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43 - 43. 전초전 (5)
“신호탄은 잠시 넣어두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나는 짧은 고민 끝에 그리 말했다. 기사 로이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신호탄을 다시 집어넣었다. 지체하지 말고 신호탄을 쏘라고는 했지만, 지금은 우리가 아무런 생각 없이 신호탄을 쏘아 올릴 때가 아니었다. 우리가 여기서 발길이 묶일지언정, 다른 순찰대를 구조하러 가야 할 대공에게 이곳까지 오게 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아마 대공은 무조건 용사인 나를 먼저 구조하러 올 테지. 그렇게 다른 동료들이 위험에 처하는 건 절대 내가 바라는 바가 아니었다.
“[도와주마, 일로이.]”
이런 때에 성검의 지원은 언제나 내 버팀목이었다. 나는 우리를 향해 점점 거리를 좁혀오는 늑대들을 노려보았다. 가장 선두에 선, 우리에게 말을 걸던 늑대가 다시 입을 열었다.
“나는 군단장의 오른팔, 모든 늑대의 통솔자.”
늑대의 턱 아래로 짐승의 침이 질질 흘러내렸다. 늑대는 고개를 까닥거리며 천천히 내게로 그 걸음을 옮겨왔다.
“이 숲속에서 아주 오래전부터 네놈들 기사는 질리게 씹어먹어 보았다.”
에버노드의 몇몇 기사들은 저 커다란 흰늑대의 모습을 알아보았는지, 그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있었다. 로이는 딱딱하게 굳은 목소리로 내게 말을 걸어왔다.
“…로보. 저 영악한 개새끼는 우리 기사들을 몇 명이나 죽여왔습니다. 아마 이 숲에 존재하는 마물 중 가장 오래된 놈 중 하나일 겁니다.”
흰늑대, 로보는 비웃듯이 칵칵거리며 숨을 토해냈다.
“그래. 차라리 아무것도 모른 채로 죽는 게 너희들은 훨씬 나을 거다. 그분은 우리에게는 희망이자, 신이지만 너희들에게는 죽음과 파괴 이외에는 무엇도 보장해주지 않을 테니까.”
나는 개미굴에서 아라그리드와 싸울 때를 떠올려보았다. 이름을 가진 마물들은 강했다. 원작의 일로이였다면 모를까, 아무것도 모르는 빙의자. 그것도 성검을 개방하기 전의 나는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이길 수 없었다. 놈들이 쌓아온 세월은 인간의 잔꾀를 누를 지혜를 주었고, 인간의 보잘것없는 힘을 눌러버릴 강함을 주었다.
-지금, 나는 저놈을 이길 수 있나?
“제가 홀로 저 대장을 맡겠습니다.”
나는 뒤에 있는 기사들을 향해 말했다. 저놈을 쓰러트린다면, 쓰러트리는 데에는 또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까? 쓰러트리는 동안 기사들이 저 많은 늑대들을 상대로 버틸 수 있을까.
“장기전이 될 수 있을 것 같으니, 마력을 최대한 아끼며 싸우세요.”
흰늑대 대장이 내 앞으로 나서며 대치했다. 놈은 아직 나를 비웃듯 아가리를 벌리고 있었다.
“이야기는 다 끝났나? 내가 죽인 기사들도 다 죽기 전에 그런 이야기를 했지. 어떻게 나를 쓰러트려야 하나, 어떻게 이 자리에서 벗어나야 하나. 그런 의미 없는 이야기를 말이다.”
“마물치고는 말이 많군. 꽤 떠들고 싶었나 봐?”
나는 로보의 말을 잘라내고는 성검을 앞으로 들어 늑대의 머리를 겨냥했다. 성검이 내 마나를 조금씩 빨아가려 했고, 나는 아끼지 않고 내 마력을 내주었다.
“[처음부터 힘을 아끼지 않고 가겠다. 견딜 수 있겠지?]”
