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47 - 47. 용사 (1)
성녀와 용병이 임시 부락에 도착하고 2주의 시간이 흘렀다. 복구에 진척은 보이지 않았다. 바크틴스는 차라리 처음부터 없었던 도시라고 생각하는 게 편할 거 같았다. 항구의 재건 작업은 아직 기초 단계에도 들어가지 않았다. 무너진 도시의 잔해를 치우고, 아예 새로 도시를 만들어야 하는데, 마법사들을 동원해도 폐허가 되어버린 바크틴스의 잔해는 정리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이시스는 부락 사람들을 치료하는 일을 도맡았다. 바크틴스의 폐허처럼, 환자는 끊이지 않고 어디선가 계속 나오고 있었다. 한 사람을 치료하면 한 사람이 또 죽었다. 상처에는 균이 들끓었고, 더운 공기가 상처를 썩혔다.
“성녀님… 살려주세요, 성녀님….”
잘린 팔을 들이밀며 한 소년이 신음했다. 오늘의 스무 번째 환자였다. 소년을 데려온 어머니는 다리에 붕대를 두르며 절뚝거리고 있었다. 아이시스가 마력을 쏟아부었다. 잘려나간 팔이 없다면, 잘린 팔을 치료할 수 없다. 새로운 팔을 돋게 하는 건 불가능했다. 아이시스가 해줄 수 있는 건 소년이 호소하는 환통(幻痛)을 조금이나마 진정시켜주는 것밖에 없었다.
“살려주세요….”
아무리 마력을 쏟아부어도 소년은 고통스러워했다. 성녀의 마나가 뭉텅 깎여나간다. 남은 마나를 대부분 쏟아부었다. 아이시스는 식은땀을 흘리며 어머니의 다리까지 치료했다. 부러진 다리가 서서히 치료되며 제자리를 찾아갔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은 제 아들만을 걱정하고 있을 뿐, 자신의 다리가 나았다는 사실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아이시스는 임시 병동용 천막을 나서는 모자를 바라보았다. 펄럭이는 천막 사이로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어왔다.
“마력을 온존하십시오, 성녀님.”
옆에서 치료를 돕던 병사가 말했다. 아이시스는 고개를 저었다. 억지로 마나를 끌어올리며 다른 사람을 부르려다, 앞으로 픽 고꾸라졌다. 다음으로 천막 앞에서 성녀를 기다리고 있던 이는 얼굴의 반을 붕대로 감아놓은 환자였다. 천막 앞에서 드나드는 사람들을 통제하던 병사가 들어오려는 환자를 가로막았다. 천막의 틈 사이로 환자의 남은 한쪽 눈이 간절하게 성녀를 바라보았다.
“들여보내요.”
“안 됩니다, 성녀님. 이러다 탈이라도 나면 성녀님을 기다리는 더 많은 사람을 구해줄 수 없을 겁니다. 저 사람은 내일 치료를 받아도 괜찮지 않습니까.”
병사가 엄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아이시스는 고집을 끊지 않았다.
“들여보내….”
“네 몸은 돌보지 않을 작정이냐, 아이시스.”
아르옌이 뒤에서 쓰러지려는 아이시스를 붙들었다. 아이시스는 그 손을 뿌리치려 했으나, 몸이 제대로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아이시스는 비틀거리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오늘은 그만하지. 이미 해가 지고 있다.”
“그럴 수는… 없어요.”
“고집은 그만 부려라, 아이시스. 네 몸이 버티지 못할 거다.”
몸을 가눌 힘조차 없는 아이시스를 아르옌이 들어 올려 침상으로 옮겼다. 사제들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저마다 한숨을 내쉬었다.
“재앙의 여파가 이 정도일 줄은 정말 몰랐군요. 괜히 세상을 멸한다고 하는 게 아니었어.”
“잠시 상륙했는데도 이 정도인데, 바크틴스를 넘어 진격을 계속했다면 어찌 되었을지.”
흐릿하게 사제들이 의논하는 소리. 아이시스는 그날의 기억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바크틴스의 모든 사람을 죽이고 싶다면, 그렇게 해라.’
그때 그 말은 너무나 멀었다. 그때 성녀는 처음으로 사선을 넘나들며 제 죽음을 지나 보냈다. 나의 죽음은 가까웠고 남의 죽음은 멀어 보였다. 죽음만을 찾아 전선에 나서는 용사는 대책이 없고 무책임했고, 적의 죽음으로 우리의 삶을 모색하는 용병은 합리적이었고 강했다.
