 덕분에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선배. 오해가 있는 거 같은데.”

“시끄러!”

“일단 오해를 풀어야 안전하게 대련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이렇게 잠시 묶어뒀어요.”

사신의 힘을 흡수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기에 카단은 마티아스와 달리 청녹색의 세계에서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

“오해? 내가 본 게 오해라고? 오해는 무슨!”

아무래도 아직 힘이 많이 남아있는 것 같기에 카단은 하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오랜만에 만났는데 왜 화를 이렇게 내십니까? 서운하게.”

카단은 여유롭게 아공간에서 의자 하나를 꺼냈고, 다리를 꼬고 앉으며 마티아스에게 말했다.

“제 얘기를 듣고 싶으면 말씀하세요. 그때 풀어드릴게요. 선배.”

카단의 해맑은 웃음에 마티아스는 악을 썼다.

“넌 네크로맨서의 금기를 어겼다! 꼭 그렇게까지 했어야만….”

지크 그림발트가 누구인가?

왕국 5대 기사단 중 하나의 기사단장이며 영웅으로 추앙받는 인물.

실력은 물론 인성까지 겸비한 그야말로 기사들이 존경할 만한 대상이었다.

그런 그를 언데드로 되살렸다는 것은 그가 쌓아온 명성을 무너트리는 짓과 다름 없는 일.

존경했던 이가 언데드가 되었으니, 눈이 뒤집힐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제가 얘기할 순 없겠군요.”

따악!

카단이 손가락을 튕기자, 그의 몸에서부터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왔고, 이내 검은 연기는 한 남자의 형태로 변해갔다.

“마티아스. 할 말이 있네.”

그 남자의 정체는 지크 그림발트였다.

이상하게도 그의 모습은 머리 잘린 듀라한이 아닌 평소 지크 그림발트의 모습이었다.

“어째서 모습이?”

“아깐 왜 듀라한이 되었냐 그러더니, 이제 왜 멀쩡한 모습으로 나타났다고 뭐라 하는 건가?”

지크 그림발트는 호탕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것은 이곳은 망자의 세계. 주군의 허락만 있다면 이곳에서는 이렇게 원래 모습으로 바꿀 수도 있지.”

“지, 지크 님.”

“일단 진정 좀 하게. 그래야 오해를 풀 것 아닌가? 대련이 끝날 때까지 얌전히 있을 걸 그랬나? 끌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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