이제까지 네 힘을 견디기 위해 수련했어. 괜찮지 않으면 그건 내게 재능도, 너를 다룰 자격도 없다는 뜻이겠지. 뭐, 2단계는 아직 개방하지 못했지만 말이야.
“[바로 가겠다. 놈에게 시간을 주지 마라. 일로이 네가 가장 잘 알고 있겠지만.]”
콰지지직.
내 몸을 성검의 무지막지한 힘이 짓누르기 시작했다. 성검은 내게 경고한 그대로 힘을 아끼지 않고 그대로 내 몸에 쏟아붓기 시작했다. 나는 금세 부하가 걸린 몸의 통제를 되찾았다. 이 정도야 얼마든지 견딜 수 있었다. 성검의 자루에서부터 새하얀 파괴의 빛이 일었다.
“…!”
그 빛을 마주한 늑대가 사납게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렸다. 나는 한껏 끌어모은 마나를 다리에 불어넣고, 그대로 로보에게로 몸을 날렸다. 늑대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 거대한 아가리를 그대로 날아드는 성검의 검날에 들이받았다.
쾅-!!
무슨 이빨을 미스릴로 만들었냐?
평소에는 마물들을 두부 자르듯 잘라버리던 성검의 힘은 마물의 이빨에 부딪히며 불꽃을 튀기고는 가로막혔다. 놈에게 검날을 때려 박을 때, 마치 망치로 돌을 두드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는 다물어지는 로보의 아가리에서 성검의 검날을 빼내고, 다시 참격을 날렸다.
놈이 옆으로 펄쩍 뛰며 피해냈다. 일검에서 공격은 끝나지 않는다. 하지만 놈 역시 피해내는 데에서 그치지 않았다. 냄새로, 눈으로, 귀로, 로보는 내 움직임을 꿰고 있었다. 마치 다음에 어디로 검을 날릴지 모두 알고 있다는 듯, 놈은 쉬이 내 검격을 흘리고 피해냈다.
닿지 않는다. 나는 성검의 끝을 뒤틀었다. 미숙한 내 몸이 성검의 궤도와 함께 뒤틀리고 삐걱거린다. 로보는 뒤로 펄쩍 뛰며 성검의 검날에 놈의 송곳니로 맞섰다. 잘라내지 못한다. 놈의 가죽에 제대로 공격이 꽂힌다면 분명히 꿰뚫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놈은 내가 베거나 찌를 틈을 주지 않고 허공에 검을 휘두르는 나를 희롱한다.
“허접하고, 약하구나. 네놈도 내가 잡아먹었던 다른 모든 기사와 다를 게 없어.”
쾅-!!
조급해졌다. 놈들은 사람의 것이 아닌 혀를 놀려 조금씩 나를 자극했다. 내가 휘두르는 성검은 여느 때보다도 날카로운 궤도를 그리며 날아갔다. 로보는 가볍게 발을 움직였다. 놈의 눈은 읽기 힘들었다. 벌름거리는 저 코와, 내 움직임에 따라서 움찔거리는 귀가 놈에게 눈보다 많은 걸 읽고 전달해주었다. 에버노드의 기사들을 수없이 상대하며 축적된 놈의 경험은, 몇 달 되지 않은 내 검의 허점을 간파했다.
“그래, 그놈들도 모두 그런 표정을 지었다. 너보다도 강한 기사도 말이야.”
횡으로 휘둘러진 검로. 로보는 몸을 낮게 웅크리며 눈을 빛냈다. 샛노란 짐승의 눈이 나를 포착하고 있었다. 나는 그 눈에 꿰뚫려 순간적으로 몸이 굳어졌다.
“그놈들이 그런 표정을 지어 보이고서는 얼마나 오래 버텼을지 너는 알고 있을까? 끝내 내 이빨에 갈가리 찢겨 쓰러졌을 때, 어떤 표정을 지었을지 상상이 가나?”