끄으으윽. 으으윽. 아파도 조금만 참으세요. 소독해야 합니다. 죽으면 안 된다, 정신을 차려라.
비명과 신음이 끊길 새가 없었다. 눈을 감으면 저 소리가 더욱 선명하게 들려왔다. 여름의 태양 아래 곪고 썩어가는 상처의 냄새는 약의 냄새보다 강하다.
나는 무엇인가. 성녀와 사명감은 무엇인가. 그때 우리는 무엇을 잘못했는가. 어째서 주교는 그때 나를 질책하듯 바라보았을까. 나는 그날의 선택을 후회하고 있는 걸까.
아이시스는 주먹을 꾹 붙들며 흐려지는 의식을 잡았다.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천막을 열어 헤치고는, 땀으로 범벅이 된 병사가 한 명 뛰어 들어왔다.
“무슨 일이냐.”
병실에 함께 앉아있던 사제가 병사를 맞이했다. 병사는 숨을 고르지도 않고 헐떡이며 말을 이어갔다.
“네 번째 재앙이 오고 있습니다. 군세가 예상보다 규모가 크다고 합니다. 에버노드의 스트로프 대공이 왕도에 급히 지원 요청을 보낼 정도로… 하지만,”
용사를 포함한 에버노드의 군세는 퇴각하지 않을 거라 합니다.
병사의 말이 아이시스의 머리를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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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선이 코앞까지 다가오고, 거인의 실루엣이 장막 너머로 보이기 시작한 날의 밤, 퀘노어 대공은 중진 회의를 소집했다. 이제는 회의실에 횃불과 랜턴이 필요했다. 일렁이며 길어지는 그림자 속 대공의 표정은 밤보다 깊었다.
“네 번째 재앙이 다가오고 있다.”
퀘노어 대공은 그리 말을 떼었다. 회의실의 분위기는 그 한마디로 더 무겁게 가라앉았다. 대공은 탁자 위로 펼쳐진 북부의 지도 위로 팔을 올려놓으며 길게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아직 지원군이 도착할 때까지는 시간이 꽤 남았다.”
지원 요청의 답신은 곧 지원군이다. 왕국의, 대륙의, 어쩌면 이 세상의 존망이 달린 일이니만큼 분명히 지원군이 오겠지만, 그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말을 달리고 있다고 하더라도 에버노드에 당도할 때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거다. 당장 마물만을 맞아 상대하는 데에는 크게 무리가 없었으나, ’거인‘이 직접 전장에 합류하는 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한계선은 이미 숲을 덮어버렸더군. 이미 성벽까지 그 영향권에 들기 시작한 것 같아.”
하늘은 예전만큼 밝지 않았다. 두껍게 낀 구름 사이로 해가 희미하게 형체만을 드러낸 가운데, 눈구름이 볕을 여과해 음울한 아침을 보여주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외투를 걸치지 않고 싸우던 병사들이 하나둘씩 모포와 두꺼운 외투를 챙기기 시작했고, 난데없는 삭풍이 성벽을 강타하며 귀신 우는 소리를 내었다.
“악천후 속에서 마물은 아무렇지도 않게 덤벼들 수 있지만, 우리는 잘 싸울 수 없다. 내일부터는 사상자가 눈에 띄게 늘어날 거다. 그 군단장이라는 놈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면 전선을 유지하기 힘들어질 수도 있어. 에버노드에도 뛰어난 기사들은 많지만, 저 빌어먹을 마물들이 얼마나 전력을 온존하고 있을지 모르니까 말이다.”
퀘노어 대공은 지도 위의 에버노드 성채에 손가락을 툭 짚었다. 나는 그 뒤로 적힌 '너머의 숲', '한계선', '대협곡'이라 적힌 장소들을 바라보았다. 에버노드는 대륙으로 향하는 마지막 길목에 버티고 서있었다.
“우리에게 선택지는 그렇게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내 대응책을 제시하기 전에, 귀공들의 의견부터 들어보고 싶다. 리스.”
대공은 먼저 리스를 바라보았다. 리스는 대공의 손가락을 따라 지도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얼마나 몰려오든 상관없습니다. 우리는 에버노드를 지킬 뿐입니다. 저는 하던 대로, 이곳에 버티고 서서 몰려오는 마물을 맞이하겠습니다.”
리스의 목소리는 결연했다. 대공은 리스의 말에 동조하지 않고 그저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다음, 헤밀.”
“저도 리스와 마찬가지입니다. 이곳에서 나고 자란 기사가, 그것 외에 다른 무슨 선택지를 택할 수 있겠습니까.”