로보는 그리 말하며 웅크리고 있던 몸을 펼치며 펄쩍 뛰어올랐다. 나는 간신히 성검의 검면으로 놈의 박치기를 받아냈다. 몸이 허공에 뜬다. 가슴과 등을 통타하는 고통을 무시하며 나는 온몸의 신경을 곤두세워 균형을 잡았다. 넘어진다면, 바로 놈의 송곳니가 내 목을 꿰뚫어버릴 거다. 나는 비틀거리며 로보를 노려보았다.
“지금의 네게 있는 건 고작 그 괴상하고 불길한 하얀 빛뿐이군.”
로보는 나를 비웃었다. 놈이 턱을 벌리고 달려들자, 나는 옆으로 꼴사납게 굴러 그를 피했다. 늑대가 나를 쫓아 몸을 날렸다.
오른쪽. 나는 발을 디뎠다가 다시 거두고, 그대로 다시 오른쪽으로 몸을 날렸다. 늑대는 감각에 따라 나를 뒤쫓았다.
늑대가 달려들 때, 나는 눈을 똑바로 뜨고 끝까지 놈의 움직임을 바라보았다. 쩍 벌어지는 턱을 고개를 틀어 받아넘기며 나는 무게를 실어 그대로 로보를 들이받았다. 고약한 짐승의 냄새. 나는 놈을 붙잡고 뒹굴며 성검의 끝자락으로 그 심장부를 노리려 했다. 그러나, 물론 로보는 그리 호락호락하게 당해줄 마물이 아니었다.
크워어엉!!
놈이 몸을 크게 떨쳤다. 순간 균형을 잃으며 나는 늑대의 몸체에서 튕겨 나와 바닥을 굴렀다. 등과 배가 나무와 돌에 부딪혔다. 다행히 그 와중에 성검을 놓치지는 않았다. 바닥을 뒹구는 내게로 부하 흰늑대들이 달려들었다. 나는 성검을 크게 휘둘러 그들을 모조리 동강 내었다.
한 끗이 부족했다.
방금이 기회였다. 놈의 심장을 완전히 꿰뚫어버릴 기회. 그리고 비슷한 수법에 놈은 두 번 당해주지 않을 거다. 팔이 부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끝까지 붙잡고 매달렸어야 하는 건데. 이가 절로 부드득 갈렸다.
나는 시선을 돌려 다른 기사와 병사들을 보았다. 기사와 병사들은 한데 뭉쳐있지 않았다. 흰늑대 몇 마리가 제 몸을 던져 그 진형을 무너뜨려버린 듯했다. 오러를 사용하는 기사들이 분전하며 늑대들을 마구 베어내고 있었지만, 수가 너무 많았다.
“무엇을 바라고 이토록 저항하는지 모르겠군.”
로보가 다가온다.
“숲속에 퍼져 있을 다른 인간들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는 않을 텐데. 이미 처참한 시체가 되어 뒹굴고 있을지도 모르지.”
목을 긁는 숨이 거칠었다. 처음 느껴보는 감정은 아니었다. 그때도, 개미굴에서 거미와 싸울 때도, 이런 상황이었지. 차이점이 있다면, 지금의 나는 무언가 기적이 일어나도록 기댈 수 없다는 점. 찾아야 했다. 생각해야 했다.
쾅-!!
마침내, 끝을 내겠다는 듯 로보가 나를 들이받았다. 나는 뒤로 휙 날아가며 땅바닥에 내팽개쳐졌다. 나동그라져 바닥을 쳐다보는 내 시야에서, 천천히 다가오는 로보의 발이 보였다. 나는 후들거리는 손으로 땅을 짚으며 무릎을 꿇고 일어났다. 로보는 아가리를 찢으며 짐승의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래, 그게 네놈들에게는 어울린다. 가만히, 벌벌 떨면서 피를 땅바닥에 쏟아내는 모습이-”
그때, 내 눈에 땅바닥에 박혀 주인을 기다리는 철검이 하나 들어왔다.
"구원은 오지 않을 거다. 네놈들이 자랑하는 그 검은 머리 검사도, 그 발걸음이 묶여있을 테니."
구원이 오지 않는다고, 저 늑대는 말하고 있었다.
아니, 내가 구원이 되어야 한다. 나는 후들거리는 발걸음으로 걸어가 왼손으로 철검의 검자루를 붙들었다.
야, 성검.
“[왜 그러느냐?]”
위급 상황인데, 한 번만 봐줄 수 있겠냐?
“[대체 무슨 생각인 게냐?]”
나는 대답 대신 철검을 잡아 뽑아 올렸다. 몸을 보살피지 않고 무리를 좀 해야겠다. 성검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한 목소리로 내게 말을 걸어왔다.
“[…이 상황에서 내 눈치를 볼 게 아니라, 네 심장이 버티지 못할 수도 있다, 일로이.]”
그럼 뭐, 이대로 질질 버티다가 저놈의 이빨에 물려 죽겠지.
안일했다. 지금의 나는 목숨을 아낄 처지가 아니었다. 다프네의 성장을 도울 때도, 성검의 개방을 시도할 때도, 나는 내 목숨을 보전하는 일을 끝까지 생각하고 있었다. 아니. 그딴 사고방식으로- 성검을 거머쥐고 용사, 주인공 행세를 할 생각이었나, 나는?
성검과 끊임없이 마나를 교환하던 심장이 다시 크게 뛰었다. 격통이 일었다. 피가 역류하며 새어 나왔다. 마치 심장을 두 갈래로 쪼개는 것 같은 기분. 나는 그 쪼개진 심장의 한쪽을 붙들어 왼팔로 마력을 불어넣었다. 오른편은 뭐, 성검이 알아서 조절해주겠지.
“[바보같기는-.]”
성검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나는 의식이 끊기지 않도록 입술을 깨물었다. 눈의 실핏줄이 터지며 피가 흘러내렸다. 몸이 다시 한번 개화를 맞이하려 하고 있었다. 나는 속에서 휘몰아치는 힘의 소용돌이를 억지로 잡아 누르려 하지 않았다. 그때, 처음으로 힘을 내 손 안에 두었을 때처럼.
“대체 무슨…?”
로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발 아래로 마력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쳤다. 검은 내 손안에서 뿌리를 내렸고, 나는 검에게 기꺼이 내 마나를 쏟아부어 주었다. 뿌리에서부터 은빛의 오러가 돋아난다. 나는 폭주하며 날뛰는 두 개의 힘을 지지대 삼아 완전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쌍검은 썩 취향이 아니다만. 저 커다란 늑대 놈은 아무래도 쌍검을 쓰는 검사를 본 적 없는 듯하구나.]”
못 말리겠다는 듯한 성검의 목소리.
“[힘의 발동을 버텨냈으니 그 조율은 내가 도와주마. 지금은 저 마물들을 쓰러트리는 것만 생각해라.]”
성검의 말이 내 등을 밀어주었다. 나는 그대로 달려 나가며 내 앞을 가로막는 늑대들을 베어내기 시작했다. 로보가 당황하며 처음으로 뒤로 물러섰다. 마나를 쏟아붓는다. 손을 가리지 않고 자유롭게 검을 휘두르며 나는 놈에게로 향하는 길을 열었다.
“-쓸데없는 짓을!!”
늑대는 더 물러나지 않고 입을 벌렸다. 나는 손목을 비틀어 왼손의 철검을 날카롭게 세운 후, 벌린 로보의 아가리로 쏘아냈다. 물론 내 검은 놈을 관통하지 못하고 이빨에 걸렸지만, 결정적인 차이점이 하나 생겼다.
놈의 아가리는 두 개가 아니라는 점.
성검의 검날이 공간을 짓이기며 로보의 몸뚱이로 향했다. 습관대로 내 검날을 깨문 채 놓지 않고 있던 로보의 몸뚱이에, 처음으로 성검의 공격이 제대로 적중한다.
콰지지직-!!