에버노드의 기사들은 한결같은 대답을 들려주었다. 다른 대답이 나오지 않을 것을 알고 있음에도 퀘노어 대공은 참여한 기사 하나하나를 바라보며 질문했다. 마치 기사들의 각오를 점검하고 확인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가신과 시종장 역시 같은 대답이었다.
“…그래. 그럼, 외부인들에게 의견을 물어보도록 하지.”
대공의 푸른 눈이 나를 응시했다. 나는 퀘노어 대공의 생각을 읽어낼 수 없었다.
“이 성을 버리고 물러나는 방법도 있다, 용사 일로이. 남쪽의 도시 하나를 비운 다음, 그곳에서 왕도의 전력과 함께 재정비를 하고, 반격에 나서는 방법이 있지. 그게 더 거인을 잡을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지 않나.”
“그것만큼은 불가합니다. 에버노드는 사수되어야 합니다.”
나는 즉각 대답했다. 에버노드는 최전방이 아니라 최후의 방어선이다. 원작에서는 다가오는 거인을 막지 못하고 에버노드 전체를 내어주었다. 퀘노어 대공을 포함한 수많은 기사가 성채와 함께 산화했고, 마물이 세계로 퍼져나가며 재앙에 대한 공포를 확산했다.
“어째서 자네 또한 그렇게 생각하나, 일로이?”
나는 미간을 좁히고는 입을 열었다.
“거인이 이 성채를 넘어서면, 한계선이 이 세상을 완전히 얼어붙게 할 거고, 거인은 단순히 걷는 것만으로 세상의 모든 도시와 국가를 짓밟을 겁니다.”
나는 습관처럼 검자루를 매만지며 담담하게 일어날 참사를 말했다. 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표정은 내 말에 더욱 딱딱해지고 있었다.
“이곳에서 우리가 물러난다고 해도 다음이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재앙과 그 산하의 마물들은 여기를 점거한다고 해서, 길을 멈춰 재정비하지도 않을 거고, 만족하고 머무르지도 않을 겁니다. 그들은 세상이 멸망할 때까지 끝을 모르고 나아가겠지요. 산을, 강을, 호수를, 바다를 얼리면서 말입니다.”
아르옌은 어떻게 생각했을지 모르겠다. 언제나 그는 재앙을 쓰러트리는 길을 택했으니까. 원작에서 에버노드의 붕괴는 언제나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묘사되었다. 그를 먼저 쓰러트리지 못한 용사의 탓이라고 사람들은 말했다. 과연 정말 그랬을까.
“마물이 퍼져나가는 것도 막을 수 없을 겁니다. 에버노드를 넘어서면 대륙 어디로든 갈 수 있을 테니까요.”
대공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결 가벼워 보이는 듯한 모습이다.
“그래. 그렇게 말해줘 고맙네. 다른 용사 파티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게오르그가 나를 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아주 복잡해 보이는 표정이었다.
“저는… 용사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게오르그는 그 말만을 내뱉고는 무어라 더 말하지 않았다. 마리안느와 다프네도 고개를 끄덕일 뿐 특별히 다른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모든 이들의 의견을 들은 퀘노어 대공이 눈을 감았다. 침묵하는 회의장 속에 불이 훅훅 춤을 추는 소리만이 들려온다.
“이렇게 하지.”
대공이 눈을 뜨는 동시에 입을 열었다.
“병력을 두 갈래로 쪼개겠다. 하나는 에버노드에 남아 성을 지키고, 하나는 성문을 열고 나가 적의 심장부를 향해 진격한다.”
내 눈이 크게 떠졌다.
“싸우고 퇴각하기를 반복하며 본진의 진군을 늦추고, 피해를 누적한다. 그리고 왕도의 지원군이 도착한다면, 그들에게 수성을 맡기고 우리는 네 번째 재앙을 떨어트리러 출발하겠다.”
퀘노어 대공의 고개가 내게로 돌아갔다.
“진군을 늦추는 건 내가 맡도록 하겠다. 그리고 용사 일로이, 자네에게는 리스와 함께 에버노드의 수성을 부탁하도록 하지.”
“…적의 군세를 뚫는다면 성벽에 몰리는 병력이 많지 않을 테니, 제가 거인의 진군을 늦추는 데에 동행하는 게 나을 겁니다.”
나는 왠지 모를 불안함에 그리 말했다. 원작에서 대공이 홀로 거인의 진군을 몇 번이나 막아냈다는 언급은 있었지만, 이제 마냥 원작의 묘사만을 믿을 수만은 없었다. 그리고 퀘노어 대공은 내 제안에 고개를 내저었다.
“적의 군세를 뚫는 데는 그리 많은 인원이 필요하지 않을 거라네. 그리고 수성전에는 구심점이 되는 사람이 필요해. 자네가 아니라면 누가 위기에 빠진 병사들을 구해주겠나?”
대공은 나를 신뢰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대공에게 홀로 재앙을 맡기기 두려웠다. 원작의 묘사를 완전히 믿을 수 없었다.
“에버노드를 지키고자 한다면, 다른 대안이 없네, 일로이. 우리가 전력으로 저들을 상대할 수 있을 때까지 시간을 벌어야 해. 그리고 나는 자네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는 강하네.”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대안이 보이지 않았다. 대공의 말에 반발하며 억지로 동행하고자 하면 할 수 있겠지만, 대공의 말대로 병사와 성채를 지킬 사람이 없어진다.
“알겠습니다. 단,”
나는 손가락 하나를 내세우며 말했다.
“거인을 쓰러트리겠다는 욕심은 내지 않겠다고 약속해주십쇼. 만에 하나 위기에 몰리면 무조건 퇴각하셔야 합니다.”
“물론 약속하지. 난 자네와 달리 전공을 빼앗겠다는 욕심 같은 건 없거든.”
퀘노어 대공이 농담하며 웃었다. 에버노드의 기사들이 대공의 말에 피식거리며 하나둘씩 웃음을 터뜨렸다. 회의장의 얼어붙었던 분위기가 조금은 누그러들었다.
“거인의 진군을 늦추는 부대는 정예로, 최소한의 인원으로 구성하겠다. 스무 명이 넘지 않으면 좋겠군. 용사 파티와 리스, 세린은 남아라. 헤밀, 자네는 나를 따라오고, 한스, 아드리안, 티론까지는 나를 따라오면 좋겠군.”
퀘노어 대공이 재빠르게 부대를 편성하기 시작했다. 신중하게 생각을 한 끝에 대공이 골라낸 인원은 열다섯 명. 대공은 그 명단을 들고 회의를 끝마쳤다.
“내일 아침에 전투가 시작되기 전 출발하도록 하겠다. 오늘은 이만 들어가서 휴식할 수 있도록.”
대공은 먼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자리를 떠나는 대공의 발걸음은 평소보다 무거워 보였다. 회의장의 문이 열리고, 닫혔다. 문 틈새로 들어오는 바람에 횃불이 흔들리다 꺼졌다. 흘러나오는 연기에 회의장의 공기가 뿌옇게 흐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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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아침까지는 돌아오게 될 걸세. 체력이 남아있다면 앞뒤로 침공하는 마물들을 공격할 수도 있겠지.”
회의 다음 날의 아침, 퀘노어 대공은 말 위에서 그리 말했다. 나는 그들의 길을 열어주기 위해 성검을 쥐고 함께 외성의 출입구에 서 있었다.
“무운을 빕니다, 대공. 부디 무사히 돌아오시길.”
“나보다는 자네 걱정을 하는 게 어떤가. 내 걱정일랑 말고 이 성을 잘 막아주게.”
개문!!
덜컹, 덜컹.
성문의 창살이 올라갔다. 마물들이 이를 드러내며 대공과 나를 마중 나왔다. 나는 성검의 1단계를 개방하며 기수식을 취했다. 대공은 내 자세를 바라보더니 씨익 웃었다.
“좋아. 이럴 때에는 힘을 아끼지 말고 팍팍 써주게.”
“집중이나 하십쇼.”
나는 대공의 말을 퉁명스럽게 받아넘기며 기운을 끌어올렸다. 새하얀 서기(瑞氣)에 마물들이 조금씩 주춤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그대로 성검을 그어 내렸고, 길 위의 마물들이 쓸려 나가며 길이 열렸다. 대공은 곧장 말의 옆구리를 찌르며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다녀오겠다.”
“잘 지키고 있겠습니다.”
나는 금세 점처럼 작아지는 대공과 기사들의 뒷모습을 성문이 닫힐 때까지 바라보다가 성벽 위로 돌아갔다.
그날따라 성벽을 덮쳐오는 마물의 수가 적었다. 공격이 거세지 않자, 병사들은 안심하기보다 도리어 두려움에 떨기 시작했다. 싸움보다 긴장되는 날이 흐르고, 다시 밤이 찾아왔다. 나는 그날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다음 날.
해가 뜨고, 마물은 다시 성문을 두드리기 시작했지만, 기사들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았다.