놈의 가죽을 검날이 확실히 꿰뚫었다. 로보가 울부짖으며 고통스러운 외침을 토해냈다. 짐승의 피가 허공에 치솟았다. 나는 그 외침에 자유로워진 왼손의 검으로 공격을 이어간다. 상완, 왼발, 가슴, 목. 늑대의 몸을 검이 가를 때마다 또 다른 피가 솟구쳤다.
뇌가 반으로 나뉘어 따로 노는 기분이었다. 오른손은 성검의 인도대로, 왼손은 내가 여태 배워왔던 대로. 한 번 침입을 허용한 공포의 신화는 내가 팔을 휘두를 때마다 점차 무너져내렸다.
“놈-!!”
발악하며 크게 입을 벌리는 로보에게, 나는 정면으로 검을 그어 내렸다. 놈은 다시 내 왼팔의 검을 깨무는 실책을 범했고, 이번에 나는 그 실책을 확실히 놓치지 않았다.
성검으로 놈의 목을 관통한다. 다시 벌어진 놈의 아가리 속으로, 왼팔의 검을 그대로 찔러 쑤셨다. 놈의 입천장을 검끝이 관통한다. 검날을 뽑아내고, 인간의 말을 내뱉던 혀를 아래턱째 관통해 찔렀다. 로보의 머리가 그대로 땅에 처박힌다. 나는 마지막으로 마나를 쏟아내며 두 검을 휘둘렀다. 무수한 검로가 놈의 몸에 새겨졌다. 로보가 너덜너덜해진 아가리를 덜걱거리며 단말마를 뱉어냈다.
“이…! 한 번 밟으면 사라질 미물들이-!!”
“시끄럽다, 똥개.”
콰가가각-!!
내 검로가 마지막으로 늑대의 목을 베어 갈랐다. 허공에서 로보의 몸뚱아리가 세 갈래로 베어 갈라졌다.
쿠구궁.
대장은 쓰러졌다. 나는 등을 돌려 분전 중인 기사들을 바라보았다. 다시 심장을 쥐어짠다. 어디서 나오는지도 모를 방대한 마나가 오러를 더욱 밝게 피워 올렸다. 싸움이 멈추었다. 늑대들은 모두 기사들에게서 물러나며 나를 바라보고 이빨을 드러냈고, 기사들은 만신창이가 된 얼굴로 나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놈들의 우두머리가 쓰러졌습니다.”
기세를 끌어올렸다. 확실히, 마물들에게 패배를 각인하고 기사와 병사들에게는 승리를 선포하기 위해. 나는 어느새 다시 내 곁에 다가온 말 위로 올라탔다. 내 마나에 말이 고양된 듯 앞발을 들어 올렸다가, 내려놓았다.
“여기서 우리는 쓰러지지 않습니다.”
기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말 한마디 한마디로 힘을 끌어올린다. 저들에게 있어, 가장 선두에 서서 길을 밝히는 불이 된다. 창을 놓쳤던 이들이 창을 다시 들어 올렸다. 땅에 검을 꽂았던 이들이 다시 검을 뽑아 올렸다.
“이제 저는 3번, 4번, 5번 순찰대를 구하러 가겠습니다.”
병사들이 마른침을 삼켰다. 식어가던 병사들의 눈에 전의가 다시 불타올랐다.
“따라오시겠습니까.”
““설령 그곳이 불길이라도!””
“그렇다면, 제가 그 불을 가장 앞장서서 뚫겠습니다.”
늑대들이 몰리고 있었다. 나는 신호탄의 잔재가 남아있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아직 마물에 저항하는 내 동료들의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나를 기다리며 검을 놓지 않은 이들의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제법 용사다운 모습이구나.]”
그래. 결국 네가 말해준 대로군.
“전군, 돌격 준비!!”
내 말과 함께, 등 뒤로 기사와 병사들이 정렬했다. 나는 말을 몰아 마물의 벽으로 나아갔고, 우레와 같은 병사들의 함성이 내 등을 밀어주었다. 나는 앞으로 성검과 철검을 내질렀고-
백색과 은색 유성이 하지의 태양보다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